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사람이 있으면 안 보면 된다. 부득이 마주치게 되면 피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마주치게 되는 관계가 고등학교 동창생들 모임이다. 비슷한 환경에서 만나 50년을 지내왔으니 친한 관계이다. 그런데 그 중에도 친소관계는 있게 마련이다.
A는 동창회 모임에 좀 늦게 도착했다. 한정식집이었다. 인기 있는 반찬은 먼저 바닥난다. 간장게장이 인기
요즘은 겨울에도 눈을 보기가 쉽지 않지만, 내가 어렸던 시절에는 지금의 겨울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몹시 춥고 눈도 많이 왔다. 그때는 함박눈이 탐스럽게 내려 아침에 일어나 보면 온 세상이 하얗게 덮여 있곤 했다. 그 시절엔 눈 내리는 정경만 봐도 기분이 좋았다. 나이 든 지금도 눈 내리는 날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어머니와 회초리
“지워, 다시 써”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잘못이 고쳐지지 않자 등짝에 회초리가 날아든다. 아무리 새 공책이라도 같은 곳을 3~4회 지우기를 반복하면 찢어지기 마련이다. 눈물이 공책에 떨어지니 지울 수도 없었다. 타고난 미운 글씨체는 회초리도 못 고쳤다. 미운 글씨체는 나를 쫓아다니며 망신을 줬다.
평생을 살면서 어머니에게 세
김 서린 다관 속에서 따뜻한 잠영을 하는 총천연색 꽃들을 나른하게 바라본다. 꽃다발을 받는 느낌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향긋한 기운과 느긋함이 찻잔 속에 한아름 안겨 담긴다. 추운 겨울 얼었던 손에 꽃차가 담긴 잔을 감싸쥐고 한 모금, 또 한 모금. 몸도 마음도 봄날 꽃처럼 활짝 핀다. 아름다운 모습만큼이나 순하고 착한 꽃차의 매력에 빠진 이들을 만
한국 포크 블루스의 살아 있는 전설, 이정선의 음악 인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에게 오랜 활동의 원동력을 물으니 “다른 걸 할 줄 모르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렇게 그는 거의 모든 질문에 무심하고도 간단하게 답한다. 자신의 음악적 삶에 대해서조차도 “그냥 오래한 것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1974년에 데뷔한 이후 그가 대중음악사에서 이룬 것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S예요. 선생님 저 곧 결혼할 거예요. 고마웠어요, 선생님"
"S야 정말 오랜만이구나. 참으로 축하한다. 이제는 힘든 일은 다 잊어버리고 좋은 사람과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
S를 만난 것은 그녀가 평택여고 2학년인 1998년도 봄학기였다. 어느날 컴퓨터실에 갔던 나는 작은 소동을 목격했다. 보육원에서 살고 있던 S가 같은
청소년들은 식욕이 왕성하다. 없어서 못 먹을 지경이다. 어릴 때 자장면 먹으러 중국집에 간 적이 있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별로 드시지 않았다. 그때는 이렇게 맛있는 자장면을 왜 안 드시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이 들어 보니 알게 됐다. 어르신들은 소화기가 약하다. 먹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식사 후 속이 좋지 않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것이다. 이는
이름에 불꽃 섭(燮) 자가 있어 한화에 계시냐는 시답잖은 농담에 그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웃음이 만들어낸 얼굴의 깊은 주름이 마치 거대한 지문처럼 보인다. 역동적인 한국의 현대사 속에서 경제성장을 두 손으로 이뤄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한 지문 말이다. 군인이 연상될 정도로 흐트러짐 없는 체구와 자세에서는 자부심도 느껴진다. 플랜트 오퍼레이터 손성섭(
어디로 귀촌할까, 오랜 궁리 없이 지리산을 대번에 꾹 점찍었다. 지리산이 좋아 지리산 자락에 자리를 잡았단다. 젊은 시절에 수시로 오르내렸던 산이다. 귀촌 행보는 수학처럼 치밀하고 탑을 쌓듯 공들여 더뎠으나, 마음은 설레어 일찌감치 지리산으로 흘러갔던가보다. 지금, 정부흥(67) 씨의 산중 살림은 순조로워 잡티나 잡념이 없다. 인생의 절정에 도달했다는 게
타인의 비밀을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비밀은 밝혀지는 것이 맞는가? 아니면 비밀은 비밀의 영역에 감추어두는 것이 바람직한가? 등장인물들의 비밀을 끊임없이 까발리면서 파괴되어가는 인간성을 소재로 한 영화 . 아마도 막장드라마의 종합선물세트가 아닌가 싶다.
극 중 예진(김지수)의 대사에 나오듯이 어느덧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블랙박스’가 되었다. 영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