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기 전 변덕스러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이렇게 계절적 변화가 큰 시기일수록 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 요즘 같은 겨울철 자주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심혈관 질환을 꼽을 수 있다. 갑작스레 떨어진 기온이 전신의 혈관을 수축시키면서 뇌졸중 등 증상을 유발하기 쉬운 탓이다. 따라서 고지혈증·고혈압 등 위험 요인을 갖고 있는 시니어라면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
특히 최근 앞이 잠깐 보이지 않거나 원인 모를 어지럼증이 지속된 경우가 있다면 뇌졸중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잠깐의 증상이 ‘미니 뇌졸중’이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니 뇌졸중의 정확한 질환명은 ‘일과성 뇌허혈 발작 및 관련 증후군’으로, 뇌혈관이 일시적으로 막혔다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뇌 조직 손상으로 인한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를 말한다. 어지럼증, 팔다리 둔해짐, 언어장애, 시야장애, 두통 등 증상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미니 뇌졸중 환자는 2018년 11만 5704명, 2022년 12만 1353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고령층을 중심으로 다발하는 경향을 보인다. 60대 비중이 32.4%로 가장 높았으며, 70대와 50대가 각각 28%, 16.6%로 그 뒤를 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미니 뇌졸중 증상이 본격적인 뇌졸중의 전조일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증상이 사라졌다 하더라도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치료의 핵심은 골든타임 엄수와 후유증 관리다. 혈류가 막힌 빈도와 시간이 늘어날수록 회복이 어렵고 합병증도 심해지는 탓이다. 또한 적시에 검사와 치료를 받았다 하더라도 재활을 통해 후유증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좋은 예후를 보인다.
적절한 치료와 함께 한의학적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오래전부터 한의학에서는 뇌졸중을 ‘중풍’(中風)이라 칭하며 치료를 해왔다. 먼저 의식장애와 마비, 언어장애 등 증세 악화를 방지하는 데 집중한다. 우황청심원을 투여하고 입술 위의 ‘인중’과 정수리 부근의 ‘백회’, 엄지와 검지 사이의 ‘합곡’등 혈자리에 침을 놓아 뇌혈류 증가를 촉진시킨다. 이후 환자의 체질과 상태에 맞는 한약 처방을 내린다.
특히 재활 단계에서는 공진단이 좋은 효과를 보인다. 황제의 보약이라고도 불리는 공진단은 허약 체질을 보강하고 기혈 흐름을 원활히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뇌세포를 재생시켜 정신적인 피로 해소는 물론 뇌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영양소’(Nutrients)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공진단이 뇌신경 재생 관여 물질인 ‘시르투인1’(Sirtuin1)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르투인1이 활성화되면서 신경성장인자(NGF)와 뇌유래 신경영양인자(BDNF)의 발현이 증가하는 등 신경세포의 성장이 관찰됐다.
그러나 항상 치료보다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질환에 대한 예방이다. 평소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혈액 속 노폐물을 배출하고 혈관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더불어 고단백∙저염식 식단으로 식습관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 철저한 자기 관리가 뇌졸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각종 미디어나 언론의 콘텐츠를 접하다 보면 때때로 마음이 불편해지는 때가 있다. 분노와 짜증, 호통 등이 너무 자주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학폭 가해자 박연진 역을 맡았던 배우 임지연은 분노 연기로 인해 미간에 주름이 생기고 촬영 후에도 예민함이 지속돼 어려움을 겪었음을 밝혔다. 또한 호통으로 인해 논란이 됐던 정치인들의 태도도 이슈가 된 바 있다. 바야흐로 ‘호통의 시대’다.
미디어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사소한 일에 쉽게 화를 내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도 모르게 화를 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때로는 가까운 친구, 가족들에게 화풀이하기도 한다.
물론 적정한 수준의 분노 해소는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막상 감정이 가라앉으면 후회와 죄책감 탓에 힘들어질 수 있어 분노의 감정을 잘 다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자생한방병원 김환 원장(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분노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부정적인 감정을 잘 관리하기 위한 건강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욱’하고 올라오는 분노…참아야 할까, 표현해야 할까?
사람들은 긍정적인 감정만을 드러내고자 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억누르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내적 갈등을 침묵하다 보면 불안과 걱정이 쌓여 ‘울화(鬱火)’와 같은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냥 참기보다는 적절한 감정 해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한방에서 울화는 억울한 마음을 삭이지 못해 생긴 화증을 의미한다.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특징이다. 병명 속의 화(火)라는 글자가 말해주듯 신체의 열감이 심해지며, 가야금 줄을 누를 때의 느낌처럼 맥이 빠르게 뛰는 것을 일컫는 맥현삭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맥박이 빨라지는 증상은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데 이 같은 사실은 연구 논문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독일 예나 대학에서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분노를 참는 사람은 맥박이 빨라져 신체와 정신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를 주도한 마르쿠스 문트 박사는 맥박 상승이 반복될 경우 혈압이 높아져 심혈관질환, 암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지며 수명 또한 단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적절한 감정 해소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지나친 분노를 터뜨릴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분노의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노르아드레날린은 기쁠 때 분비되면 활력을 높이지만 화가 난 상황에서는 근육을 수축해 긴장 상태를 유발한다. 이로 인해 어깨와 목 등에 근육통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근육 경련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분노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분비를 증가해 면역기능을 약화한다.
김환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분노를 지나치게 해소하거나 감정을 억제하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매번 참다가 터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해소하며 감정 조절 능력을 향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중혈(膻中穴)’ 지압, 침, 도움
누적된 분노를 해소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는 운동이 있다. 특히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인 달리기를 30분 이상 실천하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행복감이 드는 효과가 있다. 이는 이른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불리는 상태로, 부정적인 감정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미 부정적인 감정이 논쟁이나 다툼 등으로 이어진 상황이라면 잠시 대화를 멈추고 감정을 다스리는 데 충분한 시간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르아드레날린 수치는 분비된 지 15초 만에 최고조에 이르지만 2분 전후로 서서히 수치가 떨어진다. 이어 15분이 지나면 정상 범위까지 감소하므로 감정이 진정된 후에 대화를 다시 이어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스스로 해결이 힘들 정도로 화를 다스리기가 어렵다면 전문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한방에서는 울화의 원인을 기의 순환이 막힌 것으로 보고 침 치료와 뜸, 한약 처방 등을 활용해 치료한다. 먼저 침 치료를 실시해 마음을 편안하게 안정시키고 긴장을 완화한다. 이어 뜸을 놓아 뭉쳐 있는 기를 원활하게 순환한다.
여기에 우황청심원과 같은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신경 안정과 불안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실제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황청심원이 만성 스트레스에 의해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과 아드레날린 분비를 각각 86.9%, 75.2%가량 억제해 뇌 손상을 예방한 것으로 밝혀졌다.
치료와 함께 ‘단중혈(膻中穴)’과 같은 혈자리를 틈틈이 지압하는 것도 스트레스와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단중혈은 한방에서 ‘화(火)가 쌓이는 자리’라고 불린다. 명치 약간 위쪽에 위치해 있어 화가 나고 답답할 때면 자신도 모르게 쿵쿵 내려치게 되기도 한다. 단중혈을 검지와 중지로 지그시 누른 채 10초간 문지르면 화를 가라앉히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지압뿐만 아니라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하는 다크 초콜릿이나 바나나를 섭취하는 것도 부정적인 감정을 완화하는 데 좋다.
자생한방병원 김환 원장은 “분노를 억제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적절한 방법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화를 없애려 노력하기보다는 다스리는 법을 터득해 가는 것이 삶의 지혜이자 건강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10월은 건강과 관련된 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로, 그 수가 무려 30여 개에 달한다. 10월 2일 노인의 날을 시작으로 뇌졸중의 날, 골다공증 예방의 날 등 시니어가 주의해야 할 질환들을 주로 다룬다.
10월 12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관절염의 날이다. 관절염과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응원하고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지정됐다. 관절염에 걸리면 심각한 통증과 함께 관절이 뻣뻣하게 굳어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초래한다.
요즘과 같이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초가을에는 무릎 관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낮은 기온에 혈관이 수축되면서 증상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9월에 65만 2214명이었던 무릎관절염 환자 수는 10월 68만 9992명으로 한 달 만에 약 5.8%나 증가했다. 김창연 대전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은 슬안혈과 같은 무릎 주변 혈자리를 틈틈이 지압해 무릎 관절을 강화하고 건강관리에 나설 것을 권했다.
한의학에서 무릎의 눈이라고 부르는 슬안은 크게 내슬안과 외슬안으로 나뉜다. 의자에 앉아 무릎을 90도 굽혔을 때 무릎 안쪽에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이 내슬안, 바깥쪽이 외슬안이다. 양쪽 슬안혈을 엄지와 검지로 3초간 지그시 눌렀다 떼어주기를 10회 반복하면 무릎 주변 근육과 관절 강화에 효과적이다.
김창연 병원장은 “걷기나 계단 오르기 등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면 무릎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라며 “그러나 무리한 운동은 무릎 연골의 마모를 가속화 할 수 있으니 체력에 맞게 점진적으로 운동량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관절이 우리 몸의 움직임을 담당한다면 척추는 몸의 구조를 담당한다. 척추는 무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며 주요 골격을 유지해 ‘신체의 대들보’라 불리기도 한다. WHO는 10월 16일을 세계 척추의 날로 지정해 매년 척추의 중요성과 척추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그러나 허리 통증은 일생에 한 번 이상은 경험하는 흔한 증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좌식 생활로 인해 젊은 층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환자도 늘고 있다. 김창연 병원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지금 당장 척추 건강관리를 시작하라고 권하는 이유다.
평소 스트레칭을 자주 해 척추 주변 근육을 키워주면 도움이 된다. 시니어들도 누워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동작으로는 ‘척추기립근 강화 스트레칭’이 있다. 먼저 바닥에 엎드려 누워 양팔을 머리 위로 뻗는다. 이어 숨을 천천히 내쉬며 양팔과 다리, 머리, 가슴을 모두 위로 들어 올린다. 균형을 잃지 않도록 주의하며 수영하듯 왼팔과 오른다리를 동시에 들어 올렸다가, 반대로 오른팔 왼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작을 빠르게 교차한다. 동작을 10회 반복하는 것을 한 세트로 총 3회 실시하면 척추기립근을 강화해 척추의 올바른 정렬과 골반 비대칭 개선에 도움이 된다.
척추관절 질환과 함께 시니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 중 하나로는 뇌졸중이 있다. 갑자기 맞는다는 의미의 ‘졸중’(卒中)에서 알 수 있듯 건강에 문제가 없어 보이던 사람도 갑작스레 생명을 위협받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뇌졸중기구(WSO)에서는 10월 29일마다 뇌졸중 예방과 적극적인 치료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뇌기능의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급속히 발생한 장애가 상당 기간 이상 지속되는 질환인 뇌졸중은 ‘골든타임’을 놓쳤을 때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고 후유증이 남기 쉽다. 예방과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한의학에서는 뇌졸중을 ‘중풍’(中風)이라 칭하며 치료해 왔다. 현대의학의 표준 치료와 함께 ‘한의학계 구급약’이라 불리는 우황청심원을 활용한다면 뇌졸중 예방과 회복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황청심원의 신경세포 사멸 억제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Antioxidants’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대뇌피질 신경세포에 우황청심원을 처리한 후 뇌졸중을 유도한 결과, 우황청심원을 처리하지 않은 경우보다 세포 생존율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와 일상생활 속 노력도 동반되어야 한다. 김창연 병원장은 뇌졸중 예방 및 증상 완화에 좋은 운동법으로 ‘뒤로 걷기’를 추천했다. 뒤로 걷기는 뇌졸중 환자 재활치료에도 활용되는 운동법으로, 혈관 탄력성을 증가시키고 균형감각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균형감각이 발달하면 좌뇌와 우뇌 연결이 활성화되고, 뇌가 고르게 발달할 수 있게 된다. 주변에 걸려 넘어질 만한 것이 없는지 살핀 뒤 벽을 손으로 짚으면서 하루에 30분씩 뒤로 걷는다면 뇌졸중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김 병원장은 “노년기에도 활력있는 삶을 추구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증가하며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라며 “건강의 날이 집중된 10월을 맞아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생활 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물질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많은 이들이 다이아몬드라고 답할지 모르겠다. 분명 다이아몬드는 금보다 더 귀하고 비싸긴 하지만, 장식용품에 쓰이면서 부의 상징으로 여겨질 뿐이지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더 큰 가치를 가진 것은 금이라고 할 수 있다.
금은 지금도 국제 결제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유사시에 그 가치가 드러난다. 금값과 주가는 연동되기 마련인데, 상반되는 주기를 갖는다. 즉, 금값이 오르면 주가가 떨어지고,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금값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면 맞다.
아주 대표적인 실례로, 1929~1932년 대공황 당시 다우지수는 90%나 폭락했지만, 금광회사인 홈스테이크의 주식은 금값이 오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급상승을 했다. 주가총액이 무려 300배나 급등하는 기현상을 보인 것이다. 이 사태를 보면서 전쟁이나 기타 앞날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폐는 종잇조각에 불과해도 금은 언제나 가치를 유지하는 물건이라는 공감이 모아졌다.
2008년 미국발 금융파산 때도 전 세계의 많은 투자자들이 자신의 금고에 많은 재산을 금덩이로 묻어 놓는 바람에 세계적인 금괴와 금화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 금을 한의학에서 한약원료로도 사용한다.
금이 주로 나타내는 효능은 마음이 불안정하고 놀랐을 때 안정을 시켜주는 신경안정작용, 몸 안의 유독한 물질을 흡수하여 배출시키는 해독작용, 종기나 화농증 등의 피부병에 효과가 있는 피부정화작용 및 면역력을 높여주고 관절염의 통증을 제거하는 등의 효능이 한의학적으로 알려져 있다. 금은 금박이라 하여 아주 얇은 편(片)의 형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우황청심원이나 공진단의 표면에 감싸져 있기도 하다. 이 얇은 금박도 워낙 비싸기 때문에 한약의 원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정도이다.
그런데, 이 금보다 비교도 안 되게 훨씬 더 비싼 한약이 있다. 바로 사향이다. 사향은 사향노루의 사향선(腺)을 건조시켜 얻는 분비물로서 사향노루 수컷의 배와 배꼽의 피하에 있는 향낭속에 있다. 한의학적으로는 사향을 갑작스럽게 환자가 쇼크에 빠지거나 뇌졸중으로 인사불성이 될 경우 의식을 깨우기 위해서 사용한다. 또, 대사를 활성화시키는 작용이 있어 호흡과 혈액순환을 개선시키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황제의 명약이라는 공진단과 정신이 불안정할 때 급히 사용할 수 있는 우황청심원의 대표적인 원료로 사용되어왔다.
사향의 대표적인 성분은 무색의 기름 같은 액체이며, 무스콘(muscone)이라 한다. 무스콘의 효능은 항염증작용, 강심작용, 혈압강하작용, 알레르기를 가라앉히는 항히스타민 작용 및 혈전의 생성을 억제하는 혈소판 응집억제 작용 등이 현대의학적인 연구에서 증명되었다. 이 사향은 금값의 몇 십배에 달할 정도로 고가의 한약이다. 그래서 위조품이 가장 많은 한약중의 하나가 바로 사향이다. 수년전에 공중파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 이 사향의 국내 위조 실태에 대해서 방송된 적이 있다.
사향은 멸종위기에 놓인 사향노루에게서 얻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야생동물보호협약상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수입 절차가 아주 까다롭고 수입할 수 있는 양도 극히 제한적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사용되는 사향이 공인된 수입량의 열배 이상으로 밝혀진 것이다. 우리나라 공정서 기준으로는 사향 안의 무스콘 함량이 2% 이상이어야 하는데, 무작위적인 실험결과, 무스콘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 사향으로 만든 한약제제도 많은 것으로 밝혀지고, 그 과정에서 일부 업자가 불개미 등을 섞어 만든 가짜 사향이 대거 적발되기도 했다. 1차 방송이 나간 후에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있었고, 압수수색 끝에 밝혀진 사실이다. 그 후, 수십명이 기소가 되었으나 결국 결과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법령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틈으로 모두 빠져나간 탓이다. 결국 사향은 법적 보완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아직도 구하기 힘든 한약으로 남았다. 최근 사향의 수입 가격이 대폭 오르면서 그 가격이 그대로 국내 구입가에 반영되었다. 그런데 한약을 다루는 전문인들의 입장에서 더 답답한 것은 무려 60%가 넘게 오른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사향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공진단이나 우황청심원의 사용량은 계속 늘어가고 있는데, 핵심원료인 사향을 구할 수 없어 대기순번이 수백번까지 이른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이다.
이 사향보다 더 비싼 한약이 있을까? 물론 있다. 가장 비싼 것은 바로 벌의 독을 모아서 정제하여 만든 봉독분말이다. 봉독의 가격은 사향의 6~7배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봉독은 한의학적으로 염증을 가라앉히고 면역력의 높고 낮음을 정상 수준으로 조절해주며, 통증 억제와 혈액 순환의 개선, 그리고 뇌하수체와 부신피질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주는 등의 아주 다양한 작용이 있다. 특히 심한 근육통과 외상으로 피멍이 심하게 들었을 때 증상을 신속하게 가라앉혀 주거나, 만성 디스크 등의 치료에 효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날에는 벌을 잡아서 환자에게 직접 살아 있는 벌의 침을 맞게 했다.
물론 1회용으로만 쓰는 것이었고, 벌침을 놓자마자 그 벌은 죽고 말았다. 그래서 벌침을 사용하는 한의사들은 항상 일정 수 이상의 벌을 직접 키우고 있어야 했다. 최근에는 벌에서 직접 독을 추출하여 정제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독성분을 순수한 분말형태로 얻고 있다. 커다란 동물이나 사람도 전기충격을 받으면 정신을 잃고 분비물을 쏟아놓듯이, 벌도 고정시킨 채로, 특정파장의 전자파를 흘려 넣으면 독성분을 주로 분비한다. 이 독성분을 잘 정제하여 자연 건조시켜 얻은 분말이 바로 봉독분말이다. 물론 이 추출과정은 개발자의 특허로 보호되어 있다. 이것을 생리식염수에 적당한 비율로 녹인 다음, 멸균하여 주사액 형태로 만들어 환자의 피하나 관절낭에 아주 소량씩 주사하여 염증과 통증 치료에 사용하는 것이다.
사실 벌을 키우는 농원에서 이렇게 얻어진 봉독분말의 대부분은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말 안의 상당 분량이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작용을 하는 성분들인데, 이것을 가지고 소염주사제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고서화가 되었든지, 공산품이 되었든지, 아니면 한약의 원료가 되었든지 결국 값을 정하는 것은 희소성의 가치이다. 금이나 사향, 봉독의 비싼 가격도 사실 이 희소성과 함께 그것을 얻는 과정의 특수성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세 가지 한약원료 모두 오랜 세월동안 임상에서 환자치료에 탁월한 효능을 나타내었기 때문에 희소성의 가치가 더욱 돋보이는 것이지, 구하기 어렵다고 무조건 비쌀 수만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