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하지만 솔직한 화법. 박동현(朴東炫·60) ‘더 클래식 500’ 대표의 말투가 그렇다. 그러나 그러한 순박한 인상 속에는 맡은 지 2년여 만에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킨 수완 좋은 경영가의 모습이 담겨 있다. 신라호텔, 조선호텔 등을 거치며 호텔업계의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다가 만년을 맞이하여 시니어타운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몸담은 박 대표는 최근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의 회장으로도 취임했다. 해야 할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한 그의 행보에는 시니어 주거공간의 필요성과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꿈꾸는 의지마저 담겨 있었다.
박동현 더 클래식 500 대표는 “시니어업계의 삼성전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아직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시니어 사업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입장에 어울릴 법한 야심이라면 야심이다. 하지만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도심형 시니어타운 더 클래식 500의 성공적인 런칭과 운영을 보면 그의 말이 단순한 홍보용 문구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즐겁고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특별한 공간, 시니어타운의 적절한 입소 시기를 물었다. 나이가 많아 건강이 나빠진 후에 들어가려면 건강 문제로 입주가 허락되지 않아 요양원으로 가야 할 수도 있다. 몸이 건강하지 못한데 골프연습장, 당구장, 헬스장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서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즐기고 누리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도심형 시니어타운이라는 신세계
1990년대 시니어타운 초창기에는 전원 속 '나홀로 단지'의 성격이 강했지만 요즘은 도심형이 대세다. 도심형의 특징은 1차원적 주거공간이 아닌 호텔, 종합병원, 백화점 등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복합형’이다. 건국대학교가 운영하는 도심형 노인주거복지시설인 더 클래식 500은 실버타운이 아닌 ‘시니어타운’으로 명칭지어져 있다. 실버라는 말보다는 시니어라는 말이 더 듣기가 좋더라는 박 대표의 생각 때문이다.
“지금까지 실버타운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산골짜기로 들어가는 느낌이었거든요. 그와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실버타운으로 각광받는 게 도시형입니다. 처음에 실버타운 개념이 나왔을 때 삼성도 뛰어들었었는데 결과적으론 실패했습니다. 아는 것, 깨닫는 것, 실행하는 것은 다르다고 하죠. 아는 것만으로 실행했던 게 문제였습니다. 단순히 ‘자연 속에서 깨끗한 공기와 함께 지낸다’는 게 시니어타운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심신이 멀쩡하고 건강한 사람 입장에서, 사회로부터 은둔된 실버타운으로 가면 고립된 느낌을 받게 되고 생활 면에서 안 좋을 수밖에 없어요.”
박 대표는 과거 실버타운들의 실패 사례를 토대로 더 클래식 500을 ‘액티브 시니어들이 사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콘셉트로 방향을 정했다. 그래서 광진구에 위치함으로써 가지게 된 교통, 쇼핑, 문화시설 등 주변의 인프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도시 생활과의 연계점들을 마련하여 사회와 동떨어진 느낌을 받지 않도록 고려했다. “외국은 시니어타운이 대학교 주변에 많아요.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게 시니어들의 멘탈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 합니다. 우리도 그런 시도를 해서 다행스럽게 성공하고 있는 중이라고 봐요.”
그 무엇보다도 차별화를 추구한다
더 클래식 500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하자면 하우스키핑, 컨시어지 서비스와 같은 생활 지원 서비스, 건국대학교 병원과 연계한 체계적인 의료 지원 서비스, 문화 및 여가 생활을 위한 커뮤니티 여가 지원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주거 단지 내 시니어들을 위한 모든 생활 편의 환경이 갖춰져 있으며 일주일에 두 번씩 청소, 빨래, 설거지 등의 서비스가 이뤄져서 여성층의 만족도가 높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체력이 약한 시니어는 건국대학교 병원과 연계된 전문 메디컬 서비스를 받으며 삶의 즐거움을 누리는 데 어려움이 없게끔 했다. 또한 29개의 동호회 및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서로 소통하며 배움의 열의를 갖게끔 설정했다. “그런 것들을 운영하지 않는다면 여타 실버타운과 다를 게 없죠.”라는 박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90세가 넘으셨는데도 건강한 분이 정말 많아요. 그리고 우리 직원들의 친절성과 정직도도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입니다. 저희는 핵심가치가 네 가지인데 합쳐서 ‘HEAD’라고 불러요. Honesty(정직), Excellence(탁월함), Accuracy(정확), Differences(차이)가 그것입니다. 병원도 호텔도 우리보다 나은 데들이 있는데 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시니어 사업, 연륜의 힘이 필요하다
신라호텔과 조선호텔 등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며 호텔 산업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던 박동현 대표는 시니어 사업의 CEO로 일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깨닫는 점이 많았다고 말한다. “제가 올해로 60인데, 부모님이 돌아가셨지만 옛날에 불효했던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시니어 사업의 CEO는 인생을 경험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봐요. 남자가 출산의 고통을 안다고 말해도 실은 몰라요. 여자가 아니고 겪어보질 못했으니까. 마찬가지로 연세 드신 분들과 함께하려면 아무리 유능하다 하더라도 젊은 경영자라면 해결하기 어려운 게 있습니다.”
그는 얼마 전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의 회장으로도 취임했다. 점차 늘어나고 있는 노인 주거복지시설의 운영에 있어 보다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체계를 확립하기 위하여 설립된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는 약 50여 회원 기관들이 정기적으로 함께 모여 상호간 정보를 공유하고 발전하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더 클래식 500 취임 후 2년 여만에 사업을 흑자로 전환시키며 보이지 않는 것들을 채울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한 것이야말로 그가 회장으로 뽑힌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우리 사회는 완전한 고령화 추세입니다. 우리 협회가 사회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인식을 바꾸고 사회 제도를 바꾸는 일 말이죠. 최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는 중인데 현실을 너무 몰라요. 정책은 너무 획일화되어 있어요. 안타깝습니다.”
박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노인복지법에 노인 주거복지시설이 주거복지시설과 복지주택의 두 종류로 나뉘어 있다. 그렇게 분류되어 있는 이유는 노인복지법에 의한 노인복지시설은 요양보호사 등의 필요 법적인원이 있기 때문이다. 주거복지시설은 그런 필요 법적인원을 요구하는 반면 복지주택은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주거복지시설로 신청하여 사업을 시작했다가 주택복지로 바꿔서 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사실상 둘은 같은 것인데, 법제가 이원화되어 불필요한 행정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현장에 있는 입장에서는 답답하지 않을 수가 없는 문제다.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정책에 답답함 느껴
박 대표는 요우커(遊客) 유입에 따른 대기업들의 호텔 건축도 문제라고 보고 있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현재 호텔은 포화 상태예요. 재앙이 될 겁니다.” 흔히 관광업에서는 요우커의 증가 추세를 객실 수로 나누어 계산한다. 그러나 그것만 따지는 건 잘못된 것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요우커들은 하이 클래스에는 안 들어가요. 십만 원 안쪽 비즈니스 호텔에 주로 들어가죠. 그리고 그들은 일단 도착한 다음에는 쇼핑하느라 바빠요.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호텔 점유율이 80% 이상이었으나 요즘은 50% 안팎밖에 안 됩니다. 많아야 60% 내외예요. 그런데 또 짓는다고 하니….”
박 대표는 직접 통계를 보이며 설명을 이었다. 2014년에 내한한 요우커는 약 613만 명이고 2015년에는 598만 명으로 20여만 명가량이 줄었다. 그런데 서울만 봤을 때 2012년도의 호텔 수는 151개에 객실 수가 2만 5710개였는데 2015년에는 295개 호텔에 4만 2444개의 객실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더군다나 이 통계에는 일반 숙박업인 모텔이나 여관, 게스트하우스 등의 시설들은 빠져 있다. 소비 대비 공급 과잉의 이러한 현실에서 실제적으로 호텔을 이용하는 수치는 올라갈 수가 없는 게 당연하다.
고령화는 심각한 사회 문제, 위기감 느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서울시의 사업 수행 계획을 보면 호텔 184개를 추가함으로써 객실 수는 2만 8926개가 늘어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대로 하면 2019년에 서울에는 479개 호텔에 7만 1370개의 객실이 생기게 된다. 가히 ‘호텔 공화국’이라고 불러도 될 막대한 숫자다. “그러다 보니 가격 인하 정책을 남발하게 되고, 당일 ‘땡처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되는 거죠.”
지나친 호텔 포화 상태에 대한 대안으로 박 대표는 호텔 건축에 있어 객실을 150실 정도로 줄이고 시니어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 자체로 사회적 기여도 되고 새로운 수요도 창출할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데 정치인들은 싸우고만 있어서…. 사람이 없으면 소비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고령화 문제는 국가 존립의 문제로 생각해야 합니다. 모두가 다 연결되는 문제인데, 답답합니다.”
박 대표는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회장으로서 3년 임기동안 반드시 하고 싶은 4가지 일을 강조했다.
“첫째, 시니어 세대가 검증된 노인 주거복지시설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인증제도를 도입하고자 합니다. 둘째, 현 시대의 흐름에 맞는 노인 주거복지시설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비효율적, 비현실적인 규제를 발굴하여 개선하겠습니다. 셋째, 한국의 첨단 IT기술과 접목한 노인 주거관리시스템 및 고령친화 IOT 개발에 발판을 마련하겠습니다. 넷째, 국내 노인 주거복지시설들의 해외 시장 교류 확대와 발전을 위해 주력하겠습니다.”
이외에도 시니어 세대들의 주거복지 향상에 기여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의 삶을 위해 전문기관 및 단체와 협력하여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할 수 있는 복지 정책을 제시하고 실행하고자 주력하겠다고 한다. 또한 입주 100%·만족도 200%·재입주 94%를 달성한 더 클래식 500 시니어 타운에서 쌓아온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행복한 ‘인생 2막을 위한 시니어 라이프 트렌드’를 리드하는 삶의 동반자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라이프 케어를 넘어 체계적 라이프 사이클 서비스로
이처럼 고령화사회로 인한 문제 발생, 그리고 수요 발생에 대비하여 더 클래식 500은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저희 나름대로의 비즈니스 벨트를 만들면 어떨까 싶어요. 수평적으로는 부산, 인천, 대구, 울산, 대전 등등 일곱 군데 정도에 수평적 벨트를 구축하는 겁니다. 수직적으로는 여기 계신 분들이 몸이 더 안 좋아지시면 갈 수 있는 다음 장소를 마련하여 그야말로 라이프 사이클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노년의 삶이 불행한 것만은 아니구나’라는 인식의 변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시니어타운 사업을 하면서 부족하거나 아쉬운 점이 있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서비스는 항상 어제보다 나아지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도 항상 계속적으로 나아지는 서비스를 위해 아이디어 생산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려면 끊임없는 관심과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지요.”
내 집만큼 편한 곳이 없다지만, 은퇴 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루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수십 년을 가사에 시달린 주부들에게 집은 곧 은퇴 없는 노동의 현장과 같다. 그런 시니어의 삶에 활력을 주고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 바로 시니어 주거 복지시설(실버타운)이다. 문화센터, 피트니스클럽, 병원, 약국 등이 집 울타리 안에 있고, 생활의 편의와 안전을 집안 곳곳에서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래 입주민들과 친목 도모까지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순히 ‘먹고 자고 쉬는 곳’이 아닌 그 이상의 즐거움이 있는 주거 공간, 서울시니어스타워(가양), 삼성노블카운티, 더 클래식 500에 대해 알아봤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 사전 조사만 3년간 했다. 생활비와 관리비를 따져보니 일반 아파트와 크게 차이는 나지 않지만, 각종 건강·편의·안전 서비스 등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엘리베이터만 타면 피트니스센터와 사우나실, 당구장, 노래방, 동호인실, 대형 아트홀, 병원까지 갈 수 있다. 동선이 짧고 가기도 편하지만 무엇보다 안전하다. 집안에서도 갑작스러운 현기증이나 비상시에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단지 내 24시간 대기 중인 간호사가 달려와 응급처치를 해준다. … 오전도 참 빨리 가지만 오후는 더 바쁘다. 아내는 요가와 한국무용, 노래교실, 보드게임 등을 통해 신체와 두뇌활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뒤늦게라도 아내가 하고 싶었던 취미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식사와 청소 등 가사에 관한 전반적인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니어스 가양타워 윤재건(92)씨의 후기 中
◇ 17년 실버타운 운영 노하우가 곳곳에 ‘서울시니어스타워(가양타워)’
위치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 유형 도심형 입주방식 분양 및 임대
면적 39~164㎡ 분양가 (영구임대) 1억7257만~8억7852만원
월 생활비 (1인 기준, 식비 포함) 약 88만~160만원 문의 02-3660-7700
서울시니어스타워는 1998년 서울타워(서울시 중구 신당동)를 시작으로 강서타워(2003년,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 분당타워(2003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가양타워(2007년,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 강남타워(2015년, 서울시 강남구 자곡동) 등을 운영하고 있다. 모기업인 서울송도병원이 가까이 있어 24시간 의료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며, 식사·청소 등 살림에 대한 전반적인 서비스를 마련해 생활의 여유를 더했다. 20여 종의 문화시설을 갖추고 있어 30여 개의 사회·여가 프로그램 이용이 가능하고, 주거시설과 공용시설에 비상호출, CCTV, 안전손잡이 등을 설치해 안전하게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가양타워는 서울타워, 강서타워, 분당타워 세 곳의 노하우를 집약한 공간으로 부대시설이나 취미 활동 공간에 대한 시설 이용·운영비 선납 제도가 없어졌고, 수영장과 피트니스센터, 식사 등은 쿠폰제로 바뀌면서 원하는 만큼 비용을 내는 합리적인 생활비 운영이 가능해졌다. 대학병원급 전문 재활치료센터와 요양원·주간보호센터(day care center), 내과, 재활의학과 등의 클리닉센터가 단지 내 있다는 것도 가양타워만의 특징이다. 최근 서울시니어스타워는 전북 고창 석정온천지구에 가족 건강 리조트 ‘고창 웰파크시티’를 건설 중이다. 레저·의료·펜션·콘도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가족과 함께 건강과 레저의 즐거움을 누릴 만한 시설이다. (2017년 입주예정, 문의 063-563-9300)
◇ 전원생활의 여유와 도심의 편리함을 동시에 ‘삼성노블카운티’
위치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유형 반(半)전원형 입주방식 임대
면적 99~238㎡ 입주보증금 3억~9억6000만원
월 생활비 (1인 기준) 128만~222만원, 식비 57만원 별도 문의 031-208-8000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운영하는 삼성노블카운티는 2001년 개원 당시만 해도 전원형에 가까웠으나, 용인~서울간 고속도로 개설과 분당선 개통으로 반(半)전원형 실버타운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려한 자연환경과 더불어 도심 접근성이 좋아 도심형과 전원형의 매력을 고루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실버타운은 거동이 자유롭고 신체적으로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어야 입주가 가능하고, 신변 자립이 어려워지면 퇴거해야 한다. 하지만 노블카운티의 경우 일반 입주자를 대상으로 하는 타워동 외에도 건강이 나빠져도 거주할 수 있는 너싱홈(치매·중풍 등으로 재활이 필요한 노인에게 24시 간호·간병 제공)과 프리미엄세대(타워동과 너싱홈의 중간단계)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시니어 주거시설이지만 ‘3세대 공존’을 추구하는 만큼 문화시설이나 스포츠센터 등의 부대시설을 모두 지역사회와 공유한다. 어린이집과 유아체능단을 운영해 아이들의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세대 간 자연스러운 교류를 통해 노인만이 생활하는 공간이 아닌 어른·아이가 어우러지는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6성급 호텔 서비스의 품격을 누리다. ‘더 클래식 500’
위치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유형 도심형 입주방식 임대
면적 184㎡ 입주보증금 9억2000만원
월 생활비 (2인 기준, 식비 포함) 400만원 내외 문의 02-2218-5000
더 클래식 500은 400여 개의 가구 모두 단일 평수로 구성돼 있다. 구조와 인테리어에 따라서는 A 타입과 B 타입으로 나뉘지만 184㎡로 동일하다. 더 클래식 500은 호텔이 한 공간에 있는 만큼 입주민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함께 머무를 수 있는 게스트룸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위트룸·주니어 스위트룸·스탠더드룸 등 구성원에 알맞게 선택해 자녀, 손주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입주민과 자녀들에게도 만족도가 높은 서비스다. 아울러 교통, 백화점·마트·영화관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 시설이 인근에 있다.
이러한 호텔식 서비스 외에도 피트니스센터, 수영장, 스파, 실내 골프 연습장, 도서관 등 일반적인 실버타운 내 시설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건국대병원 교수진으로 구성된 메디컬 전문의와 전담 건강 관리팀(의사·간호사·운동처방사·물리치료사·영양사 등)이 개인별 맞춤 건강·운동·영양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입주민들은 다양한 의료 서비스 중에서도 전담 간호사의 케어 서비스에 크게 만족스러워 한다. 전담 간호사는 입주와 동시에 배정되는데, 입주자의 생활 질환부터 식사, 운동 등 전반적인 케어뿐만 아니라 외래진료 예약, 진료 상담을 연계해주며, 이후 투약 방법 교육 및 체크도 진행한다. 노인 복지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품격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더 클래식 500의 메리트다.
인생 후반전의 삶은 보다 평화롭고 안전하며 심플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바로 살 공간, 의식주(衣食住) 중에 주거 문제이다.
하지만 저마다 사는 취향이 각기 다르고, 형편이나 사정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과 건강상태, 재정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거공간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늘어난 노후를 멋지게 그릴 수 있을것이다.
2013년 한국소비자원 발표에 따르면, 고령자의 생활 안전사고의 61.5%가 주로 가정에서 발생하며, 문턱이나 장판 등에 걸려 넘어져 머리를 다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작은 문턱 하나 넘기도 버겁고, 화장실을 한 번 다녀오는 데에도 숨이 차오르게 되는 만큼 경제적 여력이 있는 60대에 노년에 생활하기 적합한 집 안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 집 안 곳곳에 손잡이를 달고, 문턱이나 계단의 높낮이 차이를 줄이고, 화장실 센서기능, 바닥재는 코르크와 같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소재로 바꾸는 것이 좋다.
현재 아파트를 리모델링하거나 이웃과 나누는 타운 하우스에서 살거나 보다 쾌적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는 시니어타운에 입소하거나 개인별 주거의 공간을 조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보통 ‘은퇴=전원생활’이란 공식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직장생활을 접고 여유롭고 공기 좋은 곳에서의 전원생활을 택하는 은퇴자들이 많아서다.
그러나 현실을 감안하면 전원생활은 좀 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전원생활을 시작한 은퇴자 가운데 상당수가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도시로 유턴한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전원생활에 익숙하지 않으면서 현지 적응력이 낮은 고령자, 신체조건이 뒷받침되더라도 도심 기반의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경우라면 전원생활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도시 외곽에 전원형 주택을 지어 거주하거나,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단독주택을 구입해 빌려주거나 주말농장이나 텃밭을 임차하는 이른바 ‘도심형 전원주택’생활을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상위 5% 은퇴자들이 선택한 최고의 주거공간
우리나라에서도 시니어타운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미 오래 전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일본이나 호주, 독일, 중국, 핀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실버타운이 하나의 문화이자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하며 노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주거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은퇴자마을이 운영되고 있다. 은퇴자들 15%이상이 제2의 인생을 찾아 날씨 좋은 곳, 여가 활동이 자유로운 곳 등 상당히 활발한 이동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독립적이고 쾌적한 삶을 추구하는 시니어층이 증가하면서 실버타운 및 유료주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왜냐하면 편의,여가, 문화시설 등이 많고 그들만의 ‘주거커뮤니티’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상위 5% 시니어들은 심리적, 사회적, 환경적 요소에 따라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에서이동하고 싶어한다.이들의 이동 변수는 건강하냐, 안하냐에 따라 다양한 주거시설의 삶의 형태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니어들은 편안하고 안락한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주거공간을 찾는다. 앞으로 10~30년이상 살아야 할 주거시설을 안전하고 안락한 생활을 위해 무엇이든 아끼지 않는다.
실버산업 관련 모 대학 교수는 “앞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강한 독립심을 가진 자산가들이 늘어나면, 미국이나 유럽처럼 새로운 곳으로 이사해서 살려는 은퇴자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해외여행 경험이 많고, 경제적으로 더 풍족하고, 문화예술욕구가 강한 베이비부머들이 그러한 1세대가 될 것”이라 말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노인복지전문가 이호갑(李鎬甲, 59)씨는 이렇게 자기를 소개한다. “10년 삼성의료원 짓고, 10년 삼성 노블 카운티 짓고, 10년 운영했습니다.” 간단하지만 한 문장에 30년 노하우가 들어 있다. 그런 그가 회사를 그만두고 선택한 곳은 또 다른 노인복지의 실험장이 되는 강남시니어플라자다. 30여 년 노인복지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강남시니어플라자는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
이호갑 관장과 강남시니어플라자의 인연은 7년 전, 강남구가 노인복지시설 건립을 위해 자문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 관장은 삼성생명 공익재단 상무로 재직하고 있었다.
“강남구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강남은 모든 게 달라야 할 것이다. 다른 지역 노인복지관이 경로잔치를 열어주는 등 혜택만 주는 서비스를 해왔다면, 강남은 노인 나름대로 재능을 펼치고 활동적인 노후를 위해 즐길 수 있는 개념으로 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자문역할을 해줬던 시설이 이 관장이 몸담은 강남시니어플라자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곳에 오게 될 줄 상상도 못 했다. 삼성생명 공익재단 상무 자리에서 물러나고 6개월 뒤인 2014년 8월 14일. 강남시니어플라자 관장으로 첫 출근했다.
“처음 왔을 때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그중에 제일 큰 문제가 타성에 빠져 있는 운영방식이었습니다.”
강남시니어플라자의 설립 목적은 노인이 자신의 재능을 펼치고, 활동적인 노후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인데 와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운영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출근 첫날 이 관장 눈에 보였던 것은 융통성 없는 사무실 배치였다고.
“조그만 건물에 사무실이 세 개였습니다. 첫날 오자마자 벽을 부숴 사무실을 트고 세 개였던 사무실을 하나로 통합했습니다. 소통이 빨라졌죠. 회원들에게도 눈에 보이는 변화를 드린 겁니다.”
“왜 난 자꾸 대기 번호에서 밀리는 거요?”
이 관장의 파격적인 행보는 부임 일주일 뒤에도 이어졌다. 바로 강남시니어플라자 회원들과 가진 간담회였다.
“이곳에서는 회원이 즉 고객인데 고객의 소리를 종합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더군요. 180개 강좌의 반장과 총무 등 60여 명이 모여 그간 필요했던 것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습니다.”
물리적으로 안 되는 것 빼고 웬만한 의견은 수용했다. 간담회 이후 이 관장의 집무실도 회원과 소통을 위해 개방했다.
“회원들 얘기를 들어보니 수업 등록 대기자 관리에 대한 불만이 많았습니다. 언젠가 다른 지역에서 온 노인이 ‘하모니카가 배우고 싶은데 세 번이나 밀려서 배우지 못했다’면서 삿대질을 하고 막 화를내시더라고요. 강남구민은 정회원, 다른 지역 구민은 준회원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그 비율이 각각 85퍼센트와 15퍼센트입니다. 정회원 우선으로 강좌를 들을 수 있게 하고 대기자 관리를 제대로 안 하다 보니 강좌 등록을 몇 번 해도 수강이 어려웠던 거죠. 그래서 대기자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비좁은 공간에 이용할 수 있는 교실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였다. 생각보다 이 관장이 제시한 방법은 간단했다. 강남시니어플라자 주변 카페나 기타 공간들을 찾아 비어 있는 시간에 시니어들을 위한 교실로 이용했다.
“회원들의 소리를 최대한으로 반영해 드렸어요. 그랬더니 회원들도 ‘뭔가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구나’ 생각하시더라고요.”
두바이에서 찾아낸 ‘강남스타일 에이징’
30여 년 노인복지전문가로 살아온 이호갑 관장. 삼성을 나온 이후에도 노인복지 관련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강남시니어플라자 취임 한 달 뒤인 2014년 9월, 아랍 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 열린 메디컬시티 국제상업학술대회에 초대돼 ‘고령화 현상과 한국의 사례, 삼성 노블 카운티’에 관한 연설을 하게 됐다.
“관장 취임 전에 초청됐고 발표자여서 꼭 가야 했습니다. 난생처음으로 40분 동안 영어로 발표했습니다. 영어가 늘 쓰는 언어도 아니고 말입니다. 발표하고 나서 바로 질문받기 전에 무대에서 나오려는데 한 사람이 ‘I have a question.(질문 있습니다)’라고 하는 겁니다.”
터번을 두른 아랍사람이었다. 당황도 잠시, 그는 한국말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한 뒤 질문을 이어나갔다.
“한국의 장기요양보험에 관해 물어봐서 답을 해줬더니, ‘감사합니다’라 말하고 앉는 겁니다.”
한국어로 질문했던 사람은 알고 보니 사우디아라비아 국립병원장이었다. 그는 한국인 수간호사 두 명과 함께 일하는 것도 모자라, 아침마다 한국어로 회의한다고 했다.
“그때 나를 소개할 때 ‘나는 강남시니어플라자라는 노인시설 CEO고, 강남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나는 강남에 살고 있다’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학술대회 끝나고 나왔더니 나를 다 알아봐요. ‘강남 스타일’이라며 말입니다. ‘강남 스타일’이 얼마나 대단한지.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때 문득 ‘강남시니어플라자는 노인종합복지관의 선두주자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개념을 ‘강남스타일 에이징’이라 부르고 이 안에는 ‘나눔, 봉사, 참여’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정의를 내린 것이다. 쉽게 말해 강남스타일로 늙어가려면 나누고, 봉사하고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강남시니어플라자에는 사회에서 득을 크게 본 사람들이 많아요. 자기가 어떤 방법으로 돈을 벌었든지 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거죠. 나눔을 실천해야 그게 진정한 행복입니다.”
‘강남스타일 에이징’을 확립하고 강남시니어플라자 홍보를 시작하자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최근에 은퇴한 60대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복지관은 7, 80대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비교적 젊은 60대 은퇴자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강남시니어플라자가 그 소임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과 사랑, 사랑과 일
이 관장은 ‘관장님과 함께하는 문화산책’이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매월 회원들과 가깝게 만나고 있다.
“지난번에는 회원 7명과 함께 영화 을 봤습니다. 영화에서 로버트 드 니로의 첫마디가 ‘Love and work, work and love. That's all there is’입니다. 은퇴한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과 일입니다. 사랑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배우고, 여행하고, 자원봉사 다니는 겁니다. ‘일’은 활동을 하는 거죠. 이렇게 시니어들의 노후에는 그런 사랑과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영화 이 보여주더군요. 그게 바로 나눔, 봉사, 참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관장은 강남스타일에이징에 걸맞은 사업을 펼치기 위해 작년 3월 ‘강남스타일시니어봉사단’을 만들었다.
“회원 수가 1만 명이 넘는데 봉사하는 인원은 100명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만들게 된 것이 ‘강남스타일시니어봉사단’입니다. 그리고 버스 두 대를 대여해서 음성 꽃동네 견학을 갔습니다. ‘자원봉사를 진짜 이런 마음에서 해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음성 꽃동네 견학 이후 봉사단 배가운동을 펼쳐 지금은 봉사단원이 300명에 달한다. 또한 자원봉사단 규모를 1004명까지 늘리자는 의미에서 ‘1004 프로젝트’도 펼치고 있다.
“물론 별 관심 없는 분들도 있고 관장이 이상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루아침에 될 문제가 아니고 서서히 의식을 바꿔드리는 작업을 하는 겁니다. 시니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확실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봉사단을 300명으로 늘려놓기는 했는데 봉사할 곳을 개발해야 한다. 이곳 강좌에서 배운 능력으로 다른 곳에서 가르치는 것 또한 봉사다. 봉사의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요즘 큰 관심사라고 이 관장은 말했다.
롤모델은 언제나 아버지, 아버지
이 관장 주위에는 이렇게 노후에도 자원봉사와 꾸준한 사회 참여로 건강한 삶을 사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아버지다. 이 관장의 아버지 이형재(李衡在, 90)씨는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으로 은퇴한 이후에도 꾸준히 보험회사에서 일하고 자원봉사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교사 시절 좋아하던 술도 끊고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 관장은 아버지께 용돈을 드려본 적이 없다고 한다. 아들이 삼성 상무였는데 말이다.
“언젠가 서울역 근처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는데 방송인 송해씨와 아버지가 스쳐 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분도 BMW(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삶, B 버스, M 지하철, W 걷기)를 실천하며 사시잖아요. 매일 일하고 자원봉사하니까 90세가 되어도 정정하다는 걸 새삼 알았습니다. 노인이 돼서 일하고 자원봉사하는 게 건강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구나, 집에서 느끼는 거죠. 물론 내가 노인복지에 관한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도 있지만 실제로 산 모델이고 그렇게 살아야겠다 생각합니다.”
이 관장은 강남시니어플라자 관장 자리에서 내려와서도 노인복지와 실버타운 전문가로 일하고 싶다고 한다. 실버타운 건설과 운영에 관한 전문 서적을 집필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분야가 노인복지 분야가 아닌가.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노인복지현장을 누빌 이호갑 관장의 미래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드리는 바이다.
안경을 쓴 모습이 카리스마 있어 보이지만, 그 속에 보이는 정동기 본부장의 눈빛은 꽤나 깊이 있다. 40년 가곡 감상으로 다져진 남다른 감성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게다. 그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가곡 감상 사이트 이름도 ‘내 마음의 노래(www.krsong.com)’일 만큼 가곡은 이미 그의 삶을 대변한다. 이제 가곡을 떼어 놓고는 그의 삶을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길 잡이 목련화는 / 새 시대의 선구자요 배달의 얼이로다.”
백화점 스피커를 타고 가곡 ‘목련화’가 매장 구석구석을 수놓는다. 백화점 구경을 하러 온 한 고등학생 소년의 귀가 그 음악을 향한다. 소년은 무엇인가에 홀린 듯 발걸음을 멈추고 그 곡을 음미하기 시작한다. 5분 남짓 노래의 최면에 흠뻑 빠져 있던 소년은 노래의 마침표가 찍히자 최면에서 깨어난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차비 500원을 꺼낸다. 차비를 모두 쓰면 집까지 걸어가야 하지만 음반을 구입하는 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집으로 오는 길에 손에 들려 있는 것은 가곡 ‘목련화’가 담긴 커다란 LP판. 그때 그의 나이 18세, 실버타운 ‘더 클래식 500’ 정동기 본부장의 가곡 음반 수집 인생의 시작이었다.
◇가곡 3000장
“장르를 불문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LP가 모두 3000장, CD가 3000~4000장 정도 됩니다. 그중 한국 가곡 LP가 500장, 한국 가곡 CD가 2500장 정도이고요. 가곡 음반만 3000장가량 되는 셈이죠. 제가 운영하는 가곡 감상 사이트 ‘내 마음의 노래(www.krsong.com)’에도 1만여 곡의 가곡이 올려져 있습니다.”
가곡 음반 수집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정 씨. 요즘도 틈이 날 때마다 명동과 회현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가곡 음반을 탐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웬만한 한국 가곡 음반은 모두 가지고 있어 음반 시장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새로운 음반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그의 사정을 어떻게 알았는지 방송사에서도 가곡 음원이 필요할 때 그에게 대여를 요청할 정도다.
그가 일명 ‘도너츠 판’이라고 불리는 10인치 LP판 다섯 개를 꺼내들었다. ‘방첩의 노래’, ‘저축의 노래’, ‘새마을 노래’, ‘고속도로의 노래’, ‘축구의 노래’라는 음반이었다. 그 제목부터 음반의 표지까지 우스꽝스럽고 촌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 음반들은 시대의 상황을 대변해 주는 일종의 역사다. 정 씨는 가곡이 아니더라도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음반들도 그때마다 모았다고 했다.
“예전에는 국가에서 하는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관련 홍보물을 음반으로 제작하기도 했죠. ‘저축의 노래’는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고속도로의 노래’는 경부고속도로 완공 기념으로 만들어진 음반입니다. 이 곡들은 가곡은 아니지만 가곡 작곡가들이 직접 곡을 만들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음반 ‘나그네의 노래’와 ‘길은 멀어도’의 기억
“잊고 있던 노래가 몇 년, 몇십 년이 흐른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20세 때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즐겨 듣던 가곡 ‘나그네의 노래(이호섭 곡)’라는 곡이 있었어요. 30대부터 그 음반을 찾으려고 수소문을 했는데도 찾기 힘들더군요. 그렇게 수소문한 것만 20여 년이었어요. 그런데 50대가 돼서 그 곡 작곡가의 아들이라는 분이 제가 아버지의 자료를 수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저에게 연락을 해주어 그 음반을 우연히 얻게 된 적도 있습니다.”
정 씨가 가곡 음반을 수집한 세월만 해도 40년이 다 돼 간다. 수집 과정 중에서 그가 선택한 가장 소장 가치가 있는 LP는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이라는 곡이 들어 있는 영화 ‘길은 멀어도’ 10인치 음반이다. 그 음반을 구하기까지 나름의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가곡 대중화 운동’을 펼치곤 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뜻을 모아 정기적으로 연주회를 열기도 했는데, 10여 년 전에는 그 연주회에 가곡의 거장 김동진 선생을 모셔 온 적이 있었다. 김 씨가 작곡한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이라는 곡을 직접 공연하기 위함이었다. 김 씨는 이곳에서 영화 ‘길은 멀어도’에 삽입된 적이 있는 이 곡을 직접 부르고 해석도 해줬는데, 이 곡과 영화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함께 설명했다고 한다.
“원래 영화에서 주인공인 최무룡 씨와 김지미 씨가 이 노래를 불렀어야 했는데, 최무룡 씨가 노래를 잘 못해서 김 선생님께서 직접 노래를 하셨다고 해요. 그 당시 영화는 모두 더빙이었으니 아무도 몰랐던 거죠. 최무룡 씨 부분은 김동진 선생님이 하셨고, 김지미 씨 부분은 바리톤 김동규 씨의 어머니인 성악가 박옥련(현재 ‘박석련’으로 개명) 씨가 불렀다고 합니다. 행사 때마다 얘기를 해주셔서 인터넷 LP 사이트를 뒤져 어렵게 구해 가치가 있는 음반입니다.”
◇저녁에 어울리는 음악
정 씨는 정통 클래식과는 달리 가곡은 아침이나 저녁에 어울리는 음악이라고 말한다. 가곡이 담고 있는 특유의 서정성이 하루 일을 시작하거나 마무리할 때 활력과 평안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한국 가곡의 80%는 한국인의 서정성을 담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속에 가곡과 같은 서정을 갖고 있어야 그 삶이 편안하고 여유로워진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 취미가 노후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근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는 가곡이야말로 신중년이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 특효약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특히, 가곡을 합창해 보는 것은 음악적으로 자기표현능력을 키우면서도 서로 어우러지기 위한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한다. 그가 10년이 넘게 가곡 합창과 발표회의 고삐를 놓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가곡은 신중년의 동심을 불러일으키고, 동심은 곧 젊음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꿈꾸는 미래는 지금까지 해온 열정의 연장선에 있다. 지금의 직장인 실버타운 ‘더 클래식 500’에서 클래식한 한국문화가 더해지고, 고급스럽게 재창조돼 신중년이 이런 것을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말이다.
“오디오 감상실을 활용해 옛날 유료 음악감상실처럼 소장하고 있는 가곡 음반을 ‘더 클래식 500’ 회원들에게 들려 드리고 싶어요. 거기에 ‘음반으로 살펴보는 한국가곡사’ 등 더 클래식 500 특별전시회도 제가 가진 콘텐츠를 일터에 기여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클래식 500
학교법인 건국대학교가 설립한 도심 속의 미래형 복합문화주거공간 ‘더 클래식 500’은 세련되고 편안한 하우징 서비스와 고급스럽고 우아한 호텔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 클래식 500은 상위 1%를 위한 프라이빗 시니어 타운으로 소수만을 위한 하우징 서비스를 하고 있다. 프리미엄 레지던스 콘셉트의 호텔 ‘PENTAZ’ 는 오래 머물러도 내 집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맞춤 서비스를 진행한다.
은퇴 후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은 평균 40년. 진짜 부부생활은 은퇴 이후에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혼이혼이 처음으로 신혼이혼을 앞질렀다고 한다. 진정한 노후 대비는 재테크가 아니라 부부간의 ‘평화로운 공존’과 ‘갈등 관리’다. 침묵은 금이 아니라 병이다. 하루 24시간을 함께 있어도 꼭 필요한 말 외에는 입을 닫는다. 많은 경우 남자는 여자가 하는 말을 잔소리로 듣는다. 공통의 대화 주제를 갖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부가 함께 영화나 공연을 본다든지, 여행, 악기를 배우는 등 같은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것도 좋다. 어느 봄날 부부가 폼나게 차려입고 호텔에서 우아한 디너를 하는 것은 어떨까.
글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1.배낭여행 부부 2.패셔니스타 부부 3.만돌린 부부 4.공연에 빠진 부부 5.손잡고 학교 가는 부부
CHAPTER 1 배낭여행 부부
“우리 부부 제2의 인생은‘여행연출가’랍니다”
165개국을 누빈 국내 부부배낭 여행가 1호 김현·조동현 부부
함께 산 지 47년이 넘은 70대 부부가 여행지 멋진 곳에서도 알콩달콩 ‘뽀뽀’를 일삼는다.
남편 김현(77)씨는 새벽 5시에 기상해서 운동 40분, 매일 일간지 5개를 정독하고, 아이디어를 얻는다. 부인 조동현(74)씨는 여행 가방을 챙기고 같이 가는 여행자들에게 연락을 하고 준비물을 체크하는 일을 맡는다. 4박 5일 삿포로 눈 축제 여행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부부를 서울 가양동 그레이스힐(실버타운)에서 만났다.
“일주일 여행을 위해 70일을 준비하는 우리 부부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함께 대화하고, 여행을 하면서 함께 얘기하고, 돌아와 여행을 정리하면서 다시 대화한다. 비록 배낭여행이라도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돈은 조금씩 부족해지겠지만, 풍성한 추억과 대화가 그 자리를 메우니 가난해지기는커녕 더욱 부자가 되는 느낌이죠. 서로를 존중해주니 존경심이 느는 것 같아요. 부부가 함께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합니까. 이런 좋은 시간들, 기회들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하며 살고 있죠.”
70대를 신나고 재미있게 보내는 비결
문화산책 ‘청류회(淸流會)’는 김현·조동현 부부의 주도 아래 월 1회 연극, 영화, 음악, 오페라, 그리고 각종 전시회와 박물관 참관은 물론이고, ‘포도주 시음회’, ‘테이블 매너 실습을 겸한 만찬’ 등의 행사를 갖는 일종의 문화단체이다. ‘2Hyun’s Travel Club’은‘대한민국 부부 배낭여행가 제1호’라는 별칭에 걸맞게 부부가 1999년부터 공동 대표가 돼 이끌어오고 있고 부부와 함께 여행 가기를 원하는 이들의 신청을 받아 해마다 3~4차례 해외여행에도 나선다.
이들 부부는 일흔을 넘긴 현재까지도 이 두 가지 일에 역점을 두고 즐긴다. 또한 “70대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며, 자신이 좋아하면서도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에 매진하면 얼마든지 노후를 신나고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방송국 PD 출신의 남편 김현 씨와 영어교사 출신의 아내 조동현 씨는 국내 최초의 부부배낭여행가로 알려져 있다.
1989년 1월 1일 처음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부부는 한 해에 2~5회씩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경험한 여행지가 지금까지 165개국에 이른다. 개중에는 여러 번 방문한 곳도 부지기수. 일본은 무려 70번이나 여행했다고 한다. 현지인도 가기 힘든 곳을 샅샅이 찾아 여행하는 데 고수다. 26년 배낭여행의 노하우일 것이다.
“여행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싶었습니다. 직장 다닐 땐 시간이 없어서 벼르기만 했던 세계여행, 은퇴하고 나자마자 배낭을 둘러멨어요. 다른 나라, 다른 문화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겪는 일들이 인생을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 해줘요. 혼자 하면 외로울지 모르는데, 부부가 함께 하면 몇 배로 더 행복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쌓이지요. 대신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관심사에 따라서 주제를 정해 여행하는 것을 권합니다. 헤밍웨이의 발자취를 따라서 가보거나, 반고흐의 흔적과 작품들을 보러 가는 것이지요.”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먼 곳으로의 여행이 부담스럽진 않을까. 여행이란 게 습관이 돼서 괜찮다고 김씨는 말했다.
여행의 가장 큰 선물은 부부의 대화
만약 부부에게 여행이 없었다면? “지루했겠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있어 혼자보다는 동반자와 협력해서 하는 게 신나고 효과적이지 않겠소. 서로 역할을 나눠 돕기도 하면서 말이오. 그런데 요즘은 기억이 나질 않아 아내한테 늘 확인해야 해”라며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이 부부는 여행이 부부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을 ‘대화’라고 말한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행을 가서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리고 여행을 다녀와서… 공통의 화제를 두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매우 뜻 깊은 일이죠.”
부부 사이에서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이 부부는 굳이 말로 다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다만 끝으로 덧붙인 아내 조동현 씨의 말. “간혹 힘들거나 괴로운 일이 있으면 남편과 함께했던 여행의 기억 중 달콤한 추억들을 꺼내 스스로를 위로하곤 해요. 인생의 반려자와 함께 여행하는 기쁨은 말로 다 못할 만큼 큰 힘이 되죠.”
이제는 김씨의 풍부한 여행 경험과 식견을 인정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여행지의 역사와 다양한 정보도 함께 전해주는 ‘여행연출가’로 제인생을 산다.
최근 열 번째 책을 펴냈다. ‘요셉과 피나부부 70대 인생을 재미있고 신나게 사는 이야기’다. ‘요셉’은 남편 김씨 세례명이고, ‘피나’는 아내 조씨 세례명의 애칭이다.
에는 책 제목처럼 재미있고 신나게 사는 부부 이야기가 담겼다.
이 부부는 이미 여행 관련 책을 다수 펴냈고, 1995년부터는 12년 동안 KBS TV 여행 프로그램 ‘세상은 넓다’에 출연한 바 있다. 신부님(장남 김환수)의 부모라서기보다는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모습은 황혼이혼이 급증하는 요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오늘도 부부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길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결혼생활 중 항상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늘 겸손과 배려로 상대를 존중하며, 자녀에게도 자존감을 바탕으로 사회에서의 제 역할을 강조하며 행복한 가정을 이뤘으니 이 부부는 부러움과 공경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들 부부의 모습은 어쩌면 많은 이들이 꿈꾸는 ‘인생의 로망’일지도 모른다.
#부부 배낭여행 10계명
1. 배우자를 최대한 편안하고 기쁘게 해주도록 노력하라.
2. 여행 기간의 10배에 해당하는 준비 기간을 가져라.
3. 여행 준비는 부부가 나눠서 해라.
4.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치밀한 일정을 짜라.
5. 경제적 여행을 계획하라.
6. 숙식은 가능하면 친구나 친지의 집에서 해결하라. (단, 잠자리만 부탁하고
다른 부담은 주지 마라. 그리고 그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꼭 보답하라.)
7. 가장 싼 비행기 표를 구하라. (최소 3개 회사 이상을 비교하라.)
8. 다양한 교통편을 이용하라.
9. 맛있고 멋있는 음식점에서 꼭 한 번은 식사하라.
10. 여행의 멋을 연출하라.
전국 모든 실버타운을 심층 분석한 실버타운 종합정보서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골드북스는 고령화 사회로 노후 준비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현 시점에 발맞춰 ‘실버타운 간 시어머니 양로원 간 친정엄마’(이한세 지음)를 출간했다.
이 책은 100여명 이상의 입주민이 거주할 수 있는 전국의 실버타운 30곳을 직접 방문해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책으로, 각 실버타운의 홍보성 내용은 철저히 재제한 가장 객관적인 내용만을 담아냈다.
비용, 지리적 위치, 식사, 생활서비스, 의료·건강 서비스 등 다양한 기준을 통해 각 실버타운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소개한다. 아울러 인터넷을 통해 알기 어려운 실버타운 안에서의 생활까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호화 호텔을 연상시키는 고가의 도심형 고급 실버타운부터 저렴하면서도 자연과 더불어 편안하고 안락한 노후 생화을 누릴 수 있는 전원형 실버타운까지 다양한 실버타운을 다뤄 ‘실버타운은 소수의 경제적 상위계층만이 갈 수 있는 고급노인 시설’이라는 편견을 깨고 있다.
저자는 “마음에 드는 실버타운에 입주하려면 모든 실버타운의 조건과 입주할 사람의 성향을 꼼꼼하게 따져 봐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가까운 곳을 찾다가는 소위 말하는 양로원에 입주할 수도 있다”며 “일반인이 모든 실버타운을 전부 방문해 상담할 수는 없기에 이러한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1년에 걸쳐 모든 실버타운을 직접 방문해 객관적인 정보만을 실었다. 이 책을 통해 지혜로운 딸과 며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은퇴 후 주거, 공동체, 취미여가, 간병과 같은 복잡한 문제들을 한꺼번에 간단하게 처리하고 싶은 경우 실버타운에 관심을 두게 된다. 우리나라 은퇴자들에게 살고 싶은 곳을 물어보면 약 10%의 사람들은 실버타운을 선호한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고급스러운 실버타운이 증가하면서, 실버타운에 대한 관심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실버타운(silver town)이란 말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는 용어로 국제적으로는 고령자공동체(senior community) 또는 은퇴공동체(retirement community)라고 부른다.
실버타운의 종류는 입지, 분양형태 등에 따라 구분된다. 어느 지역에 세워져 있는가 하는 입지상 특징에 따라서 ‘도시형’, ‘도시근교형’, ‘전원형’으로 구분된다. 최근 10여 년 사이 전국에 30여 개의 실버타운이 생겼으나, 도심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입주자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령자들이 실버타운 입주를 선택해도 자녀와 친지들과의 교류를 생각하여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실버타운은 사업주가 주거공간을 입주자에게 임대하느냐, 아니면 매각하느냐에 따라 크게 ‘임대형’, ‘분양형’, ‘회원권형’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임대형은 임대보증금을 받고 주거공간을 빌려주는 것이고, 분양형은 실버주택을 아파트 분양처럼 고령자들에게 파는 것을 말한다. 모두 목돈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형 실버타운이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좋은 실버타운을 선택하려면 첫째, 연령대별로 필요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고령으로 질병에 걸리거나 삶을 마감할 상태가 되더라도 양질의 간병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실버타운이 좋다. 둘째, 시설관리가 미흡한 곳을 피해야 한다. 최근 입주를 시작하는 실버타운의 시설은 매우 좋은 편이다. 하지만 입주 후 세월이 지나면서 시설이 노후화되는 곳이 많아서 시설의 유지관리가 중요하다. 셋째, 실버타운 운영기관의 재정상태를 잘 살펴봐야 한다. 운영기관이 나중에 부도가 나거나 재정난에 빠지면 입주보증금을 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말기에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달하는 큰돈을 날리게 되면 노후생계가 매우 어려워진다. 운영기관이 비영리단체와 연금공단과 같이 정부산하 기관일 경우가 가장 바람직하다.
넷째, 입주한 은퇴자들에게 적합한 식사 메뉴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는지, 문화와 취미·여가, 운동 프로그램이 잘 마련되어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없다. 특히 실버타운 내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들이 그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되면 생활의 활기를 더할 수 있어서 크게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소규모 재단이나 건설회사들이 실버타운을 운영하는 곳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노인들의 안전과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보다는 부동산 개발이익을 더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반드시 입주 전에 2∼3일씩 시험적으로 숙박을 해보고, 문제점이 발견되는지, 자신의 생활스타일에 적합한지를 체험해 보면 좋을 것이다.
100세 시대 시니어 혼자서도 안전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복지정책이 가능한걸까.
행복한 노후란 어떤 것일까? 젊었을 때 나라와 자식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노인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배려 해 주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다. 죽지 못해 사는 노인들,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넘치는 사회를 두고 어떻게 선진국이니 복지국가를 말할 수 있겠는가?
노인복지법은 노인의 질환을 사전에 예방 또는 조기 발견하여 질환 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 요양으로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고, 노후의 생활안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마련함으로써 노인의 보건복지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1981년도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노인문제에 대한 제도적 접근이 이루어지기 시작해서 1999년에 이르는 동안에도 수차례 개정이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노인복지와 사회정책을 뒷받침하는 법률들은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노인복지법, 고령친화산업진흥법, 고령자 고용추진법(고용노동부)등이 있다.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내용은 고령사회의 복지, 보건. 의료, 노인주거 및 교육문화, 소득보장, 고용촉진, 재정운영 및 관련 산업의 육성 지원 등을 담고 있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이러한 각종 노인복지서비스 프로그램은 노인복지법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
경로주간, 경로우대제, 노인복지상담원 배치, 노인요양시설 입소, 노인 건강진단, 가정돌보미 서비스, 경로당·노인교실 등 여가시설 지원, 노인 적합직종 개발 등 노인일자리사업, 노인복지시설 설치 등 노인복지법에 의한 노인복지 프로그램이 있다.
고령화시대에 맞춘 복지정책 패러다임을 고령친화산업, 정년퇴직자 재취업 활성화, 노후 소득 보장 등을 마련해가고 있다.
그래서 시니어들은 역할 상실, 수입절감, 조기퇴직, 노후생계대책의 미흡, 건강악화 및 질병발생, 부양 및 주거문제, 여가문제, 고독감과 소외 등의 문제가 등장했다.
그러므로 노인들을 무기력한 의존적 존재로 혹은 보호와 복지의 대상으로만 간주하기보다는 건강하고 활력 있는 독립적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복지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복지대상이지만 사회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로 인식하는 시니어문화의 형성과 확산이 필요하다. 노후에 빈곤 없이 편안하게 살도록 만드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길이어서 더욱 그렇다.
노인복지법, 종합적 재정비 필요해
그러나 노인복지법상의 문제점은 생활보호법과 의료보호법 등과의 경계가 뚜렷하지 못하고, 이러한 법률들이 노인복지법의 기본권적인 성격을 약화시키고 있다. 노인복지법은 노인복지의 전 분야를 망라할 수 있도록 노인복지의 특성을 살려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노인복지법은 시설에 수용된 노인들을 위한 복지비용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생활보호법 이상의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규정은 없다. 또한 「예산의 범위내에서」 라는 단서가 붙어 있는 것도 국가의 예산이 부족할 경우 노인복지에의 투자가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특히 노인 건강진단은 의료보험법이 아닌 노인복지법에 근거해 65세 이상 노인의 건전한 노후생활보장 사업의 일환으로 1983년 별도로 실시된 사업이다, 이러한 노인건강진단은 노인병의 조기발견과 예방치료를 함으로써 노인의 건전한 노후생활을 보장한다는 목적으로 실시되고 있으나, 전 노인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1차 진단과 2차 진단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해 형식적인 사업에 그치고 있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노인여가 서비스 프로그램인 경로당(노인정),노인교실 등 여가시설에 너무 낮은 지원을 하고 있어 지원책을 완전히 재검토, 과감한 행정적·경제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현장 사회복지 담당자들의 의견이다. 노인들의 쉼터인 ‘경로당’은 전국에 6만2천여개가 분포해 노인 98명 당 경로당 1곳 꼴로 운영되고 있다.
노인정에 무료하게 앉아 있는 노인들이 갈 곳 없어 배회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을 위한 문화· 봉사· 일거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전문 요원 배치에 대한 장기적 정책방향이 재설정될 필요가 있겠다.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은 ‘경로당 활성화’를 위해 노인들의 노후생활 지원책으로서 경로당 내 일자리 마련 및 봉사 프로그램 등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법안을 지난 5월 발의했다.
이는 매해 1곳 당 국가 예산이 총 4700억원 투입되는 것에 비해 경로당이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또한 노인복지주택은 고령화에 얼마나 대처하고 있는가? 극소수만이 누리는 노인주거복지시설은 여전히 높은 보증금과 매달 지불해야 할 사용료의 부담이 만만치 않은 시설이다. 하지만 그저 분양형과 임대형 사이에 노인복지법을 교묘히 빠져 나가는 무책임한 논란으로 본다면 실버타운사업 전반에 대한 제대로 된 재점검을 하지 않게 되면 자칫 한계에 부딪칠 위험성이 있다.
2008년 정부가 ‘노인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시행하면서 수혜자는 35만명이다. 2008년 17만명에서 출발해 덩치를 두 배로 키웠다. 2010년 530만명이던 65세 이상 노인은 2020년 770만명, 2030년에는 1200만명 가까이 늘어난다. 17년 후면 요양보험 대상자가 2배 이상 증가할 거란 뜻이다. 서비스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도 줄줄이 예고돼 있다. 지난 7월 등급판정의 점수기준을 완화하고 치매특별등급을 신설해 13만명의 노인에게 추가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2017년 수혜자는 53만명까지 늘어난다. 커진 덩치에 걸맞은 인프라는 구축돼 있는가. 정부 앞에는 숙제가 놓였다.
노인복지제도 전반에 대한 종합적 안목 없이 개별 정책을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급조해왔기 때문이다. 정부 편의로 양산한 누더기 노인복지제도 탓에 어르신들만 힘들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실버타운은 자연스럽게 기존의 공동체와 별개의 공간으로 인식되게끔 만드는 면이 있다. 즉 게토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항상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시니어 입장에서는 자기 돈을 갖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간다는 의미가 있지만 사회 공동체적인 면에서 봤을 때 이러한 고립화가 긍정적으로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또한 앞서 설명된 것처럼 그렇게 ‘자신들만의 세상’이 구축된 결과, 안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도출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민간 주도의 실버타운 개념에 보다 사회공동체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선진국인 독일의 경우를 보면 건설사가 아닌 사회복지법인이 운영주체가 되는 실버타운이 운영되고 있으며 덕분에 재무적으로나 서비스적으로 안정적인 양상을 보였다.
우재룡 서울은퇴자협동조합장은 ‘새로운 개념의 실버타운’을 제시하고 있다.
실버타운이라는 가시화된 공간이 아닌, 특정지역에서의 노인 인구 비중이 자연스럽게 상승하면 그 안에 비영리단체를 중심으로 은퇴 공동체를 형성하여 시니어들로 하여금 자신의 집에서 비상전화, 이동 지원 같은 돌봄 서비스를 받게끔 하자는 것이다. 또한 이 방법을 통해 청년층이 시니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일자리도 해결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자연발생적 실버타운 구축이 대안이다
우 조합장의 얘기는 특정지역의 노인 인구 비중이 20~30를 넘으면 비영리단체가 정부와 협력하여 사무실을 두고 ‘자연발생적 실버타운(NORC:NaturalOccurring Retirement Community)’를 구성해 비상전화나 이동지원 등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민간 주도하에 한 달 수수료 3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을 받고 지속적으로 케어를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입주자들의 건강 안부체크를 하거나, 백화점을 간다든지, 병원을 간다든지 체크해서 신속한 의료 및 생활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요즘은 유럽이나 미국 같은 경우 ‘내가 살던 곳에서 격리되지 않고 살자’(AgingIn Place)라는 식으로 개념이 바뀌었다. 젊은이들과 소통하면서 도와주고 멘토하면서 같이 엉켜서 살아가는 참여형 모델이 유행하고 있다.
의정부 실버타운을 운영하는 간부는 “좋은 실버타운이 최첨단 시설이나 대형 럭셔리 호텔급의 하드웨어이기 보다 보람 있는 공동체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중시해야 한다” 며 “개인별 상황 ·취향 ·재정에 맞는 맞춤형 실버타운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