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로 인한 변화를 느껴도 대부분은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함을 호소합니다. 시니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홍명신 에이징커뮤니케이션센터 대표가 그런 이들을 위해 어떻게 소통하고 돌봐야 하는지 ‘치매 케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자녀들이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진정한 ‘가족의 힘’이 느껴집니다. 그런 자녀들을 키워내신 어머니가 얼마나 훌륭한 분인지 짐작도 되고요. 사실 우리 모두 아주 어릴 때는 거울 속 모습을 다른 사람으로 인식했습니다. 대개 두 살 무렵이 되면 ‘거울 속의 나’를 알아보지요. 그런데 칠순 넘은 어머니가 거울과 대화를 나누고 계시니 언니가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러나 치매로 아픈 분이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가족이나 친구, 손님, 혹은 낯선 사람으로 여기고 말을 거는 현상은 생각보다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증상을 ‘거울망상증’이라고 하는데요. 1960년대 초반 장 드 아주리아게라 스위스 제네바대학 의대 교수팀이 규명한 이래 꾸준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각적인 정보를 뇌가 해석하고 ‘저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을 연결하려면 고차원적인 상호작용이 필요합니다. 얼굴을 인식하는 기능, 자신의 정체성을 기억하는 기능, 현재 상황을 판단하는 기능이 손상되면 거울 속 모습을 자신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한 치매로 아픈 분은 최근 기억력과 시간 감각이 약하기 때문에 거울에 비친 자신을 낯설게 느끼기도 합니다. 젊은 시절의 자신에게 기억이 머무르고 있는데, 거울 속에는 노인이 보이니 ‘저 사람은 누구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거지요. 앞으로 어머니가 거울과 대화를 나누신다면 다음 세 가지를 실천하시기 바랍니다.
첫째, 바로잡으려고 하지 마세요
답답한 마음에 “이건 거울이고, 보이는 사람은 엄마잖아”라며 현실을 이해시키려고 애쓰는 가족들이 많습니다. 사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거울의 원리를 가르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대응은 오히려 혼란과 불안을 키울 수 있습니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분명히 낯선 사람이 보이는데 가족들이 자꾸 아니라며 우기는 것처럼 느낄 수 있어요.
둘째, 공감해주세요
어머니가 거울 속 인물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살펴보세요. 편안하게 대화하고, 공격적이지 않으며, 잠깐 그러는 것이라면 문제 삼지 않아도 됩니다. 반대로 두려워하거나 불편해하면 “모르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 놀라셨구나” 하면서 마음을 헤아려주세요. 같이 있어 드리겠다고 하고 좋아하는 음식이나 즐겨 하시던 이야기로 관심을 자연스럽게 돌려보세요.
셋째, 환경을 바꿔보세요
어머니가 거울 속 인물을 보고 화를 내거나, 무서워하거나, 잠을 못자거나, 침입자로 생각해 공격하려 한다면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런 증상은 대체로 낮보다 저녁 이후, 밝은 환경보다 어두운 환경에서 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예 거울을 없애거나, 불가능하다면 천으로 가려두세요. 간접조명을 사용해 그림자를 줄이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거울 속 모습을 다른 사람으로 여기지는 않으셨지만, 방마다 있는 보일러 온도조절기의 작은 센서 불빛에는 무척 예민하게 반응하시며 불편해 하셨습니다. 어느 날 계속 “밤에 이상해, 이상해”라고 말씀하시기에 “뭐가 이상한지 같이 봐드릴게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방 불을 끄고 나란히 앉아 벽을 바라보니, 손톱보다 작은 빛이 생각보다 훨씬 강하게 느껴지더군요. 게다가 온도에 따라 자동으로 반응하니 아버지 눈에는 더욱 수상하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저 불빛이 이상한 거예요?”라고 여쭙자 크게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그날 밤 보일러 온도 설정을 조정해 불이 들어오지 않게 하고, 다음 날엔 센서 위에 불투명 테이프를 여러 겹 붙여 빛이 약해지도록 했습니다. 신경 쓰이던 불빛이 사라지자 아버지는 훨씬 편안하게 잠드셨습니다.
제가 아버지를 돌보며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치매로 아픈 분이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입니다. 몸이 아프거나, 외롭거나, 불안하거나, 불편하거나,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 있을 때 그것이 행동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보호자 역시 지쳐 있고, 치매에 두려움을 안고 살기에 조금만 낯선 행동이 나타나도 극단적인 결론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때로는 보호자도 그 두려움을 조금 내려놓고, 환자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해보세요. 의외로 간단한 해결책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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