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하면 추어탕부터 떠오르나? 그럴 사람이 많겠다. 널리 이름난 향토음식이니까. 소리의 본향으로도 유명한 게 남원이다. 동편제 판소리 가왕 송흥록과 명창 박초월을 길러낸 민속국악의 옥토이자 산실이다. 광한루와 지리산도 남원의 얼굴이다. 이래저래 여간한 고장이 아니다. 보고 듣고 느끼고 즐길 게 많다. 여행자들의 기쁜 순례지다. 최근 새로운 명소로 떠올
내가 가진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의 목록을 죽 적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좋은 습관보다 나쁜 습관의 개수가 더 많았다. 내가 오죽잖은 인간인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습관 따라 성격이 만들어지고, 성격 따라 운명이 정해진다 했던가. 좋은 습관이 좋은 삶을 가져온다는 기본을 뻔히 알면서도 실족한다. 좋은 습관은 몸에 붙이기 어려운 반면, 나쁜 습관은 나도 모
어찌된 셈인지 가슴을 후벼 파는 일이 잦은 게 인생살이다. 애초 뜻밖의 고난을 만나 나동그라지도록 기획된 게 삶이지 않을까. 고통을 통하지 않고 도달할 수 있는 길이 없다는 소식은 비처럼 쏟아진다. 옛 선비들은 수상한 세상에 질려 일쑤 산야로 스며들었다. 소쇄옹(瀟灑翁) 양산보(梁山甫, 1503~1557)도 그랬다. 그는 잘나가던 스승 조광조가 훈구
KBS TV에서 PD로 근무하던 심웅섭(62)은 어느 날 퇴근길에 뜬금없는 우울감에 사로잡혔다. 자신의 아파트를 올려다보면서였다. 저 메마른 잿빛 콘크리트 상자 안에 살다니, 이거 실화냐? 그렇게 중얼거렸던 모양이다. 심웅섭의 말에 따르면 눈물까지 핑 돌더란다. 그날 밤 그는 아내에게 선언했다. “나 아파트에서 못 살겠어!” 이후 그는 도시 변두리의 단독주
구하우스는 CI(Corporate Identity) 디자인 회사 ‘디자인 포커스’ 구정순 대표(70)가 설립한 미술관이다. ‘CI 디자인’이란 특정 기업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장르. 그는 단연코 이 분야의 실력자다. 미술의 인근에 있는 직업을 가졌으니 미술품 수집을 하고, 마침내 컬렉션을 기반으로 미술관을 개관한 내력이 자연스럽다. 특별하기론 ‘집
어떻게 해야 관람객을 더 끌어들일 수 있을까? 이는 미술관 운영자들의 공통 관심사다. 정성껏 성찬을 차렸으나 풍미를 즐겨줄 객이 드물다? 이건 참 난처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머리를 쥐어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해야 한다. 다양한 맥락을 살펴 개발한 매력적인 콘셉트로 미술관의 흡입력을 키워야 하는데, 구하우스(Koo House)는 특별한 대안을 찾아냈다.
나이 들어 방향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인생이란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 방향을 바꾸면서 점프슛을 터뜨리듯 그렇게 쓱싹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살아온 관성과 습성을 쉽게 버릴 수 있던가.
이 길이 내 길이거니 믿고서 지나온 날들에 대한 애착은 또 어떻고? 더구나 노년에 이르러선 방향 전환이 더 어렵다. 그런데 반백 년을 패션 디자이너로 살아온
삼가헌(三可軒). 대구시 달성군 하빈면 묘리에 있다. 야트막한 산 아래, 아늑한 터에 자리 잡은 고택이다. 뒷산 솔숲을 병풍으로 삼아 청명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조선 양반집이다. 저마다 특유의 개성이 있어 음미할 만한 매력과 가치를 지닌 게 고택이다. 대충 눈요기로 훑고 지나기엔 아깝다. 후루룩 주마간산을 하면 명산이나 야산이나 그게 그거다. 마찬가지로 볼
서울시립미술관 백지숙 관장
서울시립미술관엔 서소문본관 외에 노원구의 북서울미술관, 관악구의 남서울미술관, 마포구의 남지창작스튜디오, 여의도의 세마벙커 등 일곱 개의 분관이 딸려 있다. ‘서울을 보듬는 모선(母船) 미술관’으로 항진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한 셈이다.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은 백지숙 관장의 얘기는 이렇다.
“2019년 ‘서울형 네트워크 미술관
농부가 땅에 비지땀을 쏟아 필수 식량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농업은 신성한 직업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천하의 뿌리’에 관여된 일이 농업이다. 반면 믿기 어려운 직업이 농사다. 땀 흘린 만큼의 공정한 대가가 주어지는 경우가 흔하던가?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에 따라 좌우되는 작황, 널뛰기하는 가격, 불안정한 판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