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위험인물이다!

기사입력 2018-12-18 16:20 기사수정 2018-12-18 16:20

이혼하게 되면 그동안 부부동반으로 만났던 부인들은 물론 남자들과의 사이도 멀어진다. 지방에 따라, 집안 분위기에 따라 다르지만, 아예 친분을 끊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이해를 못 했다. 원망도 했다. 그런데 이제 나이 들어 친구들 얘기를 들어 보니 이해가 될 만했다. 필자는 위험인물이라는 것이다. 착한 자기네 남편이 혹시 물들까 봐 걱정한다고 했다. 이혼해서 더 재미있게 사는 모습을 보니 더욱더 그렇단다.

치킨집을 운영하던 친구가 있었다. 온종일 부인은 주방에서 닭을 튀기고 남자는 배달 나가기 바빴다.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 그 친구를 만나려면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 친구가 일하는 중에 카운터 앞 테이블에 앉아 매상도 올려주고 얘기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친구가 바쁘니 생맥주는 아예 필자가 직접 따라 마셨다. 그래서 근처에서 사람을 만날 일이 있으면 약속 장소를 그 치킨집으로 잡았다. 그중에 여자들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 소문이 다른 친구들에게도 전해지고 부인들은 필자가 여자들을 데리고 왔다는 얘기만 들리는 모양이었다. 대학원 동창생 모임은 부부동반 모임이다. 필자가 이혼 후 혼자 나가자 누구라도 좋으니 데려오라고 했다. 어차피 두 사람분의 회비를 내고 대부분 먹는데 들어가기 때문에 두 사람이 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공무상 일이 있더라도 사람을 데려갔었다. 남자도 있었고 여자도 있었다. 그런데 매번 새로운 사람이 오니 남자들은 좋아하는데 여자들 눈빛이 안 좋았다. 재혼할 여자가 아니리면 데려오지 말라고 했다. 자기 남편들 눈빛이 아내 아닌 다른 여자에게 쏠리는 것이 보기 싫었다는 것이다. 필자가 댄스를 하는 것도 친구 부인들은 못마땅해 했다. 필자의 댄스 파트너들이 날씬하고 춤까지 잘 추니 자기 남편들이 부러워하는 모습이 보기 싫었다. 댄스가 재미있고 운동으로도 좋으니 부부가 함께 배워보라고 권유하면 댄스 배우러 가는 순간 이혼이라며 극구 반대했다. 여자들이 들끓는 세상에 자기 남편이 바람이 날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남편은 안 그런데 여자들이 유혹할지도 모른다고 지레 겁을 먹었다. 친구 부인들의 생각은 자기네 남편들은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른 여자들은 곧 자기 남편과 바람이 날 수 있다고 비약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남자들은 대문을 벗어나면 통제 불능이다. 부인들이 못 보기 때문에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모른다. 통계가 기혼 남녀의 바람피우는 비율을 발표한 적이 있다. 자기 남편은 거기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나이라면 그렇다. 늙은 남자에게는 여자도 안 붙지만, 남자도 그럴 생각도 없다. 이미 리비도가 떨어져서 의욕도 없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보는 시각도 곱지 못하다. 특히 여자가 혼자 산다고 하면 더 위험인물로 본다.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며 자기 남편들과 말도 못 섞게 한다. 그래서 혼자 사는 여자들은 철저히 싱글이라는 사실을 비밀에 부친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 집 건너 한 집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다. 이혼, 사별, 미혼, 졸혼 등 사유는 갖가지이다. 비혼을 선언한 싱글 남녀도 많다. 필자가 싱글이라고 위험인물로 보는 부인들은 그들의 자녀들도 혼기가 지난 싱글이 많은데 그쪽은 못 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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