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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리치의 정점엔 예술이 있다
- ‘인플루언서’(Influencer)라는 말이 있다. 영어로 ‘영향을 주다’라는 뜻의 ‘인플루언스’ 뒤에 접미사 ‘er’을 붙여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을 칭한다. 연예인, 운동선수 혹은 잘나가는 유튜버 크리에이터일 수도 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인플루언서’로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이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부자다. 특히 부자들의 삶에서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경매시장에 나온 예술품은 범상치 않은 이의 손과 손을 거치며 본연의 가치를 드러낸다. 그들의 입소문을 타면 예술의 가치가 올라갔고, 문화로 정착했으며, 새로운 예술가가 탄생하기도 했다. ‘부’를 업고 문화를 껴안다 재력을 쌓아올린 부자들은 먹고사는 일에서 해방되자 규칙을 정하고 그들만의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최고급, 최상품, 최고 가치는 부자들의 눈썰미에 최적화되어 분류됐다. 도시가 생겨나고 산업이 발달하던 시기, 예술의 가치를 논할 수 있는 자는 결국 시간과 정서적 여유가 있는 부자들이었다. 먹고사는 데 불편함이 없었던 이들은, 예술세계를 알면 또 다른 차원의 즐거움과 카타르시스가 있음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인플루언서였던 그들은 시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을 찾아내고 성장시켜왔다. 당장 빵 한 조각이 없어 굶어죽을 수도 있는 사람이 예술을 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예술과 문화에 대한 지원은 결국 부자들이 했다. 그것은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였다. 예술과 학술 활동을 후원하고, 문화 가치의 보존에 힘쓴 역사 속 수많은 부자 중에는 15세기의 메디치 가문이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섬유 사업으로 가세를 키워 금융업으로 성장해 유럽 최고 부호가 된 가문이다. 막대한 자본을 기반으로 피렌체 정치도 좌지우지했다. 그다음으로 한 것이 바로 예술인 후원. 온갖 고서를 찾는 책 사냥꾼을 고용해 전 세계의 서적을 모았고 문화, 조각, 회화는 물론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을 후원했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등 14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기까지의 예술 작품을 메디치 가문이 보존했다. 한국판 메디치 가문을 꼽자면, 간송 전형필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일제강점기 우리 문화재가 일본에 넘어가거나 훼손, 말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집하고 보호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간송은 증조 때부터 배우개(현 종로4가) 중심의 상권을 장악해온 대부호 집안의 상속권자였다.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한 그는 중국어 역관이자 서화가, 수집가였던 오세창과 함께 민족문화재 수집 보호에 힘을 쏟았다. 대대로 물려받은 막대한 재력과 오세창의 탁월한 눈썰미, 그리고 두 사람의 민족문화운동에 감명을 받은 지식인들의 후원으로 순조롭게 문화재를 회수했다. 추사 김정희와 겸재 정선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수집하고 연구했다. 심사정, 김홍도, 장승업 등 조선시대 전반에 걸친 화적, 서예 작품까지 총망라했다. 고려자기와 조선자기를 비롯해 불상, 불구, 와전 등의 문화재도 수장했다. 우리 미술사 연구를 위해 중국 역대 미술품도 수집했다. 제2의 메디치 가문을 꿈꾸는 ‘메세나’ 지난해 가수 헨리가 10년 동안 써왔다는 바이올린이 자선경매에서 1000만원에 낙찰되는 모습이 MBC의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전파됐다. 이 낙찰금은 ‘2017 오사카 국제콩쿠르’ 파이널에 진출하고 ‘2018 티보르바르가 국제콩쿠르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기악과 김주선 양에게 전해졌다. 현재도 다양하고 굵직한 무대에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김주선 양이 세계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기업의 지원이 있었다. 2013년 LG(회장 구광모)와 함께하는 사랑의 음악학교 장학생, 2014년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몽구) 아트드림콩쿠르 장학생으로 재정적 지원을 받아 바이올린 연주에 몰두할 수 있었다. ‘메세나’는 기업들이 문화, 예술, 스포츠 분야를 지원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현재 249개 기업이 (사)한국메세나협회에 가입해 문화 지원활동 분야에서 사회 공익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원 규모나 스케일도 꽤 크다. CJ문화재단은 음악 장학생을 선발해 청년 음악가를 후원한다. 특히 2014년부터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후원을 시작해 2018년부터는 공동 주관사로 대회 운영을 함께한다. 실력 있는 가수들을 배출한 전통 있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이끌어가는 것 또한 대중예술과 창작자를 돕는 사회 공익 사업 중 하나. 한류 문화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다 보니 대중문화 지원 활동이 눈에 띈다. 두산그룹(회장 박정원)은 매년 두산아트센터에서 청소년아트스쿨이라는 워크숍을 열어왔다. 우리나라 최고 연출가와 극작가를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에 무대예술에 관심 있는 청소년에게 뜻깊은 프로그램이다. 연출가 박근형, 김수정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연출가들이 참가해 청소년들에게 꿈을 불어넣어줬다. 한화그룹(회장 김승연)의 한화청소년오케스트라도 반향이 크다. 2014년부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평소 클래식 악기를 접하지 못한 소외계층 청소년에게 연주를 가르치고, 연주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년에는 천안과 청주 지역 청소년들에게 정통 클래식 악기를 가르쳤으며 연말에는 이틀에 걸쳐 정기 음악회도 열었다. 이러한 각 기업들의 활동은 더 나은 예술 환경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미래 인재를 위한 소중한 씨앗 뿌리기가 되고 있다.
- 2020-02-2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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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
- 미국의 유명 유튜버 케이시 네이스탯이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사의 일등석 좌석을 경험하고 올린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무려 3000만 회를 넘었다. 유명 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에게 500만 달러의 모델료를 주고 만든 광고 영상의 조회수가 600만 회를 넘긴 수준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엄청난 수치다. 영상은 난생처음 비행기 일등석에 탄 남성이 설렘을 감추지 못한 채 좌석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흥분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 영상을 위해 항공사가 지불한 비용은 2000만 원짜리 좌석 하나뿐이지만 홍보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최근 SNS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기업에서 인플루언서를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인플루언서란 케이시 네이스탯처럼 SNS에서 영향력이 높은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로, 파워 블로거, 인기 유튜버, 팔로워가 많은 인스타그래머를 총칭해서 부르는 말이다. 이들은 일반인이지만 연예인보다 더 큰 파급력을 지닌다. 최근에는 구독자 수에 따라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매크로 인플루언서, 메가 인플루언서로 분류하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장황하게 인플루언서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건 올해부터 새로 유튜브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50+세대의 인생 이모작 채널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지금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건 아닐까?’ 망설이기만 할 게 아니라 일단 시작해보기로 했다. 영상을 찍고 편집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넘지 못할 산도 아니라는 걸 알아가고 있다. 단기 목표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다. 팔로워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싶은 바람이다. 유튜브 광고비가 용돈이 되고, 나아가서 유튜브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얻는 꿈도 꾼다. 그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고, 생각만큼 성과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커녕 나노 인플루언서에도 못 미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때.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게 신나고 재미있다.
- 2019-02-1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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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 시니어스타 김석재 씨
- 요즘 젊은 세대는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한다.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관계를 맺지 않아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팔로우’하며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 젊은이들이 주로 활용하는 새로운 소통 방식에 도전장을 내민 시니어가 있다. “62세 새로운 인생 시작.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인생은 길고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인스타그램의 고수 김석재(63) 씨다. “‘그레이네상스’라는 표현처럼 시니어가 지는 꽃이 아니라, 인스타그램 같은 새로운 채널을 통해 다시 피는 꽃이 되길 희망합니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며 그레이네상스를 맞이한 김석재 씨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레이네상스(Greynaissance)는 ‘그레이(grey)’와 ‘르네상스(renaissance)’를 합친 용어로, ‘노인 전성기’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김석재 씨가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자녀들과 더 가깝게 지내기 위해서였다. 평소에도 자녀들과 격의 없이 지내지만, 더 많이 소통하려면 젊은이들이 쓰는 언어, 문화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8년 10월 9일 자택인 한옥 앞에서 찍은 사진을 게시하며 그는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반응은 놀라웠다. 첫 게시물을 올린 후 단 두 달 만에 25만4000여명의 팔로워(소통망 서비스에서 특정한 사람, 업체 등의 계정을 즐겨 찾고 따르는 사람)가 생겼다. 팔로워 연령대도 10대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했다. 이토록 짧은 기간에 전 연령대를 사로잡으며 인스타그램 스타로 떠오른 비결은 뭘까. “‘희소성’ 때문인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이 20~30대 젊은 세대들이 주로 소통하는 SNS잖아요. 외국에는 꽤 많은 여성 시니어가 인스타그래머(인스타그램 사용자)로 활동하지만, 국내에는 시니어, 특히 남성이 인스타그래머로 활동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제가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인스타그래머로 활동하는 시니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도 그가 인스타그램 시니어 스타로 떠오르게 된 것은 단순히 희소성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저는 나이가 들었어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패션’에 관심이 많아요. 오래전부터 운동을 꾸준히 해왔는데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면서 몸 관리에 더 신경 쓰고 있습니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김석재 씨의 패션은 남달랐다. 세련된 검정색 코트에 붉은색 머플러로 포인트를 주고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멋을 연출했다. 모델 경력이 있는 건 아닐까 할 정도로 패션 감각이 돋보이는 그는 모델 활동을 해본 적은 없지만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고수로서의 자기계발 비결을 묻자 ‘고수’라는 명칭은 부담스럽다며 “인스타그램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굳이 비결을 꼽자면 자신만의 콘셉트를 만들어나가면서도 타인에게 잘 보이려고 지나치게 애쓰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볕이 잘 드는 집 앞마당에서, 동네 돌담길 앞에서, 여행지에서의 사진 등 일상에서 틈틈이 기록한 모습들을 꾸준히 업로드한다. 그래서일까, 김석재 씨 인스타그램 게시글엔 ‘일상’과 관련한 해시태그가 많다. 해시태그란 단어나 문구 앞에 ‘#’ 기호를 써서 다른 사용자들과 정보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그는 매일 소소하게 일상을 공유하며 팔로워들과 짧은 인사를 주고받는 게 행복하다고 말한다. “인스타그램을 처음 시작할 때도 두려움보다는 흥미로움이 더 컸습니다. 사실 그전에는 스마트폰 사용도 어려워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들과 소통하며 스마트폰과 함께하는 시간이 참 즐겁습니다.” 김석재 씨는 인스타그램에 입문하는 중장년층에게 자녀들 또는 젊은이들과 자주 소통하는 게 SNS 활동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비결이라고 조언했다. “SNS 같은 새로운 문화에 대해선 당연히 젊은 세대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물어보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앞으로는 ‘유튜브’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동안 인스타그램을 통해 정제된 모습을 보여드렸다면, 유튜브에서는 좀 더 활동적인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젊은 시절 오랜 기간 건설업에 종사했는데 ‘건설’을 주제로 영상도 제작해보려 합니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으로 진정한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그의 새해 소망은 노년층을 대표하는 ‘트렌드리더’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보고 더 많은 시니어가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2019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그레이네상스’로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과 더 소통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 2019-01-17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