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단의 어머니라 불리는 박완서 작가가 구리시 아치울에서 투병 끝에 타계한 뒤 13번째 봄날이 찾아왔다. 구리시에서는 올해도 그를 추모하는 낭독 공연을 열었다. 박완서 작가를 기리고 그의 문학을 잊지 않기 위해, 구리아트홀이 생기기 전 시청 한편에서부터 시작한 공연이 어느덧 12회 차를 맞았다.
구리아트홀 코스모스 대극장 앞은 공연 30분 전부터 중장년 관객들로 북적였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포스터 앞에서 다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관객들은 대극장 1층은 물론이고 2층까지 객석을 가득 채웠다. 공연은 영상, 노래, 연주, 연기, 낭독까지 다채롭게 구성됐다. 관객들은 웃기도 울기도 하고, 박수를 보내기도 하며 공연을 즐겼다. 한 관객은 무대가 끝나자 “낭독 공연은 처음 보는데 색다르네”라고 평하기도 했다.
설교하지 않는, 그러나 여운 주는 동화
자전거를 갖고 달리면서 맛본 공포와 함께 까닭 모를 쾌감을 회상한다. 마치 참았던 오줌을 내갈길 때처럼 무거운 억압이 갑자기 풀리면서 전신이 날아갈 듯 가벼워지는 그 상쾌한 해방감. 한번 맛보면 도저히 잊힐 것 같지 않은 그 짙은 쾌감. 아 나는 도둑질을 하면서 죄책감보다 쾌감을 더 짙게 느꼈던 것이다.
-‘자전거 도둑’ 中
한국 문단의 어머니라 불리는 박완서 작가의 동화 ‘자전거 도둑’의 주인공 수남의 독백이다. 토실하니 붉은 볼과 깨끗한 눈을 가진, 청계천 세운상가 뒷길 전기용품 도매상의 열여섯 살 꼬마 점원 수남이. 꼬마의 고백은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변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자전거 도둑’은 1979년 동화집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에 들어 있던 작품이다. 이 중 아이들이 읽을 만한 것을 모아 1999년 다시 펴낼 때 책의 표제가 됐다.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이기에 한 번쯤 읽어봤을 내용이다.
박완서 작가는 소설, 수필 등 여러 분야의 글을 썼지만, 동화에 특히 애정을 담았다고 전해진다. 이야기꾼 할머니로 남고 싶었기 때문에 동화를 집필할 때는 특히 최선을 다했다. 그렇기에 어느 한 작품을 꼽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화란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고자 쓰기 마련인데, 그는 동화를 통해 설교하려 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지만, 어른들도 읽었으면 했다. 박완서 작가의 맏딸인 호원숙 작가는 ‘자전거 도둑’을 오히려 어른을 위한 동화 같다고 했다.
이날 낭독 공연 사회를 맡은 최지애 소설가는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는 걸 16세에 이미 깨달은 수남이가 2024년 우리 곁에 있다면 할아버지가 되어 있을 텐데, 분명 좋은 어른으로 반듯한 삶을 살았으리라 믿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책 ‘박완서의 말’을 인용해 “박완서 작가님은 문학을 통해 시대와 사회를 고민하고 갈등했지만, 고정관념이나 잘못된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설교하려 하지 않았다. 교훈을 주려 하지 않는 동화는 참 드물다. 작품을 읽고 오래도록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힘, 그것이 바로 박완서 문학의 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완서 작가의 문장 따라 걷는 길
1년에 한 번 열리는 낭독 공연 외에도 언제든 박완서 작가를 추모할 방법이 있다. ‘박완서 자료실’에서 그의 문장을 음미해보는 것이다. 자료실은 구리시 인창도서관 2층에 있다. 구리시 아치울에서 생을 마감한 박완서 작가의 발자취를 담은 공간이다.
자료실 입구에는 박 작가의 작품을 필사할 수 있도록 자리가 마련돼 있다. ‘박완서 필사’ 코너를 지나 자료실로 가는 길 벽면에는 작가의 삶과 작품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전시돼 있다. 마치 그의 삶을 따라가듯 걸으며 자료실로 들어서면 그의 등단작 ‘나목’부터 소설, 수필, 동화, 문학상 수상 작품 등 분야별로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자료실 운영 시간 10:00~16:00)
올해는 ‘리멤버, 박완서’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매주 토·일요일 하루에 네 번(가족 대상 : 10시·14시, 일반 대상 : 11시·15시) 구리시 문화관광해설사가 박완서 작가의 주요 작품과 일생을 연결 지어 해설한다. 주제는 △소녀, 박완서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여자, 박완서 : 나목 △엄마, 박완서 :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노인, 박완서 :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등 네 가지다. 해설 프로그램은 박완서 자료실에서 진행되며, 구리시 문화예술과(031-550-2565)로 전화 예약을 하거나 구리시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호원숙 작가
딱 알맞은 사랑 주신 어머니를 그리며
박완서 작가의 맏딸, 호원숙 작가는 책 ‘박완서의 말’을 엮으면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후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리워지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어머니의 책을 펼치면 살아 계실 때와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와 생생한 목소리로 들릴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작품으로 어머니를 그리워하듯, 매년 열리는 박완서 작가 추모 낭독 공연에 참석하며 호 작가는 어머니를 떠올린다. 이번 13주기 추모 낭독 공연에도 참석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간 작품과 인터뷰를 통해 어머니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많이 보여주셨는데요. 13주기 추모 낭독 공연을 맞이하는 작가님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코로나19로 공연을 올리지 못했던 한 번을 제외하고 1주기부터 매년 공연을 할 수 있게 해주신 구리시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번 공연은 작품 ‘자전거 도둑’이 동화라는 점에서 조금 특별합니다. 어머니가 첫 손주를 보았을 때 쓴 작품이죠. 그야말로 할머니가 손주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예요.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정말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가, 인간답다는 것이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자전거 도둑’에는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어른들이 등장하는 것 같아요. 작가님은 어머니를 보며 좋은 어른의 역할을 깨닫게 된 경험이 있으신가요?
어머니는 어른으로서 상대에게 알맞은 사랑을 주신 분이에요. 무조건적인 사랑이 아니었죠. 누군가에게는 무관심이 사랑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북돋아주는 것이 사랑일 수도 있거든요. 넘치도록 사랑을 붓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 필요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아셨죠.
2023년 ‘어른의 부재’가 트렌드 키워드로 꼽혔어요. 그래서인지 박완서 작가님이 더 그립습니다. 그만큼 좋은 어른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요즘 쇼츠라는 게 유행이라면서요? 저도 어떤 짧은 메시지를 보면 ‘어머 진짜 옳은 소리다’ 싶은데 순간적으로 날아가 버리더라고요. 휴대폰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누구든 주변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필요한 걸 배우면 좋겠어요. 가장 가까운 곳에 배울 게 많아요. 사실 70세가 다 된 제 나이에도 선택해야 할 때 무엇이 옳고 그른가 망설이거나 쉽게 판단이 안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젊은이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이 배웁니다. 용기 내어 사랑을 주고, 받은 사랑에 책임지며 살면 좋겠습니다. 일상 속에서 그런 것들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런 면에서는 문학 작품 속에서도 어른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짧은 영상과 달리 작품 속 인물을 보며 생각하고 배울 수도 있으니까요. 어른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누군가에게 작품을 추천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는 요즘 고전을 봐요. 전에 읽었던 건데도 다시 보면 놀라울 정도로 ‘이런 게 있었구나!’ 싶어요. 그 시절 작가와 책을 통해 공감하고 교감하며 대화하는 거죠. 어머니 작품 중에서는 ‘미망’을 추천하고 싶어요. 구한말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로, 할아버지는 옛날 사람이지만 미래 주역이 될 손녀에게 꿈을 심어주는 모습이 나오는데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런데 그냥 꿈을 심어주는 게 아니라 거기에는 사랑이 있어야 해요. 딱 그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의 사랑이요.
파크골프용품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이견이 없다. 무조건, 무조건이다. 지난해 재미를 봤던 업체들의 폭발적인 매출 증가가 둔화됐는데도 그렇다. 긍정적 전망을 거둬들이는 이가 없다.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용품 시장. 성장을 의심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파크골프가 채 하나, 공 하나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해서 용품 시장까지 단출할 거라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생 업체가 탄생하고 있고, 시장은 점점 몸집을 불려나가는 중이다. 대한파크골프협회가 공인한 브랜드만 2023년 7월 기준 46개다.
파크골프 업계가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이 아니라면, 이유는 하나. 시장이 활황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파크골프용품은 파크골프를 즐기는 이들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2022년 5월 1일부터 2023년 4월 30일까지 1년 동안 주요 포털사이트 및 SNS에 나타난 내용을 분석한 결과, 파크골프 채와 파크골프 공이 주요 키워드로 나타났다. 업계 반응도 뜨겁다. 대한파크골프협회 공인 인증 업체 부쿠로혼마의 서재홍 대표는 “성장세가 무척 가파르다”고 했다. “18년 넘게 골프 업계에 몸담고 있습니다. 파크골프 이야기는 업계에 5, 6년 전부터 나왔는데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건 2, 3년 전부터입니다. 골프를 즐기는 60대 이상이 파크골프로 넘어간 건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정사실입니다. 파크골프 회원의 성장은 해마다 놀랄 정도입니다.”
결코 호들갑이 아니다. 골프채 전문 쇼핑몰 ‘1등골프’에서 지난 1~2월 파크골프 상품을 살펴본 이용자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간 대비 무려 1240%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쿠로혼마 역시 지난해 매달 20%씩 매출이 성장하며 인기 덕을 톡톡히 봤다. 올해 들어서는 매출 증가폭이 더뎌졌는데, 그 사정이 흥미롭다. 서재홍 대표의 말이다. “올해는 지난해 같지 않습니다. 파크골프용품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됐다기보다 시장성을 보고 업체가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죠.” 이는 업계 선두 브랜드도 겪는 문제다. 한 파크골프 업체 관계자도 매출 추이를 설명하며 한마디 보탰다. “올해 신생 업체가 엄청나게 생겼습니다!”
2022년 9월 발표된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스포츠 빅데이터 인사이트’ 제13호에 따르면 파크골프 채는 종류 및 제조사가 다양해 직접 보고 구매가 가능한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한파크골프협회 관계자의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한국파크골프(피닉스)가 가장 판매량이 많은 것으로 집계됩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브랜드로 유명하죠.”
최근 파크골프 업계는 국산 제품의 약진이 돋보인다. 피닉스, 데이비드, 볼빅, 브라마골프가 대표적인 국산 브랜드다. 하지만 여전히 수입산 선호도가 높다. 수입산이 더 좋다는 인식과 더불어 은연중에 과시욕도 녹아 있다. 인기 브랜드 중 상당수가 과거 영화를 누린 브랜드라는 사실에서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서재홍 부쿠로혼마 대표는 “파크골프용품 시장을 보면 골프 초창기 느낌”이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마디로 거품이 심합니다. 수입산이 좋다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뜻이지요. 그런 탓에 보급품 가격이 낮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제품의 품질에는 수입산이나, 국산이나 차이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누가 시장을 점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파크골프를 즐기는 이들의 증가가 스포츠 산업 시장의 확대로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세대가 파크골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빅데이터 조사 결과, 60대 이상 검색량이 49%로 가장 높았고, 중장년층인 50대(33%)와 40대(15%) 검색량도 총 48%로 노년층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역시 파크골프 시장에는 호재라 할 수 있다.
성장 가능성은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은 “지금과 같이 참여 인구가 증가한다면 용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데이터는 중장년층 여성을 주목하고 있다. 골프 시장에 여성이 큰 영향을 미친 것과 같은 효과가 파크골프에도 나타나리라는 전망이다.
골프 업계는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골프와 파크골프를 겸하는 브랜드에서 파크골프에 집중하는 것이다. 서재홍 대표도 이 흐름에 동의했다. “3년 전만 해도 7대3 비중으로 골프에 집중했습니다. 지금은 정반대입니다. 70%가 파크골프입니다.”
전 세계 경제가 침체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나 고물가·저성장 환경 등 암울한 소식만 들려오는 요즘이지만 솟아날 구멍은 있다. 불황의 시기, 구명줄이 되어줄 금융 상품에 대해 알아보자.
1 ‘호시탐탐’ 금리 높은 상품 노리고 있다면
파킹 통장
주차장에 잠깐 차를 대듯 목돈을 은행에 ‘파킹’(parking)하면 일반 통장만큼, 혹은 그보다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예금 상품이다. 일반 입출금식 통장과 달리, 은행이 제시한 기준 이상을 예금하면 하루를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주로 1년 이내에 사용할 비상금이나 목돈을 잠깐 보관할 용도로 사용한다.
정부의 금리 인상 규제로 인해 일반 예·적금 상품 금리의 고공행진은 한풀 꺾였지만, 인터넷은행 파킹 통장은 비교적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시중은행보다 인터넷은행 파킹 통장 상품의 금리가 높다는 점이 특징. 인터넷은행이 여유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은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하나은행의 ‘머니박스 통장’으로 최대 연 2.9%(2023년 1월 기준)의 금리를 적용한다. 그러나 이는 우대 조건을 채운 경우에 한해 300만 원 이하 금액에만 해당된다.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는 0.1%의 금리만 적용된다.
▶ 주요 상품 금리(2023년 1월 기준, 세전)
-케이뱅크 ‘플러스박스’ 최대 3억 원까지 연 3%
-카카오뱅크 ‘세이프박스’ 최대 1억 원까지 연 2.6%
-토스뱅크 ‘토스뱅크 통장’, ‘토스뱅크 모으기’ 5000만 원까지 연 2.3%, 5000만 원 초과분부터 연 4%, 금액 한도 없음
[TIP] 파킹 통장과 CMA 통장, 무엇이 다를까?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증권사 계좌인 CMA 역시 하루만 돈을 맡겨도 이자가 붙는다. 주로 단기 여윳돈을 넣어두고 주식·펀드에 투자하는 용도로 쓴다. 인터넷은행의 파킹 통장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연 3%대의 금리를 제공한다. 대부분 안정적인 곳에 투자해 원금 손실의 위험이 적지만, CMA는 어디까지나 투자 상품이므로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없다. 5000만 원까지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 상품과는 달리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으니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2 한정된 자금으로 정기적 현금흐름 만들려면
개인형 IRP(퇴직연금)
‘신한 미래설계보고서 2022’에 따르면 다른 세대에 비해 50대의 개인형 IRP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향후 연금으로 수령할 때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것보다 누릴 수 있는 세제 혜택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세액공제 금액이 900만 원까지 확대됐다는 점에서, 직장에 다니는 50대는 노후 자금으로 활용하거나 절세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IRP는 모든 금융기관이 취급하고 있으니 어느 기관을 선택해도 좋다. 다만 기관 내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 있어 수익률 관리나 고객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면 더 좋은 상품을 고를 수 있다. 거래 은행을 찾아 개인형 IRP 계좌의 연금 수령 시뮬레이션과 운용 상품에 대한 안내를 받는 것도 방법이다. 김봉학 신한PWM강남센터 PB팀장은 “향후 시장금리 인하를 감안한다면 3~5년 만기 예금(연 4.5~5.6% 수준)으로 운용 상품을 당장 변경한 후 미리 연금 수령 계획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고 귀띔했다.
▶ 주요 상품
-예·적금 상품, 투자 상품(ETF 포함) 등 각 사별 확인 요망
[TIP] 너무 많은 IRP, 내게 맞는 상품 선택하려면
한희윤 신한은행 연금솔루션마케팅부 수석은 “상품이 너무 다양해 선택하기 어렵다면, 디폴트옵션 제도를 활용하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디폴트옵션(사전지정제)이란 가입자의 무관심 등으로 운용 지시가 없을 경우, 가입자가 사전에 정해놓은 방법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대부분의 퇴직연금이 예금 상품으로만 운용돼 수익률이 저조한 현상을 막고, 노후 소득을 늘리기 위해 도입됐다. 현재는 가입자의 투자 성향에 따라 7가지 상품 중 선택할 수 있다.
인컴(Income)형 상품
고물가로 인한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 중장년층에서는 투자보다 안정적인 정기예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금리는 일시적 상황일 뿐이고, 향후 저금리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므로 자산의 일정 비율은 저축이 아닌 투자할 것을 권한다.
이때 중장년층이 활용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이 바로 인컴(Income)형 상품이다. 절세형 채권은 낮아진 채권 가격과 기준금리가 정점인 현재, 향후 자본 차익 비과세 효과가 기대되는 상품이다. 고금리 시기에는 채권보다 예금이 선호되기 때문에 시중금리보다 이자가 낮은 채권은 액면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발행된다. 가격이 낮아진 채권을 사면 만기 시점에 매매차익(비과세)을 얻을 수 있다. 김봉학 PB팀장은 “최근 같은 고금리 시기에는 연 5% 이자 수준의 채권 중 할인 채권에 투자하면 예금 수익과 절세 수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통상 매 분기 혹은 반기마다 쿠폰(채권에서 지급하기로 약정된 금리)을 지급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료나 종합소득세 부담을 더는 세제상의 이점도 누려보자.
그밖에 인컴형 상품으로는 월 지급식 ELS(주가연계증권)와 거래소에 상장된 리츠(REITs) 상품이 있다. 먼저 월 지급식 ELS란 S&P500과 같은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3년 만기 상품이다. 발행일 지수 대비 매월 평가일에 지수 수준이 통상 60~65% 이상일 경우 연 6~9% 수준의 쿠폰이 매월 지급된다.
리츠는 부동산 및 관련 자산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배당으로 나눠주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다. 김봉학 PB팀장은 “작년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주가가 동반 하락했고, 그로 인해 높아진 시가배당률(연 5~8% 수준)과 일정 조건 충족 시 배당소득에 대한 저율 분리과세(9.9%)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 주요 상품
-절세 채권, 월 지급식 ELS(주가연계증권), 리츠(REITs) 등 각 사별 확인 요망
[TIP] 투자할 자산 비율은 어떻게?
100에서 본인 나이를 빼고 나온 값만큼 수익성 위주 투자자산에 넣는 ‘100-나이’ 투자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한희윤 수석은 “고금리를 주는 예금 상품을 적극 활용하되, 현재의 고금리 상황을 벗어나 향후 저금리가 지속될 경우 예금 금리를 상회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를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 더 좋은 신용카드 찾고 있다면
쏠쏠한 혜택을 제공하던 카드들이 잇따라 사라지고 있다. 무이자 할부 기간도 축소되는 추세다. 신한카드, 삼성카드는 지난해 말부터 대형 유통가맹점, 온라인 쇼핑몰 등과 제휴해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 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다. KG이니시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찾아볼 수 있었던 12개월 무이자 할부 등 장기 무이자 할부 혜택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
소비자는 이에 맞춰 카드 사용 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신용카드를 쓴다면 공과금, 통신비, 보험료 등에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전기료·가스요금·보험료 등 각종 공과금은 카드 소득공제 항목에서 제외되므로, 할인 혜택을 챙기는 것이 유리하다. 신용카드 비교 플랫폼 ‘카드고릴라’ 측 관계자는 “신용카드는 고정비 위주로, 체크카드는 변동비 위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TIP] 연말정산 소득공제율을 극대화하는 카드 사용법
연말정산 때 연간 카드(신용·체크·백화점·기명식 선불카드 등) 사용액이 총급여의 25%를 초과하면 카드 이용액의 일부를 근로소득금액에서 공제해준다. 카드고릴라 측은 “국세청에서 카드 소득공제를 할 때 결제 순서에 상관없이 신용카드 사용액부터 먼저 차감 공제한다”면서 “연소득의 25%까지 신용카드를 쓰고, 연소득의 25%를 초과하는 금액부터는 소득공제율이 높은 체크카드, 선불충전카드, 지역화폐, 현금 위주로 결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공과금·생활비 할인형
소비 관련 혜택보다 공과금, 주유, 통신 등 생활비 관련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신용카드 상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기·수도·난방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시대에 접어들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사회적 분위기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카드고릴라 측은 지난달 ‘2023년 신용카드 키워드’ 중 하나로 공과금을 들며, “지갑이 얇아지면서 각종 생활비에서 할인 혜택이 큰 카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 주요 상품
-신한카드 ‘Mr.Life’ : 월납요금 10% 할인, 전기·도시가스·통신요금 등 공과금 및 택시비 할인
-롯데카드 ‘로카(LOCA) 365’ : 아파트관리비, 전기·도시가스·통신요금 등 공과금, 대중교통비, 보험료 등 10% 청구할인
시니어카드
국민연금을 받고 있거나, 만 65세 이상으로 노인복지법상 경로자로 인정되는 경우에 발급을 추천한다. 국민연금증은 국민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발급되는 카드로, 종이형 수급증서와 마찬가지로 국민연금 수급자임을 확인하는 기능을 한다. 노령연금, 장애연금, 유족연금, 분할연금 등을 월 10만 원 이상 받고 있다면 국민연금증 카드를 신청할 수 있다. 종류는 일반카드, 체크카드, 신용카드가 있다. 현재 우리은행, 농협은행에서 발급받을 수 있으며, 혜택은 은행마다 상이하다.
‘시니어패스’, ‘어르신 교통카드’라고도 불리는 무임교통카드는 만 65세 이상 경로자가 이용할 수 있다. 주민등록상 생일 날짜부터 발급이 가능하다. 선불식(단순 무임교통카드), 후불식(신용카드) 두 종류가 있다. 단순 무임교통카드는 주민센터(동사무소), 신용카드는 신한은행에서 신청하면 된다. 본인이 직접 방문해야 하며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단순 무임교통카드의 경우 주민센터에서 발급하면 발급 수수료를 내야 한다. 반면 카드사를 통해 신청하면 별도 발급 비용을 내지 않고 수령 가능하다. 65세 미만의 경우 알뜰교통카드를 이용하면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다.
▶ 주요 상품
-우리은행 국민연금증 일반카드: 신규 연금수급자 버스요금 2년간 지원(월 4회, 최대 5000원), 쇼핑업종(백화점, 대형마트) 5% 할인, 전국 병·의원/한의원 5% 할인, 주유 리터당 70원 할인
-농협은행 국민연금증 일반카드: 철도요금 30~50% 할인, 만 65세 이상 고궁·박물관 등 공공시설 현장할인, 만 65세 이상 경기·강원 지역 거주자 지하철 무임승차 가능
한국은행 금융시장동향 조사에서 지난해 7월 은행에 유입된 정기예금액은 31조 7000억 원으로 20년 만에 최대치였다. 같은 시기 투자자 예탁금은 55조 3463억 원으로 6개월 만에 12조 원이 줄었고(금융투자협회), 일평균 거래 대금은 13조 3172억 원으로 1년 전 액수의 절반에 그쳤다(한국거래소). 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부동산·투자 시장은 얼어붙었고, 기업들은 역성장하며 일자리를 줄여나갔다. 물가는 오르고 소득은 정체되는 악순환에 사람들은 ‘절약’을 최선의 재테크 방법으로 삼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작년 11월에 내놓은 전망치(1.7%)를 밑돌 것이라 밝혔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로 펜트업 효과(억눌렸던 수요가 급속히 살아나는 현상)를 기대했으나, 역으로 수요는 점차 둔화되고 있다. 여기에 올해 금리 상승 영향으로(기준금리 3.5%로 전년 대비 0.25%p 인상) 잠시 회복세를 보이던 민간 소비도 꺾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거나 구조조정에 나서며 서민들의 경제고통지수(일정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합하고 소득증가율을 뺀 수치)는 증가할 전망이다. 경제불황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우려되는 상황. 가장 안전한 자산 관리 비법으로 ‘절약’이 주목받는 이유다.
스마트 시니어의 절약법 ‘비소비’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저서 ‘라이프 트렌드 2023’를 통해 “지금까지는 소비와 플렉스가 욕망의 대상이자 과시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경제위기와 인플레이션, 소비 양극화 등으로 관심도가 변화하고 있다. 이제 비소비와 무지출 트렌드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새로운 소비 취향이자 과시 수단”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플렉스’(Flex)란 돈이나 귀중품을 과시하는 행위를 이르는 신조어다. 책에서는 플렉스의 반대 개념인 ‘비소비’와 ‘무지출’을 주요 트렌드로 제시하며 절약의 한 해가 되리라 예측했다.
트렌드 도서 베스트셀러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도 알뜰하게 소비하는 전략적 소비자를 뜻하는 ‘체리슈머’(Cherry-sumers)를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책을 펴낸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자들의 대처라는 시각에서 보면 체리슈머의 등장을 일시적인 변화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생겨난 현명한 소비 관리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경기가 좋아져도 계속 발전해나갈 추세적 변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더 높다”며 절약 소비 유행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는 2023년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소비 디톡스의 시대’(Era of Consumption Detox)를 선정했다. 허리띠 졸라매기 식의 무조건적인 절약법보다는 플랫폼과 SNS, 앱 서비스 등을 활용한 스마트 소비가 대세가 되리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연구소 측은 이를 ‘신(新)자린고비’라 일컬으며 공동구매, 중고 거래처럼 타인과 자원 및 비용을 나누는 등 새로운 형태의 절약 생활을 예고했다.
스마트 소비의 확장은 젊은 세대보다 중장년층에서 더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2021년과 2022년(각 연도 1~9월 기준) 신한카드 이용 건수를 분석한 결과 ‘모바일 쿠폰 거래 플랫폼’ 이용이 183% 증가했는데, 연령별로 살펴보면 2030세대보다 4060세대에서 이용 건수 비중 변화가 더 크게 나타났다. 대표적인 모바일 쿠폰 거래 플랫폼은 ‘니콘내콘’, ‘기프티스타’, ‘기프티윈’ 등이 있다. 선물받은 모바일 쿠폰을 해당 플랫폼에서 현금으로 교환하거나, 타인이 올려놓은 쿠폰을 원가 대비 저렴하게 구매 가능하다.
이다혜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과장은 “과거 대비 4060세대의 디지털 기기 및 채널에 대한 친숙도가 높아지며 플랫폼을 활용한 쇼핑과 거래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었다”며 “요즘 시니어들은 비대면 소비, 모바일 결제 등에 대한 이해가 높고 습득도 빠른 편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절약 플랫폼 이용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B급 상품의 반란, 중장년 소비자도 긍정적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결제 데이터 분석 자료에서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 ‘리퍼브 상품’ 등 이른바 ‘B급 상품’에 대한 상승세도 엿볼 수 있다. 유통기한 임박 식품몰의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22% 올랐고, 이용 회원 수는 17% 늘었다. 전시됐거나 반품된 정상 상품이나 미세한 흠집이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리퍼브(리퍼비시) 전문 매장 이용도 증가했는데, 이 중 4060세대 이용률은 약 20% 상승했다(40대 22%, 50대·60대 19% 증가).
이다혜 과장은 “올해 연구소가 주목한 ‘소비 디톡스’는 절대적인 절약보다는 각종 서비스와 플랫폼을 활용해 같은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최대한 저렴하게 구매하거나, 최선이 어렵다면 차선(B급 상품)을 찾는 형태”라며 “요즘 시니어의 경우 경제력도 높지만 문화·여가생활에 대한 욕구도 높기 때문에 소비를 줄일 영역에서는 각종 플랫폼, 디지털 채널을 활용해 소비 디톡스를 적극 실천하는 한편 본인의 가치 영역에서는 최대한 소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동구매, 중고 및 리퍼브 소비 등의 절약 소비 방법이 중장년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기업 ‘위메프’도 지난해 판매 데이터(1~11월)를 분석한 5가지 결산 키워드 중 하나로 ‘절약’을 꼽았다. 작년 대비 리퍼브 상품 판매는 두 배 이상(107%) 증가했고, 유통기한 임박 상품(127%) 수요도 급상승한 점에 주목한 것이다. 편의점 ‘이마트24’는 지난해 3월 마감 할인 서비스인 ‘라스트 오더’를 론칭했는데, 이용 건수가 매달 두 배씩 성장했을 정도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2022년 1~7월 동안 판매한 못난이 과일의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0% 증가했다. 고물가 시대에 저렴한 B급 농산물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맛난이 과일’, ‘상생 과일’ 등으로 불리며 긍정적 이미지로 변화하는 중이다.
불황 속 궁여지책 ‘무지출 챌린지’ 노후에는?
B급 상품에 대한 인식 변화는 절약에 대한 이미지 또한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짠내 나고 궁상맞게 돈을 아끼는 모습보다는 절약을 유행처럼 즐기고 과시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무지출 챌린지’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을 통해 일정 기간 무지출에 성공한 것을 사진이나 글을 통해 인증하는 방식이다. 주로 가계부나 카드 고지서, 통장 출금 내역 등 자신의 소비를 스스럼없이 공유한다. 새해에도 경제불황이 예고되면서 한 해 목표를 무지출 챌린지로 삼거나 사람을 모아 일종의 캠페인처럼 동참하는 이들도 생겼다.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는 이들은 주로 MZ세대다. 고금리 상황 속 청년 고용 한파가 겹치며 목돈 마련이나 대출금 상환 부담이 커진 탓으로 읽힌다. 벌지 못하는 상황에서 쓰지 않는 것이 최선의 경제활동이 된 셈이다. 암울한 경제 상황 속 궁여지책 같지만 ‘챌린지’라는 성격 덕분인지 기발한 절약 아이디어들을 나누며 즐겁게 도전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절약 콘텐츠나 트렌드에 관심 있는 중장년이라면 ‘나도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해볼까’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김용섭 소장은 ‘라이프 트렌드 2023’에서 “무지출 챌린지는 소비 자체를 중단하는 것이다. 절약이 아닌 소비 단절”이라며 “절약은 일상적이지만, 무지출은 이벤트에 가깝다. 장기간 무지출만 하다가는 인간관계에 위기가 올 수 있다. 관계 중심인 기성세대로서는 어렵지만, 느슨한 연대로 관계하는 2030세대라면 무지출을 좀 더 길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철 심리학 박사 또한 “무지출 챌린지는 노후의 관계 축소뿐 아니라 인지력 감소 및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소비 행위가 줄면 자연스레 활동성이 감소한다. 지출을 줄이려 반복적인 일상을 감행하다 보면 뇌 활성화가 덜 되고, 면역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령 매일 집에서 나물이나 김치 같은 반찬만 드시면 영양 불균형이 올 수도 있다. 가끔은 외식도 하고 고기도 구워 드시라 권한다. 대신 절약을 생각한다면 조금 저렴한 고깃집을 찾는 정도의 노력을 들이면 된다. 해외여행은 못 가도 국내 여행이라도 자주 다니시라는 얘기다. 즉 극단적으로 외식, 여행, 쇼핑 등 항목 자체를 없애지 않고, 각 항목의 예산을 줄여가는 방식이 노후에는 유익하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절약이 강조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장년들도 연금, 부동산, 생활비 등 노후 자금이나 자신의 소비 방식을 돌아보고 점검할 필요는 있다. 다만 현재 유행하는 무지출 챌린지 같은 극단적 방식을 따르라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장년은 현재 유행하는 절약 생활에 누구보다 잘 적응할 세대다. 이미 IMF 등을 겪으며 허리띠를 졸라맨 경험이 있고, 물과 전기가 귀하던 시절을 살아 아끼는 생활이 몸에 밴 이들도 많다. 소비를 줄이면서도 자신만의 일상을 향유할 만한 노하우를 겸비했으리라 본다. 생계가 어렵지 않다면 극단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방식을 택하지 마라. 이미 터득한 절약 생활과 삶의 지혜로 현재의 불황도 잘 이겨낼 세대”라고 설명했다.
2023년을 전망한 도서들이 말하는 시니어 위한 5개 키워드.
‘라이프 트렌드 2023’ 中
과시적 비소비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 감소와 저축 중가, 중고 시장 확대, 소식 먹방 출연 등 기존의 ‘과시적 소비’를 역행하는 모습
‘트렌드 코리아 2023’ 中
네버랜드 신드롬
영원히 아이의 모습으로 사는 피터팬이 사는 곳 ‘네버랜드’에서 착안해, 나이 들기를 거부하는 피터팬들이 많아지는 사회 유년화 현상
‘2023 트렌드 모니터’ 中
리버스 멘토링
‘역(易)멘토링’이라고도 하며, 기존에 젊은이가 시니어에게 조언을 구하던 ‘멘토링’과 반대로 시니어 멘티, 젊은이가 멘토가 되는 것
‘트렌드 코리아 2023’ 中
알파세대
시니어의 손주 세대(2010년생 이후)를 말하며,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을 경험하며 ‘세상에서 내가 제일 중요하다’는 자기중심적 사고가 강함
‘라이프 트렌드 2023’ 中
세컨드 하우스
5도 2촌, 4도 3촌 등 간헐적 귀촌이 늘고, 2023년 고향사랑기부제 등의 시행으로 관계인구가 형성되며 세컨드 하우스 욕구 상승 전망
서울시가 민선 8기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중장년의 경제활동 및 사회참여를 지원해온 복지정책실을 평생교육국으로 이관한다는 조례 개정이 지난달 11일 입법 예고 후 열흘 만인 21일 통과됐다. 그 과정에서 중장년층의 일자리 사업을 전담하던 인생이모작지원과가 폐지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는 최근 고령화 속도에 발맞춰 지자체마다 중장년 일자리 사업을 강화하는 것과 비교해, 되레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당시 입법 예고 직후 관련 내용이 화두로 떠오르자 이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의견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50+는 계속 존재해야 합니다”, “50+는 더 확대되어야 합니다” 등 이들 내용의 주된 키워드는 ‘50+’였다. 여기서 시민들이 말하는 50+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하 50+재단)을 의미한다. 그 이유인즉 인생이모작과가 폐지되는 상황과 더불어 서울시50플러스재단 업무 담당 부서가 평생교육국으로 바뀐다면 노후 준비 및 일자리 관련 사업이 줄고 단순 교육 관련 사업에 치중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의견서를 제출한 시민 윤 모씨는 “전체 시민의 20% 넘는 중장년의 지원 정책은 상담부터 일자리까지 종합적으로 지원돼야 한다. 중장년층 50+정책을 평생교육으로 이관하면 인생 이모작지원 사업의 범위가 너무 협소화될 우려가 있어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이 모씨는 자신을 “50+재단의 인턴십, 보람일자리 등의 활동을 통해 제2커리어를 개척하고 있는 은퇴자”라 언급하며 “예정대로 부서가 이관되면 50플러스센터는 여가나 즐기는 장소로 전락할 것이다. 현장을 무시한 채 사무 행정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50+재단은 이제 서울시 중장년에게 많이 알려지고, 매년 많은 시민이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잘 경청해 입법을 결정하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세계에서 인정 받는 모델 홀대 이유는?
2017년 대한민국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그해 서울시와 50+재단이 50+세대(50~64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95%가 ‘서울시의 50+지원정책’이 전국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압도적인 결과였다. 해당 보고서에서 손수호 인덕대 교수는 “단순 생계형 일자리 연계가 아닌, 인생재설계, 커리어모색과 같은 프로그램과 더불어 사회적 지원이나 협동조합과 연계하는 정책들이 사회적 기회는 물론 ‘보람’이라는 가치를 제공해 수혜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이라 분석했다.
같은 조사에서 ‘서울시 50+지원정책이 전국적으로 확대된다면 가장 추천하고 싶은 항목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100세 시대 대비 상담, 교육, 일자리 커뮤니티 등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50+지원시설 확대’(52%)라 답했다. 새로운 일자리 모델 발굴에 대한 의견도 39%로 적지 않았다. 이에 허남철 경기대 초빙교수는 “50+세대에게 중요한 건 다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도전해 나갈 수 있도록 상담, 교육, 일자리, 커뮤니티 지원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 해석한 바 있다.
이러한 시민들의 바람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50+재단은 다양하고 실험적인 인생이모작 프로그램 발굴 및 일자리 사업을 추진해왔다. 201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중장년 취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서울50+인턴십', '신중년 커리어 프로젝트', '굿잡5060', '50+적합일자리' 등 새로운 분야로의 취업을 희망하는 50+세대와 이들을 필요로 하는 곳을 연계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은 공적으로도 그 우수성을 높이 평가 받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꼽은 '2020 대한민국 일자리 우수사례'에 '서울50+인턴십', '신중년 커리어 프로젝트 ‘굿잡5060’이 선정되기도 했다.
나아가 OECD ‘공공부문 혁신 우수사례’ 선정, 제2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정책대상 최우수상 수상, WHO 서태평양지역 건강한 고령화 혁신사례 선정 등 해외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에 타 지자체 및 기관에서 앞 다퉈 벤치마킹했고, 2015년 ‘서울특별시 장년층 인생이모작 지원 조례’가 제정된 이후, 서울시 자치구를 포함한 전국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 중 68곳이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전국적으로 50+정책을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올해 보건복지부는 50플러스재단을 모델로 전국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노후준비지원센터를 지정하도록 노후준비지원법을 지난달 개정했다. 앞으로 서울의 각 자치구도 지역 노후준비지원센터를 지정하는 업무를 시와 협의해야 하는데 정작 시의 담당 부서는 없어지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경기도만 하더라도 올해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50플러스재단 설립을 6개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고, 50~60대의 노후 설계, 평생교육, 취·창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경기 중장년 행복캠퍼스’를 기존 2곳에서 7곳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침을 세웠다. 올해 초 발표한 ‘서울시 50+세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과정을 겪으면서 노후 설계 지원을 위해 가장 필요한 영역을 묻는 항목에서 1위는 건강관리(75.8점)였고, 2위가 일자리(69.1점)로 나타났다. 감염병 우려 등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일자리 지원에 대한 수요는 예나 지금이나 최고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요구와 달리 오히려 일자리 지원이 줄어들지도 모른다고 하니 50+ 시민들은 불안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해명에 해명, 이제 해결을 위해 재고할 때
입법 예고 게시판을 비롯해 그 원성이 적지 않았으니, 서울시도 이러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마냥 모르지는 않았던 눈치다. 지난 13일 서울시 기획조정실은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사회참여, 일자리 지원 등의 사무를 그대로 평생교육국으로 이관하는 것으로 소관 사무의 관할이 변경되는 것이므로 기능 축소는 있을 수 없다”며 “서울시는 평생교육 기능과 연계하여 중장년층 대상의 종합적인 행정 서비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서울시의 표면적인 해명은 여론을 잠재우긴 역부족이었다.
15일 홍국표 의원(도봉구 제2지구, 국민의힘)은 제311회 임시회 본회의 오분발언을 통해 관련 사항을 재점화했다. 홍 의원은 “우리 사회 대다수 중장년층이 노후 준비를 위해 일자리를 계속 필요로 하고, 산업현장에서의 기술과 지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중장년을 위한 적극적인 일자리 지원이 요구된다”며 “서울시는 일찍이 중장년 일자리 전담부서(인생이모작지원과, 50+재단)를 설치했고, 중앙정부토 서울시를 벤치마킹해 작년 12월 ‘노후준비지원법’을 개정해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노후준비지원센터를 지정·운영하도록 했다. 중앙정부와의 정책적 공조와 증가하는 중장년층 취업 지원 수요를 고려하면 더욱 지원을 확대해야 하므로 서울시 조직 개편안의 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출처=서울특별시의회 공식 유튜브채널
박유진 의원(은평구, 더불어민주당)도 이러한 의견에 힘을 실었다. 박 의원은 “평생교육국의 현재 조직도를 보면 산하에 교육정책과, 평생교육과, 청소년정책과, 친환경급식과 등이 있다. 누가 봐도 교육에 특화·집중돼 있는 거지, 일자리 창출의 방향성과는 결이 안 맞는다”며 “중장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어려운 일을 지금까지 묵묵히 해 온 조직에게 더 큰 기회와 열정을 북돋아 줄 구조를 만드는 것이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이지, 결이 비슷하다고 해서 조직통폐합이라는 미명으로 날려벌일 일이 아니라는 점을 꼭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단지 전임 시장의 공들인 치적이라 해서 과감히 날려도 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인생이모작으로 대표됐던 중장년층 취업이나 일자리 창출에 대해 평생교육국이 그만한 역량과 기회를 만들 준비를 갖췄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작업에 속도를 더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능이 비슷하거나 중복된 투자출연기관 최소 3~4개는 통합할 것”이라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시 투자출연기관 26곳 중 50+재단, 평생교육진흥원, 공공보건의료재단, 기술연구원 등이 주요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에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노동조합 협의회는 일방 통행식 구조조정 정책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제출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조직 진단과 연구 용역 등을 종합해보면 시민과 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배려와 소통은 없고 오로지 전시성, 홍보성, 경마식 태도 일색이다.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공공 서비스보다 이윤 추구'라는 정책 방향은 시민을 위한 태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인력재배치는 사업 신설, 축소, 폐지 등 재구조화에 따라 2023년 예산편성과 연계되는 사항으로, 약자와의 동행 등 서울시민을 위한 시정철학이행을 위해 필수적 조치”라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 인생이모작지원과 관계자는 조직 개편과 관련한 이러한 우려에 대해 "업무 축소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닌, 단순 부서 이관이다"라며 "과거 인문학, 교양 위주의 평생교육과 달리, 전직 교육이나 커리어 탐색 등 일자리와 연계된 교육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으리라 본다. 담당자들 또한 부서 이동만 있을 뿐 기존의 업무를 이행하는 게 원칙이다"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이 내세운 ‘약자와의 동행’을 위한 일련의 행보에 자칫 50+세대가 약자로서 뒤처지진 않을지, 과연 평생교육국은 50+세대와 동행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