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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리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도심형 시니어 레지던스
- 시니어 타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시니어 타운은 입지적으로 도심과 떨어져 있어 물리적, 정서적으로 고립감이 강했지만 최근 시니어 타운은 주로 도심에 공급되면서 각종 접근성을 높여 효율적이고 긍정적인 노후 생활을 보낼 수 있어서다. 보통 자연친화적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운 근교형 시니어 타운, 전원형 시니어 타운 등은 도심 외곽이거나 지방에 위치한 만큼 쾌적하고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누릴 수 있다. 다만, 불편한 교통, 부족한 생활 인프라, 대형 의료시설의 낮은 접근성 등이 단점으로 꼽히며 노인들에게 고독감과 우울증 등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도심 근교에 위치한 시니어 타운 이용자 중에는 전원 생활에 대한 막연한 환상으로 입소했다가 불편함을 느껴 도시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고, 현재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노후를 도시에서 보내길 원하는 노년 가구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서는 접근성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됐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의료 서비스, 가족 및 지인과의 관계 지속성 등을 중요시해 건강 관리와 외로움에 대한 해소가 필수적인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자녀들 역시 멀리 떨어진 곳보다는 접근성이 좋은 시니어 타운을 선호해 입지가 중요한 고려사항인 것으로 분석된다. 위와 같은 전원형 시니어 타운의 한계 때문에 국내에서는 이러한 부분들을 보완할 수 있는 도심형 시니어 타운이 꾸준히 주목을 받고 있다. 도심형 시니어 타운은 도심 속 우수한 입지를 기반으로 각종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누릴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건설은 서울 마곡지구 마이스 복합단지 일대에 하이엔드 시니어 레지던스 ‘VL 르웨스트’를 준비 중에 있다. ‘VL르웨스트’는 도심에 공급되는 만큼 접근성과 인프라 수준이 높다. 지하철 5호선 마곡역, 지하철 9호선 및 공항철도 마곡나루역까지 트리플 역세권을 갖추고 있고 해당 역을 도보로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김포공항 및 인천공항도 인접해 있다. 차량 이용 시에는 서울 주요 도심 및 수도권으로 약 1시간 내로 소요돼 부담이 낮다. 롯데몰, 롯데시네마와 같은 대형 쇼핑몰 및 문화 시설이 인접해 있고 대규모 공연장인 LG아트센터 서울도 있어 도심의 다채로운 인프라로 활발한 활동이 가능하다. 아울러, 도심임에도 불구하고 도보권 내에 약 15만평 규모의 ‘서울식물원’이 자리하고 있어 언제든 자연환경을 즐길 수도 있다. 무엇보다 롯데호텔이 서비스하는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 ‘VL’에서 특별한 입주민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컨시어지서비스·원스탑 콜센터·하우스키핑 서비스·여행 플래닝 등으로 보다 편리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생활지원 서비스’를 비롯해, 기본식단·맞춤식까지 가능한 ‘F&B 서비스’가 제공되며 고품격 외식이 가능한 다양한 부대시설이 위치할 예정이다. ‘보바스기념병원’ 위탁 운영 예정인 단지 내 건강관리센터에서는 신속하게 케어가 가능한 시니어 특화 ‘의료 연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입주자 대상으로 전문의 진료 및 건강검진이 가능한 ‘이대 서울병원’과의 협약을 통해 병원내 입주민 전용창구가운영된다. 각종 스포츠시설·호텔 제공 문화프로그램과 특화/전문 프로그램· 기타 부대시설 등을 즐길 수 있는 ‘문화·여가 서비스’, 동호회 활동·다양한 기념 이벤트·의학 강좌, 봉사활동 및 재능기부 등을 할 수 있는 ‘기타 서비스’까지 있어 고품격 노후 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 아울러 시니어 레지던스에 걸맞게 침실과 욕실 등의 동선을 최소화하면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맞춤형 특화 평면으로 세심한 설계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일대는 롯데건설이 컨벤션 센터, 호텔, 업무·판매시설 등이 결합된 서울 최대 규모 마이스 복합단지 ‘르웨스트’가 조성 중으로 대지면적은 약 8만 2,724㎡, 연면적 약 82만㎡에 달한다. 현재 첨단산업단지(롯데와 LG, 코오롱, 넥센 등) 개발은 마무리됐으며 생활숙박시설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 상업시설 ‘르웨스트 애비뉴 767’, 업무시설 ‘르웨스트 웍스’ 등도 자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마곡지구 마이스 복합단지 입지 및 미래 가치가 검증된 만큼 향후 ‘VL 르웨스트’까지 모두 조성될 시 마곡을 대표할 비즈니스 복합공간이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고령화 시대에 맞는 노년층은 ‘액티브 시니어’인 만큼 주체적이고 활발한 사회 교류를 원해 도시 거주에 대한 니즈가 높을 것이라 생각된다.”라며 “앞으로 공급되는 도심형 시니어 타운이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출처 수도권 실버타운의 공간적 분포와 이용자 인식 특성에 관한 연구
- 2022-12-0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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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으로 열린 예술의 생태통로, 경기도미술관
- 새파란 가을 하늘 아래 녹색 공원이 있고, 호수가 있고, 산책로가 있다. 안산시 외곽 개활지에 있는 화랑유원지다. 시월 한낮의 부드러운 햇살을 받으며 산책 삼아 한가하게 거니는 이들이 많다. 이름은 유원지지만 왁자한 분위기가 아니라서 안락하다. 경기도미술관은 화랑유원지 안에 있다. 자리 한번 기차게 잘 잡았다. 풍경과 산책과 미술품 감상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미술관이라니.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입지이기도 하다. 어슬렁거리는 사람들 가운데 몇몇은 미술관 관람의 목적을 호주머니에 담았을지도 모른다. 미술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미술관 보기를 소가 닭 보듯 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소란스러운 세상을 생동감 넘치는 감성으로 수용하는 눈을 얻을 수 있는 게 미술관이다. 하지만 따분하고 난해하다는 선입견으로 외면한다. 미술관 운영자들은 이런 현실이 야속하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관심과 호감을 살 수 있을까. 오나가나 골똘히 고민하는 문제가 그렇다. 얼마 전에 종료됐지만, 경기도미술관을 찾아간 날엔 ‘미술관의 입구: 생태통로’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는 고민의 한 결과물이다. 미술관의 진입장벽을 낮춰 관람객을 불러들일 방법을 모색해 꾸린 기획전이니까. 유원지를 가로지르는 통행로이기도 한 미술관 야외 길에 설치작품 다수를 전시했다. 하나같이 쉽고 재미있었다. 미술은 어렵다는 통념이 오해에 불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들이었다. 미술이 지닌 위계와 경계를 철거해 관람객들을 포용하고자 했다. 사람들에게 한결 친절하고 살갑게 다가가고자 하는 미술관 측의 선한 의도가 완연해 인상적이었다. 환경 악화로 고립된 동물들의 활로로 쓰이는 ‘생태통로’처럼, 외부 전시물 전체가 공감과 소통의 가교로 기능하고 있었다. 경기도미술관은 2006년 경기도가 설립했다. 운영은 경기문화재단이 맡았다. 공립미술관답게 건물 규모부터 크고 훤칠하다. 안산시에 사는 미술 애호가들은 언제든 찾아가 무료로 손쉽게 예술을 즐길 수 있는 환경 형성에 반색했겠다. 나는 경기도미술관에 관한 작은 기억 하나를 가지고 있다. 이 미술관은 세월호 침몰 때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안산 단원고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 한결 절절한 애도 분위기에 이끌린 건 그래서였을까. 세월호 2주기인 2016년 4월, 경기도미술관 측은 희생자들을 추념하는 ‘사월의 동행’ 전을 열었다. 당시 정치권에선 세월호 사고 원인 규명 문제 등을 놓고 두꺼비씨름을 하고 있었다. 사립미술관도 아닌 공립미술관이 앞장서서 추모 전람회를 들고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문학계에서는 추모시가, 음악계에서는 추모곡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미술계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미지근하던 때였다. 따라서 경기도미술관의 추념 미술전이 야기한 반향이 작지 않았다. 햐! 미술관이 진정 아름다운 레퀴엠을 헌정했구나! ‘사월의 동행’ 전소식을 듣고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눈앞에 있는 현상과 형상을 넘어 무한으로 달려가는 게 예술이다. 그러나 현실의 거대한 아픔과 슬픔에 무디다면? 눈치를 보고 공기만 살핀다면? 그건 예술이 아니라 정치 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사월의 동행’전은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지 새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전람회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작가들은 무엇을 표현할 것인지, 세상에 만연한 모순과 고통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졌던 셈이다. 유명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해 미술관 건물 입구로 다가가자 최정화의 설치작품 ‘꽃꽂이’가 눈길을 잡아당긴다. 플라스틱으로 꽃들과 열매를 만들어 설치한 작품이다. 원색의 붉은 인조 꽃떨기가 밤에 쓴 성급한 연애편지처럼 격정적이라 강렬하다. 최정화는 한국에서 요즘 가장 바쁜 화가다. 자칭 ‘설치작품으로 설치는 사람’이다. 그는 플라스틱 폐품 등 ‘눈부시게 하찮은 것들’을 모아 이를테면 꽃처럼 특별할 것 없는 외적 형상을 조형한다. 플라톤식으로 말하면 ‘저급한 모방’이다. 그러나 대중은 그의 메시지를 지체 없이 수신한다. 최정화는 이렇게 묻는다. “우리가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정말 그럴까? 플라스틱도 제2의 자연 아닐까?” 그는 아까 얘기한 세월호 추념 전시회에선 10m 높이의 대형 설치작품 ‘검은 꽃’을 선보였다. 공기주입기로 작품에 공기를 넣어 꽃잎이 피었다 졌다 반복하게 해 세월호 희생자들의 부활을 기원했다. 먼 과거에 경기도미술관 일대는 바다였다. 이후 바닷물을 밀어낸 간척지였다. 지금도 호수가 있지만 원래 물이 머문 자리였던 것. 이와 같은 역사성과 장소성에 착안해 물 공간을 디자인 요소의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설정하고 건축 설계를 했다. 미술관의 남쪽과 동쪽 면에 사각의 대형 수조를 만들어 물을 채움으로써 저만치에 있는 호수 경관과 연계성을 갖도록 했다. 나아가 건물을 통째 물 위에 뜬 배로 간주하고 심벌을 입혔다. 거대한 철골 프레임에 유리판을 끼워 돛대 형상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 건물은 예술을 싣고 삶의 대양을 항해하는 중? 국내 미술관 가운데 거의 최초로 시도된 자동 개폐식 천창(天窓) 시스템도 비범하다. 전시실에 자연광을 뿌리기 위한 채광 장치다. 설계자는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다. 일찍이 30대에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설계해 세계 건축계에 표나게 데뷔한 인물이다. 국내에도 이미 이름난 사람이다. 경기도미술관 건물에서 느낄 수 있듯이, 그는 건축에 자연 요소를 적극 융합한다. 세련된 기술로 추상적인 건축 언어를 발신한다. 지하 공간으로 건축을 끌어들인 데다 ‘빛의 계곡’까지 구현한 ‘이화여대 캠퍼스센터’(ECC)는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2021년에 착공한 지하 건물 ‘영동대교 광역복합환승센터’도 페로의 작품인데, 태양광을 흡수해 반사하는 초대형 라이트 빔을 쏴 지하 깊은 곳까지 자연광을 배급하는 시스템이라니 흥미롭다. 전시 공간은 2층에 있다. 방문 당시 ‘당신의 가장 찬란한 순간’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디지털 문명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욕망을 무한 소비하는 풍속을 돌아보게 하는 전시회다. 경기도미술관의 컬렉션 중에 ‘감각적인 작품’ 22점을 골라 선보이는 ‘소장품으로 움직이기’전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재미있기론 지구 곳곳에 이름을 알린 강익중의 대형 벽화 ‘오만의 창, 미래의 벽’이다. 미술관 1, 2층 벽면 한쪽을 통째 점유한 가로 72m, 세로 10m 크기의 대형 벽화다. 전국의 어린이 5만 명이 3×3인치짜리 나무판에 그린 그림 5만 점을 모둠으로 엮은 대작이다. 강익중은 뉴욕에서 노점상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습작을 했다. 퇴근길 지하철이 유일한 작업실이었으며, 지하철에서의 짧은 이동시간 중에 그림을 한 점씩 그렸다. 그렇게 해서 강익중표 ‘3×3인치 미니 캔버스 작품’이 나오게 됐다. 그는 5만 어린이들의 작은 그림들이 모여 뿜는 웅장한 에너지에 심취했나? 동어 반복적인 벽화 작업을 연달아 해왔다. 작은 그림들이, 작은 꿈들이 모여 삼라만상과 우주를 이루는 장관을 보라! 강익중의 메시지가 그렇다. 그는 백남준이 제자로 인정한 유일한 화가다. 명성과 감흥은 겉돌지 않는다.
- 2022-11-1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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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생활의 유일한 탈출구는 시골이다!
- 초록으로 꽉 찬 산기슭이다. 널따란 농장 사방에 온갖 나무들이 길차게 자라 수려하다. 터의 가장자리로는 맑은 도랑물이 흐른다. 살짝 높은 지대다. 그래 세찬 골바람이 농장을 후려칠 일이 잦을 것 같지만 산의 품에 새 둥지처럼 깃들어 끄떡없다. 경관도 안전성도 결함이 없는 입지다. 적막감마저 깊으니 온갖 꿍꿍이와 아귀다툼으로 소란한 속세를 잊고 오붓하게 은거할 만한 피안(彼岸). 그러나 농장주 김기완(75, 평달교육농장)은 은거에 관심 없다. 가만히 눌러앉아 ‘멍 때리기’로 소일하는 건 도대체 그의 적성에 맞지 않다. 차라리 일벌레다. 해 뜨기 전부터 농장 일을 시작하는 식의 습성을 고수해 볼 것 많고 즐길 것 많은 체험교육농장을 꾸려 끌고 왔으니까. 김기완이 서울을 벗어나 이곳 충북 옥천군 산골짝에서 새로운 삶을 구가한 지 어언 20여 년. 귀농 왕고참이다. 그러니 얻은 경험이 많다. 덩달아 견해도 많다. 그가 지닌 견해의 요점을 미리 말하자면, 귀농이든 귀촌이든 귀향이든 시골에 넘실거리는 자연과 깊은 친선 관계를 맺을수록 삶의 품질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즉 그는 자연과 더불어 여생을 한바탕 재미있게 살아보겠다는 용무를 가지고 고향 산골로 이주했던 거다. 그리고 그 용무를 이미 완수했다는 게 그의 자평이다. 김기완은 서울에서 건축자재상을 해 기반을 야무지게 다졌다. 고향에서의 성장기는 곤궁하기 그지없었다지. 또래 연배들이 흔히 그랬듯 생일에나 겨우 미역국에 쌀밥을 얻어먹을 수 있는 형편이었다. 그 얄궂은 운명의 횡포에 저항하기 위해 그는 15세에 상경, 닥치는 대로 일을 해 밥을 벌었다. 도둑질 말고는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지경으로 서울이라는 정글을 바지런히 누빈 결과 중년 즈음엔 어엿한 자수성가의 본을 이룰 수 있었다. 취미 하나 가질 겨를 없이, 돈 한 푼 허투루 쓴 일 없이 오직 경제적 기반을 잡기 위해 천신만고와 맞붙어 싸운 덕분이었다. 피땀을 쏟아 목표로 삼았던 산정에 올랐던 것. 산꼭대기에 오르면 비로소 산 아래가 훤히 보인다. 징글징글한 가난의 기억이 싫어 아예 잊었거나 잊어버리고 싶었던 고향의 산천과 풍정이 사물사물 가슴으로 스며든다. 그렇게 향수가 소리 소문 없이 그를 방문했다. 몹시 지독한 그리움으로 끙끙 앓았던 것 같다. 이제 가야 할 곳은 고향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마치 연어가 모천으로 회귀하듯이 그는 흔쾌히 낙향했다. “귀향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거라는 얘기를 하더라. 출세한 사람은 제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현실을 떠나지 못하고, 망한 사람은 창피해서 못 내려간다는 것이다. 나는 귀향할 수밖에 없었다. 진달래꽃을 따 먹고 도랑에서 가재를 잡았던 고향이 너무도 그리웠으니까. 언젠가는 내려가겠어, 기어이 고향에서 살겠어, 그렇게 오랫동안 벼른 끝에 드디어 귀향했던 거다.” 객지보다 오히려 심적 부담이 클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가급적 고향을 피해 귀농하는 게 좋다는 얘기도 있던데. “처신하기 나름이다. 나도 처음엔 텃세 비슷한 걸 겪었다. 그러나 아량으로 포용하면 마찰이 생길 리 없거니와, 아하 이게 바로 고향 좋다는 거구나, 그렇게 안도할 만한 일은 더 많이 벌어진다.” 처음엔 혼자 내려왔다지? 부인은 서울에 머물고. 귀향 문제를 놓고 부부간에 이견이 있었나? “한창 일할 54세에 무슨 귀향? 아내는 그렇게 생각했다. 너무 이른 은퇴라 봤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일에서 스스로 퇴직시키고 귀향을 결심한 터라 혼자서라도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다. 가장으로서 할 역할을 다했는데 망설일 게 뭐란 말인가. 게다가 뭔가에 수틀려 ‘자연인’처럼 살겠다는 것도 아니니 보류할 이유가 없었다.” ‘나 홀로 귀농’으로 부부 사이에 금이 가는 경우도 있더라. “난 성격상 매사 치밀하게 숙고해서 최선책을 찾은 뒤에 움직인다. 아내를 전적으로 존중하는 버릇도 있다. 따라서 아내와 억지 동행을 하는 대신 일단 내가 먼저 내려가서 아내를 맞이할 준비를 해두겠다는 쪽으로 일을 구상했다. 나 먼저 내려가겠으니 당신은 마음 내킬 때 천천히 내려오시오! 아내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다.” 그토록 합리적인 처신을 하다니. 그렇더라도 부인이 마침내 내려올 거라 장담하긴 어려웠겠지? 세상의 아내들 대부분이 시골 생활에 호감을 갖지 않으니까. “아내의 마음에 쏙 들게 터전을 가꾸는 게 관건이라 봤다. 이건 새들의 행태에서 얻은 힌트다. 어느 날 TV에 수컷 새가 암컷 새를 유혹하기 위해 근사한 둥지를 짓는 장면이 나오더라. 죽기 살기로 멋진 집을 지어 마침내 마음에 드는 암컷을 짝으로 끌어들이더라고. 아, 바로 저거다! 농장을 제대로 꾸며놓으면 아내가 제 발로 내려올 거라는 생각을 한 건데 이건 적중했다.(웃음)” 화재로 공들여 지은 집을 잃기도 김기완이 귀향을 해 홀로 산골에서 보낸 세월은 자그마치 6년. 고독한 독신남도 아니면서, 끈 떨어진 홀아비도 아니면서 6년을 외롭게 정진했다. 정진? 아내를 한시 빨리 불러들이겠다는 생각 하나에 쏠린 채 오로지 농장 구축에 전념했으니 말 그대로 정진이며, 심지어 득도를 목표로 삼은 고행에 맞먹을 고달픈 행진이었을 게다. 술이나 담배는 애당초 입에 붙이질 않았으니 근로가 주 종목이었다. 터는 넓어도 겁나게 넓어 처음 사들인 1만 평에 나중에 사들인 것까지 도합 3만 5000평이나 된다. 허리 휠 신역이 자심했을 테다. 그러나 즐겁더란다. 매번 성취감을 맛보며 피곤하지 않더란다. 허풍이 아닌 게, 그는 스스로 기꺼이 뛰어든 일엔 뭐든 툴툴거리거나 남몰래 돌아앉아 한숨을 토해내는 나약한 성향의 소유자가 아니다. 요컨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처럼 행복한 게 없다’는 인생의 공리를 그는 몸소 실행하는 기쁨을 맛봤던 것 같다. 그는 결국 체험교육농장의 틀을 완비하기에 이르렀고, 마침내 아내가 합류했다. 아내를 각별히 사로잡은 건 김기완이 손수 밑그림을 그려 지은 살림집이었다. “아내를 위해 지은 크고 보기 좋은 캐나다식 2층 목조주택이었다. 차를 좋아하는 아내를 배려해 다실까지 만들었다. 암컷 새의 환심을 사기 위한 의도가 가미된 집이었다.(웃음) 나중에 그 집이 누전 화재로 잿더미가 되고 말았지만.” 다시 지은 집 역시 2층으로 매우 크다. 굳이 커다란 집을 지은 이유가 있겠지? “자식들이나 친지들이 방문할 경우 편히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새집은 다시는 불이 나지 않게끔 나름의 대안을 가지고 지었다. 건물 골조를 불에 약한 목재 대신 콘크리트로 세웠고, 외벽도 불에 강한 벽돌을 마감재로 썼다. 지붕 역시 구리 자재를 도입해 화재를 단속하고자 했다. 팔각형 구조로 방들을 배치한 것도 만약의 화재 대비에 가장 뛰어나다고 판단해서였다. 이 모든 구조는 화재의 충격과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싶어 동원한 방책이다.” 교육농장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당시 농업의 새로운 트렌드가 교육농장이었다. 주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갖가지 농사 체험과 놀이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는 게 교육농장이다. 이건 부부가 함께 즐기며 일할 수 있는 괜찮은 분야라 판단했다. 하지만 운영이 힘들더라. 관내에 폐교되는 학교가 속출하고,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지금까지 불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운영난을 타개하기 위해선 방향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닐까? “그냥 이대로 갈 참이다. 난 귀농을 통해 농업 현실을 다각도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귀농으로, 농사로 돈 벌기 어렵다는 걸 주변 농가들의 실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거다. 가끔 귀농 강의를 할 때면 빼먹지 않고 하는 얘기가 있다. 돈벌이를 목적으로 삼은 귀농은 위험하다는 걸, 돈을 벌려면 도시가 훨씬 낫다는 걸 말해줘야 하는 것이지.” 현실이 그럼에도 당신은 태연하다. “난 서울에서 실로 열심히 일했다.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는 신념 하나로 살았다. 덕분에 먹고사는 데엔 전혀 지장이 없다. 한편 아이들과 어울리는 농장 생활은 본질적으로 가치가 있고 재미가 있다. 운영은 부실하지만 불만이나 불안은 없다. 농장 잔디밭에서 깔깔거리며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보석처럼 아름답더라. 뜰에 심은 나무들이 자라는 걸 바라보며 자연의 순리와 교감하는 순간 역시 행복하다. 여기에서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그래서 그냥 이대로 지속하기로 했다.” 어라! 개와 멧돼지가 어울리더라 손에 쥔 것 없이 귀농했다면, 경제적 불확실성이 컸다면 김기완의 양상은 달랐으리라. 다시 말해 그는 충분히 자족할 수 있는 물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 농업으로 더 이상의 부를 확장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냉철한 인식도 현실을 긍정하게 하는 배경이 됐을 테다. 즉 그는 오랫동안 삶의 주된 이슈였던 경제문제에서 벗어나, 이젠 자신과 아내의 행복을 증진할 수 있는 쪽으로 날랜 머리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자연이라는 막대한 매력 덩어리를 내면에 들여놓을 경우 행복을 거머쥐기가 더 쉽다는 결론에 이르기도 했다. “단언하건대 인간관계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도시 생활의 유일한 탈출구는 시골이다. 정신마저 피폐해지는 과도한 인적 관계에서 자연과의 관계로 무게중심을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괴롭고 복잡한 삶에서 해방돼 자연과 소통하며, 생명 가진 것들을 존중하면서 한적하게 지내는 일보다 다행스러운 게 있을까?” 이른바 태평농법으로 농사를 한다지? 이건 자연을 존중하는 방식의 하나인가? “사람과 농작물이 싸우지 않고 서로 태평하게 공존하는 게 옳다는 생각에서 해온 농법이다. 농장에서 문득문득 깨닫는 게 많다. 내가 멧돼지를 퇴치하기 위해 개를 기른다. 그런데 가만 보니 개와 멧돼지가 어울려 놀더라고. 이거 재미있지 않나? 아, 저게 자연의 이치구나. 멧돼지 역시 원래 이 터전의 주민이었구나. 그런 값진 성찰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인생의 참다운 진수는 노경(老境)에 구현된다는 얘기가 있다. 황혼길을 걸어가는 당신의 초상이 어떤 것이길 바라나? “문전박대를 당하더라도 술 한잔 마시고 시 한 수 읊으며 홀연히 떠나가는 김삿갓의 풍모를 선망한다. 이건 욕심을 다 내려놔야 가능한 경지지만.” 그의 얘기는 자주 럭비공처럼 튀어 핵심에서 이탈했다. 이 역시 그가 보유한 생태 경관일 텐데, 반짝이는 뼈가 들어 있는 말이 드물지 않아 지루하진 않았다. ◆김기완이 주는 귀농 Tip◆ •농토를 구입할 경우 2년쯤은 벼르며 판단하라. 값이 싸다고 덜컥 샀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정이 가는 농토를 구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내 공간이 된다. •맹지 매물을 소개하면서 ‘차후 잘 협의하면 길을 낼 수 있다’는 부동산 중개인의 말을 믿지 마라. 매입 후 곤욕을 치르기 십상이니까. •귀농 이전에 밑그림을 충실하게 구상하자. 목표 설정을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어서다. •가급적 전답, 산, 냇물과 동시에 접한 토지를 사라. 그래야 활용도와 생산성이 높아진다. •국유림과 접한 농토는 이상적이다. 불필요한 개발 행위가 원천적으로 차단돼 한결 안정적인 농사를 할 수 있어서다.
- 2022-10-2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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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이 자연을 넘어설 수 있겠나?” 강종권 자하미술관 관장
- 강종권(67) 관장은 미술을 좋아하는 취향에 추동돼 자하미술관을 만들었다. 처음엔 그저 경치 좋은 인왕산 기슭에 살림집 한 채 짓고 싶었단다. 그러나 이내 생각을 바꿔 미술관을 지었다. 그의 전직은 회사원. 기업을 이끌기도 했다. 그러니 미리 길러둔 미술에의 조예와 경륜이 깊었을 리 없다. 뒤늦게야 미술과 미술관의 물정을 파고들었을 텐데, 평소의 공부 습성을 기반으로 실력을 키웠던 것 같다. 즉 출발은 다소 무모했지만, 이후의 행보는 견고해 뜻을 이루었다. “회사 다닐 때 즐겨 찾기 시작한 곳이 미술관이었다.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는 곳으로 미술관보다 나은 게 없다는 걸 알고 더 자주 미술관을 다녔다. 이게 미술관을 개관하게 된 동인이다. 남들도 나처럼 위안받기를 바라며. 그게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미술관을 만든 것이다.” 건물 설계시 모델로 삼은 곳이 있나? “건축을 구상하기 전에 100여 권의 건축 관련 책부터 읽었다. 그러고 내린 결론이 안도 다다오(노출콘크리트와 자연 채광을 건축에 끌어들인 일본 건축가)의 기법을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특히 안도 다다오가 나오시마 섬에 지은 지중미술관을 보고 착상한 게 좀 있었다.” 입지의 자연 풍광이 빼어나다. 서울 도심이 지척인데 깊은 맛을 주고. “미술 작품과 산 풍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다들 강렬한 인상을 받는 것 같더라. ‘높고 외진 곳에 관람객이 오기나 하겠어?’ 처음에 숱하게 들었던 얘기가 그랬다. 그러나 기우에 가까운 소리였다. 적다고만 할 수 없는 관람객들이 찾아오니까.” 명산 인왕산 기슭인 데다 북한산과 북악산이 전면에 펼쳐져 수려하다. 덕분에 전시 작품은 뒷전이고 풍광에 더 관심 갖는 이들이 많을지도. “작품으로 다 채우지 못한 갈증을 자연경관으로 보충할 수 있어 양수겸장이라 봐야 하겠지. 재미있는 건 이곳의 풍수 여건이다. 절묘한 터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실제 인왕산은 애니미즘의 센터였다. 이에 착안해 샤머니즘을 주제로 기획전을 펼친 적도 있다. 그러나 샤머니즘에 깊은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자연의 물상을 신앙으로 바라보는 건 성향에 맞지 않아서.” 그럼 당신에게 자연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위대한 예술 작품으로 느껴진다. 사람이 만든 미술 작품이 제아무리 걸작이라도 자연을 넘어설 수 있겠나? 인간의 예술이냐 자연이냐, 그 우월성을 논하는 경우도 있지만 난 웃고 만다.” 전시 작가 선정엔 어떤 기준을 두나? “개성적인 자기 세계를, 실험적 표현 기법과 형식을 구현하는 작가를 우선시한다. 콜라주 작가나 여성주의 작가, 퍼포먼스를 하는 작가들도 선호한다. 일단 배제하는 건 상업주의에 물든 작가다.” 배고픈 작가가 태반이다. 사립미술관들도 형편이 열악하다. 영혼까지 팔아서야 안 되겠지만, 예술도 장사가 돼야 지속 가능한 게 아닐까? “사립미술관만 말하자면, 영리를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실엔 딜레마가 있다. 사립미술관이야말로 ‘적자 창고’니까. 기부 문화의 확산으로 문제를 푸는 게 가장 정당한 해법이다. 요원하지만.” 그는 요즘 한국 최초의 여성 화가 나혜석 연구에 한창이다. 나혜석 기획전을 준비하는 것. 남도의 섬에 미술관을 꾸릴 구상도 하고 있다.
- 2022-08-30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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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각해지는 ‘깡통전세 사기’ 공포, 줄일 방법은?
- ‘깡통전세’로 불안해하거나 임차인과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체결할까 두려운 임대인이라면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주택 거래 정보를 확인하면 된다. 서울시는 올해 2분기 서울 시내 지역·면적 등 유형별로 세분화한 ‘전·월세 시장지표’를 서울주거포털(서울시 전월세 정보몽땅)을 통해 23일부터 시범 공개한다. 집을 구하는 임차인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돕기 위함이다. 시는 앞으로 분기마다 지표를 분석해 공개할 계획이다. 매년 서울 시내에서 약 47만 가구의 전월세 계약이 이뤄지는 가운데 시는 임차 물량, 정확한 거래가격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임차인이 매물을 비교, 선택할 수 있도록 이번 지표를 개발했다. 시는 새로 선보인 ‘서울시 전월세 정보몽땅’ 페이지에 △전월세 임차 물량 예측정보(법정동·면적·주택 유형·건축 연한별) △지역별 전세가율 △전월세 전환율 등을 공개한다. 우선 전월세 임차 물량 예측정보는 새로운 전·월세가 임대차 시장에 나오는 것을 가정해 갱신계약이 만료되는 시기를 월 단위로 분석해 자치구별로 시장에 새롭게 풀릴 물량을 예측한 데이터다. 물량 예측은 지역별(자치구·법정동별), 면적별(40㎡ 미만·40~85㎡ 미만·85㎡ 이상), 유형별(1000가구 이상 대규모 아파트 단지별·주택 유형·건축 연한) 등으로 세분화했다. 분석 결과 올해 8월부터 12월까지 서울 시내에서 갱신계약이 만료되는 전월세 예측 물량은 최대 2만 6858건이다. 구별 평균 물량은 아파트의 경우 647건, 연립·다세대는 275건, 단독·다가구는 154건으로 집계됐다. 시는 ‘깡통전세’를 사전에 확인하고 피할 수 있도록 ‘지역별 전세가율’도 제공한다. 깡통전세는 매매가격과 전셋값 차이가 작어 계약 만료 시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 집을 말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시 보증 금액·유형 등이 동일한 조건의 주택에서 보증료율 상향기준을 부채비율 80%로 설정하는 점에 착안해 ‘80% 이상’, ‘90% 이상’ 지역을 구분 공개한다. 이에 임차인은 깡통전세 여부를 미리 알아볼 수 있다. 아울러 시는 ‘전월세 전환율 정보’도 제공한다. 전월세 전환율도 전세가율과 마찬가지로 동일층과 면적에서 이뤄진 실제 전월세 거래를 비교해 지역별, 주택유형별로 분석했다.
- 2022-08-2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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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을 세상의 중심으로 삼아 즐거운 귀촌 생활
- 전북 정읍시 산자락으로 귀농한 송정섭(67, ‘꽃담원’ 대표)은 자칭 ‘꽃미남’이다. 아내 역시 ‘꽃미녀’로 쌍벽을 이룬단다. 외모를 내세우는 ‘자뻑’이 아니다. ‘꽃에 미친 남자’와 ‘꽃에 미친 여자’가 함께 사는 걸 빗댄 얘기니까. 못 말릴 강태공은 낚싯대 하나로 만족한다. 다인은 끽다로 세상을 건넌다.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사는 것보다 나은 게 있던가. 송정섭은 오나가나, 앉으나 서나, 매양 꽃과 동행한다. 귀농을 한 것도 꽃에 제대로 미치기 위해서였다. 그게 인생의 쓸쓸한 황혼을 북돋울 가장 유력한 방안이라 보았다. 송정섭의 거처는 온통 녹음이다. 600평에 이르는 너른 터에 자라는 온갖 식물이 초록을 내뿜는다. 하늘을 반쯤 가린 저 앞의 푸른 준령은 내장산이다. 범람하는 산기(山氣)로 한여름의 무더위는 물론 속기마저 씻어낸다. 산 위로 흐르는 구름은 또 어떻고? 꽁무니에 바람을 매달고 유유히 흘러 번잡한 세상사를 잊게 한다. 어디를 보더라도 진부한 게 하나 없는 산골 풍경이다. 개중에 흐벅진 건 송정섭이 귀농 8년간 꾸민 정원 경관이다. 이 정원에선 나무들의 제전, 꽃들의 향연이 한창이다. 원래 감나무 세 그루뿐이었다. 외갓집 묵정밭이었다고 한다. 쓸모를 잃은 땅에 정원을 꾸려 쓸모는 물론 미감까지 고스란히 살려냈다. 애쓴 흔적, 공들인 자취가 완연하다. 식물에 관한 단순한 애호를 넘어선 빙의? 화초류만 하더라도 자그마치 350여 종이라지. 게다가 본때 있는 솜씨로 적재적소에 배치해 조화롭다. 이곳에서 철 따라 도도한 자연의 순환과 드라마가 펼쳐질 걸 짐작할 만하다. 그렇다면 송정섭은 일쑤 무아지경을 느끼나? 그러고 싶어 꽃에 미쳤나? “농촌진흥청 화훼 분야 연구직 공무원으로 일했다. 직장 생활 30여 년간 꽃을 전공으로 삼았던 것인데, 은퇴 이후 노년의 30여 년 역시 고향으로 내려가 꽃과 더불어 살고 싶었다. 꽃을 비롯한 식물이 지닌 매력과 선한 영향력을 잘 알기 때문이었지. 후회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귀농하지 못했다는 점일 뿐이다.” 귀농이 만족스럽다는 뜻인가? “조직 안에서 의무감으로 움직여야 하는 직장 생활에 비할 수 없는 만족을 느끼며 산다. 난 정년 2년 남긴 시점에 명퇴했다. 더 일찍 물러나 정원 가꾸는 시골 생활을 시작했다면 좋았을 텐데, 한결 나은 생활을 괜히 유보했던 셈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목적과 지향이 분명할 경우 귀농은 빠를수록 좋다.” 십중팔구 세상의 아내들은 남편의 귀농 제안에 일단 반기를 든다. 고생살이가 빤히 보여서. 이 대목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우리 부부는 주로 수원시에서 살았다. 10여 년은 단독주택에 살며 정원 가꾸는 재미를 충분히 맛봤다. 아내 역시 꽃에 관한 경험과 조예가 없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꽃을 중심에 둔 귀농은 우리에게 자연스러웠다.” 정착하기까지 초기의 갖은 애환을 면제받기 어려운 게 귀농이라지? “퇴직하자마자 혼자 곧바로 이곳에 내려와 텐트를 치고 살았다. 오랫동안 홀로 종일 일하고 밤이면 막걸리 한잔하고 잠을 잤지. 기반을 닦는 과정이었다. 몸이야 고달팠지만 좋아하는 일, 원하는 일이라 힘든 줄 모르고 지냈다. 물론 모든 게 순조롭지만은 않았지만.” 가령 어떤 점이 어려웠나? “이 터가 원래 맹지였다. 길을 내는 게 무엇보다 화급한 과제였다. 그러나 쉽지 않더라. 경계면에 있는 남의 땅을 사들이는 수밖에 없었는데 지주가 팔지 않았다. 시세의 두 배를 주겠다고 해도 통하지 않더군. 실로 어렵사리 길을 만들어내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됐다. 그 때문에 귀농 2년여가 지나서야 살림집을 지을 수 있었다.” 향후 목표는 치유정원 집을 짓고 아내가 합류할 즈음 정원 역시 어엿한 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뿌리고 심고 가꾼 것들이 생육을 거듭했던 것. 비와 바람과 햇볕만 식물의 성장을 도왔으랴. 송정섭은 원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식물의 성장을 뒷바라지할 수 있는 경륜과 기술로 정원 만들기에 가속을 붙였다. 말하자면 그는 식물 재배에 도가 텄다. “사실 ‘화류계’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도움을 준 이들도 많았다. 시골에 내려와 정원을 만든다는 소식을 들은 지인들이 보내온 나무들만 해도 자동차 14대 분량이었다. 덕분에 정원 조성 작업이 순탄했다.” 시골 정원을 열심히 가꾸다 몸을 망가뜨리는 경우도 있더라. 강철처럼 일어서는 풀들과 실랑이를 하다가 나동그라질 수 있으니 가급적 작은 정원을 즐기는 게 현명하다는 충고도 흔하다. “프로에겐 얘기가 다르다. 하루에 두 시간 정도 몸을 쓰면 꽃 관리, 잡초 처리 등은 충분하다. 전지는 1년에 한 차례로 마무리한다. 나는 단순히 꽃을 가꾸고 즐기는 데 목적을 두지 않았다. 나만의 특별한 생태정원을 구축하는 한편, 꽃을 보급하고 정원 만들기 지원 활동을 하며 시민정원사를 양성하고 있다. 체험 프로그램과 꽃 아카데미를 운영해 식물의 인문학을 강의하기도 한다. 이 모든 부문이 다행스럽게 잘 돌아간다. 거의 날마다 체험자들과 수강생들이 찾아드니까.” 결국 공직 은퇴 이후 꽃과 정원으로 새 직업을 발굴한 셈인가? “이곳에 귀농해 열심히 정원을 가꾸는 나를 주민들은 의아해했다. ‘저 사람은 무엇 때문에 저토록 꽃을 잔뜩 가꾸지?’ 그런 궁금증으로. 꽃 가꾸기가 소득과 연결될 수 있다는 걸 그들은 미처 몰랐던 것이지.” 그는 민박업도 병행한다. 귀농 초기에 사용했던 농막을 다듬어 에어비앤비(Airbnb, 국제적인 홈스테이 네트워크)에 가맹, 투숙객을 받는다. 이 역시 순항한단다. 자신이 보유한 물적 자산을 최대치로 활용하고 있으니 그의 두뇌가 기민하게 움직이는 걸 알 만하다. “민박 수요는 넘친다. 그러나 적당한 선에서 자제한다.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다. 주된 목적인 정원과의 동행에 전념해야 하니까. 향후 치유정원으로 확장할 작정이다.” 치유정원? 그게 뭐지? “의사들의 데이터를 보면 꽃이 치매까지 개선한다고 한다. 이렇게 원예로 질병을 고칠 수 있다는 데 착안한 게 치유정원이다. 독일이나 네덜란드에선 오래전부터 치유정원이 활성화돼 있다. 환자를 무조건 병원으로 보내는 게 아니라 치유정원으로도 보내는 것이지. 국내에도 치유정원을 표방하는 원예농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신의 전공과 경륜을 고스란히 살려 인생 2막을 열어젖힌 뚝심이 인상적이다. “귀농에 대한 로망은 아파트에 살던 시절에 이미 움텄다. 옆집에서 누가 죽어 나가도 모르고, 좋아하는 꽃을 기껏해야 베란다에서 기를 수밖에 없는 답답함에 질렸던 것이다. 그러면서 일찌감치 생태정원을 구상했다. 개인이 가진 기능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은 삶이라는 인식은 뿌리 깊은 것이었고.” 식물의 능력은 사람보다 뛰어나다 그는 갑갑한 도시를 벗어나 우선은 ‘나’를 즐겁게 하고 싶었던 거다. 즐겁지 않고 행복할 수 있겠는가? 오욕칠정으로 탁류처럼 흐르는 인생일망정 내 길을 내가 가는 한 뒤에 남을 미련한 미련이 적어진다. 그는 귀농으로 삶이 부과하는 갈등과 갈증을 해소했다. 귀농하며 가슴에 새긴 건 세 가지였단다. 변화한 상황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자연을 소중하게 대하기. 죽을 때까지 공부하기. 개중 결연한 건 공부 욕심이 아닐까. 그런데 그가 가르침을 청하는 선생은 꽃이며 식물이다. 풀꽃 하나에서 생명의 신비한 노래를 듣고, 바람에 떠는 나뭇잎 하나에서 우주의 율동을 보는 영혼이 드물지 않은데, 송정섭의 사유 역시 비슷한 계보에 속하는 것 같다. “호기심을 가지고 식물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면 얻을 것이 많다. 이를테면 꽃들은 무엇으로 대화를 할까, 그걸 공부하다 보면 향기에 답이 있음을 알게 된다. 심지어 식물은 사람의 말뜻까지 알아듣기도 한다. 사실 식물의 능력은 인간의 재능을 뛰어넘는다.” 좁쌀보다 작은 상추씨가 흙을 들어 올려 싹을 틔우는 기적을 바라보면 천하장사는 저리 가라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얘기는 재고되어야 할지도. “강의를 할 때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다. ‘꽃처럼 살자’는 거다. 꽃에서 배우자는 뜻이다. 그럼 무엇을 배우나? 한 가지 예를 볼까? 지구상의 꽃은 25만여 종에 이른다. 이 모든 꽃이 다 다르다. 저만의 개성으로 존재한다. 이는 개성을 살리기보다 욕망을 따라 달려가는 인간의 양상과는 사뭇 다른 게 아닌가.” 꽃인들 속 터질 일이 없을까마는 사람보단 덜 아등바등한 것 같다. “우리가 자주 잊고 지내는 게 있다. 식물이 내뿜는 산소를 마시며 숨 쉰다는 걸. 인간의 생존에 이모저모 절대적인 기여를 하는 식물의 헌신을 기억하기만 해도 삶이 한결 나아질 거라는 얘기다.” 식물 예찬이 길게 이어진다. 새삼스러울 게 없는 얘기지만 새삼스럽게 들리는 건 외면하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귀농으로 일군 꽃 농장은 송정섭에게 세상의 중심이다. 세상의 한 귀퉁이를 꽃으로 채워 향기를 흩뿌리는 삶이란 얼마나 떳떳한가. 게다가 안정적인 소득 기반까지 다졌다. 그는 바야흐로 썩 괜찮은 인생의 열매를 거두는 시절로 접어든 셈이다. 귀농을 통해 마침내 얻고 싶은 걸 얻었고, 하고 싶던 걸 하게 됐다. 그렇다면 그가 으뜸으로 치는 귀농 수칙은 어떤 것일까. “가장 중요한 건 주민들과 화학적 결합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마을의 문화와 풍토를 존중해야 하는데, ‘3척’만큼은 피해야 한다. 시골에서 아는 척, 잘난 척, 가진 척을 하다가는 거의 죽음과도 같은 고난에 빠질 수 있다.” 허튼 우월감은 버려라? “자세를 낮추는 게 좋다. 시골 사람들이 무슨 법 같은 것엔 무심할망정, 자신들이 경험한 사실 외엔 함부로 말하지 않는 신중함이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직접 겪은 불화 경험은 없었나? “불화라기보다 귀농 초기에 다소 서툰 처신을 해 미운털이 박힐 뻔한 경험이 있다. 마을회의 같은 곳에서 박사랍시고 너무 많은 말을 한 것이다. 그러자 분위기가 이상해지더라. 아하, 내가 팽당했구나! 뒤늦게 깨닫고 태도를 바꾸었다.” 딱히 죄를 지은 것도 없이 코너에 몰릴 수 있는 게 귀농 생활이라는 얘기다. 나를 내세우기보다 타자의 얘기에 먼저 귀 기울이자는 조언이고. 세상의 도처가 교실인 셈이다. 송정섭이 주는 귀농 Tip 꽃 농원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다. 그러나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뜻을 이루기 힘들다. 우선 식물에 관한 공부를 미리 충실하게 해둬야 한다. 재배 기술 숙지는 기본이고, 식물심리학과 식물의 인문학까지 섭렵하는 게 필요하다. 농원의 공간 디자인도 핵심 요소다. 개성과 미감을 살려 구조를 설정해야 한다. 효율적인 동선 조성 역시 중요하다. 입지로는 들판보다 숲속이나 산자락이 이상적이다. 주변에 축사나 고압선 철탑이 있는 곳은 피하라.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인근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점이다. 유난히 텃세가 심한 곳은 피해야 하는데, 단기간이나마 미리 살아보고 풍토를 판단하는 게 좋다.
- 2022-08-1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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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근함의 깊이 깃든 인문학 여행지 '청주'
- 소로리 볍씨와 생명문화도시 생명문화도시 청주라고 말한다. 지역마다 일컫는 상징적 수식어가 있듯 이곳은 명칭마다 생명이 함께하는 걸 본다. 청주시 청정자연의 푸르름을 뜻하는 ‘생이’와 미래창조의 빛을 머금고 있는 ‘명이’가 결합된 캐릭터로 생명과 창조의 도시 청주를 상징한다. 이렇듯 청주에서 생명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쉽게 볼 수 있는 건 당연하다. 공원도 생명누리공원이고, 정자는 생명정이다. 생명과학단지는 바이오 산업 전문으로 첨단의료 복합단지다. 가을이면 청원생명축제가 열린다. 생명과 연결된 것 중에 당연히 먹는 것이 빠질 수 없다. 청원 생명쌀은 전국 최초로 15년 연속 한국표준협회로부터 인정받은 고품질 쌀이다. 이제 대한항공 기내식 밥으로도 공급되어 전 세계인이 맛볼 수 있게 되었다는 최근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밥은 한국인의 일상과 아주 밀접하다. 인사나 만남의 경우에도 꼭 밥이 등장한다. 밥은 먹었니, 밥 한번 먹자… 이런 밥. 밥 이전 벼농사의 기원이 중국이 아닌 한국일 거라는 주장 관련 근거가 청주 소로리에서 발견됐다. 2003년 청주 소로리에서 발견된 볍씨가 국제적 검증 끝에 거의 1만 5000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고, 고고학자 콜린 렌프류도 쌀의 기원을 한국으로 수정했다고 전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가 출토된 충북 옥산의 소로리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 농경문화 중심지로 떠올랐다. 국토 중심지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충북 청주는 생명문화의 고장으로 입지를 굳혔다. 부근의 오창읍엔 쌀의 일생과 역사를 알려주는 단아한 한옥의 벼전시체험관과 미래지농촌테마공원이 있다. 이곳에 소로리의 유적인 볍씨가 소개되어 눈여겨볼 만하다. 옛날 옛적 벼농사를 지었던 우리 땅에서 출토된 소로리 볍씨 59알로 한반도 고대국가의 형성을 이해할 수 있다니, 우리가 매일 먹는 밥, 알고 먹는다면 밥맛이 다를 터. 올 초에 세상을 떠난 이 시대의 문화 지성이라 일컫는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청주를 사랑하고 응원했다고 한다. 생전 그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소로리 볍씨가 출토된 것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와 함께 청주가 세계적인 생명문화도시라는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라 말했다. 더불어 친환경 두꺼비 생태공원과 가로수길, 초정 약수 등의 문화 원형을 분석하며 가치 발굴에 관심을 보였다. 또한 청주의 한 무덤에서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젓가락이 출토되었는데, 쌀과 젓가락은 생명문화의 원형이라며 지구촌 유일의 생명문화도시 청주에서 젓가락 페스티벌을 열도록 제안도 했다. 청주를 향한 깊은 애정으로 그는 청주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간 김에 오창호수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예전에는 청주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한참 가야 했던 오창이었다. 이젠 길이 달라졌고 교통수단도 좋아져서 드라이브 삼아 자동차로 20분 정도 휘익 달리면 된다. 핫한 카페나 맛집은 물론, 자연친화적 생태놀이터와 등산로가 건강한 시간을 제공한다. 자연 속에서 마음껏 하루를 누릴 만한 문화휴식공원이다. 그 모든 것의 중심에 호수가 있다. 내가 갔을 때는 저수지 준설공사로 물을 모두 뺀 상태였지만, 물을 가득 채워 호수에서 뿜어내는 분수가 솟아오르면 가슴 후련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 옛날 문전옥답에 물 대주던 방죽이 지금은 멋진 호수가 되어 현대인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휴식처로 변모했다. 세종대왕이 가끔 쉬던 곳에 나도 간다, 초정행궁 또 한 군데 들러볼 곳으로 초정행궁이 있다. 청주나 오창에서 20분 정도 거리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이야기 끝에 늘 초정약수의 눈병 치료가 따라 나오곤 한다. 바로 그곳 초정이다. 과거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자들과 행차하여 머물며 한글 창제를 마무리했던 역사적 사실을 기초해서 조성되었다. 옛 임금의 행궁이나 이전 대통령들의 전용 휴양지(청남대)로 청주를 택했던 걸 보면 사색과 휴식의 환경에 적당한 도시였구나 싶다. 초정 행궁마을은 도심에서 뚝 떨어져 아늑하다. 조선시대 옛 거리를 걷듯 한옥마을을 느릿하게 거닐다가 투호를 던지거나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에 참여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독서당에서 책을 읽다 전통찻집에서 보약처럼 진한 대추차 한잔 마시는 것도 좋은 시간이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물론 초정리에 갔으니 세계 3대 광천수로 탄산과 칼슘,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한 초정약수를 느껴볼 일. 한동안 코로나19의 여파로 중단되었던 초정원탕 행각에서는 야외 족욕체험장이 개방 운영되고 있다. 땅속 깊은 화강암층에서 퐁퐁 솟아나는 광천수로 이색 체험까지 알차게 챙겨보자. 한옥 스테이는 예약 필수다.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조용한 공감 청주는 그동안 진입로의 가로수길이나 도심을 둘러싼 상당산성과 중심부를 흐르는 무심천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육거리 전통시장은 더 말할 게 없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면서도 빠뜨리면 섭섭할 중앙공원도 청주의 역사 속 중심이다. 뭘 모르는 사람들은 청주 중앙공원이 이제는 탑골공원처럼 되어버렸다고 하지만, 괜히 중앙공원(中央公園)이 아니다. 전국 각 지역마다 하나씩 있음직한 중앙공원은 그 지역을 대표한다. 이름 그대로 센트럴파크다. 한쪽 코너에는 시민극장이 있었다. 청주 극단인들의 연극도 올리던 곳이었다. 유형문화재인 목조 2층의 누각과 구석구석 유적들은 제각각 옛이야기들을 품었다. 무엇보다 천년 세월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은행나무는 전설을 지닌 채 계절마다 압도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중앙공원 골목으로 들어서면 지금은 쫄쫄 호떡이 유명하지만 그 이전엔 할머니의 빈대떡이 유명했다. 그 옆으로 50년이 훌쩍 넘은 공원당 우동은 특히 청주를 떠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장소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에서 누군가를 만날 때 약속 장소로 정하기 좋은 곳.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공원당에서 만나자’고 할 수 있는 점포다. 도시가 사람을 품어주는 맛이 있고 따뜻하다. 이젠 어딜 가나 나타나는 거대한 관광 콘텐츠, 덕후들의 핫플이나 힙하다는 맛집 풍경 인증샷은 지겹다. 어느 여행지를 말할 때 ‘노잼’이나 ‘핵잼’ 타령으로 섣부르게 구분 짓는 이들의 기준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지. 그 골목을 나와 바로 보이는 용두사지 철당간. 시내 중심에 우뚝 서 있지만 늘 그 자리에 있으니 다들 무심한 듯 지나간다. 고려시대의 귀중한 문화유적이라 여행자들이 찾아와 올려다보곤 한다. 바로 앞으로 청주극장과 현대극장이 기역자로 거의 붙어 있었다. 학생들의 단체 영화 관람이 있는 날은 그 앞이 교복 입은 학생들로 바글거렸다. 지금은 영플라자 뭐 그런 것들이 새 옷 입은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언제부턴가 성안길이 된 본정통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핫한 거리다. 입구부터 시네마 거리다. 청주가 의외로 영화관이 많았고 유명 연예인이나 문화예술인을 다수 배출했다는 사실, 또한 수많은 드라마나 영화가 촬영된 곳이란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울에서 가깝고 역사와 현재가 고루 존재하는 특이한 장소가 꽤 있다는 것. ‘제빵왕 김탁구’의 수암골은 이미 성지가 된 지 오래고, ‘태양의 후예’, ‘덕혜옹주’, ‘은교’, ‘베테랑’, ‘국가대표’, ‘프리즌’… 이루 다 셀 수 없을 정도다. 청주를 떠나기 전 국립현대미술관을 들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갈 때마다 들르지만 이번엔 시간이 늦었다. 그렇지만 미술관 앞마당에 서는 것만으로도 가슴 저릿하다. 오래전 담배공장이었던 곳이 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한 근대문화유산 동부창고,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눈앞에서 조금씩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미술관 광장에서 바라보는 코끝 찡한 저녁노을, 운이 좋았다.
- 2022-08-1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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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만들고 지역 오가는 ‘관계인구’된 사람들
- 귀촌(歸村), 촌으로 돌아가거나 돌아오는 것. 보통은 도시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지방으로 이주하는 현상을 ‘귀촌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지역에 살지 않고도 귀촌한 것처럼 그 지역에 참여하는 새로운 인구가 나타났다. ◆마을 만드는 디렉터형 관계인구 1. 루치아의 뜰 석미경 대표는 서울에서 출판사 편집자로 11년을 일하다가, 남편이 공주에 있는 대학 교수가 되면서 1995년 공주로 귀촌했다. 차에 관심이 많았던 석 대표는 차 문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2012년 버려진 한옥을 발견하고 뼈대를 살려 지금의 ‘루치아의 뜰’을 열었다. 공주에 살며 동네 산책을 하다 보니 골목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4년에는 주민참여 프로젝트로 ‘잠자리가 놀다 간 골목’이라는 도시재생 활동을 제안해 선정됐다. 현재는 공주풀꽃문학관 운영위원, 공주문화도시 정책위원 활동도 하면서 청년들의 공주 정착을 돕고 있다. 먼저 귀촌한 사람으로서 누군가 공주로 와 무언가를 도전할 때, 묵묵히 지켜보며 그의 시도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리라 믿고 있다. 2. 사회문화예술연구소 오늘 여러 지역에서 도시재생이나 문화기획 일을 하던 임재일 소장은 유독 공주에서 일할 기회가 많았다. 10년 가까이 공주에서 공공미술을 하던 그는 2018년 자연스레 공주로 귀촌했다. 30년 동안 하숙집으로 사용되다 버려진 3층짜리 폐가를 사들여 연구소를 옮겼다. 공주의 과거와 현재를 잇고, 공주 사람과 이웃 사람을 잇는 장소를 만들고 싶어 ‘대안카페 잇다’도 열었다. 그는 공주 근대문화거리, 하숙테마거리, 제일감리교회 기독교박물관 조성, 국고개 문화예술거리 조성사업 등 공주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을 기획·실행했다. “주민 300여 명을 인터뷰하고 기록한 내용으로 ‘하숙집의 세 딸’이라는 연극도 기획하고, 문화의 날도 만들었어요. 연구소 내에 ‘공주 정보 자료관’을 만들어 도시재생 과정에서 기록하고 모은 공주의 모든 자료를 전시하고 있죠. 공주로 귀촌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공주에 대해 알기 위해 조사차 우리 연구실을 한 번은 들러요. 저는 그들에게 공주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죠.” 문화를 통해 공주의 관계인구로 지내다 귀촌한 그는 이제 다른 관계인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ㆍ임재일 소장과의 인터뷰 Q 공주에 유독 귀촌 하는 사람이 많은 듯 하다. A 충청남도에서 대학이 가장 먼저 생긴 곳이 공주다.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이 있다 보니 선생님이나 전문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 교직에 있었거나 직장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은퇴를 하면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꽤 있는 듯 하다. 그저 공주가 살기 좋아 오는 사람도 있고. 공주로 모여드는 사람들은 꽤 다양하다. Q 고향은 세종시(구 연기군)인데, 공주에 자리 잡은 이유가 있나? A 거리를 조성하거나 환경을 개선하는 공공미술 일을 오래 했다. 특히 지역의 역사 문화를 활용한 프로젝트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자원이 많은 공주에 우연히 초대를 많이 받았다. 공주대학교에서 9~10년 정도 겸임교수 생활도 했고. 지역을 살리는 프로젝트를 하면 건축, 인문학, 미술, 행정 등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모인다. 자연스럽게 문화 기획을 하게 됐는데, 이제 나이가 어느 정도 드니까 마지막으로 정착할 곳을 찾게 됐다. 연기군이 고향이긴 하지만 학창시절을 공주에서 보냈기에 친구들도 다 이곳에 있다.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지금은 문화 소프트웨어,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젊은 친구들과 공주를 연결하는 일을 한다. Q 공주에 이주하려는 이라면 이곳 연구소를 한 번은 꼭 들른다는 데, 그들을 돕는 이유가 있나? A 재미있으니까.(웃음) 그동안 공주에서 했던 모든 작업물들을 이곳에 모아두었다. 공주 문화 투어를 하면 가이드가 가장 마지막으로 연구소에 들른다. 그럼 나는 작업 기록집들을 펼쳐 공주의 지난 시간을 보여준다. 이주를 하려면 집이 가장 중요한데, 빈집 조사도 했어서 어디에 가면 빈집이 많은지도 알려준다.(웃음) 하던 일이 그렇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많이 알아서 자연스럽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게 됐다. 나도 공주가 발전되어가는 걸 기대하고 지켜본 것처럼,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도 그들의 기대만큼 성취를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Q 기록을 통해 공주와 사람들이 이어지는 듯 하다. A 과거를 상기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다. 당시의 기억을 이야기 하고 싶은 거다. 지금은 현재만 남아있으니 과거 그 자리가 무엇이었는지 모르지 않나. 노인 한 사람이 박물관이라고 하는 것처럼, 누구나 이야기를 가지고 산다. 공주는 백제시대 수도였다 보니 그만큼 이야기가 더 많은 셈이고. 일종의 오픈 뮤지엄처럼. 3. 이미정갤러리 이미정 관장은 공주 토박이다. 귀촌을 한 건 아니지만, 그를 통해 공주와 관계 맺는 사람이 늘었다. 이 관장은 2016년 3월, 그림이 팔리기는커녕 그림 보러 오는 사람도 없을 거라고 여겨지던 공주 원도심에 갤러리를 열었다. 이 소식을 듣고 지역을 떠나 있던 작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윤상원, 정영진 등 원로 작가들이 이미정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고 그림이 팔리면서 작가로 입지를 다졌다. 정영진 작가는 U턴 했고, 윤상원 작가는 이주를 준비 중이다. 이 관장은 이들을 ‘1986년도 공주의 미래였던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최근에는 ‘월전 귀향’이라는 주제로 공주가 직장이거나, 공주가 고향이지만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작가들을 모았다. “공주의 인구는 줄고 있지만, 공주로 유입되는 인구는 늘고 있어요. 화가일 수도, 감상자일 수도, 소장자일 수도 있겠죠. 열 명이 오면 여덟 명은 공주를 돌아보고 가요. 공주와의 관계가 생기는 거죠. 이전에는 공주 출신 작가들하고만 교감했다면, 이제는 공주에서 일하거나 공주에서 유학하거나 고향이 공주지만 다른 지역에 살거나 공주에 인접한 지역에 있는 작가들까지 연결하고 있어요.” 어쩔 수 없이 타지로 나가는 작가들조차 공주에 반드시 작업실을 두고 두 지역을 오가고자 노력한다. 이미정갤러리를 통해 공주에 살든 살지 않든 생활권을 공주에 두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난 셈이다. ㆍ이미정 관장과의 인터뷰 Q 갤러리를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그림 그리는 사람에게 갤러리를 여는 건 로망이다. 미술 작가로 활동하면서 30여 년 미술 학원을 운영하고, 대학 강의도 나갔다. 일을 그만 두면서, 전업 화가로 살 것인가 전업 주부로 살 것인가 고민을 했는데 둘 다 어렵더라.(웃음) 갤러리가 수익 사업은 아니지만, 작업실의 연장으로 해볼까 싶었다. 7년째 자리를 지키다 보니 작가들도 모이고, 이 주변으로 작년에 두 개, 올해 두 개 갤러리가 개관하기도 했다. Q 갤러리 운영뿐 아니라 작가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프로그램도 만든다고 들었다. A 한 평론가의 말을 인용하자면 "갤러리스트는 대중과 예술가의 중간 역할자다." 원로 작가들이 공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획전을 열거나, 그림을 판매할 수 있는 판로를 만들고 있다. 이 감영길을 '공주의 인사동'으로 만들어 보자고 행정기관에 제안했다. 작가 한 명에게 행정기관이 지원하는 금액을, 그림을 사는 사람에게 지원금 형태로 주자고 했다. 그래서 공주문화재단에서 '그림 상점로'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을 때 갤러리로 참여했다. 그림 상점로는 그림 구매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에는 예술가 약 7명을 단순 지원할 금액으로, 1억 4000만 원의 예술품 거래를 만들어냈다. 7~80명 화가의 작품들이 팔린 거다. 올해는 참여 작가도, 작품 수도 더 늘었고 상반기에만 지난해만큼의 거래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공주를 오고가는 사람들은 이 주변을 둘러보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게 된다. Q 젊은 작가들과 활발하게 소통한다고 하던데.. A 각자의 이유로 언젠가는 공주를 떠날 수도 있지만, 공주와의 관계성을 잃지 않도록 젊은 작가들과 자주 소통한다. '영영 아티스트'라는 20대 화가들의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작가들이 공주에서 개인전을 안 한다. 대전이나 서울처럼 큰 곳으로 간다. 공주를 떠나고 싶어 그런 게 아니다.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림을 놓치지 않도록 도움을 주다 보니, 젊은 작가들이 학업이나 생계로 어쩔 수 없이 공주를 떠나더라도 작업실만큼은 공주에 두려고 하게 되더라. 이곳 감영길에서 누군가 그림을 전시하고, 누군가는 감상하고, 누군가는 소장한다. 그렇다면 예술 생태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Q 이미정갤러리를 중심으로 작가, 관객, 공주가 모두 연결되는 느낌이다. A 어린 학생들이 갤러리를 자주 온다. 한 학생이 “저도 대학을 졸업하고 예술을 하려면 공주로 와야겠네요”라고 했는데, 무척 기특했다. 아이한테 그림을 보여주고 싶다며 아이 손잡고 오는 엄마도 있다. 공주에 갤러리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찾아오는 작가들도 꽤 있다. 사람들이 건강하게 그림을 즐기고, 여러 이유로 작품 활동을 하지 못했던 작가들도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중간 역할자인 갤러리스트로서 역할을 다 하고 싶다. 앞으로는 공주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 공주에서 태어난 사람, 공주에서 일하는 사람 등 공주와 관계 있는 작가들도 연결하려 한다. ◆지역 오가는 더블로컬형 관계인구 1. 퍼즐랩 권오상 대표는 경기관광공사에서 15년 동안 해외 마케팅 일을 하다가 아내의 고향인 공주에 매력을 느꼈다. 어느 날 마음에 드는 한옥을 발견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겠다며 회사를 그만두고 귀촌했다. 그는 근교인 세종시에 거주하면서 공주 원도심을 살리는 일을 한다. ‘봉황재’를 찾는 사람들에게 원도심의 맛집과 볼거리를 안내하다 보니 ‘마을스테이’를 꿈꾸게 됐고, 2019년 퍼즐랩을 창업했다. 2021년도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에 이어 올해도 청년들의 지역 탐구와 정착을 지원하는 ‘자유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참여한 청년들이 다음 기수에서는 프로그램 스태프로 참여했다가 결국 공주로 귀촌하는 사례가 생기기 시작했다. 정부 사업을 하기 전에도, 사업이 끝난 후에도 그는 공주를 느슨하게 연결하는 일을 이어갈 계획이다. 2. 다이얼팩토리 이병성 대표는 서울에서 권오상 대표와 독서 모임을 하던 사이로, ‘봉황재’에 놀러 왔다가 공주에 매료됐다. 그는 12년 동안 플랜트 설계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교육’을 주제로 독서 모임을 했다. 느슨하게 연결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아 ‘공동체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 공주 원도심은 그 꿈을 구체화할 수 있는 곳이었다. 서울에 살면서 공주에 코러닝스페이스 ‘와플학당’을 만들고, 청년마을 ‘자유도’를 통해 여러 프로그램과 워크숍을 기획했다. 커뮤니티가 마음에 든 청년들이 공주를 찾아 머무르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올해 와플학당을 운영하는 기업 ‘에듀커넥트’를 다이얼팩토리로 리브랜딩하고, 커뮤니티 디자인과 대화 워크숍을 더욱 구체화했다.
- 2022-08-0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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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하고, 냉방비 지원” 노인 폭염 대책 '가속도'
-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보건복지부가 무더위로 인한 노인들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지자체들도 무더위 쉼터를 확대하고 그늘막 등 폭염저감시설을 수시로 점검하는 등 폭염 특별 관리에 나섰다. 복지부는 폭염특보 발효 시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전담인력인 생활지원사를 통해 노인에게 전화를 하거나 방문해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폭염에 취약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폭염 응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행동요령 및 건강수칙 8만 7000부를 경로당 등을 비롯한 유관 시설에 안내했다. 약 6만 7000개소에 달하는 전국 경로당에는 두 달간 월 10만 원의 냉방비를 지원한다. 민간기업과 단체 후원을 통해 온열질환에 취약한 노인들에게 냉방용품과 식품키트 등을 전달했다. 더불어 복지부와 시도 및 시군구는 오는 9월 30일까지 현장 점검 등을 시행한다. 폭염 대책 기간 동안 폭염으로 인해 노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기 위함이다. 복지부 측은 6일 서울특별시 동작구 송학경로당을 선제적으로 방문해 어르신의 안전과 건강을 확인하고, 운영실태를 확인하는 등 현장을 점검했다. 고득영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폭염과 코로나19 방역 조치라는 이중고에도 잘 견뎌 주신 어르신들에게 감사드리고, 경로당 운영 관계자는 폭염 기간 어르신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광주시도 폭염 특별대책을 내놨다. 폭염에 취약한 홀몸노인과 거동이 불편한 시민들이 폭염을 피해 쉴 수 있도록 동네에서 가까운 경로당, 행정복지센터 등의 무더위 쉼터를 1548곳으로 확대하고, 자치구에 냉방비 3억 원을 지원했다. 다른 지역보다 도심지역 온도가 높게 나타나는 ‘열섬 현상’ 완화를 위해 살수장치 등을 투입해 도로 온도를 낮추고, 횡단보도 근처에 파라솔 형태의 그늘막 462곳을 마련했다. 또한 폭염 취약계층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치구별로 사회복지사와 생활지원사, 자율방재단 등 2080여 명을 재난도우미로 지정했다. 광주시는 자치구와 긴밀히 협조해 전화로 독거노인 등의 안부를 확인해 인명피해가 없도록 특보기간 중 매일 안부를 살피고 있다. 응급실 운영의료기관 24곳과 질병보건통합시스템을 통해 온열질환자 발생 현황을 확인하는 온열질환 감시체계도 운영 중이다. 경남도는 무더위에 맞서는 최우선 과제로 야외노동자의 안전 관리를 꼽았다.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온열질환은 실외 작업장(31.5%)과 논밭(13.5%)에서 활동 중 주로 발생했다. 이에 도는 6일 ‘폭염 대응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공공분야와 민간사업장에 홍보와 지도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서 공공에서 발주한 공사가 재해예방으로 중지되면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지체상금 부과 등의 불이익 처분을 하지 않게 됐다. 경남도는 “민간공사도 같은 이유로 중지될 경우 공사기간 연장과 계약금액 조정을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2022-07-0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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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휴가를 위한 세컨드하우스 구입 현실적인 방안은?
-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세컨드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타인과의 접촉 없이도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즐길 수 있어서다. 세컨드하우스에 알맞은 입지, 보유하기 전 고려해야 할 주의사항을 살펴본다. 세컨드하우스란 도시 거주자가 주말 또는 휴일에 쉬기 위해 도시 근교나 지방에 마련한, 말 그대로 ‘두 번째 집’을 가리킨다. 주로 강이나 바다, 산 등 자연과 가까운 지역에 자리 잡아 별장처럼 활용하기 때문에 자연 조망이 우수할수록 세컨드하우스 입지로 인기가 많다. 따라서 세컨드하우스를 선택할 때는 산, 강, 바다 등 주변 자연환경을 어떻게, 얼마나 접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팔방미인 세컨드하우스, 보유 전 세금 살펴봐야 부동산 시장 분석업체 리얼캐스트는 “세컨드하우스를 소유하거나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은 국민소득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과거 미국, 영국 등의 국가에서는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 달러를 돌파하는 시점에 세컨드하우스 및 전원주택 수요가 늘어났다. 2017년부터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 역시 세컨드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모양새다. 여행을 떠날 때 숙박 시설을 예약하기 위한 수고를 들이거나 숙박비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세컨드하우스의 장점이다. 초기 부담 비용이 낮고 환금성이 높아, 차후 양도할 때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해당 지역 또는 주변 지역이 개발되거나 새로운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면 세컨드하우스 가격도 덩달아 상승할 수 있어서다. 추후 주택을 시장에 내놓을 때 양도세를 웃도는 수익을 얻을 수도 있으므로, 후보지를 몇 군데 추려 꼼꼼하게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세컨드하우스가 유명 관광지 근처에 있다면 ‘연세’(임대료를 연 단위로 지불하는 형태) 등의 방식으로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다. 관광 이외에도 직장, 학업 등의 이유로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이라면 공실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세컨드하우스를 얼마나 사용할 수 있을지, 사용하지 않는 기간에는 어떻게 활용할지 미리 계획을 세워두기를 추천하는 이유다. 세컨드하우스를 보유하기 전 몇 가지 따져봐야 하는 사항이 있다. 우선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주민세 등 각종 세금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구입할 때 납부해야 하는 취득세부터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주민세 등 매년 상당한 액수의 세금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세컨드하우스가 위치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인지 비조정대상지역인지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므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조정대상지역인 서울에 거주하면서 비조정대상지역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한다면 취득세가 1~3% 발생한다. 그러나 비조정대상지역에 살면서 조정대상지역에 세컨드하우스를 구입하면 취득세율은 8%까지 올라간다. 조정대상지역 여부는 종합부동산세도 좌우한다. 비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세율은 최대 3%에 불과하나,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최대 6%까지 부담해야 한다. 또한 보유 주택의 공시지가에 따라 종부세 대상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고, 공동 명의와 부부 각각 단독 명의일 때도 계산이 달라지기 때문에 세무사를 고용해 세부 사항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양도세 절세, 농어촌주택이 해답 주택 수에 따라 증가하는 양도세율 때문에 세컨드하우스 마련을 주저하는 경우,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농어촌주택으로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는 것. 다음 요건을 충족하는 농어촌주택은 주택 수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일반주택을 양도할 때 중과세율 적용을 피할 수 있고, 1세대 1주택 비과세 적용도 가능하다. 첫째, 농어촌주택 불가 지역이 아닌 지역의 주택이어야 한다. 농어촌주택 불가 지역으로는 △수도권 지역(연천군, 인천 옹진군 제외) △부동산거래신고법상의 토지거래허가지역 △국토계획법에 의한 도시 지역 △관광진흥법에 의한 관광단지 △조정대상지역이 있다. 단, 도시 지역 중 인구 20만 명 이하인 시는 일부 예외로 인정된다. 둘째, 일반주택과 농어촌주택이 같은 읍·면, 또는 연접한 읍·면이 아닌 곳에 있어야 특례를 받을 수 있다. 셋째, 취득 당시 주택가액(개별주택가격)과 토지가액(공시지가)의 합계액이 2억 원 이하, 한옥은 4억 원 이하여야 한다. 넷째, 농어촌주택을 최소 3년 이상 보유해야 한다. 일반주택을 먼저 양도할 때는 세컨드하우스로 농어촌주택을 취득한 지 3년이 되기 전이라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혜택을 받은 후 농어촌주택을 3년 미만으로 보유하다 양도하면 비과세를 받았던 양도세가 추징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공익 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한 협의 매수, 또는 수용의 경우나 사망으로 인한 상속, 멸실의 사유로 농어촌주택을 보유하지 못하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된다. 농어촌주택 특례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주택을 구매했을 때 적용된다. 일반주택 매도 시 양도소득세 신고기한 내에 일반주택의 토지대장 및 건축물대장과 농어촌주택의 토지대장 및 건축물대장을 첨부해 과세특세신고서와 함께 제출하면 된다. 보유세와 취득세는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TIP] 세컨드하우스, 어떤 형태가 좋을까? 세컨드하우스로는 단독주택이 가장 수요가 많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세컨드하우스가 등장하는 추세다. 단독주택이 주를 이루던 과거와 달리, 직접 거주와 임대 둘 다 가능한 수익형 부동산 형태의 세컨드하우스가 최근 인기다. 생활형 숙박 시설, 오피스텔, 아파트 등이 있는데, 이 중 아파트는 수요층이 다양하고 단독주택에 비해 관리가 쉽다는 것이 장점이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단독주택을 마련하고 싶다면 모듈하우스를 고려해보자. 집의 기본적 형태인 기본 골조와 현관문, 욕실, 전기 배선 등을 70% 이상 공장에서 만들어오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면에서 경제적이다.
- 2022-06-17 0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