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사는 사람들은 맨해튼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웬만해서는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기 어렵다는 말을 흔히 한다. 고층 빌딩이 빼곡한 맨해튼은 아주 삭막해 보이지만 어디와도 견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곳이기 때문이다. 뉴요커들은 브로드웨이 뮤지컬극장, 카네기홀, 링컨센터, 메트로폴리탄이나 현대미술관(MoMA)과 같은 세계적인 명소보다 외지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작은 문화공간에 오히려 더 애착을 가지곤 한다. 포장마차의 음식과 광장에서 열리는 즉석 이벤트를 즐기고 창고 같은 갤러리에서 개최되는 무명작가의 전시회와 소극장 공연을 나만의 세계로 받아들인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책 문화다. 아마존의 위세와 임대료 폭등으로 세계 최대 서적 체인인 반스앤노블(Barnes & Noble)마저 미국 내 점포를 800여 개에서 600여 개로 줄일 정도로 서점들이 타격을 받고 있지만 맨해튼에서는 여전히 진한 책 향기를 맡을 수 있다. 42번가에 위치한 뉴욕공공도서관은 세계 5대 도서관으로 뉴요커의 자랑거리다. 구텐베르크 성서 초판본, 콜럼버스가 신대륙 발견을 알린 첫 번째 편지, 토머스 제퍼슨의 독립선언문 초고 등과 같은 역사적 귀중품을 포함해 5100만 점의 서적과 마이크로필름 등을 소장한 이 도서관은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으로 늘 붐빈다.
독립서점의 산역사, 스트랜드·알거시
뉴욕시에 있는 10개의 반스앤노블 매장은 서점이라기보다는 지역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뉴요커들은 이 서점에 들러 단순히 책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만사를 잊고 책에 파묻혀 시간을 보내고 학생들은 함께 모여 온종일 공부를 하는 장소로 활용하기도 한다.
다양하면서도 전통 있는 독립서점들도 뉴요커들이 애호하는 문화공간이다. 서울 청계천과 부산 보수동의 헌책방 거리가 쇠퇴하듯 유니언 스퀘어 인근의 서점거리(Book Row)도 번창했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쇠락해 버렸지만 곳곳에 흩어져 있는 100여 개 독립서점은 뉴요커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센트럴파크와 접해 있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건너편에 위치한 앨버타인 서점은 미국에서 가장 다양한 불문학 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고, 스타킹스 서점은 페미니즘 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하면서 관련 인사들의 아지트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요리사와 미식가들의 모임터가 된 요리 서적 전문 서점인 보니슬로트닉, 여행서 전문서점인 아이들와일드, 미스터리 서적 전문서점인 미스터리어스, 문학 서적 전문서점인 맥널리잭슨 그리고 일본 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북오프 등과 같은 서점도 뉴요커들이 아끼는 곳이다. 기증받은 책과 소장품을 커피와 와인을 곁들여 판매하면서 얻은 수익금으로는 홈리스와 에이즈환자를 지원하는 하우징웍스 북스토어카페는 감동이 함께하는 공간이다.
고서적 수집가들이 신뢰하는 고서적 전문서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희귀본과 수집용 서적을 선별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서적 애호가들에게 공급해주고 있는 미국고서적상협회(ABAA)의 회원사는 220여 개. 이 가운데 40여 개사가 맨해튼을 중심으로 활약하면서 큰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뉴요커들이 손꼽는 대표적인 서점은 세계 최대 규모의 중고서점인 스트랜드(Strand Book Store)와 1925년 뉴욕 최초로 개점한 알거시(Argosy Bookstore). 스트랜드서점은 48개에 달했던 책방들이 사라진 서점거리에 홀로 덩그러니 남아 89년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타계한 의 저자 움베르토 에코가 생전에 ‘미국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곳’이라고 예찬을 하면서 이제는 세계적인 명소로 인정을 받고 있다.
이 서점의 휘트니 휴 마케팅 담당 이사는 “소장한 서적만 250만 권으로 서가의 총길이가 18마일(29㎞)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물론 자로 재어 본 것은 아니고 책 두께를 감안할 때 그런 계산이 나온다는 뜻이다. 수만달러를 호가하는 희귀본에서 1달러 미만의 헌책까지 망라하여 독서 애호가와 수집가들이 마음껏 책을 고를 수 있는 것이 이 서점만의 생존비법이다. 해외에도 널리 알려지면서 책을 좋아하는 세계인들의 탐방코스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3층에 위치한 희귀본 및 수집용 서적 코너에서는 한인 2세 김현영(미국명 Jane Jaiswal)씨가 전문가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영어강사로도 일한 경험이 있는 김현영씨는 우리말이 능숙한 데다 섬세하고 친절해 한인 방문객에게는 더없이 좋은 안내자다.
그가 가장 먼저 자랑스럽게 소개한 책은 1885년 발간된 제임스 조이스의 . 2권으로 된 딜럭스 하드커버 초판본은 1000달러 수준이지만 야수파의 거장인 앙리 마티스가 직접 그린 삽화가 삽입된 희귀본은 4만5000달러(약 5000만원)를 호가한다. 오래된 종교서적과 컬러 삽화가 곁들어진 조류서적 등 3만달러 안팎의 희귀서적도 잇달아 선보였다. 1793년에 3권으로 발간된 아담 스미스의 은 경제학자들이 탐낼 만한 책이라 눈길이 갔다. 가격은 2000달러 수준.
수집 목적은 투자 보다 취미가 우선
김현영씨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유형의 서적을 상태가 좋은 초판본으로 구입하는 것이 책 수집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투자 목적으로 수집을 했다가 실망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으니 좋아하는 책을 즐기면서 소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그가 추천하는 권장 서적은 영국 유명배우이자 작가인 이안 맥켈런이 2014년에 발간한 법정소설 . 판매 가격은 20달러 내외에 불과하지만 작가의 이력과 소설의 내용 및 제본 상태 등을 감안했을 때 소장할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희귀본을 수집할 때는 미국고서적상협회와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이 인증하는 서점이나 전문가를 통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고 그는 강조했다. 값비싼 희귀본의 경우 서적의 주제와 내용, 발간 시기와 지역 등에 따라 200여 분야로 분류되고 그 분야 전문가의 감정 없이는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 서점은 고객과 서적 관리 노하우가 차곡차곡 축적되면서 규모도 광화문의 교보문고를 능가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
센트럴파크 인근 파크 애비뉴 59가의 부자동네에서 위치한 알거시 서점도 비싼 임대료를 거뜬히 견뎌내면서 3대째 가업이 이어지고 있다. 코헨 가문의 세 딸 주디스, 나오미, 아디나와 주디스의 아들 벤저민이 함께 끌어가는 이 서점은 뉴요커들로부터 친근감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어 웬만한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미국과 세계 고서적상협회, 그리고 고서적감정협회 등 각종 서적 관련 단체의 창립을 주도하여 서적 역사의 산증인으로도 존경을 받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6층의 서점에는 미국 관련 고서적, 과학과 의료분야 역사서적, 각종 초판 서적 등이 빈틈없이 차 있고 이스트강 건너 브루클린의 창고도 비좁을 정도로 다양한 서적을 구비하고 있다. 산수(傘壽· 80세)를 이미 넘긴 맏딸 주디스 라우리 공동대표는 “두 동생과 아들과 함께 서점 일을 하는 것이 마냥 즐겁다”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나 자신이 태어난 연도, 지역이나 동·식물 등과 관련된 서적을 수집하다 보면 흥미와 전문성이 함께 높아진다”고 서적 수집 원리를 알려줬다.
한국인 고객들의 발길도 줄이어
족히 칠순은 된 듯한 막내 딸 아디나 코헨 공동대표는 “감동적인 소설과 세계를 변화시킨 서적, 그리고 위인의 서명이 담긴 서적을 접하다보면 자신도 그 세계의 일원이 된다”면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세계를 선물하는 것보다 모든 세계를 담고 있는 책을 선물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조언했다. 연말에는 많은 고객들이 소중한 선물을 알거시 서점에서 고르곤 한다. 아디다 코헨 대표는 아름다운 화집과 사진집을 선물용이나 소장용으로 권장하고 있다.
알거시는 고객의 수집 성향을 세세히 파악하여 관련 서적이 입수되면 바로 연락하는 체제를 갖추어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한국의 고객들도 정기적으로 알거시를 찾고 있다. 한국 고객들은 교육적인 아동서적에 관심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코헨 공동대표는 덧붙였다.
세계에서 거래된 가장 비싼 책은 빌 게이츠 회장이 1994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 받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업 노트로, 발명품을 구상한 라는 필사본이다. 중 한 권인 72쪽 짜리 를 손에 넣기 위해 지불한 돈은 3080만달러. 지금의 시세로는 4920만달러(약 570억원)를 호가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열렬한 팬인 빌 게이츠는 시대를 앞서간 위대한 천재의 예술적인 스케치와 과학적인 아이디어가 담긴 메모를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있다고 미국 방송사 CBS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책을 통해 세계 최고의 부자 빌 게이츠는 그 가격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얻고 있는 것이다. 책 속에 길이 있고 그 길은 무한한 가치로 이어지는 탄탄대로다.
영국에 이런 속담이 있다고 한다. “If you want to be happy for a year, plant a garden; if you want to be happy for life, plant to tree." "1년간의 행복을 원하면 정원을 조성하고, 평생의 행복을 원하면 나무를 심어라” 그렇다면 식물이 있는 정원을 조성하고 가꾸는 것은 평생의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저번 회에서는 정원에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였다면 이번 회에서는 정원을 조성하면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알아보자.
#상상하기 (2) - 정원을 조성하면 얻는 것이 무엇인가?
케이블방송에서 방영되는 셰어하우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내용은 혼자 사는 것이 더 편한 젊은 남녀들이 공동주거 프로젝트라는 미명아래 한집에 모여 살면서 ‘함께’가 주는 의미를 느껴본다는 관찰형 예능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배경이 되는 집이 참으로 근사하다. 이 집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신구철씨의 세컨 하우스로서 건물 외관은 단순하나 하얀색을 주조색으로하는 인테리어가 멋진 집이다. 그러나 이 집의 본래의 매력은 건물보다는 넓게 펼쳐진 잔디정원과 계단식 텃밭이라 할 수 있다. 집주인의 말을 빌리면 넓은 앞마당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잔디정원과 계단식 텃밭으로 구분하여 조성하였으며, 이렇게 함으로써 시각적으로 정돈된 느낌을 주었고, 텃밭을 계단식으로 조성함으로써 식물들이 햇빛을 고루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멋진 정원이 프로그램에서는 거실의 뒷배경이나 야외식사의 장소로만 사용되어 안타까웠다.
전편에서 정원에 대하여 아름다워야 하며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정의를 내렸다. 이 말을 달리 말하면 정원은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도 중요하다라고 말할 수 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정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얻는 것도 달라진다. 그러면 정원을 조성함으로써 얻는 것이 무엇일까?
첫째는 건강일 것이다.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하여 정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흙을 밟는 시간과 육체적 노동의 시간도 늘어나게 되고 이를 통해 몸의 온도가 올라가면 런닝머신에서 흘리는 가짜 땀과는 다른 기분 좋은 땀방울을 흘리게 될 것이다. 또한 느리게 변화하는 자연을 관찰하다 보면 삶의 여유가 생기게 되고 이를 즐길 줄 아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러한 터득은 도시생활에서 얻어지는 스트레스를 치유함으로써 정신적인 건강을 얻게 해준다.
둘째는 교감함으로써 얻는 즐거움이다. 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자연과의 교감을 형성하게 해준다. 처음에는 물주는 방법도 몰라서 쩔쩔 매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이 붙고 키우는 식물에 대하여 애착이 커지면, 식물에 대하여 공부를 하게 되고, 그렇게 상대에 대해서 알게 된다는 것은 자연과의 교감에 대한 첫 단계일 것이다. 그리고 정원은 자신과 교감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준다. 정원은 나를 위한 공간이기에 지친 몸과 마음을 온전히 맡길 수 있는 안식처같은 공간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보충해주기도 하고, 치유도 해주는 공간이 된다.
간혹 정원을 집을 단장하는 도구로 생각하는 분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러한 분들이 한결같이 원하는 것들은 넓은 잔디밭과 시원스레 뻗은 낙락장송, 그리고 매우 값비싼 장식물들로 꾸며진 정원이다. 물론 그러한 것들이 잘못된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조경에 대하여 평생 공부하고 업으로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한 얘기이다. 적어도 필자가 생각하는 정원은 걸어두고 감상하는 그림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들이 존재하고 각각의 생명들마다 스토리가 있는 그리고 스토리들을 하나하나씩 알아가는 보물섬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원은 완성이 없는, 늘 변화하고 성장하는 살아있는 존재이기에 늘 우리의 관심과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공간이자, 행복한 땀방울을 흘릴 수 있는 공간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정원을 조성하면 얻는 것에 대한 정답 따위가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렇지만 정답은 없을지언정 최선의 답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그것에 대한 고민은 여기까지이고 다음편부터는 본격적으로 정원조성에 대하여 이야기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