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탕!”어두운 거리, 잇따르는 총성과 가슴에 겨눠지는 총구, 그리고 쓰러지는 사람들.
무대 위로 어둠이 내렸다가 환해지자 이번엔 화려한 파티장이다.
“자, 지금부터 창립 기념파티를 시작하겠습니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 사업가의 비밀 독립운동 이야기를 다룬 창작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가 지난 11월 19일 첫 막을 올린 후 호평을 받고 있다.
어두운 거리에서 퍼지는 절규와 대비되는 화려한 파티장에서 울려퍼지는 노래 ‘미스터 갬블러’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의 양면을 보여주며, 뮤지컬의 첫 시작을 알린다.
‘스윙 데이즈_암호명A’는 ‘유한양행 설립자인 유일한 박사가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뼈대를 중심으로 상상력을 덧붙인 창작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영화 ‘실미도’로 천만 영화 관객의 시대를 연 김희재 작가의 첫 뮤지컬 집필작이다. 김 작가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바쳐 지키고자 하는 마음, 그것이 사랑과 헌신이다”라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쌓았다면서 “인생의 어느 한때 누구에게나 그런 상황과 순간이 있을 테니, 그 순간의 선택에 위로와 격려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그래미 어워즈와 에미상을 수상하고 ‘데스노트’, ‘웃는남자’ 등의 뮤지컬을 편곡한 것으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가 참여했다. 이번 작품은 그가 한국에서 작곡가로서 창작하는 첫 작품이다.
그런가 하면 2023 한국뮤지컬어워즈 연출상을 받은 김태형 연출, 이 시대 최고의 마에스트라 김문정 음악감독이 함께 작품을 완성했다.
1945년 일제강점기, 미국 전략첩보국(OSS, 미국 CIA 전신)이 비밀리에 대한민국 자주독립을 위해 냅코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이 프로젝트에 선발된 한국인은 19명. 모두 암호명 A, B, C 등으로 불렸다. 프로젝트는 일본의 항복으로 무산됐지만, 이들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고, 이들이 모두 죽은 뒤 1990년대에서야 그들의 존재가 알려졌다. 이중 암호명 A로 불린 인물은 바로 조선 최초의 제약회사인 유한양행 설립자 유일한(1895∼1971) 박사다.
유일한 박사는 이 작품에서 조선인 사업가 ‘유일형’으로 등장한다.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하는 유일형 역으로 유준상, 신성록, 민우혁이 열연을 펼친다.
정경진 프로듀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냅코 프로젝트를 소재로 가져오며 프로젝트와 참가했던 독립운동가의 선택에 집중하고자 했다”면서 “한 인간으로서 독립운동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극중 베로니카는 유일형에게 “소중한 걸 얻으려면 뒤돌아보지 말라”고 한다. 유일형은 베로니카의 말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며 순간순간의 선택을 이어간다.
‘스윙 데이즈_암호명A’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 상황 속에서 각 인물들의 선택의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듯, 그러면서도 웅장하게 보여준다.
유일형의 파티장에 숨어든 독립운동가 베로니카 역에는 김려원·전나영·이아름솔이, 일본인 장교 아버지와 조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군 중좌가 된 야스오 역에는 고훈정·이창용·김건우가, 일형의 소꿉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인 황만용 역에는 정상훈·하도권·김승용이, 유일형의 아내이자 선교단 소속으로 의료 봉사를 위해 조선에 온 중국계 미국인 호메리 역에는 최현주·이지숙이 캐스팅되어 작품의 매력을 높인다.
창작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는 2025년 2월 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