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전세 자금과 가진 돈을 몽땅 가지고 해외에서 2년 동안 한 달에 한 도시에 머무르며 세계를 다녔다. 삶의 패턴을 한 달에 맞추자,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삶을 대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달팽이처럼 10년째 한달살기를 하는 김은덕·백종민 부부의 이야기다.
“5년 동안 집도 사고 준비해서 떠나려고 했는데, 어림도 없더라고요. 신혼여행을 2주 동안 다녀왔는데 정말 좋은 거예요. 이렇게 좋다면 미루지 말고 떠나자고 한 거죠.”
김은덕·백종민 부부는 결혼하면서 약속을 했다. 5년 뒤에 세계 여행을 가자고. 그런데 현실에는 그들이 떠나지 못하도록 발목 잡는 일들이 많았다. 지금 떠나지 못한다면, 5년 뒤에도 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한 달에 한 번 이사하는 마음으로
백종민 작가는 자신들의 ‘결여와 결핍’이 ‘한달살기’라는 여행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계산으로 1년간 세계 여행을 하는 데 1인당 필요한 돈은 3000만 원. 두 사람이 2년 동안 세계 여행을 하려면 총 1억 4000만 원이 필요했다. 당시 수중에 있던 돈은 7000만 원. 예상 비용에서 50%를 줄여야만 2년 동안 여행할 수 있었다.
“여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용이 숙박비와 교통비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찾은 방법이 한 달 동안 한 숙소에서 지내는 거였어요. 숙박비 할인받고, 이동이 적어지니 교통비도 줄일 수 있었죠. 그렇게 10년 동안 45회 정도 ‘한달살기’를 했어요.”
해외로 한달살기를 떠난 2013년만 하더라도 한곳에서 한 달을 여행한다는 개념은 흔하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그럴 거면 유학을 하거나 이민하지’라는 반응이 많았다. 한 달 ‘여행’이 아닌 한 달 ‘살기’는 얼마나 달랐을까?
“여행(旅行)의 한자를 풀이해보면, 낯선 곳을 둘러보고 오는 거잖아요. 그런데 한달살기는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가는 개념이에요. 살아야 하는 곳이라면 좋든 나쁘든 적응해야 하잖아요. 어떻게 이 도시와 빨리 친해질까 생각하게 되죠. 그곳에서 무엇을 볼까가 아니라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여행과 다른 점이에요.”
부부는 어느 도시를 가든 ‘달팽이 여행법’으로 한 달을 보낸다. 첫째 주에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맛집이 있는지, 슈퍼마켓은 어디에 있는지, 도서관 같은 공공시설은 있는지 정보를 수집한다. 둘째 주가 되면 조금 더 멀리 나가고 싶어진다. 첫째 주에 주변을 돌며 알게 된 동네 행사도 참여하고, 평소 궁금했던 장소도 찾아가 본다. 그렇게 2주를 돌아다니다 보면, 동네 주민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셋째 주에는 우리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꼭 나타나요. 말을 걸기 시작하죠. 밥 먹자고 하거나 동네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을 알려주기도 해요. 정말 성격 급한 분들은 ‘야 거기 말고 여기 가야 해’라며 알려주다가, ‘그냥 내가 데려다줄게’라며 그 자리에서 차를 태워주기도 해요. 새로운 여행지를 갈 기회가 되죠.”
나선형으로 점점 커지는 달팽이 껍질처럼 1주 차부터 4주 차까지 활동 반경이 숙소로부터 점차 넓어진다. 그래서 ‘달팽이 여행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지막 주에는 떠날 준비를 하면서 도움을 준 주민에게 한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함께 식사하며 작별 인사를 한다. 물론 도시의 특성에 따라 교류가 많지 않은 도시도 있지만, 누군가와 이야기하며 이별하는 시간을 가지면 ‘아, 한 달 잘 살았다’ 하는 기분이 든다고.
김은덕·백종민 작가는 한달살기를 하는 동안 여행 기록을 매주 4편 블로그에 남겼다. 2년 뒤 돌아올 때 100호를 완성하겠다는 목표였다. 날것의 글이었지만, 마치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며 글을 기다리는 독자도 생겼다. 그래서 이 글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도시’ 1, 2, 3권과 ‘여행 말고 한달살기’를 펴냈다.
◆중장년이 가기 좋은 나라 추천
중장년은 비행시간이 6시간 넘어가면 체력적으로 힘들어하세요. 또 ‘K-부모님’(한국 스타일 부모님)에게는 가성비 좋은 한달살기가 중요해요. 동남아 국가의 가장 좋은 점은 큰 집을 저렴하게 빌릴 수 있다는 거예요. 은퇴하고 나면 건강관리 하려고 운동도 많이 하시잖아요. 비행시간이 짧고, 가성비 좋으면서, 운동하기 좋은 나라들을 꼽아봤어요. 경제적으로 여유가 된다면, 가까운 일본도 좋아요.
ㆍ베트남 호찌민 주변에 골프장이 많아요. 골프를 즐기는 중장년이 가시면 좋을 거예요.
ㆍ태국 치앙마이 치앙마이는 겨울을 보내기에 좋아요. 트레킹도 가능하고, 코끼리 보호 활동같이 생소한 경험도 해볼 수 있어요.
ㆍ대만 가오슝 저렴한 비용으로 수영할 수 있어요. 매일 수영을 즐겨보세요.
ㆍ일본 삿포로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여름에 마라톤 대회가 열려요. 자연 경치가 멋진 곳이 많아 볼거리도 있어요. 일본인의 여름 휴양지로 꼽히는 만큼, 지금 떠나기 좋겠네요.
중장년에게 잘 어울리는 한달살기
한달살기는 삶과 여행이 공존한다. 여행 스케줄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삶의 스케줄을 그대로 옮겨온다. 그러니까 우리가 일상에서 했던 일들을 한달살기를 하는 도시에서도 이어간다. 그래서 한달살기는 중장년이 하기에 가장 좋은 여행이다. 시간은 많지만 경제적으로 아껴야 하고, 은퇴 후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퇴하면 삶의 시간을 쓰는 방법이 완전히 바뀌잖아요. 라이프스타일에 변화가 있을 때 한달살기를 하면 정말 좋아요. 삶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는 세 가지를 바꾸면 된다고 해요. 만나는 사람, 시간 패턴, 공간이에요. 한달살기는 이 세 가지가 다 가능하니까 좋은 거죠.”
부부는 한달살기를 하면서 평소 하고 싶었던 것들을 도전해보라고 조언했다. 배우고 싶었던 언어, 해보고 싶었던 수영 등을 낯선 도시에서 시도하는 거다. 도서관에 가는 걸 좋아했다면 숙소 근처에 공공도서관이 있는지 찾아본다. 마을에서 열리는 행사에도 참여해보고, 단골 음식점도 만든다.
“누구나 마음속에 하고 싶은 일들이 작은 것이라도 있을 거예요. 은퇴하고 해보고 싶었던 것을 낯선 도시에서 도전해보세요. ‘매일 헬스장 가기’를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시도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자극이 돼요. 그런 경험을 할 때마다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은퇴할 때쯤이면 삶에서 더는 새로운 게 없을 것 같은데 외국에 나가면 정말 새로운 일투성이거든요. 그걸 온몸으로 겪어보면 좋지 않을까요.”
기왕 한달살기를 할 거라면 해외를 추천하는 이유다. 국내에서 한달살기를 하면, 그 도시가 나와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 차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해외를 나가면 쉽게 돌아오지 못한다. 발목 잡는 환경을 만들어두면, 좋아도 싫어도 그곳에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삶에 지쳐 무뎌진 감각을 날카롭게 세우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언어, 내가 살아온 공간과 다른 환경, 다른 규칙이 자연스럽게 나를 날카롭게 만들어요. 삶에 지치거나 익숙해서 무료해질 때,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의문이 생길 때 한달살기를 하면 다시 삶의 감각이 살아나요. 한 달이면 어느 정도 익숙해지는 시간이기도 한데, 익숙해질 때쯤 떠나니까 여행자면서 거주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더라고요.”
한달살기의 또 한 가지 장점은 ‘긍정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 파리에서는 숙소를 잘못 예약해 세 평짜리 방에서 한 달을 살아야 했다. 그 시간을 보내고 나니 ‘세 평에서도 한 달이나 살 수 있네’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됐다고. 작은 것에 실망하지 않고, 행복을 느끼고, 힘든 상황도 견뎌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2년 동안 한달살기를 하면서 삶을 대하는 가치관도 크게 바뀌었다.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부부는 그래서 한달살기를 ‘선물’이라고 말한다.
◆중장년을 위한 한달살기 Tip
1 첫째도 날씨, 둘째도 날씨!
한달살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날씨예요. 며칠이 아니라 한 달을 머무르는데, 매일 비가 오거나 매일 덥거나 매일 춥다면 어떨까요? 저희가 올해는 마음이 급해 2월에 터키로 떠났더니 눈보라가 엄청났어요. 4월에 갔던 조지아는 일주일 내내 폭설이 내리더라고요. 날씨의 중요성을 또 한 번 깨달았어요. 또 나이 들수록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날씨는 정말 중요해요. 시간 여유가 있는 중장년 분들은 날씨 좋은 때를 맞추기 편할 거예요.
2 비교는 금물!
‘한국보다 oo하네’라는 비교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순간 내 여행의 격과 질이 뚝 떨어져요. 내가 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 도시에서는 다를 수 있어요. 방문한 지역에 맞춘 삶을 살아야 만족스럽게 한 달을 보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신선한 자극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3 한 달 생활비 계산하기
한국에서 한 달에 얼마를 쓰는지 먼저 계산해보세요! 이 비용에 맞추면 풍족하지는 못해도 한달살기를 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어요. 저희 숙소비는 월 500달러를 넘기지 않았는데요, 동남아라면 수영장과 헬스장까지 갖춘 곳에서 한달살기를 할 수 있어요. 내가 쓸 수 있는 상한선과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하한선을 잘 알고 떠나면 해외 한달살기도 충분합니다.
4 비수기를 노리자
저희 부부가 한국에서의 생활비로 해외에서 한달살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비수기에 떠났기 때문이에요. 9월에는 1인당 30만 원으로 태국으로 떠날 수 있었어요. 유럽도 비수기라면 왕복 70만 원으로 어디든 갈 수 있고요. 또 저비용항공 프로모션도 가능해요. 비수기에 떠난다면 항공료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5 숙소는 한곳에서 머무르기
젊은 친구들은 한달살기를 하더라도 숙소를 일주일에 한 번씩 옮기더라고요. 그러면 체력 소모가 너무 커요. 또 쓸 수 있는 돈은 한정적이니까 비용을 아끼면 좋잖아요. 한 달 동안 한 숙소에 머무르면 주인을 설득해서 할인받을 수 있어요. 집주인도 비용이 줄기 때문에 보통은 30%, 많으면 50%까지 할인해줘요.
지역을 온전히 느끼며 소소한 일상을 만끽하는 여행, 한달살기가 인기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한달살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 활성화를 유도하고, 숙박업체는 장기 임대 상품을 선보인다. 한달살기를 하고 싶은 중장년이라면 이번 기사를 참고해 계획을 세우고, 당장 떠나보자.
중장년 10명 중 8명은 ‘장기간 살아보는 여행’을 하고 싶어 한다. 한달살기는 중장년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 중 하나지만, 막상 떠나려니 어디에서, 어느 정도의 비용으로,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이들이 많다. 자유롭게 떠나도 되지만, 가이드와 함께하는 여행이 익숙한 중장년이라면 프로그램으로 첫 한달살기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지원해 활동비를 받으며 한 달을 보낼 수도 있고, ‘작가로 한달살기’처럼 테마가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호텔에서 한달살기도 하나의 방법이 됐다. 조금 더 알찬 한달살기를 위해 입문이 되어줄 프로그램, 숙소를 찾을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 한달살기 꿀팁이 가득한 도서까지 참고가 될 내용을 소개한다.
◆한달살기가 처음이라면
많은 중장년이 오래 머무르고 싶어 하는 곳은 제주다. 하지만 제주 외에도 한달살기에 적합한 다양한 도시들이 있다. 어느 도시가 좋을지 모르겠다면, 한달살기를 지원해주는 각 지자체 프로그램을 참고해보자. ‘남도에서 한 달 여행하기’, ‘경남에서 한 달 여행하기’ 등이 대표적이다. 예산을 지원하다 보니 조건이 까다로울 수 있지만, 기회와 혜택을 생각하면 도전해볼 만하다. 각 지자체는 지역의 특색을 담은 명소나 특산품 혹은 농장 체험 등의 다양한 여행을 제안하는데, 만약 프로그램 신청이 어렵다면 지자체의 추천을 참고해 자유 일정을 계획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 달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면 3박 4일이나 일주일부터 시작해도 된다. 지자체별로 지원하는 예산 범위와 신청 조건, 신청 시기가 다르므로 미리 알아두면 좋다. 예산 지원은 사전 지급이 아닌 사후 정산이라는 점 참고하자.
◆마을과 깊게 교류하는 한달살기
지역 주민들과 교감하고 머무르는 지역에 깊이 녹아들고 싶다면 ‘마을 호텔’ 형태의 도시에서 한달살기를 해보자. 한 건물에 라운지, 숙박, 헬스, 식사 등의 서비스가 모여 있는 호텔과 달리, 마을호텔은 마을 전체가 하나의 호텔 기능을 한다. 마을 입구의 카페가 안내데스크 역할을 하고, 마을의 맛집이 다이닝 역할을, 곳곳의 공방 등이 체험 서비스 역할을 한다. 그러니 마을 전체가 곧 즐길 거리다.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는 건 덤이다. 관광형 한달살기가 아니라, 살아가는 한달살기를 찐하게 경험하고 싶다면 마을호텔은 어떨까.
ㆍ공주 마을스테이 ‘제민천’ 공주 제민천은 주민들이 유기적으로 마을호텔을 구성하고 있다. 한옥스테이 ‘봉황재’에서 시작하는 마을호텔의 프런트는 ‘가가상점’이 담당하고, 커뮤니티이자 로비 역할은 ‘반죽동247’ 카페가 하고 있다. 봉황재 외에도 ‘공주하숙마을’ 등의 고즈넉한 한옥스테이가 곳곳에 위치하며, 제민천을 중심으로 마을 곳곳에 먹거리와 볼거리가 숨어 있다.
ㆍ강원도 정선 ‘마을호텔 18번가’ 국내에서는 가장 먼저 마을호텔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고한읍의 낙후된 폐광촌에 고한18리 주민들이 힘을 모아 조성했다. 빈집을 리모델링한 숙소에 머무르면 마을식당, 카페, 사진관, 이발관 등에서 사용 가능한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어르신들이 모여 있는 마을회관은 로비 역할을 한다. 마을을 둘러보다 쉬어가도 좋고, 어르신에게 볼거리를 물어봐도 좋다.
ㆍ군산 ‘후즈데어’ 군산 영화동에서는 ‘영화장’이라는 오래된 목욕탕과 여관이 게스트하우스로 재탄생 한 ‘후즈데어’에서 마을호텔이 시작된다. 프런트 역할은 영화타운에 있는 미국 음식점 ‘럭키마케트’가 담당한다. 스페인 레스토랑 ‘돈키호테’, LP바 ‘해무’, 청주바 ‘수복’ 등이 모여 있는 영화타운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유명한 군산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ㆍ서울 ‘서촌유희’ ‘서촌유희’는 오래된 한옥과 옛길의 흔적이 골목 곳곳에 녹아 있는 동네의 개성 넘치는 가게들을 연결하고, 걷기 좋은 골목과 장소를 제안한다. 서촌유희의 한옥 숙소는 휴식을 취하며 나를 돌아보기 좋은 곳이다.
〈책으로 미리 챙기는 한달살기 ‘꿀팁’〉
1_여행 말고 한달살기
저자 김은덕, 백종민 출판 어떤책
한달살기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가이드북. 장기 여행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꿀팁이 가득하다. 특히 해외에서 한달살기를 해보고 싶다면 상황별·계절별 추천 도시들을 보고 나에게 맞는 나라를 찾아보자.
2_60대 부부의 피렌체와 토스카나, 그리고 남부 이탈리아 소도시 한 달 살기
저자 김영화 출판 바른북스
한 도시에 머무르며 주변 소도시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자유로운 여행자에게 어울리는 책. 대중교통을 이용해 유럽을 둘러볼 방법을 소개한다.
3_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
저자 배지영 출판 시공사
일하며 한달살기, 은퇴 후 한달살기, 반려동물과 한달살기 등 나의 상황에 맞는 계획을 세우기 좋은 책. 국내에서 한달살기를 했던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떠나고 싶어진다.
◆호텔에서 한달살기
‘호텔에서 보내는 바캉스’라는 의미의 ‘호캉스’가 유행하더니 ‘한달살이’ 상품도 등장했다. 깔끔한 공간과 다양한 부대 서비스로 중장년에게 인기가 많다. 즐길거리가 많은 도심에서 일상을 만들어가는 한달살기를 하고 싶다면 호텔에서 머물러보는 것도 방법이다. 가격은 천차만별. 롯데호텔이 내놓은 ‘한 번쯤 꿈꾸는 호텔에서의 삶’을 주제로 한 시그니엘 서울 한달살기는 1000만 원이 넘는다. 신라스테이, 포포인츠바이쉐라톤, 롯데시티호텔 등은 100만~200만 원대에 이용할 수 있다. 호텔별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르니 취향에 맞게 골라보자.
◆주제가 있는 한달살기
하나의 주제를 정해 한달살기를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만 19세 이상 60세 이하인 작가들의 한달살기를 지원하는 ‘묵호등대마을 논골담길 한달살기’, 제주 시골집에서 보내는 어른의 방학 콘셉트의 ‘제주맥주 한달살기’, 다른 지역에서 원격 근무를 하며 살아보는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함께하는 ‘강원도관광재단 워케이션’, ‘제주 세화리 질그랭이 워케이션’ 등이 있다.
〈쉼이 되는 공간, 숙소 찾는 플랫폼〉
한달살기에서 중요한 건 머무르는 공간이자 생활을 하는 숙소다. 장기 숙박 상품을 모아둔 플랫폼에서 살고 싶은 숙소를 찾아보자.
ㆍ미스터멘션 ‘쉼’을 제안하는 장기 숙박 플랫폼. 한달살기, 보름살기, 일주일살기에 맞춰 전국의 숙소를 볼 수 있다. 추천 숙소, 호텔, 프라이빗한 곳,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곳 등 다양한 테마가 다양하다. 개인이 숙소를 예약했다가 일어날 수 있는 ‘이중 계약’, ‘당일 입실 거부’ 등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최대 100만 원까지 숙소 비용을 보장하는 안전거래제도가 있다.
ㆍ호텔에삶 한달살기를 할 수 있는 호텔만 모았다. 저렴한 3성급부터 5성급 프리미엄까지 서울, 수도권, 경상, 제주에 있는 호텔 숙박 정보가 있다. 호텔을 예약하기 전 미리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투어를 신청할 수 있다. 매월 할인 프로모션도 있으니 원하는 도시의 호텔 가격을 비교해보고 합리적인 호텔 라이프를 즐겨보자.
ㆍ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는 숙박 공유 서비스다. 전문 숙박업체가 아니라 개인이 제공하는 빈집을 빌리는 개념이기 때문에 공간 상태도 천차만별이고 숙박업체와 같은 서비스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대신 저렴한 숙소를 구할 수 있다. 장기 숙박이라면 할인 제안도 해볼 수 있다. 특히 해외는 에어비앤비가 활성화되어 있어 잘 둘러보면 좋은 집을 구할 수 있다. 숙소 선택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슈퍼호스트’가 제공하는 숙소 위주로 보고, 해당 숙소의 후기와 별점을 참고하는 게 좋다.
그동안 우리는 나의 삶에서 얼마나 ‘참[眞] 나’로 살아왔는가. 아무리 노력해도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과 모자람을 애써 부여잡고 진짜 나를 뒤로하지는 않았던가.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책과나무)의 저자 신아연은 그런 이들에게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녀는 자신의 가난과 고통의 경험을 말미암아 그 고유함이야 말로 내면의 자산이 되어 삶을 넉넉하게 해주리라 이야기한다.
Q. 나이 50 이후 참 자기로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노장인문단상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을 펴내시게 된 계기와 소감 부탁드립니다.
7년 전, 옷 가방 두 개를 거머쥐고 21년간 살았던 호주를 떠났습니다. 낮에도 햇볕이 들지 않아 어둑시근한 신림동 고시촌 방에서 어떤 날은 라면 하나, 김밥 한 줄로 끼니를 때우며 주야장천 글을 썼습니다. 3년 전부터는 새벽 5시에 일어나 3시간 동안 글을 쓰는 ‘글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그 글을 모아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을 냈습니다. 삶의 질곡에서 글을 붙잡았고, 삶이 또한 글을 잡아주었습니다. 고난과 갈등을 겪은 사람일수록 50 언저리에 내 인생을 찾고 싶다는 자각이 강하게 오는 듯싶습니다. 그러한 자각과 구체적인 자기 훈련의 결실이 한 권의 책이 되었네요. 이혼 후 흐느적대던 몸과 마음이 비로소 단단해진 동시에 한 꺼풀 벗는 느낌도 있습니다. 내 삶의 마스터키를 쥔 것 같고, 소명이랄까, 본래 음성이랄까, 살아갈 의미랄까 이런 것들이 좀 더 분명해진 듯합니다.
Q. 이번 책을 통해 독자들과 나누고자 했던 위로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인간의 위대함은 운명을 바꾸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운명을 그대로 살아내는 데 있다고, 그것이 운명을 바꾸는 길이자 본래 자기로 사는 모습이라고, 지금 이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껴안아 버리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약점과 실패와 좌절과 붙잡힌 발목과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들이, 좋아지지도, 그렇다고 놓아지지도 않는 그 부족함과 모자람이 나를 성장시키고 타인을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지금 이 자리가 순식간에 살 만한 자리로 변합니다.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다면’ 그대로 안고 살아가십시오. 제가 그렇게 살아보니 그럭저럭 살아집디다.
Q. 자생한방병원 사이트에 ‘영혼의 혼밥’이란 타이틀로 2018년 1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쓴 글 300편 가운데 100편을 엮은 책입니다. 어떤 기준으로 글을 추리셨나요?
‘인생은 목차다’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책을 낼 때 목차를 명확히 하고 의미별로 파트를 구분하면 글 내용은 저절로 정리가 됩니다. 삶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뒤섞이고 모호하게 흩어져 도무지 길이 안 보이는 것 같을 때는 인생을 목차로 나눠보는 겁니다.
책에는 ‘나이 50 이후 참 자기로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이란 긴 부제가 붙어있는데, 인생 중반의 목차와 같은 거지요. 참 자기로 살기 위해서는 우선 지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합니다. 현재 처지가 녹록하지 않더라도, 그럴수록 남은 삶은 더욱 명료해질 수 있습니다. 부족함 그대로 남은 생을 완주할 수 있다는 것을 제 경험을 통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인생의 반환점을 도는 나이, 그러니까 50 쯤 되면 인생 성적표가 나옵니다. 제 경우 가정 경영에서 낙제점을 받았지만 그래도 어쩝니까. 그게 제 현실인 걸요. 가던 길을 계속 갈 수밖에요. 다만 이제는 다른 목차와 여정으로 가야지요. 이번 책은 제게 후반 인생의 새로운 목차가 되었습니다. 스스로 만든 것이기에 목차마다, 100개 제목마다 감회가 새롭고 남은 생에서 충실한 이정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Q. 이혼 후 삶의 어떤 부분에서 ‘본래 자기(참 자기)로 산다는 것’을 체감하시는지요.
25년 동안 매 맞는 아내로 살았습니다. 결혼하자마자 호주로 이민을 갔고, 좁은 교민사회에서 가정폭력을 감추는 데만 급급해 서서히 자신을 잃어갔습니다. 어쩌면 제 자신은 처음부터 없었을지 모르죠.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 소외되고 고립됐고, 남편의 폭력 수위는 점점 높아져 이러다 맞아 죽겠다 싶어 맨 몸뚱이로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그 후 수순처럼 절박한 가난이 찾아왔지만 이는 오히려 저의 정신을 맑혔습니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는 인식이 현실을 직시하게 했고, 그때부터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차츰차츰 일어서며 내가 나로 산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14/감(感)]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고 있는가, 내가 아니고서는 살 수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가’라고 언급하셨습니다. 이 질문을 자신에게 한다면요?
우리는 각자 고유한 존재입니다.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남 다른 재능을 발휘하거나 각별한 사회적 성취를 거둬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가령 고통을 겪을 때 그 고통이 고유한 자기 몫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것을 통해 배울 게 있고 정신적, 영적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겠지요. 인생의 모든 면에서 남에게 설명할 수도,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그런 자신만의 삶을 산다면 남을 흉내내거나 부러워하면서 나 아닌 것에 연연할 필요가 없겠지요. 저는 혼자 견딘 세월이 저의 고유함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7년간 아무도 안 만났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치 동굴에서 쑥과 마늘만 먹고 곰이 웅녀가 됐듯이, 4.5평 원룸에서 책과 글만 ‘먹으며’ 견뎠습니다. 그것이 이제는 내면 자산이 되었고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고유함이 되어 가난과 고독을 넉넉하게 품고 살아가게 합니다.
Q. [46/삶의 농도를 더 짙게 하려면]에서 새해가 될 때마다 죽음 생각이 나곤 했다고 하셨습니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건가요?
우리는 ‘죽음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을 뿐, 살아있는 한 ‘죽음 그 자체’는 경험할 수 없기에 죽음에 대한 논의는 언제나 관념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죽음을 자주 말합니다. 뒤집어 말한다면 삶을 그만큼 공고히 다진다는 의미지요.
저는 어려서부터 죽는 것이 무서웠어요. 뭔가를 시도할 때마다 죽으면 다 끝인데 해서 뭐하나. 피땀 흘려 해냈는데 그 다음날 죽으면 어쩌지? 이런 두려움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랬던 제가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살았으니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해야 하나요? 죽음은 두려워할 일은 확실히 아니지요. 준비해야 할 일일 뿐. 최근 죽음학 연구자 최준식의 저서 ‘죽음 가이드북’을 읽었는데, 이 책은 죽음을 준비할 적절한 나이까지 가이드 합니다. 40세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하네요. 죽음을 준비하는 데도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지요. 많은 사람이 죽음 준비에 이미 늦었을 수 있지만,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을 죽음의 준비에도 적용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Q. [65/좋은 글을 쓰기 위한 딱 한 가지]에서 ‘내 글의 독자는 오직 나’라는 것을 명심하고, 죽을 때까지 정말 누구에게도 그 글을 보여주지 말라 조언하셨지요. 스스로도 그러한 글을 쓰시는지요?
이 말을 한 데에는 글이 그 사람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지요. 글은 그럴듯하게 쓰지만 실제 삶과의 괴리가 크거나 위선적인 사람도 있지요. 저도 예외가 아닐 테고요. 그 이유는 식당 음식처럼 내다 팔기 위한 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기 때문인데요, 그러다 보니 조미료를 쳐서라도 억지로 맛을 내야 하는 겁니다.
반면, ‘내 글의 독자는 오직 나 뿐’이라면 ‘집밥’처럼 소박하고 꾸밈없는 진정성어린 글을 쓰게 되지 않을까요? 제게 그런 시도는 호주에 사는 두 아들에게 편지 쓰기와 묘비명 쓰기가 될 것 같아요. 최근에 제 묘비문(文)을 이따금, 그러나 정기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실제 묘비에 새기고 말고와 관계없이 그 글만큼은 진실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발로인 거지요. 한 생이 완전히 문을 닫는 죽음 앞에서까지 거짓된 글을 쓴다면 생 자체가 거짓이었다는 의미이니까요. 묘석의 글은 살아서는 오직 나만을 독자로 함과 동시에, 죽어서는 모든 이들에게 공개되는 진실한 글이 되겠지요.
Q. 호주에 사는 두 아들은 아직 어머니의 글을 읽지 못했다죠. 그동안 출간해온 책 중 한 권이 번역본으로 나와 자녀들이 볼 수 있다면, 어떤 책을 고르고 싶나요?
한국으로 돌아온 2013년 이후 총 5권의 책을 냈는데, 그때마다 책머리에 “나의 두 아들 진원과 규원을 믿고 사랑하고 기다리며 이 책을 냅니다. To my lovely sons, Jinwon & Kyuwon”이라고 썼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제 글을 읽지를 못해요. 아주 어릴 때 이민을 가서 한글 독해력이 부족해서지요. 그런데 그게 다행이란 생각도 들어요. 만약 아이들이 제 글을 읽었다면 글 속 엄마와 자신들이 아는 엄마가 달라 당혹스러울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제 책이 영문으로 출판될 수 있다면 생명소설 ‘강치의 바다’가 되었으면 합니다. 삼국시대부터 독도를 까맣게 덮을 만큼 그 수가 많았으나 일본 강점기 때 멸종된 독도 강치 이야기로, 무자비한 도륙과 처참했던 대학살의 현장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어린 강치 한 쌍이 천신만고 끝에 호주 연안에서 구조되고, 일생을 동물원에서 보낸 후 아들 강치를 고향 독도로 돌려보낸다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내용입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한국의 식민지 역사를 이해하고, 해외 동포들의 애환을 강치를 통해 비유적으로 느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자신들의 처지와 뿌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Q. 책에서 ‘노자’ ‘장자’, ‘공자’ 등 성현들의 말씀을 통해 마음을 다독이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새기는 문장이 있다면요?
‘지자불언 언자부지(知者不言 言者不知)’를 들고 싶네요. 노자 도덕경 56장 첫 구절입니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는 뜻이지요. 나이 들수록 지갑은 열고 입은 닫아야 한다는데 현실은 그 반대지요. 저는 특히 글을 쓰는 게 직업인 사람이니 말과 글로 노상 업을 짓고 있습니다. 무심코 휘두른 혀로 영혼의 각을 뜬 적도 있었을 테고, 독을 묻힌 글 끝으로 누군가의 심장을 찌른 적도 있었을 겁니다. 존재의 참 모습과 실재는 언어적 표현 너머에 있다는 것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지요. 쉴 새 없이 나불대며 다 아는 것처럼 굴수록 실상과 진상에서는 점점 멀어집니다. 오히려 입을 다무는 순간 바른 이해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지요.
Q. 아울러 독서를 통해 인생의 면역력을 올리고 계십니다. 헌데 독서 근육이 없어 책 읽기가 힘들다는 분도 계십니다. 이들에게 독서에 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독서 근육’이란 말이 재미있네요. ‘마음 근육’이란 말도 있더군요. 마음에 근육이 있으면 인생에 면역력이 생깁니다. 마음의 근육은 독서 근육에서 키워질 것 같고요. 지난 7년 간 무지막지하게 책을 읽었습니다. 독서로 인해 마음의 공허함과 의존심이 시나브로 메워졌고 여간해선 상처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전에 없던 자긍심도 생겼고, 분별없이 남의 말에 휩쓸리지 않게 되었고, 비로소 내 인생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독서는 한 마디로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줍니다.
진짜 나는 책이 안 읽힌다, 도저히 못 읽겠다면, 하루에 한두 쪽씩만 읽어보면 어떨까요?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천권 책도 한 쪽씩부터’ 시작하는 거지요. 그 첫 책으로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을 권합니다. 농담이지만 이유는 있어요. 이 책은 한 제목 당 두 쪽으로 구성돼 있거든요. 부담 없이 금방 한 권을 읽어냈다는 성취감을 줄 겁니다.
Q. ‘백세시대 글쓰기 모임’을 하고 계십니다. 모임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요?
글쓰기는 ‘마음 기경’과 같습니다. 오래 방치해서 딱딱하게 굳고 척박해진 땅이나, 거꾸로 무리한 경작으로 기운이 고갈된 땅에 파종해 봤자 될성부른 싹이 올라오기 어렵지요. 백세시대의 글쓰기는 전반 인생을 살면서 굳고 지치고 피폐해진 마음을 기경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제가 이끄는 글 모임은 정직한 내면 돌아보기, 담담히 인생 회고하기 등으로 마음을 닦고, 마음의 빗장을 여는 것을 우선으로 합니다. 글을 도구로 마음을 기경하는 방식이지요.
지난 반평생은 외부의 것으로 살아왔지만, 남은 반평생은 자신의 것으로 살아야 합니다. 오롯이 자신의 덕과 정신력으로 인생 백세를 채워야 하는데, 제 생각엔 글쓰기가 가장 파워풀하다고 봅니다. 생애 대부분을 고난에 치여 왔고 앞으로도 빈곤과 고독 가운데 살아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면 인생 후반전은 글쓰기를 권합니다. 기대 이상으로 괜찮은 노후가 펼쳐질 것입니다.
Q. 말씀처럼 글쓰기를 통해 삶을 성찰하려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들에겐 어떤 이야기를 권하고 싶나요?
요즘 사람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글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는 글을 쓰지 못한다고 해요. 무슨 차이일까요. SNS에 쓰는 글과 내가 본래 쓰고 싶은 글이 다르다는 의미 아닐까요? 자랑, 맛집, 여행기, 남의 이야기 등이 넘치지만 이는 자기 성찰이나 삶의 정리와는 거리가 멀지요. 이런 글로는 자기를 만나지 못합니다. 보여주기 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아니, 보여주되 벌거벗은 자신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빤스’ 정도는 걸쳐도 되지만 갑옷으로 무장해서는 안 됩니다. 글을 쓴다는 건 용기를 요하는 일입니다. 자신에게 정직할 수 있는 용기가 나의 내면에 있는지를 먼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Q. 연기를 배운다고 하셨지요. 이렇듯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책은 거울이지요. 타인의 관점, 객관적 시각, 보편적 사유 등이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추지요. 나라는 개별자가 다른 사람을 통해 드러날 기회입니다. 반면 글쓰기는 내시경이랄까요? 자신의 내면을 샅샅이 훑어내는 작업입니다. 글이 정직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나의 ‘마음의 내장’을 면밀히 들여다보며 치유하는 겁니다.
연기를 배운 후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를 감추고서는 연기가 되질 않아요. 흔히 연기란 다른 사람의 삶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그 다른 사람이 곧 자신이더란 말이죠. 결국 너와 나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자아가 뒤섞이면서 ‘우리’로 태어나는 것이 연기의 세계라고 할 수 있지요. 앞으로 무엇을 새로 배우고 경험한다면 이렇듯 인간으로서 성숙할 계기가 되는 것이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 어떤 글로 독자와 만나고 싶으신지요?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지성과 감성이 주 역할을 하지요. 현대는 둘 중 정서지능, 감성지능을 우위에 두고 있고요. 글도 정보나 지식적인 것보다 마음에 울림이 있는 글을 더 좋아하지요. 이처럼 지성보다 감성이라면, 감성보다는 무엇일까요? 네, 영성이지요. 앞으로 제 글의 방향은 영성지능에 공명을 일으키는 쪽이 됐으면 합니다. 영성이 개발되면 ‘참 나’를 만날 수 있고, 자의식이 아닌, 참 나가 다른 사람과 관계하기 때문에 우리가 하나라는 의식을 깨웁니다. 그럴 때 우리는 진정한 자유와 참된 행복을 맛볼 수 있습니다.
△ 신아연 소설가·칼럼니스트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철학과를 나왔다. 21년 동안 호주에서 살다 2013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자생한방병원에 ‘에세이 동의보감’과 ‘천생글쟁이 신아연의 둘레길 노자’를 연재하며 생명과 마음치유에 관한 소설과 칼럼을 쓰고 있다. 노장인문단상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 생명소설 '강치의 바다' 치유소설 '사임당의 비밀편지' 인문 에세이 '내 안에 개있다'를 비롯, '글 쓰는 여자, 밥 짓는 여자',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등을 펴냈다.
하늘길이 닫혔다. 매년 당연하게 떠났던 해외여행은 잠정 중단되어 여행 일상에 제동이 걸렸다. 방구석 세계 탐방을 몸풀기로 시작했다. ‘부루마블’ 보드게임에서 아무리 많은 도시에 호텔을 사도 없어지지 않는 현장감을 채우고 싶었다. 안전상 멀리 떠날 수 없어 선택한 여행지는 ‘서울’. 이 도시에 뿌리내린 다른 나라를 찾아 나섰다. 거미줄 망처럼 펼쳐진 지하철을 이용해, 술 빚는 여행작가가 추천하는 서울 속 세계 음식점을 탐방해보자.
사직동 그 가게
아는 작가 동생이 이곳에서 일한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원활동가이며 ‘지기’라 불린다. 사직동 그 가게는 록빠(티베트 난민구호 단체, 티베트어로 ‘돕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출발했다. 이 공간은 지기들의 재능기부와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사직동 그 가게. 구어체 느낌의 상호다. 사직공원을 돌아 들어오면 약간 외따로 떨어진 가게가 보인다. 오른편은 티베트 관련 물품을 판매하는 소품 가게이며, 왼쪽 붉은 벽돌 문으로 들어오면 카페와 식당이 보인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그 흔적들을 찾는 재미도 있다. 이 가게는 인도 짜이, 라씨 그리고 커리를 판매한다. 커리를 주문하는 손님들은 주로 새우커리와 치킨커리를 선호한다. 두부커리, 시금치커리 같은 비건 메뉴도 있다. 인도 전통의 맛을 최대한 재현할 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아늑해 아지트에 머문 기분이 든다.
주소 서울 종로구 사직로9길 18
지하철역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구에서 454m
영업시간 매일 12:00~20:00 (Last order 19:30)
이스탄불그릴
공덕역 인근 노후한 건물들이 헐리고 새로운 마천루가 세워졌다. 자영 업장들이 서서히 건물 1층을 채웠다. 이스탄불그릴(Istanbul grilll)은 터줏대감 가게 중 하나다. 터키 사장님이 직접 구워주는 터키식 양갈비 그릴이 주요 메뉴다. 이스탄불그릴 사장님은 한국어에 능통하다. 벽면에는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사장님의 캡처 사진이 붙어 있다. 보통 두 명이 오면, 가장 무난한 메뉴가 이스탄불그릴(2인분)이다. 터키 빵+오늘의 수프+메인메뉴(그릴)로 취향에 맞게 6가지 종류로 세팅돼 있다. 식후에는 터키식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백범로 152
지하철역 5·6호선, 공항철도, 경의중앙선 공덕역 1번 출구에서 312m
영업시간 매일 11:00~15:00, 17:00~22:00, 주말 11:00~22:00 (명절 휴무)
레스쁘아 뒤 이부
지갑을 잃어버렸다. 함께 있던 친구는 내 행적을 물으며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도로 옆 우거진 쥐똥나무 속을 뒤지더니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다. 그 답례는 레스쁘아 뒤 이부(L'Espoir du Hibou)에서 이뤄졌다. 레스쁘아 뒤 이부는 청담동 속 작은 프랑스를 연상케 한다. 임기학 오너 셰프가 운영하는 12년 차 프랑스 정통 레스토랑이다. 그는 뉴욕 미슐랭 레스토랑인 다니엘(Daniel)에서 근무한 이후 이곳에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미슐랭 2020 가이드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높은 인지도만큼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한다. 건물 안쪽으로 들어오면 볕 좋은 오후, 테라스에 앉아 유유자적 프렌치 요리와 와인을 즐기기에 탁월한 공간이 나타난다. 5만 원에 제공되는 런치 메뉴는 애피타이저부터 본 요리까지 순서대로 맛볼 수 있다. 하우스 스페셜 메뉴인 ‘오리 다리 콩피’는 이 레스토랑의 시그니처 메뉴다. 콩피는 염장한 오리를 기름에 넣어 낮은 온도에서 오랫동안 삶은 뒤 굽는 프랑스 정통 조리 방식이다. 그밖에 킹크랩과 엔다이브샐러드, 양파수프, 광어파스타, 에스카르고(달팽이요리)를 추천한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152길 33
지하철역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4번 출구에서 456m
영업시간 매일 12:00~15:00, 18:00~22:00 (명절 휴무)
파르투내
색이 바랜 만국기가 펄럭인다. 여기는 동대문과 맞닿은 광희동. 만국기 아래 터를 잡은 몽골인들. 몽골타운 옆에는 중앙아시아 거리가 있다. 러시아, 몽골,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를 기점으로 접경 지역에 있는 나라의 동포들이 이곳에 모여 살면서 상점을 형성했다. 여기는 ‘서울의 실크로드’다. 그 중심에는 파르투내(Restaurant Fortune)가 있다. ‘Fortune’는 러시아어로 ‘파르투내’이고, 영어로는 ‘포춘’이라 명명한다. 우즈베키스탄 남편과 러시아 아내가 9년째 운영 중이며, 건물 1층은 케이크 등을 판매하는 카페, 2층은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본격 요리를 하는 레스토랑이다. 얼마 전, 맞은편에 식품 마트를 새로 오픈해 총 3개의 업장을 보유하고 있다. 현지인과 우리나라 손님 모두에게 인지도가 높다. 메뉴 책은 두껍고 무거워서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수프, 샤슬릭, 차가 기본 조합이다. 샤슬릭은 양, 닭, 소고기를 구운 러시아식 꼬치 요리인데, 평소 우리가 흔히 아는 꼬치보다 3배 정도 크다. 우즈베키스탄식 누들수프인 라그만은 기름진 우육면과 비슷한 식감이다. 감자샐러드 속에 당근과 비트 그리고 청어가 들어 있는 독특한 청어샐러드도 있다. 러시아 맥주 발티카와의 페어링이 무난하나, 러시아산 보드카에 도전해보자. 후식으로는 꿀 케이크인 메도빅과 러시아 차를 권해본다.
주소 서울 중구 마른내로 154
지하철역 2·4·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6번 출구에서 121m
영업시간 매일 10:00~23:00, 일요일 09:00~22:00 (첫째, 셋째 주 월요일 휴무)
페트라
페트라(PETRA)는 서울 지부 중동 음식 순례지 중 0순위로 꼽힌다. 한국에서 중동 요리를 처음으로 선보인 음식점이기 때문이다. 레스토랑 대표 야서 가나옘은 순수 요르단 출신이다. 폭넓은 중동 음식 중 동지중해 부근의 레반트(Levant) 지역 음식을 선보인다. 특히 대부분의 재료를 요르단에서 공수해온다. 음식점 내부 문양만 봐도 이슬람 사원 속 어딘가에 온 듯하다. 페트라는 할랄 의식을 치른 고기로만 요리하는 할랄 레스토랑이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별도의 메뉴도 있다. 병아리콩을 삶아 각종 채소와 섞어 동그랗게 튀긴 팔라펠이 대표 메뉴이며 홈머스, 타볼리샐러드, 캅사, 쿠스쿠스 등 요르단 가정식을 맛볼 수 있다.
주소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40길 33
지하철역 6호선 녹사평역 1번 출구에서 181m
영업시간 매일 11:00~22:00
울프하운드
펍(Pub)은 ‘퍼블릭 하우스’(Public house)의 준말로 ‘공공장소’란 뜻이며, 맥주의 동력으로 이야기를 생산하는 곳이다. 펍이 유래한 영국뿐만 아니라 그 옆 나라 아일랜드에도 아이리시 펍이 성행했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만 해도 1000개에 가까운 펍이 존재한다. 아일랜드 문호인 제임스 조이스가 “펍을 피해 더블린을 걷는다는 건 마치 퍼즐게임을 벌이는 것과 같다”고 말할 정도다. 서울에 현지 아이리시 펍을 그대로 옮겨놓은 곳이 있다. 바로 울프하운드(The Wolfhound) 펍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외국인(특히 영어권 국가) 손님 비율이 높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중요한 아일랜드 스포츠 경기가 있는 날이면 대형 모니터 앞에 모여 맥주를 들고 응원하는 장관이 펼쳐진다. 아일랜드 대표 맥주인 기네스와 크림 에일 맥주 킬케니를 생맥주로 주문할 수 있다. 시그니처 메뉴는 달콤하면서 매콤한 치킨윙과 피시앤칩스다.
주소 서울 용산구 보광로59길 10
지하철역 6호선 이태원역 4번 출구에서 95m
영업시간 매일 16:00~02:00
하노이102
성수동 주택가에 붉은 벽돌로 된 2층 주택 앞에서 머뭇거렸다. 간판이 보이지 않았다. 흰색 바탕 족자에 세피아 톤으로 그려진, 베트남 여성으로 추정되는 그림만이 이 건물의 힌트였다(현재는 이 그림 아래 한글로 상호가 새겨짐). 용기를 내어 문을 열었다. 특유의 베트남 쌀국수 향이 코끝을 자극하면서 의문이 해소됐다. 하노이102(Hanoi102)는 근처에 위치한 ‘할머니의 레시피’를 운영하는 대표가 베트남을 콘셉트로 오픈한 레스토랑이다. 대표는 약 7년 동안 하노이에서 생활하면서 하노이 가정식을 섭렵했다. 가구, 테이블 등 작은 소품까지 베트남에서 공수해와 레스토랑을 꾸몄다고 한다. 베트남은 프랑스 지배하에 있던 나라다. 그래서일까. 레스토랑 내부는 프랑스 느낌이 물씬 난다. 같이 온 친구들과 소품의 디테일을 감상했다.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다. 이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는 쌀국수, 철판 분짜, 쌈에 싸 먹을 수 있는 튀긴 만두 넴 등이 있다. 느끼함 없이 담백하고 깔끔하게 맛이 떨어졌다. 식후에도 인증 사진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을 정도로 내부 디자인에 감탄했다.
주소 서울 성동구 서울숲6길 18
지하철역 2호선 뚝섬역 8번 출구에서 356m
영업시간 매일 11:30~22:00, 18:00~22:00 (Last order 15:00, 21:00, 화요일 휴무)
한식을 비롯해 중식, 일식 등은 어디에서든 쉽게 맛볼 수 있다.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된 정통 요리의 맛을 경험할 기회가 적은 음식이기도 하다. 가끔은 호텔을 찾아 근사하고 품격 있는 아시안 다이닝을 즐겨보자.
◇ 더 플라자 호텔 ‘주옥’ & ‘도원’
한식 양념의 기본이 되는 장과 식초를 활용한 사계절 요리를 선보이는 한식 레스토랑 ‘주옥’. 지역 제철 농산물과 해산물,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우, 한돈 등 국산 식재료를 활용해 그야말로 ‘주옥같은 맛’을 선사한다. 이곳만의 발효 기법으로 직접 만든 30여 가지의 식초는 다양한 요리에 쓰이며 고유의 풍미를 더한다.
전통 중식 레스토랑 ‘도원’에서는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을 콘셉트로 한 고급 중식 요리를 선보인다. 시그니처 메뉴인 해황중찬을 비롯해 돼지고기 탕수육, 북경식 오리 등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관광객들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
◇ 제주신화월드 ‘아시안 푸드’의 집합소
제주신화월드에는 제주 특산물 요리 한식당 ‘제주선’, 격조 높은 광둥식 다이닝 레스토랑 ‘르쉬느아’, 일본식 라멘 전문점 ‘제라멘’ 등 다채로운 아시안 레스토랑이 마련돼 있다.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늦은 오후에는 아시아 각지의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실내 야시장 ‘아시안 푸드 스트리트’를 운영해 다채로운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
◇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타마유라’
일본 정통 가이세키 요리를 만날 수 있는 프리미엄 일식당 ‘타마유라’. 계절감과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코스 요리가 제공된다. 레스토랑 내 공간은 각각 8석의 스시 카운터와 데판야키 스테이션 외에 7개의 별실로 구성돼 프라이빗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일본 프리미엄 티와 다도를 체험할 수 있는 바도 함께 운영한다.
◇ 해비치 호텔 앤드 리조트 ‘중심’ & ‘수운’
한식당 ‘수운’에서는 조선시대 조리서 ‘수운잡방’을 모티브로 한 모던 한식을 선보인다. 헛제삿밥 스타일의 육회 비빔밥, 궁중 연회 음식 우족편 등 다양한 일품요리가 마련됐다. 중식당 ‘중심’에서는 한국인 입맛에 맞는 광둥식 베이스의 정통 중식을 만날 수 있다. 쯔란 등갈비, 대만식 새우볶음밥 등 이색 메뉴가 돋보인다.
◇ 워커힐 호텔 앤 리조트 ‘모에기’
일식당 ‘모에기’에서는 전망 좋은 프라이빗 다이닝 룸에서 정통 가이세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독립된 공간의 스시 바에서는 일본 동경의 에도마에 기법을 전승한 최고급 스시를 제공한다. 더불어 한층 더 풍부하게 일식 다이닝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곳 사케 전문가가 추천하는 사케를 함께 곁들여보길 추천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서울 을지로에 있는 유명 맛집 ‘을지로보석’을 찾아 촬영한 사진을 올려 관심을 모았다.
을지로는 최근 2030세대가 가장 주목하는 ‘힙한 동네’로 주목 받고 있다. 신선하고 개성 있음을 표현하는 영어 단어 ‘힙’(hip)과 ‘을지로’를 합쳐 ’힙지로’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날 정 부회장은 을지로보석 매장 한쪽 벽에 “을지로의 보석, 대한민국의 보석, 나의 보석, 우리들의 보석. 번창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남긴 사진을 비롯해 음식 사진 여러 장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서울 중구 저동에 위치한 을지로보석은 시간 단위 예약제로 운영된다. 월 단위로 예약을 받고 있어 방문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개장한 이곳은 육해공에서 얻은 제철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정 부회장은 SNS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다. 그는 해외 출장, 점포 개장, 자녀 생일과 소소한 일상을 SNS에 공유하며 소통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그를 팔로우한 사람은 25만명이 넘는다.
한편 정 부회장의 이번 방문이 이마트의 새로운 사업으로 연결될 지도 관심사다. 앞서 정 부회장이 즐겨 찾는 맛집이나 식료품점이 외식사업과 연계된 사례가 다수 있었다.
서울 홍대의 유명 중식당 ‘초마’, 미쉐린가이드에 등재된 ‘금돼지식당’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미쉐린가이드 1스타를 받은 중식당 ‘진진’과 함께 선보인 ‘피코크 진진멘보샤’를 SNS에서 추천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2020년도 한 달이 지났다. 시간의 속도가 빠르게 느껴지는 만큼이나 자기 인생도 스스로 매니지먼트하기를 바라는 것은 누구나 가지는 마음일 것이다.
내가 속해 있는 세상의 모습을 알아야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기가 더 쉬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낸 ‘트렌드 코리아 2020’을 읽었다. 책에서 이야기한 여러 트렌드 중에서도 ‘공간의 재탄생, 카멜레존’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성수동은 변해 있었고, 변해 가는 중
지난해 우리 사회에 나타났던 도심의 낡은 시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개선해 새로운 공간으로, 새롭게 만든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다. 책에서는 공간을 재해석하고, 체험형 성격 중심으로, 서로 다른 성격의 업종들을 모아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이런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트렌드라고 예측했다.
책에서 언급한 여러 사례 중 서울 성수동에 있는 ‘성수연방’을 찾아갔다. 내 기억 속의 성수동은 사각형 모양의 2층으로 된 건물과 마당을 가진 영세한 공장들, 구두가 가득 진열된 쇼윈도의 수제화 점포들이 밀집해 있는 주거, 공업 지역이었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내린 후 만난 ‘성수이로 길’은 기억의 성수동과 달랐다. 여전히 많은 소규모 공장과 차량 정비공장, 공장 창고, 수제화 점포들이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기억에 있는 거리의 을씨년스러움이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이 달라질 정도로 해일이 몰려와 거리를 바꿔놓은 것은 아니었다. 옛것의 낡음을 재해석해서 탈바꿈시킨 몇몇 공간과 건물들이 길의 풍경을 바꾸는 중이었다.
창고의 외벽을 그대로 살린 채 투박스러운 나무로 꾸민 카페는 세상살이에 꽁꽁 얼어붙은 사람들의 날 선 경계심을 조금씩 늦춰 주고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를 찾기가 어려운 그림 전시장은 나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했다.
가난한 화가 지망생의 캔버스가 되어버린 골목길 어귀의 담장 스페이스는 자꾸 눈길을 끌었다.
길 건너편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공간의 세련된 음식점들이 계속해서 나를 유혹했다.
이제 ‘성수이로 길’에서는 뉴욕 브루클린(Brooklyn)의 향기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억지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뒤에서 천천히 바라볼 수 있어 더 많은 시간의 모습이 보였다. 길을 걸을 때 어깨에 살포시 내려온 겨울 햇살이 지나간 시간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켰다.
삶 속에서 나를 안아주는 길. 그런 길을 또 하나 찾은 2월의 오후였다.
화학공장에서 변한 ‘성수연방’의 모습
‘성수연방’은 화학공장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 곳이다. 성수동의 랜드마크가 된 이곳은 ‘ㄷ’자 모양의 3층 건물이 양옆으로 서 있으며, 건물과 건물 사이의 1층 공간은 정원과 파빌리온으로 구성되어있다. 각 건물 2층 양 끝에는 건물을 서로 연결해 주는 통로가 있다. 새로운 트렌드의 복합문화공간 ‘성수연방’을 구성하는 각 공간을 소개한다.
띵굴마켓(Thinggool)
Better day, Better living가 컨셉인 라이프스타일 편집 숍이다. 각종 주방용품부터 생활용품, 음식까지 각 카테고리의 상품들을 예쁘게 잘 정리 해놓았다. 가격과 디자인 모두 실용성을 추구하는 매장이나 편집 매장의 특성상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전시된 제품과 인테리어를 보면서 일상생활을 꾸밀 상상을 한다면 행복해질 것이다.
인덱스(index caramel): 수제 캐러멜 판매 매장. 설탕 대신 100% 사탕수수 등 천연재료로 자연스런 단맛을 내는 12가지 캐러멜을 판매하는 매장.
리카리카(likalika): 반려동물 토탈라이프 스타일 제품 판매 매장. 반려동물과 관련된 음식, 봉제품 등 판매.
샤오쟌: 구아바오 등 대만식 음식 전문점
창화당: 만두, 튀김, 떡볶이를 판매하는 익선동 맛집으로 유명한 곳
JAFA 브루어리: 소규모 맥주 제조 시설을 갖춘 브루어리, 도수가 가볍고 마시기 쉬운 독일식 맥주를 지향해 만든다. 품질이 검증된 재료로 한정된 수량만을 생산한다.
아크앤북: 전문 큐레이션에 의해 취급 도서와 관련 제품을 선정해서 판매하는 편집형 서점이다. 현재 전국에 4개 매장이 오픈되어 영업 중이다. 성수연방의 카테고리 콘셉트는 마일(Mile 책과 독자 사이의 거리를 의미한다).
- 1마일: 평소 독자가 늘 곁에 두고 보는 책과 소품들
- 10마일: 생활 관련 도서와 집을 나설 때 드는 물건들
- 100마일: 국내 여행, 문학 관련 책. 밖에 나가서 놀고, 쉬고 싶을 때 사용하는 가볍고 단순한 소품들
- 1000마일: 해외 여행 관련 책과 소품, 가방들,기타 미술 등 전문 서적 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서 외에 액세서리, 캐리어, 일상 소품과 자체 브랜드인 ‘로우로우(RAW ROW)’의 잡화도 취급하고 있다.
존 쿡 델리 미트: 오픈형 공장 형태로 매장을 꾸민 육가공 식품 전문회사. 햄, 소시지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판매하며, 제조 생산 과정을 이곳에서 다 볼 수 있다. 플레트 메뉴를 취식할 수 있는 테이블도 구비되어 있으며, 소시지 제조 클래스 수업도 진행한다.
천상가옥: 명실공히 성수동의 핫 플레이스인 예쁜 카페. 투명한 천장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압권이다.
트레킹과 맛집 순례가 대세다, 방송과 각종 매체들이 국내는 물론 산티아고 순례길 등 해외 코스까지 샅샅이 소개하고 있다. 과장되고 억지스런 스토리가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경쟁적으로 취재에 나섰으니 뭔가 성과를 보여줘야겠고, 그러다 보니 무리한 소개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시니어 세대를 위한 길과 맛 소개는 소홀하다. 시청률이나 구매력 면에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동년기자들을 통해 편하게 걸으면서 그 지역의 특별한 맛도 즐길 수 있는 ‘Road & Food’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탐라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오 솔레 미오’
제주의 풍광은 역시 항상 ‘정답’이다. 더욱이 지금은 가을철임에랴.
먹거리 취재만 아니라면 오늘은 햇빛을 받으며 해안길 따라 하염없이 걷고 싶다. ‘오 솔레 미오(O Sole Mio)’라도 멋들어지게 부르면서. 그러나 우선 먹거리 취재부터 해야 한다. 하긴 걸으려면 뱃속을 채우는 게 우선이기도 하겠다.
먹방 프로그램에 많이 소개됐다는 우진해장국(제주시 서사로 11)에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다. 사진기자가 9시에 식당에 가서 대기번호표를 받았다. 대기시간은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1만9000원의 고사리해장국이 별미다. 그러나 소중한 아침 시간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각자가 선택할 사항이겠다.
모슬포에 사는 친지의 권유로 사계리 해안을 돌기로 했다. 그의 제안에 따라 오늘은 숙소가 있는 곳에 차를 놔두고 버스를 이용했다. 버스를 타고 아주 멀리까지 갔다(꽤 빙빙 돈다). 같은 제주 섬인데도 북쪽 제주시 해안과 느낌이 확연히 다른 남서쪽 해안의 풍광이 보인다. 제주에 올 때마다 이런 느낌이 계속 드는 건 아마도 도시화 진척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교통량도, 바닷가 풍경도 차이가 난다. 실제로 가파도 선착장 근처에서는 몇 명의 해녀가 바닷속으로 들어가 소라, 전복 등을 캐고 있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자연산!
“이거 모두 3만 원에 사서 듭소!”
해녀 한 분이 권하는 대로 꽤 많은 양의 소라를 사서 먹기로 했다. 해녀가 근처 탈의실에 가서 초고추장을 가져오더니 그 자리에서 소라를 까서 바닷물에 씻어준다. 오도독오도독 씹히는 식감과 함께 상큼하게 올라오는 바다 맛이 별미다. 이번 제주 취재 여행의 먹거리 중 으뜸!
간식은 간식이고 점심은 또 해야겠기에 일대에서 밀면 맛있다고 소문난 산방식당(서귀포시 대정읍 하모이삼로 62)을 찾았다. 부산에서 많이 먹는 밀면은 이북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냉면이 그리울 때 메밀 대신 밀로 만들어 먹은 음식이다. 이 식당은 밀면 맛도 좋지만 돼지 수육이 별미로 꼽힌단다. 특이하게도 제육을 찍어먹는 양념으로 고추장을 내온다. 새우젓과 된장을 찾으니 단호하게 없단다.
점심식사 후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추사 김정호 유배지를 돌아보고 서귀포 시내 한가운데 위치한 이중섭 기념관도 찾았다.
9년간 이곳에서 유배생활을 한 조선의 대표적 문장가이자 서예가인 추사는 유배지에서도 후학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구석구석 그의 흔적을 느껴본다. 유배 중에 그린 ‘세한도(歲寒圖)’의 발문에는 “날씨가 차가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알 수 있다”는 공자의 글이 들어 있다.
이중섭이 전쟁통에 헤어진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그린 그림들도 감상했다. 제주여행 중 이들의 흔적을 살펴보며 한 번쯤 깊은 사색에 잠기는 것도 좋겠다.
수월봉 - 자구내 포구길은 걷기 좋은 올레길 코스로 많이 소개됐다. 이 길을 걸으며 전망 좋은 카페를 만났다. 1시간여 계속된 취재를 잠시 쉬면서 넋을 잃고 차귀도와 바다를 감상했다.
친지의 차를 얻어 타고 제주시 쪽으로 향했다. 신창-용수 해안도로를 타고 올라가다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며 내려준 곳. 월령 선인장마을에는 바닷속에 일렬로 박혀 있는 수십 대의 풍력발전기가 있다.
일몰과 함께 찍은 사진이 대박!!! 해가 질 때 꼭 이곳을 찾아 석양과 ‘바람개비’를 감상해보기를 권한다.
“황 기자, 저쪽으로 좀 더 가서 찍어보지!”
“더 가면 바닷속인데요. 후훗!”
풍력발전기 풍광 사진이 너무 탐나서 동료기자를 바다에 밀어 넣을 뻔했다. 저녁에는 대정읍 하모항구로에 위치한 덕승식당을 찾았다. 우럭매운탕이 일품. 국물이 칼칼하면서도 특이한 맛이다.
몸국 한 사발에 담긴 제주의 맛
몸국은 돼지고기를 삶은 국물에 해초인 모자반과 돼지고기를 넣어 끓인 국이다. 취재기자들은 몸국을 제주 이외 지역에선 먹어보지 못했다. 제주의 특별 음식 중 하나인 ‘김희선제주몸국’(제주시 어영길 19)이 소문이 자자하다기에 찾아갔다.
식당은 자그마했다. 6000원짜리 몸국, 1만 원짜리 성게미역국에 대한 평가점수를 모두 후하게 줬다. 김희선제주몸국은 다른 식당보다 몸(모자반의 제주도 사투리)을 풍성하게 쓰고 약간 매콤하게 맛을 냈으며 성게의 양도 풍부하고 싱싱했다. 한마디로 둘 다 진국이었다. 이 집 몸국은 전국으로 소문이 나서 서울에서도 택배 신청을 한단다.
맛있게 아침을 먹고 자동차로 5·16도로를 달려 서귀포로 넘어갔다. 5·16도로는 한라산을 관통하는 제주도의 남북 연결 도로 중 가장 경관이 좋다. 특히 서귀포에 거의 다다르면 도로 양쪽의 우거진 나무들이 만든 숲 터널이 눈앞에 펼쳐진다. 지그재그로 굴곡이 심해 상업용 차량 이용률은 높지 않다고 한다.
올레길에서 가장 인기 높다는 7코스의 바다에 우뚝 솟아 있는 바위가 있다. 바로 외돌개. 중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어 이 길을 걸으면 행인들 속에서 중국말이 자주 들려온다. 해안 중간에 위치한 널찍한 바위 좌우에서 스카프를 휘날리며 사진을 찍는 여인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외돌개 바위 좌측에는 호수처럼 보이는 자그마한 천연 바다수영장이 있다.
여름이 되면 이곳에서 스노클링을 한단다. 스노클링을? 다시 보니 최적의 장소다. 해변에 붙어 있고 앞으로는 큰 바위들이 막아주고 있어 안전할뿐더러 아늑하기까지 하다.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 그물을 쳐놓고 하는 스노클링보다 규모 면에서는 작지만 안전성은 높다. 어린이 스노클링 장소로도 제격이겠다. 제주에 자주 오는 사람들도 잘 모르는 장소란다.
점심식사 장소로 택한 식당은 시내 의 오분자기 뚝배기의 원조격 식당. 그러나 이번 제주 맛 취재를 위해 방문한 곳 중 가장 실망스러운 식당이었다. 죽은 미리 끓여놨는지 시키자마자 곧바로 나왔고 뚝배기 맛은 겉돌았다. 그런데도 가격은 높았다. 점심시간이 한창인데도 손님이 많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저녁때는 더 맛 좋은 흑돼지 구이 식당을 찾기 위해 기자들이 각자 흩어졌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의견을 취합해본 결과 흑돼지 구이 맛은 대동소이! 다시 한 번 제주의 흑돼지고기 맛은 대부분 괜찮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전날 흑돼지 안주로 과음들을 한 탓일까. 갈칫국으로 해장을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부둣가에 있는 물항식당(제주시 임항로 37-4)을 찾아갔다. 수산물은 역시 부둣가 식당이 최고다. 재료가 신선하고 양도 푸짐하다. 전복뚝배기 1만5000원, 갈칫국 1만3000원, 갈치구이백반 1만3000원, 성게국 1만3000원. 아침식사비로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맛이 훌륭했다.
내친김에 자리물회와 한치물회 맛까지 보려 했으나 제철이 아니란다. 돌이켜보니 이번에는 제주에 와서 회다운 회를 먹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취재를 마치고 물항식당에서 저녁식사까지 해결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도시에는 대표 빵집이 있게 마련이다. 전주의 풍년제과, 여수의 거북선빵집 등이 잘 알려진 빵집이다. 제주에는 보리빵을 파는 신촌덕인당(본점, 제주시 조천읍 신북로 36)이 있다. 매장에는 대기하는 손님을 위한 테이블이 딱 하나만 놓여 있다. 순수한 보리빵과 팥보리빵, 통팥보리빵 등을 판매한다. 건강한 빵이라는 느낌이 든다.
함덕해수욕장은 제주에서 보기 드문 고운 모래의 넓은 백사장이 조성돼 있다. 왼쪽은 해변에서 10여m 나갈 때까지 바닷물이 허리 정도의 깊이밖에 안 돼 가족 놀이터로 제격이다. 제주 시내에서 가까워 이용객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영산강을 끼고 도는 도시 나주의 대표 음식은 두말할 필요 없이 곰탕과 홍어다. 나주 곰탕은 담백하고 영산포 홍어는 입맛을 톡 쏘는 자극적인 맛이다.
나주곰탕이 생겨난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20여 년 전 오일장에서 상인과 서민이 즐겨 찾던 곰탕에서 유래됐다는 것과 일제 강점기 때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쳐온 조선, 임진왜란으로 농토가 망가진 후 생활이 궁핍해진 백성들은 집에 있는 세간살이를 가지고 나와 팔기 시작하면서 장시(오일장)가 시작되었다. 장시가 최초로 열린 곳이 나주다.
5일마다 돌아오는 장날에 전국 각지에서 나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소의 머리고기, 내장 등을 푹 우려낸 나주곰탕 한 그릇이면 속이 꽉 차기도 하거니와 장날의 북새통 속에서 국밥을 후루룩 들이켜면 먹는 시간을 줄일 수도 있었다. 전통식 나주곰탕이 토렴한 이유를 알만하다. 토렴 과정을 거치면 보통 75℃로 맞춰진다. 허기에 갑자기 들이키는 국물에 입천장을 델 염려가 없는 음식 온도다. 장터 풍경에 국밥을 먹는 이들의 모습이 겹쳐져 나주곰탕에 담긴 지혜를 깨닫는다.
일제강점기에 나주곰탕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는 다소 의외다. 먹을거리가 없어 배를 곯았을 그 당시에 나주곰탕이라니? 나주에 일본인이 운영하는 군납용 소고기 통조림 공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통조림을 만들고 남은 내장 등, 소의 부산물을 몽땅 넣고 푹 끓여낸 것이 나주곰탕이라는 얘기다. 곰국을 끓이면 국물 위로 노랗게 기름기가 뜬다. 기름기를 일일이 걷어내고, 식혀서 하얗게 굳어지면 다시 또 걷어낸다. 통조림을 만들고 남은 재료를 넣고 끓였으니 누린내와 기름기가 심하여 그 과정은 배의 시간이 필요 했다. 결과적으로 말간 나주곰탕이 만들어졌다.
나주 곰탕집 거리에서 만나는 나주곰탕은 소의 살코기를 넣어 6시간 이상 푹 끓여 국물이 말갛다. 주로 사태, 목심, 양지를 사용한다. 고기는 건져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두었다 밥을 말아 뜨거운 국물로 수차례 토렴한 위에 얹어 손님에게 나간다.
내륙으로 둘러싸인 나주에 홍어라니? 나주는 분명히 육지 한가운데에 있는데도 홍어가 유명하다. 홍어는 흑산도가 본산지인데 영산포까지 오게 된 유래를 따라가 본다.
고려 말 왜구의 잦은 침탈을 보다 못한 조정에서 섬 사람들을 육지로 이주시켰다. 흑산도 사람들이 이주한 곳이 나주다. 흑산도는 섬이라는 특성에 맞게 어업이 발달하였고 홍어가 많이 잡혔다. 나주에 이주하였으나 어장인 흑산도로 가서 생선을 잡아서 나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데는 보름이 걸렸고 이 과정에서 다른 생선들은 썩어서 버려야 했는데 홍어는 썩은 듯하나 먹어도 탈이 나지 않았다. 암모니아에 의한 발효로 삭힌 홍어가 음식이 되는 순간이다. 삭힌 홍어는 흑산도 뱃사람들이 별미로 먹기 시작하면서 조선시대에는 나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 되었다. 조선 후기의 학자 정약전이 쓴 에는 ‘나주사람들은 삭힌 홍어를 즐겨 먹는다. 탁주 안주로 곁들여 먹는다’라는 기록이 있다.
홍어를 제대로 삭히려면 4단계 공정이 필요하다. 실온 숙성, 냉장 숙성, 냉동 숙성 다시 냉장 숙성 과정을 거쳐야 홍어 특유의 맛과 육질이 살아난다. 영산포 홍어의 대부분은 해외 원정 산이다. 칠레나 알래스카산 홍어다. 가끔 흑산도 홍어가 공수되는데 한 마리에 50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가격이 높다. 홍어는 보통 돼지고기, 김치와 함께 삼합으로 즐긴다. 홍어 정식을 주문하면 삭힌 홍어 외에도 찜과 튀김요리, 애 등을 함께 맛볼 수 있다. 처음 접하면 코끝을 콱 찌르는 냄새에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다가 한 번 두 번 먹다가 푹 빠져드는 음식이 홍어다.
영산포 홍어(나주시 영산3길 6번지)
홍어 초보자부터 즐겨 먹는 이들까지 두루 만족하게 할만한 맛집이다. 1인 2만 원(칠레산)이라는 착한 가격에 홍어삼함, 애, 찜, 튀김, 전, 탕까지 다양한 홍어음식을 맛볼 수 있다. 흑산도산 홍어정식은 4만 원이다.
나주곰탕
국밥의 형태가 전통식이지만 최근에는 밥과 탕을 따로 내는 곳도 많아졌다. 고기 맛과 육질은 집집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얀 집과 노안이 널리 알려져 있고 사매기나주곰탕, 탯자리나주곰탕도 추천한다. 곰탕은 9천 원이다.
전화, 문자, 카메라 정도로만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있다면, 10년 전 휴대폰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처음 휴대폰이 나왔을 때 우리가 경험했던 편리함보다 훨씬 더 많은 스마트 서비스가 넘쳐나는 시대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둘러보면 ‘이런 것도 다 되는구나’ 하고 감탄할 만큼 다재다능한 앱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단순히 발견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사용해보며 익숙해져야 제대로 된 스마트 라이프를 누릴 수 있다. 상황별로 시니어가 활용해볼 만한 스마트 앱과 서비스를 소개한다.
◇ 낯선 나라도 문제없다, 해외여행 필수 앱 체크리스트
해외여행을 떠날 때 여권, 티켓, 옷, 상비약 등 준비물 체크리스트를 마련하곤 한다. 이젠 이러한 기본 체크리스와 더불어 해외여행용 스마트폰 체크리스트도 꼭 필요하다.
첫 번째 체크리스트는 여행지 구석구석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정보 앱이다. ‘트립어드바이저’는 여행지에서 가볼 만한 관광지와 맛집, 숙소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실패하지 않는 여행을 계획하는 데 도움을 준다. 누구나 여행지에서 지저분한 호텔, 맛없는 음식점, 불친절한 가게 등을 피하고 싶을 것이다. 이때 업소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장점만 늘어놓기 때문에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트립어드바이저’는 한마디로 여행자의 방명록이다. 리뷰 메뉴를 통해 해당 여행지 곳곳을 다녀간 이들의 솔직한 리뷰를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좋다, 나쁘다 수준의 리뷰가 아닌 여행지에서 겪은 경험과 유용한 팁, 꼭 가봐야 할 곳, 놓치지 말아야 할 즐길 거리, 현지에서의 애로사항 및 문제점 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리뷰를 통해 여행지 리스트를 정리했다면, 항공권과 숙소 예매까지 ‘트립어드바이저’를 통해 원스톱으로 해결 가능하다.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장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줄 앱이다.
두 번째 체크리스트는 낯선 도시를 돌아다닐 때 반드시 필요한 지도 앱 ‘구글지도’다. 특히 처음 가보는 해외에서는 모두 길치가 될 수밖에 없다. 이때 ‘구글지도’가 구세주 역할을 한다. 지도 앱은 많지만 ‘구글지도’는 어느 나라를 가도 현지 언어와 한국어가 동시에 표시되기 때문에 가장 권할 만하다. 가고 싶은 관광지 이름을 알고 있을 때 원어가 아닌 한글로 입력해도 지도에 목적지가 표시된다. 예를 들어 일본 삿포로에 여행 가서 근처 오도리공원으로 산책을 나가고 싶을 때, 앱 검색창에 ‘오도리공원’이라고 한글로 쳐서 검색하면 지도에 위치가 나타난다. 물론 현지어로도 표시가 된다. 목적지까지의 교통편과 소요시간을 알고 싶으면 ‘길찾기’ 메뉴를 이용하면 된다. 차로 이동할 경우,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경우, 걸어서 이동할 경우의 루트와 시간을 각각 확인할 수 있어 여행 스케줄을 짜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는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까지 친절하게 알려줘 처음 방문하는 도시라도 내가 살던 동네처럼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다.
세 번째 체크리스트는 번역 앱이다. 깊이 있는 대화는 어렵지만 길을 묻거나, 식당에서의 주문 등 간단한 대화는 번역 앱으로도 충분하다. 해외여행자들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뿐만 아니라 생소한 언어권에서도 활용도가 높은 ‘구글번역’을 가장 많이 애용한다. ‘구글번역’은 스마트폰 앱 화면에서 한국어와 원하는 언어를 선택하고 말을 하면 자동 번역을 해준다. 예전에는 내가 먼저 말하고 상대방이 말할 때 다시 번역 버튼을 눌러야 했지만 ‘대화’ 기능이 추가돼 스마트폰을 앞에 두고 각자의 언어로 말을 하면 자동 번역을 해준다. 번역 앱의 능력과 편리함을 경험하면 해외여행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몸소 느낄 것이다. 언어의 장벽을 허물어내고 거침없이 낯선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고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여행지에서의 기쁨은 배가된다.
>>단체여행 갈 때 여럿이 함께 쓰는 ‘포켓와이파이’
여행 떠나기 전 아무리 꼼꼼하게 준비해도 현지에 가면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를 다시 찾아볼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한데, 아무 준비 없이 해외에서 데이터를 마구 쓰면 요금폭탄을 맞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각 통신사의 데이터 로밍 서비스인데, 이 역시 혼자서만 사용이 가능하고 여행기간이 길어지면 비용 부담이 커진다. 여러 명이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이라면, 무선 와이파이 도구인 ‘포켓와이파이’를 활용해보자. 이름처럼 주머니에 쏙 넣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아 휴대도 간편하다. 무엇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데이터를 알뜰하게 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현지 통신망을 잡아 무선 와이파이로 바꿔주는 도구이기 때문에 여행지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지만, 아시아권에서는 하루 사용 요금이 5000원 정도밖에 안 된다. 또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기기 하나에 최대 10명까지 연결이 가능해, 단체여행 시에는 가장 합리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대여 방법도 어렵지 않다. 포털 검색창에 포켓와이파이를 검색해 해당 업체에 여행지, 여행기간, 연락처를 입력하고 금액을 결제하면 여행 당일 공항에서 받아볼 수 있다.
◇ 부르면 달려오는 스마트 서비스
밖이 추울 때는 마냥 따뜻한 집 안에서만 머물고 싶다. 이런 날엔 뭐니 뭐니 해도 배달이 최고다. 익히 사용하고 있는 음식 배달 앱이나 장보기 앱도 유용하겠지만, 최근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서비스는 반찬배달 앱이다. 자녀들이 결혼해 출가하고 나면 요리하는 횟수도 줄어들고 예전처럼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일도 적어진다. 부부가 단출하게 사는 경우에는 반찬을 해도 식재료가 남아 골칫거리가 되곤 한다. 이럴 때는 직접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먹을 만큼 반찬을 주문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다. 반찬배달 서비스 앱 ‘배민찬’은 밑반찬부터 국, 찌개 그리고 손이 많이 가는 잡채, 사골곰탕까지 배달해준다. 반찬의 특성상 배달이 늦어지면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낮 1시까지 주문을 받고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현관문 앞으로 반찬을 배송한다. 아침에 눈을 뜨고 문을 열면 반찬이 도착해 있어 포장만 뜯어 그대로 놓기만 하면 손쉽게 밥상이 차려진다.
배달되는 자동차도 있다. 카 셰어링은 차를 소유하지 않고 주변에 있는 공유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은퇴 후 자가용의 필요성이 적어지면, 갖고 있던 차를 처분하기도 한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일은 줄어드는데도 보험료, 차량 수리비, 세금, 주차료 등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를 처분했는데, 조금 아쉽고 불편하기도 하다. 이럴 때는 이용한 시간만큼 비용을 내는 카 셰어링 서비스를 활용하면 된다. 카 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해보면, 공유 자동차가 집 근처에 있을 때도 있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직접 가서 차를 가지고 와야 한다. 편하려고 이용하는데 차를 직접 끌고 와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럴 땐 카 셰어링 앱 ‘쏘카’의 ‘부름’ 호출 서비스를 활용해보자. ‘부름’은 내가 자동차를 이용하고자 할 때 내 집 앞까지 차를 가져다주는 서비스다. 2시간 전에만 예약하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집 앞 주차장에 차를 가져다주고, 사용 후 다시 집 앞에 주차하면 대신 가져간다.
달려오는 서비스 중 ‘세탁 앱’도 아주 유용하다. ‘세탁특공대’는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방문해 세탁물을 수거해가고 다음 날 다시 배달해준다. 기존 세탁소를 이용하려면 왔다 갔다 해야 했지만 ‘세탁특공대’ 앱으로 주문하면 직원이 30분 이내로 출동해 세탁물을 수거해가 세탁을 한 뒤 다시 현관문 앞까지 가져다준다.
◇ 새해 계획의 성공을 도와주는, 목표달성 앱
새해 계획과 목표가 아무리 그럴듯해도,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실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계획을 매일 실천하고 습관화할 수 있도록 체크해주는 앱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Loop습관제조기’는 좋은 습관을 갖게 해주고 관리해주는 앱이다. 사용법은 단순하다. 매일매일 실천하고 싶은 것들을 정한다. 예를 들면 아침운동, 글쓰기, 명상, 저녁 간식 안 먹기 등 일상에서 실천하고 싶은 목록을 정하고 실천을 한 뒤 완료 버튼만 누르면 된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알람을 맞춰 정해진 행동을 반복하고 체크하면 목표를 얼마나 잘 이행했는지 그래프와 통계로 보여준다. 날마다 쌓이는 활동 이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부진한 결과에 반성할 수도 있고, 꾸준한 실천에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다.
스마트폰 앱 활용도 편리하지만, 매일 체크하는 게 귀찮은 사람은 손목에 차는 ‘스마트밴드’를 이용해보자. 스마트밴드는 걸음 횟수, 이동거리, 심장 박동수 등을 표시해준다.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일어서라는 표시로 손목으로 진동이 전해지고 내가 목표로 정한 걸음 횟수가 달성되었을 때는 잘했다는 진동 알람이 울린다. 손목에서 알려주는 이 같은 알람에 따라 더 움직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스마트밴드는 브랜드, 기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처음부터 부담스러운 제품을 사지는 말자. ‘미밴드’라는 2만 원대의 저렴한 스마트밴드로도 좋은 습관 만들기 연습이 충분하다. 스마트밴드는 사용하는 친구들끼리도 연결이 되어 누가 더 많이 걸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친구의 운동량과 비교하다 보면 승부욕도 생기고, 서로 목표 성취를 위해 독려하는 분위기도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