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새 사라진 은행 점포는 50여 곳. 금융권의 AI 도입은 이제 ‘공간이 사라진다’는 개념을 넘어 금융시장의 진화를 이뤄내고 있다. ‘금융 AI의 이해’, ‘AI 소사이어티’를 쓴 김태헌 저자는 “마치 AI가 전기처럼 스며드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와 함께 AI가 바꿔가는 금융시장에 대해 알아봤다.
![(어도비 스톡)](https://img.etoday.co.kr/pto_db/2025/01/700/20250124141804_2130588_1200_737.jpg)
‘금융’이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은행을 떠올린다. 계좌를 만들어 돈을 송금하는 행위, ATM 기기에서 현금을 뽑는 행위, 집을 사기 위해 은행 창구에서 대출을 하는 행위 등을 연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금융’은 그 범위가 굉장히 넓다.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은 물론 핀테크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분야가 있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 교수는 “금융은 물리 세계만큼 복잡하지 않아서, AI가 매우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자율주행차가 갑자기 뛰어드는 보행자를 피해야 하는 문제’와 같은 물리 세계의 돌발 상황과 달리, 금융 세계에서는 데이터가 중심이 된다. 숫자와 정보 그리고 수학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이런 금융시장의 특성 덕분에 신용평가, 이상 거래 탐지(사기 방지), 자금세탁 방지, 로보 어드바이저와 같은 투자 영역, 고객 마케팅, 챗봇 상담, 백오피스 자동화 등 거의 모든 금융 부문에서 AI가 활용되고 있다. 스마트폰 뱅킹 애플리케이션에서 낯선 사람에게 돈을 보내기 전 “6개월간 거래 이력이 없는 계좌입니다. 보내시겠습니까?”와 같은 경고창을 띄워주는 시스템 또한 AI가 ‘이용자의 송금 시도가 평소 패턴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 작동하는 금융 서비스의 일종이다.
![(브라보마이라이프DB)](https://img.etoday.co.kr/pto_db/2025/01/700/20250124141806_2130590_1200_997.png)
김태헌 저자는 “특히 신용평가와 같은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AI 활용이 활발하다”고 했다. 납세를 제때 했는지부터 도서관 연체 기록이 있는지까지 크고 작은 데이터를 쌓아 대출 심사와 금리 산정에 반영한다는 것.
또한 내 자산을 지키는 사기·보안 분야와 자산을 늘리는 투자 분야에 빠르게 AI가 도입되고 있다. 보이스피싱이나 금융 사기를 미리 감지하고 AI가 음성으로 경고해주면 고령층의 금융 사기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음성인식 기반 서비스의 경우 가장 즉각적으로 금융 업무에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면을 누르지 않아도 “대출 한도 좀 알아봐 줘”라고 말을 걸어 금융 업무를 보는 식이다.
그는 “금융은 규칙적인 데이터가 많아서 개인정보와 관련된 각종 규제 등을 통해 허락만 잘 받는다면 AI에게는 정보를 풍부하게 활용할 수 있는 놀이터나 다름없다”면서 “이미 은행들은 스스로를 IT 기업으로 포지셔닝하고 데이터사이언스팀을 확충하며, 핀테크 스타트업은 AI로 새로운 상품 설계까지 시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는 ‘금융 서비스를 사용한다’는 느낌조차 희미해질 정도로 생활 곳곳에 AI 금융이 녹아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면서도 기술혁신에 따르는 부작용에 잘 대처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태헌 저자는 “과거 휴대전화가 없었을 때는 ‘보이스피싱’이라는 말도 없었던 것처럼, AI 시대에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 사기나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 “데이터 품질, 보안 문제, 윤리적 고려 등 다양한 도전 과제를 탄탄히 준비해야 AI가 금융시장에서 신뢰받으며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도움말 김태헌 ‘금융 AI의 이해’, ‘AI 소사이어티’ 저자외국계 IT 기업, 국내 금융사 AI 연구소 등 다양한 AI 프로젝트 경험을 쌓았고, 현재는 이커머스 기업 핀테크 조직에서 시니어 데이터 과학자이자 머신러닝 알고리즘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브라보마이라이프DB)◇AI가 바꾸는 금융 트렌드
ㆍ투자분석, 드론이 한다고?
최근에는 금융과 관계없어 보이는 데이터를 가져와 주가 예측 시도를 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위성 사진이나 드론 사진으로 월마트 주차장을 관찰해 ‘평소보다 차가 많아 이달 매출이 늘어나겠다’라는 식의 통찰을 얻는다고 한다. 또는 공장지대의 야간 불빛이 어느 정도인지 추적해 시장 전체의 경기 사이클이나 특정 기업 생산성 향상 정도를 파악한다. 그런가 하면 SNS 감성도 분석에 활용한다. 사람들이 테슬라 주가에 대해 평가하는 텍스트를 대규모로 모아 AI가 분석한 흐름이 실제 주가 변화에 반영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는 것이다.
ㆍ스스로 주유하는 자동차가 나온다?
금융이 다른 산업과 뒤섞이는 ‘임베디드 파이낸스(Embedded Finance)’에 AI 기술까지 결합된 서비스가 눈에 띈다. 1월 7일부터 나흘간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서는 가정용 IoT 기기나 쇼핑 플랫폼에 금융 기능이 자연스럽게 붙어 있는 트렌드가 반영됐다. 조만간 부족한 식료품을 냉장고가 스스로 파악하고 주문·결제를 하거나, 자동차가 자동으로 주유 결제를 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결제 버튼을 누르거나 카드 번호를 입력하는 것조차 잊어버릴 만큼 금융이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 거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