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아스트라제네카(AZ)로 1차를 맞았는데 2차를 화이자로 변경했다고 문자가 왔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차가 아프고, 화이자는 2차가 아프다는데, 이렇게 맞아도 괜찮은 건가요?”
“다른 백신 접종은 생각도 못했는데, 이렇게도 되나요?”
22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60대 시니어들의 질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교차접종이 실제로 진행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교차접종을 먼저 진행한 다른 나라에서는 오히려 교차접종이 단일 백신접종보다 최대 10배까지 면역효과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추진단)은 지난 17일 코로나19 백신을 아스트라제네카로 1차접종을 맞았던 60세부터 74세까지의 시니어와 의료종사자와 사회필수인력 중 7월에 2차접종이 예정된 약 76만 명에게 같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아닌 화이자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6월 말에 공급받기로 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83만5000회분이 7월 이후로 미뤄지면서 나온 대책이다.
교차접종에 대한 우려에 추진단은 우선 2차접종을 아스트라제네카로 맞기를 희망하는 분들은 7월 19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재개하므로, 불안한 분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진단은 다른 나라에서 아스트라제네카 1차접종자에 대해 2차에서 화이자를 접종했더니 면역효과가 더 오르고 안전했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국내에서도 백신 공급 상황 등을 고려해 필요할 경우 교차접종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을 교차접종했더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단일접종보다 체액성·세포성 면역반응이 증가했고, 화이자 백신 단일접종보다 전신이상반응 발생은 적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백신 단일접종보다 최대 10배 강한 면역력이 생성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영국과 스페인에서는 교차접종으로 심각한 이상반응을 유발하는 등 안전성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정은경 단장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그동안 외국에서 교차접종을 시행하는 사례가 늘어 연구결과를 모니터링했다”며 “면역효과가 높고 안전하며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이 높아지는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에 접속하면 종종 알파벳 ‘N’이 붙은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의미하는 표시다. 본사의 순자본을 투자해 제작된 콘텐츠인 만큼 해외 작품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시니어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국내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새로운 모습으로 넷플릭스에 나타났다. 그것도 6개국 버전으로, 알파벳 ‘N’을 달고 말이다. 국내 원작을 세계판으로 확장해 넷플릭스에서 선보이는 것은 거의 최초다. 이 이례적인 협업의 배경은 무엇일까? 시리즈의 총연출을 맡은 진모영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Q. ‘님아’ 6개국 버전이 탄생한 계기는?
2015년에 ‘님아’ 원작이 LA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을 타고, 현지에서 개봉했어요. 당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책임자가 영화를 봤나 봐요. 2017년 컨퍼런스 콜이 왔더라고요. 원작을 감명 깊게 보았다며 ‘님아’의 전 세계 버전을 만들고, 원작자로서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죠.
Q. 넷플릭스와 ‘K-다큐’의 협업이 이례적이다.
원작을 제작할 때도 해외 개봉을 염두에 뒀어요. 그래서 여러 나라의 관객을 만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원작이 전 세계 버전으로 탄생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요즘 한류 열풍으로 국내 드라마나 영화가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되는 경우는 있지만, 다큐멘터리와 손잡은 선례는 드무니까요. 또 다큐멘터리 장르에서는 한 가지 소재를 시리즈화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일종의 금기랄까요? ‘우려먹네’ 하는 시선이 좀 있거든요. ‘어벤저스’는 아무리 우려먹어도 인기가 많은데 말이죠.(웃음) 그런 분위기 속에서 원작을 교본 삼아 시리즈물을 제작하는 일은 흥미로운 시도였죠.
Q. 출연자 선정 기준이 있다면?
수십 년 동안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고 하루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시니어 부부가 기준이었어요. 이 기준을 바탕으로 각국 감독님들과 출연자를 결정하는데, 브라질 감독님께서 동성 커플을 제안하시더라고요. ‘부부’(夫婦) 콘셉트다 보니 여러 논의가 오갈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영어 제목은 ‘Six Stories of True Love’(6개의 진실한 사랑)이거든요. 성별을 넘어 오랜 시간 사랑한 ‘커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해 출연을 결정했어요.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죠.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시니어 커플은?
스페인 편이 원작 부부와 다른 듯 닮은 구석이 많아서 기억에 남아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올리브 농사를 짓는 부부죠. 원작 부부처럼 고령에도 서로에게 헌신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요. 그러다 노화가 찾아오면서 각종 어려움을 맞이하고, 잘못될 위기에 처하기도 하죠. 그 역경을 차근차근 극복해나가는 모습이 아름답더라고요. 사랑하는 방식은 비슷하지만, 우리나라와 또 다른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었어요.
Q. 6개국 커플에 공통점이 있다면?
남편이 가부장적이거나 권위적이지 않아요. 성격이 부드럽고 다정하죠. 흔히 말해 ‘지고 산다’고 하는데, 사실 이 말도 다분히 남성 중심적인 관점이에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무언가를 ‘해준다’는 식의 시혜적인 태도가 반영된 말이거든요. ‘님아’ 시리즈의 남편들은 지고 산다기보다 아내와의 관계가 그 자체로 평등해요. 동성 커플도 마찬가지죠. 평등한 소통과 적당한 유머가 오랜 세월 사랑을 이어갈 수 있는 비결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어요.
Q. 작품을 본 시니어 커플이 느꼈으면 하는 바는?
작품을 보며 배우자와 비교하게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상대방에게 완벽한 인격체가 되기를 요구하기보다는 ‘나는 상대방에게 그러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부처님, 예수님 같은 사람을 만나도 자신이 그 복을 받을 그릇이 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거든요. 무엇보다 작품 속 커플의 모습을 정답처럼 여기기보다는 참고할 만한 사랑의 교과서나 나침반 정도로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사랑에는 정답이 없으니까요.
다큐멘터리 시리즈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
장르 다큐멘터리 총괄제작 진모영
컨설팅 프로듀서 김선아 제공 넷플릭스
왕년 전성기에 누렸던 최고의 영웅담이나 에피소드. 정달호 前 대사의 외교관 그때의 시간을 되돌려본 그 시절, 우리 때는 이것까지도 해봤어. 나도 그랬어, 그랬지!! 공감을 불러일으킬 추억 속 이야기를 꺼내보는 마당입니다.
해외여행이 통제됐을 때는 여권을 받아 해외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웠으므로 자유로이 출국하는 외교관이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다양한 나라를 상대하면서 조국을 위해 일한다는 것은 외교관의 특권이자 긍지다. 외교관은 빛나는 일도 하지만 궂은일도 많이 한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그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나는 대학에서 정치외교 분야를 전공한 것이 직업의 특성과 맞았고, 여기저기 해외를 다니며 다방면의 견문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어 외교관이 되었다.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는 외교관의 기본 무기이기도 하다. 해외 근무지로는 잘할 수 있는 언어 사용국을 선호하지만 항상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노르웨이, 이라크로 시작해 세 번째 임지는 미국 뉴욕이었다. 뉴욕에서 ‘뉴욕타임스’를 매일 읽고 현지 방송을 듣고 현지인들과 영어로 대화하면서 영어에는 자신이 붙었다.
그다음에는 오래 마음속에 그리던 파리로 발령을 받았는데 프랑스어를 꾸준히 공부한 덕도 있지만 시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서양 외교관들은 일생의 꿈으로 여길 만큼 파리 근무를 희망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에 비해 출세 길이 멀다고 프랑스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는 대유럽 외교의 중요성에 비해 아쉬운 일이다.
첫 임지인 노르웨이에서 어느 날 한국 여성의 울먹이는 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흘러왔다. 사정을 들어보니 멋모르고 국제결혼을 해서 왔는데 몇 달 되지 않아 남편에게 구타와 구박을 당해 공포에 떨고 있으니 무조건 노르웨이를 떠나게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들어보니 사정이 딱하기 이를 데 없었다.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경황도 없이 오슬로 밖 멀리 은신처에서 피해자를 데려와 하루이틀 보호하다가 귀국하도록 도와준 일이 있다. 쉽고 편한 일은 아니었다.
이라크에서는 당시 이란과 전쟁 중인 터라 핵심 전투 지역인 바스라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우리 근로자들의 보호가 초미의 과제였다. 이라크 쪽 전세가 불리해져 근로자들이 마지막 철수할 때까지 이들과 함께 지냈는데, 상대측의 포탄이 터지는 굉음으로 방 벽에 걸린 그림이 떨어지고 물건들이 쓰러지는 등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해외 어디서 근무할 때가 제일 좋았냐고 누가 물으면 서슴없이 파리라고 대답한다. 프랑스는 참으로 복 받은 나라다. 3면이 바다(대서양, 지중해, 북해)이면서 평야가 많고 동쪽에 알프스라는 웅장한 산이 있어 지리적 이점이 뛰어나다. 그런 만큼 먹을거리도 풍부하며, 이를 바탕으로 문화와 예술을 발전시켜왔다. 파리 바깥 프랑스 어디를 가더라도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다. 유명한 포도주 생산지를 방문해 양조 공정에 대한 설명도 듣고 시음도 해본 추억이 생생하다.
프랑스는 또한 파업이 빈번한 나라다. 한번은 한말숙 소설가가 이끄는 우리 시인·작가 그룹이 파리에 와서 프랑스 문인들과 문학 행사를 벌이는데, 쌀쌀한 겨울인 그날 대중교통이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몇 킬로미터인지도 모를 그 먼 행사장까지 마라톤을 해서 간 적이 있다. 도로는 차와 사람들로 뒤범벅돼 있었다. 선진국의 역설을 경험한 셈이다. 아무튼 추운 겨울날 땀 흘리며 파리의 밤거리를 뛰었던 것이 하나의 추억이자 보람으로 남아 있다.
그다음 독일어권인 오스트리아 근무를 마치고 파나마 대사로 나가면서 생각지도 않던 스페인어를 배워 그 문화권과 친분을 맺을 수 있었던 것 또한 적지 않은 성과다. 파나마에 부임한 지 겨우 두 달 만에 우리 예술인 방문단이 왔는데 국립오페라극장 로비에서 이들을 위한 리셉션이 열렸다. 그때 양국 인사들 앞에서 대사가 연설을 했는데 일천하지만 스페인어로 했다. 물론 원고를 보면서 했지만 파나마 외무차관으로부터 연설이 아주 좋았다는 평가를 들었다.
파나마에서 독립 100주년 기념으로 대규모 갈라 디너가 열렸는데 대사들은 장관급 텐트에, 국가원수들은 별도의 텐트에서 디너를 하기로 돼 있었다. 원수급 텐트에 낯익은 모습의 신사가 앉아 있기에 다가가서 보니 영화배우 숀 코너리였다. 그는 파나마 대통령의 친구 자격으로 왔다는데 디너 자리에서 원수급 대우를 받는 것을 모두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만큼 인간적 매력과 품격이 몸에 밴 노배우가 존경스러웠다. 이집트 대사 시절에는 한 유력 가문의 혼사에서 여성들에게 둘러싸인 오마 샤리프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는데, 많이 쇠락한 모습임에도 명배우의 자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외교관을 하면서 잊을 수 없는 일 하나는 우리 원양어선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최초로 나포되었을 때 일이다. 선원들의 석방을 위해 인접국 케냐에 두 번이나 가서 현지 교섭을 지휘한 끝에 서너 달 만에 이들의 석방을 이루어냈다. 석방하는 순간까지 해적들이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해서 참 고생을 많이 한 기억이 난다. 몸바사 해안의 비밀스런 장소에서 몰골이 초췌한 우리 선원들을 한 사람 한 사람 포옹하며 맞이할 때 그들이 눈물을 글썽이면서 고마워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난해 방영된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이 드라마는 가상의 공간인 주상복합아파트 ‘헤라팰리스’의 펜트하우스를 둘러싼 갈등과 욕망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의 펜트하우스는 어떨까? 어떤 사람이 거주하고, 부동산으로서 어떤 가치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최근 영국의 억만장자이자 가전 브랜드 ‘다이슨’의 창립자 제임스 다이슨 회장은 싱가포르의 펜트하우스를 6200만 싱가포르달러(약 520억 원)에 매각했다. 이 펜트하우스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높은 64층 건물의 꼭대기 3개 층으로 약 1950㎡ 넓이에 4개의 침실과 개인 야외 수영장을 비롯한 카바나, 와인 저장고 등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고급 펜트하우스는 한국 자산가들 사이에서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이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하나는 고가의 펜트하우스를 구매할 수 있는 ‘부자’가 증가한 덕분이다.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0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한국 부자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약 25만 명이던 한국의 부자는 5년 사이 약 35만 명으로 10만 명이나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부동산 자산은 비중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2016년 51.4%였던 부동산 자산의 비중은 2020년 56.6%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금융 자산은 43.6%에서 38.6%로 하락했다.
다른 요인은 바로 ‘중대형 면적에 대한 수요’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늘어난 홈루덴스가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홈루덴스는 밖에서 활동하지 않고 실내에서 여가활동을 보내는 이들을 일컫는다. 집을 비우던 낮에도 전염병의 여파로 가족끼리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자기만의 공간을 원하는 경우가 생겼고, 이는 중대형 면적에 대한 수요로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약 270대1에 육박했다. 다른 면적의 경쟁률이 두 자릿수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큰 수치다. 부동산 관계자는 “중대형 아파트 수요가 늘면서 기본적으로 큰 면적을 자랑하는 펜트하우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청약 치열…1순위는 사생활 보호
실제로 펜트하우스는 청약에서 소수의 세대만 모집하지만 경쟁률은 치열하다. 흥미로운 건 강남이나 한남동처럼 전통적인 부촌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인기가 높다. 지난해 청약 접수를 진행한 세종시 한림풀에버는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이 펜트하우스에서 나왔다. 136㎡형으로 두 가구를 뽑는데 686명이 청약에 접수해 경쟁률은 무려 343대1이었다. 속초디오션자이의 전용면적 131㎡ A타입 펜트하우스도 114대1까지 경쟁률이 치솟았다. 당시 355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 전체 평균 청약 경쟁률은 17대1이었다. 이에 대해 부동산114 관계자는 “펜트하우스가 지방에서 인기가 높은 이유는 서울보다 좋은 조망권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펜트하우스에 거주하는 사람의 면면은 화려하다. 기업인, 국회의원, 연예인 등 유명한 자산가들이 거주한다. 실제로 개그맨 주병진은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 등장해 거주하는 상암동 카이저팰리스 펜트하우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로덴하우스 웨스트빌리지 펜트하우스를 판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들이 펜트하우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서울시 고급아파트 주거선택요인 중요도 분석’에 따르면 나인원 한남 입주 대상자를 중심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펜트하우스를 선호하는 이유 1순위는 ‘사생활 보호’였다. 입지 환경에 해당하는 자연환경과 부동산으로서 미래 가치는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부동산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자산가들은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라고 말하며 “고액 자산가일수록 사생활 보호를 위해 타인과의 접촉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택을 선호하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인기 있는 럭셔리 펜트하우스
▲ 나인원 한남
전통적인 부촌인 한남동에 자리 잡고 있다. 입지 조건을 보면 남산을 뒤에 두고 한강을 바라보는 배산임수에 해당하는 길지다. 사생활 보호도 철저하다. 층마다 단독 엘리베이터가 있으며, 아파트 주 출입구부터 주차장, 동 출입구, 현관에 이르는 4단계 보안 체계가 작동 중이다. 세계적인 조경 디자이너 사사키 요우지가 조성한 산책로가 있고, 국내 최대 규모의 클럽하우스도 단지 내에 위치한다. 복층과 펜트하우스 가구는 별도의 지정 차고와 전용 창고도 있다.
▲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성수동에 위치해 한강은 물론 서울숲, 남산을 볼 수 있다. 대림산업은 조망 프리미엄을 더하기 위해 특화설계를 적용했다. 모든 가구에서 서울숲이나 한강 조망이 가능하도록 층별 가구 수를 3가구, 9층 이하는 4가구로 조정하고 T자로 건물을 배치했다. 각 세대 내부에는 창문 중간 프레임을 없앤 아트 프레임과 넓게 펼쳐지는 270도 파노라마 뷰가 적용돼 거실, 주방, 욕실 등 집 안 곳곳에서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서울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 에테르노 청담
스페인 건축 거장 라파엘 모네오가 설계에 참여했으며, 청담동에 위치한다. 모네오는 1996년에 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다. 지하 4층부터 지상 20층까지로 29세대만 거주할 수 있다. 대지 면적에 비해 세대 수가 적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고, 올림픽대로와 오솔길공원이 가까워 막힘없는 한강 뷰를 제공한다. 내부 층고가 높아서 공간감과 개방감이 뛰어나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약 1년이 지났다. 하늘길이 닫혔고, 각자 꿈꾼 여행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길어지는 ‘집콕’ 생활은 새로운 여행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사람들은 방구석에서 세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냈고, 매일 지나는 동네에서 숨겨진 명소를 찾는 재미를 발견했다. ‘이런 것도 여행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싶은 것들이 관광이 되고, 산업으로 성장했다. 여행이 달라졌다.
글로벌 온라인 여행정보 기업 부킹홀딩스가 최근 전 세계 28개국 2만여 명의 여행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021년부터는 총 9가지의 여행 방식이 대중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온라인 여행 ▲기술을 접목한 여행 ▲근거리 여행 ▲안전한 여행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국경을 넘나들며 세계 각국의 랜드마크에 발 도장을 찍는 대신 익숙한 장소에서 편하고 안전하게 여행을 즐기는 시대가 왔다는 이야기다.
‘현실감 최강’ 대세는 몰입형 콘텐츠
코로나19 이후 주목받고 있는 여행 방식은 ‘랜선 여행’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IT 기기를 통해 즐기는 여행으로,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여행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새롭게 떠오른 문화다. 대표적인 것이 유튜브의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콘텐츠다. 크리에이터가 특정 주제를 설정하고 이에 맞게 실제 상황인 것처럼 연기하는 롤플레잉 ASMR 영상은 유튜브에서 꾸준히 관심을 끄는 콘텐츠 중 하나다. 이어폰을 착용한 뒤 눈을 감는 순간, 원하는 곳 어디로든 ‘상상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중 ‘공항 ASMR’, ‘비행기 ASMR’은 공항에 도착해 입국수속을 밟고 실제 비행기를 타는 것 같은 생생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승무원의 말소리부터 탑승 안내 방송, 공항 특유의 시끌벅적한 느낌까지 완벽하게 재현한다.
오랜 ‘집콕’으로 유튜브가 식상하게 느껴진다면, 혹은 진짜 여행지를 구경하고 싶다면 각국 관광청 홈페이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오스트리아 관광청, 두바이 관광청 등 여러 나라에서는 자국의 관광지를 360도 영상이나 고화질 사진으로 홍보하는 몰입형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압권인 것은 호주 관광청의 ‘8D로 체험하는 호주’ 영상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에스페란스 해변에서 돌고래가 뛰노는 소리, 세계에서 가장 작은 페어리펭귄이 이동하는 소리, 킴벌리의 호라이존탈 폭포 소리 등 현장에서나 들을 법한 생동감 넘치고 입체적인 소리가 오감을 자극한다.
세계의 문화 예술을 실감나게 접하는 방법도 있다. ‘구글 아트 앤 컬처’는 구글과 제휴한 주요 박물관 2000여 곳의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한다. 가상현실(VR)과 거리 뷰 기능을 통해 런던 대영박물관, 파리 오르세미술관 등 세계적인 박물관과 도서관을 360도로 산책하듯이 둘러보고, ‘아트 카메라’ 시스템으로 작품의 미세한 부분까지 관찰할 수 있다. 앱을 다운받으면 더욱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한 ‘아트 프로젝터’ 기능을 누르면 카메라 화면 속에 3차원 예술 작품이 나타나 서 있는 곳을 박물관으로 만든다.
랜선 여행의 진화는 어디까지? 실시간 현지 투어
인터넷 서핑을 통해 여행 분위기를 내는 것을 넘어 이제는 집 안에서 ‘진짜 여행’을 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여행사와 숙박업소 등 관련 산업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비대면·비접촉 여행 관련 각종 상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의향이 있다면, 집에서도 패키지 관광이 부럽지 않은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여행상품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마이리얼트립은 최근 해외에 거주 중인 여행 가이드들이 실시간으로 관광지를 찾아다니며 소개하는 ‘랜선 투어’ 상품을 출시했다. 실제 여행사 프로그램처럼 이용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생동감 넘치는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페인 소도시 세고비아의 골목을 둘러보는 여행부터 홍콩 야경 투어, 로마 시내 워킹 투어 등 콘셉트도 다양하다.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투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 투어에 참가한 이용자들은 “실제로 가이드와 함께 걷는 기분이다”, “집에서 ‘치맥’하며 바르셀로나를 둘러보는 특별한 체험이었다” 등 만족스러운 후기를 남겼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와 게스트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특성을 살려 ‘온라인 체험’을 선보였다. 각국의 호스트들이 원격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이용자들에게 각국의 문화·예술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일본 승려와 함께하는 명상, 현직 멕시코 셰프의 타코 수업, 고고학자와 이탈리아 와인 역사 배우기 등 원하는 체험을 선택하면 현지인과 생생하게 교류할 수 있다. 가격은 프로그램마다 다르지만, 대개 2~4만 원대다.
한편 일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항공(JAL)은 최근 대면 형태로 실시하던 비행기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원격으로 전환하고, 인쇄업체 톳판인쇄사는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일본 유명 문화재를 온라인으로 견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최대 여행사 JTB도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과 마우나케아 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투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나만 아는 여행지, 숨은 명소를 찾아서!
콧바람을 쐬어야 비로소 여행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방구석 여행에 흥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인파가 바글바글한 ‘핫플레이스’를 갈 수도 없는 노릇. 이 때문에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숨은 여행지를 찾아 떠나는 트렌드가 생겨났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6월 발표한 국내여행 의향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기존 유명 관광지보다 숨겨진 여행지나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는 곳으로 여행할 것’이라는 응답이 1순위로 높았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지난해 ‘언택트 관광지 100선’을 내놓았다.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 ▲개별 여행 및 가족 단위 테마 관광지 ▲야외 관광지 ▲자체 입장객수를 제한하는 관광지 등 거리두기 기준을 충족하는 여행지를 모아놓은 목록이다. 여행지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100곳의 여행지를 천천히 살펴보면, 생소한 관광 명소가 눈에 띄면서 우리나라가 새삼 낯설게 느껴진다.
‘차박’도 새롭게 부상한 언택트 여행 문화다. 차에서 관광과 숙박을 모두 해결하는 차박은 거리두기에 최적화된 여행이다. 차로만 방문이 가능한 이색 명소를 들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터넷 카페 ‘차박캠핑클럽’ 운영자 ‘둥이아빠’의 추천에 따르면, 차박의 대표 명소는 충북 충주 목계솔밭이다. 광활한 대지에 화장실과 개수대 등 편의시설을 모두 갖춰 그야말로 차박의 성지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충주 수주팔봉 캠핑장과 삼탄유원지, 양평 광탄유원지, 여주 신륵사 등이 차박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숨은 여행지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다. 뉴노멀 시대의 또 다른 트렌드는 동네 걷기 여행. 동네 걷기 여행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콘텐츠는 카카오TV의 웹 예능 ‘밤을 걷는 밤’이다. 밤을 걷는 밤은 가수 유희열이 서울의 밤거리를 거니는 모습을 담아낸 프로그램으로, 익숙한 거리에서도 색다른 매력을 찾아내 보는 묘미가 있다. 때로는 정해진 방향 없이 발길 닿는 곳으로 향하기도 하고, 우연히 멋진 풍경을 만나면 멈춰서 감상도 한다. 부담 없이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하는 듯한 편안한 콘셉트 때문인지 2020년 12월 기준 누적 조회수가 560만 회를 돌파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언제쯤 자유롭게 떠날 수 있을까. 아직은 미지수다. 이렇게 애쓰며(?) 노는 게 마스크 없이 세계를 자유롭게 누비는 여행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배낭을 챙기게 될 날을 기다리면서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여행을 즐겨보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 될 수 있다.
2018년 초연 당시 전 좌석 매진 신화를 기록한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가 3년 만에 정동극장에 귀환한다. 초연을 함께한 뮤지컬 배우 정영주는 이번 공연에서 출연과 함께 프로듀서를 맡아 무대 안팎을 동시에 책임진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그녀의 연기 인생에 첫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겨준 작품이자, 프로듀서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그녀에게 뜻깊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에 참여한 소감은 어떨까. 배우와 프로듀서를 넘나들며 무대를 뛰어다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베르나르다 알바’는 어떤 작품인가?
남편을 잃고 집안의 권력자가 된 베르나르다 알바가 자신의 다섯 딸에게 극도로 절제된 삶을 강요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딸들의 참아왔던 본능과 욕망이 움트고 표출되면서 갈등이 시작되죠. 알바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딸들에게 어떤 비수가 되는지 모르는 채 앞만 보고 달려가요. 처절하고, 어리석다면 어리석은 캐릭터죠.
Q. 여배우들만 출연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
늘 듣는 질문인데요. 다양한 인간 군상을 표현하는 작품에 여배우 열 명이 모인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오랜 시간 휴머니즘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잖아요. 특히나 한국 공연계는 장르 편식이 심한 경향이 있죠. 그래서 여성 배우들만 출연하는 작품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지는 게 아닐까 해요.
Q. 작품 속 플라멩코의 역할은?
스페인의 정열적인 전통 안무인 플라멩코는 감각적이면서도 영리하게 인물들의 내면을 극대화화하는 역할을 해요. 안무의 한 장르가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 같죠. 마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에 살고 있는 여자들 같다고나 할까요. 단순히 몸짓, 춤 등으로 정의할 수 없는 존재예요.
Q. 프로듀서 데뷔인데 소감이 어떤가?
초연을 하고, 한 번으로 끝나서는 안 될 공연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작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다 보니 용기 내주는 회사가 많지 않았죠. 운 좋게도 제가 소속된 ‘브이컴퍼니’의 황주혜·최대성 대표는 이 공연에 대한 제 열정을 알아주었어요. 대단한 설득을 하지 않았는데도 프로듀서라는 직책을 맡겨주었죠. 엄청난 책임감을 안고 있는 상황이지만, 즐기면서 버티고 있어요.
Q. 배우로서 무대에 설 때와 다른 점은?
같은 공연을 다시 올리는 무게감은 배우로서 여러 번 경험해봤지만, 프로듀서로서 참여할 때는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것 같아요. 프로듀서는 무대뿐 아니라 무대 바깥까지 모든 것을 살피고 분석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객석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하거든요. 두렵지 않은 건 아니지만, 해내지 못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Q. 작품 외에 관심 있는 서사가 있다면?
극작과를 전공해서 습작이 좀 있어요. 각기 다른 분야에서 연기를 하는 4명의 여배우 이야기, 불후의 명작에 등장하는 치열한 5명의 전사들 이야기, 만화 속에 나오는 성공하지 못한 마녀들이 조찬회동에서 벌이는 이야기 등 아이디어가 꽉 차 있죠. 어설프고 완성도도 떨어지지만, 열심히 고쳐보면 덤벼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하나씩 자랑해볼까 해요.
Q. 이루고 싶은 최종 꿈은?
무대를 놓지 않는 것이요. 배우로서든 프로듀서의 위치이든, 왠지 무대를 떠나지 못할 수도 있는 운명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하하. 너무 거창하죠? 그냥 예술 노동가로 장수하고 싶어요. 한 239살쯤까지?(웃음) 제 무대로 많은 분이 위로받고 용기도 얻는다면 한없이 감사할 것 같아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일정 1월 22일~3월 14일 장소 정동극장
연출 연태흠 출연 정영주, 이소정, 강애심, 황석정 등
최근 비만인구의 가파른 증가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환자가 덩달아 급증하면서 치료제 개발이 절실해진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진행 기전을 처음으로 규명해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알코올 섭취와 관계없이 고지방 위주의 식사와 운동부족 등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간에 지방이 쌓이고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환자 5명 중 1명은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화(섬유화)나 간암을 앓게 되는데 B형과 C형 간염과 달리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간이식만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고은희·이기업 교수팀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 있는 쥐의 간세포에서 ‘스핑고미엘린 합성효소(SMS1·sphingomyelin synthase 1)’의 발현이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 간 조직에 염증과 섬유화가 나타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고 교수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밝힌 스핑고미엘린 합성효소의 역할은 사람 대상의 임상시험에서도 재확인됐다. 공동연구팀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립연구소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에서 간암으로 발전해 간이식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간 조직을 분석한 결과 모든 환자에게서 스핑고미엘린 합성효소 발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핑고미엘린 합성효소의 발현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진행을 막을 단서임을 시사한 이번 연구는 영국 위장병학회가 발간하는 소화기분야 최고 권위지인 ‘거트(Gut, 피인용지수 19.819)’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스핑고미엘린 합성효소는 생체막을 구성하며 필수 지방산을 공급하는 지질이다. 고 교수팀은 스핑고미엘린 합성효소에 의해 만들어진 디아실글리세롤이 세포 죽음을 촉진하는 피케이시델타(PKC-δ) 물질과 염증조절에 관여하는 NLRC4 인플라마좀 유전자를 순차적으로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쥐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이에 따라 간세포에서 강한 염증성 반응에 의한 세포사멸(피이롭토시스)이 증가하고, 간세포 밖으로 유출된 위험신호에 의해 염증 및 섬유화 반응을 유도하는 NLRP3 인플라마좀 유전자가 활성화되는 사실도 최종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비만인구가 많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에서 간경화와 간암의 주요 원인질환으로 보고되고 있다. 환자의 약 20%가 간경화를 앓고 간부전과 간암에 의해 사망한다. 단순 지방간에 비해 간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5.7배 높고, 간경화를 동반하면 사망 위험이 10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B형과 C형 간염에 의한 간경화증의 경우 항바이러스제가 존재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C형 간염의 경우 이를 처음 발견해 치료제 개발을 이끈 의학자들에게 노벨생리의학상이 수여될 만큼 의학계를 비롯해 사회적인 관심이 높다.
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경우 간 조직 내 지방 축적을 감소시키거나 염증반응을 억제시키는 약물만 일부 나와 있으며, 간경화로 악화됐을 때는 간이식 외에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진행을 막을 치료제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고은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환자의 장기 예후를 결정하는 요인은 섬유화 진행이다. 이번 연구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진행 기전이 밝혀짐에 따라, 앞으로 간경화로의 이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민간·공공기관 퇴직자로 구성된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이하 NIPA 자문단)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운영하는 해외봉사단 사업으로, 개도국 정부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전공 분야의 기술 및 산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전수하고 있다. 정보통신, 산업기술, 에너지자원, 무역투자, 지역발전 등의 자문을 통해 파견국의 경제, 사회 발전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퇴직 후 자신의 경력을 나눈다는 보람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성장에 일조했다는 자긍심까지 느낀다는 그들. NIPA 자문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1981년 동력자원부를 시작으로,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 등을 거치며 에너지 정책 분야의 경력을 쌓은 유종주(65) 씨. 2015년 정년퇴직 이후에는 안양소공인특화지원센터의 센터장과 울산시청의 정책자문 컨설턴트로도 활동했다. 그렇게 40년 가까이 일을 놓지 않았으니 여력이 없을 만도 한데, 그는 다시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그 기폭제가 된 것은 NIPA 자문단 활동이었다.
“일찍이 NIPA 자문단 활동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어요. 제 경험과 지식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한번 가보고 싶었죠. 그러다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에너지 정책 분야 자문을 원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곧장 지원했습니다.”
“멋진 1년을 만들어보자”
2018년 NIPA 자문단으로 선발된 후, 그는 먼저 스페인어 공부에 돌입했다. 파견국에서의 업무와 소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그곳의 언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언어를 비롯한 서류 준비 및 교육 이수 등을 마쳤지만 한 가지 걱정거리가 남았다.
“수십 년 아내에게 의지해온 것들을 오롯이 혼자 하려니 막막하더군요. 떠날 무렵에는 ‘그래, 한번 멋지게 잘 해내보자’라고 마음먹었어요. 빨래, 요리, 청소 뭐든 열심히 했습니다. 그렇게 1년을 살고 오니 이젠 어떤 상황에 혼자 놓여도 문제없겠더라고요.”
가사 문제가 수월하게 해결된 덕분에 업무 역시 탄탄대로로 진행됐다. 그는 에너지광업부에서 에너지 안보 및 설비 분야의 자문과 정책, 법률 제정에 관한 일을 주로 맡았다. 한국과 도미니카공화국 간의 에너지, 전기, 신재생 분야 정책 비교 분석 및 통계 보고서 등을 수시로 제출했고, 현지인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세미나와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렇게 자신이 가진 것을 최대한 전수하려 애썼지만 모든 게 마음처럼 되기는 어려웠다.
“당시 도미니카공화국은 에너지 분야의 공식 통계나 정책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았고, 장기 계획도 미흡한 편이었죠. 파견 초엔 8가지 규정을 마련하려 했는데, 여건상 점점 줄여나가 결국 3가지 정도만 진행하게 됐습니다. 조급하게 성과를 내기보다는 늦더라도 제대로, 확실히 해두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했죠. 제가 자문을 하지만, 한국 내 기관의 다른 전문가에게도 검토를 요청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 노력했습니다.”
과거 경험 주고, 새 경험 얻다
법률이나 규정을 다루는 일인 만큼, 여러 심의와 절차를 밟아야 하기에 진행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을 터. 그는 만약 다시 도미니카공화국에 간다면 에너지 정책 자문과 더불어 산업통상자원부 시절 경험한 무역, 기업지원 등의 노하우도 전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일이 많다 보니 어렵긴 했지만, 그만큼 보람도 더 컸던 것 같아요.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전문성을 잘 갖춘 중장년이라면 NIPA 자문단에 꼭 한번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제가 활동하며 느낀 기쁨과 가치를 공유했으면 해요.”
더불어 그는 자기 경험만 주고 오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통해 인생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저는 도미니카공화국 사람들의 친절한 미소와 낙천적인 모습에 반했어요. 한국에서는 늘 복잡했고 바쁘게 살았는데, 그곳 주민들은 참 여유롭고 즐거워 보이더군요. 경제적인 면에서는 우리보다 다소 부족할지 몰라도 다들 행복해하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 보였죠. 앞으로 제 노후 역시 그러한 측면에서 행복을 추구하고, 여유롭게 꾸려보고 싶습니다.”
△ 유종주 자문관
ㆍ파견 국가 도미니카공화국
ㆍ파견 기간 2018년 7월 25일~2019년 7월 24일
ㆍ파견 분야 에너지자원
ㆍ파견 직종 에너지정책
ㆍ파견 기관 에너지광업부
ㆍ자문 내용 에너지 안보 및 정책 관련 자문
프랑스 생장에서 시작해 스페인 북서쪽의 산티아고를 향해 약 800km의 길을 한 달가량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이제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물론 출발지는 제각각 다를 수 있다). 이제는 멀리 가지 않아도 국내에서도 섬이나 들판을 가로지르며 순례길처럼 걷는 길이 생겨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신안 섬의 12사도 순례길은‘섬티아고’라 부른다. 지난 초여름에 다녀온 신안 섬의 순례길은 갯벌이 살아 있는, 때가 묻지 않은 천혜의 섬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길이 있다. 바로 당진의 버그내 순례길이다. 자연의 숨결을 온몸으로 느끼며 걸을 수 있는 곳. 가을이 한창이던 지난달에 다녀와서 지금껏 그 들판이 차분하게 나를 다스린다. 여건상 순례길 일부만 돌아봤지만 다시 한 번 조용히 찾아가 제대로 걸어볼 생각이다. 마음속에 기분 좋은 여정을 감춰두고 기다리는 은밀한 기분이다.
순례길의 주요 지점은 솔뫼성지를 시작으로 합덕제와 합덕성당, 원시장과 원시보 우물터를 거쳐 무명 순교자의 묘를 경유해 신리성지까지 약 13.3㎞ 코스로 비순환형이다. 이곳은 한국 천주교회 초창기부터 이용되었던 순교자들의 길이다. 시간은 발걸음에 따라 4~5시간 정도 걸리는데 오름길이나 거친 길 없이 고요하고 평온하기만 해서 이곳이 더 알려지지 않고 지금만큼만 유지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버그내 순례길의 시작인 솔뫼성지, '소나무가 뫼를 이루고 있다' 하여 솔뫼라는 순 우리말로 이름을 지었다. 이곳이 한국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탄생한 자리다. 1784년 한국 천주교회가 창설된 직후 김대건 신부의 증조할아버지부터 4대에 걸친 순교자가 살았던 곳으로 신앙의 못자리이자 한국의 베들레헴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지난 2014년 천주교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으로 전 세계적인 천주교 성지로 명성을 얻기도 했다. 곧 다가올 2021년은 김대건 신부의 탄생 200주년의 해이다. 유네스코 세계 기념인물로도 선정되어 당진 일대를 걷다 보면 곳곳에 행사를 예고하는 글귀를 볼 수 있다.
솔뫼성당 입구로 들어서 조금 걸으면 원형 공연장 겸 야외 성당인 솔뫼 아레나가 쉼터처럼 펼쳐진다. 둘레에 12사도가 세워져 있어 야외 행사의 느낌이 남다를 듯하다. 성당 주변을 둘러싼 솔밭 사이로는 천주교 박해와 관련된 조형물들이 이어진다. 천주교 전파를 위해 피를 흘린 순교자들의 모습이 노송들 사이에서 성스럽게 서 있다.
버그내라는 이름은 삽교천으로 흘러들어 만나는 물길로, 합덕 장터의 옛 지명인 ‘범근내포’에서 유래됐다. 이 물줄기를 중심으로 천주교 신앙이 퍼져나간 것이다. 이 길에 서린 순교와 박해의 역사를 몸으로 느껴보는 시간이다.
발길 따라 계속 걷다 보면 합덕 평야에 농업용수를 조달하던 저수지 합덕제를 거쳐 합덕성당을 만난다. 1929년 프랑스 선교사였던 페랭 신부가 봉헌한 합덕성당은 조용한 합덕 마을을 앞에 두고 고요히 서 있다. 성당으로 오르는 계단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 구조를 이룬 두 개의 종탑이 반짝인다.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은 형상이라고 하는데 그 경건함이 붉은 벽돌의 고딕과 어울려 아름답다. 가던 길 멈추고 이 지역의 랜드마크인 합덕성당에 들러 그 풍경 속에서 한참 머물다 가길 권한다. 100년쯤의 역사를 간직한 이 성당은 한국 천주교회에서 사제와 수도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성소의 요람으로 알려져 있다.
합덕의 너른 들에 가득 차 있는 기운을 받으며 처절한 순교의 길을 택한 이들을 기억하며 구불거리는 길을 걸어간다. 바람 부는 평야를 지나 조붓한 둑길을 걸으면 평온한 자연 속에서 버그내 길이 이어진다. 걷고 또 걸으며 순례길이 품은 순교자들의 신념, 아픔, 그리고 뜨거웠던 영혼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위안을 받는 또 다른 시간이다.
신앙의 못자리이자 한국의 베들레헴이라는 말, 처음 듣는 표현이었다. 이 말이 당진 곳곳을 지나면서 자주 보였다. 여기에 이런 말이 있었구나 내심 생소했지만 하루쯤 걷고 둘러보면 누구나 수긍하게 된다. 순교자들을 기리는 성지로서 그들의 뿌리와 죽음은 물론이고 그들의 아픔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란 것을.
걷기 열풍이 계속 이어지는 추세이지만 순례길만의 깊은 의미를 새기는 시간은 남다르다. 지난해엔 걷고 싶은 길로 선정되었을 만큼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 다만 주변에는 주민들이 살고 있으니 조용히 묵상하면서 걷는 예의도 명심할 일이다. 비대면 여행이 강조되는 이즈음에 순례길 걷기는 더없이 좋다. 특히 이곳은 '혼행'으로 최적이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 비행기나 여객선을 타지 않아도, 애써 여러 날을 비울 필요도 없다. 어느 날 하루 훌쩍 떠나면 된다. 신념의 전파를 위해 피 흘리기를 택했던 순교자들의 이야기가 있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무언가 가슴에 실리는 것이 있을 것이다. 단 하루면 가능한 버그내 순례길의 여운은 아주 길다.
▲주변 명소& 맛집
당진 면천읍성(沔川邑城 ) 마을
당진시 면천읍성 일대를 성안마을로 부른다. 아주 오래된 이곳은 뉴트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마을이다. 우체국을 미술관으로 만들어낸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 자전거포를 동네 책방으로 변신시킨 ‘오래된 미래’, 원래는 대폿집이었던 소품 가득 감성 가득 ‘진달래 상회’, 건너편에 면천향교를 둔 연꽃 가득한 연못 ‘골정지’, 면천 관아의 문루였던 ‘풍락루’ 등 마을 전체가 개발이 제한된 유적지여서 푸근한 시간여행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아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마을. 느리게 그러면서도 충만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 면천읍성 마을이다.
아미미술관
당진보다는 아미미술관을 아는 사람은 많을 것 같다. 들길을 지나고 산 아래로 다가가면 나타나는 맑은 공기 속 예술 공간 아미미술관. 덩굴로 뒤덮인 담장이 먼저 객을 맞이한다. 유동초등학교라는 이름의 폐교를 개조한 미술관이다. 주변의 자연, 낡은 학교 원형을 그대로 살려 멋진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오랜만에 갔더니 복도의 설치 작품들이 교체되어 다시 새롭다. 실내의 전시작품, 마당의 너른 잔디밭과 핑크 뮬리가 혼잡한 세상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소설 '상록수'가 탄생한 곳, 심훈의 필경사
상록수의 작가 심훈이 낙향해 터를 잡은 곳, 당진에 내려와 직접 설계해 지은 집 ‘필경사’(筆耕舍). 필경사라는 옥호는 '붓으로 밭을 일군다'는 뜻이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대표 농촌 소설인 ‘상록수’가 집필되었다. "농부가 쟁기로 밭을 가는 것처럼 지식인은 붓으로 시대의 어둠을 가는 존재다"라는 심훈의 말처럼 당시 농촌계몽활동을 하던 모습을 연상할 수 있는 조형물들과 시비가 마당에 전시되어 있다. 그 옆 심훈기념관에는 작가를 이해할 수 있는 전시장이 마련돼 있다. 따사로운 풍경 속에서 한참을 쉬어도 좋을 농촌 마을이다.
교황님도 다녀간 당진 식당 '길목'의 '꺼먹지 정식'
‘꺼먹지’는 당진의 향토음식이다. 가을 무청을 염장했다가 다음해에 먹을 수 있는 무청 짠지로 처음에는 파랗게 절여졌던 것이 검게 변했다 하여 꺼먹지라고 한다. 걸쭉한 들깨 찌개에 구수한 꺼먹지가 함께 어울려 맛을 내는 음식이다. 그릇도 흰 분청사기에 정갈하게 담겨 나온다. 손맛이 좋은 반찬들이다. 교황이 솔뫼성지 방문 후 사제단 만찬을 이곳에서 했을 때 꺼먹지 정식이 제공되었다고 한다.
명장이 만든 떡, 민속떡집
민속떡집의 쑥 왕송편이 유명해서 당진을 떠나면서 늦은 저녁에 들렀더니 왕송편은 이미 다 팔린 후였다. 떡 명장이 만들어내는 민속떡집은 당진시 최초로 백년가게에 선정되었다.
최근 신중년의 로망으로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모터사이클이다. 육중한 배기량의 고성능 엔진에서 나오는 무게감과 힘을 갖춘 바이크로 국도를 달리며 산하를 감상하는 경험은 남다른 중독성을 갖게 해 많은 이들을 모터사이클의 신세계로 뛰어들게 하고 있다. 윤수녕 강원모터사이클연맹(KMF) 회장 겸 모토쿼드 대표는 척박한 국내 모터스포츠계에서 나침반 역할을 하며, 선진문화의 도입과 안전교육을 추구하는 모터스포츠 전문가 1.3세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모토피스타’ 강원도 인제 행사를 앞둔 그를 만나 꾸준한 성장을 이뤄나가고 있는 국내 모터사이클 세계를 슬라이딩해봤다.
최근 국내 모터사이클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 곳은 강원도 인제군이다. 아는 사람은 이미 알겠지만 이곳에 모터스포츠 경주장인 인제스피디움이 있기 때문이다. 모토쿼드는 모터사이클과 스포츠카로 가능한 레저와 스포츠 활동 사업을 하는 회사로, 윤수녕 대표는 이곳 인제스피디움에서 이륜차 마니아를 위한 기초 리그인 로드레이스 모토피스타와 강원 인제 모토스피드페스타라는 이륜 라이더 축제 등 다양한 경기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바이크를 탄 지 어언 30년째라는 그에게 바이크의 매력에 대해 묻자 단숨에 ‘도심 탈출’이라고 정의했다.
“현대인의 일상은 어딘가에 갇혀 있거나 카테고리가 정해진 반복된 삶이죠. 그런 삶에서 빠져나와 일탈이라든가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안전한 경로가 바로 모터사이클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현대인의 일탈이라고 하면 음주나 유흥이나 레저 등을 떠올리겠지만 그에 비해 훨씬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게 모터사이클이에요. 자신이 있는 위치를 이동시켜주니까요.”
윤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모터사이클은 확실하게 배우고 안전을 확보해 취미로 제대로 접하면 그 어느 것보다 빠른 도심 탈출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두세 시간이면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 파묻힐 수 있는 게 사실이니, 그의 말이 머릿속으로 훅 들어왔다.
모터사이클은 종합예술과 같다
윤 대표가 말하는 모터사이클의 또 하나의 강점은 개방감이다. 달리는 맛이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탈 때는 사각의 틀 안에 갇히지만 모터사이클은 바람을 맞는 맛이 있어요. 온몸이 그걸 인지하죠.”
그의 설명을 듣다 보니 우리가 흔히 모터사이클을 봤을 때 떠올리는 피지컬적인 면보다는 멘탈적인 면이 더 강하게 와 닿았다. 그 또한 국내 모터사이클 문화를 선도하면서 수많은 선수를 발굴했는데, 그 과정에서 체력 단련을 통한 피지컬의 증량보다는, 이 무생물과 교감하면서 마인드컨트롤을 잘 해서 사고 없이 경기를 헤쳐 나가는 게 더 중요 포인트라고 강조한다고.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하루 종일 정신교육만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가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것도 바로 안전이다. 모터사이클의 특성상 안전을 지키지 않으면 단번에 세상을 떠날 수도 있으니 당연한 일이긴 했다.
“유치원, 고등학생이 아니라 40대 전후 어른들이 주로 배우러 오시죠. 그 정도 나이의 사회적 포지션이면 남의 말 듣기가 쉽지 않지만, 모터사이클은 정말 배워야 하는 스포츠예요. 컨트롤하고 정비하고 좋은 컨디션 유지하게끔 계속 들여다봐야 합니다. 정성도 들여야 하고 비용도 드는 복합적인 스포츠죠. 예술로 치면 오페라나 뮤지컬처럼 종합적인 스포츠예요. ‘야 빠르다’ 하는 건 일반적인 시선이고 들여다보면 혼연일체적인 게 있고, 정식 경기장에서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기기를 올려야 그 가치가 빛나는 것입니다.”
인제스피디움을 발판으로 모터스포츠 문화 정착 추구
윤 대표가 말하는 정식 경기장이란 당연히 인제스피디움이다. 그가 특히 애착을 갖고 있는 이벤트는 ‘모토피스타’. 국내 아마추어 선수가 로드레이스에 입문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경기로 피스타는 이탈리어로 질주, 경주란 뜻이다. 시즌 포인트로 연간 챔피언을 뽑으며 강원모터사이클연맹 산하의 모토피스타는 매년 4라운드가 진행된다. 윤 대표가 인제스피디움을 배경으로 펼치고 있는 다양한 사업들 중 하나다.
“10년 전만 해도 경기장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좋아하는 일이지만 쉽고 좋은 것만은 아니었죠.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 특성이 균형 감각이에요. 피지컬은 서양 사람만 못해도 훨씬 더 균형 감각이 있어 모터스포츠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처음엔 굉장히 희박하다가 이걸 스포츠로 받아들이고 아카데미에서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걸 보고, 한국적 절차를 밟아야겠다고 결심한 게 10년 전이었습니다.”
사실 다수의 언론에서 이미 보도된 대로 인제스피디움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이해관계가 얽힌 기관과 단체들 사이의 갈등으로 몇 년간 잡음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일종의 컨설턴트 역할을 하는 외부인사로서 인제스피디움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입되었고, 당사자들 간의 교섭을 이끌며 상황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했다.
모터스포츠 교육을 위한 라이딩 센터 착공
“사실 우리나라는 모터스포츠 문화의 단계로 보면 최종적으로 만들어져야 할 경기장이 먼저 우뚝 만들어진 상태였어요. 어떻게 보면 불안정한 거죠. 그래서 중간에 허브가 될 수 있는 아카데미나 R&D를 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됐어요. 일본만 봐도 큰 경기장들 중에 60년 된 곳이 있는데 그 경기장 하나만으로도 인제군만 한 도시가 먹고살 정도로 다양한 유관시설들과 인프라가 구성돼 있어요. 그래서 제 생각은 인제군을 모터스포츠 특화지역으로 만들자는 거예요.”
윤 대표는 인제스피디움을 중심으로 한 모터스포츠의 멀티플렉스화 계획을 들려줬다. 그 첫 발걸음이 내년에 착공되는, 라이더들의 교육을 위한 라이딩 센터다.
“이동수단이라는 본질적인 면에서 보면 스포츠 분야는 제대로 크지 않았습니다.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교육도 그렇고 스포츠와의 접목을 추구하기 위해 내년에는 교육 사업 분야에 집중하고자 해요. 교육받은 라이더들이 실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게 경기죠. 그래서 인제 하면 이들을 위한 다채로운 경기가 정기적으로 열리는 곳으로 인식되도록 하고 싶어요.”
라이더들이 ‘시원하다’고 말하는 이유
레저용으로 쓰는 바이크는 250cc 이상이다. 우리나라에서 250cc 이상 되는 바이크의 등록 대수를 보면 10년 전만 해도 3만 대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무려 15만 대 이상이 등록되어 있다. 통계만 봐도 레저로 바이크를 즐기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레저용 바이크는 고가의 상품이라 사회적 포지션이 높고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이 주로 소유하고 있죠. 흔히 크고 시끄럽고 손 가는 게 많다고 생각해 배우기를 망설이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용기를 내시라, 도전하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확실하게 배우면 안 다치고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그가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을 보면서 알게 된 흥미로운 점이 있다. 보통 예민한 사람들이 바이크를 타고 오면 “시원하다”고 말한다는 거다. 그런데 온 신경을 써야 하는 게 모터스포츠다.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사고라도 날까봐 온갖 신경을 다 쓰는데 그러면서도 뭔가가 해소된다는 거죠. 집중이 집중을 치유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정신적 에너지를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와서 스트레스를 푸시고 갑니다. CEO나 교수, 의사, 디자이너, 연구원, IT 분야 종사자들이 많아요.”
바람처럼 바이크를 타며 인생을 향유하다
바이크 타는 아버지를 보고 배우며 타다가 라이더가 된 윤 대표. 모터스포츠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했을까? 그는 “의외의 대답일지 모르겠지만…” 하고 전제를 깔았다.
“지극히 개인적 얘기지만 명상 쪽에 몰두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명상은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매인 삶이 모터사이클로 탈출하는 것과 비슷하죠.”
과연 일맥상통하는 얘기라 생각했다. 일찍이 미국의 대학교수이자 작가인 로버트 피어시그는 모터사이클과 선 체험 간의 교차점을 탐구한 소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집필해 명작의 반열에 올린 바 있다. 윤 대표는 모터사이클을 “보이는 바람의 영혼”이라고 표현했다. 정신적인 자유가 거기에 있고 그 사람의 정신세계 또한 거기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유한 바이크만 봐도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빠르고 강하게 타는 게 아니라 고독한 바람같이 타는 사람이 좋습니다. 그 바람이 산들바람일 수 있고 강풍일 수도 있는데 자연과 동화된다는 의미죠. 뭔가 지나갔는데 아무렇지 않고 산등성이에서 새들이 날아가는 것처럼.”
대형 바이크를 타고 1·2차선을 넘나들며 굉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이런 사람들이 교육을 받고 제대로 된 문화를 알면 달라질 것이라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이제는 강원도 인제 전역의 아름다운 곳, 산하 등 그런 곳들을 이동하는 도구로서의 바이크가 문화로 정착해야 한다고 봐요.”
부자(父子)가 함께하는 모터사이클 투어 꿈꾼다
사실 윤 대표의 아버지도 아들처럼 모터사이클 마니아다. 스위스 알프스부터 터키, 스페인 등 전 세계를 무대로 라이딩을 하는 아버지를 둔 그가 모터스포츠 세계에 입문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아버지 건강이 허락되면 서울에서 출발해서 실크로드를 달리고 유럽까지 가는 대장정을 함께하고 싶어요. 지금 당장은 못 가지만…. 9월에 강원도 전역에서 하는 평화 모터사이클 랠리를 계획하고 있어요.”
그도 이제 50대에 이른 만큼 나이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한다. 몸의 변화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벌판 같은 경기장에서 일하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드를 향한 그의 의지와 사명감은 쉬이 꺼질 것 같지 않다.
“필드 플레이어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긴 하죠. 하지만 건강관리를 하면서 되도록 오래할 생각이에요. 아버지도 내일모레 여든이신데 현역이신걸요.(웃음)”
바이크를 모르는 사람들은 어쩌면 불행한 사람들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멋지고 훌륭한 것을 모르고 인생을 살았구나 하고 깨달을 때쯤 사내 윤수녕 대표가 멋진 라이더로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