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문화’ 확 없어져야

기사입력 2017-01-23 09:43 기사수정 2017-01-23 09:43

▲하얗게 변한 빈 의자를 통해 기회는 공정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봤다.(백외섭 동년기자)
▲하얗게 변한 빈 의자를 통해 기회는 공정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봤다.(백외섭 동년기자)
대형사건이 터질 때마다 전관 변호사의 몸값은 하늘로 치솟는다.

사법수요자는 호화군단 변호인을 선임하고 이를 널리 알린다. 이들 소개에는 업무능력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 나이와 함께, 판ㆍ검사 전관경력까지 합산한 ‘연수원 기수‘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여기에 들지 못한 무관 변호사는 생존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판ㆍ검사의 임용ㆍ보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법정의 실현을 위하여 전관예우 철폐를 부르짖은 지 이미 오래다.

사회 취업현장에는 성별ㆍ나이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남자 경비원을 모집하면서도 남자라는 표시를 하지 못하여 여자 지원자가 접수를 하고, 나이제한 공고를 하지 못하여 힘든 작업에 고령자가 찾아오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진다. 이를 어기면 엄격한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입사지원서에 학력기재 금지가 제도화할 예정이다. 입시 때 자기소개서에 부모 언급도 금지하며, 이를 어길 경우 아예 탈락시키는 방향이다.

하지만 판ㆍ검사와 변호사 법조계는 다른 곳보다 기수문화가 기승을 부린다. 변호사 소개를 보면 사법연수원 기수가 제일 먼저다. 판ㆍ검사와 기수동기 등 친분관계까지 자세하게 소개하는 경우도 많다. 판ㆍ검사를 퇴임하고 갓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업무능력과 아무런 관계없는 이런 행태는 비정상적인 전관예우만 부추길 뿐이다.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세월이 흘러 로스쿨 출신이 법조계를 채우면 어떻게 할 것인가.

법조보다 임용이 다양한 행정 분야 등도 이와 별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고시 기수문화를 타파하기 위하여 민간경력자ㆍ개방직ㆍ계약직 채용과 내부승진 등 다양한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경제계처럼 공직사회에서도 성과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능력과 상관없이 줄 세우는 기수문화를 하루 속히 철폐하여야 할 이유다.

먼저 서둘러야 할 것은 깊은 생각 없이 관행적으로 행하고 있는 ‘기수소개’부터 과감히 없애야 한다. 변호사는 개업 후 순 변호사 경력만을, 판ㆍ검사는 휴직이나 정직기간을 제외한 순 경력만을 소개하여도 수요자의 정보욕구에 부응할 수 있다. 판ㆍ검사 장기근무자가 변호사 업무를 잘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사회에서는 현직 능력을 중시하지 전직경력은 묻지도 않는다.

국제화 시대에 업무능력과 아무런 상관없는 출생지나 부모의 고향까지 물어야 할 필요가 없고 출신학교를 소개하여 편 가르기 할 이유도 없다. 사회적 합의가 시급한 대목이다. 어려우면 차선책으로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 단순한 ‘기수’ 말고, 판사의 명판결문과 검사의 귀감이 되는 기소실적, 변호사의 전문분야 변호실적 등 특허나 저작권처럼 ‘빛난 업적’ 하나라도 내세우는 것이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는 덕목이다.

‘그들만의 리그’는 지속되기 어렵다. 세상은 과거의 경력보다 현재의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로 변한지 이미 오래되었다. 기수문화를 철폐하고 능력을 기르는 것만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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