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노부인 곁을 지키며 대화를 나눈다. 부인을 걱정하는 표정을 짓기도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이 부인을 위해 설계하고 만든 로봇 ‘스필리킨’ 덕분에 노부인은 옛 추억을 되새기고, 의지하다 사랑에 빠진다. 그렇게 로봇은 부인의 배려심 깊은 간병인이자 대화가 잘 통하는 동반자가 된다.
이는 2015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초연을 올린 연극 ‘스필리킨’의 줄거리다. 실제 로봇과 사람 배우가 함께 무대에 서는 것으로 화제가 되었던 이 연극의 설정이 영 낯설게만 느껴지는가.
“2030년 100세 시대를 맞아 전통사회의 효(孝) 개념이 흔들리고, 함께 노인이 되는 자식을 대신해 기계가 노령화되는 인간 사회를 떠받친다.” 배일한 KAIST 녹색교통대학원 연구교수는 지난해 12월 ‘로봇 미래 예측 2030 석학 간담회’에서 ‘2030 미래 로봇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초고령화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인공지능(AI) 로봇 기술로 인구 구조의 취약점을 증강 보완하자는 주장이 담겨 있다. 간병인 혹은 가족 구성원으로서 돌봄로봇 도입은 더는 별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생활 패턴 분석해 “약 드실 시간입니다”
KT는 ‘AI 케어로봇 시니어’ TV 광고를 송출하고 있다. 광고는 79세 김정문 씨와 케어로봇 다솜이의 일상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다솜이는 김 씨에게 기분이 어떤지, 뉴스를 틀어드릴지 묻는다. 저녁 식사 시간을 알려주거나, 날이 좋을 때는 가벼운 운동을 권하기도 한다. “어르신, 약 드실 시간입니다.” 미리 설정해둔 약 복용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고, 김 씨와 끝말잇기 놀이를 하며 단어를 주고받는다. 영락없는 간병인의 모습이다.
케어로봇 ‘다솜이’는 영상통화, 데이터 통합 관리, 돌보미 연결, 식사·복약·운동 지도, 응급 알림, 말벗 기능, 활동 감지 및 음악 감상, 커뮤니티 기능까지 제공한다. 유익함을 인정받아 수원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250가구, 경북 영덕군 홀몸 어르신 200가구에 보급되는 등 지자체 어르신 복지에 활용되고 있다.
용인시에서는 비대면 AI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인 ‘용인 실버 케어 순이’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순이는 DNX가 2020년 출시한 AI 돌봄로봇이다. 순이와 함께하려면 손목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밴드를 손목에 차야 한다. 약통, 전자레인지, 변기, 리모컨 등 집 안 곳곳에 터치패드 형태의 센서를 부착하는 준비도 필요하다. 기상 및 식사, 복약, TV 시청, 운동 등의 활동이 언제 이뤄지는지 생활 패턴을 감지하고 분석하는 ‘터치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약통에 부착된 센서에 이용자인 어르신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자체 애플리케이션인 ‘마실대학 터치케어’에서 데이터를 파악해 AI 스피커 순이가 알림 음성을 재생하는 식이다.
용인시는 2020년 홀몸 어르신 1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범사업을 통해 어르신의 생활 패턴을 개선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6주간 생활 패턴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걸음 수가 약 900보 늘어났으며, 새벽 시간대에 TV 시청 시간이 평균 71% 감소하고 밤 10시 이후 야식을 먹는 횟수도 35% 줄어든 것. 강부금 용인시 복지여성국 노인복지과 주무관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DNX 측과 논의해 서비스를 발전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AI가 전화 걸고, 냉장고로 안부 확인해
AI가 어르신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대화하는 등 자유롭게 소통하기도 한다. 네이버가 올해 5월 정식 오픈한 ‘클로바 케어콜’(CLOVA Carecall)이 이에 해당한다. 클로바 케어콜은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 1인 가구에 AI가 주 1회 전화를 걸어 식사, 수면, 건강 등의 주제로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서울, 인천, 대구 등의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해 서비스를 발전시켰다.
지자체 담당자는 통화 관리 도구를 통해 완료된 통화와 미응답 통화 등 전체 통화 현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건강, 수면, 식사, 운동, 외출 등 각 카테고리별로 불편 사항이 담긴 답변도 빠르게 확인 가능하다. 특히 2주 연속으로 미응답하거나, 답변 내용 중 특이사항 혹은 긴급 상황이 의심되는 경우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게 별도로 표시하고 있다.
단순히 건강 체크를 하는 수준을 넘어 정서적으로도 케어할 수 있는 것이 클로바 케어콜의 특징이다. 실제로 클로바 케어콜을 통한 AI와의 상호작용은 홀몸 어르신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는 효과를 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부산 해운대구 거주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열 명 중 아홉 명이 서비스 이용 후 ‘위로를 느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약 95%는 계속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하는 등 이용자의 만족도도 높았다.
최근엔 국내 자유대화형 AI 서비스 중 최초로 ‘기억하기’ 기능이 추가됐다. 지난 대화 내용 중 주요 내용을 요약 및 기록했다가 “코로나 걸린건 좀 어떠세요?”, “혈압약은 잘 챙겨드시고 계신가요?”라고 질문하며 대화 만족도를 높인다는 것. 네이버는 통화 종료 후에는 답변 내용을 기반으로 상태를 업데이트해 지자체의 돌봄 업무를 돕겠다고 설명했다.
가전제품이 돌봄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냉장고나 로봇청소기를 통해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스마트싱스 홈 케어’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 기능을 추가했다. 이제 미리 설정해놓은 시간 동안 냉장고 문이 계속 닫혀 있으면 등록된 가족의 스마트폰으로 알림 메시지가 전송돼, 이용자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다. 가족과 멀리 떨어져 거주하는 어르신이 평소보다 오래 냉장고 문을 열지 않을 경우 몸이 아프거나 거동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는 설명이다. 이 기능은 2018년 이후 출시된 스마트싱스 연동 가능한 냉장고에서 이용할 수 있다.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제트 봇 AI’를 통한 패밀리 케어 기능은 지난해부터 제공되고 있다. 스마트싱스 홈 케어 서비스 중 ‘패밀리 케어’ 항목에 청소기를 연결해두면, 이용자가 “하이 빅스비, 도와줘”라고 외쳤을 때 청소기가 이를 인식해 미리 설정해둔 가족의 스마트폰으로 푸시 알람을 보내는 식이다. 알람을 받으면 ‘우리 집 모니터링’ 기능을 통해 원격으로 로봇청소기를 이동시키며 집 안 상황을 영상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기술, 떠나고픈 욕구까지 채운다
기술은 돌봄과 의료의 영역을 넘어 이동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도 맡는다. 직접 걸을 수 있도록 돕거나, 운전 시 사고를 예방하는 방식으로 어르신의 곁을 지킨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전기를 통해 근육과 관절을 제어함으로써 일상생활과 근육 발달을 도와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원하는 근육 위치에 패치를 착용하고 움직이면 시스템이 사용자의 동작 의도를 파악하고 자연스럽게 움직임을 제어해 근력을 보조한다.
이 장치는 특정 동작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신체 활동에 적용 가능해 어르신의 근감소증이나 재활인의 활동, 보행 장애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ETRI가 삼육대학교와 위탁연구를 통해 고령자를 대상으로 2년간 탐색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신체기능평가 점수가 향상되고, 근육 사용률이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들었음이 나타났다. 또한 보행 속도가 빨라지고 근육량이 증가하는 등 보행이 더욱 정상화되는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에 참여한 이완희 삼육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교수는 “상용화되면 근쇠약 고령인의 맞춤형 재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다다른 일본에서는 고령 운전자의 운전 부주의를 예방하기 위한 운전 보조 제품이 인기다. 2018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일본에서 운전 실수를 방지해주는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페달 조작 실수로 인한 급발진을 방지하는 제품부터 운전자의 얼굴을 모니터링해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행동을 하는 경우 경고음을 내는 장비가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이다.
KOTRA는 당시 기술 발전에 따라 AI, 사물인터넷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운전 보조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는데, 이는 곧 현실이 될 예정이다. 2050년까지 자사가 판매하는 차와 관련된 사망 사고를 없애겠다고 선언한 혼다는 운전자의 신체를 분석하는 AI를 개발하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5월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이번 기술 개발로 고령 운전자에게 사고 위험을 알려주는 동시에 몸 상태의 변화를 인지하는 계기가 된다”라고 적었다. 교통신호에 대한 운전자의 반응이 늦어지는 경우는 녹내장을 의심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신체 상태의 변화를 AI가 감지하고 운전자에게 알리면 녹내장이나 치매를 조기 발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사고 방지 기술이나 심박 측정, 동공 추적 등을 통해 운전자의 건강 상태를 감지하는 헬스 케어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현대차가 2018년에 출시한 넥쏘 자율주행차에는 탑승객의 건강 정보를 전문의에게 전송해 실시간으로 건강 진단을 받는 기술이 탑재됐다. ETRI는 “향후 운전을 못 하는 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동차가 달리는 검진센터 역할을 하거나, 스스로 병원으로 이동하는 시스템이 개발될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 실현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지난해 미국고용통계국(BLS)은 2030년까지 고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 15선을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해당 직업들의 종사자 평균 연령이 모두 50세 이상이라는 것. 이에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지난 19일 향후 8년 간 중장년 고용이 가장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직업에 순위를 매겨 소개했다.
미래 중장년 일자리 ‘운전 기술’이 드라이브
1위부터 3위까지 상위 직종은 모두 운전 기술을 요하는 직업들이 차지했다. 이들 직업의 경우 2030년 예상 고용성장률이 15%로, 평균 시급은 14~23달러(한화 약 1만7000~2만9000원대)다. 순위권 내 타 직업들에 비해 시급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여가 선용을 위해 파트타임을 일자리를 선호하는 중장년에게는 인기가 높다고. 운전 관련 직군을 비롯해 예상 고용성장률 10%이상인 직업들은 다음과 같다.
[1위] 운전사 및 셔틀 운전사
-평균 연령: 56.2세 -평균 시급: $14.42 -2030년 고용 성장 전망: 15% 증가
미국고용통계국은 위 직업의 전망이 매우 밝다고 내다봤다(Bright Outlook). 아울러 수십 년 운전 경험을 무기로 교통 체증과 도로의 지름길을 잘 이해하는 노인들에게 유리할뿐더러, 유연한 근무 시간도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2위] 스쿨버스 운전기사
-평균 연령: 55.6세 -평균 시급: $18.23 -2030년 고용 성장 전망: 15% 증가
이미 오랜 세월 고령 근로자에게 인기 있는 직종 중 하나였다. 등하교 시간대인, 아침 또는 오후 몇 시간만 투자하면 되는 파트타임 일자리가 많다는 게 대표적인 이유다. 또, 중장년 운전자 중 많은 사람이 아이들을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성취감을 느낀다고.
[3위] 대중교통 버스기사
-평균 연령: 53.3세 -평균 시급: $23.37 -2030년 고용 성장 전망: 15% 증가
셔틀 운전사, 스쿨버스 운전기사 등과 비교해 급여가 더 높고, 상근 및 주말, 교대 근무 등의 옵션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단, 고령자의 경우 나이, 체력 등의 이유로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것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
[4위] 횡단보도 경비요원
-평균 연령: 57.6세 -평균 시급: $15.12 -2030년 고용 성장 전망: 13% 증가
전체 직업 중 평균 나이가 가장 높은 직업이다. 중장년 고용자 대부분이 학교 근처의 혼잡한 교차로에서 일하기 때문에 스쿨버스 운전사와 비슷한 시간대에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즉, 등하교 시간을 제외한 정오 전후에는 개인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5위] 세탁 및 드라이클리닝 작업자
-평균 연령: 50.4세 -평균 시급: $13.63 -2030년 고용 성장 전망: 12% 증가
사실상 코로나19 영향으로 해당 분야의 많은 노동자가 자리를 잃었다. 재택·원격 근무가 늘어나며 주로 세탁시설에 맡기는 오피스룩에 대한 수요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리며, 일상 회복과 함께 해당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다시 늘어날 전망이다.
[6위] 의료비서 및 행정보조
-평균 연령: 50.3세 -평균 시급: $18.01 -2030년 고용 성장 전망: 10% 증가
미국고용통계국은 장차 사무비서의 취업 기회는 줄어들고, 의료비서의 수요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인구 고령화가 가속되는 만큼 노령 환자의 병원 예약이나 보험 양식 등을 관리해주는 의료비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밖에 순위에 올라간 직업은 △7위 시설관리자 △8위 최고경영자 △9위 기차 정비 기사 및 보일러 작업자 △10위 가사도우미 및 청소 감독자 △11위 여행중개사 △12위 부동산 감정사 △13위 심사위원 △14위 성직자 △15위 종교인 등이다.
이중 가장 시급이 높은 직업은 ‘심사위원’으로 평균 시급은 61.88달러(약 7만7000원)에 달했다. 다만 본인 희망에 의해 직업을 갖기는 어렵고, 특정 전문분야에 대한 공적이 있는 이들에 한해 임명되는 경우가 많아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반면 ‘시설관리자’나 ‘엔지니어’ 직군은 특별한 학위가 필요 없고 자격증을 통해 취업이 가능하다는 이점과 더불어 시급도 타 직업에 비해 적지 않아(약 3만~5만원대) 각광받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안뿐만 아니라 사무실, 호텔 등의 공유시설의 위생 환경에도 신경을 쓰며 ‘가사도우미 및 청소 감독자’에 대한 전망도 밝아졌다. 한때 수요가 높았지만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여행중개사’, ‘부동산 감정사’ 등도 근래 빗장이 풀리며 다시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韓 중장년도 ‘운전’ 관련 자격증 취득 인기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간한 ‘2021년 국가기술자격 통계 연보’에 따르면, 50세 이상 남성이 가장 많이 취득한 국가기술자격 상위는 지게차운전기능사(1만 616명), 굴삭기운전기능사(6205명)였다. 장비 조작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해당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면 취업으로 연결이 용이해 중장년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지게차운전기능사의 경우, 올해부터는 과정 평가형으로도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됐다. 대게 중장년의 경우 검정형 시험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관련 분야를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코 고는 것 때문에 부부는 각방을 씁니다’, ‘코 고는 습관 때문에 아내가 여행을 기피하게 됩니다.’, ‘잠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두통이 있습니다’, ‘낮에도 졸립고 운전에 방해가 됩니다’ ‘ 같은 증상을 호소한다.
코골이 환자는 성인 10명 중 평균 3∼4명꼴로 많은 편이다. 2004년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에 참여한 대상자 자료 분석한 결과 수면다원검사에서 남성 27%, 여성 16%에서 코골이가 확인됐다. 3~12세 아이들은 평균 4~5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난다.
김동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교수(이비인후과)는 “단순히 들리는 소리 때문에 코골이를 코에서 나는 소리로 생각하기 쉽지만 기도 내 기류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좁아진 기도를 지나면서 늘어진 구개수(목젖), 혀, 입천장, 인두 등의 입이나 목 안의 구조물 또는 주위 구조물에 진동을 일으켜 발생하는 ‘호흡 잡음’이다”고 정의했다.
코골이 3분의 1은 수면무호흡증 동반
단순히 코골이만 있는 경우도 있지만 3분의 1이상은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한다. 수면무호흡증이 매일 밤 되풀이되면 낮 동안 심한 졸림증과 피로감을 느끼게 되고 종종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이 시니어의 기억력 저하뿐만 아니라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에도 장애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국내외 여러 학회에서 보고되고 있다.
코골이의 생리적인 원인은 노령, 호르몬 이상, 비만 등으로 그중에서 비만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부학적 원인으로는 코 저항을 증가시키는 여러 가지 코질환이 있고, 소아의 경우 아데노이드증식증, 구강 인두 점막의 비후 등이 있다. 또한 연구개가 늘어져 있거나 편도선이 커져 있는 경우처럼 기도의 해부학적 이상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유발인자로 흡연, 음주, 항히스타민제나 진정제 같은 약물의 복용 등이 있다.
코골이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호흡에 관여하는 코, 목, 편도 등에 관한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다. 먼저 코 안의 용종(물혹), 비중격 만곡증(코뼈가 휜 것) , 만성 비염, 편도 비대증, 대설증(혀가 큰 것) 등과 같은 구조적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이어 체중, 비만의 정도를 관찰하고 합병증과 관련 있는 고혈압, 부정맥 등 심혈관계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다. 치료방침을 정하기 위해서는 내시경이나 X-ray,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등을 통해 폐쇄 부위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한다. 수면다원검사는 병원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뇌파·근전도·호흡·심전도·안전도 등을 측정한다. 시간당 무호흡 및 저호흡이 몇 회나 되는지, 중증도는 어느 정도 되는지 판단할 수 있다. 낮에 과도하게 졸리고 잠이 들거나 깰 때 환각·수면마비 같은 증상을 보이는 기면증 등 다른 수면 질환이나 부정맥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은 한 가지 원인만으로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체중감소를 위한 규칙적인 운동, 수면자세, 금주, 금연 등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에는 혀끝을 입천장에 대고 혀를 뒤쪽으로 밀어뜨리는 것과 목젖을 울리면서 ‘아’ 소리를 내는 ‘구강인두훈련(oropharyngeal exercise)’을 매일 했을 때 코골이가 36%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경우에 따라 항우울제나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 같은 약물치료를 할 수도 있다. 또한 양압기 등 입안에 마우스피스처럼 착용하는 구강 내 장치라는 기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수술적인 방법으로는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한 부위의 일부를 수술로 제거하거나 근육 또는 점막의 떨림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김동현 인천성모병원 교수는 “코골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취침 전 식사는 가급적 삼가고 금주, 금연, 적절한 운동, 체중 관리 등 건강한 수면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니어에게는 ‘평범한 삶’을 유지하는 것도 숙제가 된다. 예전엔 일상처럼 해왔던 운전이나 일, 독서, 운동 등도 어느 날부터는 대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초고령 국가 일본에선 최근 시니어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노인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운전 능력 자가진단으로 해결
고령자에 의한 교통사고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2014년 51건에 그쳤던 90세 이상 노인에 의한 교통사고는 2017년 131건으로 늘어나 큰 증가세를 보였다. 일본에서도 고령자 교통사고는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3월 JAF(사단법인 일본자동차연맹)에서는 노인의 즐겁고 안전한 운전을 위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연맹이 개설한 ‘고령 운전자 응원 사이트(jaf-senior.jp)’를 통해 공개된 이 프로그램은 안전운전과 면허갱신 등에 필요한 내용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간단한 퀴즈를 통해 운전자의 시각과 인지능력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운전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연맹 측은 “게임 형식으로 제작돼 즐기면서 훈련을 반복할 수 있고, 운전에 필요한 인지기능 유지와 강화에 일조할 것”이라면서 “사회 문제인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활동을 앞으로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쿄도민의 제2인생 응원 사업
도쿄도(東京都)는 지난 3월 27일, 6개월간의 교육이 진행된 ‘도쿄 세컨드 커리어 학당’의 수료식을 진행했다. 도쿄 세컨드 커리어 학당은, 평생 현역을 위한 두 번째 경력(직업)을 원하는 희망자 중 도내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업으로 지난해 10월 시작됐다. 총 112명의 1기 수료생은 두 곳 시설에서 커뮤니케이션 스킬, 기획 실습 강좌 등 51개 수업을 수강했다. 도쿄도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수강생 중 취업을 원하는 60명의 명단인 ‘시니어 인재 목록’을 기업을 대상으로 공개했다. 도쿄도 측은 “노인에게 취업은 단순히 수익 수단을 넘어 삶의 보람을 얻도록 하고, 사회와의 관계를 지속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면서 특히 “저출산 초고령 사회에서 발생하는 기업의 인력 부족에 시니어의 경험과 인맥은 도움이 되므로 앞으로도 노인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시니어 아지트 ‘탁구 카페’
최근 일본에선 지자체와 기업, NGO, 의료기관이 힘을 모아 시니어를 위한 아지트 ‘탁구 카페’를 만들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구와나(桑名) 시와 기업 네슬레 재팬, 구와나 시 종합의료센터, 탁구로 건강한 일본 만드는 모임 등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탁구 카페를 거점으로 지역 시니어 등 다양한 계층에게 운동 등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모임 장소도 되고, 탁구대 등의 시설을 통해 운동 기회를 제공하는 헬스 공간도 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또 필요에 따라 건강 강좌나 요리교실 등의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력이 점점 나빠지는 상상을 한번 해보자. 자고 일어나면 내가 바라보고 있는 세상의 풍경들이 조금씩 사라진다. 마치 무엇이 가로막고 있듯.
고개를 돌려 피해보려고 해도 여전하다. 보이지 않는 부분은 점점 커지고, 주위를 볼 수 있는 시야가 좁아져 급기야는 작은 창만 해진다. 환자를 더 옥죄는 것은 당장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 그 작은 창마저 닫히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다. 황반변성과 근무력증, 안검하수까지 겹친 김성겸(金成兼·69)씨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그는 씩씩했다. 그의 옆에 성공적인 투병을 도운 동반자 건국대병원 안과 신현진(申賢眞·38) 교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랏?!”
10여 년 전 어느 날 김성겸씨는 운전 중 느닷없이 작은 비명을 질렀다. 이상한 일이었다. 차는 똑바로 가고 있었고 길도 평범한 직선도로였는데, 갑자기 길이 두 개로 보였다. 처음에는 차선이 늘어난 줄 알았다. 깜짝 놀라 손등으로 눈을 비비고 다시 앞을 쳐다봤다. 길은 그대로였다. 별일이 다 있다 싶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자신의 건강에 관대한 다른 중년 남성들처럼. 하지만 그날의 사건은 앞으로 벌어질 일의 전조였다.
움직여지지 않던 왼쪽 눈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주 그런 일이 일어났다.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현상은 ‘어쩌다 한 번’에서 ‘꽤 자주’ 발생했다. 그리고 곧 주변 사람들도 눈치 챌 정도가 됐다.
“야! 너 눈 돌아갔다!”
김씨의 친구는 소주잔에 술을 따르다가 느닷없이 소리를 질렀다. 그때는 이미 자신에게 일어나는 증상을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닥치라는 농을 던지며 넘어갔다. 하지만 왜 나아지지 않는지 의아했다. 눈을 몇 번 껌뻑거리면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눈이 ‘돌아가는’ 증상은 사라질 기미가 없었다.
결국 용기를 내어 동네 안과를 찾아갔는데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서울에서도 손꼽힌다는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았다. 그때가 2010년이었다. 병원에서는 낯선 병명을 그에게 전했다. 근무력증이었다.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병
근무력증(筋無力症)은 신경과 근육을 연결하는 신경근육접합부라는 부위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쉽게 설명하면 뇌에서 “이렇게 움직이자”라는 명령이 신경을 통해 전달되어도, 근육에 제대로 미치지 못해 그 신체 부위가 움직이지 않는 증상이다.
김씨의 경우는 근무력증이 왼쪽 안구를 움직이는 눈근육에 발병했다. 마치 사지가 축 늘어져버리는 것처럼 한쪽 눈이 사시처럼 아래로 처져버리는 것. 오른쪽 눈은 시선을 따라 움직이는데 왼쪽 눈은 그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하니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장 큰 불편은 복시, 즉 사물이 겹쳐 보이는 현상이었다.
“온 세상이 다 두 개로 보여 어떤 물체가 진짜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특히 계단에서는 너무 위험했어요. 계단이 두 개로 겹쳐 보이는 데 어떤 계단이 진짜인지 알 수 없어 발을 자주 헛딛었어요. 그러다 넘어지기 일쑤였고. 그래서 아예 한쪽 눈을 가리고 다닌 적도 많아요.”
이렇게 불편한데 신경과에서는 계속 약만 먹으라고 했다. 주변의 시선도 문제였다.
“차라리 모르는 척해주면 좋은데, 눈이 이 모양이니까 사람들이 빤히 쳐다봐요. 신기한 동물 보듯이 말이에요. 당연히 기분이 안 좋죠. 이렇게 된 지 몇 년 안 되어 익숙하지도 않고. 그래서 그때부터 이 안경을 썼어요.”
그가 내민 안경은 흔히 ‘라이방’이라 부르는 익숙한 모양의 선글라스였다. 그렇게 3년을 병원에 다녔는데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안되겠다 싶어 병원을 바꿨다. 바로 건국대학교병원이었다.
쌍꺼풀 수술로 오해받는 안검하수 수술
신현진 교수는 신경과 교수와의 논의를 통해 수술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결정했다. 신 교수가 김씨를 처음 만났을 때인 2015년에는 건국대학교병원 신경과에서 치료를 진행해 눈움직임근육이 어느 정도 회복된 상태여서, 수술을 통해 눈 위치로 인한 복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운동을 안 하면 알통이 줄어드는 것처럼 위축이 일어나고 눈 근육 역시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상태가 점점 더 악화돼요. 늘어진 근육을 잡아당겨 안구가 반대쪽 눈과 비슷한 위치에 오도록 조정하는 수술을 했어요. 발병 전 상태로 돌아갈 순 없지만 그래도 복시가 나타나지 않고, 남들이 봤을 때도 어색하지 않은 눈 상태가 되셨죠”라고 설명한다.
사시 수술 얼마 후에 진행한 또 하나의 수술은 안검하수 수술이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쌍꺼풀 수술’ 논란으로 세상에 알려진 이 수술은 정확히 말하면 쌍꺼풀 수술과는 다른 수술이다. 노화와 질병으로 인해 처지는 눈꺼풀을 제 위치로 돌려놓기 위해 눈꺼풀 속 검판이라는 부위를 눈꺼풀올림근과 연결하는 수술이다. 신 교수는 안검하수 수술에 대해 일반인들의 오해가 많다고 말한다.
“흔히 쌍꺼풀 수술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임상적으로는 쌍꺼풀 수술과 안검하수 수술은 완전히 다른 수술이에요. 사람들이 쌍꺼풀이 보이는 눈을 예쁘다고 생각하니까 수술 과정에서 쌍꺼풀을 만드는 것뿐이지, 원치 않는다면 쌍꺼풀이 안 생기게 안검하수 수술을 하기도 해요.”
수술은 복잡하지 않아 하루면 끝난다. 전신마취 같은 것도 필요 없고, 입원도 불필요한 간단한 수술이라고 설명한다.
맹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시달려
하지만 김성겸씨가 세상을 보는 방법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이번엔 황반변성이었다. 황반변성(黃斑變性)은 망막 가운데가출혈 등의 이유로 인해 물이 차고 붓는 질환이다. 사무실이나 카페에서 쓰는 빔 프로젝터의 스크린을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 평평해야 할 스크린을 뒤에서 누군가가 손으로 누른다고 생각해보라. 스크린의 굴곡이 영상에 반영되면서, 화상이 왜곡돼 보이게 된다.
황반변성도 마찬가지. 상이 맺히는 망막에 혹이 생기면서 사물이 찌그러져 보인다. 가장 손쉽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욕실의 타일이나 모눈종이 등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직선들이 똑바로 보이지 않거나 중심이 가려보이면 황반변성의 초기 증상이니 바로 안과를 찾아야 한다. 신 교수는 황반변성의 위험을 이렇게 설명한다.
“황반변성은 안과에서 백내장, 녹내장과 함께 3대 질환으로 꼽히는 흔한 병이에요. 문제는 정확한 원인도 잘 모르는 데다, 한 번 발병하면 완치는 어렵다고 봐야 해요. 발병하면 더 나빠지지 않도록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악화를 늦추는 것에 만족하는 정도죠. 게다가 한 번 발생하면 다른 쪽 눈에도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치료를 위해 안구에 직접 약물을 주사하는데, 1개월에서 3개월 주기로 계속 주사를 맞아야 하고, 주사를 맞으면 감염 방지를 위해 2~3일 정도는 세수도 못하니 환자 입장에선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닙니다.”
또 환자를 옥죄는 것은 정신적 트라우마다. 왜곡돼 보이던 시야의 중앙은 병이 심해지면서 아예 보이지 않게 된다. 검은 반점이 되는 것. 그리고 병이 심해질수록 이 현상도 심해진다. 자고 일어나면 보이지 않는 부위가 점점 더 넓어져 언젠가는 맹인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가 환자를 힘들게 한다. 실제로 65세 이상 인구에서 법적인 실명의 빈도가 가장 높은 질환이 황반변성이다.
신 교수는 노화와 함께 반드시 주의해야 할 질환으로 황반변성을 꼽았다.
“노령인구가 증가하면서 황반변성 환자도 늘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수명이 증가하면서 눈이 필요한 기간은 더 길어지고 있잖아요. 그러므로 질환이 생기기 전에 주의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당뇨, 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야외에서는 자외선을 막는 선글라스를 챙기세요. 고기 위주의 서구화된 식생활을 피하고, 담배는 반드시 끊으셔야 합니다.”
여전히 희망을 말해야 하는 이유
남들처럼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시달릴 법도 한데 김성겸씨는 씩씩하게 이겨내고 있다. 첫 사회생활을 공무원으로 시작해 그 후 제조업과 유통업, 식당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많은 경험을 한 탓인지 병마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남달랐다.
“그때마다 스트레스받으면 어떻게 살겠어요. 그런가보다 하는 거지. 신경 쓰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생활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요. 신 교수님께서 사시 수술을 예쁘게 잘해주셔서 남들 시선도 덜 의식하게 됐고, 복시도 사라져서 일상생활의 불편함은 없어요. 앞이 뿌옇게 보이니까 사람을 만났을 때 제대로 못 알아보는 것이 약간 불편할 뿐이죠. 또 술 따를 때 자주 넘치도록 따르는 것도 불편하다고 해야 할까(웃음).”
아직도 끊지 못한 소주 얘기를 털어놓으며, 옆에서 듣고 있는 신 교수에게 미안한지 인상 좋은 너털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는 아직까지 직장을 다니고 있다.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일을 놓을 생각은 없다. 건물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는 김씨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
하지만 상대가 강한 상대이다 보니 황반변성은 조금 나아진 정도.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은 상태다. 그래도 김씨는 여전히 희망을 말했다.
“눈이 좋아지면 차로 아내와 여기저기 다니면서 여행을 하고 싶어요. 젊었을 때 자동차 시트커버도 팔아보고, 엔진오일 도매도 했었는데, 정작 자동차로 여행을 다녀본 기억은 없어요. 여행도 다녀본 사람이 다닌다던데 눈이 좋아지면 주변 조언을 얻어서라도 경치 좋은 곳들을 두루두루 다녀보고 싶어요.”
세계적인 기업들이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유한 노년층을 겨냥한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노년층의 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데다 이들의 구매력(소비력)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60세 이상 노인층의 탄탄한 소비력이 기업들의 기술 연구·개발(R&D) 투자에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60세 이상 노인층의 소비력은 2020년께 15조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또 지난 20년간 이들의 소비력은 30세 미만 젊은 층 보다 50%나 더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현재 베이비부머 세대를 포함하는 60세 이상 노인층은 전 부모 세대 보다 축적한 재산이 많고, 오래 살며,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하는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다.
노인층 인구 수도 급증할 전망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2050년 무렵에 전 세계 60세 이상 인구가 20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수가 5세 이하 아동 인구 수를 처음으로 넘어설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노인층을 위한 특화된 기술 개발은 충분하지 못한 상태다. FT 설문조사 결과 노인층 응답자의 60%가 노인층의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기술들이 많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발 빠른 기업들은 점차 소비자 타깃을 노년층에 맞추고 이들을 위한 R&D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약·생명공학 업계는 노인층 공략에 가장 적극적이다. 올해 이들을 위한 R&D에 지난해 보다 3.1% 많은 2010억달러가 들어갔다.
자동차업계도 운전자의 고령화를 염두에 둔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는 운전자의 심장 발작 징후를 포착하고 차를 사전에 안전하게 멈출 수 있도록 하는 운전석 시스템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5년 내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포드 리서치센터는 "미래에는 운전석에 100세 노인이 앉아 있는 게 평범한 일이 될 것"이라면서 "(노령화에 대한) 거대한 시대적 흐름과 소비자들이 미래에 무엇에 돈을 쓸지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도요타는 차량에 탑재된 카메라와 센서 등을 통해 차량의 상태를 파악해 노인층 운전자가 높은 속도로 교차로에 진입할 것이 예상되면 소리와 표시로 사전에 알려 주는 안전운전 지원 시스템을 개발해 냈다. 현재 테스트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학원총연합회의 목표는 공교육과 사교육의균형을 맞춰 진정한 의미의 평생학습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겁니다.
“파고다교육그룹 대표이자 지난 3월 한국학원총연합회장으로 연임이 확정된 박경실(59) 회장은 6월 27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임기 3년을 앞두고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한국학원총연합회는 지역별 소규모 보습학원과 미술·음악 등 예체능계 학원, 요리학원, 어학원과 대형 입시학원까지 자동차학원을 제외한 전국 8만여 개 학원을 회원으로 거느린 거대 조직이다.
2011년부터 이 조직을 이끈 박 회장은 22일 파고다 강남 본관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평생학습시대’를 이끄는 주체로서 학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평균 90세에서 100세까지 사는 노령화 사회로 가면서 앞으로는 직업도 2∼3개를 갖게 될 겁니다. 그러려면 다시 뭔가를 배워야 하는데 그럴 때 손쉽게 갈 수 있는 곳은 학교가 아닌 학원이지요.“그는 ”노령화 사회로 가는 현 시점에서 비정규 교육이라는 큰 틀 안에서 국익과국민을 위해 평생학습을 어떻게 구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려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박 회장은 어려운 시기에 학원들의 대표를 맡았다. 그가 전하는 요즘 학원가 상황은 심상치 않다.
5∼6년 전과 비교해 소규모 학원은 매출이 30∼40%가량 줄었고 파고다교육그룹의 10개 가맹점도 원장이 직접 강의에 나서지 않으면 운영이 안 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사교육 때문에 공교육이 죽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한국에서 학원들이 이렇게 ‘고사 직전’까지 오게 된 이유로 박 회장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꼽았다.
그는 ”전 정권이 학원 인가는 제한 없이 내주면서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통제는 강화해 소규모 학원들은 운영이 어려워졌다“며 ”통제할 부분은 통제하되 자율성을 줘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보습학원 시장이 커지면서 거대 학원들이 많이 생겨났고 학원시장도 과도하게 상업화된 측면이 있다“며 사태에 대한 학원의 책임도 인정했다.
그는 ”학원 총수로서 내게도 학교 정상화는 중요하다“며 ”정규교육이 정상화돼서 학원은 상위권 아이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하위권 아이들의 보충수업을 담당하는 등 학교가 할 수 없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최근 개인적으로 큰일을 겪었다. 지난해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구속수사를 피하게 해주겠다는 운전기사에게 거액을 날렸고, 남편과 어학원 경영권을 놓고 다투며 이혼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측근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경찰수사도 받았다.
운전기사는 구속기소됐고 경찰도 박 회장의 살인교사 혐의에 대해 다음 주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키로 했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박 회장은 돌이키기 어려운 피해를 봤다고 말한다.
그는 ”살인예비음모 혐의에 대한 수사는 당사자의 일방적인 주장에 따른 것으로객관적 증거는 없었는데도 수사 내용이 언론에 공개돼 내 명예가 실추되고 기본권도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또 ”확실한 증거가 없는데도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함께 사업을 추진했던 외국 기업들이 영자지 등에 실린 ‘살인자’(murderer)라는 표현을 보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등 사업상으로도 큰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적극적인 해명을 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가정을 지키고 싶었고 학원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 같아 대응을 자제했지만 이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파고다 대표로서, 총연합회 회장으로서 불미스러운 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요즘엔 100세 시대란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0년 노인 인구 7%대로 진입,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있다.
하지만 실제 노인들이 겪는 상황은 녹녹지 않다. 당장 10만~20만원이 없어 어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기초노령연금 지원도 복지재원 부족으로 한계에 부딪혔다.
이에 서울시는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통한 건강한 노후생활을 강조하고 나섰다. 즉,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줘 일도 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일자리 정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노인층의 빈곤율은 심각한 수준이 이르렀다. 연평균 5만5000명이 빈곤층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이 계층은 6.5%씩 증가하고 있다. 또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한다. 2011년 기준 45.1%인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OECD 평균치보다 3.3배나 높다.
또 중위소득 50% 이하인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07년 44.6%에서 2011년 48.6%로 4%포인트 상승했다. OECD 회원 비교 대상 선진국인 미국(14.6%), 독일(10.5%), 프랑스(5.4%) 등에 비해 단연 1위에 해당한다.
100세 시대로 진입하면서 노인들도 경제생활을 꾸준히 해야 한다. 또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도 계속 일할 수 있다고 60~70대 노인들은 입은 모은다.
개인택시 운전자 김모(63)씨는 “일반 회사에서는 50세만 되면 명예퇴직 등 은퇴를 고려해야 하는데 운송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벌이는 넉넉지 않아도 그나마 낫다”며 “우리 또래뿐만 아니라 나보다 10살이나 많은 사람들도 운송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르신을 위한 일자리 창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에 서울시는 어르신 적합 직종 발굴에 나섰다. 서울시는 민간기업과 연계해 시간제 일자리를 발굴, 50세 이상 우선고용권을 줄 방침이다.
여기에는 어르신뿐만 아니라 베이비부머 등 장년층도 포함된다. 시는 또 어르신 적합 직종으로 △학교보안관 △주례 △주차관리 △운전 등의 일자리 발굴을 통해 재취업을 강화키로 했다.
아울러 사회공헌형 일자리를 적극 발굴해 사회적기업, 비영리단체에 퇴직자의 재능을 활용할 계획이다. 시는 맞춤형 취업 지원도 강화한다.
소규모 분산 배치된 고령자 취업지원센터를 통합하고 인생이모작센터를 운영해 재취업교육 및 재취업지원에 대한 비중을 늘릴 예정이다.
또 어르신구인업종협회와 MOU를 체결하고 자격증취득과정을 운영한다. 올 하반기에는 베이비부머 일자리 엑스포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시는 밝혔다.
엄연숙 서울시 일자리정책과장은 “어르신 계층은 크게 연금수령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과 당장의 생활비가 부족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로 구분된다”면서 “시는 각 계층의 상황에 맞게 일자리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특히 기초노령연금 수령에 제동이 걸린 만큼 생계형 분야 일자리 창출에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또 은퇴했지만 자녀의 학비 충당이 시급한 50대 장년층을 위한 일자리 발굴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엄 과장은 전했다.
그동안 경비, 주차관리원 등에 대해서는 열악한 근무환경이 걸림돌로 지적됐다. 즉, 어르신 일자리도 양질의 일자리로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굳이 정규직 등 양질의 일자리가 아닌 시간제 일자리도 어르신들에게는 적합한 일자리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종욱 서울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나 기업, 지역사회 등은 건강한 노인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독일의 ‘미니잡’을 예로 들었다. 미니잡은 파트타임 근무로 한 달에 400유로까지만 벌 수 있게 해 놓은 일자리 제도다. 이는 자기가 잘할 수 있고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시간을 정해 일하는 것으로 한 달 월급이 400유로 미만으로 제한돼 있지만 근무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회사 측도 부담이 적다. 이는 노인뿐만 아니라 청년, 여성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 국내 노인층은 당장 10만~20만원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용돈을 벌 수 있는 만큼 정해진 시간에 일하고 노동으로 인해 건강도 유지할 수 있는 한국판 ‘미니잡’(시간제 일자리)을 어르신들에게 권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