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기사입력 2017-02-23 16:12 기사수정 2017-02-23 16:12

친정엄마가 필자 아파트 옆 동으로 이사 오셨다. 엄마와 필자는 영화 보기를 좋아하는 같은 취미를 가졌다.

엄마 집에 케이블방송을 설치한 후 요즘 우리는 좋은 영화 찾아보기에 열중하고 있다.

각각 다른 장르의 수많은 영화 중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내기란 그리 쉽지는 않다.

그래서 엄마랑 필자는 리모컨을 들고 계속 영화 제목을 돌리고 있다.

엄마는 한국영화는 보지 않으신다. 알고 보니 언젠가부터 귀가 나빠져서 자막이 나오는 외국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이유를 알고 나니 쓸쓸하고 가슴이 아팠다.

엄마는 역사 이야기를 좋아하신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이나 서양의 왕실 이야기에 아주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신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엄마의 설명을 듣는 건 재미있고 영화에 대한 이해가 잘 되는 장점이 있다.

오늘은 많은 영화 중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를 선택했다.

필자가 아는 ‘앙투아네트’는 그저 프랑스 왕실에 시집온 철없는 왕비가 극심한 사치를 부리다 혁명군에 의해 기요틴으로 사형당했다는 정도였는데 영화를 보는 동안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잘못 알려진 내용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시대 배경으로 오스트리아와 프랑스는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의 왕녀인 어린 앙투아네트는 동맹을 위해 정략결혼으로 어린 나이에 프랑스에 홀로 오게 된다.

할아버지 루이 14세는 나라를 잘 통치하고 있었지만, 왕실이나 귀족의 머리 모양과 의상에서 화려한 허영의 극치를 보여 주었는데 여인 의상 한 벌이면 서 너 명의 옷을 만들고도 남았을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앙투아네트 역의 배우가 인상이 좋고 연기를 잘해서인지 그렇게 사치만 일삼은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고 역사가에 의해 내려오는 이야기도 두 가지 설이 있다.

오스트리아를 통치하던 어머니의 엄명을 받고 정략으로 어린 나이에 혼자 프랑스에 도착한 그녀가 얼마나 두렵고 외로웠을지 상상이 된다.

더구나 적국으로부터 온 왕녀라는 이유로 귀족들의 차가운 눈초리는 그녀를 더욱 움츠리게 했을 것이다.

예쁘고 고운 심성의 그녀는 잘 어울려보려고 노력하지만, 권위적인 프랑스 귀족들과 친해지기는 어려운 듯 보였다.

남편이 된 루이 16세는 앙투아네트에게 그저 예의를 지키며 대했고 사랑하지 않는 듯 거들떠보지 않았다.

사실 7년 동안 그들은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앙투아네트는 사치와 허영에 눈을 돌린 것이라는데 그 문제에 대해서는 해석이 다르게 내려오고 있다.

역사는 성공한 사람의 편에서 이루어진다고 앙투아네트가 사형을 당했기 때문에 그녀의 좋은 점이 가려지고 루머가 이어졌다는 설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일화로 프랑스 국민이 배가 고파 살 수 없다 했을 때 앙투아네트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말 그렇게 말했다면 철없고 나쁜 사람이지만 그런 말은 한 적이 없었다는 문헌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그녀가 사치를 즐긴 것은 사실일 것이다. 어린 나이에 다른 나라로 시집왔는데 남편은 모른 척하니 주변 귀족들과 어울려 사치 향락에 빠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국민들은 너무나 가난하고 배고픔에 허덕이는데 왕실은 큰돈을 물 쓰듯 하며 향락에 빠져있으니 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혁명의 도화선이 된 스캔들로 유명한 목걸이 사건이 있다.

앙투아네트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추기경이 그녀에게 선물하려고 엄청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샀다. 그러나 약간의 돈만 지급했을 뿐 외상으로 사서 궁궐에 자주 드나들던 백작 부인에게 왕비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중간에 이 백작 부인이 다른 나라로 빼돌려 팔아먹었다고 한다.

보석상은 추기경이 나머지 돈을 주지 않자 왕비에게 직접 청구서를 보냈는데 목걸이를 본 적도 없던 왕비가 백작 부인을 잡아들여 감옥에 가두었다. 그러나 간수를 매수해 백작 부인이 도망을 가버리자 국민들은 앙투아네트가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혁명을 일으켰다. 그들은 평소 심한 사치를 한다고 알고 있어 그녀를 믿지 않은 것이니 앙투아네트는 참으로 억울한 왕비였다.

그러나 프랑스가 적자가 된 것은 왕실의 사치 허영뿐 아니라 영국과 전쟁하고 있는 미국을 돕느라 국고를 탕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도 그 당시 프랑스에서 만들어 준 것이다.

결국, 혁명군에 의해 처형을 당하게 되었는데 감옥에서 처형 소식을 듣고 하룻밤 사이에 머리가 백발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슬픈 마음이 든다.

영화는 감옥에 들어가 괴로워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정책적으로 여리고 순수했던 한 여인이 루머와 스캔들에 휩싸여 쓸쓸하고 무서운 종말을 맞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모습이 진짜 앙투아네트였을까? 정치의 희생양이 된 거라면 너무 불쌍하고 30대 후반의 나이로 단두대에서 죽은 그녀가 매우 안타깝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엄마와의 토론은 계속 이어졌는데 화려한 궁중 모습과 귀족 여인들의 패션을 감상해 본 것도 영화 보는 재미와 즐거움 중 하나였다.

케이블 TV에는 수많은 영화가 있어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어쩌다 보석 같은 좋은 영화도 발견할 수 있으니 한가한 시간엔 영화 한 편 찾아보는 호사를 누려 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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