“겨울은 껴입기라도 하는데 여름은 그게 아니라 힘들다.” 여름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종종 하는 얘기다. 덥더라도 단정하게 옷을 갖춰 입어야 할 때가 있고 취침 시에도 아무것도 덮지 않으면 숙면이 어렵다. 땀 흡수만 생각해 ‘면’ 100%를 고집할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다양한 원단이 출시되면서 땀 흡수는 물론 시원함까지 챙길 수 있게 됐다. 2019년 여름을 준비하는 시니어에게 무더위를 견디게 해줄 시원한 원단 아이템을 소개한다.
사진 제공 및 도움말 이브자리, 까사미아, 연희데코, 유니클로, BYC
친환경 청량감 ‘인견·모달·뱀부’
여름 원단 선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통기성과 흡습성, 수분 발산성과 열 발산성이다. 공기가 시원하게 잘 통과하는 통기성, 자는 동안 흘리는 땀의 흡수는 물론 말려주는 흡습성과 수분 발산성, 흡수한 열을 빨리 식혀주는 열 발산성이 좋아야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인견은 100% 레이온으로 면이나 종이 등의 원료인 목재 펄프에서 추출한 천연섬유다. 통기성도 좋고 시원한 촉감이 특징이라 누빔이불, 홑이불, 파자마, 여름 속옷 등의 소재로 많이 쓰인다. 원래는 삼베, 모시같이 약간 까슬한 질감이지만 워싱(고온에서 삶는 공정) 가공을 거친, 좀 더 부드러운 인견이 인기다. 시원한 촉감 때문에 50~60대는 물론 전 연령층이 선호한다고. 요즘은 화려함보다는 깔끔하고 간결한 디자인을 더 찾는다. 침구 전문 브랜드 이브자리는 시원하고 파란 색감의 현대적인 디자인을 더한 것과 은은한 회색빛과 하얀색이 조화롭게 배치된 인견 제품을 추천했다.
최근에는 원단의 촉감을 중요하게 여겨 100% 모달 소재도 많이 이용한다. 모달(modal)은 너도밤나무에서 추출한 원료를 사용한 친환경 소재. 실크 같은 부드러운 느낌은 물론 흡수성이 뛰어나 민감성 피부에 좋다. 60수로 평직한 아사 원단 조직으로 얇고 부드럽게 직조해 여름철에 사용하기 알맞다. 촘촘하게 누빈 여름 이불, 에어컨 바람에 보온성을 유지하기 좋은 얇은 차렵이불로도 선호한다. 원래도 부드럽지만, 더 고운 질감을 위해 워싱 가공했다. 모달 소재도 여름용에 맞게 파란색과 남색 계열의 색감 디자인이 많다.
뱀부는 대나무(bamboo)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소재다. 마, 린넨 소재와 같이 흡습성과 수분 발산성이 뛰어나고 촉감이 상당히 부드러워 자극적이지 않다. 대나무 자체에 항균, 항취효능이 있기 때문에 민감한 피부에 적합하다.
모시와 리플 가공 원단
모시와 함께 아마가 원재료인 린넨도 여름철에 자주 쓰이는 소재다. ‘라미’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모시는 삼베(대마)나 린넨(아마)에 비해 결이 곱고 치밀하다. 직물의 강도가 마 섬유 중 가장 높고 튼튼하다. 전통적으로 여름 한복에 자주 사용된 소재로 시원하며 통기성이 뛰어나다. 린넨은 은은한 광택이 있고 구김이 잘 가기 때문에 침구류나 의상에는 면 혼방으로 사용한다. 모시와 마찬가지로 통기성이 좋고 피부에 닿았을 때 감기지 않고 청량감이 느껴지는 소재다. 유니클로도 2019년 여름을 겨냥한 린넨 소재 제품을 선보였다. 가벼움과 자연스러운 구김이 인상적인데 부드러운 감촉은 물론 땀을 빠르게 흡수해주기 때문에 더운 날씨에도 쾌적하게 입을 수 있다. 시니어가 선호하는 차분한 색상은 물론 분홍과 노랑 등 발랄한 색상과 스트라이프, 체크 등 다양한 무늬와 디자인이 있다.
이 외에도 원단 표면에도 엠보싱 효과를 주어 몸에 달라붙지 않게 하는 리플 가공법이 있다. 주로 면이나 린넨, 모달 소재가 리플 가공을 통해 상품화된다. 단, 이 과정에서 가공을 위한 화학처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리플 원단을 선택할 경우 자연 소재 원단인지 따져봐야 한다. 리플 가공 원단은 피부에 닿는 면적이 적고, 몸에 감기지 않아 여름 침구는 물론 블라우스 소재 등으로 애용되고 있다. 까사미아의 모달 리플 소재 중에서도 연한 하늘색과 아이보리색 배치로 은은하고 시원한 감촉을 주는 제품이 인기가 높다.
옷 사이로 바람길 내는 냉감 의류
바깥 활동을 하는 동안 땀 흡수뿐만 아니라 통기성을 겸비한 기능성 원단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중 하나가 BYC 제품인 ‘보디드라이’다. 2019년에 나온 보디드라이는 시원한 성질의 냉감 원사에 땀과 습기를 빠르게 흡수하는 흡습기능과 건조기능, 그리고 자외선 차단기능을 강화해 활동성을 높였다.
유니클로도 최근 ‘에어리즘 심리스 V넥 브라 캐미솔’을 내놓았다. 봉제선이 밖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 디자인으로 얇은 겉옷을 입을 때 유용하다. 특히 ‘브라탑’은 따로 속옷을 착용할 필요가 없고, 소재와 디자인이 다양해 이너웨어부터 패션 아이템까지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고, 신축성이 뛰어나 활동하기도 편안하다. 단, 여성 심리스 제품의 경우 바지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서 단단히 보정하며 입을 것을 권한다.
도희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미싱을 돌렸다고 말했다. 엄마와 할머니의 심장 소리에 맞춰 미싱은 잘도 돌아갔고, 도희의 심장도 함께 박자를 맞췄을 것이다. 20대 중반이 된 지금 도희는 엄마 옆에 바짝 붙어 앉아 함께 미싱 페달을 밟는다. 할머니 대에서부터 시작한 수예점 가업은 50년이 돼간다. 가업을 잇는 것만으로 계승할 수 있을까?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다. 특별한 계승 유전자를 바탕으로 가업을 이어받았다면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할머니에서 어머니 그리고 딸, 가업을 엮어가다
각자 다른 듯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행복한 가업 승계를 하는 수예 전문업체 연희데코2050(이하 연희데코)의 모녀 대표 고백연(57), 김도희(24) 씨를 만났다. 이들이 함께 운영하는 연희데코의 작업실은 재래시장 현대화 공사가 한창 진행되는 성남중앙시장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연희데코는 원래 재래시장 가업 승계의 바른 사례로 성남중앙시장을 대표하는 업체이기도 하다. 재개발 공사가 완료되는 내년 가을까지 지금의 작업실에서 손님을 맞이한다. 임시 거처라지만 방문객을 고려한 상품 진열은 물론 가업 승계의 향수를 느낄 만한 전시물을 마련해 놨다. 고백연 씨의 어머니가 사용했다던 50년 된 가위와 자, 미싱 그리고 가족의 모습을 그린 캐리커처와 사진들이 작업실 입구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 정신에 창의력을 더한 엄마 고백연 씨
“옛날 재래시장 좌판에다 원단 놓고 이불 팔던 것이 시작이었어요.”
1970년 무렵 초등학교 2, 3학년이던 고백연 씨는 인천에서 성남으로 이사 왔다. 그때부터 어머니 김순남(85) 씨가 성남중앙시장 좌판에서 이불 장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뭐든 꿰매고 기워 쓰던 시절, 이불만 팔아치우면 될 법도 한데 어머니는 좌판 한쪽에 미싱을 들여놓았다. 베개며 이불이며 떨어진 것을 수선해주는 서비스를 손님들에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그 모습을 보던 고백연 씨는 그것뿐만 아니라 누군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새롭게 만들어주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결혼하고 첫아이를 임신하고 난 뒤 엄마가 계신 중앙시장으로 들어왔어요. 5평 남짓 가게에 들어와 미싱 앞에 앉았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어요.”
물론 남들의 시선이 좀 의식됐다. 없는 살림에도 교육열이 높았던 어머니 덕분에 고백연 씨는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서울에서 다녔다. 경희대학교 간호학과를 나와 간호사 생활도 10년 정도 했다. 산부인과 간호사 생활을 하고 나니 힘도 들고 미래가 없어 보였다. 고백연 씨 머리에 첫 번째로 스친 것이 원단 제작이었다.
“신생아를 받는 조산원에서 일했어요. 힘들기도 하고 제2직업으로 무엇을 할까 생각했는데 딱 첫 번째로 생각났어요. 저는 그때 10년, 20년이 지나면 직접 만든 제품에 대한 수요가 반드시 생긴다고 생각했어요. 한 분, 한 분 일을 해드리고 나면 손님이 다시 찾아주셨습니다. 나중에는 우리 엄마보다 제 장사가 더 잘됐어요. 원단을 산더미같이 쌓아두고 일할 때도 있었고요. 도희가 저랑 일한 게 7년이라고 하지만 사실 태어나면서부터 장사한 거예요. 손님들이 이 아이 친구죠. 이렇게 오랜 시간 일했지만 저는 지금도 원단을 보면 설레요. 제품을 보면 죽은 애들 같아요. 창작한다는 거는 뭔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가업 승계에 대한 인식이 바뀐 딸 김도희 씨
엄마와 딸 ‘덜그럭’, ‘드르륵’ 하는 미싱 소리의 이끌림으로 성장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애초에 두 사람 다 엄마가 가는 길을 따라갈 거란 생각은 없었다. 고백연 씨는 간호학과에, 딸 김도희 씨는 영문학과에 진학했으니 말이다. 원단 사업은 꿈에도 없었다.
“남들 다 똑같이 하는 거처럼 인서울을 목표로 수능점수 맞춰서 대학에 갔는데 학교가 너무 재미가 없었어요. 자퇴는 자신이 없어서 1학년 1학기 때 휴학을 하고 엄마 가게에 매일 나갔어요. 그때 상인회 회장님이 중소기업청에서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로 상인들을 교육하는 대학을 만들었는데 엄마 대신 저더러 한번 가보라고 권하셨어요.”
한 달 코스로 진행된 그곳에서 김도희 씨는 생각에도 없었던 일에 눈을 뜨게 됐다. 가업 승계였다.
“전통시장의 역사를 이어나가려면 가업 승계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엄마와 함께 일을 할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교육을 통해 인식이 바뀌었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소스들, 어머니와 할머니요. 이건 정말 남들에게는 없는 나만의 차별성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까지 별다른 꿈이 없었는데 내가 하면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교육이 끝나자마자 수예점을 홍보하고 판매까지 연결할 수 있는 인터넷 블로그를 개설했다. 그해 겨울에는 온라인 판매를 위해 독자적으로 사업자 등록증을 내 어엿한 업체 대표가 됐다. 영문학과에서 경영학과로 전과해 사업가로서의 수업도 병행 중이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실제 사업에 적용하면서 공부하니 학교 성적도 좋아졌다.
엄마와 딸이 따로 또 같이 성장해가다
“어머니는 같은 공간 안에서 함께 작업을 하면서도 어린 저를 독립적인 주체로 대해주셨어요. 대개는 자식이 부모 밑에 들어가 기술을 배우잖아요. 어머니는 처음부터 제가 버는 것과 당신이 버는 것을 구분하셨어요.”
충분히 펼치고 성취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것만으로도 자식이 성장한다는 것을 고백연 씨는 알고 있었다. 바로 어머니 김순남 씨가 그랬기 때문이다.
“제가 먼저 저희 엄마랑 일을 하면서 겪은 경험이 있잖아요. 다른 집들을 봐도 가족이 같이 사업을 해서 좋은 게 있는 반면에 의견 차이도 심해요. 엄마의 기존 틀이 있다면 딸이 생각하는 것도 있잖아요. 우리 엄마 고마운 것이 뭐냐면 싫은 소리를 하지 않으셨어요. 잘하든 못하든 간에 하라고 하셨어요.”
할머니로부터 이어지는 모녀의 가업 승계 개념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조상이 물려준다는 의미보다는 하나의 독립체로 성장하다가 어떤 시점에서 엮이듯 오묘하게 닮아간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제 스타일과 딸의 스타일이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각자의 개성과 장점이 다르니 서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죠. 그렇게 꾸준히 각자 노력하다 보면 결국에는 조화롭게 멋진 모습으로 어울리게 되는 겁니다. 원색보다는 섞여서 나오는 창조적인 결과물이 중요한 것이죠. 우리 색깔을 지키고 찾아가는 것, 그게 가업 승계라고 봐요.”
지금의 연희데코 작업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고백연 씨가 우리 집 셋째 ‘도순’이라고 부르는 연희데코 전시실이 있다. 오래된 3층짜리 단독주택으로 1층은 작업실과 구제 및 원단 전시실, 2층에는 손님맞이 테이블과 전시실이 있다. 아직 완벽하게 준비된 상황이 아니기에 문의를 해오는 고객에게만 개방하고 있다. 이 또한 미래를 내다본 고백연 씨 모녀의 장기 프로젝트 중 하나다.
“제 꿈은 도순이 집을 중심으로 연희거리를 만드는 거예요. ‘한국에 성남이라는 곳에 가면 엄마와 딸이 함께하는 거리가 있다’라고요. 외국 사람들도 방문하는 거리를 꿈꿉니다. 이곳이 활성화되면 수선하는 사람, 원단 파는 사람, 커피 파는 사람 등이 모이게 될 거고, 간단하게 음식도 만들어서 팔고요. 여기라고 북촌마을처럼 되지 말라는 법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