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는 대물림 된다는 말이 있다. 한 때를 주름잡은 중년 스타들을 보면, 2세도 부모를 따라서 연예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딸'이라는 수식어로 유명해지지만, 이와 함께 그 꼬리표를 넘어서야 대중에게 인정받는다는 숙제를 받는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보면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고 부모보다 더 잘 나가는 2세들이 꽤 있다. 최근 눈에 띄는 다섯 명의 스타를 정리해봤다.
견미리 - 이유비·이다인
배우 견미리와 딸 이유비 이다인, 세 모녀는 유명한 스타 가족으로 꼽힌다(아버지는 탤런트 임영규). 원래 견미리의 딸 하면 이유비로 통했는데, 요즘은 동생이 더 유명하다. 이다인은 1992년생으로 엄마와 언니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tvN 드라마 '스무살'로 데뷔, KBS2 '화랑', KBS2 '황금빛 내 인생', MBC '이리와 안아줘', KBS2 '닥터 프리즈너', SBS '앨리스' 등에 출연했다. 우월한 유전자와 함께 안정된 연기력으로 이름을 차차 알렸다.
그러한 가운데, 이다인은 특히 올해 주목 받았다. 지난 5월 배우 겸 가수 이승기와 열애 사실을 공식 인정했기 때문. 한 차례 결별설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으며, 두 사람은 예쁜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이 결혼하길 바라는 반응이 많은 만큼, 스타 가족의 명맥이 계속해서 이어질지 기대를 모은다.
허재 - 허웅·허훈
'예능 대세'로 통하고 있는 농구선수 출신 허재. 요즘은 허재보다 두 아들 허웅과 허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세 사람이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 '코삼부자'는 구독자 16만 명을 넘어섰다. 허재 역시 최근 MBC '라디오스타'에서 두 아들의 인기에 대해 "얹혀가는 기분도 든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허웅과 허훈은 허재의 좋은 유전자만을 물려받았다. 농구 실력은 물론, 외모와 예능감까지. 두 사람은 본업인 농구선수로서 열중하면서, 방송 활동도 겸하고 있다. 허웅과 허훈은 MBC '호적메이트'에 같이 출연해 찐형제의 면모를 드러냈고, 허훈은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기도 했다. 또한 허훈은 허재와 함께 SBS '정글의 법칙'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서정희 - 서동주
과거 서세원과 결혼할 당시에도 청순 미모로 주목 받은 서정희. 그는 세월이 지나도 아름다운 동안 미모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발레도 꾸준히 하고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는 서정희는 60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미모를 지녔다. 그리고 서정희의 아름다움을 딸 서동주가 그대로 물려받았다.
다른 2세 스타들과 같이 현재는 서동주의 이름과 얼굴이 더 알려진 상태다. 그는 미국 변호사 출신으로 현재 방송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고스펙자이지만 털털하고 솔직한 성격으로 대중의 호감을 얻었다. 특히 그는 현재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 중으로, 축구 선수로서의 열정을 과시하고 있다.
이경실 - 손보승
최근 방송된 TV조선 '국민가수'에 이경실의 아들이자 배우 손보승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2주 만에 10kg을 감량했다"는 그는 훤칠해진 외모를 자랑하면서, 폭풍 가창력으로 올 하트를 받았다. 손보승은 SBS 화제의 드라마 '펜트하우스'에 출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경실은 과거 딸 손수아, 아들 손보승과 JTBC '유자식 상팔자'에 출연한 바 있다. 당시 청소년이었던 두 사람은 밝고 귀여운 성격으로 눈길을 끌었고,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배우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엄마 이경실과 과거 '유자식 상팔자'의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배동성 - 배수진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개그맨 배동성보다 딸 배수진이 더 유명할 것 같다. 배동성은 지난 2017년 방송된 E채널 '내 딸의 남자들2'에서 배수진을 공개했다. 미국 유학파 출신의 유튜브 크리에이터 배수진은 한효주를 연상케하는 청순 미모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한 당시 남자친구였던 뮤지컬배우 임현준과 결혼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배수진은 짧은 결혼 생활을 마치고 이혼했고, 올해 방송된 MBN '돌싱글즈'에 출연했다. 26세의 어린 나이로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하는가 하면, 4살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으로서 똑부러지는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솔직 당당한 모습으로 파격 행보를 보이는 배수진의 다음 활동도 기대를 모은다.
“난 요즘 활동도 안 하는데… 왜 저를 인터뷰를 하시나요?” 50대 후반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외모와 수줍은 표정 그리고 말투. 그녀의 글과 방송에서의 모습을 보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만나보니 상상을 초월했다. 4차원적이지만 차분하고 내공이 느껴졌다. 밝고 예쁜 표정 뒤에는 그녀만의 강한 카리스마도 엿보였다. 그러면서 연약해서 바람만 불면 무너질 것도 같다. 아니다! 어지간한 바람으로는 상대가 안 될 것 같다. 너무나도 약해 보여서 그녀를 보호해주려다가도 한량 이봉규마저 그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싶었다.
서정희의 크고 맑은 눈은 세상의 어둠을 다 품을 것같이 해탈한 느낌을 준다. 마치 이 세상은 시시해서 저 별에서 온 여인 같다.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고 종잡을 수도 없는 묘한 마력의 여인이다. 어두운 시절을 겪고 난 뒤에 오는 작은 평화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건지, 원래 욕심이 없고 세상을 아름답게만 보는 천성 때문에 그런 느낌을 주는 건지 알 수는 없다. 자신도 지난 과거를 회상해보면 ‘고립무원’이 떠오른단다. 어린 나이에 세상 밖에서 남들과 같이 살았더라면 오늘 서정희의 마력은 발견되기 어려웠을 것 같다. 그녀의 엄청난 재능이 발견되거나 개발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녀는 고립무원의 골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몰입할 것을 찾기 위해 기도하면서 혼자서 뭐든 해야만 했다. 살림을 하고,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리고, 기도하고, 묵상하고, 찬양하고, 꽃꽂이도 하고, 바느질도 하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면서 혼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까 어떻게 보면 고립무원의 시간들이 오늘의 서정희의 마력과 내공을 만들어준 듯하다. 이렇듯 서정희는 뒤늦게 세상을 사는 법을 배웠고 지금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사랑은 다시 못할 것 같다”는 그녀의 한탄스런 말에 이봉규가 “충분하다. 나도 몇 년 전에 늦게 재혼해 너무 행복하게 살고 있다. 당신도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전했다.
그녀, 이제 자유를 알았다
서세원과는 그 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서로 연락도 안 한다고 한다. 그는 딸과도 만난 적이 없다. 아이들도 엄마가 혼자 살기를 원했다. “애들은 내 편이다. 서세원 씨도 잘 살면 좋겠다. 지금은 불편한 마음도 없다.” 그녀는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알았다. 자신을 알아가는 게 신기하고 감사하다며 “지금 너무 행복하다!”는 말을 연발한다. “모든 시간을 나만을 위해 쓸 수 있어서 좋다. 내 삶을 추적해보면 지금까지 나를 위해 살아본 적이 없다. 이혼을 하고서야 비로소 내게 충실한 삶을 살고 있다”면서 “그동안 순응하며 순종적인 삶을 살아왔는데… 그게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본분이라고 생각했는데…”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전혀 어둡지 않았다. 전부 극복한 편안한 얼굴이다.
“지금은 내가 중심이다. 스스로 대견하고 기특하다. 여자이고 왜소해서 내 안에 강함이 있다는 것을 몰랐는데 요즘에야 느낀다.”
서정희의 충만한 표정은 오라(Aura)가 되어 그녀를 감싼다. 그래서일까? 글 쓰는 솜씨도 대단하다.
나는 ‘필’이 중요하다
느닷없이 그녀에게 ‘이봉규tv’(유튜브 방송)에서 영상 에세이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원래 내성적이라 혼자 조용히 있을 때 행복해하는 일상을 영상으로 표현하면 멋진 작품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사람들이 요즘 이구동성으로 “느리게 살자!” 하면서도 바쁘게 난리치며 산다. 서정희는 진정으로 느리게 살고 있다. 그 모습을 이봉규가 영상에 담고 싶은 거다.
서정희는 “낮 12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안 하면서 느리게 살고 있다”고 고백했다. 낮 12시까지 새벽기도, 글쓰기, 인테리어, 도면 그리기 등 시간을 쪼개 할 일을 전부 끝내고 오후에는 철저하게 느림의 삶을 실천한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는 핸드폰에 메모해놨다가 새벽기도 갔다 와서 정리하며 글을 쓴다.
“사람들이 외적인 것만 보려 한다. 나는 내적인 것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기에 글쓰기를 좋아한다. 내 감정을 글로 표현하고 싶다. 책을 낼 때는 원고 수정 없이 나만의 문체로 남기고 싶다.”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고집도 있다. 서정희는 필(feel)을 중요시한다. 그녀는 최근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베토벤은 곡을 쓸 때 많은 것을 버리면서 시작했다. 나도 글을 쓸 때나 인테리어를 할 때 내 안에 저장해놓은 것들을 버리면서 시작한다”는 그녀의 말은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 같다. 평소 음악과 책을 가까이 하고 사물과 건축물을 탐미하고 그런 것들을 많이 담아놓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오랫동안 나만의 성안에 있었다. 세상의 고정관념이 불편했다. 나만의 스타일대로 옷을 입고, 생각하고, 활동하면 사람들이 내게 개량한복을 입으라고 요구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서 다소 흥분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예를 들어 내가 발레를 하면 ‘그 나이에 무슨 발레?’ 하면서 시비를 걸어온다”고 억울해한다. 그녀는 남들 시선은 의식하지 않고 살려고 노력한다.
나만의 감정, 글로 표현하고 싶다
혼자 살아가는 게 편해졌다. 자신이 남들과 다른 점도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비로소 어른이 된 기분이다. 첩첩 갇혀 있던 소녀가 이제 어른이 되어 자유를 찾은 것이다. 상당히 철학적이고 내공이 깊어 보이는 그녀는 어릴 적부터 글쓰기를 좋아해 영화 노트가 따로 있다. 영화를 보고 줄거리, 평점, 배우 호감도뿐만 아니라 “두 번 봐야 한다. 세 번은 봐야 한다” 등 서정희식으로 메모를 한다. ‘요리 노트’도 있다. 어린아이 같은 표현을 할 때가 많다. 즉석에서 표현하는 어린아이같이 그 즉시 떠오르는 표현들을 간직하려 글로 남긴다.
“어설프지만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그녀의 글은 훌륭하다. 아이처럼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성악도 배우고 있다. 이봉규가 놀라서 “성악도 배워요?”라는 질문에 “꼭 자질이 있는 사람만 배워야 하나요?”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자기는 좋아하면 뭐든지 한단다. 서정희의 자기 탐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4차원적 마력의 소유자 서정희를 한 차원 낮은 이봉규가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이봉규 특유의 짓궂은 질문에 “혼자 있는 게 주님의 뜻인가보다 하고 혼자 살기에 주력하고 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남자라고는 애들 아빠밖에 없었다”고 믿기 힘든 고백을 한다.
“이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말도 안 돼!”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서정희는 양면성이 있다. 이슬만 먹을 것 같은데 뭐든지 잘 먹는다. “평생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없다. 이렇게 말하면 욕먹을 것 같다”고 깔깔대며 웃는다.
털털하게 아무거나 잘 먹고 한 번 먹으면 거하게 먹는 스타일이라니 점점 종잡을 수가 없다. 조용한 스타일 같은데 수다스럽게 재잘재잘 말도 잘한다. 뜬금없이 이 주제 저 주제로 갈아타기도 한다. 그런 점은 내 아내와 비슷하다. 나는 소프라노인 아내에게 서정희를 무료로 레슨해 달라고 즉석에서 요청했다.
서정희는 관심 없는 것은 아예 무시하고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산다. 세상을 대하는 체감온도는 낮다. 누구나 재미있어 하는 것보다는 남들이 별로 관심 없어 하는 것들을 좋아할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사람들과 같이 영화를 보면 그녀 혼자 울곤 한다. 그러면 같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장면에서 울음이 나왔나?” 하며 의아해한다고. 그녀는 자신의 감정이 독특하고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요즘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훗날 내 가족만이라도 소녀 엄마로 기억하고 내 캐릭터대로 인정해주면 좋겠다”는 그녀의 말이 진한 여운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