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의 ‘미인’ 뮤지컬을 감상하다

기사입력 2018-07-19 08:58 기사수정 2018-07-19 08:58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미인' 포토존(박혜경 동년기자)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미인' 포토존(박혜경 동년기자)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뮤지컬 한 편을 봤다. 제목은 신중현의 ‘미인’이다. 그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음악계의 거장 신중현의 작품을 실컷 들을 수 있다니, 가슴이 뛰었다. 신중현의 ‘미인’ 그 음악이 탄생하게 된 이야기를 그린 걸까? 아니면 젊은 시절 너무나 좋아했던 수많은 가요가 만들어진 배경을 말하려는 걸까?

여고 시절 친한 친구와 듀엣으로 펄시스터즈의 히트곡을 연습해 친구들 앞에서 불러보는 등 한때 가수의 꿈을 키운 적도 있다. 그때 신나게 불렀던 곡이 펄시스터즈나 김추자의 노래였는데 거의 신중현의 작품이다. 그의 음악을 좋아했고 따라 부르며 연습했던 시절이 새삼 그립다.

뮤지컬 ‘미인’에서 당시 명곡을 다시 듣게 되니 철없이 순수했던 시절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부풀었다. 대체로 뮤지컬이나 연극, 오페라를 보러 갈 때면 미리 인터넷으로 작품의 내용이나 정보를 검색했지만, 이날은 신중현의 음악을 들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만으로 내용을 알아보지 않고 갔다.

아트센터 로비의 포토존에 ‘신중현은 우리 대중음악 역사의 설계자이며 존재 자체로 우리 대중음악의 살아있는 역사이고 대중음악 태동의 순간이 그의 노래와 삶에 담겨있다’고 씌어 있다. 그리고 1960년대 유행했던 ‘늦기 전에(김추자 노래)’, ‘커피 한잔(펄시스터즈)’, ‘님아’, ‘꽃잎’, ‘봄비’, ‘빗속의 여인’, ‘미인’, ‘아름다운 강산’ 등 주옥같은 노래의 설명이 있었다.

막이 오르고 공연이 시작됐는데, 무대의 배경이 1930년대 일제 강점기다.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기대했던 나의 젊은 시절이 무대가 아니라 조금 실망스러웠다. 알고 보니 1930년대 일본에 대항해 독립운동하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신중현의 명곡을 넣어 뮤지컬로 탄생시킨 것이었다.

무대는 경성의 화려한 밤을 밝히는 ‘하륜관’으로 꾸며졌다. 이곳에서 무성영화 변사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강호와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형 강산, 강산의 친구 두치, 강호와 음악을 같이 이해하며 친해진 일본인 마사오, 그리고 아름다운 시인이자 가수인 병연이 주인공이다. 강호는 형들이 무언가 자기를 빼놓고 일을 벌이려는 걸 알고 친구 마사오에게 이야기했다가 형이 잡혀가게 만든다. 형과 친구들은 독립운동을 하는 중이었다. 친구로 알았던 마사오는 일본 경찰로 냉혈한이다. 이후 사건이 전개되면서 상황에 들어맞는 신중현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후랏빠 시스터즈라는 듀엣 가수가 ‘커피 한잔’을 신나게 불렀고 많은 노래가 귓전을 울렸다.

이 뮤지컬은 독립투사의 이야기에 신중현의 음악을 들려주었다. 미리 검색해서 배경을 알고 봤으면 더 이해가 빨랐을 텐데, 기대했던 내 젊은 날이 무대가 아니라 좀 아쉬웠다. 그래도 주옥같은 신중현의 음악을 실컷 들을 수 있어 반갑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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