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패셔니스트- 나만의 코디법] 아내에게 권한 위임

기사입력 2016-08-02 16:32 기사수정 2016-08-10 19:37

▲사진= 아내는 옷 고르기 도사다. 그러니 일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내가 코디해준 필자 패션. (손웅익 동년기자)
▲사진= 아내는 옷 고르기 도사다. 그러니 일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내가 코디해준 필자 패션. (손웅익 동년기자)
요즘에는 상식을 파괴하는 옷 스타일이 많은 것 같다. 겨울에 반소매 티셔츠 하나 달랑 걸치고 다니는 대담무쌍한 젊은이들도 있고 아무리 자세히 봐도 반바지라고 인정할 수 없는 짧고 얇은 팬티를 당당히 입고 다니는 젊은 여성들도 많다.

◇아내는 최고의 코디

이렇게 상식파괴의 패션이 일반화된 지 오래되었지만 사람마다 자기에게 어울리는 옷은 있는 것 같다. 체형과 얼굴이 한국적이어서 개량한복이 특별히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엉덩이가 위로 착 달라붙고 얼굴 윤곽이 짙어 청바지에 남방 차림이 멋지게 어울리는 사람도 있다. 또 평소에도 정장 스타일이 제격인 사람이 있고 캐쥬얼이 맞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자기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 입는 것도 중요하나 자리마다 어울리는 옷을 적절하게 맞춰 입는 것도 패셔니스트의 기본 조건이다. 가령 격식을 잔뜩 갖추어야 할 자리에 입는 옷과 자유로운 모임에 입고 가야 할 옷이 다른 건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러한 상식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언젠가 사람마다 잘 어울리는 옷 색깔을 찾아주는 컬러리스트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 강의 중에 마침 필자가 모델케이스로 앞에 나가게 되었는데 강사는 몇 가지 색깔의 천을 필자 몸에 걸쳐 보였다. 그리고는 수강생들과 함께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고르는 작업을 진행하였는데 필자에게는 창피스럽게도 밝은 핑크색이 잘 어울린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게 되었다. 그 강사는 왜 핑크색이 잘 어울리는지 이론적으로도 명쾌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 강의가 계기가 되어 화사한 핑크색 넥타이를 하나 장만했다. 그러나 평소 무난한 색의 넥타이를 주로 선택하다가 파격을 추구하려니 영 신경이 쓰여 한두 번 매 보고는 옷장에 넣어 두었다.

◇헤어 스타일은 내맘 대로

필자의 경우 평소 옷이 ‘잘 어울린다’든지 ‘멋이 있다’는 말을 가끔 듣는데 거기에는 특별한 비법이 있다. 아내가 시키는 대로 입는 것이다. 모든 옷을 아내가 골라주고 사 준다. 양복이 필요하다고 하면 백화점에 따라가서 가만히 서 있으면 적당한 것을 골라 준다. 안경에서부터 와이셔츠, 넥타이, 속옷, 잠옷, 등산복, 운동복, 구두나 운동화까지 필자가 선택해서 사 입고 다니는 것이 하나도 없다. 다만 헤어스타일만은 필자 마음대로 하고 다닌다. 약간 곱슬머리라서 좀 길게 하고 다니는 게 어울린다.

이렇게 헤어스타일 외에 모든 선택을 아내에게 맡기는 데는 확실한 논거가 있다. 아내의 패션 감각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아내는 주로 동대문 시장에서 몇천 원, 몇만 원짜리 옷을 사 입는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은 그 옷을 어느 백화점에서 구입했는지,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 무척 궁금해한다. 잘 어울리기도 하지만 매우 비싼 옷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받는 것이다. 아주 저렴하지만 잘 어울리는 옷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는 실패가 없는 아내의 예리한 감각을 인정하기에 필자는 옷에서 모든 선택을 아내에게 일임할 수 있는 것이다.

작은 아파트지만 가족 넷이 사는 데 별문제 없고, 주는 대로 먹으니 속이 편하고, 골라주는 대로 입고 다니면 되므로 옷 걱정도 없다. 이정도면 의식주가 완벽하게 해결되었다고 할 만하지 않은가. 거기다가 주위에서 패션도 좋다고 하니 기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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