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난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정년 연장은 취업 과정의 걸림돌로 느껴질 수 있다. 평균 수명 증가와 저출산・고령화, 은퇴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사이의 공백 등을 이유로 정년 연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결국 청년층의 밥그릇을 뺏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뒤따르기도 한다.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이들은 “법으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취업을 원하는 청년에게 큰 장벽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한다. 청년들 역시 불안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국 20대를 대상으로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6명(63.9%)은 ‘정년 연장이 청년 신규 채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말 정년 연장은 젊은 세대의 일자리를 위협할까? 다양한 보고서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세대 갈등의 진실을 알아봤다.
Point 1 노동총량설의 모순
‘노동총량설’이라는 이론이 있다. 정해진 수의 일자리를 고령자들이 차지할 때 남는 일자리가 줄어 다른 연령층의 실업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이는 고령자가 계속 일하면서 기업의 소득을 확대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배제했다. 고령자를 몇 년 더 고용한다고 해서 청년의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단순히 생각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고령자 1명의 정년을 연장했을 때 청년(15~29세) 고용은 0.2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2020년 보고서를 들어 정년 연장을 반대하기도 한다. 물론 OECD 기준 청년층은 15세에서 24세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5~19세가 대부분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고, 남성은 병역의무로 취업 나이가 더 늦기 때문에 분석 대상을 다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Point 2 중·고령층과 청년층의 다른 특성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청년 고용과 중·고령층 고용의 대체 관계’에 따르면, 고용 시장에서 청년층과 중·고령층은 서로 대신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고령층과 청년층의 일자리가 상호 보완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20대와 60대가 원하는 일이나 잘하는 일이 다를 뿐 아니라, 실제로 배치되는 직종과 업무에도 차이가 있어서다. 청년층은 보건사회복지 및 종교, 교육 전문가, 경영 및 회계 관련 사무직 등에서, 고령층은 농축산 숙련직, 운전 및 운송 관리직, 청소 및 경비 관련 단순 노무직, 가사 음식 및 판매 관련 단순 노무직 등에서 높은 생산성을 보였다.
두 계층이 겹치는 직종은 조리 및 음식 서비스직, 매장 판매직 정도다. 사업장에서 개인의 특성에 맞게 분업이 잘 이뤄지고 있다면, 중·고령층 일자리를 줄여도 이 자리를 청년층이 메운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2013년 법정 정년 연장이 사업체의 고용 규모에 미친 영향’ 논문에서는 한국의 정년 연장 법안이 주로 고령층 근로자와 대체 관계에 있는 중장년층 근로자의 고용을 감소시킨다고 말한다.
Point 3 취업 시장 속 줄어드는 청년 수
정년 연장을 지금부터 준비한다 해도 수많은 난제 탓에 실제 제도가 시행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서 ‘인구 미래 공존’을 통해 시행 시기를 2028년경으로 추측한다. 2020년대 후반 정년 연장이 되었을 때 사회생활을 시작할 청년은 2000년 이후 출생아이다. 이들은 1990년대 출생 청년층에 비해 그 수가 현저히 적기 때문에 취업 경쟁률이 지금보다 완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이 시기가 청년 노동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년 연장의 적기’라 말한다.
이미 많은 전문가가 노동 시장에서 두 세대 간 대체성이 높지 않다고 언급했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과 사업장에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지 모른다고 인식한다. 아직 노사정의 ‘임금 조정’에 대한 논의가 명확히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 정책이 유의미하려면 ‘고령자의 임금을 낮춰 근로 기간을 연장함으로써 기업의 고용 부담은 줄이고, 청년의 채용에 피해가 없는 형태’가 가장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대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정년 연장의 청년층 일자리 효과’ 연구에서 “장년층의 임금을 낮춰 수용하면 기업의 부담과 청년층 고용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고, 두 연령대가 부딪힐 이유도 없다”며 “임금 조정이 되지 않은 채 정년만 연장할 경우, 기업의 일자리 수요는 늘지 않는데 장년층을 계속 고용해야 하므로 청년층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모를 실버타운에 모신다고 하면 불효자처럼 여기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5성급 호텔 수준의 서비스와 시설을 갖춘 고급 실버타운이 등장하고, 입주 대기를 해야 할 만큼 인기가 치솟으면서 인식이 달라졌다. 오히려 최근에는 ‘실버타운에 살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편견도 생겨났다. 고령화 흐름 속 실버타운의 수요 증가는 쉬이 예측할 수 있다. 문제는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 실버타운을 둘러싼 업계 전망과 더불어 나아갈 방향을 짚어봤다.
도움말 강대빈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부회장
실버타운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그 개념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흔히 실버타운 또는 시니어타운으로 부르는 곳(이하 ‘실버타운’으로 일괄)들은 주로 노인복지법에 따른 노인주거복지시설(양로시설·공동생활가정·노인복지주택)을 의미한다. 아직까지는 국내에 실버타운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나 체계가 미비한 실정이다. 때문에 소비자들도 요양원, 요양병원 등과 헷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는 보증금 및 관리비, 생활비 등을 ‘100% 개인이 부담’하는 ‘유료 양로시설과 노인복지주택’을 실버타운으로 이해하면 된다. 여기에 ‘독립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만 60세 이상의 건강한 노인’이라야 입소 가능하다는 것도 유사 시설과의 차별점이다. 과거 부모를 실버타운에 보내는 자식을 불효자로 여긴 배경은 ‘몸이 아픈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간호가 필요한 노인은 실버타운 입소가 어렵기 때문에 이는 오해였다. 이러한 오해가 점차 해소되고, 점점 고급화된 시설이 생겨나면서 실버타운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도 달라졌다.
강대빈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부회장은 “과거엔 주로 사회복지법인이나 건설 대기업이 실버타운을 짓고 운영했다면, 요즘은 보험사나 금융사, 호텔, 식품회사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한다. 예전에는 실버타운으로 수익을 낸다고 하면 ‘노인들 대상으로 장사한다’며 시선이 곱지 않았다. 이제는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노인복지’ 측면에서 바라보기보다는 ‘사업성’에 주목하는 경향”이라며 “과거엔 실버타운에 간다고 하면 부끄럽게 여기기도 했는데, 요즘은 상당히 완화됐다. 이제는 노후 주거생활의 선택지 중 하나로 간주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불효자 오해 거두니 ‘비싸다’는 편견 생겨
강대빈 부회장은 “요즘은 실버타운은 비싼 곳이라는 편견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진행한 ‘실버타운 및 요양원 관련 인식 조사’(2017)에 따르면 ‘부모가 아플 때 모시고 싶은 곳으로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고려하는 진짜 이유’를 묻자 대다수가 ‘국내 실버타운은 왠지 부유층만을 위한 주거시설이라는 느낌이 있다’(82.4%)고 답했다. 이는 그동안 실버타운의 이미지 변화를 꾀한 업계의 노력과 더불어 호텔형 실버타운이 이슈로 떠오른 결과로 유추할 수 있다. 유명인사의 초호화 실버타운 생활이 공개되거나, 거액의 보증금과 생활비를 부각하는 콘텐츠 등의 영향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일부 최고급 실버타운에 해당하는 이야기라는 게 강 부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상위 몇 곳 정도 제외하면 대체로 합리적인 가격대로 실버타운 생활이 가능하다. 가령 실버타운에서 생활비가 월 200만 원 정도 든다고 하면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입주 전 지출 비용과 비교해보면 비슷하거나 그보다 적게 드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다만 현재는 실버타운 수가 많지 않아 대체로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가 제공되는데, 점차 공급이 많아지면 옵션이 다양하고 특화된 서비스를 갖춘 곳이 생겨날 전망이다. 그럼 자신의 생활이나 경제 상황에 알맞은 곳을 선택할 여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국민연금연구원(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장년은 부부 기준 매달 적정 노후 생활비로 평균 268만 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 부부의 실버타운 월 생활비(의무식 포함 기준)는 상위 4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200만 원대로 책정됐다.(도서 ‘실버타운 올가이드’ 참고) 즉 애써 생활비가 높은 곳을 택하지 않는다면, 꼭 비싼 돈을 들여야만 실버타운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입주자들의 후기를 보면 비슷한 생활비로 가사 노동에서 벗어나고, 편의시설과 다채로운 문화생활을 즐긴다는 점에서 이득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수요 대비 공급, 0.05% 수준에 불과해
실버타운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입주자의 만족도가 올라가며 이에 대한 수요도 자연스레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그 열풍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다만 물리적으로 수요에 걸맞게 공급이 따라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대빈 부회장은 “업계에서는 실버타운에 대한 수요가 노인 인구의 2~3%가량 된다고 추정한다. 현재 대한민국 노인 인구는 10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의 2%만 추려도 20만 명이다. 그런데 현재 운영 중인 실버타운에 공급 예정인 곳들을 합산하더라도 총 1만 세대 정도다. 일본만 해도 현재 실버타운이 1만 5000곳 넘게 운영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즉 한국 실버타운은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언급한 노인주거복지시설의 개념에 따라 합산해본다면 국내에 운영 중인 실버타운은 30곳 남짓이다. 강 부회장이 말한 수치로 견주어보면 수요량을 따라가기 위해선 현재보다 20배의 공급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때문에 강 부회장은 이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노인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실버타운을 공급하고 있다. 소위 ‘알뜰 실버타운’으로 불리는 ‘고령자복지주택’(공공실버주택)이다. 2021년 말 기준 2260가구의 공급을 완료했고, 2025년까지 1만 가구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다만 저소득 고령자를 위한 복지의 목적이기 때문에 입주 자격이 정해져 있다. 만 65세 이상이면서, 무주택자이고(배우자와 신청자 모두 주택도 없고 분양권도 없어야 함),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50%, 70%(국가유공자) 이하인 자라야 가능하다.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중산층’에 대해 우려하는 상황이다.
강 부회장은 “고소득층은 경제적 능력이 되니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저소득층은 나름의 복지정책이 마련돼 있다. 문제는 중산층이다. 경제적으로 크게 여유롭지 않고 아무런 혜택도 없는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실버타운 몇 곳에 몰리게 되는 것”이라며 “시설과 서비스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다 좋으려면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실버타운의 경우 대체로 생활 전반에 필요한 모든 걸 제공해주는 식으로 운영하는데, 해외 사례를 보면 필요한 일부 서비스만 제공하는 형태도 생겨나는 추세다. 중산층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맞춤형으로 취사 선택 가능한 서비스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연구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생 보금자리 위한 실버타운의 미래
여러 기관에서 실시한 노후 거주와 관련한 조사를 살펴보면 ‘어디에 살 것인가’를 묻는 항목의 1순위는 대체로 ‘현재 사는 집’이 차지한다. 한 예로 보건복지부 ‘2020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4%는 건강이 유지된다면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원했다. 이는 가급적 살던 집(또는 지역)에서 나이 들고 싶어 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이하 AIP)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만약 노후에 실버타운 거주를 택했다면, 이들에게 AIP는 살던 실버타운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버타운에서 AIP를 이루기란 쉽지 않다. 현재 국내 실버타운에서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법적·제도적 한계가 있어서다. 때문에 실버타운에서 생활하다가 건강이 악화되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삶의 터전을 옮길 수밖에 없다.
강 부회장은 “현재 국내 실버타운 운영체제를 보면 AIP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어르신들이 실버타운에 오실 때는 곧 이사를 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죽을 때까지 여기 살겠다’는 마음으로 들어온다. 그러다 건강이 악화돼 퇴소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낙담하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본적인 생활과 더불어 너싱홈(Nursing Home)등을 갖춘 복합시설 개념의 실버타운이 앞으로 많이 생겨나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가사도우미·베이비시터 등 가사노동자들도 다른 노동자들처럼 노동관계법상 권리를 보장받는다.
고용노동부는 16일부터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된다고 밝혔다.
가사근로자법은 가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정부가 인증해 양질의 가사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고 가사근로자의 근로조건을 향상하는 법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됐지만, 기존 직업소개 방식의 가사근로자는 법적 보호에서 제외돼왔다. 지난해 가사근로자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들은 68년 만에 근로자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받게 됐다.
구체적으로 정부 인증기관과 근로계약을 맺은 가사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의 보호를 받게 되고, 고용보험·산재보험 등 사회보험도 적용되어 실직이나 산업재해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게 된다.
주 15시간 이상 근로시간과 최저임금, 4대 보험, 퇴직금, 유급휴일, 유급 연차휴가 등의 권리가 보장된다. 유급휴일의 경우 일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1주간 근로제공 시간을 개근한 경우 1회 이상의 주휴일이 부여되며, 연차휴가 역시 1년간 실제 근로시간이 근로제공 시간의 80% 이상이면 15일의 연차가 제공된다.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은 가사근로자를 5명 이상 유급으로 고용하고, 대표자 외에 관리인력을 고용하는 등 인증요건을 갖춰야 한다. 정부 인증을 원하는 기관은 16일부터 고용부 홈페이지나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한편, 정부는 가사근로자의 직접 고용 및 사회보험 가입에 따라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노동비용 상승에 대해 지원할 계획이다.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제공하는 가사서비스 용역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한다. 또한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및 가사근로자의 사회보험료 부담 완화를 위해 고용보험료 및 국민연금보험료의 80%를 지원한다.
또한,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인증을 받으려는 기관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지원한다. 정부는 100개소에 대해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1차 수 컨설팅은 62개소를 지원했고, 2차 수 컨설팅 38개소는 오는 29일까지 모집한다.
이번 법 시행으로 저출생 고령사회에 대비하여 가사서비스 시장이 활성화되고, 가사서비스의 신뢰도 및 품질이 높아져 가사서비스 이용이 촉진될 것으로 예상한다.
권태성 고용지원정책관은 “역량 있는 우수한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인증을 신청하여 가사서비스 시장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며, 가사서비스 이용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정부 인증 가사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고품질의 가사서비스를 제공받는 동시에, 근로조건을 보장받은 가사근로자를 위한 ‘착한 소비’를 해주시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나이가 들수록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때문에 노년층에게 주거 공간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즐거운 노후를 위해서는 어떤 주거 형태를 선택해야 할까? 노년층이 이용할 수 있는 주요 시설들의 특징과 차이점을 소개한다.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노인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주변의 도움 없이도 여생을 잘 보낼 주거 공간이다. 나이가 들어 점차 기력이 약해지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분가한 자녀가 연로한 부모를 집으로 다시 모신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대안을 찾게 되는 이유다. 보통 노년층이 이용할 수 있는 맞춤 주거 시설은 요양원, 요양병원, 실버타운, 양로원 등이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차이가 있으므로 노인의 몸 상태에 맞춰 신중하게 고를 필요가 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
별다른 지병은 없지만 스스로 식사나 거동이 불편하다면, 요양원이 적합하다. 요양원은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노인을 요양보호사가 24시간 보조하지만 주사를 놓거나 수술을 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의사는 상주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방문해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정도로 관리가 이루어진다.
요양원은 입소를 원하는 사람의 거주지 관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해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아야만 입소가 가능하다. 등급은 총 5개로 분류된다. 입소비와 요양보호사의 간병비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므로 대상자가 20%를 부담하면 된다. 그 외 약물 처방이나 기타 진료가 필요할 경우는 외부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고, 이 비용은 모두 본인 부담이다.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했지만 노인성 질환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은 요양원 대신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다. 빠른 치료와 퇴원이 목적인 대학병원·종합병원 등 급성기 병원과 달리, 요양병원은 만성기 환자를 위한 병원이다. 의사와 간호사가 상주하며 집중 치료를 한다. 대신 요양병원은 요양보호사가 상주하지 않아 필요 시 개인이 고용해야 하므로 요양원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 간병비는 개인 간병이냐 공동 간병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공동 간병은 한 명의 간병인이 몇 명의 환자를 돌보는지 알아봐야 한다.
양로원과 실버타운
양로원은 의료나 요양이 아닌 주거를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다. 몸이 불편할 경우 도움을 구할 의사나 요양보호사 등이 상주하지 않는다. 종류로는 무료, 실비, 유료 세 가지가 있다. 무료와 실비 양로원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다. 노인장기요양등급과 상관없이 입소 가능하고, 한 숙소를 여러 명이 사용한다. 무료 양로원은 무연고자 혹은 기초생활수급권자 노인을 대상으로 정부에서 100% 비용을 지원한다. 실비 양로원은 노인복지법시행규칙 제14조 1항의 2에 따른 실비보호 대상자가 정부에서 지원하는 비용을 뺀 일정 생활비를 부담하고 입소할 수 있다. 비용은 월 48만 원 정도다.
유료 양로원은 실버타운을 말한다. 건강하고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는 만 60세 이상이 입주한다. 건강진단서와 의사 소견서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가사 서비스와 식사가 제공되고, 수영장·헬스장·도서관·당구장 등 편의 시설에서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실버타운은 위치에 따라 크게 도심형, 근교형, 전원형(휴양형)으로 나뉜다. 흔히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제일’이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전원형 실버타운을 고르는 것은 금물이다. 가족이나 친구가 자주 찾아온다면 도심·근교에 있는 시설이 적합하다. 반대로 평생을 전원에서 살아왔거나 전원생활에서 위안과 안정을 찾는다면 전원형 실버타운에 입주하는 것이 맞다.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실버타운은 시설 수준과 서비스 내용이 천차만별이다. 보증금을 포함해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계약 전 충분히 둘러보기를 권한다.
이외에도 정부에서 저소득층 노인을 지원하는 ‘고령자복지주택’(공공실버주택)이 있다. 주택과 사회복지 시설이 복합 설치된 주거 시설이다. 입주 조건은 ‘공공주택이 만들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무주택 세대 구성원’이다. 해당자 중 우선순위를 정해 입주자를 선발한다. △1순위는 국가유공자 또는 그 유족, 광주 5·18민주유공자 또는 그 유족, 특수임무유공자 또는 그 유족, 참전유공자 △2순위는 생계급여 수급자 또는 의료급여 수급자 △3순위는 해당 세대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 근로자 가구 월평균 소득의 50% 이하인 사람이다. 다만 지자체별로 선정 기준이 상이할 수 있으니 주민센터에 문의해 시설 입주자 모집 공고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무관심 속에 성장하는 퇴직연금
사회보장제도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다. 1988년에 국민연금이 도입되었고, 연금저축으로 일컬어지는 세제적격 개인연금이 도입된 것은 1994년이다. 퇴직연금은 이보다 11년이나 늦은 2005년 12월에야 도입되었다. 퇴직연금 도입까지 걸린 시간이 길어진 것은 퇴직연금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이해 조정에 많은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이 각자의 이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여겼고, 그만큼 법안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였다.
제도 도입 초기의 치열한 관심과 달리 퇴직연금이라는 열차가 괘도를 달리기 시작하자 열의는 식기 시작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전면 개정안이 통과되는 데 3년이나 걸렸고, 2차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 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통과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이해관계자들의 관심과 열의가 식지 않았다면 과연 개정안이 국회에서 그토록 오랜 낮잠을 즐길 수 있을까? 아직도 퇴직연금의 기본개념조차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식을 들으면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저출산 고령화의 큰 파고 앞에서 위기에 처해 있는 100세 시대의 노후생활을 생각하면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노후준비가 국민적 스트레스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후준비 핵심 축의 하나인 퇴직연금이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은 아이러니를 넘어 배임행위라 여겨질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도 퇴직연금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구현해왔다. 2016년 3분기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30조원으로 전년 동기(111조원) 대비 17.1%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2012~2015년의 성장률은 20%를 훌쩍 넘어선다([표1] 참조). 극심한 경기침체 상황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성장률이 아닐 수 없다. ‘관심의 불황과 시장의 급성장!’ 불황형 흑자를 떠올리게 한다. [표1]에서 보는 것처럼 문제는 성장률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관심의 불황과 시장의 정체’라는 불황형 적자의 시대가 올까봐 걱정스럽다.
퇴직연금, 쉽고 효율적인 노후준비 방법!
기업·근로자·금융기관 등 퇴직연금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열의가 식는다고 해서 개인 및 사회에 대한 퇴직연금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제반 상황을 감안하면 퇴직연금의 영향력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늘어날수록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와 늘어만 가는 후반 인생을 생각하면 근로자에 대한 퇴직연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마땅한 신수종 사업이 없는 상황에서 여전히 고도성장을 하고 있는 퇴직연금은 금융기관에게 아주 매력적인 시장이다.
무엇보다도 퇴직연금은 가장 쉽고 효율적인 노후준비 방법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가 노후자금을 마련하려면 적잖은 부담을 감수해야만 한다. 별도의 자금을 염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직연금은 다르다. 퇴직연금에 적립되는 부담금을 기업이 내기 때문이다. 근로자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쌓기 위해 자신의 주머니에 손댈 필요가 없는 셈이다. 빠듯한 가계 상황을 걱정하지 않고도 노후를 준비할 수 있으니 얼마나 쉽고 좋은가! 또한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적립금 운용수익에 대한 세금이 인출하는 시점까지 이연되는 등 많은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다. 세금으로 내야 하는 돈이 다음 해 원금에 추가되니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효과가 극대화된다. “그까짓 이자가 얼마나 된다고?” 하며 얕보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 한두 해 일하고 그만둘 것은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보험료를 내고도 운용 과정에 전혀 참여할 수 없는 국민연금과 달리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각자의 상황에 맞는 운용 방법을 유연하게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거의 무료로 받을 수 있으니 노후자금을 불리는 방법으로 이만큼 효율적인 수단은 찾기 힘들다.
근로자들이 이런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쇼윈도 안의 마네킹이 입고 있으면 별무소용이다.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을 벗겨 내 손에 넣어야 비로소 내 옷이 되는 법이다. 퇴직연금도 마찬가지다. 제도적으로 아무리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들 근로자들이 이를 활용하지 않으면 진열장에 전시된 제품에 불과하다. 아이쇼핑은 심리적 만족감을 주지만, 활용하지 않는 제도적 장점은 공약(空約)의 씁쓸함을 가져다줄 뿐이다. ‘톡!’ 건드리기만 하면 터져 씨앗을 사방으로 퍼트리는 잘 익은 봉숭아처럼 전국 방방곡곡 모든 계층의 근로자들이 혜택을 받아 노후준비를 제고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과 열의에 불을 지펴야 한다.
퇴직연금에 대한 근로자의 관심과 열의에 불을 지피기 위해서는 기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기본을 다지는 출발점은 퇴직연금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퇴직연금의 본질을 꿰뚫고 이를 이해하기 쉽게 전파한다면 식어버린 관심과 열의를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두 가지 측면에서 퇴직연금의 본질을 살펴보자.
퇴직연금은 제2의 임금
‘퇴직연금은 제2의 임금’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퇴직연금의 법적 성질과 관련한 학설로는 노후보장·공로보상설·임금후불설 등이 있다. 노후보장설은 퇴직연금을 사용자가 선의로 근로자의 노후보장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 보며, 공로보상설은 그동안 일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퇴직연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본다. 임금후불설은 매달 임금으로 지불해야 할 것의 일부를 나중에 퇴직할 때 지불하는 것이 퇴직연금이라고 보는 학설이다.
정설은 임금후불설이다. 퇴직연금의 법적 성질을 임금후불설로 보는 것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 글로벌 퇴직연금시장에서 세계적 표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의 퇴직연금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에 비약적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한다. 전시통제정책의 하나였던 임금통제정책 때문이다. 원활한 전시물자 보급을 위해 취한 임금통제정책으로 기업들은 근로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물건을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상황에서 물건 만들 인력이 부족하니 얼마나 속이 타들어갔겠는가.
기업의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여성을 일터로 끌어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가급여(fringe benefits)로서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성인 여성들은 전업주부로서 주로 가사를 담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쟁터로 나간 젊은 남성들을 대신해 여성들이 노동력 부족 사태를 해결하려 대거 사회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전쟁이 불러온 예상치 못한 사회 변화였다. 퇴직연금과 같은 부가급여는 전시임금통제정책의 대상이 아니었다. 임금을 올려줄 수 없는 상황에서 중장년 남성 인력은 물론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한 여성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다른 대책이 필요했다. 지금 당장 임금을 올려줄 수 없으니 나중에 올려주겠다는 당근책이 필요했던 것이다. 바로 퇴직연금이었다. 즉 임금으로 줘야 할 것 중 일부를 퇴직연금이라는 형태로 해당 근로자가 퇴직할 때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연금회계기준서에는 퇴직연금을 임금후불이라고 못을 박아놓았다.
이처럼 퇴직연금은 단순한 인센티브가 아니다. 당연히 받아야 할 임금을 어떤 배경으로 인해 지급을 뒤로 미룬 임금의 일부인 것이다. 퇴직연금을 제2의 임금이라 부르는 이유다. 모든 근로자들은 임금협상철만 되면 신경이 곤두선다. 과연 올해는 임금이 얼마나 오를까? 최소한 물가인상률만큼은 올라야 할 텐데… 임금이 오르면 가계의 재정상태도 좀 나아지겠지. 이런 기대를 하며 임금투쟁에 적극 나선다. 기대에 어긋나면 파업까지 불사한다.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 중 하나다.
그런데 제2의 임금이라는 퇴직연금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도입 당시 타오르던 관심이 금방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당장 내 호주머니에 들어오지 않는 돈이라고 관심 영역 밖으로 밀려난 퇴직연금은 주인을 잘못 만난 화초처럼 생기를 잃고 시들어갔다. 내 퇴직연금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것은 애교에 가깝다. 내가 가입한 퇴직연금이 어떤 종류인지, 어느 퇴직연금사업자에 내 적립금 운용을 맡겼는지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내 퇴직연금이 안녕한지 그렇지 못한지 알고 있는 사람은 30%도 채 되지 않는다.
자신의 임금에 이처럼 무관심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음지에서 시들어가고 있는 퇴직연금을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 퇴직연금의 본질은 3층 사회보장제도의 하나로서 노후준비의 한 수단이 아니라 제2의 임금이다.
노후준비 수단은 임금을 활용하는 한 형태일 따름이다. 최소한 1년에 한 번만이라도 퇴직연금에 관심을 기울이고 점검하자. 그 결과 변화가 필요하다면 사업자를 바꾸거나 상품을 바꾸거나 자산배분을 바꿔보자. 시들해진 퇴직연금이 되살아날 것이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잠재적 액티브 시니어
퇴직연금의 본질과 관련해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포인트의 하나는 퇴직연금 가입자에 대한 것이다. 바로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는 모두 잠재적 액티브 시니어라는 점이다. 누구나 은퇴 후 활기차고 행복한 노후를 꿈꾼다. 이 점에서 퇴직연금 가입자는 특히 더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퇴직연금을 도입할 때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퇴직연금 도입에 동의할 때 동의를 해달라니 마지못해 동의할까, 아니면 노후에 대한 희망을 안고 동의할까? 비록 지금은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도입 당시 각자 나름의 꿈과 희망을 퇴직연금에 담았을 것이다.
퇴직연금은 액티브 시니어가 되기 위한 중요한 물적 기반이다. 이전 호에서 살펴본 것처럼 ‘액티브 시니어란 육체적·정신적 건강함을 기반으로 일정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연장자’를 뜻한다.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육체적·정신적 건강함과 함께 재무적 탄탄함을 필요로 한다. ‘가난한 강남 부자’라는 말이 암시하듯 아무리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더라도 현금흐름이 말라버리면 사회적 활동은커녕 움직이기조차 힘들다. 퇴직연금은 재산이 적더라도 현금흐름이 풍부한 시민이 되기 위한 초석이다. 많은 근로자들은 이런 심정으로 퇴직연금 도입에 동의하고,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하고, 적립금 운용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다. 퇴직연금을 잘 가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행복한 노후를 꿈꿨을 것이다.
하지만 한바탕 바람이 일고 난 뒤 일상으로 돌아오면 꿈은 사라지고 일상의 권태와 피로에 지배당하고 만다. 이 권태와 피로를 잊게 하고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꿈임을 이성적으로는 알지만 그 이성을 일깨우는 데에는 게으르다. 안다고 할 수 없는 셈이다. 퇴직연금은 제2의 임금임을 회상하며 다시 꿈을 일깨우자. 근로자 입장에서 퇴직연금은 은퇴 이후에 받는 또 다른 임금이다.
임금 인상 여부에 일희일비하던 기억을 퇴직연금에 접목해보자. 그러면 꿈은 되살아나고 삶에 대한 구체적 그림이 보일 것이다. 그 구체적 그림 속에서 퇴직연금의 역할을 부여해보자. 그러면 현재 나의 퇴직연금은 안녕한지 불편한 상태인지 보일 것이다. 안녕한 상태라면 잘 유지하고, 불편한 상태라면 상품·사업자·자산배분 등을 조정해 더 나은 상태로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선진국의 실버타운은 어떤 모습일까. 실버타운이 가장 발달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900년경 300만명에 불과 했다. 하지만 70년 동안 미국 총인구가 약 3배 증가하는 사이 노인인구는 7배 늘어날 정도로 고령화 속도가 빨랐고, 그만큼 실버타운을 비롯한 실버산업도 함께 발전했다.
미국은 실버타운 등 실버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민간 기업이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약 2만개의 실버타운이 운영 중이며, 이 가운데 80% 이상이 민간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미국의 실버 비즈니스 업체는 힐 헤븐(Hill Heaven), 베벌리 엔터프라이즈(Beverly Enterprise) 등이며, 대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만 8개 정도에 이른다.
미국에서는 정년퇴직 후 연금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동년배들끼리 모여 살면서 대화도 나누고 취미 오락 활동도 하며 여생을 즐겁게 보내려는 노인들의 비율이 많다. 이러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노인전용아파트, 노인촌락(retirement community) 등 노인주거산업이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노인주택은 대부분이 캘리포니아, 아리조나, 플로리다 등 기후가 온화하고 경치가 좋은 지역이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지금까지 살아왔던 지역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은 노인들의 의식에 따른 수요로 인해 추운 지역에서도 시장이 형성돼 입지하고 있다.
미국의 노인주택을 살펴보면 대략 네가지로 나뉜다. 우선 국가나 사회는 노인을 위해 주택과 최소한의 가사보조비를 제공하고, 건강하고 자립할 수 있는 사람이 거주하기 위한 주거방식으로 독립생활주택(Independent Living)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둘째, 공적인 자금을 이용해 건설, 공급하는 서비스 병설 집합 주택(Congregate Housing)이 있다. 셋째, 식사, 가사보조, 의료 이외의 간병보호서비스 프로그램까지 제공되는 보조주택(Nursing Home)을 통합한 형식으로 종신거주를 보장하는 칸티뉴잉 케어 리타이어먼트 커뮤니티(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가 있다. 이는 신체적으로 약간 쇠약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이들과는 별도로 수천가구 규모의 고령자용 주택과 운동, 문화, 여가활동의 대규모 시설들로 구성되는 주택단지가 있는데 이를 노인촌락(Mature Adult Community)이라 부르고 있다.
미국은 한국처럼 56세 정년의 덫에 걸리지 않는다. 오히려 강제정년 제도를 연령에 따른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대표적 소매 체인인 CVS도 강제정년 제도를 오래 전 폐지했다. 이 회사는 지난 12년간 50세 이상 고용을 두 배로 늘릴 정도로 고령 노령자 채용에 적극적이다.
◇일본 '유료노인홈' 한국과 유사해 = 일본은 1970년대 이미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7.1%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이어 1996년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해 현재 평균 수명이 80세가 넘는 세계 최장수국으로 국민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의 고령자다. 일찍부터 실버 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잘 발달돼 있다.
공공 부문의 경우 '고령자용 기획 주택'은 고령자에 알맞게 설계된 주택과 생활보조사라고 불리는 관리인이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 임대주택이다. 1987년에 시작돼 국토교통성이 주택 공급을 담당하고 복지 서비스는 후생성이 관리한다. '복지형 임대주택'은 중·저소득층 고령자에게 주택을 공급하고 임대료를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해 주는 제도다.
'시니어 주택'이란 중견 근로자가 퇴직시까지 마련할 수 있는 자금으로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이다. 고령자용 기획 주택이나 임대주택과 비교하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고령자 주택이다. 입주자가 입주 시에 일정액의 입주금을 일괄 지불해 그 주택에서 거주하는 동안은 집세를 내지 않는다.
민간이 공급하는 실버 시설은 '유료노인홈'으로 노인복지법에서 ‘통상 10인 이상의 노인을 입소시켜 급식과 기타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고, 노인 복지 시설이 아닌 것’이라고 정의된다. 설치자와 이용자가 자유계약에 근거해 필요한 비용(입주비 관리비 회비)을 지불하고 급식 목욕 건강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아 생활하는 시설이다. 시설 입소자의 비용 부담은 이용권 방식, 분양 방식, 임대 방식의 세가지 방식을 취한다.
유료노인홈의 경영 주체는 사회 복지 분야에 한정돼 있지 않고 주식회사, 생명보험회사, 개인 등도 만들 수 있다. 다만 사단법인인 전국 유료노인홈 협회를 통해 행정지도를 하고 있다. 협회에 가입한 유료노인홈도 일반 이용자 대상의 모집 등에서 유료노인홈이란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 리타이어먼트(Retirement House)를 비롯해 빌라(Villa), 케어 하이츠(Care Heights), 노령자 커뮤니티 등으로 다양한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유료노인홈은 50가구에서 100가구 사이의 비교적 소규모 형태로 지어진다. 단점으로는 민간 경영이기 때문에 운영 주체가 경영난으로 파산하는 경우 등 불의의 사태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1999년 4월 후생성이 ‘유료노인홈 설치운영 지도지침’을 개정해 부도에 의한 도산 방지, 간병, 보호 서비스 등과 입주 계약에 대한 규약 등도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서고 있는 실버타운은 일본의 유료노인홈 형태와 비슷하다.
◇독일, 입주비용 부족시 정부가 보조 = 미국과 일본이 상대적으로 민간주도의 실버타운이 강한 반면, 독일은 정부와 민간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노인의 주거시설을 마련하고 있다. 독일의 실버타운은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알텐본하임, 가사를 보조해주는 알텐하임, 요양원인 알텐플레게하임으로 구분된다.
모두 유료지만 입소 노인들은 자신의 연금과 보험금으로 그 비용을 지불하고 부족한 부분은 국가가 사회부조로 채워준다. 가장 큰 특징은 사회복지법인만이 운영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적으로 행정적 통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민간이 주도하는 실버타운에 비해 보다 안정적인 운영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핀란드의 경우 노인들이 자발적으로 실버타운을 만들었다. 지난 2000년 친구 사이인 은퇴 할머니 넷이 모여 노인공동체 설립을 추진했고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협동조합의 출자금으로 2006년 58가구가 수용 가능한 7층짜리 아파트가 완공됐다. 이 아파트의 이름은 로푸키리(‘마지막 전력질주’라는 뜻)로 붙여졌다.
입주 노인들이 직접 아파트 설계와 디자인을 계획했다. 이들은 공동의 생활 규칙을 만들고 식사·청소·빨래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일을 서로 분담, 협동해 해결한다. 서로 심리적으로 의지하면서 핀란드에서는 불황으로 노인 자살률이 심각했음에도 로푸키리에서 자살한 노인은 한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경영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령화를 일찍 경험한 선진국은 실버타운을 포함한 모든 고령화 이슈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개선해왔다”며 “한국은 선진국의 선례를 통해 간접적으로 배우면서 보완해 나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