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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겹겹이 쌓인 도시의 시간을 걷고, 읽고, 쓰다
- 맨홀 뚜껑, 지나가는 사람, 카페, 빌딩, 심지어는 도시의 냄새에도 정보가 있다. 그 정보를 읽으며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 도시문헌학자 김시덕 박사의 이야기다. “덕기성취(德器成就) 지능계발(智能啓發), 배재학당의 교육 이념과 이 건물이 세워진 해를 알 수 있죠.” 배재학당의 머릿돌을 짚으며 김시덕 박사가 말했다. 배재학당을 지나 시청 공원까지 함께 걸으며 그는 주요 건물들의 역사, 도로 이면에 감춰진 이야기를 줄줄 읊었다. “구시청은 일제강점기에 총독부 건물을 짓고 남은 목재로 지은 거예요. 서울시 의회 건물은 옛날 경성부민관이라고 해서 경성부의 시민회관으로 쓰였던 건물이고요. 최근 숨겨져 있던 머릿돌이 발견돼 화제가 됐죠. 구시청처럼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물 머릿돌에는 일본인 이름이 적혀 있어서 대부분 누군가 부숴버렸기 때문에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김 박사에게 도시는 그 자체로 읽을거리가 된다. 우리가 책을 읽듯 그는 도시를 읽는다. 그는 간판, 문화주택, 시민 예술, 화분과 장독대, 공동주택, 아파트, 철도, 버스 정류장, 상업시설, 공공시설 등 도시를 구성하는 모든 것에 정보가 담겨 있다 말한다. 도시문헌학자로서 도시를 읽고 기록하는 것, 그가 하는 일이다. 시층, 3문화 광장, 도시 화석 문헌학이 무엇인지 묻자 김 박사는 명함을 보여줬다. 영어, 한자, 한글, 숫자까지 네 개의 언어가 섞여 있고, 무게는 몇 그램이고, 어떤 종이를 썼고, 글자 간 간격은 어떠한지, 글씨체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해석하는 일이 문헌학이라고 했다. 이 방법을 도시에 적용한 것이 도시문헌학이다. “여기도 3문화 광장이네요. 조선시대에 지어진 배재학당, 1950~60년대에 이곳이 오피스 중심지였다는 걸 보여주는 저 건물, 현대에 지어진 빌딩이 있으니까요. 이렇게 세 가지 시대의 흔적이 섞여 보이는 걸 저는 시층(時層)이라고 해요.” 창밖을 내다보며 그가 말했다. 김시덕 박사와 인터뷰하기 위해 자리 잡은 카페는 17층에 위치해 시청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그는 숨 쉬듯 자연스럽게 도시를 읽고 있었다. 도시문헌학자란 이처럼 도시를 관찰하고 해석하고 사회상까지 분석한다. “사람들이 일제강점기나 독재 시대의 역사를 건너뛰고 도시를 봐요. 저는 개항 이후 100년의 역사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구미, 부산, 광주 등 대부분의 현대 핵심 도시들이 최근 100년 사이에 만들어졌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 시간을 빼고 이야기하려고 하죠. 그러니 앞뒤가 안 맞는 해석들이 나옵니다.” 도시를 읽으려면 시대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그는 도시를 볼 때 시층, 3문화 광장, 도시 화석, 크게 세 가지 개념 도구를 사용한다. 그가 말하는 시층은 한 장소에 축적된 시간의 층을 말한다. 강남은 현대에 개발된 지역이어서 조선시대나 식민지 시대가 없고 초기 1960년대, 1980년대, 1990년대의 시층을 관찰할 수 있다. 3문화 광장은 멕시코시티의 3문화 광장(아스텍 유적, 16세기 산티아고 성당, 현대 외무부 건물이 공존하는 곳)에서 가져온 개념이다. 우리나라 역사 특성상 동대문처럼 조선 후기, 일제강점기, 근대, 현대 등 다양한 시점에 지어진 건물들이 한 번에 보이는 곳이 꽤 있다. 도시 화석은 배재학당처럼 도시의 옛 흔적을 간직한 것을 말한다. 그의 도시 기록서인 ‘문헌학자의 현대 한국 답사기 1’에서는 버스 정류장도 도시 화석이라고 말한다. 김시덕 박사는 일본 문학 중 전쟁사를 전공했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답사기에는 늘 국제 정세가 함께 언급된다. 마치 지난 100년을 없는 셈 치는 것처럼 사람들은 북한의 위협이 없다는 전제로 도시를 본다. 하지만 그는 일산신도시와 분당신도시의 집값이 두 배 차이 나는 이유를 볼 때 북한의 위협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김 박사는 국제 정세가 한국 도시의 운명을 결정해왔다 말한다. 답사는 본능 같은 것 김시덕 박사가 본격적으로 답사를 시작한 건 2017년이다. 답사를 즐기게 된 계기를 묻자 “본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릴 때부터 도시 걷는 걸 좋아했다고. 답사의 기본은 대중교통이다. “한국 도시는 차 위주로 만든 도시가 아니거든요. 걸어야 한다는 전제로 만든 도시예요. 마음에 드는 아파트가 있다면 주변 버스 정류장 두 정거장 전쯤부터 걸어봐야 해요. 그래야 길의 높낮이도 보고, 사람들 유동량도 보고, 주변 공장이나 축사 냄새도 맡죠. 대부분의 지방 도시는 100년 전에 만든 신작로라는 길을 중심으로 면사무소나 시청이 놓여 있어요. 그런데 차로 고속도로만 타고 돌아다니면 옛 사람들이 다니며 만들어진, 오랜 시간 쌓여온 도시의 구조를 하나도 보지 않고 통과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부동산을 사기 전 지역 탐방하는 걸 뜻하는 ‘임장’을 할 때도 사고자 하는 부동산 주변을 꼭 걸어봐야 한다. 그러니까 아파트든 상가든 뭔가를 사고자 한다면 도시의 맥락을 함께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요즘은 인터넷이 잘 되어 있어 원하는 단어를 포털에서 검색하면 뜻이 바로 나오지만, 종이 사전으로 단어를 찾으면 앞뒤 단어도 함께 보여 맥락까지 이해하게 된다. 검색이 편리하듯 차를 타면 편하지만 월요일 출퇴근 시간대의 도시 냄새나 교통량 등을 알지 못할 테고, 그렇게 부동산을 구매하면 후회할 일이 생긴다. 도시의 맥락은 도로 안내판, 머릿돌, 간판에도 있다. 최근 김 박사는 공장지대나 택지 개발 예정지인 농산어촌을 둘러보고 있다. 앞으로 사라질 것들의 맥락을 기록해두기 위해서다. “을지로에서 간판 떼어서 보존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사실 그 순간 맥락이 없어져요. 박물관에 전시된 문화재들은 대부분 도굴된 겁니다. 이건 고고학에서 쓰는 개념인데요. 예를 들어 금동향로가 있는데 그게 백제시대에 만들어졌다는 출처를 모르면 가치가 달라져요.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가가 많은 정보를 담고 있거든요. 마치 책을 볼 때 글자만 읽는 것과 책의 질감, 무게, 잉크 종류 등을 보는 것의 정보량이 다른 것과 같죠. 도시도 마찬가지예요. 간판을 떼어두면 왜 만들어졌는지, 누가 사용했는지, 어떤 사진이 같이 걸려 있었는지 등의 정보가 사라지기 때문에 원래 가진 정보의 10분의 1밖에 볼 수 없죠. 그래서 현장에 남아 있을 때 보려고 합니다.” 3대 메가시티와 6개 소권역 김시덕 박사는 ‘서울 선언’을 비롯해 ‘갈등 도시’, ‘대서울의 길’ 등 ‘서울 선언’ 시리즈와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등을 집필했다. 가장 최근에 낸 ‘한국 도시의 미래’에서는 3대 메가시티와 6개 소권역을 주요 지역으로 나누었다. 그에게 향후 9개 권역으로 도시를 나눠 미래를 전망한 이유를 묻자 “관찰 결과 보고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래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관찰된다는 말에 가깝습니다. 대중교통 답사를 하다 보면 교통망에 따라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이거든요. 제가 대서울권이라는 말을 쓰는데 예를 들어 춘천, 원주, 홍성에 사는 사람들이 전부 서울로 직행하는 건 아니에요. 주변 지역으로 이동하는데, 마치 체인처럼 연결되는 거죠. 그 체인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를 봤습니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기본계획’ 읽는 법을 꼭 숙지하길 당부했다. 도시기본계획은 지자체에서 향후 어디를 어떻게 개발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는 발표다. 실제로 개발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어떤 발표를 했는지 알아두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지난해 발표한 서울 도시기본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35층 고도제한 완화’라는 화두였다. 다만 기본계획을 볼 때는 반드시 연도별 계획을 비교해서 봐야 한다. “각 지역에 시사, 구지, 군지 등 지역 역사책이 있어요. 서울시사, 강동구지 같은 거죠. 시장이 바뀌거나 하면 책을 새로 내는데, 정파에 따라 있던 내용을 빼거나 더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꼭 이전 책과 새로 나온 책 두 개를 같이 봐야 해요. 도시기본계획도 그래요. 예를 들면 하남도시기본계획2020과 2040을 같이 보라는 거죠.” 과거와 현재, 한국과 일본, 서울과 부산 등 분석에서 비교는 필수다. 부산은 서울이 부산 인구를 다 빼앗아 간다고 하지만, 부산은 울산의 인구를 빼앗아 온다. 어떤 지역과 비교하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더불어 각 지역의 정치를 담당하는 지역구 의원이나 국회의원의 공약에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있다. “요즘 운하의 도시라고 하면 송도나 김포를 떠올리는데요. 원래 운하도시를 지향한 건 부천이었습니다. 부천 중동신도시를 1989년에 분할하려고 했고, 도시기본계획에 그 내용이 담겨 있었죠. 그런데 무산되면서 다음 기본계획에는 그 내용이 빠졌거든요. 앞선 도시기본계획만 보고 부천이 운하도시가 되겠다고 생각해 집을 샀던 사람들이 ‘사기를 당했다’며 소송을 거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비교 분석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 최근에는 내륙지역인 부천에 항구를 만들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해요. 만약 누군가 이런 공약을 냈다면 과거 도시기본계획에 있었지만 사라진 내용이 다시 나온 거예요. 운하도시가 취소된 배경을 알고 있다면 부천에 항구 만드는 일이 허황되다는 걸 알 수 있겠죠?” 한국 도시를 기록하며 그의 도시 연구는 서울·경기와 그 외 전국 지역으로 나뉜다. 아무래도 서울·경기권에 사람이 많다 보니 이 지역에 대한 분석 요청이 많다. 그는 답사하며 기록한 내용을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에게 전하고 있다. ‘삼프로TV_경제의 신과 함께’ 채널에서는 ‘김시덕 박사의 도시야사’를 연재하고 있으며, 개인 유튜브 채널 ‘도시문헌학자 김시덕’에서는 답사하면서 관찰한 장소를 하루에 하나씩 올린다. 강릉의 안목해변이 아닌 화력발전소, 광양의 제철소가 아닌 농촌, 서울 1호선에 있는 머릿돌, 한강신도시 개발 예정지에서 본 벌판 등이 그가 올리는 영상의 주제다. ‘서울 선언’ 시리즈와 같은 답사·임장 책도 꾸준히 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 선언’ 시리즈의 4편이 될 책을 탈고했다. ‘서울 선언’ 시리즈는 국제도서전에 출품할 예정이다. 더불어 1980년대에 나온 ‘한국의 발견’ 시리즈처럼 그만의 답사 책 시리즈를 만들고자 하는데, 향후 5~10년은 더 걸릴 거라고 봤다. 김 박사는 “현재의 1년은 과거 100년과 같다”며 “바뀌는 도시를 꾸준히 점검하고 업데이트 할 것”이라 말했다. 그러니 그의 답사는 걸을 수 있는 한 계속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시덕 박사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누가 좋다고 해서 샀는데 집값이 떨어진다는 하소연을 많이 들어요. 반드시 지역에 가셔서 버스 한 정류장이라도 걸어보시고, 근처 카페에 앉아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부동산 시장의 ‘카더라’보다 정확할 겁니다.”
- 2024-05-0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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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화로 일손 없어 日기업 줄줄이 도산… “외국인 근로자에 사활”
- 2023년 인력 부족을 이유로 기업들이 도산하고, 종업원이 없어 단축 영업을 하거나 임시 휴업하는 음식점도 생겨났다. 일본에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가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음에도, 여전히 일본은 일손이 부족하다. 게다가 신흥국 경제성장으로 일본의 일자리 매력도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올해 4월 1일부터 일본 물류업계 운전자의 근무시간이 제한된다. ‘배송 기사의 근로시간은 다른 산업에 비해 20% 긴 반면 수입은 20% 적다’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배경에는 운전자의 고령화, 만성적인 인력 부족, 장시간 노동의 장기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물류량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다. 이와 관련해 ‘2024년 문제’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일본 내에서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물류업계 인력 부족과 업무 방식 개혁이 큰 이슈가 됐다. 인력 부족해 문 닫는 기업들 운전자 부족은 물류업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 시장조사 업체 제국데이터뱅크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에 인력 부족을 이유로 문 닫은 기업은 110개사가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전해 같은 기간보다 80.3% 증가한 수치로, 2013년 해당 데이터를 집계한 이후 처음으로 100건을 넘어섰다. 멘주 도시히로(毛受敏浩) 일본국제교류센터 집행이사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인구가 연간 80만 명 이상 감소하고 있어, 노동자 확보가 모든 산업에서 사활을 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멘주 이사의 우려처럼 앞으로 일본의 노동력은 더 부족해질 전망이다. 일본 싱크탱크 리크루트웍스 연구소에 따르면, 2040년 일본의 노동인구는 약 1100만 명 모자랄 예정이다. 특히 교통과 건설 등의 분야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택시업계 운전자 평균 연령은 2022년 기준 58.3세로 고령 인력이 대부분이다. 버스 역시 고령화로 운전자가 부족해 버스 노선이 사라지거나, 버스 업체가 문을 닫기도 했다. 일본버스협회는 2030년이면 일본 전역에 버스 운전기사가 9만 3000명으로 줄어 3만 6000명 정도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건설업도 마찬가지다. 총무성에 따르면 건설업 종사자는 1997년 685만 명에서 2022년 479만 명으로 30% 이상 줄었다. 그런 데다 고령화로 55세 이상 노동자가 36%에 달해 앞으로 노동인력은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외국인 노동자 더 받겠다지만 일본 정부는 대안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물류나 교통업계에 취직할 수 있도록 비자제도를 점검하기로 했다. 최장 5년 동안 외국인의 취업 체류를 허가하는 ‘특정기능 1호’ 대상이 되는 12개 업종에 자동차 운송, 철도, 임업, 목재산업 4개 분야를 추가하기로 했다. 앞으로 버스·택시·트럭 운전사, 철도 역무원·차장, 슈퍼마켓 내 반찬 조리 직종 등에도 외국인 인력이 유입될 전망이다. 또한 특정기능 체류 자격을 허가하는 인원도 늘릴 것을 제안했다. 3월 19일 일본 정부는 향후 5년간 특정기능 수용 전망 인원으로 최대 82만 명을 제시했다. 2019년 특정기능 1호 제도를 처음 도입할 때 제시한 34만 5000명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특정기능 체류 자격은 간호, 건물 청소, 건설, 자동차 정비, 숙박, 농업, 어업, 외식 등의 일자리 시장을 외국인에게 개방하면서 만든 제도다. 수용 인원은 5년 단위로 정한다. 비숙련 노동자의 취업을 허가하는 기술실습제도를 대체하는 ‘육성취업’제도도 새롭게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기술실습제도는 전직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육성취업제도에는 인재를 육성하고, 전직을 인정하며, 지방의 인재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제도로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를 유입시킨 뒤 특정기능 1호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부족한 일손을 채우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에 따라 일본 내 외국인 노동자는 꾸준히 늘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3년 일본의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4만 명을 넘어섰다. 2008년에는 49만 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근로자가 15년 만에 네 배로 늘어난 셈이다. 외국인 고용 신고를 의무화한 2007년 이후 최고치라지만 인력난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국제협력기구는 일본 정부가 제시한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려면 2040년 기준 외국인 노동자가 지금보다 500만 명 더 늘어야 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에게 일본이라는 일자리 시장의 매력은 점차 낮아지는 모양새다. 일본의 외국인 근로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는 베트남이다. 인력이 부족한 간호, 건설의 경우 베트남 자국에서 일할 때 받을 수 있는 임금과 일본에서 받는 임금의 격차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 하락으로 실질임금이 낮아진 데다 물가까지 고려하면 일본에 살면서 일할 이유가 더 이상 없다고 지적한다. 세금이 높은 점도 외국인 근로자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평균 임금은 일본인의 75%지만 소득세율은 10%에 달한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2032년이면 베트남의 현지 급여 수준이 일본의 50%를 넘을 것”이라며 “동남아 외국인 근로자들은 더 이상 일본으로 일하러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2024-04-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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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금반환보증보험 보험료 지원, 나이 제한 없앴다
- 앞으로 나이 제한 없이 전세금반환보증보험 보험료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일부터 전세금반환보증보험 보험료 지원 나이 제한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은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을 때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주는 보험 상품이다. 보증기관은 먼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하고 이후 임대인에게 회수한다. 운용 기관은 HUG, HF, SGI서울보증 세 곳으로, 각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전세지킴보증, 전세금보장신용보험이라는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정부는 기존에 이 보험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보험료를 지원해왔다. 전세보증금 3억 원 이하, 연소득 5000만 원(신혼부부 7000만 원) 이하, 만 19~39세(전남·강원 만 19~45세)에게 최대 30만 원까지 지원한 것. 지난 3월 4일부터는 전세보증금 3억 원 이하, 연소득 5000만 원 이하인 청년, 연소득 6000만 원 이하인 일반 가구, 연소득 7500만 원 이하인 신혼부부에게 최대 30만 원 보험료를 지원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더불어 지원 범위도 넓혔다. 기존에는 신규 가입 보증에 대해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신청일 기준 유효한 보증으로 확대한다. 즉, 보험료를 이미 냈더라도 심사 기준에 해당하면 낸 보험료의 90%(최대 30만 원)까지 환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청년이거나 신혼부부라면 100%(최대 30만 원)를 돌려받는다. 정부가 전세금반환보증보험 보험료를 지원하는 이유는 전세 사기 피해를 방지하고자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데 있다. 보험료를 지원받고 싶다면 주소지 담당 시·군·구청에 방문해 신청할 수 있고, 온라인 시스템이 구축된 곳이라면 정부24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정부는 향후 보증료 지원 신청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 2024-03-0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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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드윅’이 돌아온다”…3월 풍성한 문화소식
- ●Exhibition ◇갑진년맞이 용을 찾아라 일정 4월 7일까지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십이지신 중 유일하게 상상의 동물인 용은 예부터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여겼다. 삼국시대 무덤 벽화부터 절터의 벽돌, 왕실용 항아리, 대한제국 황제의 도장 등 다양한 미술품에 등장했다. 각 작품에 표현된 용은 용맹하면서도 사람을 닮은 친근한 표정을 하고 있기도 하다.국립중앙박물관은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상설전시관에서 용과 관련된 전시품 15건을 소개한다. 전시품은 1층 선사·고대관과 중·근세관, 2층의 서화관, 3층의 조각·공예관에 분포돼 있다. 전시장 키오스크에 떠 있는 QR 코드를 촬영하면 안내 지도와 목록을 볼 수 있어 쉽게 전시를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고구려 강서대묘의 ‘청룡도’가 있다. 널방(시체를 안치한 무덤 속 방) 동벽에 그려진 것으로, 죽은 자를 지키는 사신의 오랜 전통을 확인할 수 있다. 서화실에서는 가로, 세로 각각 2m가 넘는 대규모 용 그림을 만날 수 있다. 푸른 바다 위 먹구름에 겹겹이 싸인 용은 나란히 전시된 호랑이 그림과 함께 정월 초 궁궐이나 관청 대문에 붙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각·공예관에서는 청자와 백자에 나타난 용을 찾아볼 수 있다. ◇브라이언 아담스 사진전 일정 4월 13일까지 장소 전쟁기념관 캐나다 가수이자 사진작가 브라이언 아담스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전시다. 크게 두 개의 존으로 구성됐으며, 총 140여 점이 전시됐다. 익스포즈드 존(EXPOSED ZONE, 노출)에서는 마이클 잭슨,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등 유명 인물과 함께 작업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운디드 존(WOUNDED ZONE, 부상)에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부상당한 영국 장병들의 사진이 전시됐다. 전쟁의 상처를 조명했으며, 전쟁기념사업회의 설립 정신과 취지에도 부합한다.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은 “전쟁의 고통과 상처를 간직한 군인들의 사진을 보며, 전쟁의 교훈을 깨닫고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Book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김웅철·매일경제신문사)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인 고령자 인구 비율이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일각에서는 그보다 이른 올 하반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저자는 초고령화에 빨리 대응해야 한다며, 10여 년 앞서 초고령사회를 경험한 일본을 통해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중장년층과 젊은 층의 가치관이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문화가 생겨났으며, 고령화 정책과 기술이 현장 중심으로 발전하며 고령 친화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지역사회에서는 치매 카페와 같은 모임이 생기고, AI택시 같은 혁신적인 교통수단이 도입됐다. 대형마트에서는 고령자들을 위해 특화된 서비스인 ‘슬로 계산대’를 운영하며, 젊은이들은 고령자의 짝꿍 역할을 하면서 IT 기기 사용법을 가르쳐준다. 고령자 서비스를 확대한 편의점, 메디컬 피트니스 등 시니어 비즈니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고령화가 단순히 인구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와 문화의 변화라는 것을 깨닫고, 그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를, 궁극적으로 초고령사회를 넘어 신고령사회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베이비부머가 노년이 되었습니다(김찬호·날) 사회학자이자 베이비부머 세대인 저자가 60세를 지나면서 펴낸 첫 노년 에세이. 품위 있는 노년을 위한 마흔 개의 열쇳말을 제시한다. ◇비만·당뇨·콩팥병 악순환 고리를 끊다(송정숙·북아지트) 약사인 저자는 당뇨와 비만의 근본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에 관한 해법을 소개한다. 생활요법과 질 좋은 영양소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생의 오후를 즐기는 최소한의 지혜(아서 브룩스·비즈니스북스) 하버드대 교수인 저자는 직업적·사회적 쇠퇴기를 맞은 중년들이 삶의 목적을 찾고 새롭게 도약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Stage ◇헤드윅 일정 3월 22일 ~ 6월 23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손지은 출연 조정석, 유연석, 전동석, 장은아, 이예은, 여은 등 스테디셀러 뮤지컬 ‘헤드윅’이 14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음악을 통해 상처로 얼룩진 인생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로커 헤드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1994년 뉴욕의 작은 록 클럽에서 첫선을 보인 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금세기 최고의 록 뮤지컬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5년 초연됐으며, 이번 시즌에는 조정석·유연석·전동석이 헤드윅 역을 맡아 연기한다. 유연석은 7년 만에, 조정석은 8년 만에 헤드윅으로 돌아온다. 조정석은 “예전에 마흔이 넘어도 헤드윅을 할 거라고 했는데 그 말을 지키게 됐다”며 “2006년부터 네 번의 시즌을 함께했다. 할 때마다 재밌고 여전히 내 심장을 뜨겁게 하는 작품이어서 설렌다”고 소감을 전했다. ◇넥스트 투 노멀 일정 3월 5일 ~ 5월 19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연출 박준영 출연 최정원, 배해선, 이건명, 마이클 리, 산들, 유회승, 홍기범 등 2년 만에 돌아오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내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가족의 아픔과 화해,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한다. 16년째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 다이애나와 그녀의 병이 온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탄탄하고 정교한 드라마로 풀어낸다. 다이애나 역은 지난 시즌에 이어 최정원이 맡았으며, 배해선이 새롭게 합류했다. 남편 댄 역은 이건명이 지난 시즌에 이어 출연하며, 마이클 리가 뉴 캐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딸 나탈리와 아들 게이브 역에는 실력과 에너지를 갖춘 젊은 배우들이 캐스팅돼 기대감을 높인다. ◇그때도 오늘 일정 3월 15일 ~ 5월 26일 장소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 연출 민준호 출연 최영준, 오의식, 박은석, 이희준, 양경원, 차용학 연극 ‘그때도 오늘’이 극단 설립 20주년을 맞아 2022년 초연 이후 무대에 오른다. 1920년대 부산, 1940년대 제주도, 2020년대 최전방 등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2인극으로, 각 지방색에 맞는 사투리를 근간으로 시대적 배경을 실감 나고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배우 겸 작가로 활동 중인 오인하가 극본을 썼다. 공연 관계자는 “독립, 평화,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을 되짚어보게 한다”고 소개했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4-03-0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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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자생한방병원, ‘24시간 야간응급진료’ 돌입… “의료 공백 메꿀 것”
- 안산자생한방병원(병원장 박종훈)이 365일 언제나 치료받을 수 있는 ‘24시간 야간응급진료’ 운영을 시작했다. 최근 전공의들의 근무 거부로 응급 의료 체계에 공백 장기화 따라 환자들이 받는 불안과 피해가 점점 커져가는 가운데, 안산자생한방병원은 4일 이 같이 밝혔다. 안산자생한방병원은 한·양방협진을 통한 정밀진단과 한방 비수술 치료를 통해 목∙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퇴행성관절염 등 안산 시민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중점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24시간 야간응급진료’에서는 응급 환자 내원을 대비해 체계적인 치료를 시행하고자 당직 한의사 상주를 통한 야간한방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척추·관절 등 근골격계 질환 외에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안면 신경 마비, 소화기 장애, 교통사고 부상 등에 대한 처치를 신속하게 받을 수 있다. 24시간 야간응급진료는 누구나 이용 가능하며 주말과 공휴일 관계없이 운영된다. 안산자생한방병원 박종훈 병원장은 “환자분들이 필요할 때 곁을 지키는 것이 의료인으로서의 본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시는 일이 없도록 안산자생한방병원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24-03-0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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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에 귀촌 선언, 남들은 뜯어말렸지만 얻을 건 다 얻었다
- “시골로 내려가겠다고? 그건 좀 미친 짓 아닌가?” 김화자(59, ‘꽃피는 산골농원’ 대표)는 이런 핀잔을 종종 들었다. 그러나 귀에 담지 않았다. 시골살이의 고독과 농사의 고난을 헤쳐나가느라 몸은 물론 마음마저 상할 수 있으니 충분히 숙고하라는 충고쯤으로 여기고 시골행에 시동을 걸었다. 시골살이는 김화자 부부에게 오래 묵은 로망이었다.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부부 단둘이 시골에서 오순도순 살고 싶다는 꿈에 무슨 결함이 있으랴. 김화자에게 귀농은 자연스러운 이행(移行)이었던 같다. 상류의 물이 하류로 흘러가는 것과도 같은 순행. 올해로 그는 귀농 11년 차를 맞이했다. 애초 귀농을 만류했던 이들의 말이 이젠 사뭇 달라졌단다. “어라, 이 사람들 성공했네!” 김화자의 집은 무주군의 명산 적상산 아래에 있다. 한갓진 외딴집이다. 집 앞엔 개활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인상적인 건 이 집에서 바라보이는 산 풍경이다. 뒤편으로는 적상산이 떡 버티어 집을 보듬었고, 앞쪽에선 대호산이 뭔가 서기를 풍겨 생동감을 부여한다. 저 멀리 아스라이 덕유산도 보인다. 하얀 눈을 뒤집어쓴 그 산의 정상부는 아예 설산인데,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를 편집해 붙인 듯 신비감이 감돈다. 여기나 저기나, 앉으나 서나, 밤이나 낮이나 산들의 동향을 관찰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환경이다. 산경(山景)에 심취하는 버릇이 있는 사람에게 적격인 삶터다. 김화자는 마땅한 시골을 물색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여러 지역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인터넷에 매물로 나온 이곳을 둘러보고 곧바로 부지를 사들였단다. 첫눈에 호감이 가서. “이왕이면 산세 좋은 곳에 터를 마련하고 싶어 강원도와 경기도 북부 지역 곳곳을 답사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곳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강원도의 산세를 닮은 분위기에 보자마자 반했으니까. 깊은 맛을 풍기는 산세에다 탁 트인 경관까지 보기 좋게 어우러져 즉시 매입했다. 철탑이나 축사가 인근에 없는지, 가격은 합리적인지, 갖가지 꼼꼼한 점검부터 하는 게 매입 수칙이라지만 그런 걸 다 생략하고 샀다. 한참 뒤에 알고 보니 시세보다 훨씬 비싼 땅값을 치렀더라.(웃음) 하지만 억울하진 않았다. 취향에 맞는 터를 구입했다는 기쁨이 더 컸으니까. 터를 정하고 나자 지인들이 ‘미쳤다’는 소리를 또 끄집어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무주에서 무슨 재주로 살 거냐면서.(웃음)” 초기 5년은 혹한기 터 일대의 자연환경 하나에 꽂혀 일을 저지른 셈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날 이때까지 대체로 순탄한 시골살이를 해왔으니까 말이다. 터에 서린 무슨 지령(地靈)의 선한 감독을 받았을 리 없겠지만, 첫눈에 반한 땅이 주는 만족감을 정서적 기반으로 삼아 순항을 해왔으니 김화자에겐 영락없는 명당이다. 귀농 전에 그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살았다. 남편과 함께 문구점을 18년간 운영하다가 접고 시골로 들어온 것. “자영업이 대부분 그렇듯 자유시간이 없다. 스트레스도 많고 갑갑증이 난다. 더구나 우리는 휴일 없이 일에 매달려 살았다. 덕분에 문구점 규모를 키울 수 있었지만 언젠가는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 일찍부터 아이들을 다 키운 뒤엔 시골에 가서 마음 편하게 살 작정을 했는데, 마침내 적당한 시점에 이르러 가게를 청산하고 2013년에 이곳으로 내려왔다.” 도시에도 장점과 매력 요소가 많다. 시골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 “돈을 벌기엔 도시가 한결 유리하겠지만 만족할 만한 좋은 삶을 꾸리는 데엔 시골이 더 낫다고 봤다. 그리고 그 좋은 삶이란 시골의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 텃밭을 일구고 정원을 가꾸는 식의 여유로운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유롭고 평온하게 살고 싶어 오랫동안 시골을 꿈꾸었던 거다. 어휴, 도시는 참 싫다. 스트레스와 부자유는 물론 교통체증과 매연에 질렸다.” 농사는 어떤 작물을 하나? “농원의 전체 부지 1800평 중 1500평에다 사과와 블루베리 농사를 한다. 처음엔 사과 농사만 하다 나중에 블루베리를 추가했다. 애초 우리는 귀촌 형태의 시골살이를 구상했다. 호미자루 한 번 손에 쥐어본 적 없는 나로서는 본격적인 농사는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그냥 한가하게 살고자 했다. 인근에 구천동 관광지구가 있으니 상황을 봐서 나중에 민박집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정작 들어오고 나서는 귀농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그렇게 된 계기가 있겠지? “원래 이 터 일부에 사과 과수원이 있었던 데다 마을 주민들이 사과 농사를 하라 권유를 해 입문했다. 무주는 사과 특산지구다.” 농사 초심자가 과수원에 뛰어들었다. 막막한 게 많지 않았을까? “처음 1년은 너무도 힘들었다. 호미로 풀을 메다가 집어던지고 주저앉아 펑펑 울기도 했다. 문제는 농사에 관한 아무런 사전지식도 없이 덤벼들었다는 데에 있었다. 그래서 무주농업대나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열심히 배웠다. 여러 해에 걸쳐 농업교육을 이수하면서 농촌체험학습지도사, 농식품가공기능사, 팜파티플래너 1급 지도사, 다육아트지도사 등 다수의 자격증을 땄다.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 인증도 받았고.” 당초 귀농에 뜻을 두지 않고 내려왔지만 어차피 본격 농사에 승차했으니 제대로 한번 달려보자! 아마도 그런 결기가 작동했던 게 아닐까? 김화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민감하게 움직이는 걸로 귀농 생활을 개척해나갔다. 그러자 매사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농사일이 즐거워졌다. 비록 고달픈 노동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나날이지만 도시에서와 달리 마음은 편하고 여유로웠다. 하지만 농사로 얻는 수익은 쉬 오르지 않더란다. 초기 5년은 혹한기였다는 것. “월 300만 원, 즉 연간 3500만 원 정도의 순소득을 목표로 삼았다. 그쯤이면 부부 둘이 먹고살기에 충분할 거라 봤다. 하지만 손에 쥘 게 거의 없었던 초기 5년간은 많은 고심을 하며 지냈다. 다시 말하자면 자리 잡는 데 5년이 걸린 셈이다.” 그마저 괜찮은 성적이지 않나? 10여 년이 지나서야 궤도에 오르는 귀농인도 많다. “우리는 친환경 농법으로 사과와 블루베리를 생산한다. 따라서 품질이 좋다. 이게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이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농사 자체는 쉽지 않다. 특히 자연재해엔 속수무책이다. 농부가 최선을 다해도 물과 햇빛이 도와주지 않으면 망칠 수 있다.” 일찍이 현자가 말했더라. 하늘은 때로 사람을 공깃돌처럼 가지고 논다고. 어떤 식의 자연재해를 경험했나? “태풍이 몰아쳐 사과나무들을 쓰러뜨렸다. 낙과 발생이 극심해 팔 만한 게 없었다. 밤낮없이 나무를 일으켜 세우는 작업을 하며 울었다.(웃음) 봄철에 느닷없이 쏟아지는 우박, 긴 장마, 겨울 가뭄 등 수시로 악재와 부닥친다. 자연 앞에서 사람은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걸 실감하며 산다. 그러나 행복감을 맛보는 때가 아주 많다.” 어떤 때에? “창밖이 밝아오는 아침에 눈을 뜰 때, 가만히 피어나는 들꽃을 바라볼 때 참 좋다. 밭에서 힘겹게 일하면서도 내가 지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산다는 자각을 할 때도 행복하다. 이건 도시에서 가게를 할 땐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경험이다.” 괜히 시골에 들어왔다는 후회는 없었는지? “한번은 사다리를 타고 사과나무를 돌보다가 떨어져 발목뼈 세 군데가 부러졌다. 게다가 수술마저 잘못돼 무려 2년간 심한 고생을 했다. 그때 처음으로 회의를 느꼈다. ‘아이고, 내가 왜 시골에 와서 이 고생을 하지?’(웃음) 하지만 잠깐 스쳐가는 후회에 불과했다.” 이미 얻을 건 다 얻었다 그의 농원은 정갈하고 쾌적하다. 2층으로 지은 살림집과 정원 공간, 체험장과 가공공장, 사과와 블루베리 밭, 또는 이리저리 이어지는 통로 등이 유기적으로 구성돼 조화로운 한편 기능성을 극대화했다. 부부가 쏟아부은 비지땀과 능력과 시간의 산물이다. 농장의 핵심 공간은 체험장이다. 이곳은 급조한 비닐하우스지만 내부 치장이 꽤 흥미롭다. 벽면에 걸린 수예품과 그림들, 선반에 올라앉은 공예품들, 너른 자리를 차지하고서 재잘거리는 수백 점의 다육식물들. 이것들은 모두 김화자가 손수 만들거나 가꾼 것이라는 점에서 가히 독창적이다. 그는 이곳에서 방문객들을 상대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리 농원은 무주군 1호 치유농장이다. 과수 농사만 하다가 치유체험농장으로 전환한 이후 나름의 성장을 해왔다. 체험장에 있는 모든 사물이 치유 프로그램 소재로 쓰인다. 이건 실로 만족스런 대목이다. 나의 취미와 취향을 즐길 수 있는 수단을 프로그램화해 남들과 공유하고 소득까지 올리고 있으니까.” 일과 취미를 접목한 셈인가? “시골에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자는 게 기본 목표였는데 그게 이루어졌다. 처음엔 농사만 했지만 노동만 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 취미 역시 제대로 즐겨 삶의 질을 높이고 싶었는데 그게 이루어졌다.” 흔히 원주민이나 귀농인이나 농사에 매몰돼 취미 내지는 문화 활동과 무관한 일상을 산다. 당신의 스타일은 독특하다. “내가 경험한 시골 인심은 정겹고 순박하다. 그러나 평생 호미를 쥐고 사는 할머니들을 보면 안타깝다. 때로 그들을 농원에 모셔 그림을 그리게 한다. 그러면 무표정하던 얼굴에 생기가 돌더라. 귀농인들도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문화를 즐길 수 있다. 난 읍내 합창단에 가입해 노래를 즐기기도 하는데, 문화 동아리도 많고 싼값에 볼 수 있는 공연이나 이벤트도 풍성한 게 요즘의 지방이다.” 성공한 귀농인이라는 얘기를 듣는다지? 이제 농원에 무엇을 더 보탤 계획인가? “2023년 매출이 약 9000만 원이다. 이쯤이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차후 게스트하우스를 하나 지을까 생각 중이지만 사실 얻을 건 이미 다 얻었다. 부부가 노후를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고, 자식들이 놀러 와 맘껏 놀다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니까. 무엇보다 그토록 바랐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고 있어 기쁘다.” 원했던 곳에서 원했던 삶을 발굴해 지속한다는 건 아마도 인생의 최고봉이다. 섣부른 귀농으로 인생이 외려 꼬이는 수도 있지만 과욕 없는 열렬한 행보라면? 김화자의 방식엔 은근히 개성과 패기가 박혀 있다. 김화자가 주는 귀농 Tip •마음을 비우고 귀농하자. 꽉 채워진 마음엔 새로운 게 들어설 자리가 없다. •성향이나 기질이 농촌 생활과 어울릴지 면밀히 점검하고 귀농 여부를 결정하자. •귀농 초기의 고생은 통과의례로 여기고 귀농하자. 5년 차까진 수련기로 작정하는 게 현명하다. •처음엔 집을 빌려 쓰라고들 하지만 아예 내 소유 집부터 짓는 게 좋을 수 있다. 초기의 어려움에 질려 너무 쉽게 역귀농하는 사례를 볼 수 있는데, 집을 지어놨을 경우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 인내하며 활로를 찾아가기도 한다. •작목은 가급적 지역 특산물을 선택하자. 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생산물 유통의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남자만의 귀농은 금물이다. 부부가 함께 귀농하자.
- 2024-02-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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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명절 전후 불법사금융·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 ‘주의보’
- 금융위원회가 금전 수요가 높아지는 설 명절을 앞두고 금융범죄 등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금융범죄로는 불법사금융, 명절 선물 배송·교통 범칙금 납부·경조사 알림 등을 사칭한 스미싱, 메신저피싱 범죄 등이 꼽힌다. 이에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금융범죄 피해 예방 요령을 다음과 같이 안내했다. 만약 위 사례에 해당하는 문자나 전화를 받았다면, 다음 내용들을 살펴보고 범죄 피해를 예방해보자. ★불법사금융 금융 범죄 예방법 △ 등록대부업체 맞는지 확인해야 금감원은 평소보다 자금 수요가 많아지는 명절을 앞두고 “당일”, “비대면” “신속대출” 등 신속성을 강조한 불법사금융 광고가 성행하고 있으니,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조급한 마음에 등록대부업자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법정 최고 금리(연 20%)를 초과하는 높은 금리에 대출을 받게 되거나, 지인에게 사채 이용 사실을 알리는 불법추심행위 등에 노출될 수 있다. 우선 대부 계약을 하게 된다면, 해당 대부업체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곳이 맞는지 확인해야한다. 금융감독원의 ‘파인’(find.fss.or.kr) 홈페이지에서 금융회사 정보→ 등록대부업체 통합관리 사이트로 들어가면 전국 대부업체 상호명, 전화번호 등을 조회할 수 있다. 사이트에서 조회되지 않는 곳이라면 불법사금융업자일 가능성이 높으니 주의하자. 또한 SNS나 오픈채팅 등 전화번호를 확인할 수 없는 수단으로 연락하게 되면 상대를 특정하기 어렵고 조회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수단으로 연락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 대부 중개 명목으로 수수료 요구하면 불법 금감원은 최근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용 중 불법중개수수료 수취에 대한 상담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불법중개수수료 수취 상담 건수는 2022년 1월~9월까지 140건이었던 것이 2023년 같은 기간 376건으로 약 2.7배 증가했다. 수고비, 착수금, 거마비 등 다양한 명목으로 소비자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사례가 실제로 적발되고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신용점수가 낮아 대출이 불가능하지만 수수료를 내면 가능하다고 하거나, 햇살론 등 정책자금대출을 중개해줄테니 착수금을 요구하거나, 소비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대출 상담을 해줄테니 거마비를 달라는 식이다. 금융위는 소비자에게 어떤 이유로든 대부 중개에 대한 대가를 받는 행위는 「대부업법」 제11조의2 제2항에 따라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채무자대리인 무료 지원 사업 적극 활용 금융 범죄 피해를 입었다면, 채무자대리인 무료 지원 사업을 적극 활용하자. 해당 사업은 금융위가 운영하는 불법채권추심피해(우려)자와 법정 최고 금리(연 20%)를 초과해 대출을 받은자를 대상으로 무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가 채무자를 대신해 추심전화를 받는 등 채권자의 추심과정을 일체 대리하고(채무자대리), 반환청구·손해배상·채무부존재확인 소송 등을 대리(소송대리)해준다. 이 과정을 통해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스스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신청할 필요가 있다.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피해 예방법 △문자메시지 속 웹 주소나 전화번호 누르지 않기 금융위는 설 명절 전후로 교통 범칙금 납부 고지 등의 공공기관 사칭, 명절 안부인사나 경조사 알림을 위장한 지인 사칭, 설 선물 배송을 위장한 택배 사칭 등 스미싱 문자메시지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금융 사기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먼저 이런 스미싱 문자의 경우 메시지에 있는 웹 주소(URL)는 절대 누르지 말아야 한다. 주소를 클릭하면 휴대전화 원격조종 앱, 개인정보 탈취 프로그램 등 악성 앱이 설치돼 보이스피싱 등 금융 사기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미싱으로 의심되는 문자 메시지나 메신저 대화를 받았다면, 아무것도 누르지 말고 메시지를 삭제하도록 하자. △문자나 메신저 등을 통한 개인정보 또는 금융 정보 요구 주의 가족, 지인 등을 사칭하며 문자 메시지로 긴급한 상황이니 금전을 보내달라거나, 상품권을 구매해달라거나, 금융거래정보 등을 요구하는 것은 메신저 피싱이다. 휴대폰 분실이나 수리비, 신용카드 도난·분실, 교통사고 합의금, 상품권 대리 구매 등의 사례가 있었다. 특히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상대방이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하라거나 계좌 비밀번호를 요구한다면 심각한 재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어떤 경우에도 상대 요구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설 연휴 기간 중 스미싱·메신저피싱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24시간 운영되는 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112)나 피해금이 입금된 금융회사 콜센터에 연락해 지급정지 신청 등 피해구제 상담을 적극 이용하자. 또한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개인정보가 노출됐다면 ①개인정보 노출 등록, ②계좌정보 통합관리서비스, ③휴대폰 명의도용 방지서비스 등을 적극 활용해 본인도 모르는 신규 계좌개설 및 대출, 신용카드 발급 등 추가적인 명의도용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명절 해외여행 후 남은 외화 개인간 직거래시 보이스피싱 사기 연루 주의 설 연휴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남은 소액 외화 현찰을 온라인 플랫폼이나 직거래를 통해 개인 간에 사고 파는 경우가 있다. 이때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외화를 사는 사람으로 위장해 보이스피싱으로 편취한 자금을 계좌이체 등으로 지급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보이스피싱 자금 세탁에 연루될 수 있다. 이 경우 외화 판매대금을 받은 계좌가 지급정지 되고, 외화판매자(계좌명의인)는 일정 기간 모든 전자금융거래가 제한되기 때문에 계좌이체, 신용카드 대금납부 등 금융거래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 이에 금융위는 소액이더라도 외화를 환전하는 것은 시중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당부했다.
- 2024-02-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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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세 30∼85%... 서울에 어르신 안심주택 짓는다
- 서울시가 19~39세에게 공급하는 ‘청년안심주택’처럼 ‘어르신 안심주택’을 도입한다. 고령자에게는 주변시세 30~85% 수준으로 주택을 공급하고 사업자에게는 용적률을 대폭 상향하면서도 80% 임대, 20%는 분양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어르신 안심주택’은 주로 시 외곽에 조성되던 실버타운․요양시설과 달리 의료지원을 편리하게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고립, 우울감 등을 겪지 않도록 유동인구가 많고 병원․소매점 등 생활편의시설이 충분히 갖춰진 역세권에 조성할 예정이다. 시는 오는 2월부터 대상지를 모집, 4월부터 본격적인 행정절차에 들어가 이르면 27년에는 첫 입주가 가능하도록 추진한다. 먼저 ‘65세 이상 무주택 어르신 1인 또는 부부가구’를 위주로 민간과 공공으로 유형을 나눠 공급하고, 저렴한 주거비와 고령자 맞춤 주거환경도 제공한다. 주거비 부담이 없도록 민간 임대주택 수준(주변시세의 75~85% 이하)의 임대료로 공급하고 공용 공간에 마련되는 주차장 등에서 나오는 수익을 관리비에 반영해 관리비 부담도 덜어줄 계획이다. 공공 임대주택은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해 주변시세의 30∼50% 수준으로 공급한다. 민간 임대주택의 경우 최대 6000만 원까지 보증금 무이자 융자도 지원한다. 대중교통이나 생활 편의시설 등을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역세권 350m 이내 또는 간선도로변 50m 이내와 보건기관, 2·3차 종합병원 인근 350m 이내에서 사업을 추진한다. 고령자에게 특화된 맞춤형 주거 공간도 도입한다. 화장실 변기와 욕조 옆에는 손잡이를, 샤워실·현관에는 간이의자를 설치하고 모든 주거 공간에 단차와 턱을 없애는 등 무장애 및 안전설계를 적용한다. 욕실․침실 등에는 응급 구조 요청 시스템을 설치한다. 어르신의 신체․정신 건강을 상시 관리하는 의료센터와 함께 에어로빅·요가·필라테스센터 등 생활체육센터, 균형 잡힌 영양식·식생활 상담 등을 제공하는 ‘영양센터(가칭 웰이팅센터)’를 도입, 지역 주민에게도 열린 공간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민간 사업자에게도 문을 열었다. 서울시는 80% 임대, 20% 분양으로 사업성을 높이고 인허가를 6개월 이내로 단축했으며 법적 최대 상한 용적률도 부여했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노년기에 쾌적하고 안전한 주거 환경이야말로 신체․정신 건강,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절대적인 요소”라며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계획부터 건설기간까지 감안하면 주어진 시간이 넉넉지 않은 만큼 빠르게 사업을 추진, 안정적인 어르신 주거시설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 2024-02-0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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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G 최고령 국가대표’ 임현, 은퇴 계획은 없다
- 1950년 10남매 중 여덟째로 태어났다. 그 시절 사회는 남편 내조 잘하고 아이 잘 키우는 현모양처가 되라고 했다. 꿈은 아득히 먼 단어였다. 안온한 가정 속, 소소한 재미를 ‘마인드 스포츠’ 브리지에서 찾았다. 매일 52장의 카드를 들여다보며 가정에 충실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은근한 죄의식에 시달렸다. 그렇게 4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임현(73) 씨에게 깜짝 선물이 도착했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다. “선생님, 예쁘게 하고 오셔야 해요. 아셨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단식을 앞두고 임현 씨는 대내외적인 주목을 받았다. 브리지라는 이색 종목에 출전하는 최고령 선수여서다. 최연소로 승선한 김사랑(11) 양과는 62세 차. 일생일대의 선물은 꽤나 요란했다. 종목별 경기단체 임원, 지도자, 선수단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결단식에서 고령의 도전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하도 예쁘게 하고 오라고 하기에 의식을 하긴 했는데 그렇게까지 주목받을 줄은 몰랐어요.(웃음) 가장 어린 선수와 둘이 카메라 인터뷰를 하기도 했어요. 국제 대회가 처음은 아니었는데, 확실히 아시안게임이 다르긴 다르더라고요.” 폐막 후 2개월여. 임현 씨가 카메라 앞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 내내 최연장자로 화제였지만 인터뷰를 고사해왔다. 그러다 긴 휴가를 앞두고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만났다. “사실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쓸 만한 게 있을지 모르겠어요. 다만 브리지가 더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하니까… 내 이야기 한번 들어주겠어요?” 공부하는 엄마, 노는 엄마 한국에서 브리지는 생소하게 여겨지지만, 해외에서는 다르다. 지적 카드 게임인 브리지는 130여 개 국가에서 4000만 명 정도가 즐기고 있다. 중국 정치 지도자 덩샤오핑, 영국 작가 서머싯 몸 등이 대표적인 애호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파트너를 이뤄 2007 북미 브리지 챔피언십에 출전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임현 씨도 해외 적응을 위해 브리지에 입문한 케이스다. “남편이 외국을 많이 다니는 직업이었어요. 브리지를 알고 있으면 해외 나가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길래 국제부인회에서 배웠어요. 그게 1982년이에요.”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 속 정확한 연도나 기록은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생생한 기억이 있다. 엄마의 취미를 편견 없이 바라봐 준 두 딸의 응원이다. “미국에 1984년 건너갔어요. 거기서 맞는 첫 생일에 브리지 매거진 1년 구독권을 선물로 받았어요. 딸들이 중학생 정도 됐을 거예요. 둘이 자꾸 속닥거리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생일에 맞춰서 첫 번째 매거진이 도착하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했다고 해요.(웃음) 그때부터 브리지 관련 책을 접하게 됐어요.” 임현 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순전히 재미였다. ‘선수’가 된 계기는 영국 대사 부인이 건넨 한마디였다. “브리지는 두 사람이 짝(페어)을 맞춰 다른 두 사람과 겨루는 게임이에요. 그렇게 잘하지 않았을 때인데 영국 대사 부인이 파트너를 제안하더라고요. 그렇게 나선 경기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신문에 우승 소식도 실렸어요.” 누구보다 좋아한 건 아이들이었다. 그 후로 브리지를 하고 온 날이면 “몇 등 했어요?”, “잘했어요?” 하며 종알댔다. 임현 씨는 그 관심이 즐거워 더 브리지를 파고들었다. 브리지 매거진과 관련 책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고 틈만 나면 브리지를 생각했다. 그럴수록 마음 한편에선 집안일을 더 살뜰히 돌볼 수 있는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불편했고, 그 모습을 두 딸이 공부하는 것으로 여겨 어쩐지 죄스러웠다. 복잡한 마음과 함께 임현 씨의 브리지 사랑은 깊어갔다. “요즘엔 이런 말을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시절엔 대학 졸업장이 거의 결혼 자격증 같았어요. ‘내가 뭐가 되겠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사회 분위기가 그랬어요. 결혼하고서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충실하는 것이 내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러니 브리지 책 보는 것도 마음에 걸릴 수밖에요. 브리지 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곤 했어요. ‘이렇게 시간을 많이 쓰는 게 맞나?’ 하고요. 그렇게 해왔어요.” 내조의 여왕에서 브리지 국가대표로 두 딸의 결혼 그리고 남편의 은퇴. ‘제 할 일’ 다한 임현 씨는 브리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2008 제1회 월드 마인드 스포츠 게임, 2014 제14회 레드불 월드 브리지 시리즈 등 굵직한 국제 대회 경험도 쌓았다. 40페어 넘게 출전한 레드불 월드 브리지 시리즈에서는 전체 2위라는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도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동안 줄곧 시니어 카테고리에 출전했는데, 아시안게임은 남성부, 여성부, 혼합부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큰 기대 없이 참여한 경선에서 임현 씨는 이변을 썼다. 경선이 당초 예상보다 일찍 종료될 정도로 그 기세는 대단했다. “아시안게임 출전이 확정되고서 축제 분위기였어요. 어휴, 내가 선발될 줄 몰랐지요. ‘연령에 따른 기타 카테고리가 없으니 여성부로 한번 해보자’ 한 것뿐이에요. 경선은 2주 정도 치렀어요. 많이 해서 승률 높은 팀을 선발하자는 거였죠. 굉장히 피곤했어요. 대회보다 경선이 더 힘들었는지도 몰라요.(웃음) 성적은 아주 좋았어요. 마지막에는 ‘더 이상 할 필요 없겠다’ 할 정도로요. 남은 경기를 다 지더라도 우리 점수가 더 나은 상황을 만들었거든요.” 임현 씨는 태극기가 수놓이고 TEAM KOREA (팀 코리아)가 적힌 선수단 물품을 꺼내 보이며 잠시 추억에 잠겼다. 최고령 국가대표에게선 한동안 소녀 같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무릎을 삐끗해 의료진을 찾았다가 선수들만 오는 곳이라고 제지받은 ‘웃픈’ 사연부터 교통경찰이 콜택시를 불러주고 요금도 슬쩍 내준 깜짝 에피소드까지, 임현 씨는 이야기보따리를 풀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웃게 한 건 젊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꿈과 열정을 가까이서 목격했다는 사실이다. “아시안게임은 상상 이상이었어요. 막연히 ‘조금 큰 국제 대회겠거니’ 생각했는데 대회 치르는 동안 정말 감격한 게 많아요. 처음엔 브리지 선수단끼리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였는데, 나중엔 아주 전우가 됐어요. 시간이 더 지나니까 선수촌 안에서 만나는 한국 선수들 다 그렇게 보이더라고요. 어찌나 반갑던지요. 내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 선수들 다 대견하고 예뻐 보여요. 그 생동감! 한 장소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젊어지는 것 같았어요. 대회도 대회지만 그 경험은 말로 표현 못 해요. 정말 좋았어요.” 두뇌 게임 하기 딱 좋은 나이 현실로 돌아온 임현 씨는 대한브리지협회에서 오프라인으로 주 1회가량 브리지를 즐기고 있다. 온라인으로는 전 세계 브리지 애호가를 더 자주 만난다. 여전히 저녁거리보다 브리지 관련 생각에 시간을 들이고 있다. 고령에도 두뇌 게임을 하고 여전히 선수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는 건 그 스스로도 오랜 세월 천착해온 주제. 임현 씨는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브리지를 즐겨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다른 두뇌 게임도 여럿 해봤는데 브리지를 단연 추천해요. 브리지는 암기력, 순발력, 사고력, 판단력, 집중력, 문제해결 능력, 유추 능력 등 요구되는 능력이 정말 다양하거든요.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나이 들어서도 브리지를 잘할 수 있는 이유인 것 같아요. 암기력과 순발력이 노화에 따라 떨어진다 해도 경험과 연륜이 쌓이면서 올라가는 능력이 있어요. 평균 점수로 보면 뒤처지지 않는 거죠. 나이 든 사람에게 정말 좋은 스포츠예요. 어린 학생들에게도 추천해요. 브리지를 통해 소통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요. 도전 정신도요. 브리지에는 130억 개의 경우의 수가 있어요. 룰이 있지만 언제나 룰이 정답은 아니에요. 승부를 걸어야 할 때도 있죠.” 오랜 시간 브리지와 한시도 떨어진 적 없다는 임현 씨는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미국에 건너가 든든한 지원군인 딸과 함께 ‘방학’을 즐기려 한다. 브리지 금단현상이 걱정되지만 잠시 머리 비우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방학 뒤엔 다시 브리지와 함께할 생각이다. 언젠가는 최고령 선수가 아닌 성적 우수 선수로 다시 대중 앞에 서고 싶다는 꿈도 가지고 있다. 맞은편 파트너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라면 더할 나위 없다. “시간이 지나니 보이는 것 같아요. 엄마에게 열중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도 좋았다는 것을요. 언젠가 아이들 짐을 정리하는데 신문 스크립트부터 상장까지 다 모아뒀더라고요.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는 것을 그때 느꼈어요. 이제 브리지를 더 즐기고 싶어요. 지금도 브리지 매거진을 보고 있는데요. 얼마 전 104세 할아버지가 나오더라고요. 그분처럼 팔팔하게 브리지를 하고 싶어요. 손자가 열아홉 살인데, 함께 페어도 하고 싶어요. 농담 아니에요. 진짜로요!”
- 2024-01-2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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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균 나이 78세, 여섯 할머니의 ‘바바피자’ 창업기
- 일본, 세계 최초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나라. 100세 이상 노인이 9만 2000명에 달하며, 최고령자 나이는 남자 111세, 여자 115세에 이른다. 인구 10명 중 1명이 80세 이상이다. 일본인들이 65세 정년 이후 어떻게 살아가는지, 이들의 삶을 직접 알아보기 위해 현장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눴다. 일본은 우리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웃이지만, 고령화를 먼저 겪어본 선배이기도 합니다. 아직 우리 주변엔 은퇴 후의 삶을 휴식으로만 보내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나이 들어서도 보람 있고 알차게 살아가는 일본 노인들의 삶을 신미화 교수와 함께 들여다봅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은 70대와 80대 할머니들이 함께 작은 피자 가게를 운영하며 얻는 행복과 소중한 순간을 담은 이야기다. 이들은 작은 가게에서 끊임없이 웃으면서 함께 일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행복을 찾는다. 어떤 목표나 성취보다는 서로의 존재와 관계 속에서 소중한 순간을 찾아가며 행복을 느낀다. 이번 취재를 통해 노년에 친구들과 함께하는 순간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시작은 지역 봉사활동으로부터 구름 한 점 없는 7월의 태양은 뜨거웠다. 도쿄에서 전철을 3번 갈아탄 후 다시 택시를 타고 3시간 만에 도착한 곳에는 한적한 들판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한쪽 길가에 아담한 가게가 보였다. 간판에는 ‘바바(할머니)피자’라고 적혀있었다. 바바피자는 이름 그대로 73세부터 86세까지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피자 전문점이다. 피자 가게 앞 넓은 밭 이름도 BaBa(ばぁば)밭이다. 할머니들이 채소를 직접 재배하고, 그 채소를 피자에 토핑으로 올린다. 2019년 6월 오픈한 바바피자는 매주 금·토·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문을 연다. 할머니들은 오전 9시부터 개점 준비로 분주하다. 밭에서 직접 거둔 신선한 재료를 쓰고 인근 항구에서 잡히는 정어리와 대합을 넣어 만든 순수한 맛의 피자. 건강하고 활기찬 할머니 여섯 명(토키·86, 쿄오코·85, 미에코·77, 마츠에·75, 타카코·73, 야스에·73)이 운영하는 곳으로, 매스컴에 알려져 지금은 전국에서 손님들이 방문하는 인기 있는 가게다. 지바현의 한적한 시골 마을인 산무시. 바바피자의 시작은 85세인 쿄오코 씨와 86세인 토키 씨가 50여 년 전에 지역 봉사단체인 부인회에서 만나 아는 사이가 되고부터다. “남편을 병으로 먼저 떠나보내고 큰아들까지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보냈죠. 혼자 살고 있던 제가 지주막하출혈로 쓰러졌을 때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마츠에 씨가 구급차를 불러주었고 함께 병원으로 가주었어요. 그때 위로해준 사람들이 여기 있는 다섯 명이랍니다”라며 미소 짓는 쿄오코 씨. 2년간 무보수였지만 그만두지 않았다 쿄오코 씨가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그라운드 골프를 시작했고, 마침 골프장에 설치돼 있던 화덕에 피자를 구워 할머니·할아버지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줬더니 호평이었다. 부인회에서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함께해온 여섯 명이 모여 가까운 구주쿠리 항구에서 잡은 신선한 대합과 정어리, 산무시 특산물인 파와 양파를 넣어 피자를 만들어 팔자고 의견을 모았다. 쿄오코 씨는 우연히 산무시가 관리하는 집 한 채가 비어 있다는 걸 알았다. 마침 수도 시설도 화장실도 있어서 바로 신청해 무상으로 빌렸다. 워낙 오랜 세월 지역을 위해 봉사활동을 많이 한 할머니들이라 공무원들이 쉽게 승낙해주었다. 하지만 개점 초기 피자 반죽이 잘 늘어나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가장 젊은 타카코 씨가 고생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에는 반죽을 둥근 나무봉으로 얇게 밀어도 좀처럼 둥그렇게 되지 않고, 반죽도 찢어져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우연히 TV를 보니 피자 세계 챔피언 대회가 열리고 있었어요. 거기에서 반죽에다 가루를 대량으로 뿌리는 걸 보고 그걸 흉내내니까 잘 만들어졌죠.” 여섯 명이 모이니까 아이디어가 자꾸 나오더라며 말이 끊어질 새 없이 이어졌다.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우리 중에 병이 난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각자 역할이 나누어져 있어서 쉴 수가 없어요. 우리 중에 제일 건강한 사람은 최고령자인 토키 씨예요.” 이야기를 듣던 야스에 씨가 처음으로 참견하며 말을 보탰다. “토키 씨는 병원에서 청소하는 일을 매주 이틀씩 하고 있는데, 여기서 약을 먹지 않는 사람은 토키 씨뿐이에요. 우리 젊은 사람들은 혈압약이라든지 한 가지씩은 먹거든요.” 타카코 씨가 덧붙였다. 이들이 선택한 색다른 ‘창업’ “창업 자금은 어떻게 마련하셨죠?” 필자의 전공이 경영학이라 이 질문을 꼭 하고 싶었다. “제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물었어요. ‘당신은 얼마 낼 수 있죠?’라고 물었고, 각자 낼 수 있는 형편대로 20만 엔, 30만 엔 씩 내서 150만 엔(약 1350만 원)을 모았어요.” 쿄오코 씨가 대답했다. “그러면 불공평하지 않나요?” “우린 50년 이상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귄 사람들이라 각자 사정을 다 알아요. 저 집에는 올해 손자가 대학에 입학하니까 축하금이 들어갔다든지, 남편이 입원해서 돈을 써 버리고 없을 거라든지….” 출자금은 150만 엔이었고, 점포 인테리어는 가능하면 돈을 들이지 않기 위해 건설 현장에서 남은 목재를 받아와 만들었다. “장사를 하려면 손해 보는 건 절대로 해서는 안 되죠. 꼭 이익을 남겨야 하는 게 저의 방침이에요.” 쿄오코 씨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처음 오픈했을 때는 매출이 오르지 않았고, 이듬해 코로나19가 시작되어 6개월 동안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2년간 보수가 없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만두자고 하지 않았다. 그 후 우연히 지방신문에 소개되어 여섯 명의 할머니가 피자집을 운영한다는 게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후에는 손님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이익금을 모아 각자 출자한 금액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수익이 어느 정도 되나요?” “1시간에 900엔(약 8100원) 정도.” “하루 6시간, 금·토•일요일 계산하면 한달에 6만 5000엔 정도네요.” “요즘 재료비도 오르고 공과금도 올라서 빠듯해요.” “우린 다들 월•화•수요일 중에 이틀은 다른 아르바이트를 해요. 그러니까 모두들 연금을 받고 있지만, 연금은 쓰지 않고 그대로 저축해도 충분히 생활은 돼요.” 조용히 듣고 있던 미에코 씨가 말했다. 지금 목표는 가능한 한 가게를 오랫동안 운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있는 70대들에게는 80대인 쿄오코 씨와 토키 씨가 목표랍니다. 저희의 롤모델이죠. 그러니까 두 분이 100세까지 일해주셔야 해요. 하하하.” 타카코 씨가 힘주어 말했다. 피자의 마지막 토핑은 ‘웃음’ “제가 오늘 아침 나오면서 남편한테 할머니 여섯 분이 경영하는 바바피자에 취재하러 간다고 하니까, ‘빨리 한국에 할아버지 여섯 명을 모아서 지지(할아버지)파스타를 만들어야겠네’라고 하더라고요.” “어머머 너무 좋아요! 하하하.” “이 참에 한일 간 바바와 지지 교류회를 갖는 건 어떨까요?” “대찬성이에요.” “선도 보면 어떨까요?”라고 짓궂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당장 우리 바바부터 한국으로 갈게요.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 아시죠?” 와~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들은 끊임없이 웃는다. 손님과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도 웃고, 주방에서 누군가 실수해도 웃는다. 돌이 굴러가도 깔깔거리는 소녀 같은 웃음을 피자의 마지막 토핑으로 선사한다. 가게에 테이블은 세 개지만 가까운 해수욕장에 들렀다가 오는 포장 손님이 끊임없이 들어와 오후 3시 문을 닫을 때까지 바빴다. 조금 한가한 틈을 찾아 정어리 피자와 대합 피자를 시켜서 먹었는데,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한 순수한 맛이었다. 할머니들이 직접 재배한 양파와 파는 바닷물이 섞인 토양에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아서 그런지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었다. 작은 일을 통해 얻는 행복감 “언제가 가장 행복하던가요?”라고 여섯 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지금! 지금! 지금! 지금! 지금!” 모두가 동시에 같은 대답을 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왜죠?”라고 질문하니, 각자 한마디씩 거든다. “우리는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잖아요.” “3시가 되면 가게 문을 닫잖아요? 그때부터 차를 마시면서 반성회를 가져요. ‘오늘 피자에 넣은 정어리는 조금 짠 것 같아. 다음번에는 소금을 적게 넣어야겠어’, ‘오늘 너무 바빠서 포장 손님이 나가실 때 서비스로 드리는 가지하고 피망을 챙겨드리지 못했는데, 다음번에는 좀 더 신경 써야겠어’라고요.” “무엇보다 여기 오면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한 것 같아요.” “다른 날은 각자 다른 곳에서 일하지만 빨리 금요일이 오길 기다려요.” 할머니들이 작은 일을 통해 하루하루 얻는 행복감. 이 행복은 젊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돈, 명예, 권력, 성공, 성취감, 목표 달성 같은 것이 기준이 아니다. 그런 것들은 찰나에 그치는 일과성에 불과하다. 할머니들이 찾은 행복은 여섯 명의 관계 속에서 켜켜이 쌓여가는 것이 아닐까? 매주 모여 함께 일하고 담소 나누면서, 때로는 고통도 공유하고 우정을 쌓아가면서, 달성해야 할 목표도 없이 오로지 자기들만의 행복한 낙원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노년에도 친구와 함께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언제 한번 그들의 피자집을 찾아가 보지 않겠어요?”
- 2024-01-19 1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