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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간추려서 만난다
- 연극표 두 장이 공짜로 생겼다. 같이 갈 한사람의 여분이 있다. 평소 알고 지내던 K가 선 듯 같이 가지고 한다. 흔쾌히 OK사인을 보냈다. 혹 잊어버릴지 몰라 전날 카톡을 보내고 연극시작시간 두시간전에 카톡을 다시 보냈다. K가 읽었다는 표시를 확인하고 태평하게 있었다. 그런데 연극시간 다 되도록 만나기로 약속한 매표소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전화를
- 2018-03-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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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타지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 어느새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아파트 뒤편 개울에 꽁꽁 얼었던 얼음과 눈도 녹아서 조금 깊은 여울에는 콸콸 소리를 내며 물결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며 되풀이되는 자연의 변화가 신비스러워 베란다에 서서 한참을 내려다보았다. 날씨도 풀렸고 오랜만에 삼총사 친구가 만나 영화 한 편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한동안 비싼 값 주고 영화를 보다가 시니어 할
- 2018-03-1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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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의 노래하는 예술가, 버스커 한복희
- 작은 체구에 은빛 단발을 한 여자가 바람 부는 거리에 나타난다. 아직 조금은 쌀쌀한 날씨. 길 위에 선 여자는 뭔가 투덕거리더니 마이크를 집어 들고 청중 앞에 선다. 잔잔하게 선율이 흐르면 그녀의 인생이 담긴 목소리가 터져 안기다 마음속에 녹아든다. 바삐 가던 이의 속도가 느려지고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귀 기울인다. 그녀의 마법에 하나, 둘 빠져들더니 멈
- 2018-03-1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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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래기 국밥에 추억이 끓는다
- 계절에 따른 음식은 그 맛이 특별하다. 올겨울처럼 한파가 연이어 오면 뜨끈뜨끈한 음식이 구미를 당기기 마련이다. 그런 음식으로 필자는 시래기 국밥을 즐겨 한다. 오늘도 바깥에서 이른 저녁 식사로 그 국밥을 먹었다. 쌀이나 보리, 먹거리가 적어 배고프던 어린 시절에 식구들이 먹는 밥의 양을 늘릴 수 있는 음식 중의 하나가 시래기 국밥이었다. 겨울이면 으레 그
- 2018-02-1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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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항속 숭어의 꿈
- 맹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도 중부 내륙을 중심으로 영하 15도 안팎까지 떨어졌는데, 서울의 아침 기온은 영하 12도에 바람까지 불어와 엄청난 체감온도를 느껴야 했다. 어제보다 기온이 약간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춥다. 이 길고 지루한 한파는 내일 낮부터 영상권을 회복하며 누그러진다고 한다. 이제 겨울 추위를 삼한사온이라고 일컫는 말도 옛말이다. 삼한사온의
- 2018-02-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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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경 동년기자와 함께 창신동 동덕 교정을 추억하다
- 서울시 지하철 1호선 동묘역과 6호선 창신역 사이의 창신동은 최근 예쁜 옛 동네로 주목받고 있다. 낡고 오래되면 ‘뉴타운’이라 이름 붙여 첨단 건축물을 세우고 땅값을 올리는 것이 불과 몇 년 전까지 도시의 운명이었다. 창신동은 개발을 거부하고 주민들의 푸근함을 담아 이른바 재생의 길을 택했다. 창신동 구석구석 남아 있는 기억 중 하나가 바로 동덕여자중·고등
- 2018-02-0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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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설날, 서른 번째 설날연휴
- 올해 설날은 2월 16일 금요일로 주말을 포함해 나흘의 연휴를 즐길 수 있다. 지난해 추석 황금연휴처럼 쉬는 날이 많지는 않지만, 30년 전만 해도 음력설에 이러한 연휴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1989년, 민속의 날로 정했던 ‘구정’을 ‘설날’로 개명하며 동시에 이틀의 연휴가 더해졌으니 말이다. 한편 당시 3일 동안 쉴 수 있었던 신정연휴가 2일로 단축되며
- 2018-02-0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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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경험이 중요하다
- 영하 10℃ 이하의 날씨다. 오랜만에 동장군(冬將軍)의 위력을 실감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 약식 점검을 해보니 난방라인은 이상이 없는데 온수라인은 냉수가 들어오는 부분이 얼어서 물을 밀어주지 못해 온수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전화를 했다. 기사를 보내왔는데 아무런 연장을 들고 오지 않고 빈손으로 왔다.
- 2018-02-0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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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밤에 쓰는 편지
- 문형! 독하게 추운 겨울입니다. 한파가 그야말로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수도가 얼고 비닐하우스의 농작물도 성장을 멈추어 서민들의 마음이 무겁습니다.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연이은 화재 참사도 한파 이상으로 춥게 합니다. 기후 온난화를 꽤 걱정했으나 올겨울은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입춘 절기가 코 앞인데 추위는 물러갈 줄 모릅니다. 예전부터 입춘
- 2018-02-0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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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촌 8경
- 호가 춘곡(春谷)인 고희동 가옥을 지나 올라가다 보면 빨래골을 만나게 된다. 약간 지하에 있는 개구멍받이처럼 생긴 곳에서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옛날 궁녀들이 그곳에서 머리도 감고 세수도 했단다. 궁녀들이 비누 대신 곡물을 사용해 늘 뿌연 뜨물이 흘러나왔는데 사람들은 그 물에 빨래를 했고 그 뒤 빨래골이라 불려왔다 한다. 곡물로 머리를 감았다니 궁녀들
- 2018-02-05 1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