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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의 MUT(멋):] 반소매 티셔츠에 얽힌 이야기
- 옷장 깊숙한 곳에 있는 셔츠, 철 지난 바지도 얼마든지 멋지게 입을 수 있다. 10년, 20년 뒤를 꿈꾸게 하는 ‘취향 저격’ 멋쟁이를 발견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좋다. 취향 앞에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를 배울 수 있다면, 노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김동현 사진작가의 사진과 감상 일부를 옮겨 싣는다. 열여섯 번째 주제는 ‘반소매 티셔츠’다. 1 ‘서병구 교수님’. 내가 인정하는 최고의 멋쟁이. 흰 티셔츠 위에 얇은 니트를 매치해 패션 센스를 드러냈다. 2 ‘인사동 예술가 어머님’. 믹스매치 룩의 진수. 카우보이 모자가 매우 인상적이다. 3 ‘집에서 만난 채명희 어머님’. 스트리트 패션 촬영 인연으로 집에 초대받았다. 옷방만 무려 세 개였다. 어머님이 리폼한 옷 대부분 꽃무늬나 꽃 모양 장식품이 있다. “꽃은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4 ‘크롬하츠 아버님’. 자유분방한 스타일의 아버님. 미국 브랜드 크롬하츠의 액세서리로 멋을 내셨다. 5 ‘ARMY 아버님’. ‘ARMY’ 반소매 티셔츠부터 벙거지 모자까지, 남다른 포스가 느껴진다. 6 ‘찬또배기 어머님’. 6월 첫째 주 주말, 이찬원 콘서트장 앞은 핑크색 옷을 입은 팬들로 가득했다. 젊음과는 또 다른 열정과 설렘을 느끼던 그때 한 어머님이 눈에 들어왔다. 이찬원 티셔츠를 길게 원피스처럼 레이어드해 입으셨다. 7 ‘라이더 부부’. 2022년 여름 처음 만났을 당시 “젊으셨을 때 진짜 멋있었을 같아요”라고 하자 윤정숙 어머님은 “아, 장난 아니었지” 하면서 너스레를 떠셨다. 김진규 아버님의 팔에는 할리데이비슨 문신이 새겨져 있었는데, 진정한 라이더 같았다. 이듬해 겨울 두 분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계절은 달라졌지만 멋은 그대로였다.
- 2024-08-16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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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출복 코디는 아내에게 맡긴다
- 요즘은 교복 자율화 실시로 학생들의 복장이 제각각이지만 우리 때는 그렇지 않았다.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교복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기껏해야 나팔바지에 생선 등처럼 주름을 세우거나, 목 칼라 주변에 호크 몇 개 더 달아 덜렁거리도록 해서 멋 좀 내는 게 전부였다. 대학생이 돼서야 비로소 교복을 벗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에도 청바지, 티셔츠가 다였다. 심지어 나는 인터넷 검색을 하면 나오는 ‘윤동주 시인’의 복장처럼, 검은 교복 상의를 걸치고 다녔다. 그거 하나만 입으면 뭘 입어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됐고 비싼 옷을 살 필요도 없었다. 4년 동안 그러고 다니다가 취업을 하니 그때부터 양복이 정복이었다. 수십 년간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다녀야 했다. 넥타이는 정말 싫었다. 휴일에 경조사가 생겨 넥타이를 매야 할 때는 마치 누가 내 목을 끌고 가는 것 같았다. 은퇴를 하면서 넥타이의 압박에서 겨우 풀려났지만 그마저도 영원한 이별은 아니었다. 제2의 인생 설계 후 강의를 하게 됐는데 의무적으로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됐다. 깔끔하고 세련된 옷차림이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편하게 입고 다니니 자유롭고 젊어 보이기까지 해서 좋았다. 내가 선호하는 건 진한 색깔의 옷들이다. 나이 들수록 밝게 입는 게 좋다고 해서 티셔츠만큼은 다양한 색상을 골라 입는다. 날씨에 따라 가벼운 조끼를 속에 입고 노타이 차림에 재킷을 걸치면 그만이다. 바지는 청바지도 좋고, 상황에 따라 언밸런스한 정장 바지도 잘 어울린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듯싶다. 어떤 옷은 편한 맛은 있지만 체격에 안 어울리고, 어떤 옷은 디자인은 좋은데 얼굴색과 잘 맞지 않는다. 이럴 때는 아내가 옆에서 코디를 해준다. 아내의 패션 감각은 남다르다. 잘 맞춰서 골라주는 옷을 입으면 실패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사실 내가 좋아하게 된 패션도 아내가 추천한 옷이다. 그 옷을 자주 입다 보니 이제는 내 전용 패션이 됐다. 패션 감각으로 따지면 나는 거의 문외한이다. 계절이 바뀔 때가 제일 부담스럽다. 바쁘게 지내다 보면 옷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봄이 왔는지도 모르고 아직 겨울옷을 입고 있고, 가을이 다 지나고 초겨울이 왔는데도 반소매를 입고 외출해 떨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던 사람이 결혼 후 아내의 달달한 잔소리를 들으면서 무딘 감각이 점점 살아났다. 요즘 내 옷차림은 많이 세련되어졌다. 모임에 나가 사람들에게 패션 감각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우쭐해진다. “어떻게 그렇게 젊어 보이냐? 비결이 뭐냐?”라고 묻는 친구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자신감도 생기고 기분도 좋아진다. 나이 들수록 옷을 정갈하게 잘 입어야 한다. 여든이 넘은 장모님은 병원에 갈 때면 항상 장롱에서 깨끗하고 좋은 옷을 꺼내 입으며 “잘 입고 가야지, 차림이 추레하면 간호사들도 우습게 봐” 하신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옷 잘 입는 비법이 하나 있다. 아내 말을 잘 들으면 된다. 그리고 한마디만 해주면 된다. “역시 당신의 패션 감각은 최고야!” 그러면 아내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고 가정도 화목해진다. 자신에게 패션 감각이 있어도 옷 구매와 외출복 코디는 아내에게 맡기는 게 어떨까? 아내에게는 남편 꾸며주는 시간이 큰 기쁨 중 하나일 테니까….
- 2019-03-0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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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에 둔감한 남자
- 가 수학문제 처럼이나 어려워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철 따라 옷을 찾아 입는 일이다. 원래가 둔감해서 그런지 철이 바뀔 때 제철 옷을 입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주로 아내가 챙겨주는 옷을 입어서인지 아예 그 방면엔 촉감이 퇴화하여 버린 듯하다. 오늘도 또 그런 일을 당하고 말았다. 아직 8월 무더위가 지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열대야 현상으로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사상 최고로 더운 날씨에 낮이나 밤이나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낮엔 낮대로 최하 35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태양 볕은 아예 지구를 달구어 놓았다. 아침저녁으로 수돗물을 가장 차게 해서 틀어 놓고 샤워를 해보지만 돌아서면 다시 덥고, 아예 수돗물도 온천수처럼 미지근한 상태다. 에어컨은 누진세 폭탄이란 말을 듣고 미리 겁을 집어먹고 혼자 있을 때는 돈이 아까워 틀지도 못했다. 따뜻한 바람을 일으키는 선풍기가 힘들게 돌아가지만, 더위를 식히는 데는 무리다. 태풍은 온다는 소식도 멀고 겨우 소나기 한 줄기 국지적으로 잠시 지나가면 그뿐이었다. 그렇게 높았던 기온이 엊그제 내린 소나기에는 한풀 꺽인 듯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고 시원한 바람까지 불었다. 필자는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며칠 전 무더위를 생각하여 반소매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무더위는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차가온 기운이 돌며 찬바람까지 몰아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덥기는커녕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어 감기 걸리기 딱 맞은 날씨였다. 아직 8월 여름이라 방심하고 나온 것이 화근이었다. 주위 사람들을 보니 어느새 복장들이 싹 바뀌어 있었다. 모두가 늦가을이나 초겨울 옷을 입고 거리를 다니는데 필자만 판소매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군중 속을 들어 왔으니 모두가 이상한 사람 취급하듯 대하는 것 같았다. 남의 이목이야 어쨌든 자전거 바람까지 맞으니 온몸이 싸늘하게 식는 느낌이었다. 이미 집을 나왔으니 도로 들어갈 수도 없고 낭패였다. 이런 일은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다. 환절기때만 되면 으레 겪는 일이다. 어떤 때는 남들 다 가벼운 옷을 입는데 두꺼운 옷을, 그런가 하면 남들 두꺼운 옷으로 잽싸게 갈아 입었는데 가벼운 반팔을 입어 낭패를 당한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4계절은 그래서 참 혼동스럽다. 그래서 아내의 잔소리가 심하다. 내일은 무엇을 입고 출근할까? 아직 8월 삼복더위가 끝나려면 며칠 남았는데 여름옷을 입고갈까 아님 가을옷을 입고갈까? 오늘 고생한 것으로 봐서는 반소매는 아닌 것 같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들은 옷 입는 데는 아주 노련하다. 옷도 자기가 사서 입는다. 아내의 레퍼토리가 또 나올 만 하다. 아들 반만이라도 닮으라고.
- 2016-08-2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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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패셔니스트- 나만의 코디법] 아내에게 권한 위임
- 요즘에는 상식을 파괴하는 옷 스타일이 많은 것 같다. 겨울에 반소매 티셔츠 하나 달랑 걸치고 다니는 대담무쌍한 젊은이들도 있고 아무리 자세히 봐도 반바지라고 인정할 수 없는 짧고 얇은 팬티를 당당히 입고 다니는 젊은 여성들도 많다. ◇아내는 최고의 코디 이렇게 상식파괴의 패션이 일반화된 지 오래되었지만 사람마다 자기에게 어울리는 옷은 있는 것 같다. 체형과 얼굴이 한국적이어서 개량한복이 특별히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엉덩이가 위로 착 달라붙고 얼굴 윤곽이 짙어 청바지에 남방 차림이 멋지게 어울리는 사람도 있다. 또 평소에도 정장 스타일이 제격인 사람이 있고 캐쥬얼이 맞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자기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 입는 것도 중요하나 자리마다 어울리는 옷을 적절하게 맞춰 입는 것도 패셔니스트의 기본 조건이다. 가령 격식을 잔뜩 갖추어야 할 자리에 입는 옷과 자유로운 모임에 입고 가야 할 옷이 다른 건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러한 상식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언젠가 사람마다 잘 어울리는 옷 색깔을 찾아주는 컬러리스트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 강의 중에 마침 필자가 모델케이스로 앞에 나가게 되었는데 강사는 몇 가지 색깔의 천을 필자 몸에 걸쳐 보였다. 그리고는 수강생들과 함께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고르는 작업을 진행하였는데 필자에게는 창피스럽게도 밝은 핑크색이 잘 어울린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게 되었다. 그 강사는 왜 핑크색이 잘 어울리는지 이론적으로도 명쾌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 강의가 계기가 되어 화사한 핑크색 넥타이를 하나 장만했다. 그러나 평소 무난한 색의 넥타이를 주로 선택하다가 파격을 추구하려니 영 신경이 쓰여 한두 번 매 보고는 옷장에 넣어 두었다. ◇헤어 스타일은 내맘 대로 필자의 경우 평소 옷이 ‘잘 어울린다’든지 ‘멋이 있다’는 말을 가끔 듣는데 거기에는 특별한 비법이 있다. 아내가 시키는 대로 입는 것이다. 모든 옷을 아내가 골라주고 사 준다. 양복이 필요하다고 하면 백화점에 따라가서 가만히 서 있으면 적당한 것을 골라 준다. 안경에서부터 와이셔츠, 넥타이, 속옷, 잠옷, 등산복, 운동복, 구두나 운동화까지 필자가 선택해서 사 입고 다니는 것이 하나도 없다. 다만 헤어스타일만은 필자 마음대로 하고 다닌다. 약간 곱슬머리라서 좀 길게 하고 다니는 게 어울린다. 이렇게 헤어스타일 외에 모든 선택을 아내에게 맡기는 데는 확실한 논거가 있다. 아내의 패션 감각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아내는 주로 동대문 시장에서 몇천 원, 몇만 원짜리 옷을 사 입는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은 그 옷을 어느 백화점에서 구입했는지,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 무척 궁금해한다. 잘 어울리기도 하지만 매우 비싼 옷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받는 것이다. 아주 저렴하지만 잘 어울리는 옷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는 실패가 없는 아내의 예리한 감각을 인정하기에 필자는 옷에서 모든 선택을 아내에게 일임할 수 있는 것이다. 작은 아파트지만 가족 넷이 사는 데 별문제 없고, 주는 대로 먹으니 속이 편하고, 골라주는 대로 입고 다니면 되므로 옷 걱정도 없다. 이정도면 의식주가 완벽하게 해결되었다고 할 만하지 않은가. 거기다가 주위에서 패션도 좋다고 하니 기분도 좋다.
- 2016-08-02 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