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핫했던 전시로 ‘아트 오브 뱅크시’ (The Art Of Banksy : Without Limits)를 꼽을 수 있다. ‘얼굴 없는 화가’로 유명한 뱅크시(Banksy)는 영국의 미술가 겸 그래피티 작가다.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1000만 명대로 생존하는 화가 중 가장 인기가 많다. 도대체 뱅크시가 누구길래 사람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 뱅크시와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뱅크시는 누구인가?
‘뱅크시’는 가명이고, 얼굴, 나이 모두 베일에 싸여 있다. “뱅크시가 누군지 아무도 모르지만, 모두가 그가 누군지 안다”라는 말까지 생겼다. 뱅크시의 본명은 로버트 뱅크스이며 1974년 영국 브리스톨 출생으로 추정된다. 로버트 델 나자(영국 유명 밴드 ‘매시브 어택’ 멤버)도 뱅크시로 의심받은 적이 있는데, “우리는 모두 뱅크시다”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이는 뱅크시가 개인이 아닌 창작 집단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추가했다.
뱅크시는 1990년대부터 활동 중이다. 브리스톨의 지하 무대에서 성장해 점점 전 세계 도시의 거리, 벽, 다리 위로 작품 활동을 뻗어나갔다. 뱅크시는 전쟁과 난민, 불평등, 비인간성, 자본주의, 권위주의, 기후 온난화 같은 사회적 주제를 다루며 비판적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특히 2018년 ‘풍선과 소녀’(Girl with the Balloon) 파격 퍼포먼스로 유명해졌다.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100만 유로 이상으로 그림이 낙찰된 순간, 뱅크시는 미리 프레임 밑에 장치해둔 분쇄기를 원격으로 가동해 그림을 즉석에서 분쇄했다. 돈으로 구매하는 자본 미술 시장을 비판한 퍼포먼스였다.
‘아트 오브 뱅크시’, 짝퉁 전시인가?
‘아트 오브 뱅크시’는 개막 당시 ‘짝퉁 전시’ 논란이 일었다. 알고 보니 오리지널(원본) 작품 전시가 아니었고, 더욱이 뱅크시의 허락을 받지 않은 사실이 알려졌다. 뱅크시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내 이름을 내건 전시회 중 나와 합의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 이름을 내건 모든 전시는 가짜(FAKE)”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시 주최사는 “대표 벽화 등 뱅크시의 예술 세계를 재현한 작품 외에도 ‘POW(뱅크시가 2003년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기 위해 설립한 딜러) 인증’을 받은 뱅크시의 원작들이 포함돼 있다”라며 “이런 소란마저 뱅크시스럽다”고 밝혔다. 전시회 작품 중 오리지널은 27점, 나머지 120여 점은 레플리카(복제본)로 알려졌다. 주최사는 뱅크시의 작품 세계를 공감각적으로 이해하고, 그가 던지는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는 전시라고 강조했다.
‘아트 오브 뱅크시’ 직접 가보니
‘아트 오브 뱅크시’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입장료 2만 원이 아깝다”와 “뱅크시가 궁금하다”로 나뉜다. 이에 직접 전시회를 찾아봤다. 여전히 사람은 많았다. 화려한 조명과 함께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지루하지 않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공간 활용률이 높은 전시였다. 뱅크시의 세계관과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꼼꼼히 채워져 있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도 많았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뱅크시의 작품 대부분은 스텐실 작업(종이에 글자나 무늬, 그림을 그린 후 그 모양을 오려서 구멍에 스프레이를 뿌려 완성하는 방법)을 거쳤다.
또한 영국에서 5주간 한정 운영했던 ‘디즈멀랜드’를 재현한 퍼포먼스, 멀티미디어로 재창작된 작품들도 눈에 띈다. 전시회 중앙에는 뱅크시의 대표작 ‘풍선과 소녀’의 멀티미디어 작품이 있다. 시리아 내전의 아픔이 전해져온다. 뱅크시의 작품에는 전쟁 혹은 빈곤의 어두운 배경 속에 아이들이 있다. 이를 통해 그는 ‘희망은 있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그런가 하면 사전 지식이 없어도 뱅크시가 영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는 영국인으로서 자부심도 있으면서 비판적인 시선도 갖고 있다. 영국 고위층을 꼬집는 작품이 많다.
뱅크시는 인간을 원숭이로 많이 표현한다. 특히 그는 ‘원숭이 여왕’(Monkey Queen)이라는 작품으로 영국 여왕을 원숭이로 표현해 화제를 모았다. 뱅크시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한 ‘위임된 의회’(Devolved Parliament)에서는 브렉시트를 논의하는 하원들의 모습이 침팬지로 표현됐다. 뱅크시 작품 속 원숭이는 인류의 본성을 풍자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그의 작품에는 원숭이 말고 쥐도 많이 등장한다. 쥐는 노동자의 삶을 사는 일반 소시민을 표현한 듯하다. 또한 반체제적인 성향의 뱅크시는 경찰들을 풍자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왕실근위대가 소변을 보는 발칙한 그림도 있다.
뱅크시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전시회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는 그냥 평범한 영국 사람이었다. 우리는 때로 정부가 답답할 때도 있고, 전쟁으로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고, 환경이 보존되기를 바란다. 뱅크시는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한, 용기가 조금 더 있는 사람이었다. 이제야 그가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이유를 알겠다. ‘우리 모두는 뱅크시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해진다.
미술품으로 하는 ‘아트테크’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트테크는 ‘아트(Art)’와 ‘재테크(財tech)’를 합친 용어다. 미술품을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부동산에 투자하기에는 부담스럽고, 코인과 같은 위험자산에는 투자하고 싶지 않은 소액투자자들이 미술품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아트테크는 주로 MZ세대가 시장의 주 이용객이다. 하지만 아트테크는 미술품을 보는 안목과 연륜이 있는 시니어가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시장이다. 실제로 꽤 많은 시니어 미술 애호가들이 아트테크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에 따르면 열매컴퍼니가 운영하는 아트테크 플랫폼 ‘아트앤가이드’의 이용 고객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김 대표는 “2040세대 비율이 60%를 차지하고 있고, 5060세대도 굳건한 팬층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술품은 주식이나 코인과 비교하면 위험도가 낮고 장기적으로 오름세를 보이는 투자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그동안 미술품은 가격이 비싼 탓에 일부 상위층 자산가만 누릴 수 있는 투자처였다. 그런데 최근에 아트테크 플랫폼이 생기면서 주식처럼 회사 소유권을 쪼개듯, 미술품 소유권을 쪼개서 살 수 있는 방법이 등장했다. 이에 소액투자가 가능해지면서 누구나 수 쉽게 미술품을 살 수 있게 됐고, 자연스럽게 미술품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자신이 구매한 미술품을 방이나 자신만의 공간에 걸어놓을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작품관리를 플랫폼 기업에서 전문적으로 해 주기 때문에 손상이나 도난 같은 위험이 사라진다는 장점은 매우 매력적이다. 이처럼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만 까다로운 작품관리 부담을 더는 탓에 아트테크 플랫폼이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아트테크 플랫폼을 통한 거래는 이제 갓 시작된 수준이다. 또 플랫폼마다 특징과 장단이 달라 자신에게 맞는 플랫폼을 잘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아트테크 시작을 고려하고 있는 시니어를 위해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3곳을 비교·분석했다.
천 원의 즐거움 ‘테사’
테사는 뱅크시, 마르크 샤갈 같은 유명작가들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구매할 작품을 클릭하고 들어가면 작가와 작품 관련 정보가 나온다. 작가의 다른 작품 가격, 비슷한 작품들의 수익률 등 투자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세 플랫폼 중 개별 분할 소유권 가격이 가장 싼 것이 특징이다. 소유권 1개가 1000원이며, 작품 대부분이 소유권 구매 수량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플랫폼 내에서 소유권 거래도 할 수 있다. 또 작품마다 테사 이용자들의 댓글이 달려 있다. 포털 사이트 주식 종목토론방과 비슷한 느낌으로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테사는 자신이 가진 소유권을 지인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 거래에는 계좌이체와 신용카드 외에도 카카오톡 암호화폐 지갑 ‘KLIP’의 암호화폐를 이용할 수도 있다. 단점이 있다면 미술품 거래를 앱으로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웹페이지에서는 미술품을 거래할 수 없다.
국내 거장 작품 다수 확보한 ‘아트앤가이드’
아트앤가이드는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 이중섭과 이우환, 김환기, 박서보 같은 국내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취급하고 있다. 아트앤가이드도 테사와 마찬가지로 구매할 작품을 누르면 작품정보와 투자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작품 분할 단위가 10만 원, 100만 원으로 세 플랫폼 중 가장 크다. 다만 작품 소유권의 5~10%를 회사가 보유하면서 작품의 수익과 리스크를 공동구매자와 함께 나눈다. 아트앤가이드는 미술품 공동구매 말고도 소액으로 인테리어에 사용할 수 있는 미술품을 판매하거나 미술품 아트콜라보 상품을 제작하고 판매한다.
미술 관련 소식을 뉴스레터로 발행하는 점도 아트앤가이드의 특징이다. 하지만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만 앱을 출시한 상태다. 아이폰 이용자들이 쓰는 ‘앱스토어’에는 앱을 출시하지 않아 아이폰 이용자는 웹으로 거래해야 한다. 다른 플랫폼과 달리 플랫폼 내에서 소유권 거래를 할 수 없는 것도 단점이다.
종합 아트 플랫폼 ‘아트투게더’
아트투게더는 미술품 공동구매뿐 아니라 경매, 미술품 위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종합 아트 플랫폼에 가깝다. 플랫폼 내부 ‘조각거래소’를 통해 소유권을 중도에 팔 수도 있다.
작품 분할 단위는 만 원이다. 작품 소유권을 구매하면 구매한 수량에 따라 온라인 권리증, 엽서형 권리증을 준다. 수량과 권리증 지급 여부는 작품마다 다르다.
미술품 소유권을 공동구매하면 소유권자들은 전시와 렌탈 같은 부가 수익도 얻을 수 있다. 아트투게더는 세 플랫폼 중 작품별 렌탈 현황을 가장 잘 정리해 제공한다. 작품별 렌탈 비용도 사이트에서 알려주고 있어 작품을 빌리려는 이들도 참고할 수 있다. 단점은 모바일 기기용 앱이 없어 웹으로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 Exhibition
◇앨리스 달튼 브라운 : 빛이 머무는 자리
일정 10월 24일까지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앨리스 달튼 브라운은 지난 50년간 건물의 외부와 실내의 경계, 그리고 실내에 빛이 머무는 자리를 그려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해외 최대 규모 회고전이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미스티’, ‘비밀의 숲’ 등에 아트 프린트가 소개돼 인기몰이를 한 ‘황혼에 물든 날’(Long golden day)의 오리지널 유화 작품과 마이아트뮤지엄 의뢰로 제작한 신작 3점을 포함해 2~3m 크기의 대형 유화와 파스텔화도 소개한다. 이외에도 작가의 작품 활동을 총망라하는 작품 8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자연 소재와 인공 소재의 대비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작품은 빛과 물, 바람이 어우러진 청량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오디오 가이드와 도슨트를 운영해 작품의 이해를 높일 수 있으며, 어린이 대상 키즈 아틀리에와 시즌 이벤트 프로모션 등 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아트 오브 뱅크시
월드투어 인 서울
일정 2022년 2월 6일까지 장소 갤러리아포레 더 서울라이티움
‘얼굴 없는 거리의 화가’, ‘거리의 아트 테러리스트’ 등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행동하는 예술 세계를 관객들과 공유할 체험형 전시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열린다. 뱅크시는 사회·정치적인 문제와 예술의 허례허식, 미술계의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로 화제를 일으켰다. 그는 도둑 전시와 길거리 그림 판매, 아트 테러, 다큐멘터리 연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본주의에 잠식된 예술계를 조롱했다. ‘뱅크시가 누군지 아무도 모르지만 모두 그가 누군지 안다’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로 뱅크시의 정체는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이러한 익명성 덕분에 불평등하고 억압된 세상에서 사회·정치적인 문제에 침묵하지 않고 자신의 메시지를 자유롭게 담아 표현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예술 테러리스트‘라 칭해온 뱅크시는 디스토피아 같은 장소에 그래피티 예술을 그려 넣음으로써 우리가 처한 현실을 풍자한다.
● Book
◇치매니까 잘 부탁합니다 (노부토모 나오코·시공사)
늙어가는 부모가 가장 두려워하는 병은 ‘치매’다. 자식에게 끝을 알 수 없는 부담을 지게 하는 건 어떤 부모든 피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 노부토모 나오코의 어머니도 그랬다. 완벽한 주부이자 자랑스러운 어머니였던 그녀는 딸에게 뜻밖의 새해 인사를 전한다. “올해는 치매니까 잘 부탁합니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 영상감독인 노부토모 나오코가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아버지의 애틋한 나날을 기록한 에세이다. 치매 전후로 질병 당사자, 가족,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생활이 어떻게 바뀌는지 여과 없이 보여준다.
책은 치매를 슬프고 비참한 것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치매 진단을 받은 85세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를 돌보는 아버지. 딸은 카메라를 통해 부모님을 바라보며 비참했던 일을 다르게 받아들인다. 치매 할머니와 귀먹은 할아버지의 맞물리지 않는 어긋난 대화는 훈훈하고 사랑스럽게도 느껴진다.
어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고, 아버지가 간병에 뛰어들며 외부의 도움을 거부하던 노부부는 사회와 다시 연결된다. 이 과정을 시간 순으로 전개하는 이 에세이는 우리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노화와 질병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한편, 가족과 돌봄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워준다.
저자는 어머니를 돌보면서 인간적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저자의 간병 경험을 통해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한 사람의 인생이 질병으로 정의되거나 기억될 수 없고, 우리는 모두 언젠가 늙고 약해지며, 결국 서로에게 의존해야 하는 연결된 존재라는 걸, 간병은 일방적인 희생이 아닌 상호 돌봄이라는 걸 알려준다.
◇보험, 인문학에 빠지다 (이경재 저·바른북스)
보험은 이제 필수품이 됐지만 아직 보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다. 30여 년 동안 보험을 연구하고 강의한 저자가 보험을 인문학적으로 생각하게 하고, 보험의 새로운 가치를 알려준다.
◇데카메론 프로젝트 -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29개의 이야기 (마거리 애트우드 외 28인·인플루엔셜)
유럽에 흑사병이 창궐하던 14세기, 액자 소설 ‘데카메론’이 사람들을 위로했다. 700여 년 전 ‘데카메론’을 재현하기 위해 ‘뉴욕타임스’가 세계 각지 작가들의 단편을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장명숙·김영사)
한국인 최초 밀라노 패션 유학생, 이탈리아 정부 명예기사 작위 수여자, 구독자 87만 유튜버 밀라논나의 인생 내공을 담은 에세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에게 위안과 희망의 언어를 전한다.
● Stage
◇하데스타운
일정 9월 7일~2022년 2월 27일
장소 LG아트센터
연출 박소영
출연 조형균, 박강현, 시우민, 최재림, 강홍석, 김선영 등
제73회 토니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제62회 그래미어워즈 최고 뮤지컬 앨범상에 빛나는 최고의 무대가 한국에서 최초로 펼쳐진다. 극작과 작곡·작사를 맡은 아나이스 미첼의 동명 앨범을 극으로 만든 ‘하데스타운’은 2016년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후 뮤지컬 애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작품이 됐다. ‘하데스타운’은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기 위해 지하 세계로 향하는 오르페우스, 사계절 중 봄과 여름은 지상에서, 가을과 겨울은 지하에서 남편인 하데스와 보내는 페르세포네의 이야기가 지상과 지하 세계를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교차된다.
◇사랑했어요
일정 10월 31일까지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연출 임영근
출연 조장혁, 정세훈, 성기윤, 고유진, 홍경인, 김용진 등
독보적인 음악 세계로 대중을 사로잡은 故김현식 주크박스 뮤지컬 ‘사랑했어요’가 광림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故김현식은 한국적 언더그라운드 스타일을 제시했다는 평가받는 싱어송라이터다. ‘비처럼 음악처럼’, ‘내 사랑 내 곁에’ 같은 명곡들을 편곡을 통해 되살린 그의 음악이 다시 한번 세대를 뛰어넘는 감동을 선사한다.
◇카포네 트릴로지
일정 9월 14일~11월 21일
장소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연출 오루피나
출연 이건명, 고영빈, 박은석, 송유택, 장지후, 강승호 등
독보적인 갱스터 누아르 장르의 작품 ‘카포네 트릴로지’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3년 만에 관객을 만난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는 20세기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마피아 ‘알 카포네’가 주름잡던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렉싱턴 호텔 661호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선과 정의가 위태롭게 흔들리던 시대의 ‘안티 히어로’ 이야기를 그려낸다. 탁월한 시대상 반영과 풍자, 위트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시대를 앞서간 명사들의 삶과 명작 속에는 주저하지 않고 멈추지 않았던 사유와 실천이 있다.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자유와 사랑과 우정 이야기가 있다. 그 속에서 인생의 방향을 생각해본다. 이번 호에는 영국의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를 소개한다.
2018년 10월,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탄성을 터뜨렸다. 무려 104만 파운드(약 15억 원)에 낙찰된 그림 ‘풍선과 소녀’가 파쇄기에 잘려나가는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액자 틀에 숨겨진 분쇄 장치가 가동되면서 일어난 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
다음 날 작가는 자신이 의도한 행위였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몇 년 전 이 작품이 경매에 나갈 경우를 대비해 비밀스럽게 파쇄기를 설치했다, 연습할 때는 아무 문제없었는데 경매장에서 기계가 중간에 작동을 멈추는 바람에 절반만 잘려나갔다”며 아쉬워했다.
작품이 손상됐기 때문에 구매 의사를 철회할 수도 있었던 낙찰자는 “충격을 받았지만 예술 역사의 한 조각을 소유하기로 결정했다”며 작품을 그대로 사갔다.
사람들은 이 해괴한 소동이 알려지자 “진짜 예술을 보여줘서 고맙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풍자”라는 반응을 보이며 환호했다.
‘거리의 예술가’로 알려진 이 작가의 이름은 ‘뱅크시’(Banksy).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어 이 이름도 실명인지 가명인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얼굴을 드러낸 적 없고, 어쩌다 인터뷰를 할 때도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응했다.
다만 인터뷰 내용들을 종합해볼 때, 1974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 학교를 그만두고 그라피티를 시작했다는 정도만 가늠할 수 있다.
“내 작품의 상업적 독점을 거부한다”
뱅크시는 주로 건물의 벽에 그림을 그린다. 그의 캔버스인 셈이지만 그라피티는 엄연히 불법 행위다. 그는 “얼굴이 알려진 사람은 그라피티를 할 수 없다. 이 둘은 양립 불가능한 요소다”라며 정체를 밝히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화염병 대신 꽃을 던지며 권위와 폭력에 대항하는 모습, 영국의 의회가 침팬지들에 의해 운영되는 모습을 묘사해 사람들을 열광시킨 그의 작품들은 부조리한 사회를 고발하는 데 집중돼 있다. 그의 그림들이 관심을 받기 전까지 그라피티는 그저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세상을 풍자하는 뱅크시의 세련된 표현 기법이 점차 인정을 받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시선은 달라졌다. 그의 그림을 보기 위해 수백 명이 몰려왔다. 더러는 그가 그린 벽화들이 도난을 당했고, 건물주들이 아예 벽을 뜯어내 비싼 값에 내다 파는 일도 벌어졌다. 공공시설에 그려진 그림은 서로 자기 거라며 소유권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얼굴 없는 화가는 기존 제도와 관행과 권력을 비판하기 위한 대담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는데, 루브르박물관과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지에 자신의 그림이 애초부터 전시되어 있는 작품인 양 몰래 설치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놀라운 사실은 며칠 동안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 또 자신의 작품이 경매장에서 팔려나갈 때는 “세상에! 저런 거지같은 것들을 돈을 주고 사다니! 도대체 어떤 자들이야?”라고 빈정대기도 했다. 그림이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에 거래되는 미술계의 허례허식에 대한 조롱이었다.
뱅크시는 자신의 이름과 작품을 돈과 연결하려는 이들을 향해 이렇게 일갈한다. “즐거움을 위해, 학술적 연구나 실천을 위해 누구든 내 작품을 복제하고 빌리고 훔쳐가길 바란다. 나는 누군가 내 이름을 독점하는 걸 바라지 않을 뿐이다.”
언젠가는 자신의 그림을 단돈 60달러에 파는 이벤트를 벌였다. 모두 뱅크시라는 서명이 들어 있는 작품이었지만 사람들이 이를 알 리 없었다.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실행된 이 파격적인 행사에 눈길을 주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오후가 돼 가판대를 접을 때까지 팔린 그림은 겨우 8점. 갤러리에서 팔았다면 수만 달러 이상을 받았을 그림들이었다. 뒤늦게 이 소식을 전해들은 사람들이 두고두고 아쉬워했다는 후일담도 들려왔다.
뱅크시는 “상업적 성공은 그라피티 작가에게는 실패의 의미”라며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서는 동네의 벽만 있으면 된다. 당연히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불필요한 입장료를 낼 필요도 없다. 벽이야말로 작품을 발표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여러 도시에 벽화를 남기며 전설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의 명성만큼 작품 값은 점점 치솟아 유명 연예인, 세계 유수 미술관들이 너도나도 그의 작품을 사들이고 있다고 한다. 2019년 영국에서 이뤄진 미술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유명 작가들을 제치고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 1위로 뽑혔다.
일각에선 유쾌하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로 대중의 마음을 위로하는 그의 그림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여러 도발적인 행위가 결국 작품 가격을 올리기 위한 전략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2017년 7월, 그라피티 전시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얼굴 없는 거리의 화가’로 유명한 영국인 그라피티 작가 뱅크시(Banksy)의 작품을 모은 전이었다. ‘길거리 낙서’, ‘불법 행위’로 보는 시선이 있어 쉽지 않았을 전시회임에도 불구하고 뒤이어 열린 전도 흥행에 성공하며 그라피티의 새로운 가치를 보여줬다. 그라피티 작가들은 분사되는 스프레이를 통해 자유를 표출하며 때론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학적 그림으로 표현해 지적한다. 깡통 스프레이는 회색빛의 거리를 화려하게 변신시키고 흥미로운 장소로 탈바꿈시킨다.
전철이나 건축물의 벽면, 교각 등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인 그라피티는 1960년대 필라델피아 갱단에서 자신들의 구역을 알리는 용도로 활용됐다. 이후 뉴욕으로 퍼져 이름을 공공장소에 불법적으로 남겨 악명과 명성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에 흥미를 느낀 청년들을 중심으로 유행했다. 그리고 약 5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전 세계 거리에서 화려하면서도 현란한 원색의 그림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뱅크시(Banksy), 키스 해링(Keith Haring),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 등 유명 작가도 배출됐다.
하지만 그라피티의 성지인 뉴욕에서도 그라피티는 여전히 불법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5년 지하철역 환기구를 통해 침입해 전동차에 낙서한 외국인 4명에 대해 수배가 내려져 전파를 탄 사건이 있다. 지금도 허가받지 않은 공간에서의 그라피티는 재물손괴죄, 건조물침입죄를 적용해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 이처럼 그라피티가 공공질서를 어지럽힌다고 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자유롭고 창의적인 그림이 도시를 밝힌다는 긍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그라피티는 종종 특정한 장소에서 작업되어 주목받지 못하는 장소를 새롭게 조명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당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홍대 주위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사라져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그렇게 새로 찾은 곳이 한강과 압구정을 이어주는 압구정나들목이다. 그라피티 작가들 사이에서 ‘토끼굴’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이곳은 한강사업본부가 그라피티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한 공간이다. 단 작업은 밤 10시 이후에만 가능하며 정치적, 선정적 이미지를 그려서는 안 된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늦은 밤이 되면 그라피티 작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벽 앞에 자리를 잡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뒤죽박죽 얽혀 알아보기 힘든 글자체를 사용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며 그 옆에 이미지를 덧붙이기도 한다. 화살표, 따옴표, 비눗방울 등의 이미지는 마치 글자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밑그림 위로 뿌려진 스프레이는 하나의 근사한 작품을 탄생시킨다. 압구정나들목을 자주 지나가는 박모(55)씨는 작업 중인 그라피티 작가들의 그림을 신기하게 바라보더니 이내 핸드폰을 꺼내 들고 사진을 찍는다.
“예전에는 색감도 어둡고 뾰족한 이미지만 있어서 날카로운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은 화려한 색상에 재미있는 캐릭터도 있어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죠. 그저 삭막하기만 했던 벽에 정기적으로 그림이 바뀌니 신선하고 좋았어요. 도화지에 그리는 그림이 아닌데 어떻게 완성되는 건지 궁금하고 신기했는데 오늘 비로소 궁금증이 풀렸네요(하하).”
알록달록하게 그라피티로 꾸며진 이곳은 자전거 동호회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김모(25)씨는 벽에 그려진 작품들을 훑어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곳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셔터를 누른다.
“여기서 자주 자전거 동호회 회원끼리 사진을 찍어요. 그라피티의 색감과 자유로운 느낌이 자전거와 잘 어울려 일부러 찾아오기도 하죠. 집주인 입장에선 불쾌할 수도 있겠지만, 노후 주택이나 운영하지 않는 건물을 방치하지 말고 그라피티로 꾸민다면 이곳처럼 주목받을 수 있는 장소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회적인 제도 안에서 인위적인 방법으로라도 이런 공간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SITCH라는 익명으로 활동 중인 한 작가는 “그라피티는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의 끝이라고 생각한다.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욕도 먹는다. 그 와중에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다. 이런 경계에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게 좋다. 생각했던 것을 스프레이로 뿌려 표출할 수 있고 그런 작품이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도 특별하다”고 설명했다.
그라피티 작가 위제트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신선한 디자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또 뜻밖의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림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전시회라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다가가지만 그라피티 같은 거리의 예술은 뜻밖의 상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라피티 작품 앞에서 만난 김모(51)씨는 “표지판이나 벽, 길거리에 뿌려진 알 수 없는 글자와 그림들은 공공시설을 지저분하게 만들고 분위기와 더해져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며 그라피티를 공공시설을 해치는 길거리 낙서라고 표현했다. SITCH는 이러한 부정적인 반응이 익숙한 듯 입을 열었다.
“가끔 작업을 하다 보면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요. ‘냄새 난다’, ‘보기 좋지 않다’,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등 다양한 이유로 말이죠. 우리나라에 허용된 공간이 별로 없는데 허용된 공간에서만큼은 우리의 작업을 열린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작업한 다음 날 흔적도 없이 지워질 수도 있는 그라피티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예술의 세계를 전달한다. 최근에는 예술성을 인정받아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비주류 문화로 인식되는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라피티 작가들은 부정적인 인식과 위험을 감내하면서도 개성이 숨 쉬는 예술을 만들어낸다. 이제부터는 거리를 걸을 때 잘 살펴보자. 어쩌면 오늘 밤 남몰래 그라피티로 꽃단장을 마치고 다음 날 새로운 모습으로 반길지도 모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