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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을 보고
- 필자는 가수 김광석을 잘 알지 못했다. 그가 그룹 ‘동물원’으로 데뷔한 시기가 1984년이었는데 그 당시 필자는 서독지사 주재원으로 나가 있었다. 한동안 한국 대중가요를 듣지 못하고 지내던 시기였다. 그러다가 2000년대에 들어와 노래교실에 다니면서 가수 김광석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노래는 소위 기타 치며 젊음을 구가할 때 한창 부르던 포크송에서 잠시 발라드로 갔다가 걸 그룹, 아이돌 시대로 가면서 발라드가 반짝 했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 노래가 칠팔십년대 노래인데 엄격히 얘기하면 1970년대는 포크송이고 1980년대는 발라드 시대였다. 그래서 지금도 1980년대 노래를 부르면 대학 시절을 끝으로 노래를 안 하던 1970년대 세대들은 신곡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필자도 노래교실에 나가기 전에는 그랬다. 김광석은 주옥같은 노래를 많이 불렀다. 정서적으로도 우리 세대와 잘 맞았다. 가수 김광석은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이지만, 따라 부르기 어려운 다른 가수들과 달리 부르는 사람에 따라 맛도 다르고 소화해내기도 무난했다. 사람 생김새나 하는 행동도 텁텁해서 좋았다. 김광석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상영관이 많지 않아 애써 찾아가서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티즌 평점이 10점 만점에 9,2점으로 높다. 이상호 기자가 만든 작품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다.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특별언급상을 수상했고 제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공식 초청작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답게 김광석 사후 20년 동안 김광석의 노트, 녹취, 공연 장면 등을 세세히 담았다. 김광석의 노래를 제대로 들을 겸, 김광석의 일대기 정도로 생각하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정작 김광석 노래는 ‘서른 즈음에’, ‘먼지가 되어’, ‘사랑했지만’ 정도밖에 안 나왔다. 김광석은 자작곡이 많은 싱어송라이터인데 판권을 미망인이 쥐고 있어서 부득이 김광석 작사 작곡이 아닌 노래들만 나왔다고 한다. 김광석은 1996년 1월, 32세의 젊은 나이에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영화는 김광석이 자살할 이유도 없고 자살할 정황도 아니라고 말한다. 부모, 친척들도 모두 자살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당시 유일한 목격자는 미망인이었는데 미망인 말만 듣고 경찰이 자살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초동 수사가 미진해 확실한 증거를 못 잡았고 99% 심증은 있는데 1%가 부족해 아직 진실을 못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건들 때문에 최근 공소시효를 없애자는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마음이 무거웠다. 김광석 사후 20년이 지났는데도 김광석의 노래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얼마 전 대학로에 있는 극장 ‘학전’에 가서 김광석의 흔적을 보고 왔다. 가을에는 대구에 있다는 김광석 거리에도 가봐야겠다.
- 2017-09-0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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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공감] 전주국제영화제, ‘이보다 더 영화에 집중할 수 없다’
-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 규모의 영화제는 꽤 많다. 그중 한국의 3대 국제영화제라 일컬어지며 가장 먼저 개최되는 영화제가 바로 4월 말(4.27~5.6)에 열린 전주국제영화제다. 올해로 18회째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전주한옥마을의 인기와 더불어 영화보기 좋은 영화제로 입소문 나고 있다. 해가 갈수록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 현장을 다녀왔다. 영화보고 먹기 좋은 여행지, 전주 전주한옥마을이 급부상한 이유에서일까? 첫 방문이었지만 영화를 즐기는 것이 생각보다 쉬웠다. 여행객이 늘어서인지 게스트하우스, 민박, 굿스테이로 지정된 호텔 등 적당한 가격의 숙박업소가 눈에 쉽게 띄고 접근이 쉬웠다. 취재를 위해 묵었던 ‘J’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시 쉬다 영화를 보러 가고, 들어오고 하는 모습이 여느 영화제보다 편하게 느껴졌다. 상영관이 몰려 있는 영화의 거리에서 거의 모든 영화제 행사가 진행되는 것도 좋은 환경. 상영관에서 또 다른 곳으로 이동이 편리해 연이어 영화를 보기 좋다. 부산국제영화제처럼 바다를 배경으로 이벤트가 열리고 북적거리기보다 적당히 시원한 날씨에 즐기기 좋은 영화제다. 이번 영화제에는 정우성, 주지훈, 수애, 하지원 등이 방문해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그런데 전주 하면 맛있는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영화도 영화이지만 손맛 좋기로 유명한 전주 맛집을 가보지 않는다면 영화제를 제대로 느꼈다고 말할 수 없다. 영화제에 참여했던 한 영화 관계자는 SNS에 매일같이 영화가 아닌 음식 사진을 올릴 정도로 전주의 맛에 흠뻑 빠져 있었다. 관객과 소통하고 전주를 알리다 영화의 거리에서 진행된 각종 부대행사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공예체험과 아트마켓으로 운영된 전주아트마켓과 드라이플라워, 캘리그래피 등 무료체험 행사는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포토존, 버스킹존 등도 운영해 영화를 기다리는 관람객과 소통했다. 한편, 전주영화제작소 앞 주차장에서는 전주시민미디어센터와 협업하여 미니 FM을 진행했다. 누구든 미니 FM을 들을 수 있도록 라디오 부스 앞에 파라솔과 의자를 설치한 것도 인상 깊었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17’ 선정작이었던 이창재 감독의 ‘N프로젝트’ 실제 제목 공개에도 귀추가 주목됐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매년 영화제가 선정한 3명의 감독에게 제작비를 지원하는 전주국제영화제 메인 프로그램이다. 영화 공개 전까지 로 불렸던 영화의 제목은 로 확정, 관객 앞에 나왔다. 이 작품은 지난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정당 최초로 국민경선제를 실시해 정계에 파란을 일으킨 새천년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안희정 충남지사, 유시민 작가 등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회고를 들려준다. 한국의 3대 영화제로 자리를 굳히다 사람들은 조심스러워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렸던 1996년은 박광수, 여균동, 정지영, 강제규 감독 등의 출현으로 한국 영화가 조금씩 인기를 얻고 있었던 때이지만 국제 규모의 영화제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과연 성공할까?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달랐다. 영화 스타와의 근거리 만남, 다양한 문화에 대한 갈망이 제2도시 부산을 들끓게 했다. 이듬해 부천에서는 장르영화, B급영화, 마니아영화 등을 중심으로 상영하는 부천판타스틱영화제가, 그리고 2000년에는 새로운 대안영화를 소개하고 제시하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생겨났다. 물론 이외 지역에서도 다양한 콘셉트의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예산 규모면에서 30억원이 넘는 영화제로는 부산과 부천, 전주 세 영화제를 꼽는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특히 어느 해보다 발전한 모습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전체 영화 상영 543회 차 중 279회가 매진됐다. 객석점유율은 80.4%, 총관객 수는 7만9107명이었다. 작년 222회 매진 기록을 훨씬 웃도는 수치였다. 전주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크고 작은 영화제가 많이 준비돼 있다. 영화제는 젊은이의 전유물이 아니란 것을 우리 독자들이 알았으면 한다. 과거 세대 감독의 회고전도 있고, 향수 깊은 영화를 큰 스크린에서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영화제 현장이다. 내년 봄 혹시 전주에 가는 독자가 있다면 전주국제영화제에도 들러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즐기다 가는 건 어떨까.
- 2017-05-2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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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렛 미 인 (Let the Right One In, Låt den rätte komma in)'
- 스웨덴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이 만든 공포 드라마이다. 주연에 소년 오스칼 역에 셰레 헤데브란트, 뱀파이어 소녀 이엘리 역에 리나 레안데르손이 나온다. 부천 국제 판타스틱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다. 그 외에도 시체스, 트라이베카, 에딘버러, 판타시아, 스웨덴 예테보리영화제 등 다른 영화제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작품상, 최우수 감독상, 비평가상 등 12개의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미국의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는 100점 만점을 받았다는 작품이다. 12개국에서 출간된 베스트셀러 작가 '욘 린퀴비스트'의 원작소설 < Let the light one in>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동명의 우리나라 TV 성형미인 프로그램 ‘렛미인’과는 전혀 관계없는 영화이다. 영화 원제의 뜻은 “들어가게 하라”라는 뜻이다. 이 영화에서 소녀 이엘리는 늘 “들어가도 되느냐?”고 묻는다. 문을 열어 달라는 뜻이기도 하고 뱀파이어의 능력으로는 문 열고 들어가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마음을 열어 달라는 뜻이다. 이엘리는 악마이면서도 둘 사이에서 만은 순수함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서양에는 뱀파이어 영화가 꽤 많다. 피를 빨아 먹고 사는 존재들이다. 겉보기에는 정상적인 사람들과 구별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스웨덴처럼 겨울이 길고 밤이 긴 나라에서는 그런 상상을 하는 모양이다. 늘 눈이 쌓여 있고 인구 밀도가 적으니 주변 분위기가 으스스하다. 금발의 소년 오스칼은 얼핏 보면 여자처럼 보일 정도로 하얀 피부에 우수에 젖어있다. 옆집에 새로 이사 온 소녀 이엘리도 또한 분위기가 어딘지 슬프고 조용하다. 둘은 첫눈에 호감을 갖는다. 오스칼은 학교 폭력에 시달린다. 세 명이 오스칼을 괴롭힌다. 이런 현상은 세계 어디나 존재하는 모양이다. 자신의 힘이 우세하면 약자를 괴롭히는 데에서 즐거움을 찾는 인간의 본성이다. 오스칼은 늘 칼을 가지고 다니며 살의를 품는다. 신문에 살인 사건 기사가 나면 오려서 스크랩을 하는 살벌한 취미도 가졌다. 어린 시절을 포함하여 성장기에 이런 괴롭힘을 당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큰 피해가 생긴다. 평생 가는 상처이다. 이엘리가 이사 오고 마을에서는 연쇄적으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이엘리가 사람 피를 먹고 사는 뱀파이어이기 때문에 이엘리와 그의 아버지 역할을 하는 사람은 사람들을 죽여 피를 빼낸다. 다시 오스칼과 이엘리 둘을 보면, 오스칼은 이엘리에게 사람이 먹는 과자를 준다. 이엘리도 받아 쥐고 먹어 보지만, 이내 토한다. 둘의 교감은 집에서, 학교에서도 계속된다. 이엘리는 오스칼에게 “내가 평범한 여자 애가 아니더라도 좋아해줄래?”라고 묻는다. 오스칼은 그렇다고 했다. 오스칼은 이엘리가 사람이 아닌 뱀파어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옷을 갈아입을 때 흘깃 나신을 봤는데 인간이라면 가졌어야 할 생식기가 없다. 그럼에도 평범한 여자 애가 아니더라도 좋아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므로 오스칼의 호감과 의리는 변치 않는다. 학교에서 학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오스칼에게 이엘리는 맞서서 싸우라고 한다. 상대가 세 명이나 된다고 하자 더 강하게 대적하라며 안 되면 도와주겠다고 한다. 오스칼은 역도반에 들어가 힘을 기른다. 그리고 드디어 다시 악동들을 만났을 때 거침없이 작대기를 휘둘러 상대의 귀를 찢어 놓는다. 악동들은 힘센 선배를 불러 오스칼을 벌한다. 풀장에 머리를 담그고 3분을 견디면 약한 처벌을 하고 못 버티면 죽는 줄 알라며 머리를 물속에 담근다. 3분이면 인간의 능력으로 버티기 힘든다. 오스칼의 머리채를 쥐고 있던 손이 잘려져 풀장 속으로 떨어진다. 다른 악동들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화면에는 안 나오지만, 이엘리가 이들을 처벌하고 떠난 것으로 보면 된다. 이엘리는 자신이 뱀파이어인 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니 또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한다. 이별이다. 그래서 슬프다. 뱀파이어 영화로 이처럼 서정적이고 슬픈 영화도 처음이다. 어린 오스칼과 이엘리의 표정 연기가 볼 만하다.
- 2016-09-12 1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