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2

“에이지테크와 AI 결합, 2036년 265조 시장 열 것”

입력 2026-10-22 10:05 수정 2026-10-22 10:06

경희대 AgeTech연구소, K-AgeTech 포럼… “존엄과 자립 돕는 AI 필요” 한목소리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K-AgeTech 글로벌 포럼 & 네트워킹'에 산학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발표를 듣고 있다.(이준호 기자)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K-AgeTech 글로벌 포럼 & 네트워킹'에 산학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발표를 듣고 있다.(이준호 기자)

대한민국 시니어 소비자의 지갑이 자녀가 아닌 ‘나 자신’을 향해 활짝 열리고 있다.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시니어들의 지출 규모가 최근 2년 새 약 10% 증가한 가운데, 인공지능(AI)이 물리적 신체를 입고 실제 돌봄 행동을 수행하는 ‘피지컬 AI’와 결합한 에이지테크(고령친화기술)가 오는 2036년 최대 265조 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국내 시니어 소비시장의 핵심 성장 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에이지테크 연구소(소장 김영선)는 지난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2026 K-AgeTech 글로벌 포럼 & 네트워킹’을 개최했다. 올해로 11년 차를 맞이해 1200여 개 시니어 산업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는 산학연관 협력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이번 포럼은 ‘AgeTech × AI·Physical AI 최신동향과 시니어산업 성장전략’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우정택 경희대 의무부총장의 환영사와 김진상 경희대 총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미국·일본·한국의 로봇 및 노년학 석학들과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들이 연사로 나서 기술과 정책, 시장을 아우르는 최신 경향을 공유했다. 김진상 총장은 축사를 통해 “초고령사회는 이미 마주한 현실이며, 돌봄기술 시대에도 기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의 존엄과 자립을 지키고 돌봄 제공자의 부담을 나누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선 경희대 에이지테크연구소장이 '한국 시니어 에이지테크 코호트' 분석 결과를 토대로 시니어 소비 변화와 산업별 성장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김영선 경희대 에이지테크연구소장이 '한국 시니어 에이지테크 코호트' 분석 결과를 토대로 시니어 소비 변화와 산업별 성장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나를 위한 지출’ 늘리는 시니어… 스마트가전 수요 폭발

이번 포럼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세션은 한국 시니어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데이터와 시장 전략을 제시한 김영선 경희대 에이지테크 연구소장(노인학과 교수)의 발표였다. 연구소가 10여 년간 축적해 온 ‘한국 시니어 에이지테크 코호트’ 및 ‘돌봄로봇/피지컬 AI 코호트’ 분석 결과는 시니어 소비 지형의 뚜렷한 변화를 수치로 입증했다.

발표에 따르면 시니어 소비자가 ‘나를 위해 쓰는’ 1인당 월평균 지출액은 2024년 92만 원에서 2026년 98만 원으로 2년 새 약 10% 증가했다. 중산층 이상 시니어의 경우 같은 기간 103만 원에서 115만 원으로 늘어났으며, 향후 지출 의향은 일반 시니어 145만 원, 중산층 이상은 178만 원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에이지테크 1순위 품목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2022년 ‘이승보조기술(14.3%)’에서 2024년 ‘건강관리 지원기술(32.3%)’로 이동했던 수요는 2026년 들어 ‘AI 건강관리(21.0%)’와 ‘대화형 생성형 AI(16.0%)’, ‘소통·사회참여기술(8.4%)’ 중심으로 재편됐다. 시니어들이 실제 기술을 구매하는 데 쓰는 월평균 금액은 라이더 센서나 스마트 스피커 등 스마트홈(AI 기기) 구축에 81만 2000원, 스마트워치 등 건강관련 기기에 10만 1000원, 정기 구매하는 고령친화식품에 4만 4000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일상생활을 돕는 스마트가전 구매에서는 60대가 세탁기(22.2%)와 에어컨(20.9%)을 가장 많이 찾은 반면, 70대(11.4%)와 80대 이상(6.8%)에서는 바닥 청소 부담을 덜어주는 ‘로봇청소기’가 구매 1위 품목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김영선 교수는 “과거와 달리 자녀에게 유산을 상속하기보다 나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해 내 돈을 편하게 쓰겠다는 시니어들의 인식 변화가 데이터로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다”며 “자녀에게 부탁하기 미안하거나 눈치 보이는 일들을 오히려 기술을 통해 해결하고, AI로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려는 자기주도적 소비 성향이 시장을 넓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시니어 가정환경에서의 피지컬 AI(돌봄로봇) 수요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어르신들은 ‘욕실·목욕 중 안전 확인(32.7%)’, ‘밤중 화장실 이동 시 낙상 위험 보조(30.8%)’ 등 ‘응급·안전(30.5%)’과 ‘생활지원·가사(26.0%)’ 영역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집안에 여러 기기가 돌아다니는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한 대의 로봇이 응급상황 감지·신고(90.2%)와 대화·말벗(43.9%), 복약 알림(30.1%) 등을 동시에 수행하는 ‘다목적 로봇(병행 포함 54.5% 선호)’을 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반면, 흥미로운 대목은 시니어 당사자와 돌봄 종사자 간의 시각차다. 가정 내 시니어들은 우울·고립감 완화 등 ‘인지·정서’ 영역의 로봇 필요성을 7.7%로 낮게 평가했지만, 지역사회 돌봄 종사자들은 이 영역이 가장 필요하다(52.6%, 차이 +44.9%p)고 답했다. 한편 요양시설 종사자들은 직군을 불문하고 침대와 휠체어 간 이동을 돕는 ‘이동·이승(업무부담 72.3점)’과 ‘위생·환경(70.8점)’에서 가장 큰 고충을 겪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욕창 예방 및 자세변환 로봇과 목욕 보조 로봇에 대한 시설 측의 실제 구매 의향은 2년 전보다 각각 8.2%p, 12.1%p 상승했다.

‘노쇠·소득·리터러시’ 기반으로 시장 재정의 전망

이 같은 수요 폭발에 힘입어 시니어 산업의 외형도 급팽창하고 있다. 글로벌 에이지테크 시장은 연평균 23% 성장해 2025년 4536조 원 규모에 달했으며, 글로벌 시니어 AI 돌봄 시장 역시 연평균 23.8%씩 커져 2030년 1585억 달러(약 22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65세 이상 시니어 소비시장 또한 2026년 128조 원에서 연평균 10~18% 성장해, 오는 2036년에는 현재 지출 기준 최대 265조 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김영선 교수는 앞으로의 3~5년을 정부 재원 투자가 집중되는 ‘돌봄기술·에이지테크 투자의 원년’이자 시장 선점의 골든타임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R&D 이후 상용화에 실패하는 ‘데스밸리(Valley of Death)’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4대 성장 조건(구매력 다양화, 서비스 연계, 성과 입증, 데이터 축적)과 산업별 액션 플랜을 제시했다.

특히 김 교수는 시니어 시장을 단순히 ‘연령(나이)’으로 나누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건강수요(노쇠 정도) △지출수요(소득 수준) △기술수요(디지털·AI 리터러시)의 세 가지 축으로 상품과 가격, 유통 채널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산업군별 핵심 전략으로 △대기업·플랫폼 기업은 파편화된 중소 로봇·서비스 기업을 묶고 자원을 배분하는 ‘오케스트레이터’ 역할 수행 △로봇·하드웨어 기업은 신체 부담 경감형 단일 로봇으로 시설에 진입한 뒤 유지·보수를 결합한 구독·대여 모델로 확장 △요양·돌봄 서비스업은 실증 현장이 되어 돌봄 특화 데이터를 확보하고 향후 인력 기준 및 수가 개편에 대비 △시니어 금융·보험업은 노쇠 단계와 연동한 신탁 상품 및 돌봄기술 구독료를 보장하는 보험 상품 설계 △시니어 주거·건설업은 고령친화주택 시공 단계부터 살던 곳에서 나이 들기(AIP)를 지원하는 AI 스마트홈을 기본 사양화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단순히 기술 개발이나 소규모 실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서비스 및 장기요양보험·보조금 같은 공적 제도와 연결돼 실제 구매와 생태계로 이어져야 한다”며 “돌봄 현장의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디지털 트윈으로 검증하는 사전 준비 단계를 건너뛰지 않고, 현장의 비용 효과성과 신뢰 데이터를 먼저 입증하는 기업이 향후 열릴 공공조달과 급여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성호 보건복지부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장이 돌봄 체계를 '인력+기술' 중심으로 전환하는 복지·돌봄 AI 로드맵을 소개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은성호 보건복지부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장이 돌봄 체계를 '인력+기술' 중심으로 전환하는 복지·돌봄 AI 로드맵을 소개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어르신 말귀 알아듣고 힘 조절하는 안전한 기술로"

정부의 정책 로드맵과 국내외 로봇 공학계의 연구 방향 역시 ‘현장 중심의 실증’과 ‘인간 중심의 안전한 전환’으로 모아졌다.

정부는 2026년부터 2031년까지 약 4000억 원 규모의 직·간접 투자를 통해 복지·돌봄 AI 대전환을 추진한다. 은성호 보건복지부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장은 발표를 통해 기존 인력 중심의 돌봄 체계를 ‘인력+기술’ 체계로 전환하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복지부는 2026~2027년 노인 400가구와 대규모 장기요양시설 등을 대상으로 ‘AI 스마트홈’ 및 ‘스마트 사회복지시설(AX 스프린트)’ 시범사업을 시작해, 2028~2029년 광역 단위(3600가구 및 시설 10%)로 확산하고 2030년 이후 가정 내 자율추종 로봇 보급과 응급상황 1시간 내 감지율 90% 달성을 추진한다. 또한 신기술의 복지용구 신속 등재와 구독 모델 도입, 청년층 중심의 기술전문 인력(3000명) 및 시니어 AI 리더 양성으로 현장 안착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복지부와 손잡고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안창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평가원 AX융합 PM은 ‘AI를 넘어 AX(AI 전환)로’라는 주제를 통해 돌봄의 영역을 집과 시설에서 도시 전체로 확장한 ‘케어 시티’ 구상을 밝혔다. 안 PM은 “개별 기기나 챗봇을 단편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넘어, 숙련된 요양보호사의 손길 같은 현장의 암묵지를 데이터로 만드는 ‘지식화’, 위험을 예측·추천하는 ‘지능화’, 통제된 범위 내에서 실행하는 ‘자율화’가 선순환해야 한다”며 “가상 도시 실험실인 ‘시티버스(CityVerse)’를 통해 어르신이 퇴원 후 집과 거리, 지역 거점을 오갈 때 어디서 돌봄이 끊기는지 미리 모의실험하고, 사람의 자립을 돕는 돌봄 특화 AI 기반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타포마유크 바타차르지 미국 코넬대 교수가 식사 보조 로봇 '피스트'를 실제 가정에 배치한 연구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타포마유크 바타차르지 미국 코넬대 교수가 식사 보조 로봇 '피스트'를 실제 가정에 배치한 연구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타몬 미야케 와세다대학교 교수가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K-AgeTech 글로벌 포럼 & 네트워킹'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타몬 미야케 와세다대학교 교수가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K-AgeTech 글로벌 포럼 & 네트워킹'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그렇다면 실제 어르신 곁을 지킬 로봇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국내외 로봇 석학들은 화려한 시연 영상 너머의 ‘현실적인 한계’를 솔직하게 짚으면서도, 어르신들이 쉽게 다루고 안전하게 접촉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했다.

미국 코넬대학교의 타포마유크 바타차르지 교수는 식사 보조 로봇 ‘피스트’를 실제 중증 장애인 및 고령자 가정에 한 달간 배치해 얻은 생생한 결과를 공유했다. 그는 “실험실 밖 실제 가정에서는 21명의 사용자가 포크의 각도부터 TV 시청 중 식사까지 무려 46가지의 서로 다른 요구사항을 쏟아냈고, 갑자기 불이 꺼지는 등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졌다”며 “기계적으로 안전한 것과 사용자가 실제로 안심하는 ‘체감 안전’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에, 100% 로봇 자율성만 고집하기보다 사용자가 스스로 통제 수준을 조절할 수 있는 주도권(조절 노브)을 쥐여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가 로봇 팔을 ‘질병 치료 목적’이 아닌 ‘개인 편의용품’으로 보아 보험 급여를 거절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기술 개발과 보험·지불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내각부 주도 ‘문샷 프로젝트’에서 AI 돌봄 휴머노이드 ‘아이렉(AIREC)’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타몬 미야케 와세다대학교 교수는 스마트폰 하나에 전화·카메라·컴퓨터 기능이 통합되었듯, 미래의 돌봄 로봇 역시 한 대의 범용 휴머노이드가 가사와 신체 돌봄을 두루 수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야케 교수는 로봇이 어르신의 관절 위치를 파악해 무릎을 먼저 살짝 밀어 무게중심을 옮긴 뒤 최소한의 힘으로 침대 위 체위를 변경(성공률 87.5%)하고, 발의 각도와 마찰력을 계산해 양말을 신겨주는 연구 성과를 소개하며 “상황에 따라 관절의 단단함과 부드러움을 조절하는 기술로 2030년까지 일상 돌봄 동작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경희대 에이지테크연구소의 김상현 기계공학과 교수는 어르신들이 복잡한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앱 조작 없이도 로봇을 쓸 수 있게 하는 ‘친숙한 소통’과 ‘손끝 감각’의 중요성을 쉬운 비유로 풀어냈다. 김 교수는 “키오스크 주문도 어려워하시는 어르신들에게 앱이나 리모컨으로 조작해야 하는 로봇은 돌봄이 될 수 없다”며 “‘보라색 약통에서 약 꺼내줘’ 같은 일상적인 말과 짧은 손짓만으로도 로봇이 맥락을 알아듣고, 낮잠 주무시는 어르신 곁에서는 발소리를 줄여 조용히 돌아가는 ‘눈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돌봄은 식판 나르기, 약병 뚜껑 열기, 몸 닦아주기처럼 대상과 직접 닿는 작업이 핵심인 만큼, 숙련된 요양보호사의 시범 동작과 손끝의 힘 조절 감각까지 학습시켜 접촉이 적은 모니터링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안전한 신체 접촉 돌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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