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이런 속담이 있다고 한다. “If you want to be happy for a year, plant a garden; if you want to be happy for life, plant to tree." "1년간의 행복을 원하면 정원을 조성하고, 평생의 행복을 원하면 나무를 심어라” 그렇다면 식물이 있는 정원을 조성하고 가꾸는 것은 평생의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저번 회에서는 정원에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였다면 이번 회에서는 정원을 조성하면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알아보자.
#상상하기 (2) - 정원을 조성하면 얻는 것이 무엇인가?
케이블방송에서 방영되는 셰어하우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내용은 혼자 사는 것이 더 편한 젊은 남녀들이 공동주거 프로젝트라는 미명아래 한집에 모여 살면서 ‘함께’가 주는 의미를 느껴본다는 관찰형 예능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배경이 되는 집이 참으로 근사하다. 이 집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신구철씨의 세컨 하우스로서 건물 외관은 단순하나 하얀색을 주조색으로하는 인테리어가 멋진 집이다. 그러나 이 집의 본래의 매력은 건물보다는 넓게 펼쳐진 잔디정원과 계단식 텃밭이라 할 수 있다. 집주인의 말을 빌리면 넓은 앞마당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잔디정원과 계단식 텃밭으로 구분하여 조성하였으며, 이렇게 함으로써 시각적으로 정돈된 느낌을 주었고, 텃밭을 계단식으로 조성함으로써 식물들이 햇빛을 고루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멋진 정원이 프로그램에서는 거실의 뒷배경이나 야외식사의 장소로만 사용되어 안타까웠다.
전편에서 정원에 대하여 아름다워야 하며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정의를 내렸다. 이 말을 달리 말하면 정원은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도 중요하다라고 말할 수 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정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얻는 것도 달라진다. 그러면 정원을 조성함으로써 얻는 것이 무엇일까?
첫째는 건강일 것이다.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하여 정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흙을 밟는 시간과 육체적 노동의 시간도 늘어나게 되고 이를 통해 몸의 온도가 올라가면 런닝머신에서 흘리는 가짜 땀과는 다른 기분 좋은 땀방울을 흘리게 될 것이다. 또한 느리게 변화하는 자연을 관찰하다 보면 삶의 여유가 생기게 되고 이를 즐길 줄 아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러한 터득은 도시생활에서 얻어지는 스트레스를 치유함으로써 정신적인 건강을 얻게 해준다.
둘째는 교감함으로써 얻는 즐거움이다. 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자연과의 교감을 형성하게 해준다. 처음에는 물주는 방법도 몰라서 쩔쩔 매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이 붙고 키우는 식물에 대하여 애착이 커지면, 식물에 대하여 공부를 하게 되고, 그렇게 상대에 대해서 알게 된다는 것은 자연과의 교감에 대한 첫 단계일 것이다. 그리고 정원은 자신과 교감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준다. 정원은 나를 위한 공간이기에 지친 몸과 마음을 온전히 맡길 수 있는 안식처같은 공간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보충해주기도 하고, 치유도 해주는 공간이 된다.
간혹 정원을 집을 단장하는 도구로 생각하는 분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러한 분들이 한결같이 원하는 것들은 넓은 잔디밭과 시원스레 뻗은 낙락장송, 그리고 매우 값비싼 장식물들로 꾸며진 정원이다. 물론 그러한 것들이 잘못된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조경에 대하여 평생 공부하고 업으로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한 얘기이다. 적어도 필자가 생각하는 정원은 걸어두고 감상하는 그림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들이 존재하고 각각의 생명들마다 스토리가 있는 그리고 스토리들을 하나하나씩 알아가는 보물섬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원은 완성이 없는, 늘 변화하고 성장하는 살아있는 존재이기에 늘 우리의 관심과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공간이자, 행복한 땀방울을 흘릴 수 있는 공간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정원을 조성하면 얻는 것에 대한 정답 따위가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렇지만 정답은 없을지언정 최선의 답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그것에 대한 고민은 여기까지이고 다음편부터는 본격적으로 정원조성에 대하여 이야기하겠다.
<김대환/ 조경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