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헬로, 스트레인저!
일정 12월 19일까지 장소 하자센터
‘낯설다’는 감각은 무엇인가? 익숙함이 자연스러운 자극을 마주했을 때 받는 감각이라면, 낯섦은 자연스럽지 않은 자극에 대한 불편한 느낌이다. 전시 ‘헬로 스트레인저’는 이런 낯선 감각에 집중해 우리 사회의 여러 고정 관념을 세 작가의 그림책으로 살펴보게 한다. 인간을 비커에 담아 실험하는 쥐 그림 등 어딘가 낯설고 기묘한 작품들을 통해 당연하게 여겨온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도록 한다.
◇황금광시대 : 1920 기억극장
일정 12월 27일까지 장소 일민미술관
신문과 잡지를 통해 1920~30년대 경성의 모습을 돌아보고 이를 오늘날의 시선으로 재구성한다. 1920년대 문화주택의 뼈대를 표현한 ‘픽션 픽션 논픽션’, 100년 전 살롱을 재현한 ‘클럽 그로칼랭’, 가상현실(VR)과 신문 아카이브를 결합한 ‘구보, 경성, 방랑’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 조선희의 장편소설 ‘세 여자’ 속 잡지 편집실을 재구성한 전시작도 만날 수 있다.
◇박래현 : 삼중통역자
일정 2021년 1월 3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20세기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박래현을 재조명한다. 회화, 판화, 태피스트리 세 가지 매체를 넘나들며 활약한 그녀의 예술 세계를 총 4부에 걸쳐 소개한다. 1부에서는 현대 한국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2부는 화가 김기창의 아내이자 네 자녀의 어머니였던 작가가 생활과 예술 사이에서 고뇌했던 모습을 살펴본다. 3부는 세계 여행을 하고 이국 문화를 체험한 뒤 그린 추상화를, 4부에서는 판화와 태피스트리 기술을 익히고 동양화의 표현 영역을 확장하고자 한 작가의 마지막 도전을 조명한다. 총 138점의 작품과 아카이브 71점이 출품됐다.
●Book
◇오늘의 기분과 매일의 클래식 (조현영 저·현암사)
클래식은 듣고 싶지만 언제 어떤 곡을 들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한 맞춤형 가이드북. 운전할 때, 외로울 때, 낮술을 즐길 때 등 다양한 상황, 기분에 따라 어울리는 클래식을 적재적소의 맞춤형으로 추천해준다.
◇지금 이 계절의 클래식 (이지혜 저·파람북)
크리스마스에는 어떤 클래식을 들어야 할까? 클래식 해설가 이지혜가 계절에 맞게 들을 수 있는 클래식 33곡을 소개한다. 곡에 대한 인문학적 해설도 포함돼 있어 보다 깊이 있는 교양을 쌓을 수 있다.
◇임동혁의 모망 뮈지코 (임동혁 저·서울음악출판사)
세계 3대 콩쿠르를 석권한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엄선한 피아노 악보집. 총 17곡이 실려 있으며, 곡마다 임동혁이 직접 감수한 연주 포인트가 적혀 있다. 부록으로 A2 사이즈 브로마이드도 제공한다.
●Movie
◇인생은 아름다워
개봉 12월 예정 장르 뮤지컬 감독 최국희 출연 류승룡, 염정아, 박세완, 옹성우
자신의 마지막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아내 ‘세연’과 그녀의 황당한 요구에 마지못해 과거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 ‘진봉’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영화다. ‘극한직업’, ‘명량’,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네 편의 천만 영화에 출연한 류승룡과 JTBC 드라마 ‘SKY캐슬’로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은 염정아가 첫 부부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배우들이 직접 노래 부르고 춤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신중현의 ‘미인’, 이문세의 ‘조조할인’, 이승철의 ‘잠도 오지 않는 밤에’, 토이의 ‘뜨거운 안녕’ 등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노래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흥겨운 노래 속에 담긴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과 따뜻한 가족애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서복
개봉 12월 예정 장르 드라마 감독 이용주 출연 공유, 박보검, 조우진 등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을 극비리에 옮겨야 하는 임무를 맡은 정보국 요원 ‘기헌’이 서복과 동행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죽음을 앞둔 기헌과 영원 속에 갇힌 복제인간 서복의 아이러니한 만남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믿고 보는 두 배우 공유와 박보검의 감성 가득한 브로맨스가 기대를 모은다. 특히 박보검은 영화 ‘차이나타운’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해 한층 성숙해진 연기 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용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제
개봉 12월 10일 장르 멜로 감독 김종관 출연 한지민, 남주혁
일본의 원작 소설과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불편한 다리 때문에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고 집 안에만 갇혀 살던 ‘조제’와 평범한 청년 ‘영석’의 아름답고도 쓸쓸한 사랑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설레면서도 두려운 조제와 그런 그녀에게 손을 내민 영석의 따스한 사랑이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애틋한 연기로 호평받은 한지민과 남주혁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춰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Stage
◇노트르담 드 파리
일정 2021년 1월 17일까지 장소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연출 질 마으 출연 안젤로 델 베키오, 하바 타와지, 다니엘 라부아 등
추한 외모를 지닌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와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세속적 욕망에 휩싸여 갈등하는 사제 ‘프롤로 주교’의 이야기를 담은 불후의 걸작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프랑스 오리지널 내한 공연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15세기 파리의 혼란한 사회상과 부당한 형벌제도, 이방인들의 소외된 삶을 자연스럽게 녹여내 1998년 초연 후 오늘날까지 수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공연은 2015년 이후 5년 만이며, 초연 당시 프롤로 역을 맡은 오리지널 캐스트 다니엘 라부아를 국내 최초로 만나볼 수 있다. 거대한 세트장과 100kg이 넘는 대형 종 등 30t에 달하는 무대 장치가 압도적인 분위기를 더하며, 오리지널 배우들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프랑스 원어로 선보이는 감미로운 넘버가 잊지 못할 무대를 선사한다.
◇듀엣
일정 2021년 1월 31일까지 장소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
연출 이재은 출연 박건형, 문진아, 정철호 등
미국 대표 극작가 닐 사이먼의 작품으로, 추운 겨울을 포근하게 해주는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성공한 작곡가 ‘버논 거쉬’와 신인 작사가 ‘소냐 왈스크’의 톡톡 튀는 사랑 이야기를 담는다. 2인극이지만 어색한 첫 만남부터 오해와 갈등, 사랑에 빠지는 순간까지 엎치락뒤치락하는 두 남녀의 변덕스러운 심리를 짜임새 있게 그려내 단 두 명의 배우만으로 무대를 가득 채운다.
◇작은 아씨들
일정 12월 20일까지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연출 오경택 출연 이연경, 이혜란, 서유진, 전예지 등
남북 전쟁이 한창이던 1860년대, 성격이 각기 다른 네 자매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키우며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전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가족 간 온정을 아끼지 않는 마치 가(家) 여성들의 따뜻한 마음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는 관객들에게 시공간을 초월한 감동과 위로를 전한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고전 소설을 뮤지컬화한 작품이다.
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날은 일본에서 살고 있는 딸이 우리 집에서 열흘간 머물다 떠난 날이었다. 김포공항에서 딸을 배웅하고 미용실에 들렀는데 일본에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한 것이다. 딸과 통화 중에“네가 내 딸이라 고마워”라고 하자 이 말을 들은 미용실의 한 손님이 “참 듣기 좋은 말이네요”라고 했다고 원장님이 웃으며 전해줬다.
서둔야학 시절 나는 이별을 자주 했다. 야학생들을 가르쳤던 선생님들이 1년 정도 봉사활동을 하다가 그만두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이 떠날 때마다 너무 슬퍼서 새로 오시는 선생님들에게는 절대로 정을 주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정을 주지 않은 줄 알았는데 선생님들이 떠날 때마다 나는 또 울고 있었다. 마음 아프지 않겠다고 아무리 다짐을 해도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이별인 듯싶다. 딸과도 매년 두 번씩 만나 며칠간 같이 있는데 헤어질 때마다 울게 된다. 정 많고 눈물 많은 내가 어쩌다 하나밖에 없는 딸과 떨어져 살게 되었는지…. 이것도 운명이겠지!
딸은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나를 위한 이벤트를 기획해서 온다. 2017년에는 딸의 배려로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보그전'을 봤는데 너무 아름답고 멋졌다. 패션을 좋아하는 내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보그전은 패션디자이너와 패션모델, 그리고 사진작가와 현장 감독의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색채의 향연과 빛의 향연 속에서 모델들은 마음껏 아우라를 내뿜었다. 그야말로 극치의 아름다움이었다.
나태주 시인이 말했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그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한 사람이 된다"라고.
"야~~ 멋있다!" "정말 환상적이다!"
딸애는 사진 한 장 한 장을 볼 때마다 흥분해서 감탄사를 연발하는 나를 지켜보며 뿌듯해했다.
지금은 스마트시대다. 내 가슴속에 각인된 멋진 그 시간은 휴대폰에 고스란히 남아 있기에 이따금 꺼내 보며 딸과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려본다.
2015년에는 뮤지컬 '엘리자벳'을 같이 관람하는 호사를 누렸다. 오스트리아의 황제 요제프의 왕비인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다. 경국지색(傾國之色), 침어낙안(沈魚落雁)이라 칭할 만큼 빼어난 미인이며 몸매도 아름다운 그녀는 화려한 궁중 의상이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 그녀의 모습은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완전 내 취향이라서 한눈에 빠져버렸다. 요제프 왕세자는 그녀의 언니와 혼인하기 위해 그녀의 집을 방문했다가 아름다운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해 그녀와 결혼한다.
깊은 가을 시월의 막바지 토요일에 흥겹고 참으로 신명 나는 우리 국악 창극 ‘변강쇠 점찍고 옹녀(국립 창극단)’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관람했다. 사실 음악이라면 젊을 때부터 팝송, 샹송, 칸초네 등을 즐겨 들어서 국극이나 마당놀이 같은 창극엔 관심이 덜 했다. 그러나 나이 들어감에 따라 국악에 대한 호기심도 생겼고 기회가 있어 감상해 보았던 ‘심청전’이나 ‘흥보가’ 등으로 우리 국극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걸 느끼고는 관심을 두고 찾아보게 되었다.
오늘 본 작품은 외설적으로만 알려진 ‘변강쇠전’을 바탕으로 주인공은 변강쇠가 아닌 그의 여자 ‘옹녀’였다. 그래서 제목도 ‘변강쇠에 점을 찍고 옹녀’가 되었나 보다. 옹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로 남자만 밝히는 여자가 아닌 자의식을 가지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용감하게 운명에 맞서는 의지의 여인으로 나온다. 포스터만 봐도 예쁜 옹녀가 유혹하듯이 도발적인 모습으로 돌아보고 있어 오늘의 옹녀 연기가 기대되었다. 이제까지 보았던 뮤지컬이나 연극의 오케스트라는 무대 아래에서 객석을 마주하고 연주를 했다. 그런데 이 공연의 연주자들은 무대를 향해 앉았는데 국극의 특성상 지휘자가 없어 연기자들의 동작을 보면서 연주를 해야 하기 때문인가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쟁, 피리 긴 나팔 같은 악기가 보였다.
무대가 열리자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가 나와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절을 하며 “옹녀 인사드리오”라고 했다. 목소리부터 어찌나 간드러지는 지 웃음이 절로 났다. 창극의 매력은 말투와 억양에 있는 듯하다. 외롭다는 단어도 ‘외로와라’ 고 하니 더욱 정감이 느껴진다. 무대는 다른 뮤지컬이나 연극보다 매우 단조로웠지만, 가림막이 네 조각으로 나뉘어 움직이고 있어 공간이 다양하게 연출되어 입체적으로 보였다.
이전의 공연에선 옹녀도 죽어 장승이 되어 변강쇠와 서로 마주 보며 영원히 함께한다는 내용이었다는데 이번 공연에는 죽은 어머니의 도움으로 옹녀가 이승과 장승의 세계를 오가며 변강쇠와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아기도 낳아 기른다는 설정이다. 다들 잘 알고 있듯 옹녀는 미인이기는 하지만 청상살, 상부살이 끼어 만나는 남자마다 죽는 운명을 타고났다. 열다섯에 첫 결혼을 하지만 하룻밤에 남편이 죽고 열여섯, 열일곱 등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일 년에 한 번씩 혼인만 하면 남편이 죽었다. 그뿐 아니라 그녀를 탐하는 동네 남정네도 모조리 상을 당하니 마을에서 쫓겨나게 된다.
쫓겨나는 길에서 만난 변강쇠와 살림을 차리고 궂은일로 돈을 버는데 손끝이 야물어 남보다 많은 돈을 받는다. 변강쇠는 하는 일 없이 노름판에서 옹녀가 번 돈을 다 써버리지만, 옹녀는 자신과 만났는데도 죽지 않으니 감사히 생각하고 감수한다. 그러다 마을을 지키는 장승을 뽑아 장작으로 태워버린 변강쇠는 장승들의 저주를 받아 온갖 병을 얻어 죽는데 옹녀의 변강쇠 살리기 작전으로 장승들과의 한판 전쟁이 볼만하게 펼쳐진다.
재미있는 건 우리 판소리에 녹아있는 해학과 풍자로 듣기 민망한 비속어도 많이 나오는데 거부감 없이 즐겁게 웃으며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두 시간이 넘는 공연에 옹녀 역 이소연 배우의 청량하고 맑은소리가 계속되어서 참으로 감탄스러웠다. 이 창극은 2014년 초연된 이후 성황을 이루며 5년째 무대에 올라가고 있다. 옹녀 이야기는 조금씩의 변화를 주는 연출로 계속될 것 같다. 신명 나는 매력적인 한 판 창극에 마음이 시원해진 하루였다.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뮤지컬 한 편을 봤다. 제목은 신중현의 ‘미인’이다. 그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음악계의 거장 신중현의 작품을 실컷 들을 수 있다니, 가슴이 뛰었다. 신중현의 ‘미인’ 그 음악이 탄생하게 된 이야기를 그린 걸까? 아니면 젊은 시절 너무나 좋아했던 수많은 가요가 만들어진 배경을 말하려는 걸까?
여고 시절 친한 친구와 듀엣으로 펄시스터즈의 히트곡을 연습해 친구들 앞에서 불러보는 등 한때 가수의 꿈을 키운 적도 있다. 그때 신나게 불렀던 곡이 펄시스터즈나 김추자의 노래였는데 거의 신중현의 작품이다. 그의 음악을 좋아했고 따라 부르며 연습했던 시절이 새삼 그립다.
뮤지컬 ‘미인’에서 당시 명곡을 다시 듣게 되니 철없이 순수했던 시절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부풀었다. 대체로 뮤지컬이나 연극, 오페라를 보러 갈 때면 미리 인터넷으로 작품의 내용이나 정보를 검색했지만, 이날은 신중현의 음악을 들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만으로 내용을 알아보지 않고 갔다.
아트센터 로비의 포토존에 ‘신중현은 우리 대중음악 역사의 설계자이며 존재 자체로 우리 대중음악의 살아있는 역사이고 대중음악 태동의 순간이 그의 노래와 삶에 담겨있다’고 씌어 있다. 그리고 1960년대 유행했던 ‘늦기 전에(김추자 노래)’, ‘커피 한잔(펄시스터즈)’, ‘님아’, ‘꽃잎’, ‘봄비’, ‘빗속의 여인’, ‘미인’, ‘아름다운 강산’ 등 주옥같은 노래의 설명이 있었다.
막이 오르고 공연이 시작됐는데, 무대의 배경이 1930년대 일제 강점기다.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기대했던 나의 젊은 시절이 무대가 아니라 조금 실망스러웠다. 알고 보니 1930년대 일본에 대항해 독립운동하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신중현의 명곡을 넣어 뮤지컬로 탄생시킨 것이었다.
무대는 경성의 화려한 밤을 밝히는 ‘하륜관’으로 꾸며졌다. 이곳에서 무성영화 변사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강호와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형 강산, 강산의 친구 두치, 강호와 음악을 같이 이해하며 친해진 일본인 마사오, 그리고 아름다운 시인이자 가수인 병연이 주인공이다. 강호는 형들이 무언가 자기를 빼놓고 일을 벌이려는 걸 알고 친구 마사오에게 이야기했다가 형이 잡혀가게 만든다. 형과 친구들은 독립운동을 하는 중이었다. 친구로 알았던 마사오는 일본 경찰로 냉혈한이다. 이후 사건이 전개되면서 상황에 들어맞는 신중현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후랏빠 시스터즈라는 듀엣 가수가 ‘커피 한잔’을 신나게 불렀고 많은 노래가 귓전을 울렸다.
이 뮤지컬은 독립투사의 이야기에 신중현의 음악을 들려주었다. 미리 검색해서 배경을 알고 봤으면 더 이해가 빨랐을 텐데, 기대했던 내 젊은 날이 무대가 아니라 좀 아쉬웠다. 그래도 주옥같은 신중현의 음악을 실컷 들을 수 있어 반갑고 즐거웠다.
뮤지컬 ‘시카고’를 영화로 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뮤지컬로는 해마다 우리나라 무대에도 오르지만, 몇 십만 원을 호가하는 입장료가 비싸서 볼 엄두를 못 냈었다. 가서 본다 해도 뮤지컬은 영어로 가사가 나오면 말을 못 알아듣기 때문에 감동이 떨어진다. 그런데 영화로도 만들어졌었고 한글 자막까지 넣어서 편안하게 볼 수 있었으니 행운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시카고’는 음악과 함께 화려한 춤이 등장하기 때문에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찍부터 회자되었었다. 일본 영화 “쉘위댄스”를 미국 판으로 리메이크했을 때 주연배우였던 리처드 기어가 나와 더욱 열광하게 만들었다.
이 영화는 2002년에 롭 마샬 감독이 만들었다. 주인공 록시 역에 르네 젤위거, 변호사 역에 리처드 기어가 나왔다. 그 외 보드빌 배우이자 교도소 동료 벨마 켈리 역에 캐서린 제타 존스, 록시의 남편 아모스 역에 존 라일리가 출연했다.
이 영화는 당시 아카데미 최다 부문 노미네이트, 골든 글러브 작품상, 남녀주연상, 미영화배우조합상, 미영화감독조합상 등을 받았다. 콘텐츠로도 걸작 중의 걸작이다.
무대는 1929년 갱단이 활개 치던 무법천지의 시카고이다. 그만큼 시카고는 역동적인 도시로 활력이 넘친다. 록시 하트는 연예계를 동경하는 바람들은 여자이다. 남편은 정비소를 운영하면서 성실한 사람이지만, 단조롭고 지루한 결혼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나이트 클럽 사장 친구인 프레드와 내연의 관계를 맺는다. 프레드가 자신의 꿈을 이뤄줄 능력 있는 남자가 아니라 단순한 가구장사라는 것을 알게 되자 프레드를 총으로 쏴 죽이는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순진한 남편은 대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가려다가 아내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록시가 잡혀가게 놔둔다.
그의 죄는 일급 살인에 해당되어 교수형 감이다. 그러나 타락한 간수 매트로 모튼(퀸 라티파 분)을 통해 변호사 빌리 플린(리처드 기어 분)을 만난다. 빌리는 돈만 아는 냉혈한이지만, 한 번도 재판에서 져 본 일이 없는 유능한 변호사이다. 록시의 남편이 있는 돈 다 끌어다 거액의 변호사 비를 대면서 스토리텔링을 만든다. 록시의 아름다움을 이용하여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자극적인 것을 좆는 미디어를 이용하여 록시가 억울하게 살인자가 되었다는 동정심을 유발하는 작전이다. 록시는 수녀원 출신의 순진한 여자였는데 우발적인 사고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다며 사람들의 동정을 사는 작전을 꾸미며 의상과 행동 말투까지 훈련 받는다.
변호사가 너무 거액의 변호사 비를 요구하자 계약을 파기하지만, 동료 중 한 명이 교수형으로 죽는 것을 보고 다시 계약한다. 변호사는 치밀하게 스토리텔링을 지도하여 배심원단의 무죄 판결을 얻어 낸다.
풀려난 록시는 보드빌 배우가 되려고 여기저기 오디션을 보러 다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다. 그때 교도소 동료였던 벨마 켈리가 찾아온다. 혼자보다는 살인녀 둘이 공연을 하면 입소문의 특징을 살려 성공할 것이라는 제안을 받아 들여 보드빌 배우로서 데뷔하고 화려한 위치에 오른다.
설정이 살인과 교도소라는 데에 우선 신선하다. 그리고 죄인이 미인이며 미디어들이 막장드라마를 쓰면 매출이 오른다는 것, 배심원단이나 일반인들은 미인에 동정적이라는 점을 이용한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미국은 쇼의 나라이다. 미국 쇼는 재즈 음악과 함께 춤과 노래, 등이 등장하는 보드빌 쇼라서 볼 만하다.
오랜만에 아주 재미있게 본 영화이다. 전혀 지루하지 않다. ‘시카고’를 이제야 처음으로 봤다는 점도 창피한 일이지만, 이젠 큰 퍼즐을 찾아낸 느낌이다.
덕수궁 돌담길! 필자가 자주 가는 곳이다. 시내를 나가 시청역 쪽으로 나가면 으레 한 번쯤은 들르는 나만의 공간이다. 가끔 휴식이 필요하고 머리를 식히기 위해 필자는 즐겨 이곳을 찾는다.
언젠가 보았던 뮤지컬 ‘광화문 연가’가 생각나는 돌담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돌담길만을 걷기 위해 찾는 것은 아니다. 이 역사가 서린 돌담길을 걸어 올라가면 특별한 보물창고(?)가 있어서다. 그곳이 바로 서울시립미술관이다. 돌담이 끝나가는 언덕배기에 자리한 서울시립미술관에는 시민을 위해 특별히 개방하는 공간이 있다. 천경자 화가의 전시관이다. 생전에 그린 본인의 그림을 서울시에 기증하였다.
전시관에는 그의 소중한 그림과 화가의 체취가 묻어 있는 화실이 생생한 모습으로 보존되어 있다. 마치 금방이라도 크레파스에 물감을 섞어 화려하고 원색적인 색감으로 이국 소녀의 모습을 그릴 듯하다. 화가는 때로는 고단하고 힘든 생애의 단면을 꽃과 뱀과 우수에 섞인 깊은 눈망울 속에 담았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 신비로움에 빠져들게 한다.
전시관에는 화가가 1941년 동경여자 미술전문학교에서 작업했던 작품부터 1951년 작 그 유명한 '생태', 1977년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1989년 '막은 내리고' 등 주옥같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1991년 < 미인도>의 위작 사건으로 절필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후 그의 생사를 몰라 안타까움을 주었다. 결국, 2015년 8월 6일 그의 장녀가 화가의 유골함을 들고 들어와 천재 화가 천경자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년! 마침내 1주기 추모전이 열리고 있다. 2016,6,14~8.7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작가의 저서 에서 제목을 따온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라는 제목으로 그를 추모하고 있다.
미술관에 가면 또 다른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백남준 10주기 추모전이 7월 31일까지 천경자 전시관 위층에서 열리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 예술 거장의 작품을 한 장소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전시관을 둘러보고 내려와, 앞뜰 벤치에 앉아 가까운 매점에서 까페모카 한 잔을 사서 마시면 세상의 모든 근심이 부질없이 느껴진다. 서울 한 복판에 이러한 낭만을 즐길 수 있는 나만의 작은 공간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시내를 나가면 나는 웬만하면 잠시 짬을 내어 이곳을 찾는다. 옛 정취가 풍기는 돌담길을 돌아 올라가면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향기 그윽한 카페 모카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흡혈귀로 알려진 드라큘라는 실존 인물이다. 동유럽의 루마니아 중부 아르제슈주 쿠르데아르제슈 시에는 드라큘라 성으로 알려진 ‘브란(Bran) 성’이 있다. 루마니아 여행자들은 ‘브란성’을 빼놓지 않고 찾는다. 루마니아 당국에서도 이미 소설, 영화, 뮤지컬 등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드라큘라’를 이용해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드라큘라는 루마니아에서는 역사에 기록된 공인 영웅이다. 그 영웅은 어떻게 흡혈귀로 변신했을까?
동화 속에 나옴직한 멋진 고성, ‘브란 성’
여느 관광지가 그렇듯이 브란성 입구에는 드라큘라와 관련된 기념품 상점이 줄지어 있고 여행객들로 북적댄다. 매표소를 지나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가파른 언덕 위에 서 있는 고성을 만난다. 계단 초입에 감시탑이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서 내부를 관람하게 되어 있다. 뾰족한 성 탑과 지중해풍의 지붕 벽돌이 에워싸고 있는 멋진 성이다. 건물은 시대가 흐르면서 새로운 건축양식이 추가되어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 다양한 양식이 결합되어 있다.
실내는 좁은 계단을 따라 층별로 전시관이 이어진다. 사람들이 사는 듯 물건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드라큘라 사진 대신, 어여쁜 왕비, 공주 사진이 눈길을 잡아끈다. 쇠창살, 철도끼 등 중세시대 고문기구 등도 있지만 몸서리쳐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박물관에 진열된 물건일 뿐이다. 드라큘라라는 선입견을 갖고 ‘으스스’할 준비를 하고 성을 방문하지만 실제로는 동화 속에 나옴직한 멋진 고성이다.
그렇다면 이 성은 실제로 드라큘라와 연관이 있을까? 브란성은 독일 기사단의 요새(1212년)로 만들어졌다. 15~16세기에는 트란실바니아와 왈라키아 공국을 잇는 연결지 역할을 하면서 오스만 투르크로부터 헝가리 왕국을 지키는 관문이 되었다. 그 무렵 드라큘라가 이 성에 잠시 머문 것(1450년대)은 사실이지만 그의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은 아니다.
이후 이 성은 루마니아 공국들의 통일에 기여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리 드 여왕에게 헌정(1920년)되었고, 낭만적인 여름 궁전으로 바뀌었다. 여왕이 죽은 후 일레아나 공주가 성을 물려받았으나 루마니아가 공산권이 되면서 후손들은 성 소유권을 박탈(1948년) 당했다. 그 이후 브란성은 방치돼 파손됐다. 루마니아 정부가 1956년 국가 문화재로 지정, 개보수를 거침에 따라 중세역사미술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2006년 합스부르크 왕가의 후손이 성의 소유권을 되찾았다. 그 후손은 지금 오스트리아에 거주하고 있는데 후손들은 흡혈귀 성이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에 기분이 나쁘다고 한다.
드라큘라 백작이 흡혈귀가 된 속사정
그렇다면 루마니아의 실존 인물이자 역사에 기록될 정도로 유명한 영웅이었던 드라큘라가 왜 흡혈귀가 되었을까? 드라큘라가 흡혈귀가 된 것은 아일랜드의 소설가 브램 스토커(Bram Stoker 1847~1912)가 쓴 소설 때문이다. 스토커는 ‘드라큘라의 삶’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괴기소설을 썼고 크게 명성을 떨쳤다.
우리는 역사를 똑바로 들여다봐야 할 이유가 있다. 드라큘라의 일대기를 들여다보자. 드라큘라(1431~1476)의 아버지는 신성 로마 제국의 드래곤 기사단 소속인 왈라키아 공 블라드 드라큘(Vlad Dracul) 2세다. 아버지가 용의 기사단의 단원이었기에 사용된 문장(紋章)이 ‘드라큘’이다. 루마니아어인 드라쿨(Drakulić)은 용(또는 악마)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어머니는 몰다비아 공국의 공녀 크네아지아다.
드라큘라는 트란실바니아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시기쇼아라(Sighişoara)에서 태어났다. 현재 그곳에는 생가가 변형된 채로 남아 있다. 드라큘라가 태어난 시기쇼아라는 그 당시 루마니아인이 아닌 게르만족 후손인 색슨족이 장악하고 있었다. 12세기에 이곳으로 이주한 색슨족은 철옹성 같은 성벽을 쌓고 상권을 장악했다. 루마니아 현지민들은 들어가 살 수 없었지만 당시 드라큘라의 아버지는 이들과 무역 협정을 맺고 도시 내부에 살 수 있었다. 형제는 형(미르체아), 본인(블라드), 남동생(라두) 3남이었다.
드라큘라는 어릴적(11살 경) 오스만 제국에 동생(4살)과 함께 볼모로 보내졌다. 드라큘라는 오스만 제국의 황태자인 메흐메트(훗날 메흐메트 2세가 된다)와 그의 아버지 무라드 2세에게 잔혹한 일을 많이 당했다. 그는 오스만 제국을 탈출해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아버지는 다른 종족에 의해 암살(1447년, 드라큘라 16살 경)되었고 형은 뜨거운 인두에 눈을 잃고 생매장을 당하는 끔찍한 일을 겪었다. 드라큘라는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왈라키아 공국의 영주가 된다. 아버지 블라드 드라큘이라는 이름을 물려받았고 왈라키아 타르고비스테(Targoviste)를 수도로 삼는다.
포로들을 꼬챙이에 꽂아 죽여
하지만 사회는 불안정했고 영주 자리는 늘 위태로웠다. 툭하면 귀족들이 반란을 일으켜 공작을 죽여 버리는 하극상은 끊이질 않았다. 드라큘라는 왕궁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고 나서 ‘피의 숙청’을 시작했다. 정적인 보야르(boyar, 당시 최상층의 귀족) 계급을 제거하는 게 우선이었다. 부활절 날(1457년), 그들을 왕궁으로 초대, “지난 50년간 몇 명의 군주를 모셨냐‘고 질문했지만 너무 많이 갈아치워 그들의 답변을 못하자 전부 다 죽였다. 대략 500명 정도가 말뚝에 박혀 처형되었다. 그의 처형 방법이 하도 잔혹해 체페시(Ţepeş, 가시, 또는 꼬챙이)라는 호칭을 얻게 되었다.
이후 그들을 다른 방법으로 이용했다. 브란성 근처 산정에 포에나리 요새를 축조할 때 보야르 계급에서 살아남은 귀족들을 인부로 이용했다. 이 포에나리 요새는 아주 중요한 전략적 거점이었다. 이어 드라큘라는 색슨족에게 전면전을 통보한다. 이 길을 상업로로 이용하려면 자신의 지시에 따르라고 명한다. 하지만 색슨족은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블라드의 정적들을 지원했다. 드라큘라는 군대를 이끌고 색슨족의 거점도시였던 브라쇼브(Brasov)로 진격했다. 수천 명을 포로로 잡았다. 그 많은 포로들을 다 꼬챙이에 꽂아 죽였고 그대로 방치했다. 드라큘라가 그곳에서 식사를 해야 할 정도로 너무 많은 숫자였다.
드라큘라의 피의 장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호시탐탐 서방으로 진출을 꾀하고 있는 오스만 제국과도 전쟁을 결심한다. 오스만제국의 사절단이 왔을 때, 터번을 벗지 않자 군주에 대한 모욕으로 여겨 그 자리에서 터번 쓴 머리에 못을 박아 죽였다. 1461년, 오스만과 왈라카이는 전면 전쟁에 들어갔다. 이듬해(1462년)에 2000명이 넘는 포로를 잡았다. 그 포로들 전부 코를 잘라버렸다.
그러자 투르크의 술탄 메흐메트 2세는 3배 이상의 군대를 끌고 쳐들어 왔고 드라큘라는 사력을 다해 싸웠으나 전세는 몰리기 시작한다. 포에나리 성으로 숨어 들어갔으나 장기적인 전투에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부인은 성벽에서 떨어져 자살했고 수많은 수하 장군들을 잃었다. 드라큘라는 편자(말발굽형의 쇠붙이)를 역 방향으로 이용해 겨우 탈출한다. 하지만 오스만 군과 맞서 싸우다 술탄의 친위부대 예니체리들의 총칼에 무릎을 꿇고 목이 잘렸다. 향년 45세. 서기 1476년의 일이었다.
루마니아의 주요한 여행지들
유럽 발칸 반도에서도 동유럽 쪽에 위치한 루마니아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낯선 여행지다. 루마니아는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의 독재를 반대하는 1989년 시민혁명을 통해 자유를 얻었다. 공산국가라는 이미지가 많이 남아 있지만 실제로 수도 부쿠레슈티(Bucureşti)는 기대 이상으로 볼거리가 많다. ‘루마니아의 작은 파리’라 칭하던 개선문,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 중 하나로 알려진 국회의사당(1984년) 등 공산당 정권이 만든 유명 건축물들. 그것 말고도 도심 속에 남아 있는 옛 모습은 여행객들을 충분히 매료시킨다.
또 ‘시나이아(Sinaia)’, 브라쇼브와 시기쇼아라를 구경하는 재미를 놓치면 안 될 것이다. 시나이아는 ‘카르파티아(Carpathian)의 진주’라 불린다. 왕가의 여름 별궁인 펠레쉬(Peles, 루마니아 국보 1호), 펠리쇼르 성이 인기다.
또 시기쇼아라에는 드라큘라가 태어나 4살까지 살았던 생가가 있다. 그것 뿐 아니라 이 도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시계탑 등, 올드 타운은 마치 중세를 옮겨 놓은 듯하다. 이 도시의 역사지구는 1999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좀더 사실적으로 알고 싶다면 다큐멘터리 를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Travel Tip!
항공편 직항은 아직 없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공항으로 이동하면 된다. 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각지를 경유해 가는 방법이 있다. 그 외에 카타르항공을 이용해 도하를 거쳐 부쿠레슈티로 갈 수 있다. 도하까지 약 10시간, 부쿠레슈티까지 약 5시간 걸린다.
현지교통 수도 부큐레슈티에서는 지하철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그 외 시외 이동은 열차, 버스 등으로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면 된다. 브란성을 가려면 부큐레슈티에서 열차를 이용해 브라쇼브로 가야 한다. 브라쇼브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12, 16번 버스를 타고 Stadionul Tineretului에서 하차 후 브란성 가는 버스(40분 소요)를 타면 된다. 시기쇼아라는 브라쇼브에서 버스나 열차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시차 한국보다 7시간 늦다
음식정보 음식이 제법 맛이 좋다. 루마니아식 족발인 치올란(Ciolan)이 있다. 그 외 옥수수를 재료로 이용한 음식, 다진 돼지고기를 포도잎으로 싼 사르말레 등이 있다. 루마니아 전통 도넛인 파파나스(Papanas)도 있다. 특히 부큐레슈티에서는 전통 깊은 건축물에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구시가지 왕궁 옆에 있는 마눅 여인숙(hanul lui manuc, 1808년)은 200년 전통을 자랑한다. 또 1879년에 오픈한 카루 쿠 베레(Caru cu Bere)는 시내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홀이다. 원래는 왕족의 만찬장소였던 이곳은 차우셰스쿠의 큰아들이 자주 파티를 열던 곳이란다. 현재도 레스토랑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매우 흥미롭다.
루마니아 문화 루마니아 민속 예술, 전통음악과 춤, 목공예, 도자기 공예, 건축, 뜨개질, 자수, 보석가공 등 여러 문화유산들이 발전을 거듭하면서도 그 원형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다.
예술뿐 아니라 과학과 학문에 있어서도 루마니아는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다. 스포츠 중에서는 체조를 빼놓을 수 없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 당시 15세의 나이로 참가해 체조 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은 나디아 코마네치(Nadia Comaneci)가 아직도 유명하다. 루마니아가 체조에 강한 이유는 신 식초 성분이 많은 음식을 즐기는 그들의 식생활도 한몫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미인들이 아주 많다.
화폐정보 레이(LEI)를 쓴다. 1유로가 4.4레이 정도다. 환전할 필요 없이 ATM기를 이용하면 된다.
주류 정보 포도주(VIN), 추이카(TUICA)라는 특유의 과실 증류주가 유명한데 자두가 좋다. 포도주는 아주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품질로 이미 서구에서 크게 사랑받고 있다. 루마니아 포도주 박람회(VIN-EXPO)가 열린다. 그 외 보드카, 위스키, 럼, 다양한 맥주 등이 생산되고 있다. 포도주는 겨울철에는 데워 먹는 특징이 있다. ‘뜨거운 포도주(Vin fiert)’는 겨울 추위나 감기 등을 이기기 위한 민간요법이다.
숙박 정보 가격이 비싸지 않고 시설이 좋은 편이다. 유명한 숙박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시니어 포인트 수도는 걸어서 다니거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데 크게 불편하지 않다. 그러나 도시 간 이동은 시설이 열악한 편이다. 서두르지 말고, 관광도시마다 1~2일 정도 지내면서 천천히 여행을 즐기는 것이 키 포인트다. 물가가 싼 편이라서 원하는 음식과 술은 멋진 레스토랑을 골라 먹도록 하자. 싼값에 기념품을 사오는 것도 방법이다. 관광지는 생각보다 눈요기를 할 곳들이 아주 많다.
>> 이신화 여행작가
이립(而立)에 여행작가로 시작해 어언 지천명(知天命)에 다다랐다.
그동안 ‘걸어서 상쾌한 사계절 트레킹’, ‘대한민국 100배 즐기기’, ‘on the camino’ 등
여행서 총 14권을 출간했다. ‘인생이 짧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 지난해 홀로 197일간 30개국의 유럽 배낭 여행을 했다. ‘살아 있을 때 떠나자’가 삶의 모토다.
벚꽃이 지면서 무성한 초록빛 잎만 남겼다. 반면 잎을 먼저 선보인 철쭉이 그 자리를 메운다. 우리 인생사와 비슷하다. 먼저 되었다고 으스댈 일이 아니고 늦다고 투덜댈 일도 아니다. 야산 언저리에는 앵초 미나리냉이꽃이 수줍게 자리를 지킨다. 그야말로 꽃들의 잔치다. 다른 꽃 부러워하는 일 없이 다들 제멋에 겨워 피었다 진다. 인생도 이들과 같으면 얼마나 좋으랴!
눈에 꽃을 담다 보니 영화 가 눈을 끈다.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는 타이틀이 무척 시적이면서 왠지 숙명적인 느낌이 들어 사뭇 슬픈 느낌이 든다. 당나라 현종이 양귀비를 지칭했다는 이 말은 미인을 뜻하기도 하지만, 조선 시대 기생을 일컫는 말이었다. 조선 시대는 아니지만, 1940년대 아직 기생이라는 신분적 굴레를 벗을 수 없는 시대를 배경으로 두 여인의 숙명이 가슴을 친다.
전반부의 꽃같이 화려한 기생의 의상과 더없이 맑은 소녀들의 우정이 지나치게 밝고 고와서 빛나는 사금파리를 보듯 오히려 불안을 더한다. 그 두 소녀는 국악인 ‘정가’의 맑은소리를 타고난 정소율(한효주)과 노랫가락이 심금을 울리는 서연희(천우희)다. 여기 그 시대 최고 작곡가 김윤우(유연석)가 소율의 애인으로 등장하며 이야기를 구성한다.
그런데 기생이면서 예인인 소율과 연희가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영을 만나며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 두 소녀의 우상인 이난영은 정가보다는 유행가에 알맞은 목소리를 극찬한다. 당시 윤우도 자신의 역작 ‘조선의 마음’을 부를 사람으로 소율이 아닌 연희를 택한다. 결국, 윤우는 연희에게 곡도 주고 마음도 준다.
철석같이 믿었던 애인의 배신에 소율은 윤우의 사랑을 되찾으려 연희같이 유행가 가수가 되려 한다. 그러나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세속적 권력의 논리로 운명에 대적하려는 비극을 내포한다. 그녀는 결국 끝까지 지키려던 정조를 버리고 일본 경무국장의 애첩이 되며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자신의 맑은 정가 소리를 헌신짝 내버리듯 던져버린다.
권번에서 함께 배우던 기생들이 부러워하던 소리를 버리고 남의 것을 흉내 내는 것은 변심한 애인을 되찾기만큼 힘들고 절망적이다. 잃은 것을 찾으려는 급급한 마음은 소율을 점점 불행의 늪으로 빠뜨린다. 결국,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소율은 연희를 따라 윤우도 죽고 세월이 많이 흐른 후에도 연희를 쫓는다. 최근 발굴된 연희 앨범을 자기 것이라며 연희 역할까지 한다.
비극과 멜로의 차이는 작지만 분명하다. 주인공의 비극이 보편적 공감을 획득하면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느냐의 여부이다. 마지막 거짓 공연장에서 만난 PD는 “진정 저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사랑은 거즛말이’였어요.” 라고 말한다.” 그것은 죽기 전 윤우가 어쩔 수 없는 변심을 용서하라는 의미로 소율에게 준 곡이다. 이 지점에서 경계선이 애매해진다.
영화는 맑은 정가의 소리와 목포의 눈물, 사의 찬미 등으로 이어져 뮤지컬만큼 다채롭고 화려하다. 성예람 작곡에 조선 중기 문신 김상용의 시조를 붙인 정가 ‘사랑은 거즛말이’는 가슴을 파고들며 에인다. ‘사의 찬미’ 또한 시대를 담고 영화의 결말의 복선으로 알맞다. 진실에 맞닥뜨려 꽃다발을 떨어뜨리는 장면은 해어화와도 어울리며 사랑의 상징인 꽃, 피었다가 시드는 사랑의 실체 등으로 중의적 의미를 나타낸다.
박흥식 감독은 당시 역사 속에 기생의 삶을 빌어 사랑과 인생에 대해 여러 생각을 영화 속에 담으려 한 것 같다. ‘사랑은 거짓말’ ‘그렇게 좋은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요?’ ‘헛된 나를 잊는 대신 부디 너만은 잊지 않기를····’ 등의 대사 속에 품은 의미는 관객의 공감을 끌어낸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보니 한 가지 주제로 쭉 끌어가는 힘이 옅어지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 영화가 거의 그렇듯이 마치 뷔페를 차려 놓고 관객에게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먹으라는 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는 것이 스타시스템으로 귀착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흥행 여부를 떠나 배우들의 연기에 의존한 바 크다. 남자 배우들의 ‘브로맨스’에 기대는 흥행 공식을 떠나 여배우를 투톱으로 내세운 것은 그런 면에서 모험적이며 두 배우에 대한 믿음을 드러낸다. 한효주의 눈물 연기와 천우희의 애절한 목소리는 영화를 살리는데 한몫을 했다. 눈물에 섞인 ‘사랑은 거즛말이’ 곡조가 지금도 가슴속에 바람처럼 잦아들며 기어코 한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장동건, 현빈, 장근석, 송승헌, 이영애, 송혜교, 고현정, 전지현, 손예진, 이병헌 등은 드라마 회당 출연료로 5000만~2억 원을 받는 스타들이다. 김태희, 수지, 유재석, 이승기 등은 광고 한 편 출연하는 데 모델료로 10억 원 안팎을 받는 톱스타들이다. 김수현, 이민호는 중국 CF 한 편 출연료로 20억 원 정도를 받는 한류스타다. 송강호, 하정우 등은 영화 한 편 출연료로 6억~7억 원을 받는 스크린 스타다. 엑소는 지난해 10월 11일 서울 고척돔 하루 공연으로 티켓 수입 등 2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스타 아이돌그룹이다.
이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스타화의 경로나 연예인으로 발탁되는 유형이 모두 다르다. 이병헌은 KBS 탤런트 공채를 통해 발굴된 스타이고 이영애는 연예기획사 백기획에 의해 발탁돼 스타가 됐다. 고현정은 미스코리아 대회 출전이 계기가 돼 방송사 연기자가 되면서 스타가 됐고 전지현은 정훈탁 싸이더스 대표가 잡지에 실린 사진을 보고 발굴해 스타로 부상했다. 이처럼 이들은 연예인 지망생에서 스타로 부상하기까지 과정은 각각 다르다. 이들이 스타가 되는 과정에 개입한 스타 시스템도 차이가 있다.
이병헌은 “나는 KBS 탤런트 공채가 없었으면 연예인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KBS 공채로 연기를 처음 시작했고 이름이 알려져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고, 이영애를 발굴해 스타로 키운 백기획의 백남수 대표는 “잡지에 실린 이영애의 모습을 보자마자 스타 재목감임을 직감하고 영입했다. 연기 훈련부터 드라마 데뷔까지, 그리고 스타가 된 뒤로도 기획사가 관리했다”고 밝혔다.
이제 재능과 끼, 외모, 노력, 그리고 운이라는 변수에 의존해 우연히 스타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정교하게 체계화한 체제로 움직이는 스타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으면 스타는 탄생할 수 없는, 스타는 만들어지는 시대다. 수많은 스타 뒤에는 엄청난 투자와 장기간의 교육, 치밀한 데뷔 전략, 주도면밀한 이미지 조형, 막대한 홍보 마케팅이 자리한다.
스타 시스템은 스타와 시스템의 합성어로 신인이나 연예인 지망생 중 일부를 발탁해 연기자나 가수로 키워 스타로 부상시키는 시스템이다. 즉 스타의 생산, 거래, 활용, 관리, 소비의 전체적인 순환 메커니즘을 주관하는 체계를 스타 시스템이라고 한다. 저자 김호석 박사는 “스타 시스템은 신인이나 연예인 지망생을 최단 시간에 최대한 인기를 얻는 스타로 부상시켜 가장 높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체계”라고 설명한다.
문화산업 시장의 규모, 대중매체의 판도, 팬 층의 규모와 구성 분포 등에 따라 스타 시스템의 구조와 주체가 변해왔다.
KBS, MBC 등 방송사가 연기자와 개그맨 등 연예인을 선발해 전속제를 실시하던 1960~1980년대까지는 방송사가 연기자를 발굴, 유통, 관리하며 스타 시스템의 주도적 역할을 했다. 당시 스타의 신변이나 스케줄 관리 등 부차적 업무를 수행했던 연예기획사와 매니저는 1990년대 방송사 연기자 공채가 사라지면서 신인을 발굴해 스타로 부상시키고 스타의 이윤창출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스타 시스템의 핵심적인 주체로 자리 잡았다.
특히 1995년 가수 출신인 이수만 대표가 설립한 SM엔터테인먼트가 CAA(Creative Artist Agency) 등 미국 유명 스타 에이전시와 쟈니스(ジャニ-ズ )프로덕션을 비롯한 일본 프로덕션 등 스타를 양성하고 매니지먼트를 하는 선진 스타 시스템을 일부 도입하면서 연예기획사 주도의 스타 시스템이 안착하게 됐다.
이수만 SM 대표는 “미국에 유학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고 스타를 키우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한국에 돌아와서 체계화하고 전문화된 스타 시스템을 도입해 만든 것이 바로 SM엔터테인먼트”라고 SM 설립 배경을 말했다.
SM 설립 이후 DSP미디어,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가수와 아이돌그룹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연예기획사가 속속 등장했다. 한편으로 영화배우, 탤런트 등 연기자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싸이더스, 에이스타스 등 연기자 전문 연예기획사도 지속해서 생겨났다.
2000년대 들어 한 연예인이 연기, 음악, 예능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이 일반화하면서 스타 시스템의 중추적 역할을 하던 연예기획사들도 가수와 연기자, 예능인 등 다양한 연예인을 양성하는 종합 연예기획사로 변모했다. 연예기획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드라마, 영화, 음반 등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명실상부한 스타 시스템의 핵심으로 완전하게 자리를 잡았다.
SM, YG, FNC, JYP, 싸이더스, 키이스트, 나무엑터스, 웰메이드 예당, DSP미디어, BH엔터테인먼트,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등 중대형 연예기획사들이 한국 대중문화 판도를 주도하는 스타 시스템의 주역들이다.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는 “과거에는 영화사나 방송사가 신인을 발굴해 스타를 만드는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연예기획사를 거치지 않고서는 스타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연예기획사가 전문적인 스타 양성기관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며 “우리 대중문화계에서 톱스타로 활동하는 전지현, 김태희, 비, 이민호, 김수현, 수지, 엑소, 빅뱅, 소녀시대 등이 모두 연예기획사에서 만들어진 스타들인 것만 봐도 연예기획사의 위력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연예기획사들이 연예인 지망생을 발굴해 스타로 만드는 스타화 경로 역시 근래 들어 전문화하고 체계적으로 변모했다. 오디션, 길거리 캐스팅, 미인대회, 오디션 프로그램, 인터넷 등 매스미디어를 통해 연예인 지망생을 연습생으로 뽑은 뒤 2~6년 동안 연기, 댄스, 노래, 예능 개인기 등을 교육한다. 연습생 생활을 마친 뒤 TV, 광고, 영화, 콘서트, 뮤지컬 등을 통해 신인으로 데뷔시켜 연예인으로 대중에게 존재감을 알리고 인기를 얻는 사람을 스타로 키운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노력, 시간이 투여된다. 연습생 생활을 마치고 방송무대를 통한 데뷔까지 비용은 엄청나다. 지난해 10월 보고서 ‘스타가 되기까지’를 발표한 흥국증권 최용재 연구원은 “5인 멤버의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키는 데 약 1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5인이 2~3년간의 연습생 생활을 보내는 데 5억 원 정도 들어가고, 사전 마케팅부터 KBS, MBC 등 지상파 3사 음악방송 활동까지 6주간의 데뷔 활동 기간에 소요되는 비용이 5억 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연예기획사들은 신인을 스타로 키우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스타들의 위기 관리도 담당한다. 대중의 비난을 불러왔던 스캔들로 추락할 위기에 몰렸던 이병헌 등 수많은 스타가 연예기획사의 뛰어난 관리로 스타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연예기획사 주도의 스타 시스템이 중국,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국인이 한국 연예기획사를 통해 연예인으로 데뷔하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2PM의 닉쿤, 미쓰에이의 지아·페이, 에프엑스의 빅토리아, 엠버, 트와이스의 쯔위 등이 연예기획사 중심의 스타 시스템을 통해 교육받고 국내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이다. 최고 인기 아이돌그룹 엑소 멤버로 활동하다 탈퇴를 선언하고 중국에서 활동하는 크리스, 루한, 타오도 SM엔터테이먼트에서 육성됐다.
JYP엔터테인먼트 정욱 대표는 “스타를 육성하는 체계화된 한국 스타 시스템은 세계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도 이 정도는 아니다. 연예기획사 주도의 스타 시스템은 외국으로까지 수출되고 있는 한류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물론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 스타 시스템에도 문제는 적지 않다. ‘노예계약’으로 명명되는 연예기획사와 소속 연예인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 소속 연예인의 사생활과 인권침해, 미성년자 연예인의 학습권 미보장, 소속 연예인과 연습생에 대한 성폭행 등 일부 소속사 관계자의 범죄 등이 연예기획사 주도의 스타 시스템이 명실상부한 선진 스타 시스템으로 도약하기 위해 선결돼야 할 과제들이다.
올해는 원숭이해인 병신년(丙申年)이다. 영리한 동물의 상징인 원숭이의 해를 맞아 포부와 각오가 남다른 스타들이 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도 하니 젊은 친구들이 좋아해 기분이 좋아요. 드라마든 예능 프로그램이든 행복하게 작업을 할 생각입니다. 나이 들수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백일섭), “올해는 더 열심히 활동해야지요. 후배나 선배 연기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유동근), “늘 그런 것처럼 영화나 연극을 즐겁게 작업하려고 합니다. 관객의 과분한 사랑에 정말 감사해요.”(오달수), “올해는 영화를 열심히 하고 싶어요. 지난해 드라마 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대중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정말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올해도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김태희), “수많은 팬의 사랑이 있어 정말 행복해요. 올해도 팬들의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좋은 노래와 함께 행복 바이러스를 전해주고 싶어요.”(하니)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원숭이띠 스타라는 점이다. 백일섭(72), 유동근(60), 오달수(48), 김태희(36), 하니(24)는 태어난 해는 다르지만, 원숭이띠 연예인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해를 맞아 더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72세의 나이에도 여전한 현역으로 활동하는 1944년생 스타로는 늘 연극무대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손숙을 비롯해 원로 스크린 스타 윤정희, 연극과 드라마를 오가며 맹활약하는 윤소정, 영원한 청춘스타 이정길, 구수한 연기를 선보이는 백일섭, 선 굵은 남성적 연기로 눈길을 끄는 임동진, 코믹한 연기로 늘 웃음을 주는 남포동 등이 있다.
72세의 물리적 나이도 이들의 연기 열정을 막지 못한다. 1970년에 만들어진 극단 산울림의 창단 멤버인 손숙은 지난해 임영웅 연출의 1인극 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는 등 꾸준하게 연극무대에 서고 있다. tvN 를 통해 예능 프로그램까지 활동영역을 넓힌 백일섭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1963년 연극 으로 데뷔한 이정길은 등 수많은 멜로 드라마에서 주연을 독식한 청춘스타로, 특히 여성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정길은 요즘 방송되는 MBC 주말극 등 드라마에서 맹활약 중이다. 이정길은 “나이가 들면서 연기의 참맛을 알게 되고 연기자로서 책임감도 느낀다. 연기자는 작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기에 올해는 많은 드라마에 출연하겠다”고 새해 각오를 밝혔다.
올해 환갑인 신중년 연예인의 활동도 왕성하다. 유동근, 혜은이, 이경진, 유지인, 김지숙, 김영란, 이주호 등이 1956년생 원숭이띠 연예인들이다. 유동근은 묵직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연기로 2014년 KBS 연기대상 트로피를 거머쥐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당신은 모르실 거야 ’ ‘제3 한강교’ ‘감수광’ 등 1980년대 수많은 히트곡을 불렀던 혜은이는 여전히 전국을 누비며 노래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1970~1990년대 멜로 드라마의 여자 주연 자리를 독식하며 수많은 남성 시청자의 이상형으로 꼽혔던 이경진은 KBS 일일극 등을 통해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여전히 드라마에서 주·조연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민가요로 자리 잡은 ‘사랑으로’부터 ‘내 마음의 보석상자’ ‘어서 말을 해’ 까지 1980년대 주옥같은 노래를 작사, 작곡한 싱어송라이터 이주호는 방송과 콘서트 무대에서 신중년 관객들에게 음악을 통해 추억을 선물하고 있다. 장미희, 정윤희와 함께 1970~1980년대 트로이카 영화배우로 명성을 날렸던 유지인 역시 토크쇼 프로그램과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와 소통하고 있다.
이경진은 “과거 같으면 60세는 연예인 은퇴 나이다. 하지만 100세 시대인 요즘은 한창 활동할 나이다. 여전히 멜로 주인공을 맡고 싶다. 올해는 기회가 된다면 중년의 사랑을 다룬 멜로 드라마에서 열정적인 사랑을 하는 주인공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고 새해의 바람을 피력했다
영화, 방송, 음악 등 대중문화 각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스타들이 바로 48세 원숭이띠 연예인들이다. 김윤석, 신승훈, 김승진, 오달수, 채시라, 이승연, 최수지, 김건모, 정찬우, 박신양, 이성민, 박상면, 성지루 등이 바로 1968년생 원숭이띠 스타들이다.
충무로에서 가장 흥행 파워가 센 스타는 오달수다. 오달수는 2015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에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한 것을 비롯해 1000만 영화 7편에 출연하는 전인미답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2002년 로 영화에 데뷔한 이후 2015년까지 오달수의 출연 영화 관객은 1억500만 명에 육박한다.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독보적인 관객 기록 1위다. 영화 편당 가장 최고액의 출연료를 받는 스타도 원숭이띠 영화배우다. 바로 김윤석이다. 김윤석은 등 흥행에 성공한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 개성 강한 연기를 선보였다. 김윤석은 송강호 등과 함께 영화 편당 6억~7억 원의 출연료를 받는 영화 최고 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가요계의 40대 톱스타 신승훈과 김건모 역시 대표적인 원숭이띠 스타다. 발라드 황제 신승훈은 2006년 10집 를 발표한 이후 9년 만에 지난해 정규앨범 11집을 발표하는 등 최근 들어 왕성한 활동을 펼친다.
신승훈은 1990년 1집 데뷔 앨범 판매량이 158만 장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5집 이 247만 장 팔리는 등 7장 연속 밀리언셀러를 기록할 정도로 강력한 팬덤과 문화상품 소비창출력을 갖고 있는 스타다.
독특한 음색과 풍부한 성량, 모든 음악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빼어난 가창력으로 스타덤에 오른 가수 김건모 역시 1992년 1집 앨범 를 발표한 이후 2011년 13집 앨범 까지 13장의 정규앨범을 냈고, 1995년 발표한 3집 판매량은 280만 장에 달했다. 김건모는 지난해 에 출연해 1990년대 복고바람을 일으키는 등 20~30대 가수들보다 더 왕성하게 무대와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기막힌 연기 변신으로 찬사를 받았던 드라마 의 주연 채시라, 개그 공연의 미다스로 평가받는 정찬우, 감초 연기의 대가 박상면, 성지루 등이 대중문화계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활동하는 48세 원숭이띠 스타들이다.
채시라는 “지난 1984년 CF로 데뷔했으니 병신년인 올해로 33년째 연기자로 일하고 있다.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작품을 할 때마다 어렵지만, 보람은 크다. 올해도 좋은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새해 각오를 드러냈다.
1980년생 36세 스타들의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대한민국 최고 미인이라고 찬사를 받는 김태희부터 김소연, 이정현, 김준현, 조승우, 공효진, 장윤정, 조정석, 이동건, 이요원, 류승범, 박시은, 손태영, 손호영, 신봉선, 이진, 옥주현, 유상무, 유세윤, 윤민수, 전진, 장윤주에 이르기까지 영화, 드라마, 예능, 뮤지컬, 모델 등 대중문화 각 분야에서 스타로 군림하는 연예인들이 36세 원숭이띠다. CF와 드라마에서 최고의 스타로 대접받는 김태희, 영화와 드라마에서 빼어난 연기력으로 찬사를 받는 공효진, 뮤지컬에서 최고의 흥행파워를 자랑하는 조승우와 옥주현, 예능계를 주름잡고 있는 김준현, 유세윤, 신봉선, 트로트의 신세대 여제 장윤정 등이 원숭이띠로 올해 활약이 기대되는 연예인들이다.
2015년 영화 로 36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정현은 “올해가 원숭이해인 만큼 더 노력해 대중에게 더 인정받는 가수로, 연기자로 한 단계 도약하고 싶다. 관심 있게 지켜봐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1992년 원숭이띠 연예인으로는 드라마 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고아성, 인기 걸그룹 걸스데이의 유라, EXID의 하니, 원더걸스 멤버로 활동하다 연기자로 전업한 소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