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높이 구두를 얼마 전부터 즐겨 신는다. 키가 크지 않은 편이어서 키가 좀 더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으나 그런 이유는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줄어드는 키 때문에 입던 바지 하단이 지면에 끌려 더 노인티가 나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다. 늙어가면 키가 작게는 1~2cm, 크게는 3~4cm 정도 준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현재 1cm 정도 준 듯하다. 건강검진을 할 때 잰 키 높이가 그랬지만, 일상에서 그 현상을 쉽사리 발견할 수 있다. 이전에 입던 바지를 입어보면 확실히 나타난다. 종전에는 구두를 바지가 완전히 덮지 않았는데 지금은 바지 하단이 구두를 덮고 지면에 끌릴 정도다. 평소에는 그 생각을 하지 않았으나 내 강의를 들으며 나의 패션을 살펴본 한 수강생이 바지 하단 길이에 대해 조언을 해준 데서부터 관심을 가졌다. 바지를 좀 더 짧게 하고 바지통도 좁은 것을 입으면 한결 단정하고 젊어 보이게 된다는 의견이었고 관련 자료를 뒷날 보내주기도 했다. 사실이지 최근엔 젊은이들이 입는 바지는 짧고 통이 좁아졌다. 바지 끝부분이 구두 상단에 머물고 양말이 드러나 보일 정도로 짧아 단정하고 깔끔해 보인다.
이러한 옷의 유행 속에서 다른 패션, 즉 하단이 길고 통이 넓은 바지를 입은 세대들을 보면 더 늙어 보이고 기력이 없어 보임은 나만의 생각일까? 강단에 자주 서는 나는 그 수강생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새로 사게 되는 양복이나 일상의 옷도 통이 좁고 길이도 짧은 종류를 선호한다. 강의할 때는 양복을 주로 입으나 새로운 양복을 사기는 돈이 많이 들어 가능한 가지고 있는 옷을 이용해서 바지 하단이 길다. 나이가 들어 줄어든 키로 바지 끝은 더 아래로 내려가기 마련이다. 바지통이 넓은 것은 예외로 하더라도 바지 하단이 지면에 끌릴 정도여서 노인티가 물씬 난다. 키높이 구두를 신게 된 연유다. 일반 구두보다 2cm 정도 굽이 높아서 신게 되면 키가 커 보이면서 한결 단정해 보였다. 요즘은 강의나 단상에 설 일이 있을 땐 키높이 구두를 신는다. 남이 보아주는 시선이 중요하지는 않지만, 이런 일을 통하여 내 마음이 젊어지고 활력을 찾게 되니 바람직한 삶의 한 단면이다. 구두 굽이 높아 걷기에 불편할 것 같았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
생각을 달리해보면 일상을 즐겁고 활기차게 보낼 수 있는 대안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나이가 드는 현상은 어찌할 도리가 없으나 마음마저 늙어간다면 노인(老人)이 될 수밖에 없을 터이다. 사무엘 울만이 그의 시 “청춘”에서 ‘(중략)비탄의 얼음에 갇혀질 때 20세라도 인간은 늙는다.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80세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고 읊었다. 늘 젊게 살려는 마음과 행동은 인생 2막을 무한한 활력과 희망으로 채워지지 않을까? “이 나이에 무슨~”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보면 브라보 마이라이프를 외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