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댄스 첫날

기사입력 2017-04-13 15:36 기사수정 2017-04-13 15:36

일 년 쉬고 다시 장애인댄스 강습에 참여했다. 한창 뛸 때도 힘들었지만, 과연 일 년이나 쉬고도 다시 댄스 강습을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우선 다른 스케줄로 일상이 채워져 그 스케줄을 뒤로 하고 장애인댄스에 시간을 내야 하니 어려웠다. 봄꽃이 한창이라 밖에서는 나오라고 유혹하는데 눈 질끈 감고 지하 연습실로 가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 고민은 과연 체력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도 걱정이었다. 걷기 운동은 꾸준히 했지만, 댄스 근육과 걷기 근육은 쓰임새가 다르다. 오히려 걷기 운동 때 빙판에서 삐끗했던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지도 걱정이었다. 단순히 가르치기만 해서 되는 일이 아니고 서울시 대표로 경기대회에 같이 출전해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니 연습량도 살인적이다. 보통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연습을 하는데 짧게는 하루 2시간, 보통 서너 시간, 길 때는 하루 종일 10시간 정도 한다. 점심 먹고 저녁도 먹어야 하는데 한번은 저녁 식사 후 그만 끝났는지 모르고 반주를 곁들였다가 다시 몇 시간 더 춤을 추는데 곤욕을 치렀다.

장애인과도 같이 붙잡고 춤 연습을 하지만, 장애인과 파트너 역할을 할 비장애인들과도 같이 연습을 한다. 대부분 고등학교, 대학교 재학 중인 아마추어 여자 선수들이다. 몸이 가벼워 춤추기는 좋지만, 요즘 학생들은 키가 보통 170cm에 육박하므로 같이 붙잡고 춤을 추기에는 아무래도 버겁다.

이 날은 왈츠, 비에니즈 왈츠 안무를 새로 짜서 연습했다. 경륜이 있으니 안무는 금방 체득했지만, 이제 두 종목만 끝낸 셈이다. 탱고가 템포가 빨라 새로 익히기가 만만치 않고, 퀵스텝도 난관이다. 폭스트로트부터 했으면 좋겠는데 폭스트로트는 여성이 가장 어려운 종목이라 혼자 잘 해봤자 소용없고 왈츠부터 차차 익히기를 기다려야 한다.

키가 큰 남자 시각장애인을 붙잡고 가르쳤다. 왈츠는 높낮이가 있는 춤인데다 다리를 11자로 가지런히 해야 한다. 그러나 팔(八)자 걸음으로 굳어진 장애인을 데리고 춤을 추려니 무릎이 수없이 와서 부딪혔다. 스텝이 틀려서 그렇고 회전량이 모자라다 보니 각도가 안 맞아서 그런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가장 무서운 것이 파트너와 춤을 출 때 발이 서로 교차되지 않고 같이 전진하다가 엄지발톱이 뒤집히는 사고이다. 재작년에 일반인과 연습하다가 발톱끼리 부딪혀서 발톱이 새카맣게 변하는 바람에 지난 일 년 간 엄청 고생했었다.

당장 6월 초 전국대회부터 출전해야 하는데 여성파트너가 정해지지 않았다. 대상으로는 여러 명이라는데 이런 저런 사유로 결석을 하니 파트너를 정할 수도 없었다. 먼저 몸을 만들고 어떤 파트너가 되더라도 리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날도 옷을 따로 한 벌 준비해 갔다. 연습이 끝나면 온 몸이 땀으로 젖기 때문에 갈아입어야 한다. 연습장에 샤워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뒤풀이 할 동안은 그냥 입어서 말려야 한다. 9월에 전국체전이 있어서 올해는 그때까지 5개월만 열심히 하면 된다. 단체전도 준비해야 하는데 올 여름은 춤 연습으로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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