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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연결사회 속의 고독
- 요즘 신종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어느 곳이든 한번 모임에 참여하면 어김없이 밴드나 단톡방이 생기고 그 후로 스마트폰에서는 끊임없이 비명처럼 카톡이 울어댄다. 서로 소리를 구별하려고 다양한 알림음으로 무장하는 바람에 여럿이 있을 때면 가지각색의 카톡이 합창을 하는 때도 있다. 심지어 한밤중이나 새벽에도 울어대 단잠을 깨울 때는 난감하다. 뻔히 알면서도 무시하고 잠을 청하려면 또 왠지 궁금해 스마트폰을 열고야 만다. 그러나 매번 그렇듯이 내용을 보면 중요한 정보나 공지사항은 거의 없고 시시콜콜한 개인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또 속았군. 하기야 어느 모임이 한밤중에 공지사항을 올리랴! 그중에도 제일 약 오르는 글은 위급하지도 않은 자기 자랑이다. 한밤중에 도대체 왜 자기 여행 간 이야기를 올리느냐 말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안쓰러운 느낌도 든다. 나이 들어 잠은 줄고 누구 이야기할 상대가 없으니 그저 대화에 목말라 그러려니 싶어 댓글을 달아준다. “어머 좋은데 다녀오셨네요. 축하합니다.” 보내고 나니 다시 회의가 든다. 이것이 요즘 유행하는 진정한 소통일까? 확 깨버린 잠을 다시 청하려니 부아가 치밀어 결국 알림음 모드를 무음으로 전환하고야 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두드러진 점 중 하나가 ‘초연결사회’라고 한다. 하긴 이젠 나이를 불문하고 손마다 전화기가 한 대씩 들려 있으니 어디 도망할 구석도 없다. 게다가 위치 정보를 켜야 할 앱이 많아 다른 사람이 나의 위치까지 손금 보듯 아는 세상이다. 그뿐 아니라 이젠 생명 없는 냉장고까지도 나에게 연락해 오는 정도이니 그야말로 울트라 초연결사회가 아니고 무엇이랴. 이렇게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면 인간들은 더욱 가까워지고 친밀해져야 할 텐데 실상은 정반대로 흘러가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요즘 시장의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혼밥’, ‘혼술’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데 거기서 끝이 아니다. 나 홀로 문화는 계속 진화하여 ’혼영‘(나 홀로 영화), ’혼행‘(나 홀로 여행) 등 여러 가지 버전이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미국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고독 비즈니스’가 뜨는 중이란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배우 척 매카시는 사람들과 산책을 함께해 주고 돈을 버는 ‘친구 대여(Rent-a-Friend) 서비스를 시작했다. 집 근처 공원이나 거리를 고객과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대가로 1마일(1.6km)당 7달러를 받는데 이 사업이 번창하여 어느새 조수들을 고용할 지경이란다. 예전 우리는 고독을 금기시했다. 학교에서도 사회성을 중요한 인성으로 가르치고 장려했다. 그래서 함께 어울리는 프로그램도 만들고 보이스카우트니 걸스카우트니 하는 단체에 소속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러나 초연결사회라는 현대에 와서 남과 어울리지 못하는 고독이 자연스러운 것은 물론이거니와 ‘고독 산업’까지 생긴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경제성장의 쇠퇴로 사회가 해체되어 1인 가정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실은 오늘날의 고독이 다분히 사회적 현상임을 암시한다. 싱글 증가, 저출산, 황혼이혼, 가정 해체 등 지금의 문제들이 다양한 현상처럼 보이지만, 실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한밤중 카톡이 울려대는 것도 알고 보면 늦여름 처연한 매미울음처럼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대한 저항의 몸부림일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며 심호흡을 하고 슬며시 스마트폰의 알림 모드를 무음에서 소리로 전환했다.
- 2017-06-1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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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자전거
- 지인의 페이스 북에 만화계의 큰 별 신동헌 화백의 6월 6일 별세 소식이 올라왔다. 국내 최초의 극장용 장편 만화영화 홍길동으로 대종상을 받으신 분이라고 한다. 동생이신 신동우 화백의 만화는 어릴 적 많이 봐서 좀 더 친근하게 기억되고 있다. 어릴 때부터 필자는 만화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방학 때는 하루 종일 만화책 방에 틀어박혀 살아서 저녁밥 때가 되면 엄마가 필자를 찾으러 오기도 할 정도였다. 대전천 개천 옆의 판잣집이 단골 만화방이었는데 우중충한 그곳이 어찌나 아늑한지 온종일을 있어도 지루하지 않았던 이상한 추억이 있다. 점심때가 되어도 집에 돌아가지 않는 아이들에게 만화방 아줌마가 나누어 주었던 찐 고구마는 참 달콤한 맛이었다. 그때 보았던 라이파이와 제비양, 김 박사는 지금도 기억나는 캐릭터이다. 머리에 두건을 쓰고 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니던 라이파이는 매우 멋진 모습으로 필자 머릿속에 남아있다. 필자는 만화책 보는 것만을 좋아한 게 아니라 초등학교 시절엔 한 때 만화를 직접 그리기도 했었다. 반을 접은 도화지에 칸을 치고 그림을 그리고 말을 넣어서 가운데를 실로 꿰매어 서투른 만화책을 만들었다. 한창 예쁜 아이들이 발레를 하면서 벌어지는 스토리의 만화가 유행이어서 즐겨 보았는데 필자도 따라서 발레 하는 여자아이들의 질투와 우정에 관한 만화를 그렸으며 주인공 이름은 그때부터도 필자 마음에 쏙 드는 ‘마리’를 주로 썼다. 동네 아이들에게 스케치북 한 장씩을 받고 필자가 그린 만화를 보여주었다. 그냥 공짜로 보여주는 것보다 도화지를 한 장씩 받고 보여주는 게 더 권위 있고 품위가 있어 보이는 것 같았고 아이들이 서로 먼저 보겠다고 종이를 내밀 때 기분이 퍽 좋았던 기억이 있다. 받은 종이는 실제로 아무 쓸모가 없었다. 아버지가 선생님이셔서 우리 집엔 종이가 풍족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왜 그렇게 유치하냐는 말까지 들으면서도 필자는 만화영화를 즐겨보았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그 아름다운 그림과 풍경묘사에 마음이 찡할 정도였다. ‘이웃집 토토로’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애니메이션은 장면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큰 감동을 받았다. TV 프로그램에 ‘빨간 자전거‘라는 만화영화가 있었다. 채널을 돌리다 이 애니메이션을 만나면 꼭 챙겨보게 되었다. 원래 한국만화의 전설이라 불리는 김동화 화백의 만화 ‘빨간 자전거’를 오랜 기획 끝에 애니메이션으로 완성한 작품이라 한다. 어느 시골 마을에 잘 생긴 우편배달부 아저씨가 있다. 이 아저씨는 꽁지머리를 하고 있고 멜빵 있는 바지와 모자를 눌러쓰고 다닌다. 집집마다 편지를 배달해주고 그 편지를 읽어주기도 하는데 요즘은 고지서 전달하는 일이 더 많다고 한다. 이 시골 마을은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남아 농사를 짓고 있는 ‘옛 동’과 이제 막 조성된 전원주택인 ‘새 동’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길 위를 빨간 자전거를 타고 소식을 전달하는 게 아저씨의 임무인 것이다. 집배원 아저씨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전달하며 슬픔, 기쁨, 아픔, 웃음 등 모든 소소한 작은 일상의 이야기를 배달하고 있다. 오늘 보았던 내용도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였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나는 ( )처럼 ( )이 되고 싶다’ 를 숙제로 내 주셨다. 많은 아이들이 신이 나서 나는 무엇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그 반에 다문화 가정의 아이가 한 명 있었다. 피부색이 달라 가끔 놀림을 받기도 했던 그 아이는 고민에 빠져있었다. 그 아이의 엄마가 숙제를 보고는 미국 대통령 이야기를 해 주었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도 어릴 때 피부색이 남과 달라 놀림도 받았지만 훌륭한 대통령이 되었으니 너도 걱정하지 말라는 격려를 받고 ‘나는 (오바마)처럼 훌륭한 (대통령)이 되고 싶다’라고 숙제를 마친다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내용으로 가득한 ‘빨간자전거’라는 애니메이션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남들이 철없어 보인다고 할지라도 나는 어른 동화인 ’빨간자전거‘ 를 계속 사랑할 것이다.
- 2017-06-1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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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풍 온 선생님
- 한 해 후배인 명희는 눈은 샛별같이 빛났고 코가 오똑한 예쁜 소녀였다. 그러나 그 애는 골수염으로 다리를 절었다. 노래를 끝낸 그 애에게 선생님들과 우리들은 가엾어서, 동정심으로 ‘잘했다’고 칭찬해주며 손바닥이 따갑도록 박수를 쳐주었다. 그러자 그 애는 눈치 없게도 정말 자기가 잘해서 칭찬해주는 줄 알고 거푸거푸 자기만 계속 노래를 부른다고 하여 그 애를 보기가 참으로 딱했고 선생님들 뵙기도 민망했다. 그날, 명희가 소풍을 따라올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조용민 선생님 덕이었다. 가장 어린 나이에 속하면서도 병마와 싸우느라고 가엾을 정도로 몸이 말라 있었던 명희는 힘이 들어서 쉬엄쉬엄 걸어야 했기에 소풍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애를 안쓰럽게 생각하신 조 선생님이 야학교에서 칠보산까지 왕복길을 기꺼이 업어주셨던 것이다. 시간을 보시려면 늘 바지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 보시던 조 선생님이었다. 당신 자신도 너무 마르신 몸이어서 조선생님은 시계가 너무 무거웠던 것이다. 등과 배가 거의 맞붙어버린 것처럼 보였던 선생님은 수업 중에도 허리 아래로 흘러내리는 바지춤을 연신 추켜올리는 습관이 있었다. 그런 선생님이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음악을 사랑했다. 듣는 것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르는 것 또한 즐긴다. 나는 남들에게 지목을 못 받으면 굉장히 서운했지만 막상 지목을 받으면 부끄러워했다. 그러기에 노래 부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굉장한 갈등을 느껴야했다. 노래를 기차게 잘 불러서 여러 사람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싶은 욕심에 안달이 났지만, 막상 노래를 부를라치면 소심하고 자신감이 없는 목소리는 모기가 사촌이다 하고 따라올 지경이었다. ‘아이 속상해. 그동안 ’흠흠‘ 열심히 가다듬었던 목청은 다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필자가 모기소리를 낼 때마다 필자의 아버지와 황 선생님은 안타깝게 외치셨다. “크게! 더 크게~~” 그렇지만 용기를 내어 노래를 부르면 필자도 남들 못지않게 해서 한 번은 ‘오빠생각’을 불러 ‘1등 상’을 탄 적도 있다. 별명이 ‘미친 카루소’인 김용곤 선생님은 별명에 걸맞게 가곡이나 오페라 아리아를 산이 떠나가라고 열정적으로 잘 부르셔서 우리를 홀리게 만들곤 하셨다. 호리호리한 몸 어디에서 그렇게 우렁찬 목소리가 나오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선생님은 전공을 잘못 선택하신 것 같았다. 김 선생님은 당시에 유행하던 ‘림보춤’도 능수능란하게 추셨다. 양쪽에서 줄을 잡고 있으면 그 밑으로 ‘림보 림보 림보야’ 하는 림보 노래 장단에 맞춰서 허리를 뒤로 젖히고 그 줄을 통과하는 것인데, 높이를 점점 낮춰 나중에는 머리가 거의 땅에 닿을 정도가 된다. 그런데도 마치 뼈가 없는 연체동물같이 유연하고도 날렵하게 그 밑을 통과하시곤 했다.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못할 정도의 신기(神技)였다.
- 2017-05-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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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만한 몸매의 모델을 꿈꿔본다
- 싫증을 잘 내는 사람들이 유행을 만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참 변화무쌍하다. 요사이 스키니와 통바지가 다시 유행이다. 필자가 대학 1, 2학년 때 꽉 끼는 바지와 통바지가 유행했었다. 외출할 때면 가끔 듣는 소리가 있었다. 스키니를 입으면 “그 바지는 입고 꿰맸니?”라는 말을 들었고, 통바지를 입으면 “동네 다 쓸고 다니겠다”라는 말을 들었다. 일정한 주기로 유행은 되풀이된다. 이에 따라 화장법도 진화해가고 있다. 미의 관점이 바뀌는 것이다. 겉에 걸치는 옷뿐만 아니라 몸매의 기준도 바뀌었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통통하고 배가 나온 사람은 사장 또는 부유한 사람의 표본이었다. 욕심 많은 사람이나 지배 계층을 의미하기도 했다. 반면 마른 사람들은 가난하거나 핍박받는 사람들로 무능하게 표현됐다. 그러나 요음은 뚱뚱한 사람은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처럼 보이고, 마른 사람은 체육관에 나갈 정도로 여유가 있어서 체중관리를 잘하는 부유한 사람으로 비쳐진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을 보면 옷을 걸치지 않은 나체가 많다. 황금비율에 의해서 인체의 아름다움을 조형미 있게 표현하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국립 러시아박물관에서 본 조각들은 마치 살아 움직일 것처럼 꿈틀거렸다. 근육이 볼륨감 있게 표현되어 곧 긴 숨을 토해낼 것만 같았다. 신들이 나체인 까닭은 신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담과 이브도 에덴동산에서는 나체였으나 죄를 지은 후부터 옷을 입기 시작했다. 조각이나 서양화에서 보이는 여인들의 몸은 풍만하고 오동통하다. 마른 몸보다는 풍만한 여자가 더 육감적이다. 클레오파트라나 양귀비가 말랐을까? 그랬다면 역사책이 다르게 쓰였을 것이다. 처녀의 아름다움이 당찬 날렵함과 날씬함이라면 중년의 아름다움은 풍만하고 원숙한 건강미에 있다. 여자를 바라보는 미의 기준은 젊을 때와 중년 이후가 달라져야 한다. 건강을 해칠 정도의 비만도 깡마름도 아닌 건강미가 최고다. 그런데도 깡마른 연예인들을 보며 자신의 몸이 뚱뚱하다고 착각하거나 남의 시선 때문에 소중한 자신의 몸을 해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필자도 새해를 맞으며 세운 계획에 체중 5킬로 감량이 들어 있었다. 남의 시선을 의식했다기보다는 자존감 회복과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었다. 먹은 것 이상으로 움직이면 체중이 빠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체중계는 1~2킬로를 왔다 갔다 할 뿐 도무지 내려가질 않았다. 빠지지 않는 체중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칼로리를 계산하며 음식을 선택하고 아침마다 걸어도 변화가 없다. 나이가 들면 체중이 안 빠진다는 말이 실감 난다. 운동이야 계속하겠지만, 마음은 다르게 갖기로 한다. ‘중년이 되면 건강미에 중점을 두고 당당하게 풍만함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 언젠가 서양화 모델처럼 오동통하고 풍만한 몸매가 미인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다시 올지도 모른다. 누가 아는가? 필자가 혹시 풍만함과 원숙함으로 아름답게 나이 든 할머니 모델이라도 될지.
- 2017-05-3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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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 부르시는 선생님
- 점심을 먹은 후에는 모두 빙 둘러앉아서 수건돌리기 놀이와 ‘어, 조, 목 놀이’도 했다. 어, 조, 목 놀이는 리더가 종이방망이를 들고 다니다가 한 사람을 지목한 후 어, 조, 목을 몇 번 되뇌다가 ‘어’ 하면 제한된 시간 안에 재빨리 물고기 이름을 대야 하며 ‘조’ 하면 새 이름을, ‘목’ 하면 나무 이름을 대야 한다. 3초 안에 이름을 말하지 않으면 종이방망이로 한 대씩 얻어맞았는데 엉겁결에 ‘조’ 하면 “새!” 하거나 '목’ 하면 “나무!”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어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곤 했다. 당황한 가운데 터져 나오는 틀린 대답이 하도 우렁차서 우스웠던 것이다. 찹쌀떡먹기 놀이를 할 때는 출발 신호와 함께 일제히 뛰어가 뒷짐을 진 후 쟁반 위 밀가루 속에 감춰진 찹쌀떡을 입으로 찾아서 하나씩 물고 오느라 얼굴이 온통 밀가루 범벅이 되어서 우스꽝스런 모습들이 됐다. 그래도 좋다고 입을 있는 대로 벌리고 웃으며 서로의 옷에 묻은 밀가루를 털어주곤 했다. 보는 사람이 안타까워했던 것은 과자따먹기 놀이였다. 뒷짐을 지고 입으로 과자를 따먹는 놀이였는데 따먹을 만하면 줄을 올리고 입이 과자에 닿을 만하면 줄을 올려 모두의 애를 태웠던 것이다. '선생님 앞에서 어떻게 입을 벌려….' 필자 성격으로는 찹쌀떡먹기나 과자따먹기는 절대로 못할 놀이였다. 선생님들은 자꾸 “너도 해봐” 하시는데 필자는 “싫어요, 저는 못해요” 하며 구경만 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하라면 하는 거지 ‘못해요’가 가당키나 했던 일인가. 그러나 야학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싫어하는 일을 강제로 시키지 않았다. 체육에는 소질도 취미도 없는 필자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나 다행스런 일이었다. 그런 필자가 좋아하는 놀이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보물찾기였다. 사각으로 접힌 조그마한 종이쪽지는 소나무 가지 틈 사이에 꽂혀 있기도 했고 나무껍질 속 또는 바위틈에 숨겨져 있기도 했다. 그 속에 적혀 있는 상품 이름이 무엇인가는 둘째 문제였다. 풀숲이나 바위틈에 뱀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보물찾기는 너무 재미있었다. 종이쪽지를 찾아다니는 내내 기대감으로 가슴이 ‘쿵광쿵광’ 뛰었고 긴장감으로 숨이 막혀올 정도로 스릴이 있었다. 필자가 제일 싫어하는 놀이는 달리기였는데 선생님들은 1등을 한 사람에게는 으뜸상, 그다음은 버금상, 그다음은 더 잘함상, 심지어 꼴등한 사람에게까지 애씀상을 주셨다. 모든 아이들에게 빠짐없이 상을 주시면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주신 것이다. 그래서 소풍을 갔다 온 뒤 얼마 동안은 노트를 따로 살 필요가 없었다. 노래부르기 대회를 할 때면 모두들 신이 났다. 특히 선생님들은 다들 노래를 잘 부르셔서 전문 성악가들이 울고 갈 지경이었다. 레퍼토리가 ‘돌아오라 소렌토로’, ‘산타 루치아’, ‘보리수’ 등 이탈리아나 독일 가곡 등이었는데, 한 단계 더 높은 유명 오페라의 아리아, 베르디의 ‘여자의 마음’, 푸치니의 ‘별은 빛나건만’ 등을 폭포수같이 쏟아내시기도 했다. 팝송과 가요는 처음 얼마간은 굉장히 당기지만 어느 새에 싫증이 나곤 했는데 가곡이나 정통 클래식은 언제 들어도 가슴에 와 닿았다. 우리들에게 늘 가곡을 부르도록 지도해주시고 정통 클래식을 감상하는 요령을 가르쳐주시던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발성법이 두성법이 아니고 목에서 나는 소리이면 유행가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이라며 지적을 해주시곤 했다. 한참 감수성이 예민하고 기억력이 왕성한 10대에 보고 들은 것들은 평생에 걸쳐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이후 클래식 음악은 책과 영화와 함께 필자의 가장 좋은 친구가 돼주었다. ‘어쩜 저렇게 잘 부르실까.’ 특히 필자가 좋아하는 B선생님이 노래를 부르실 때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쳐다보곤 했다. 선생님의 작은 동작 하나하나도 결코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필자 눈에는 다른 사람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선생님만 보였다. 노래를 부를 때 그 선생님을 보면 더 멋있어 보였고 그야말로 꿈속의 왕자님이 따로 없었다.
- 2017-05-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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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멈추고, 분위기가 흐르는 캠핑 바비큐 맛집
- 초여름, 캠핑하기 알맞은 시기다. 캠핑의 꽃은 단연 바비큐! 같은 고기라도 야외에서 불을 피워 구운 고기는 더 맛있게 느껴진다. 찌르르르 산벌레 울음소리, 타닥타닥 피어오르는 모닥불, 살랑살랑 불어오는 은은한 바람이 천연조미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캠핑의 낭만을 경험할 수 있는 곳, ‘모노캠프’를 찾아갔다. 자연이 빠지면 진짜 캠핑이 아니다 경기도 용인에 자리 잡은 모노캠프는 인근에 고기리유원지와 고기리계곡, 광교산 등이 있어 자연과 벗 삼아 캠핑 바비큐를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주변 경관도 볼거리이지만, 모노캠프 안으로 들어서면 또 다른 풍경을 만나게 된다. ‘개굴개굴’ 개구리 울음소리가 맞이하는 연못과 가지런히 쌓여 있는 참나무 장작, 캠핑 천막을 두른 야외 테이블까지, 마치 숲속의 아지트를 발견한 듯하다. 저녁 시간에 가면 야외 정원에 모닥불이 빨갛게 피어오르고 연못 분수에 조명이 들어와 별빛처럼 반짝인다. 일반적인 식당은 실내 테이블에서 고기를 먹고, 야외로 나와 커피나 차를 마시는 게 대부분인데, 이곳은 그 반대라 생각하면 된다. 고기는 야외 테이블에서, 디저트는 실내에서 즐길 수 있다. 가만히 귀 기울여 보아요 한때 캠핑 스타일의 바비큐를 모방한 맛집들이 유행했다. “캠핑 도구로 꾸민 실내에서 간이의자 몇 개 놓고 고기 구워 먹는다고 해서 캠핑 분위기가 나는 것은 아니다.” 모노캠프 주인장의 이야기다. 가게를 운영하기 이전에도, 또 현재까지(아마 앞으로도 계속) 캠핑을 사랑하는 주인장은 자신이 느끼는 캠핑의 매력을 공유하기 위해 공을 쏟았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리’다. 바람소리, 물소리, 음악소리 이 세 가지는 꼭 넣고 싶었다고 한다. 본래 이곳은 라이브카페였는데, 정원을 개조하며 연못 분수를 만들었다. 그렇게 바람소리와 어우러진 물소리를 낼 수 있었고, 연못 안 개구리 울음소리도 덤으로 얻었다. 또 가요 대신 잔잔한 재즈와 팝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했다. 식사 중 음악이 거슬리지 않게 ‘리스닝(listening, 듣는 것)’이 아닌 ‘히어링(hearing, 들리는 것)’을 의도한 것이라고. 분위기를 사는 힐링 맛집 강릉에서 올라와 2주에 한 번꼴로 모노캠프를 찾는다는 단골은 “이곳은 고기가 아닌 분위기를 사는 맛집이다. 번거롭게 캠핑을 떠나지 않고도 캠핑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게 매력이다”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고기와 야채, 소시지, 새우 등을 함께 구워 먹을 수 있는 세트 메뉴(캠핑 훈연 바비큐 세트 4인 6만9000원, 와규 프리미엄 꽃등심 세트 4인 9만9000원)를 주문한다. 구이용 메뉴 못지않게 손님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은 바로 ‘라면(2000원)’. 캠핑을 가본 사람이라면 야외에서 끓여 먹는 라면 맛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라면은 끓여서 내지 않고 봉지라면과 달걀, 양은냄비,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준다. 직접 끓여 먹으라는 것인데, 분위기 덕분인지 수고스럽기보다는 흥미롭게 느껴진다. 캠핑에서 빠질 수 없는 것 또 하나, 시원한 맥주가 아닐까? 이곳에서는 얼음이 든 양동이에 소주, 맥주, 음료 등을 한꺼번에 담아와 먹을 수 있다. 이 또한 독특한 풍경이다. 야외에서의 시간이 아쉽게 느껴진다면, 실내로 자리를 옮겨보자. 다양한 카페 메뉴는 물론, 주류와 안주까지 마련돼 있어 1차를 마치고 가장 빠르게 2차를 즐길 수 있다.
- 2017-05-25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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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조어 얼마나 알고 있나요?
-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던 신조어를 이제는 일상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글 파괴, 문법 파괴라는 지적도 받지만, 시대상을 반영하고 문화를 나타내는 표현도 제법 있다. 이제 신조어 이해는 젊은 세대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 필요해 보인다. 아래 신조어 중 몇 개나 알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 ㅇㅈ - 시조새 파킹 - 와우내 - 버카충 - 관종 - 더럽 - 말잇못 - #G - 어이가 아리마셍 - -각 ㅇㅈ: ‘인정’의 초성으로 ‘인정하는가’의 뜻 A 따끈한 밥에 버터랑 간장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한 그릇 뚝딱. ㅇㅈ? B 어 ㅇㅈ. 말해 뭐해. 시조새 파킹: 시조새가 날아다니던 시절만큼 오래전의 이야기 A 너 그때 나한테 소개해준 남자 친구랑 잘 지내고 있어? B 빗살무늬토기 빗는 소리 하고 있네. 시조새 파킹하러 왔냐? 헤어진 지가 언젠데. 와우내: 감탄사 WOW(와우)에서 파생된 말로 놀라운 감정을 표현할 때 사용 A 나 이번 시험에서 만점 받았어! B 최고다~ 와우내~ 버카충: ‘버스 카드 충전’의 줄임말 A 엄마~ 버카충하게 만원만 주세요. B 벌써? 너는 하루에 버스를 몇 번 타는 거니? 관종: 타인의 관심을 즐기고 관심에 목매는 사람 ‘관심종자’의 줄임말 A 쟤는 왜 항상 눈에 띄게 행동하는 거야? B 어쩔 수 없는 관종이라 그래. 더럽: ‘The Love’을 소리 나는 대로 쓴 말 A 오늘 부장님이 고기 쏘신대! B 아 부장님… 더럽…♥ 말잇못: ‘말을 잇지 못하다’의 줄임말로 놀랍고 감탄스러운 상황이나 당혹스러운 경우에 사용 A 와~ 이 스테이크 좀 먹어봐. 말잇못. B 진짜 맛있어서 말이 안 나온다. #G: 샵쥐를 빠르게 반복하면 샵쥐… 샵지… 샤압지… 시아브지… 시아버지!! A 며늘아, 메모지에 #G 바보라고 써져 있던데 #G가 뭐니? B 하하~ 아버님… (말잇못) 어이가 아리마셍: 아리마셍(ありません)은 일본어로 ‘없다’라는 뜻이다. 즉 어이가 없다는 뜻 A 너 나 좋아해서 자꾸 따라다니는 거지? B 내가 너를 왜 좋아해? 어이가 아리마셍. 우리 집이 이쪽이라 가는 길이야. -각: ‘~할 상황이다’라는 뜻으로 예상되거나 곧 실현될 상황을 의미함 A 비 오는 날엔? B 파전에 막걸리 각!
- 2017-05-2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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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골목 맛집 이야기
- 한낮, 때로 집에서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집 근처로 잠깐 나가 점심 한 끼 맛나게 먹고 들어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결국 오전 내내 집안일을 마치고 아침에 가족들이 남긴 음식들을 냉장고에서 무심히 식탁에 꺼낸다. 집에서 대충 때우는 점심이 급기야는 맥빠진다. 그렇다고 배달음식은 내키지 않는다. 아줌마도 가끔 우아하게 점심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혼자만의 식사라도 여유롭고 풍성한 기분이 드는 밥상이었으면 할 때가 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편한 운동화를 신고 집 근처로 슬슬 걸어 나가 음식점 창가에 앉아 한낮의 햇살을 바라보며 주문한 음식을 조용히 혼자 먹는 상상을 해본다. 약속이 없어도 누군가가 차려주는 점심상 앞에 앉아 있고 싶다. 물론 가정식 백반과 같은 메뉴는 원하지 않는다. 지난해 그런 곳을 발견했다. 필자가 사는 지역 중심가의 번쩍거리는 빌딩 거리가 아닌 한 블록쯤 들어간 뒷골목의 도로변에 작은 이탈리아 음식점이 어느 날 눈에 들어왔다. 실내가 넓거나 고급스럽지는 않았다. 알고 보니 주방과 홀을 씩씩하게 오가는 젊은 청춘들이 이 음식점의 셰프들이었다. 요리를 공부한 가까운 친구들 넷이 의기투합해 이 음식점을 오픈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엇보다도 파스타의 값이 고급 레스토랑의 절반 가격인 데다 맛도 꽤 좋았다(평일 점심에는 가격이 더 저렴하다). 그래서 파스타나 피자가 생각날 때면 가까운 친구나 이웃들과 편한 마음으로 몇 번 가봤다. 며칠 전에도 그곳에서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지인을 만났다. 점심 무렵이라서 몇몇 팀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몇 달 만에 만난 그분과 회포를 풀면서 바라보는 창밖 거리는 어느덧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고 있었다. 반팔 차림의 젊은이들이 오가는 활기찬 풍경을 우리는 가만히 앉아 바라보았다. 함께 세월을 보내며 지금껏 이어져온 이웃이 있어서 이럴 때 좋다. 식전 빵과 커피 서비스도 이어진다. 일명 혼밥이 유행하는 요즘 동네 골목에서 친구나 이웃을 만나 유쾌한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것도 활력소가 된다. 그 자그마한 공간에서 몇 시간 편안히 즐거울 수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우선 맛집의 첫째 조건으로 손색없이 맛있었고, 부담 없이 들를 수 있어도 될 만큼 저렴한 가격대가 마음에 든다. 동네라서 편안했던 그 집이 가까운 데 있어서 다행이었고. 물론 그래서 조용히 혼밥도 가능할 만큼 거리낌이 없어서 또한 좋다. 몇 달 만에 찾아갔던 날도 문 열고 들어가 자리에 앉으니 셰프복을 입고 서빙하는 젊은 청춘이 메뉴판을 들고 다가온다. "너무 오랜만에 와서 오면서 혹시 이 집이 없어졌을까봐 걱정했어요." 했더니 "하하하, 네. 잘 버티고 있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다. 그 목소리가 우렁차고 건강해서 기분이 좋다. 젊은 청춘들의 앞날에 늘 행운이 함께하기를. 그리고 누구라도 가끔씩 찾아와 가볍게 한낮의 식사를 만끽할 수 있도록 이 집이 쭈~욱 번창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2017-05-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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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방과 함께 떠오른 음식 관련 신조어
- 요즘 TV를 켜면 , , 등 식욕을 자극하는 먹는 방송, 줄여서 ‘먹방’ 프로그램들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먹방이 주요 콘텐츠로 자리를 굳히면서 함께 생겨난 음식 관련 신조어를 모아봤다. 찍먹부먹 탕수육이 소스와 따로 배달되면서 소스를 찍어 먹는 ‘찍먹’과 부어 먹는 ‘부먹’의 대립(?)이 시작됐다. 소스가 스며들어 촉촉하고 새콤달콤하게 풍부해진 맛을 선호하는 부먹파와 튀김의 바삭한 식감과 적당한 양의 소스를 추구하는 찍먹파가 순간 충돌하는 것이다. 소스가 탕수육과 따로 배달된 순간 그 누구도 ‘찍먹 vs 부먹’의 논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당신은 찍먹을 선택할 것인가? 부먹을 선택할 것인가? A 나 찍먹하게 소스는 따로 줘. B 탕수육한테 안 미안해? 찍먹이 뭐니? 탕수육은 부먹이 진리지! 단짠단짠 단어에서 단맛과 짠맛이 느껴지듯이 ‘단짠단짠’은 단 음식을 먹은 후 짠 음식을 먹고 이를 반복하면 끊임없이 먹을 수 있다는 뜻으로 중독성이 있는 달고 짠맛을 의미한다. 단짠단짠이 유행하면서 맥도날드는 솔티드카라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내놓았고 기타 식음료 업계에서도 이를 겨냥한 식품들을 출시했다. A 아 우울하다…. B 우울한데 단짠단짠 고? 아아/따아 처음 들었을 때 무슨 뜻인지 짐작하기도 힘든 이 단어는 첫 음절만을 따서 만든 신조어다. 자칫 감탄사로 들릴 수도 있지만 ‘아아’와 ‘따아’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따뜻한 아메리카노의 줄임말이다. 딱히 단어에 내포되어 있는 뜻은 없지만 여럿이 주문할 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A 커피 뭐 마실래? 아아? B 이 시렵다. 오늘은 따아. 혜자롭다/창렬하다 배우 김혜자를 모델로 내세워 만들었던 편의점 도시락이 가격 대비 상품의 질과 양이 상당히 높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어떤 음식이 가격보다 실속 있을 때 ‘혜자롭다’, ‘혜자스럽다’라는 말로 소비자의 만족스러움을 표현하게 됐다. 한편 가수 김창렬을 모델로 내세워 판매한 인스턴트 음식은 가격에 비해 다소 양과 질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으며 네티즌들이 ‘창렬하다’, ‘창렬푸드’, ‘창렬스럽다’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A 김밥 속에 꽉 찬 참치 좀 봐. 진짜 혜자롭다. B 내 김밥은 왜 이렇게 창렬하지? 너한테 참치 다 넣어주셨나보다. 얼리어먹터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남들보다 먼저 신제품을 사서 써보는 사람)와 ‘먹는다’는 의미를 섞은 단어로 새로 나온 음식을 먼저 접하는 부류의 사람을 뜻한다. 예를 들어 벚꽃 시즌에 맞춰 새로 나온 맥주 ‘호가든 체리’, 2017년 한정판으로 나온 라면 ‘핵 불닭볶음면’, 신제품 과자 ‘꼬북집’ 등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아직 생소한 음식을 먼저 찾아서 먹어봤다면 얼리어먹터라 할 수 있다. A 너 이번에 새로 나온 호가든 체리 마셔봤어? B 당연하지~ 내가 누구야~ 얼리어먹터잖아~
- 2017-05-0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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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가 과신하면 안 되는 약재 5가지
- 인간은 누구나 노화라는 신체의 변화를 겪는다. 어떤 노화는 아주 천천히 조금씩 나타나고, 어떤 변화는 갱년기라는 이름으로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하게 다가온다. 이런 변화 속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지는 몸이다. 땀이 많던 10년 전, 열이 많던 20년 전 몸이 아니다. 먹는 음식도 마찬가지다. 젊었을 때의 기준으로 음식이나 약재를 고르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몸을 살린다는 것이 되레 망치는 원인이 된다고 한의사들은 경고한다. 시니어들이 조심해야 할 음식과 약재를 알아보았다. 도움말 강남동약한의원 이기훈(李起熏) 원장 율무 율무는 외떡잎식물 벼목 화본과의 한해살이풀이다. 민간에서는 밥으로 해먹을 정도로 흔하게 먹는 식품이고, 말린 율무를 분말로 만들어 차로 애용하기도 한다. 또한 오랫동안 먹으면 소화기능을 돕는다고도 알려져 있다. 한의학에서는 씨껍질을 제거한 율무의 씨를 의이인(薏苡仁)이라고 하는데, 주로 몸속의 나쁜 수분을 빼는 데 사용한다. 그러나 율무는 찬 성질로 인해 배가 찬 사람은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도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일부 사람들은 율무가 머리카락을 나게 하는 발모 효과가 있다고 알고 있지만, 율무는 몸속 수분을 빼내는 식품으로 장복하면 오히려 탈모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율무 역시 임신부가 복용하면 태아에게 위해를 끼치는 식품 중 하나다 결명자(決明子) 콩과 식물인 결명초의 여문 씨를 말린 것이 결명자다. 차로 우려 마시는 것이 대중화돼서, 티백(tea-bag)이나 음료수 형태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결명의 종자인 결명자는 눈을 맑게 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결명(決明)이라는 단어에도 눈을 밝게 해준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한의학에서도 안과 질환에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성질이 차기 때문에 설사를 자주 하거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 저혈압 환자인 경우는 복용을 금해야 한다. 특히 몸이 찬 시니어가 장복을 하게 되면, 설사를 하거나 체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질 수 있으므로 장기간의 복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이 열이 많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갱년기를 겪으면서 몸이 차가운 체질로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시니어들은 몸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해봐야 한다. 팥 콩과에 속하는 팥은 팥죽, 팥시루떡, 팥빙수 등으로 만들어져 사람들 입을 즐겁게 하는 식품이다. 최근에는 팥을 달인 물을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소개해 파는 경우도 많다. 이 다이어트법은 한 여배우가 붓기를 빼주고 포만감을 준다고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한의학에서는 팥을 적소두(赤小豆)라고 칭하는데, 몸속 잉여 수분을 빼내주는 효능이 있어서 부종이 있는 경우나 종기가 생겼을 때 약재로 활용한다. 그러나 체력이 약하고 설사를 많이 하는 사람은 팥의 복용을 주의하는 것이 좋다. 또한 오랜 기간 팥을 복용하면 정상적인 체액까지 빠져나가 몸이 검어지고 마를 수 있기 때문에, 체력을 증진해야 할 시니어들이 팥을 장기간 섭취하는 것은 해롭다. 우슬(牛膝) 비름과 쇠무릎의 뿌리인 우슬은 소의 무릎과 유사하게 생겼다고 해서 ‘쇠무릎’이라고 불린다. 모양만 소의 무릎과 비슷한 게 아니라 실제로 무릎 통증이 있는 경우 우슬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부인과의 어혈증, 즉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가 정체되는 증상에 자주 사용하는 약재다. 그러나 현재 출혈 증상이 있는 사람이 복용할 경우 더 악화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특히 큰 수술을 앞둔 시니어들은 아예 금하는 것이 좋다. 동맥경화 등의 질환과 관련한 약을 먹고 있는 사람은 담당 의사와 상의한 후 복용해야 한다. 임신부들은 우슬을 절대로 섭취하면 안 된다. 한의학에서 우슬과 같은 어혈에 효과가 있는 약재가 태아에게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생리량이 많은 젊은 여성이 복용할 경우에도 과도한 생리량 증가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오가피(五加皮) 두릅나무과의 오갈피나무의 껍질이 오가피다.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든 자주 볼 수 있는 오가피는 지난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한 업체가 축구 국가대표팀에게 전달하면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본 약재. 이후 오가피는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몸값도 상승했다. 오가피는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시니어들이 특별히 선호하는 약재 중 하나다. 실제로 몇 년 전까지 집집마다 오가피를 복용할 정도로 유행을 탄 적도 있다. 그러나 따뜻한 성질의 오가피가 몸의 수분을 빼내고 열이 오르는 증상을 일으킨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마른 체형 또는 체액 부족으로 인해 피부가 건조한 시니어는 오가피가 그리 도움이 되는 약재가 아닐 수 있다.
- 2017-04-27 1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