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미술 쉽게 즐기는 공간 조성에 주력”

기사입력 2022-06-27 08:10 기사수정 2022-06-27 08:10

[감성 솔솔! 미술관 여기] 이수문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대표

“일종의 장난기로 미술관을 구상했다. 무슨 거창한 뜻을 가지고 설립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저 사람들이 미술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이왕 미술관을 만들 거면 제대로 해보자는 작정이었지. 회사를 운영하며 얻은 경영 감각이 약간은 있어 자신감을 갖기도 했다.”

이수문(74) 화이트블럭 대표는 중견 기업인 출신이다. 경영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 처음엔 그저 기분에 이끌려 미술관을 착상했다고 하지만 야무진 복안을 가지고 일을 밀어붙였을 걸 짐작할 수 있다. 사실 그는 화이트블럭을 헤이리의 랜드마크로 키우고자 진력했다. 화이트블럭의 행진 방향도 분명했다.

“무엇보다 대중이 쉽게 미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 조성에 주력했다. 전시 작품도 유명 작가의 대단한 작품보다 대중이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골라 기획했다. 한마디로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 싶었던 거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DB)
(브라보 마이 라이프 DB)


레지던시 운영에도 주력했더라.

“신진작가 지원에 일조하고 싶었다. 그림을 팔아 제대로 밥을 버는 작가가 몇이나 되겠나. 그들은 예상보다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다. 미술관 운영자라면 신진을 지원하는 게 마땅하다. 개인 작업실을 마련해주고 전시 기회를 부여하는 일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을까?”


형편이 어렵기는 사립미술관들도 마찬가지다.

“사립미술관이 수익을 내기는 기본적으로 어렵다. 운영자들 대부분이 고생하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길 거듭하다 마침내 영양실조에 걸리는 형국이지. 화이트블럭만 하더라도 연평균 3억 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한다.”

대단한 재력을 보유하지 않고서는 지속할 수 없는 게 사립미술관이다. 그런데 그는 매년 3억의 적자를 보면서도 용케 화이트블럭을 이끌어가고 있으니 저력을 알 만하다.


사립미술관의 생존 대안은 무엇인가?

“내 경우에는 대형화로 길을 모색한다. 현재 내년 개관을 목표로 천안에 미술관을 새로 만드는 중이다. 화이트블럭보다 훨씬 규모가 큰 복합미술관이다. 천안의 핫플레이스로 만들자는 게 목표다. 사람들이 찾아와 서너 시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화이트블럭의 운영 경험을 살려 제대로 해볼 참이다.”


젊어서부터 예술 분야와 인연이 많았다지?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 공연의 산파역도 했고.

“극단에 섞여 연극을 하거나 나팔을 불며 음악을 배웠다. 그러나 그저 엉뚱한 여기(餘技)에 불과했다. 예술 분야가 잘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딴엔 조금 돕기는 했으나 대단할 게 없다. 아마추어 조기 축구회에서 선수로는 뛰지 못하고 그저 물주전자를 들고 다니는 역할 정도의 일을 했을 뿐.”


예술인들과 많은 교분이 있다지? 특히 화가들의 삶과 생리에 밝을 텐데, 어떤 유형의 작가를 좋아하나?

“미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내게 무슨 견해가 있겠나? 다만 이건 안다. 이름난 화가의 작품이 반드시 훌륭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현재 유명한 작가가 10년, 100년 후에도 명망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난 남들보다 뒤처져 있을망정 뚜벅뚜벅 자신만의 길을 가는 작가에게 신뢰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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