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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케오여행] (2)아름다운 도서관서 스타벅스 커피를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기행’을 꿈 꾼 적이 있다. 중세 수도원에 만들어진 유럽의 고풍스럽고 화려한 도서관이나, 오랜 역사와 어마어마한 장서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끌고 있는 미국 도서관에 직접 가서 책과 공간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아름다운 도서관에 관한 기사나 책을 유심히 읽곤 했다. 다케오시립도서관 이야기는 인터넷에서 보았다. 인구 5만의 작은 도시에 세워진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란 말이 흥미를 끌었지만 그 때까지 다케오가 일본 어디에 붙어있는 도시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저렴한 여행사 상품을 발견했다. 다케오에 가서 도서관 구경하고 온천이나 하면 좋겠다라는 말에 딸이 자기도 가고싶다고 했다. 언제 품 안에서 훌쩍 떠나가 버릴지 모를 자식의 손을 잡고 여행하는 재미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말티켓을 검색하고 여행사에 문의 해 결제까지 단 숨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 우리는 노오란 불빛이 아름다운 다케오 온천지구에 도착했다. 다케오는 일본 열도 최남단 규슈의 사가현에 위치해 있다. 규슈는 아직도 화산활동을 하고 있는 아소산의 열기로 만들어진 섬이다. 벳부나 유후인 등의 온천은 바빴던 일상을 내려놓고 잠시 쉬기 좋은 관광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가현은 큰 도시나 내노라 하는 관광지가 없는 탓에 우리에게 이름없는 현으로 머물러 있다. 이런 사가현의 시골 마을, 다케오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다케오시립도서관과 올레길이다. 노후된 온천지구 작은 도시의 아름답고 특별한 도서관은 연간 40만 명의 외부 방문자를 끌어들이는 인기 스팟이 됐다. 또한 규슈 올레 1호인 다케오 코스가 이곳 다케오온천역에서 시작된다는 점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금요일 저녁, 도서관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한산한 거리 풍경과는 대조적이었다. “거리에 사람이 없는 이유가 모두 도서관에 왜 있기 때문 아닐까?” 하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였다. 도서관에 들어서니 높은 천장에 벽을 가득 메운 책꽂이가 눈에 들어왔다. 20만 장서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서고를 개방형으로 만들었다. 어마어마한 양의 책들이 눈 앞에 모두 보이도록 디자인 돼있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다른 한 편에선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스타벅스 음료를 주문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스타벅스의 로고가 그려진 컵을 하나씩 놓고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여유로운 모습으로 도서관의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도서관이라기 보다는 책읽기 좋은 카페 같아 보였다. 민간에게 운영을 맡기고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스타벅스를 도서관 안으로 끌어들여, 밤 9시까지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도서관의 변신은 대성공이었다. 도서관과 더불어 다케오에 가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규슈올레 1호 다케오 코스다. 여유로움을 꿈꾸는 도시인들이 소도시 정취를 느끼며 걷기 좋은 길로 평이 나있는 다케오 코스 출발지는 다케오온천역이다. 역 안엔 제주올레의 상징인 파란색 조랑말 간세가 있었다. 제주올레를 그대로 도입해 규슈올레를 만들었기 때문인지 규슈의 올레길에선 한국인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올레코스 표식은 필자를 작은 동네 구석구석으로 안내했다. 집집마다 빨래를 정갈하게 널어놓았다. 탐스런 수국이 활짝 핀 마당엔 분홍테를 두른 실내화 두 켤레가 나란히 놓여있었다. 검게 탄 아이들은 체육복을 입고 마을을 돌고 있었다. 사람 사는 모습을 보고 함께 어울리는 올레정신은 다케오 코스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마을길을 구불구불 돌며 사람들을 만나고, 골목길 깊숙이 숨어있던 어여쁜 담벼락에 기대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다케오시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서 사가규로 만든 도시락을 까먹는 재미도 누렸다. 올레길을 걷다가 힘들면 벤치에 앉아 쉬었다. 그러다가 다시 걷고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다케오 시는 크지 않아 대부분의 볼거리들이 다케오온천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한 때 번성했던 다케오는 다시 변화를 꿈꾼다. 멋진 도서관을 세우고, 걷기 좋은 올레길도 만들었다. 잠시 여행이라도 다녀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 일본 시골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규슈 올레길 다케오 코스를 천천히 걸어보고 여행지에서 만난 멋진 도서관에서 책과 함께 잠시 쉴 수 있는 다케오여행 어떠냐고 권해보고 싶다.
- 2016-06-2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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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타운의 빛과 그림자] ②선진국 시행착오 반면교사 삼아야
- 우리나라 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선진국의 실버타운은 어떤 모습일까. 실버타운이 가장 발달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900년경 300만명에 불과 했다. 하지만 70년 동안 미국 총인구가 약 3배 증가하는 사이 노인인구는 7배 늘어날 정도로 고령화 속도가 빨랐고, 그만큼 실버타운을 비롯한 실버산업도 함께 발전했다. 미국은 실버타운 등 실버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민간 기업이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약 2만개의 실버타운이 운영 중이며, 이 가운데 80% 이상이 민간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미국의 실버 비즈니스 업체는 힐 헤븐(Hill Heaven), 베벌리 엔터프라이즈(Beverly Enterprise) 등이며, 대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만 8개 정도에 이른다. 미국에서는 정년퇴직 후 연금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동년배들끼리 모여 살면서 대화도 나누고 취미 오락 활동도 하며 여생을 즐겁게 보내려는 노인들의 비율이 많다. 이러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노인전용아파트, 노인촌락(retirement community) 등 노인주거산업이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노인주택은 대부분이 캘리포니아, 아리조나, 플로리다 등 기후가 온화하고 경치가 좋은 지역이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지금까지 살아왔던 지역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은 노인들의 의식에 따른 수요로 인해 추운 지역에서도 시장이 형성돼 입지하고 있다. 미국의 노인주택을 살펴보면 대략 네가지로 나뉜다. 우선 국가나 사회는 노인을 위해 주택과 최소한의 가사보조비를 제공하고, 건강하고 자립할 수 있는 사람이 거주하기 위한 주거방식으로 독립생활주택(Independent Living)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둘째, 공적인 자금을 이용해 건설, 공급하는 서비스 병설 집합 주택(Congregate Housing)이 있다. 셋째, 식사, 가사보조, 의료 이외의 간병보호서비스 프로그램까지 제공되는 보조주택(Nursing Home)을 통합한 형식으로 종신거주를 보장하는 칸티뉴잉 케어 리타이어먼트 커뮤니티(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가 있다. 이는 신체적으로 약간 쇠약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이들과는 별도로 수천가구 규모의 고령자용 주택과 운동, 문화, 여가활동의 대규모 시설들로 구성되는 주택단지가 있는데 이를 노인촌락(Mature Adult Community)이라 부르고 있다. 미국은 한국처럼 56세 정년의 덫에 걸리지 않는다. 오히려 강제정년 제도를 연령에 따른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대표적 소매 체인인 CVS도 강제정년 제도를 오래 전 폐지했다. 이 회사는 지난 12년간 50세 이상 고용을 두 배로 늘릴 정도로 고령 노령자 채용에 적극적이다. ◇일본 '유료노인홈' 한국과 유사해 = 일본은 1970년대 이미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7.1%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이어 1996년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해 현재 평균 수명이 80세가 넘는 세계 최장수국으로 국민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의 고령자다. 일찍부터 실버 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잘 발달돼 있다. 공공 부문의 경우 '고령자용 기획 주택'은 고령자에 알맞게 설계된 주택과 생활보조사라고 불리는 관리인이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 임대주택이다. 1987년에 시작돼 국토교통성이 주택 공급을 담당하고 복지 서비스는 후생성이 관리한다. '복지형 임대주택'은 중·저소득층 고령자에게 주택을 공급하고 임대료를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해 주는 제도다. '시니어 주택'이란 중견 근로자가 퇴직시까지 마련할 수 있는 자금으로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이다. 고령자용 기획 주택이나 임대주택과 비교하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고령자 주택이다. 입주자가 입주 시에 일정액의 입주금을 일괄 지불해 그 주택에서 거주하는 동안은 집세를 내지 않는다. 민간이 공급하는 실버 시설은 '유료노인홈'으로 노인복지법에서 ‘통상 10인 이상의 노인을 입소시켜 급식과 기타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고, 노인 복지 시설이 아닌 것’이라고 정의된다. 설치자와 이용자가 자유계약에 근거해 필요한 비용(입주비 관리비 회비)을 지불하고 급식 목욕 건강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아 생활하는 시설이다. 시설 입소자의 비용 부담은 이용권 방식, 분양 방식, 임대 방식의 세가지 방식을 취한다. 유료노인홈의 경영 주체는 사회 복지 분야에 한정돼 있지 않고 주식회사, 생명보험회사, 개인 등도 만들 수 있다. 다만 사단법인인 전국 유료노인홈 협회를 통해 행정지도를 하고 있다. 협회에 가입한 유료노인홈도 일반 이용자 대상의 모집 등에서 유료노인홈이란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 리타이어먼트(Retirement House)를 비롯해 빌라(Villa), 케어 하이츠(Care Heights), 노령자 커뮤니티 등으로 다양한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유료노인홈은 50가구에서 100가구 사이의 비교적 소규모 형태로 지어진다. 단점으로는 민간 경영이기 때문에 운영 주체가 경영난으로 파산하는 경우 등 불의의 사태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1999년 4월 후생성이 ‘유료노인홈 설치운영 지도지침’을 개정해 부도에 의한 도산 방지, 간병, 보호 서비스 등과 입주 계약에 대한 규약 등도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서고 있는 실버타운은 일본의 유료노인홈 형태와 비슷하다. ◇독일, 입주비용 부족시 정부가 보조 = 미국과 일본이 상대적으로 민간주도의 실버타운이 강한 반면, 독일은 정부와 민간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노인의 주거시설을 마련하고 있다. 독일의 실버타운은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알텐본하임, 가사를 보조해주는 알텐하임, 요양원인 알텐플레게하임으로 구분된다. 모두 유료지만 입소 노인들은 자신의 연금과 보험금으로 그 비용을 지불하고 부족한 부분은 국가가 사회부조로 채워준다. 가장 큰 특징은 사회복지법인만이 운영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적으로 행정적 통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민간이 주도하는 실버타운에 비해 보다 안정적인 운영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핀란드의 경우 노인들이 자발적으로 실버타운을 만들었다. 지난 2000년 친구 사이인 은퇴 할머니 넷이 모여 노인공동체 설립을 추진했고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협동조합의 출자금으로 2006년 58가구가 수용 가능한 7층짜리 아파트가 완공됐다. 이 아파트의 이름은 로푸키리(‘마지막 전력질주’라는 뜻)로 붙여졌다. 입주 노인들이 직접 아파트 설계와 디자인을 계획했다. 이들은 공동의 생활 규칙을 만들고 식사·청소·빨래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일을 서로 분담, 협동해 해결한다. 서로 심리적으로 의지하면서 핀란드에서는 불황으로 노인 자살률이 심각했음에도 로푸키리에서 자살한 노인은 한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경영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령화를 일찍 경험한 선진국은 실버타운을 포함한 모든 고령화 이슈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개선해왔다”며 “한국은 선진국의 선례를 통해 간접적으로 배우면서 보완해 나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 2014-07-20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