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노인요양시설 절반 이상이 적자 경영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와 물가 상승에 따른 운영비 증가가 장기요양보험 수가 인상에 따른 수입 증가를 웃돌면서 시설 경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일본 전국노인복지시설협의회는 지난 23일 발표한 ‘2025년도 수지 상황 등 조사’ 잠정 결과에서 특별양호노인홈 1582곳 가운데 55.8%가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별양호노인홈은 한국의 노인요양시설에 해당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입소형 장기요양시설이다.
보조금을 제외한 적자 시설 비율은 2024년 49.5%에서 2025년 55.8%로 1년 만에 6.3%포인트 높아졌다. 2012년 22.3%와 비교하면 33.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적자 시설 비중이 13년 사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2015년 32.4%, 2018년 33.8%, 2021년 43.0%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시설의 평균 수지차율도 악화됐다. 수입에서 지출을 뺀 금액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수지차율은 2012년 5.0%에서 2015년 2.7%, 2018년 2.2%, 2021년 0.8%로 하락했다. 2024년에는 0%까지 떨어졌고, 2025년에는 마이너스 0.8%를 기록했다. 시설 전체의 평균적인 경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일본 정부는 장기요양서비스 제공 기관에 지급하는 수가를 원칙적으로 3년마다 개정한다. 2015년 2.27% 인하한 이후에는 계속 인상해 왔다. 가장 최근인 2024년에도 1.59% 인상했지만 시설의 경영수지 악화를 막지 못했다.
실제로 특별양호노인홈의 이용자 1인당 하루 서비스 수입은 2012년 1만1901엔(약 10만400원)에서 2025년 1만3432엔(약 11만3300원)으로 1531엔(약 1만2900원) 증가했다. 그러나 2024년의 1만3594엔(약 11만4700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162엔(약 1400원) 감소했다.
반면 인건비를 비롯한 운영비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전체 수입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63.1%에서 2025년 66.1%로 3.0%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사업비 비율은 16.1%에서 17.2%, 사무비 비율은 10.4%에서 11.1%로 상승했다.
시설들은 인건비 부담에도 기존 인력 배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특별양호노인홈은 이용자 3명당 돌봄 종사자 1명 이상을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조사 대상 시설의 인력 배치 수준은 돌봄 종사자 1명당 이용자 1.96명으로, 법정 최소 기준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시설 가동률도 떨어지고 있다. 특별양호노인홈의 이용률은 2012년 95.4%에서 2024년 93.5%, 2025년 93.2%로 하락했다. 수입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건비와 각종 운영비 부담은 커지는 구조다.

전국노인복지시설협의회는 이러한 경영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공적 보험수가 체계를 지목했다. 장기요양서비스 가격이 정부가 정한 수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일반 기업처럼 인건비나 물가 상승분을 서비스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시설 자체의 경영 개선 노력만으로는 비용 증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특히 운영 중단이나 사업 폐지, 폐업이 증가하면서 장기요양서비스 공급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협의회는 정부에 장기요양 수가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오야마 도모코 전국노인복지시설협의회 회장은 지난 8일 일본 후생노동성을 방문해 2027년도 장기요양 수가 개정에서 기본수가를 대폭 올려 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한 바 있다.
오야마 회장은 조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경영난으로 시설의 운영 중단과 폐업이 급증하고 있다”며, “일본의 장기요양서비스 체계가 붕괴 위기에 해당하는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시설급여를 제공하면서 정부가 정하는 수가를 중심으로 서비스 공급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수가 인상이 인건비와 운영비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면 요양시설의 경영 악화가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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