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4

[브라보 문화 이슈] 99세 신영균의 특별한 유산, 500억 기부·외손녀 이재

입력 2026-10-24 06:00

치과의사에서 국민배우로, 한국 영화계에 남긴 발자취

▲외손녀 이재(가운데)와 함께한 신영균 부부.(이재 인스타그램)
▲외손녀 이재(가운데)와 함께한 신영균 부부.(이재 인스타그램)

왜 떴을까?

원로배우 신영균이 99세를 기념하는 백수연(白壽宴)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그의 장수를 축하한 가운데, 500억 원 상당의 재산을 기부한 이력과 세계적인 가수로 성장한 외손녀 이재(EJAE)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치과의사에서 국민배우로, 사업가에서 문화예술 후원자로 살아온 신영균은 어떤 인물인지 살펴본다.

치과의사에서 국민배우로, 500억 기부까지

▲신영균 백수연에서 신영균과 최명길.(최명길 인스타그램)
▲신영균 백수연에서 신영균과 최명길.(최명길 인스타그램)

지난 15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 스테이지28에서 신영균의 백수연이 열렸다.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이 주최한 제16회 아름다운예술인상 시상식과 함께 마련된 자리로,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영애, 송강호, 박근형, 백일섭, 유동근·전인화 부부 최명길, 가수 남진과 인순이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날 신영균은 자신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유쾌한 반응을 보이며, “하고 싶은 일을 원 없이 했기에 후회가 없다”는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후배 영화인들이 한국 영화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끌어주기를 바란다는 당부도 남겼다.

1928년 황해도 평산에서 태어난 신영균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한 치과의사 출신이다. 안정적인 전문직에 종사했지만, 젊은 시절부터 품어온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결국 1960년 영화 '과부'로 스크린에 데뷔하며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연산군’,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빨간 마후라’, ‘갯마을’, ‘미워도 다시 한번’ 등 300편에 가까운 영화에 출연하며 1960~1970년대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특히 ‘연산군’으로 제1회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빨간 마후라’로 아시아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활동 영역은 스크린에 머물지 않았다. 극장 운영과 부동산 사업 등으로 사업가로서도 성공을 거뒀으며,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과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제15·16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영균이 오늘날까지 존경받는 원로 영화인으로 평가받는 데에는 성공 이후의 행보가 큰 몫을 한다. 자신이 일군 재산을 한국 영화계와 후배 예술인을 위해 내놓았기 때문이다.

2010년 그는 서울 중구의 명보극장(명보아트홀)과 제주 신영영화박물관 등 당시 약 500억 원 상당으로 평가된 재산을 영화계와 문화예술계에 기부하기로 했다. 단순한 일회성 기부를 넘어 한국 영화의 발전과 인재 양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를 바탕으로 설립된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은 영화인 지원과 장학사업, 아름다운예술인상 시상 등을 통해 문화예술계의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2022년에는 모교인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에 10억 원을 기부하며 후배들의 교육과 연구를 지원하기도 했다.

외손녀 이재로 이어진 예술의 유산

▲이재와 샘김의 결혼식.(이재 인스타그램)
▲이재와 샘김의 결혼식.(이재 인스타그램)

이번 백수연에서 또 하나 화제가 된 인물은 신영균의 외손녀 이재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곡 ‘골든(Golden)’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가수 겸 작곡가다. 주인공 루미의 가창을 맡고 주요 음악 제작에 참여했다. 또한 이재는 신영균의 딸인 신혜진 세영엔터프라이즈 부회장의 딸이기도 하다.

이재는 백수연 이틀 뒤인 지난 17일 스테이지28에서 음악 프로듀서 샘 킴과 결혼식을 올렸다. 올해 결혼 70주년을 맞은 신영균 부부도 참석해 외손녀의 결혼을 함께 축하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와 새로운 출발을 앞둔 외손녀가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자리였다.

또한 눈길을 끄는 것은 결혼식 장소다. 스테이지28은 신영균 부부가 과거 거주했던 자택 부지에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으로, 현재 딸 신혜진 세영엔터프라이즈 부회장이 운영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가 어린 시절 외조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쌓았던 장소이기도 하다.

신영균이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배우였다면, 외손녀 이재는 K팝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음악인으로 성장했다. 활동하는 분야와 시대는 다르지만, 예술을 향한 열정과 도전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99세 신영균이 걸어온 삶은 재산을 얼마나 모았느냐보다 무엇을 남겼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계에 환원한 재산은 후배 예술인을 위한 기반이 됐고, 가족에게 남긴 추억과 삶의 태도는 새로운 세대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다. 외할아버지의 옛집에서 인생의 새 출발을 알린 이재의 결혼식은 그 유산이 이어지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TIP] 후대를 위한 유산, 어떻게 준비할까?

유산은 재산뿐 아니라 평생 쌓아온 경험과 삶의 지혜, 가족과의 추억까지 포함한다. 다음 세대에 소중한 유산을 남기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ㆍ재산을 남기는 방법: 미리 계획하고 정리하기

부동산과 예금 등 보유 자산과 부채를 파악하고, 유언장 작성이나 생전 증여, 유언대용신탁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방법에 따라 법적 효력과 세금 부담이 달라지므로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노후 생활에 필요한 자산을 충분히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ㆍ가치를 남기는 방법: 나눔으로 뜻 이어가기

장학사업이나 문화예술 후원, 공익단체 기부 등을 통해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전할 수 있다. 생전 기부뿐 아니라 사후 재산의 일부를 기부하는 유산기부도 방법이다.

ㆍ추억을 남기는 방법: 삶의 이야기 기록하기

오래된 사진에 얽힌 사연을 기록하거나 자녀와 손주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편지로 남겨보자. 자신의 인생을 글이나 영상으로 정리하는 것도 가족에게 소중한 선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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