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 도시락을 먹는다고 하면 의아할 것이다. 도시락은 편리하고 손쉽게 먹을 수 있지만, 그만큼 맛과 영양은 부실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저 가볍게 한 끼 때우기 식사가 아닌 내 건강상태까지 고려한 맞춤 도시락이라면 어떨까? 물론 가장 중요한 ‘맛’을 빼놓을 수는 없다. 프리미엄 도시락 전문점 ‘바빈더박스’에서 찾은 맛과 건강, 그리고 K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계기로 본지 제작에 참여한 김홍관 시니어 인턴기자가 직접 체험하며 맛본 도시락 후기까지 담아봤다.
‘대한민국 액티브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조사’에 따르면 소득수준을 불문하고 5060세대의 고민 1위는 ‘건강’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운동이나 음식을 통해 건강을 챙기려는 이는 많지만, 꾸준히 관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고혈압, 당뇨가 있거나 다이어트를 결심하면 매일 식탁에서 마주하는 음식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건강을 위해서라지만 번거로운 일이라 관리에 소홀해져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다. 바빈더박스의 장대근 대표는 이러한 식단 관리의 불편함은 줄이고 맛과 건강을 더할 방법으로 ‘도시락’을 제안한다.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리면서 맛과 영양까지 담아내기 위해 ‘건강한 조리법’과 ‘엄선된 식재료’를 원칙으로 삼았다.
세계 3대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를 졸업한 후 해외 유명 레스토랑에서 미슐랭 셰프들에게 요리를 사사한 장 대표는 음식이 우리 몸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길로 운동학을 배우며 헬스 트레이너와 크로스핏(고강도 복합운동) 자격증을 따는 등 음식과 운동 두 분야를 고루 섭렵했다. 그 덕분에 이곳에서는 개인의 입맛과 건강을 고려한 맞춤형 도시락 상담이 가능하다. 도시락은 원하는 기간, 시간, 횟수 등을 정해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어 꾸준한 식단 관리에 유용하다. 장 대표는 “중·장년의 경우 커다란 근육을 키우는 것보다는 일상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능적인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필수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으면서도 자극적인 맛은 줄인 도시락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패스트푸드처럼 여기는 도시락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수비드(sous-vide, 저온 진공조리) 공법으로 재료의 식감과 영양을 살렸다. 인스턴트 도시락에는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튀김 메뉴가 주로 쓰이지만, 바빈더박스 도시락에는 튀긴 음식은 찾아볼 수 없다. 재료의 수분과 영양소 파괴를 줄일 수 있는 수비드 공법으로 조리하면 손은 더 많이 가지만 시간이 지나 도시락을 먹어도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다. 화학조미료로 맛을 내지 않고, 유기농 채소 등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한다. ‘도시락이라는 작은 공간에 자연을 가득 담아 정성을 선물하겠다’는 게 그들의 모토(motto)다.
새해를 맞아 건강 식단 관리를 염두에 두고 있을 독자들을 위해 김홍관 시니어 인턴기자가 나섰다. 직접 자신의 상태를 토대로 상담을 받고 그에 맞춘 도시락을 주문했다. 조리해서 바로 먹지 않는 도시락의 특성상 포장 후 5시간 뒤에 맛보았다.
◇ “비타민과 영양은 올리고, 염분과 당분은 낮추고” (61세 남성 시니어, 기자 본인)
이번 탐방은 시니어를 위한 프리미엄 수제 도시락 전문점에서 이루어졌다. 자신의 체형, 건강상태, 입맛 등을 고려한 맞춤형 도시락 주문이 가능해 육식을 줄인 채식 위주의 식단을 요청했다. 상담 결과 단백질과 비타민 성분이 풍부하고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생굴해산물볶음 도시락을 추천받았다. 신선한 생굴과 더불어 주꾸미, 홍합, 야채 등이 어우러진 메뉴다. 시중에 파는 도시락은 물기가 별로 없는 반면, 본 도시락은 재료 본연의 수분을 함유하는 수비드 공법으로 조리해 식감이 부드러웠고 맛도 좋았다. 반찬은 오징어젓갈, 매실절임, 배추김치, 소고기장조림 등이었다. 간이 자극적이지 않고 심심해 먹기 편했다. 밥은 곤드레나물밥이었는데, 볶음밥처럼 수분이 없고 꼬들꼬들했다. 도시락에 담기 전 팬에 볶아내기 때문인데 상담 시 요청하면 부드러운 밥으로 받아볼 수 있다. 도시락 용기가 환경호르몬이 발생되지 않는 무해한 재질이라 시간이 지나 온기가 없는 음식은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어도 된다고 한다. 도시락 용기와 포장 디자인은 우리나라 전통 문양인 문창살을 형상화해 고급스러워 보였다. 기본 메뉴에 국물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이 역시 컨설팅 과정에서 된장국 등을 추가 주문할 수 있다. 가격은 주문 메뉴에 따라 차이가 난다. 기자가 주문한 도시락 가격은 1만2000원.
◇ “굶지 않고 맛있게 즐기는 다이어트 도시락” (60세 여성 시니어, 다이어트 중)
저칼로리, 저지방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도시락을 주문했다. 컨설턴트는 바빈더박스의 메뉴 중 여성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헬스메뉴’를 제안했다. ‘헬스메뉴’는 기름기가 없고 단백질 성분이 풍부한 닭가슴살이 담긴 샐러드다. 비타민과 칼슘이 풍부한 미니 양배추, 그린 빈, 방울토마토, 케일, 아마란스 등 신선한 채소와 말린 과일이 들어 있다. 닭가슴살과 채소는 40~60도에서 저온 수비드 공법으로 조리해 수분기가 많았다. 촉촉한 닭가슴살과 신선한 채소 본연의 맛과 향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샐러드드레싱은 과카몰리와 오리엔탈소스가 제공된다. 과카몰리소스는 아보카도로 만들어 걸쭉하면서 깊은 맛을 낸다. 오리엔탈소스는 간장을 베이스로 해 가볍고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 주문한 도시락 가격은 8000원.
△ 도시락 문의 www.babindbox.co.kr
분당점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 103-9 (031-704-8180)
홍대점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86 (02-336-8180)
축 처진 눈꺼풀은 중년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아울러 미간 주름과 눈가 주름은 나이가 들어 보일 뿐 아니라 인상을 쓰는 것처럼 보여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다. 이러한 주름들은 나이가 들면서 피부 조직의 탄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현상이다. 피부 외에 지방과 근육, 골격 등의 변화도 일어난다. 노화되면서 각 조직의 세포가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노화 과정에서 자글자글해지고 처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표정을 자주 반복해서 생기는 표정 주름도 나타난다. 30년 넘게 이런 주름 때문에 고민이 많은 환자를 치료해왔던 강북삼성병원 성형외과 윤근철 교수에게 주름, 특히 눈 주변 주름 치료법에 대해 들어본다.
글·사진 이학명 객원기자 mrm97@naver.com
수술은 반드시 성형외과 전문의에게 받아야
윤 교수는 “주름 이야기 하기 전에 요즘 성형외과 병원 이야기부터 하자”고 운을 뗐다.
“언론 등에 나와 떠드는 성형외과 의사 중 전문 성형외과 의사가 아닌 경우가 많아요. 정부에서 보증하는 성형외과 전문의 과정을 마친 사람이 성형외과 의사인데 말이죠.”
일반의로 성형외과 시술을 하는 의사가 꽤 있다는 말이다. 윤 교수는 “성형외과 관련, 수년간의 인턴 등 수련기간과 시험을 거친 사람이 시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할 때 실수가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윤근철 교수는 1980년대 초반부터 새로운 성형수술 기법이었던 현미경을 통한 두경부 재건수술, 미세혈관수술을 주로 하며 전문성을 다져왔다. 아산병원 재임 시절에는 양악수술의 기반을 만들었고 압구정 유명 성형외과 원장 시절에는 주름제거수술에 집중하며 많은 환자를 대했다. 강북삼성병원 성형외과로 간 것은 2015년 3월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미용수술을 하든 주름수술을 하든 결과가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전문의가 아닌 사람이 상담실장으로 앉아 매출을 목표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워요.” 간단한 치료를 하더라도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는 게 윤 교수의 생각이다.
눈주름수술에는 크게 상안검수술과 하안검수술이 있다. 두 수술법은 눈 위쪽과 아래쪽의 노화를 한 번에 개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눈주름제거수술이라고도 불리는 상안검 성형술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눈꺼풀이 처질 때 하는 수술이다. 늘어진 피부의 일부를 제거하고, 쌍꺼풀 라인을 정리해 젊고 생생한 눈매를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하안검은 눈 밑 피부를 말한다. 이 부위가 노화로 인해 지방이 불거지거나 처지면서 주름이 생기면 다크서클이 짙어져 피곤해 보이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안검 성형술은 피부뿐만 아니라 근육도 당겨주어 리프팅 효과가 뛰어나고 미세한 절개로 흉터가 거의 없어 자연스럽게 인상을 개선할 수 있다.
눈동자 반 이상 가리면 건강보험 적용된다
안검하수는 눈꺼풀이 처지는 현상인데, 노인성 안검하수는 진성과 가성으로 나뉜다. 진성 안검하수는 근육에 문제가 생겨 눈을 못 뜨는 경우이고 가성 안검하수는 피부가 너무 늘어져서 시야를 가리는 경우다. 윤 교수는 “노인성 안검하수는 대개 눈꺼풀 거상근의 말단 검판 부위 분열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초기에는 안쪽부터 떨어지므로 수술 전 진단을 하고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눈 처짐 현상에 대해 일반인들이 착각하는 내용도 알려준다. “위쪽 눈꺼풀이 처질 경우 위쪽 눈꺼풀이 원인이 아닐 때가 많아요. 이마가 처지면서 눈 처짐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때는 남는 피부를 잘라내야 하는데 어디를 자르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쌍꺼풀 라인을 통해 피부를 잘라내는 방법이 미용상 가장 자연스럽다고 윤 교수는 말한다. “노인들은 눈썹 위에서 잘라내는 방법을 많이 사용해요. 문제는 너무 많이 잘랐을 때 생기는데, 얼마큼 자르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다르게 나옵니다.”
최근에는 흉터가 눈에 띄지 않고 출혈과 부작용의 위험이 적은 내시경 주름제거수술도 활용된다. 두피에 구멍을 뚫고 두피와 두개골 사이로 내시경을 넣어 주름살을 일으키는 근육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당긴 피부는 뼈에 고정시키는데, 이때 엔도타인이라는 보형물을 쓰거나 녹는 나사못을 이용한다. “내시경은 처진 눈썹을 들어 올리는 수술에 효과적이죠. 자연스러운 결과를 위해서 피부는 많이 자르지 않고 근막을 잘 박리시켜 잡아당기는 것이 관건입니다.”
수술에 대해 지레 겁을 먹고 간단한 시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윤 교수는 이렇게 조언한다. “사람 마음이 투자는 조금 하고 결과는 크길 바랍니다. 그러나 자연의 법칙이 그렇지 않잖아요. 오래가지 않는 간단한 시술 방법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성형외과도 있는데 제대로 시술하고 오래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해요”라고 말한다.
눈동자가 반 이상 가려지면 건강보험 적용도 되는데, 환자들이 모르는 경우도 많단다. “으레 보험 적용은 안 되겠거니 생각하고 수술을 받기 때문에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아요. 개인병원에서는 보험 혜택에 대해 말을 안 하는 경우도 많고요.”
보톡스를 자주 맞는 것은 어떨까? 보톡스는 보툴리눔 독소(botulinum toxin)가 주성분인 의약품이며 근육을 마비시켜 주름살 제거 효과를 가져다주는 주사제 브랜드다. 보통 눈가, 미간, 이마 등 주름살을 만드는 안면 표정근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주름살을 개선한다. 주성분이 독소이긴 하지만, 한 번 들어가면 몸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단다. “노폐물처럼 쌓이거나 하진 않거든요. ‘1년에 몇 번 이상 맞으면 안 된다’라는 기준보다 한 번 맞을 때 양을 조절해서 맞는 것이 중요합니다.”
윤 교수는 무엇보다 환자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니까 예전처럼 과감한 수술보다는 ‘돌다리도 두들겨가면서 한다’는 심정으로 수술을 하게 돼요. 어찌 보면 도전정신이 줄어든 거죠(웃음). 그래서 안정적인 수술을 원하는 나이든 환자들은 저처럼 섬세하고 경험 많은 성형외과 의사가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미용수술을 하든 주름
수술을 하든 결과가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전문의가 아닌 사람이 상담실장으로 앉아 매출을 목표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워요. 간단한 치료라도 반드시 전문의에게 상담받아야 합니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 기품 있는 가정을 꾸리는 것은 어떤 예술보다 아름답고 귀한 일이다. 부부가 나누는 대화나 작은 감정표현에서도 우리는 기품을 느낀다. 괴테도 “결혼생활은 모든 문화의 시작이며 정상(頂上)이다. 그것은 난폭한 자를 온화하게 하고, 교양이 높은 사람에게 있어서 그 온정을 증명하는 최상의 기회다”라고 말했다. 이혼은 절대로 용납 못해 졸혼으로 사는 사람도 있고, 이혼했지만 다시 만나 사는 부부도 있다. 부부란 참 신기한 관계인 것이다. 여기 부부의 삶을 기품 있게 잘 이어온, 나이가 들어도 아직 끌어안고 잔다는 이강추(82) 성정수(77) 부부가 있다. 이강추씨는 극구 고사해서 아내 성정수씨만 만났다. 사진 변용도 동년기자
50년이 다 되도록 금실 좋은 부부로 잘 살 수 있었던 비결은?
처음부터 좋은 금실은 아니었고요. 초기에는 힘겨루기도 했지요. 그랬더니 나만 힘든 거예요. 남편은 끄떡도 않는데…. “문제가 뭐지?” 하며 공부를 했고 대화 방법을 알아갔어요. 차츰 서로의 강점과 취약점을 알게 되었죠. 그것도 구체적으로요. 그 점을 늘 염두에 두고 갈등이 있어도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되도록 애썼지요. 주로 내가 먼저요. 그러면 남편도 어느새 스르르 풀렸고.
두 분 성격은 어떻게 다른가요?
남편은 흔히 말하는 모범생으로, 세상의 소금 같은 형이죠. 성실 근면하고 규범과 원칙을 중시해요. 그만큼 책임감은 높지만 새콤달콤 시원한 맛은 없어요. 무덤덤한 편입니다. 반면 나는 열정적이고 상황 적응력과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 뛰어나요. 인간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을 보면 그냥 못 지나가요. 사람들과 나누어야 할 일들이 많아 늘 분주하죠.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을 텐데 싸우지 않나요?
서로의 시간을 존중합니다. 각각 자기 할 일, 즉 컴퓨터, 독서, 글쓰기에 몰두하면서 두세 시간씩 보내기도 합니다. 마주하는 시간에는 교회활동이나 사회문제 등 각자가 보고 들은 것을 서로에게 얘기해주며 소감과 의견을 나눠요. 얘깃거리가 많아 싸울 시간이 별로 없어요.
자식농사 잘된 것, 누구의 공입니까?
우리 부부의 공동 합작입니다. 서로의 좋은 점을 닮았으면 했고, 서로가 완충지대 역할을 했어요.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모습은 남편의 영향이지만, 진로에 어려움이 있을 때 아들이 원하는 길을 과감하게 허용, 해결이 되도록 도운 것은 나의 자녀교육 방식에서 비롯되었다고 봐요. 아들 둘이 남편에게서는 볼 수 없는 재주를 가지고 있어요. 남편은 날 닮았다 하면서 늘 부러워하는 편이죠. 큰아들은 글로, 둘째는 음악으로 표현하는 재주가 있답니다.
50년씩이나 끌어안고 살 수 있는 진짜 힘은 무엇일까요?
남편이 소록도 병원 근무 기회가 주어졌을 때, 천주교 신자로서 교회활동뿐 아니라 남편의 직장 일에도 관심을 갖고 비서로 수렴청정(?)까지 했어요. 문제가 생기면 늘 같이 의논하고 해답을 찾았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만나면 대화를 하다 보니 얘깃거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어요.
가정일은 손실과 실패가 있어도 탓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우리는 ME부부(Marriage Encounter, 부부일치운동) 회원으로서 ‘결정은 부부가 함께’를 실천해왔어요. 매일 밤 부부의 기도를 합니다.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못 살 때나 잘 살 때나, 성할 때나 아플 때나,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의를 지키게 하라.” 성당에서 혼인할 때 한 서약 내용을 읊조리죠. 천주교의 신앙생활이 부부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그래도 남편이 미울 때가 있죠?
순간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때죠. 대개 가치지향적 문제에 견해가 엇갈릴 때예요. 그러나 그런 상황은 잠깐이고, 서로 팽팽히 맞서다가 우리와 직접 관계가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감정이 오래가지는 않아요.
남편이 미울 때는 어떻게 해결하나요?
나도 약점, 잘못한 것 있는데 ‘저 사람만 탓할 수 있나’ 양심에 호소하고, 마음을 내려놓으면 미운 감정이 눈 녹듯 녹습니다(웃음).
배우자에 대한 측은지심은 언제 생기나요?
장례미사에서 떠나는 이를 보거나 내가 건강이 좋지 않을 때죠. 먼저 세상을 뜰 것 같은 생각이 들 때 혼자 남아 있을 남편이 걱정되고, 그 외로움이 헤아려져 측은한 마음이 들어요.
이혼을 생각한 적 있나요?
신혼 때였어요. 남편은 평소에도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지만 자신이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아예 입을 닫아버려요. 내 말이 공격적이면 더 심해져요. 불통이 되는 거죠. 결혼 초에는 이렇게 말이 안 통해서 평생 어떻게 사나? 순간 이혼이란 말이 떠올랐어요. 고심 끝에 인간관계 공부를 시작했어요. 부부관계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어가는 것이더군요. 상담 공부를 하면서 직장, 교도소 등 인성교육 집단지도를 하러 다니게 되었어요. 부부관계의 유지는 사랑뿐 아니라 신뢰와 존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나의 부족한 점을 잘 견뎌주고 헤아려주는 남편을 보면 겸손해지더군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편에게 고마운 점은?
성당에 가는 발걸음이 한결같아요. 매일 새벽미사에 다니고 성당에 일이 생기면 언제라도 달려갑니다. 남편은 노(No)~ 하는 법이 없어요. 우리 부부는 서로 의논이 잘되는 편이에요. “그렇지, 옳지” 하면서 추임새로 긍정적인 응대를 해주고 내 요청을 웬만하면 다 들어줍니다.
시장에 장보러 같이 가고 병원, 약국도 같이 가요. 영화도 자주 보고요.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인데 내가 좋아한다고 함께 봐주다가 이제는 남편이 더 좋아하는 취미가 되었어요.
남편은 나이가 팔순이 넘도록 매일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합니다. 또 어떤 일이 있어도 국이 있는 아침밥을 먹어야 하는 남편의 밥상 차리기가 쉽지는 않아요, 남편은 특히 보건복지부 국장 시절에 발생한 사건 때문에 고통을 겪을 때 큰 힘이 되어주었다며 고마워했어요. 그렇게 고마워하니 저도 고마운 마음입니다.
사별한 김준기(79)씨는 15세 차이 나는 아내와 1995년 재혼했다. 현재 결혼생활 22년, 그러나 이들 부부는 아직 신혼이나 다름없다. 김준기씨는 평생을 농사꾼으로 살아왔다. 힘들고 고단한 농촌계몽운동, 야학, 4-H연구회 등 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아내와의 일상에 대해 묻자 그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가득해진다.
재혼한 부부에게 ‘가족’이라는 단어만큼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말이 또 있을까. 1월의 찬바람 속에서도 지나온 인생을 이야기하는 김준기씨의 얼굴에선 온기가 떠나지 않았다.
“처음엔 많이 망설였어요. 겁도 나고. 남의 시선도 두렵고. 그런데 살아보니 내 신발같이 내 발에 잘 맞는 느낌이에요. 살수록 새록새록 감사하기도 하고요. 이 사람 못 만났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몰라요. 사실 혼자가 되면 기댈 데가 없어요.”
전 부인과 사별한 뒤 3년도 안 돼 재혼한다고 하니 그의 재혼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달갑지 않았다. 나이 차이도 많을 뿐더러 다 큰 자식들(2남 2녀)의 얼굴 보기도 민망했다.
그러나 김준기씨는 재혼을 합리적으로 생각했다.
“첫 번째 아내가 세상과 이별한 후 혼자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데 사실 그럴 처지가 못 됐어요. 자식들을 위해 일을 해야 했으니까요. 어머니를 모실 사람이 필요한데 미안해서 지금의 아내한테 선뜻 결혼하자는 말을 못 하겠습디다. 제가 그렇게 어쩌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 아내가 결혼해서 어머니 모시겠다고 먼저 말을 꺼냈어요.”
자식들도 늦게 만난 사랑인 만큼 더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한길을 걸어가는 이들 부부를 응원해줬다.
“그렇게 착한 사람이 내게 오는데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 부부의 금실은 자랑할 만하다. 20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니 말 다했다. 싸우기보다는 서로 이해하고 가끔 서로 놀랄 만큼 같은 생각을 하는 ‘짝’이다. 둘 사이에 끊이지 않는 것은 대화다.
이들 부부가 황혼에 인연을 맺고 행복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김씨는 ‘결핍의 생활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황혼재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베풂을 기대하기보다는 그저 말없이 기다려주는 것”이라며 “수십 년을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만큼 존중과 배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체면 때문에 재혼을 망설이는 이들을 주위에서 많이 본다”며 “인생이 얼마나 남았겠는가. 좋은 사람 있으면 결단을 내리라”고 귀띔했다.
서로에게 너무 큰 기대 하지 말아야
재혼 후 재산 문제로 자녀와 갈등을 겪거나, 서로에 대한 높은 기대치로 인한 갈등으로 상담을 받는 재혼 부부들이 많다고 들었다. 실제로 초혼에서 받지 못한 애정과 돌봄을 재혼 남편에게 바라고, 전통적인 아내의 의무만을 강조하면서 많은 갈등이 생긴다고 한다.
그는 “서로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기보다는 여생을 함께 보낼 좋은 말벗이나 몸이 아플 때 곁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동반자라고 생각해야 결혼생활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결혼생활이 마냥 좋기만 하지는 않다는 전제하에 우려되는 점은 없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나이 들어가니 걱정이 생겼습니다.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아내 혼자 남는데 그럴 때 자식들이 등지고 왕래도 안 하게 되는 상황이 될 것 같아서요. 우리 자식들이야 그러지 않겠지만 다른 재혼 가정들을 보면 많이들 그런다고 합니다. 실제로 장례식장에 가보면 미망인이 혼자 떨어져 있고 자식들은 쳐다보지도 않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그는 대안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잠시 울컥했다.
“어렵게 늦게 만났으니 하루를 살아도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죠. 아내의 잔소리는 사랑의 불꽃이 되어 다 태워진 뒤 연기를 모락모락 피우며 향기로운 명언으로 쏙 박힙디다.”
질곡의 인생길을 아내는 묵묵히 따라왔다
“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 배달의 농사형제 울부짖는 날/ 손가락 깨물며 맹세하면서/ 진리를 외치는 형제들 있다…”
‘농민가’의 한 구절이다. 이 노래를 전국적으로 보급한 이가 바로 김준기씨. 그는 “농민가는 원래 서울대 농대 다니던 시절에 ‘농사단’의 단가로 만들었어요. 가사는 나와 동기인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과 후배 이용화(언론인) 등 농사단 멤버들의 의견을 모아 만든 공동 창작이고, 곡은 구전되던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저는 10대에는 너무 가난했고, 20대에는 농촌계몽활동을 했고, 30대에는 농민운동을, 40대에는 지역운동을, 50대에는 통일운동을, 60대에는 정치운동을 한 셈입니다. 이제 70대에는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해보려고 해요. ‘一農공동체사회연구소’를 만들어 지역공동체운동과 지방 주민자치교육 그리고 협동조합 네트워크 등 11개 학교 4-H 조직들을 챙겨보고 있습니다.”
사람농사꾼으로서 사람농사를 짓는 것이 평생 업이었던 그는 서울대 농대 재학 당시 전국대학 4-H연구회연합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이후 가톨릭 농민회를 주도하면서 상계동 농장을 운영, 1975년부터 신구대학 교수로 학생들에게 농업을 가르치며 성남YMCA, 시민대학을 만들었다. 그러나 1986년 그는 해직을 강요받고 강사로 활동하게 된다. 1989년에는 임수경과 서경원의 평양방문 사건이 공교롭게도 그와 연관이 됐는데, 그가 속해 있던 ‘민자통(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에서 정부의 통일정책을 비난한 성명서가 문제가 되는 바람에 결국 안기부로 끌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년간 옥살이를 했다. 그때가 1991년. 이후 사면·복권이 되고 나중에는 명예회복이 됐지만 평생을 농민과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걸어온 그의 여정은 험난했다. 그러나 그의 곁에서 묵묵히 내조를 해온 헌신적인 아내가있었기에 그 세월을 견딜 수 있었다.
“잘하려고 하는 게 아닌, 진짜 잘하는 아내가 제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하는 사람농사꾼 김씨에게 자식농사는 어땠냐고 물었다.
“사연 없는 집이 어디 있겠어요. 마음처럼 안 되는 자식들과 갈등하는 것은 다른 집들과 똑같아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모든 것도 ‘행복’이라는 선물이더라고요. 아내는 마음이 고운 사람입니다. 제 뜻을 잘 따라준 아내에게 항상 고맙죠. 잘 자라준 아이들에게도 고마움이 앞섭니다. 각자가 사회 일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는 시니어가 관절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운동을 추천하고 그 방법을 강동경희대학교병원과 공동으로 제작, 연재한다. 척추, 어깨, 팔꿈치, 무릎, 엉덩이 부위에 대한 건강 예방법, 수술 전후 관리, 스포츠 활동 시 주의사항으로 구분해 소개된다. 각 동작들은 시니어의 체력과 몸 상태를 고려해 누워서 혹은 기대어 하는 운동들로 구성됐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도움말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김동환 교수
모델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김은혜 물리치료사
겨울이 찾아오면 시니어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낮은 기온이 실외 활동을 줄이고 몸을 움츠리게 만들면서 신체 곳곳의 관절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외부 활동을 늘릴 수도 없는 것이 현실. 그렇다면 긴 겨울 관절 건강을 지켜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스트레칭밖에 답이 없습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척추센터 재활의학과 김동환 교수는 “평소에 활동적인 생활을 하시는 것도 좋지만, 실내에서도 꾸준하게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과 관절을 관리한다면 어렵지 않게 건강을 유지하실 수 있습니다. 특히 관절에 문제가 있거나,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스트레칭도 중요하지만, 하지 말아야 하는 자세를 알아두는 것도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한다.
시니어를 위한 스트레칭에서 중요한 점은 불필요한 몸의 무리를 피해야 한다는 것. 여기 소개되는 동작들이 눕거나 혹은 벽에 기대어,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아 진행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골반 뒤로 기울이기
누운 자세에서 무릎 당기기
누운 자세에서 무릎 옆으로 당기기
누운 자세에서 다리 늘리기
고양이 운동
엉덩이 들고 엎드리기
목 스트레칭
예방뿐만 아니라 척추 수술을 앞두고 혹은 수술을 하고 나서도 회복을 앞당기는 방법 역시 스트레칭이다. 유연성을 확보하고, 함께 나타나는 통증이 조절된 이후 시작하는 것이 기본. 약한 강도부터 시작해 조금씩 강도를 높여나가야 하고, 운동 방식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때문에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김동환 교수는 “척추 수술 전후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허리에 절대 무리를 주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무리하지 않으면서 근력을 키우는 것은 쉽지 않죠.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계속 반복하는 것이 회복 기간을 단축시키는 지름길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스트레칭은 등을 기댄 자세에서 주변 부위를 이용해 한다. 단 고정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 방법에 따라 2~3개월 척추보조기를 착용하고 극단적인 운동도 삼가야 하기 때문에 운동 제한이 있는 부위는 피하면서 한다. 특히 골다공증이 동반된 경우 전문의에게 상담을 꼭 받아야 한다. 보조기 착용 상태에서 조금씩 운동을 시작한다. 안정화 기간이 지나 몸이 좀 나아진 뒤에는 적극적으로 해도 된다. 다만 수술 부위와 그 주변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운동 범위 등을 잘 살펴서 조절해야 한다. 잠을 잘 때나 운동을 할 때는 쿠션이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잠을 잘 때는 일반 매트리스 침대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목 기본 강화 운동(저항으로 밀기)
복근 기본 강화 운동 #1 (누워서 머리 들기)
복근 기본 강화 운동 #2 (누워서 다리 들기)
브리지 운동
골다공증 환자가 절대 피해야 할 척추 운동
다음의 동작들은 골다공증을 동반한 척추 질환 환자들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동작들이다. 간혹 허리 힘을 키우겠다고 무리한 운동을 일부러 하는 경우도 있는데 반드시 피해야 한다. 또 생활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는 동작들도 허리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주의하자.
따로 산 지 11년 됐다. 남편은 경기도 파주에, 아내는 서울 이태원에 산다. 딱히 언제 만나자고 약속하지 않지만 만남의 장소는 남편이 사는 파주 집이다. 그곳에 아내가 오면 남편은 그냥 왔나보다 한다. 서재에서 책을 읽고 커피를 내려 함께 마신다. 언제 떨어져 살았냐는 듯 이 부부의 행동은 무척이나 다정다감하고 여유롭다. 도대체 별거는 왜 하십니까? 별거 11년 차 이안수(60)·강민지(57) 부부의 이유 있는 별난 별거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생에 나라를 구해 얻은 축복이 우리의 별거생활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부가 떨어져 산다’고 말하면 색안경부터 끼고 본다. 부부 금실을 지적하거나 부부 위기 심지어 가정문제로까지 생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중년 부부의 별거생활은 지극히 일상적인 선택에서 시작됐다. 아내 강민지씨의 얘기를 들어봤다.
원래는 서울에서 같이 살았죠. 11년 전에 파주 헤이리 마을로 집을 지어 오면서부터 따로 살게 됐어요. 아이들이 다 따라올 수가 없었어요. 이사 당시 둘째 딸이 고2라 하숙을 시켰더니 힘들어했어요, 그래서 집을 얻었습니다. 막내아들이 파주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또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로 왔죠. 중대 연극과 다니던 큰딸 캠퍼스가 안성에서 서울로 이동하면서 또 서울에 근거지가 필요했어요. 따로 살려고 했던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 제 직장도 서울이라서 자연스럽게 파주에서 떨어져 나간 거예요.
파주에 있는 집은 모티프원이라는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고 있다. 다 같이 살기 위해 세 자녀의 방도 따로 마련했었다. 그나마 막내아들이 파주에서 3년 생활한 것 말고 두 딸은 파주 집에서 제대로 살아본 적이 없다. 현재 큰딸은 서울에서 아내 강민지씨와 생활하고 둘째 딸은 프랑스에, 아들은 군생활 중이다. 남편 이안수씨는 이곳에 산다. 모티프원을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을 정리하고 집안을 돌본다. 이 외에도 하는 일이 너무도 많다.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혹은 상담이 필요한 사람의 진솔한 대화상대가 되어주기도 한다.
별거 부부, 이들이 사는법
파주 사는 남편 이안수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나는 정말 혼자 있을 동안에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자아성찰도 해야지, 상담이 필요한 사람들과 대화도 해야 합니다. 하루에 상담이 몇 건인지 몰라요. 수없이 많아요. 별의별 전화가 다 와요. 갑자기 그렇게들 연락을 해요. 찾아오거나 전화를 하거나 심지어 외국에서도 전화가 와요. 제가 모르는 사람에게서도 연락이 오죠. 제 책을 읽었거나, 블로그에 쓴 글을 봤거나, 누구한데 소개를 받았거나, 어떤 식으로든 나를 아는 불특정 다수가 연락을 해옵니다. 자식과 소통의 문제, 부부간 문제 등 그 내용도 다양해요. 솔직히 아내가 집에 와도 둘이 얼굴 괴고 앉아서 볼 시간이 없어요. 아내한테는 한 시간도 안 내줘요. 할 일이 너무 많아요. 글도 써야 하고 말입니다.
서울 사는 아내 강민지 “오기 싫으면 안 와요”
쉬는 날이면 우선은 파주에 오려고 마음먹었었죠. 그런데 그냥 지금은 오기 싫으면 안 와요(웃음). 피곤해요. 가끔 너무 안 가서 미안하기도 해요. 남편은 쉬는 날이 언제인지도 잘 모르면서 매일 물어봐요. 몇 시에 오냐고, 오늘 저녁 몇 시에 퇴근하냐고요. 사실 지금 다니는 직장이 퇴근이 칼 같아요. 퇴근시간 이후에는 영화를 본다거나 운동을 한다거나 해요. 추위에 상관없이 달리기를 하는데 다니는 병원 안에 체육관 시설이 있거든요. 지금 서울에서 큰딸이랑 둘이 사는데 딸아이와도 시간을 보내야죠. 수다도 좀 떨어야 아이가 요즘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있잖아요. 딸아이랑 맥주 먹는 시간을 갖기도 해요.
‘그립다’기보다는 ‘예의’를 지키면서 사는 거죠
쉰다섯까지는 그리워했던 거 같아요. 지금은 그립다는 생각보다는 보필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워서가 아니고(웃음).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때가 되면 잘 해드려야죠. 와서 예쁘게 삼시세끼를 차려드리고 싶기는 한데 요즘은 잘 안 해드려요. 사실 남편은 먹는 것에 크게 신경을 안 써요. “따뜻한 밥 먹어야 해.” 이러지 않아서 내가 느슨해지는 것 같아요. 진짜 삼시세끼를 갖다 바쳐야 하는 남자도 있잖아요. 음식 투정 하면 여자 요리가 많이 늘 수밖에 없어요. 정말 여자한테 잘해주는 남자예요. 진짜 편해요. 신혼 때도 회사 사람들이 집에 와서 저녁 먹고 그러잖아요. 저 힘들다고 밖에서 다 해결하고 왔어요. 사실 김치도 안 담가요(웃음). 담그는 방법은 알지만 큰언니가 해주거든요. 반찬도요. 제주 사는 동생은 귤도 보내줘요.
아내의 진짜 속마음 “파주 집, 남편 보고 싶어 와요!”
내가 여기 오는 진짜 이유는 서방님이 보고 싶어서 오는 거예요. 동네 보고 싶어서 오는 게 아니라고요. 내가 바라보고 얘기해달라고 하니까 남편이 안 좋아해요(웃음). 커피를 타줘도 쳐다보지를 않아요. 계속 컴퓨터만 보고 있어요. 여자들 마음을 모른다니까! 여자 심리를 저렇게 모를까? 평생 모를 거 같아요. 우리 동네 손잡고 함께 산책하는 것이 소원이에요. 산책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예전에 해모(키우던 반려견 이름)가 있을 때는 나를 해모 대하듯이 해달라고 했어요. 해모보다 내가 서열이 밑이었다니까요. 해모는 낑낑거리면 바로 나가서 산책도 시켜주더라고요.
남편 생각, 떨어져 있는 시간에 그리움을 키운다
중년의 삶에 있어서 적절한 별거는 축복입니다. 부부가 적절하게 떨어져 있는 시간은 그리움을 키우는 시간이라고 봐요. 물론 아이들한테 사랑을 듬뿍 줘야 하는 시간, 공동으로 협업해야 하는 시간은 같이 있어야죠. 한 공간을 점유하는 것만으로도 서로 위로가 되는 거예요. 뭐 얼굴 마주치고 그렇게 가는 것은 중년부부 스타일은 아니라는 거죠. 노상 손잡고 그러는 거는 젊을 때나 하는 거죠. 60,70에 손잡고 산책하는 부부라면 아마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이 아닐까요(웃음)?
별거 가장 이안수가 말하는 별난 부부 유지법
부부간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황금률
아내에게 “당신이 담근 김치만 먹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더운밥만 해다오”라고도 절대 말 안한다. 황금률, 즉 자기가 예우받고 싶은 대로 예우하라는 것. 불변의 진리다. 부부간에도 자기 삶을 스스로 이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 자기가 한 것 이상을 요구하는 것이 문제다. 아내가 영화를 보든, 윈드서핑을 하든, 등산을 하든, 락 클라이밍을 하든 그건 각자 삶의 영역이다. 나도 여행을 하고 독립적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실 아내가 언제 오는지 모른다. 심지어 안 와도 된다. 오는 날인데도 혹시 안 왔다면 그냥 안 오는 날이었다고 여기면 된다. 예우받고 싶다면 서로 존중해야 한다.
부부, 각자 잘하는 역할에 집중하자
아내는 아이들한테 현명한 방향을 제시해준다. 내가 결정을 잘 못 내리는 우유부단한 상황에 있으면 칼같이 끊어주는 용기 또한 있다. 큰 책임이 따르는 문제에서 아내는 많은 결정을 대신했다.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지겠다, 남한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당사자로서 같이 풀어가겠다는 뜻이다. 아내의 장점이다. 한마디로, 김치를 못 담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자기가 잘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 나는 가정의 대소사를 챙긴다. 집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한다. 아내는 시장을 보거나 관공서, 은행 일을 본다. 아내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해본 적이 없다.
창의적인 성장을 도모하자
부부가 지루해지고 싫증이 나는 것은 창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30년, 50년 동안 사는데 매일이 같으면 어떨까? 한 사람과 하룻밤 긴 얘기 해보면 다 드러난다. 내일은 새로운 게 뭐가 있으랴 생각하기 쉬운데 관계가 오래 지속되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부부도 마찬가지다. 욕정에 끌리는 것은 단시간이다. 그 단계가 지나면 의무로 살아야 하는데 의무감만으로는 관계를 지탱할 수 없다. 내버려두면 딴짓하게 된다. 요사이 너무 바빠 독서를 많이 못하지만 아내는 나한테 누군가가 보낸 책, 사놓은 책을 먼저 읽고 인상 깊었던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서 메시지로 보내거나 느낌을 정리해서 준다. 아내에게 잘하고 있다는 얘기를 해본 적은 없지만 아내가 어떠한 그릇으로 커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언젠가 아내가 긴 머리를 확 깎고 나타났다. 상의 한 번 안 했다.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30년 동안 쪽 찐 머리로 살았던 아내다. 그 정도면 됐다 싶었다.
함께 빚은 배우자는 바로 ‘나’
노년의 부부가 서로를 탓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젊었을 때부터 서로 함께 살아가면서 만들어가고 빚은 얼굴이 노년의 자기 얼굴이다. 부부는 결과나 목표에 집중하기보다는 함께한 과정, 즉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 따로 또 같이 사는 것은 우리의 축복이다. 같이 붙어사는 사람은 좀 떨어져 살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결혼을 하면 서로 사랑하고 관심을 갖기 때문에 건강에 이롭다는 것은 오랜 상식이다. 여러 조사 연구에서도 독신자보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암, 치매, 폐렴 등과 같은 질병에 걸릴 확률이 낮고 평균수명도 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면 잔소리가 심한 배우자와 그렇지 않는 배우자 중 어느 편이 건강에 도움이 될까? 건강은 부부 금실과 비례할까?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10월호 회보에서 ‘배우자와 건강의 상관관계’라는 제목의 특집을 통해 이런 궁금증을 풀어줬다.
글 남진우 뉴욕주재기자 namjin@etoday.co.kr
1. 부부는 체질도 닮는다 오래 같이 산 부부는 외모만 닮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으로도 비슷해진다. 미시간대학 연구팀은 1500쌍의 노부부를 대상으로 한 혈액검사를 통해 신장 기능, 콜레스테롤 수치, 손의 악력, 우울증 등과 같은 건강 상태와 체질이 유사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과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연구 팀도 결혼한 지 40년이 넘은 미국인 부부 1700쌍을 대상으로 한 공동 조사에서 오래 같이 산 부부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서로 거울을 보는 것처럼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 배우자의 우울증은 만성질환 요인
에든버러대학이 10만 쌍이 넘는 영국인 부부의 상담 및 검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만성질환은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배우자 정신건강상태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배우자가 우울증이 있으면 만성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식사, 생활습관, 부부가 공유하는 환경도 만성질환과 연관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3. 부인의 잔소리는 보약
미시간주립대학은 2016년 발간한 연구보고서에서 부인의 바가지는 남편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남편의 잔소리는 부인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부인의 잔소리는 귀에 거슬리지만 남편에게 보약과 같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남편이 잔소리하지 않고 잘해주면 부인의 당뇨병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4. 긍정적 배우자는 만성질환의 백신
미시간대학이 노부부 2000쌍을 대상으로 4년간 조사 연구한 결과, 부부 중 한 사람이라도 사고가 낙관적이고 긍정적이면 비관적인 성향의 부부에 비해 당뇨나 관절염 같은 만성질환의 발생률이 낮고 기동성과 운동능력도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5. 부부싸움 스타일에 따라 발생하는 질환도 다르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과 노스웨스턴대학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부부싸움을 할 때 목청을 높이는 부부는 심장병과 혈압 관련 질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꾹 참는 스타일은 목과 척추질환 그리고 근육통으로 고생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 운동습관도 닮는다
존스홉킨스대학은 최근 연구 조사를 통해 부인이 운동량을 늘렸을 때 남편이 운동량을 늘릴 확률이 70%나 높아지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비해 남편이 운동량을 늘려 권장 운동량을 달성했을 때 부인이 이에 동참할 가능성은 40%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7. 함께하는 다이어트는 역효과
다이어트는 부부가 함께하지 않는 것이 좋다. 콜로라도주립대학이 과체중 부부 50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부가 함께 다이어트를 할 경우 한 사람이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다른 한 사람은 실패할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8. 나쁜 습관은 전염된다
배우자의 나쁜 습관은 배우자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맥길대학이 7만5000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연구 조사한 6건의 국제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배우자가 제2형 당뇨병을 앓는 경우 상대 배우자가 당뇨병에 걸리는 비율이 26%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뇨병전기의 위험성도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부는 나쁜 식습관과 운동습관을 공유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우자가 당뇨병 진단을 받았을 경우 상대 배우자도 당뇨병 검사를 받거나 식습관을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9. 배우자 간병은 건강 저해 요인
배우자가 만성질환이나 중병을 앓으면 상대 배우자도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뇌졸중의 경우 배우자의 건강에 장기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노스웨스턴대학의 셰릴 램피지 심리학 교수가 밝혔다. 뇌졸중을 앓는 배우자를 간병할 경우 첫해는 물론 이후 7년간 신체와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중년들이 생각하는 병원에 대한 개념은 한마디로 ‘어지간해서는 가지 않는, 가면 큰일 나는 곳’이었다. 내 가족을 위해 죽어라 일만 하며 살아온 이들에게 병원은 적어도 선고 정도는 받아야 가는 곳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 세대에게 병원은 아파서 가는 곳이 아니라 친구 또는 가족과 이별하는 장소로만 각인돼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엔 세태가 달라졌다. 더 이상 자녀 손에 이끌려 가는 곳이 병원이 아니다. 미용실이나 목욕탕 가듯 필요하면 언제든 당당하게 병원을 찾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최근 ‘비즈니스 성형’이란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50대 전후 세대가 사업이나 사회활동에 도움을 받기 위해 진행하는 미용 성형 시술을 뜻한다. 면접 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취업준비생들이 선택하는 ‘취업 성형’과 비슷한 시술이다.
실제로 지난 6월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인 아이디병원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 병원에서 주름제거 시술을 받은 40대 남성 비율은 2012년 3%에서 2013년 10%, 2014년 16%로 증가했다. 50대 이상 남성 역시 같은 기간 1%, 8%, 9%로 증가했다. 자신을 위해 병원을 찾은 중년 남성이 늘었다는 방증이다. 병원에서 주름제거 시술을 받은 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고경영자, 전문직, 자영업 종사자 등이 42%를 차지했다.
‘동안’에 대한 시니어의 욕구 증가
이런 변화에 대해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성형외과 박은수 과장은 “단지 사업을 위해서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은퇴 후 사회활동이 늘면서 다양한 대인관계를 위해 외모의 개선을 선택하는 시니어들도 적지 않습니다. 좋은 인상이, 나의 외모를 돌보는 것이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시니어들도 깨닫게 된 것 같아요”라고 설명한다.
시니어들의 ‘동안’에 대한 욕구 증가는 피부과에서도 실감하고 있다. 보톡스 등을 전문으로 하는 한 피부과 개원의는 “예전에 시니어들이 병원을 방문하면 대부분 결혼이나 취업을 앞둔 자녀를 위한 상담이 대부분이었어요. 본인의 피부관리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았었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어요. 자녀와 함께 시술을 받기도 하고, 자신만을 위해 상담하는 시니어들이 크게 늘었어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성형외과, 피부과 등이 몰려 있는 강남 병원들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젊은이들이나 외국인들에 밀려 중년들은 ‘찬밥’ 신세였지만, 지금은 모시기 열풍이 불고 있다.
시니어들의 내 신체에 대한 관심은 ‘미용’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내 건강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지난 10월, 네이버 건강은 처음으로 사용자 대상의 건강 강연회를 개최했다. 헬스조선과 공동으로 개최된 이 행사는 치매를 주제로 진행됐는데, 시니어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네이버 건강 담당자는 “공고가 나간 당일에 400석 신청이 매진될 정도였습니다. 꼼꼼하게 메모하시는 분들이 많아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고, 최신 치료법이나 동향을 반영한 질문들도 많아 의학적 지식의 수준도 엿볼 수 있었죠. 건강은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여러 분야 중에 구독 설정 사용자가 가장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고, 50대 이상 사용자 비율이 높은 분야입니다”라고 밝혔다. 시니어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건강강연, 건강검진도 몸 돌보기에 필수
이러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건강검진이다. 주요 종합병원들은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시니어 대상, VIP 환자 대상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구성해 운용하고 있다. 또 휴식과 검진의 개념을 결합시킨 1박 2일 코스의 숙박건강검진 프로그램의 도입도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대병원 헬스케어 강남센터에는 건강검진 결과를 특진 교수가 직접 설명해주는 2박 3일 프로그램도 있다. 검진료는 600만~900만원 수준이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는 100명 회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주치의 서비스와 건강검진 프로그램이 결합된 멤버십 서비스를 운용 중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일부에선 고가 건강검진 서비스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몇몇 암이나 일부 질환은 고가 진단 방법을 쓰지 않으면 조기 발견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선량 폐 CT가 대표적입니다. 따라서 고가의 검진 프로그램이라고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꼼꼼히 따져가면서 건강상태에 따라 선택 항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죽음을 준비해본 적이 있는가? 언뜻 생각하면 법적인 몇 가지 절차를 제외하면 구체적으로 생각나는 준비가 없다. 평생 모아온 재산만 잘 물려주면 그만인 걸까. 죽음은 경험자들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최근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관심받는 분야는 바로 임종학(臨終學), 즉 싸나톨로지(Thanatology)다. 싸나톨로지는 주로 국내 대학의 평생교육원을 통해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 대학 중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을 통해 싸나톨로지에 대해 알아봤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싸나톨로지 과목의 정식 명칭은 ‘죽음교육 전문가’다. 이 강의를 책임지고 있는 신경원(申瓊媛·54) 강사는 싸나톨로지를 이렇게 정의한다.
“싸나톨로지는 통섭학문(統攝學文)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심리학이나 인류학, 신학 등 모든 학문의 관점에서 죽음을 바라보는 일이지요. 자연과학과 인문사회학이 통합된 학문입니다. 종교적 관점도 중요한데 특정 종교를 주제로 하진 않아요. 때문에 여러 종교에서 연구를 위해 오시고, 그 과정에서 역지사지의 마음을 알 수 있기도 하죠. 함께 의견을 나누고 연구하다가 각자의 종교로 돌아가서 그들만의 언어로 해석이 되는 셈이죠.”
싸나톨로지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주체적인 죽음’을 강조했다.
“이끌려가는 죽음이 아니라, 내 죽음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에요. 물론 ‘주체적’이라는 뜻은 자살은 아니에요. 죽음을 거부하고 무서워해서 벌벌 떨다가 시간을 다 보내버리면 내 삶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게 되거든요. 허겁지겁 아프기만 하다가 간다면 얼마나 많은 회한이 남겠어요.”
싸나톨로지를 공부하는 사람들 중에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다루는 사람이 많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의료인이나 종교인, 심리상담가, 시니어 대상의 교육자 등으로 죽음을 곁에서 자주 대하는 직업군들이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호스피스와 다른 부분은 호스피스는 임종을 눈앞에 둔 환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실천적 활동이라면, 싸나톨로지는 호스피스 영역을 포함한 이론적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개인적 이유로 이 학문을 공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신 강사는 교육 과정에서, 도외시하고 그동안 생각하지 않았던 죽음에 대한 관점이 변화하는 것이 느껴지고, 이러한 변화가 삶과 사람의 가치, 진정한 삶을 생각하는 계기로 이어지는 것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싸나톨로지와 관련해선 미국의 교육단체 ADEC(Association for Death Education and Counseling)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싸나토로지협회가 민간자격제도를 운영 중이다. 또 대한웰다잉협회, 각당복지재단 등 웰다잉을 연구하는 다른 몇몇 단체들도 이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강의는 생애주기에 따른 사별이나 동양사상에서 본 죽음, 호스피스와 완화치료, 상실, 임종환자를 위한 음악·철학치료 등 다양하다. 2000년대 초반 웰빙 바람을 타고 유행됐다가, 그 시기에 입양된 동물들이 수명이 다할 시기가 돼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반려동물 상실도 다룬다.
그렇다면 좋은 죽음은 무엇일까? 좋은 죽음과 그 대비법에 대해 신 강사는 이렇게 조언한다.
“주체적인 죽음을 위해서는 나의 의지로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시기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경제력이나 신체적인 상황이 받쳐줄 때 가능한 것이죠. 그렇게 서서히 준비해가면서 내 인생에 몰입하며 즐기는 삶을 사세요. 보통은 자기 이름을 빨간 글씨로 쓰는 것조차 무서워할 정도로 죽음을 외면하려 하잖아요. 그러지 마시고 영혼의 무게를 풍요롭게 해줄, 에필로그와 같은 마지막을 계획해보세요.”
미니 인터뷰 수강생 고원철(65)씨
“우울증 벗어날 수 있는 계기돼”
죽음교육 전문가 과정에서 만난 고원철씨는 사회복지활동을 하는 지인을 통해 이 교육을 알게 됐다고 했다. 원래 대학병원에 교재를 공급하는 사업을 했다는 그는 1986년 겪은 큰 사고가 죽음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어요. 꽤 큰 사고여서 여섯 시간 만에 겨우 깨어났어요. 그 과정을 겪으면서 죽음이란 것을 체감하게 된 것 같아요.”
그는 죽음에 대해 배우는 과정이 우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반대라고 단언했다.
“원래 은퇴 후에 농사를 조금 지으면서 지냈는데, 그때 우울증이 왔어요. 그러다 이 수업을 듣게 됐고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임종을 맞게 된다면 어떨지 예측할 수 있게 되어 막연한 두려움도 사라졌죠.”
그는 매주 배우는 강의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로 구성된 것도 마음에 든다고 했다.
“친구들을 만나면 매번 정치 얘기나 비슷한 잡담만 하다가 시간을 허비하잖아요. 이 과정을 듣고 나서는 화제도 다양해지고,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줄 수 있어서 좋아요.”
마지막으로 고씨는 또래의 시니어들에게 싸나톨로지를 추천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마 비슷한 입장일 거예요. 연로한 부모를 모시거나 가까운 가족의 죽음 혹은 자살을 경험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런 분들이 감상적으로 젖어들지 말고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런 교육이나 공부로 이겨내면 좋겠어요.”
40대에서 7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직업군 또한 그렇다. 안과의사, 사업가, 지역신문 기자, 전직 교사, 외교관, 국회 서기관 등을 지내온 사람들이 매달 자리를 함께한다. 다양한 기억과 경험을 가진 이들의 중심 화제는 바로 수필이다. 진솔한 마음으로 글쓰기에 몰두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서로 다른 언어와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마음을 나누고 공감하며 글쓰기를 하는 모임, 그녀들의 ‘스페이스에세이 문학회’를 찾았다.
2013년 3월부터 모임이 시작됐다. 글 쓰는 일이 좋아서 만나는 사람들. 이들이 모이는 가장 큰 목적은 동인지 발간이다. 지금까지 총 세 권의 동인지를 발간했다. 모임 이름은 스페이스에세이 문학회. 다양한 삶을 산 15명의 회원이 알록달록한 색깔로 글을 쓰고 있다. 회원들은 수필가 권남희(한국수필가협회 편집주간)의 제자들로 대부분 등단한 수필가다. 한 달에 한 번씩 자리를 함께하는 스페이스에세이 문학회. 지난 11월에는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밥 딜런을 주제로 열띤 토론과 시낭송을 이어갔다.
수필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작업입니다
수필은 자기 이야기를 쓰는 것이라고 배웠다. 감정이 마음껏 드러나도 되고 얼마든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문학 장르. 실제로 미사여구나 화려한 문장이 넘치는 수필을 종종 만나기도 한다. 물론 어떤 수필이 좋고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짧고 강렬한 느낌을 주는 수필이 있는가 하면 서정적 표현에 무게를 두는 수필도 있다. 그러므로 그냥 있는 그대로 자신이 쓰고 싶은 대로 표현하는 것이 수필이라는 것. 스페이스에세이 문학회 김종란(53) 회장은 수필은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 혹은 자신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내용을 중심으로 쓸 때와 서정적인 느낌을 중시하며 쓸 때의 표현은 정말 많이 다릅니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너무 길어지고 처지면 잘 안 읽혀요. 또 느낌과 표현을 중시하는 글도 그 강도와 빈도가 적절해야 합니다. 어쨌든 요즘 수필은 예전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해졌어요. 통통 튀는 수필도 있죠. 그런데 튀는 글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수필은 아니고 자기가 드러나야 해요. 비겁하게 피해가는 것은 수필이 아니에요.”
수필의 중심에는 첫째도 둘째도 진실이 자리하고 있다. 일상적인 내용을 써도 기본적으로 그 밑에 깔려야 하는 것은 진실성이다. 수필보다 시를 먼저 쓰기 시작했다는 회원 임금희(60)씨는 수필을 잘 쓴다와 못쓴다의 기준은 진실한가 진실하지 않은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수필이 시와 소설과 다른 점입니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들을 글로 쓰는 것이 얼핏 쉬워 보이지만 사실은 시, 소설보다 수필이 훨씬 어려워요. 왜냐하면 옷을 벗고 다 보여줘야 하니까요. 그런데 옷 벗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수필은 감추면 안 돼요. 옷 벗고 보여주는 게 수필이거든. 싫은 사람은 시나 소설을 써야죠. 수필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함입니다. 수필은 결국 자기 얘기를 해야 하니 정직해야죠. 기자가 남의 진실을 보는 사람이라면 수필가는 나 자신의 진실을 보는 사람입니다. 진정성, 진실성이 생명인 글쓰기인 거죠.”
수필 쓰는 시간은 힐링의 시간이에요
사실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글을 써보겠다는 흥분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모임에 들어왔다가도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나가는 회원도 많다. 그 이유는 뭘까? 바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거부감 또는 불편함 때문이다. 그러나 수필은 스스로에게 치유의 시간을 마련해준다. 글을 쓸 때만큼이라도 자신을 제대로 보고 또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란 회장도 이 모임의 회원들이 수필이라는 글쓰기를 통해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위안을 받는다고 말했다.
“상담받는 것만큼이나 힐링이 되는 시간이 수필을 쓰는 시간입니다. 예전에 권남희 선생님과 함께 참여했던 동인지 제목이 였어요. 글을 쓰면서 일차적으로 스스로의 마음을 정화하는 시간을 갖는 거지요.”
미니 인터뷰
시니어들에게 수필 모임이 좋다 (김화순·64)
환갑이 넘으니 친구들 모임에서 내 얘기가 없더라고요. 저는 아직 손주를 안 봤는데 친구들은 대부분 손주를 봤어요. 모이면 남편 이야기, 손주 이야기, 자식 이야기밖에 안 해요. 그러니까 앞으로 그 사람들에게 남은 인생은 딱 그것인 거죠. 그러나 이 문학회에 오면 여기서만큼은 내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내 꿈, 앞으로의 희망, 올해 책 한번 내보겠다고 말할 수 있죠. 글쓰기가 미진할 때는 공부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이것이 다른 모임과의 차이죠. 다른 곳에서는 내 얘기를 안 해요. 이미 그 사회에서는 고개를 넘은 거죠.
새로운 것을 만나게 되는 게 행복입니다 (송복련·69)
글을 쓰니까 좋은 점이 마음을 채워주는 수다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다른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요. 미술·음악 공연장도 가게 되고요. 낯선 도시도 경험하고, 책도 많이 읽게 돼요. 오늘 모임에서는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잖아요. 오늘 주제이기 때문에 밥 딜런에 대해 공부도 했습니다. 사실 음악에 대해서는 제가 잘 모르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에 대한 책을 읽어보니까 읽으면 읽을수록 재밌더라고요. 아! 매력적이네. 이 사람이 그럴 만했구나 이해했어요. 미국 사회에서 밥 딜런이 사랑을 받은 이유가 있고 그 사랑이 지금까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그 사람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사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했기 때문이더라고요. 그러면서 성장한 거죠. 오늘 아침에 인터넷 들어가서 봤는데 가사가 완전 시더군요. 그러면 시인이지요. 다른 문화, 잘 몰랐던 문화를 접하게 되어 이 모임에 나오는 게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