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차만별인 노화 속도와 정도. 전문가는 적은 돈과 약간의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또래보다 느리게 나이 들 수 있다고 말한다. ‘저속 노화 선생님’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권하는 9가지 저속 노화 실천법이다.
1. 식사 목표 설정하기
무조건적인 저탄고지가 아니라 체중이 빠지는 식단, 체성분 전환을 위한 식단, 체중 및 근육을 늘리는 식단 중 자신의 몸에 맞는 식사 목표를 설정하자.
2. 3차원 절식으로 바꾸기
단순당과 정제 곡물 제한하기, 식사 시간 제한하기, 내 몸에 필요한 열량 계산하기의 3차원 절식은 가속 노화를 막고 노화를 지연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3. 마인드 식사 기억하기
지중해식 식단과 고혈압 환자를 위한 식단의 장점을 적용한 마인드(MIND) 식사는 노화를 지연시키고, 뇌의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다.
4. 근육 테크 시작하기
제대로 걷기 위한 올바른 자세와 방법, 근육 강화법을 익혀 제대로 걸을 수 있는 몸부터 만들자.
5. 앉는 자세를 고치기
잘못된 자세는 악순환으로 만병을 얻는 계기가 되지만, 바른 자세는 근골격계를 넘어 신체 전반과 마음에까지 영향을 준다.
6. 코어와 둔근에 집중하기
노년기 삶의 질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챙겨야 하는 근육은 코어와 둔근이다.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운동으로 코어와 둔근을 젊게 지키자.
7. 새로운 자극을 찾기
몸의 근력과 같은 개념으로 뇌에는 ‘인지 예비능’이 있다. 인지 예비능이 높으면 나이가 들어 뇌 기능이 떨어져도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
8. 내게 필요한 수면 시간 찾기
사람마다 유전적으로 수면 요구량이 다르다. 잠이 부족하면 운동을 해도 근육이 늘지 않고, 다이어트를 해도 식욕을 주체할 수 없다.
9. 명상과 호흡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스트레스는 그 자체로 노화의 가속 인자일 뿐 아니라 가속 노화를 만드는 체내 요인과 환경 요인을 활성화한다. 전반적인 생활 속 스트레스 관리는 물론,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는 명상과 호흡법을 익히자.
“80세에 40대의 몸으로 사느냐 침대에 누워 생활하느냐는 현재의 나에게 달려 있습니다.”
에디터 조형애 출처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정희원, 한빛라이프), 서울사랑 디자인 유영현
건강과 아름다움의 경계가 흐려진 시대. 질병 치료 목적으로 여겨졌던 혈당 관리가 뷰티 트렌드로 떠올랐다. 혈당 수치를 꾸준히 확인하고 관리해 체중을 감량하는 ‘혈당 다이어트’가 주목받고 있다. 사과 발효식초, 땅콩버터 등 관련 제품들도 쏟아지는 분위기다.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은 소화 과정을 거쳐 포도당으로 분해된다.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높으면 너무 높을 때 고혈당, 낮을 때 저혈당이 된다. 혈당을 조절하는 물질인 인슐린은 포도당을 각 체내 세포로 운반하면서 몸의 에너지로 사용하고, 글리코겐으로 바꿔 간과 근육에 저장한다. 그러고도 남은 포도당은 지방으로 변환해 축적한다.
더 큰 문제는 ‘혈당 스파이크’다. 혈당 스파이크는 식후 급격히 혈당이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인슐린이 평소보다 많이 분비되는데, 이 과정이 반복될 경우 혈당을 조절하는 데 필요한 인슐린의 효과가 줄어든다. 그렇게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포도당이 에너지원으로 잘 쓰이지 않고, 비만 체질로 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속혈당측정기 다이어트의 진실
혈당 다이어트는 연속혈당측정기(CGM, 손가락 채혈 없이 센서가 달린 바늘을 피부에 삽입해 혈당 수치를 일정 간격으로 재고, 그 변화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는 기기)를 통해 식사 전과 후의 수치를 체크하고,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지 않는 음식만 골라 식단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사람마다 혈당에 민감한 음식이 달라 본인에게 맞는 것을 감별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셈이다. 과도한 인슐린 분비를 방지해 체중 증가 억제가 가능하다는 생각에 기반한다.
전문가들은 아직 과학적·의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대한비만학회는 해당 개념이 언뜻 논리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최근 당뇨병 관리의 다양한 상황 혹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게 연속혈당측정기의 활용이 모색되고 있지만, 아직 연구의 영역으로 확실히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현재 매우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학회가 지금까지 연구 논문을 바탕으로 의학적 타당성을 고찰한 결과, 체중 관리에 연속혈당측정기의 효과를 보여준 연구는 거의 없었다. 홍진헌 세란병원 내과 과장 역시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한 혈당 관리가 체중 감량에 확실히 보여준 연구는 거의 없어 근거가 부족하므로 자세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다만 1형 당뇨병 환자와 혈당 변동 폭이 크거나 저혈당증이 발생하는 등 조절이 잘 되지 않는 2형 당뇨병 환자의 임상 경과 개선을 위해서는 사용을 권고한 상태다.
혈당은 식후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가장 많이 오르므로 이때 약간 땀이 흐를 정도의 근력 운동이나 산책 등 유산소 운동으로 상승한 포도당을 소비하는 것이 좋다. 혈당 관리에서 식단만 신경 쓰기 쉬우나,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 단기간에 급속히 혈당을 높인다고 한다.
단 음식은 무조건 피해야 할까?
달콤한 음식이 혈당을 올린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테다. 하지만 몇 가지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 홍 과장에 따르면, 적지 않은 사람이 ‘설탕은 좋지 않지만 자연에서 나는 꿀이나 과일 같은 당은 몸에 좋다’고 생각해 많이 먹는 실수를 범한다고 한다. 하지만 몸에서 설탕과 같은 원리로 혈당을 올린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반대로 먹었을 때 달게 느껴진다고 해서 무조건 피하는 사람도 있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감자와 고구마를 예로 들며 “고구마가 감자보다 비교적 단맛이 많이 나지만, 식이섬유가 풍부하기 때문에 혈당을 덜 올린다”며 “과일 역시 종류마다 신체의 반응 형태가 다른데, 단편적인 정보만 듣고 극단적으로 끊어버리면 비타민과 무기질이 부족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과 발효식초·땅콩버터… 효과는
사과 발효식초(애플 사이다 비네거)나 땅콩버터 등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준다고 입소문이 난 식품을 적극적으로 먹기도 한다. 자연 발효된 사과에서 생기는 아세트산이라는 물질이 탄수화물을 당분으로 만드는 소화 효소를 억제해 혈당 상승을 막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과 발효식초는 원액 그대로 섭취하면 식도나 위 점막에 자극을 줄 위험이 있다. 물이나 탄산수에 희석하거나 음식과 함께 먹어야 한다. 하루에 식초 15ml 이하를 물 한 컵에 희석해서 마시는 게 좋다. 또한 섭취 시 고혈압 약제를 먹는 사람은 저칼륨혈증을 유발하거나,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수치에 변화를 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땅콩버터는 땅콩에 있는 불포화지방이 혈당 수치가 급격히 오르는 것을 막고 단백질과 지방 함유량이 많아 오랫동안 포만감을 유지한다는 점이 주목받았으나, 열량이 높고 포화지방이 많아 과다 섭취에 유의해야 한다. 하루에 한두 숟가락, 10~15g 정도가 적당하다. 땅콩버터를 고를 때는 성분표를 보고 소금이나 설탕 등 기타 첨가물 함량이 낮은 제품을 선택할 것을 권한다.
혈당 잡는 건기식? 과대광고 주의
당뇨 예방·치료에 효능·효과가 있다는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 판매 업체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제품을 ‘당뇨 영양제’, ‘당뇨 개선제’, ‘당뇨약’ 등으로 광고하며 판매하는 온라인 게시물 200건을 집중 점검한 결과, ‘식품 등의 표시, 광고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177건) 식품·건강기능식품을 질병 예방·치료에 대한 효능·효과가 있는 것으로 오인, 혼동시키는 광고(175건),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혼동시키는 광고(1건), 일반식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혼동시키는 광고(1건) 등이다.
특히 바나나잎 추출물 등에 대해 식약처가 인정한 기능성 내용이 아닌 당뇨 등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효능·효과가 있는 것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부당광고가 다수 적발됐다. 홍 과장은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도 혈당 관리에 도움을 주는 식품에 관심이 높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효과를 입증한 대규모 연구는 아직 없기 때문에 섭취 여부에 따른 유의미한 혈당 차이는 모호한 실정”이라며 “당뇨병 약을 대체해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거나, 광고를 맹신하면 안 된다”고 짚었다.
먹는 순서에 주목해야
같은 음식이라도 음식의 주된 성분에 따라 먹는 순서를 다르게 해 혈당과 체중을 건강하게 조절할 수 있다. 최근 이와 관련한 과학적 근거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식사할 때 채소류나 단백질류를 먼저 먹고, 그다음 탄수화물로 넘어가면 식후 혈당을 15~40%까지 떨어뜨린다는 보고가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식사 순서가 혈당을 낮추는 원리는 포만감과 흡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에너지를 얻는 영양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세 가지인데, 동일한 열량을 기준으로 가장 오래 포만감을 유지하게 돕는 건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순이다. 따라서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순서로 식사하는 것을 권장하며, 식사 초반 단백질과 함께 섬유소를 곁들이면 쉽게 허기지지 않을 수 있다.
홍 과장은 “혈당의 변동 폭이 크지 않으려면 양배추, 브로콜리 같은 식이섬유와 지방을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면서 “일정한 시간에 알맞은 양의 음식을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중요하며, 설탕이나 꿀, 음료수 같은 단순당의 섭취는 줄이기를 바란다”고 권했다. 또한 음주는 저혈당 및 고혈당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제한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추천했다. 양배추, 당근, 브로콜리, 상추 등 탄수화물이 적은 채소를 익히지 않은 채로, 혹은 열을 많이 가하지 않은 상태로 먹는 것이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튀기는 대신 삶거나 굽는 요리법을 택하고, 기름으로 조리된 음식은 되도록 삼가야 한다. 홍 과장은 식초가 든 시원한 오이냉국을 좋은 예로 꼽았다.
목적이 건강이든 미용이든, 첫 번째는 생활 습관 개선이다. 균형 잡힌 영양 섭취, 규칙적인 신체 활동,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는 건강과 적정한 체중 유지에 가장 중요하며, 이는 광범위한 과학적 연구가 뒷받침되는 기본 원칙이라고 대한비만학회는 강조했다. 권 교수 역시 “어렴풋이 알고 있는 영양정보를 몸에 적용하는 건 옳지 않다”며 “과식하거나 너무 자주 먹는 등 좋지 않은 습관 개선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문제”라고 조언했다.
비만 치료제, 일반인에게도 괜찮을까?
날이 더워지면서 체중 감량, 미용을 목적으로 비만 치료제를 문의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경도비만의 경우 일차적으로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 등 생활 습관 개선을 먼저 시도해보자. 체중은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양, 수면의 정도, 장 속 유익균과 유해균의 양 등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경도비만 수준이라도 비만 치료제를 복용할 수는 있지만 약제에 의한 구역이나 불면증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의사와 상담 후 결정해야 한다.
당뇨병 위험군 2000만 명 시대, 혈액 속 당의 습격이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혈당 다이어트, 혈당 스파이크 등 혈당 관련 언급이 함께 증가했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의 절반은 당뇨병인 줄도 모르고, 알아도 절반은 치료에 나서지 않는다. 혈당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우리는 왜 여전히 당뇨병에 대해 잘 모르는 걸까?
당뇨병에서 대표적으로 필요하다 여기는 것이 ‘혈당 관리’다. 하지만 최근 높아지고 있는 혈당 관리에 대한 관심은 당뇨병 때문이 아니다. 다이어트 때문이다. 특히 혈당 스파이크 다이어트가 관심을 받으면서 혈당 스파이크, 혈당 스파이크 관리, 혈당 스파이크 주의, 혈당 스파이크 없는 식사, 혈당 스파이크 증상 등의 검색량도 증가했다. 어쩌다 우리는 혈당에 집중하게 됐을까?
◇비만 주의보
최근 사람들이 혈당 관리에 열을 올리는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실제로 당뇨병 환자가 늘었다. 2012~2020년 국내 당뇨병 유병률은 2012년 11.8%에서 2020년 16.7%로 크게 늘었으며, 앞으로도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약 600만 명이며, 당뇨병 전 단계는 1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40%가 당뇨병 위험군이라는 수치에, 미디어에서는 관련 콘텐츠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박세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연속혈당측정기 출시로 혈당 스파이크, 혈당 변동성에 대한 내용이 매체에 많이 노출되면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 같다”고 짚었다.
여기에 고령화로 인해 ‘유병장수 시대’가 온다니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자연스레 건강한 식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혈당’에 관한 콘텐츠도 많아졌다.
생활 습관병이라고도 불리는 당뇨병의 주요 유발 원인으로 꼽히는 비만 인구가 늘어난 것도 영향이 있다. 김두만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현대인의 식습관 변화와 운동 부족으로 비만 인구가 늘었고, 이는 당뇨병 발생의 중요한 요인”이라며 “스트레스가 많은 생활 환경도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는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쳐 혈당 조절을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혈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유통업계에서는 ‘제로 슈거’, ‘무가당’ 같은 저당 제품을 쏟아냈고, 자연스레 ‘당이 적게 함유된 음식’을 찾는 사람들도 늘었다. 그만큼 ‘당뇨병’과 ‘혈당’이라는 말을 더 쉽게 접하게 된 셈이다.
결국 고열량 가공식품 섭취가 늘어나며 열량 섭취를 많이 하게 돼 살이 찌고, 당뇨병을 비롯한 합병증에 걸리는 사람이 많아지자 식사를 통한 열량 섭취 조절이 체중 관리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제 당뇨병과 체중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해당하는 2형 당뇨병(1형 당뇨병은 2% 미만) 환자의 절반 이상은 과체중이거나 비만증을 가지고 있다. 당뇨병 초기에 식사·운동 요법으로 체중을 줄이고 근육을 키우면 당뇨병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김두만 교수는 “섭취 열량 조절은 혈당 조절과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괜찮겠지!
혈당 조절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당뇨병 자체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당뇨병 인지율은 50% 수준이며, 당뇨병 환자 중 치료하는 사람은 50%가 채 되지 않는다. 당뇨병 환자의 절반이 자신이 당뇨병인 줄 모르고, 알아도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지 않는다. 이는 당뇨병 초기에 고혈당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거나, 증상이 있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이다.
많은 사람이 스스로 당뇨병 환자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특별히 당뇨병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슐린은 각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함으로써 혈액 내 당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슐린이 모자라거나 기능하지 못하면 흡수한 포도당이 체내에서 이용되지 못하고 혈액 속에 쌓여 소변으로 나오는 상태를 당뇨병이라 한다.
대개 공복혈당 126mg/dL 이상, 식후(포도당 75g을 복용한 뒤) 2시간 혈당 200mg/dL 이상, 당화혈색소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대부분 건강검진을 할 때 공복 상태에서 채혈해 공복혈당 수치만 확인하는데, 정확한 진단을 받으려면 당화혈색소, 경구포도당 내성검사 등의 선별검사를 해야 한다.
한편 당뇨병에 걸리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오해로 진단 자체를 피하는 경우도 있다. 당뇨병이 있다고 해서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거나 당뇨병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진행되는 질환이기에 평생 관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당뇨병은 그 자체보다 동반되는 합병증이 위험하기 때문에 당뇨병의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합병증은 크게 급성 합병증과 만성 합병증으로 나뉜다. 고혈당증과 저혈당증은 급성으로, 미세혈관합병증과 대혈관합병증은 만성으로 본다.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혈관 질환, 신장 질환, 신경병증, 망막증, 족부합병증 등이 합병증에 포함된다.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혈압, 콜레스테롤 등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혈당 조절에만 집중하거나, 필요한 약물치료를 병행하지 않고 생활 습관만 바꾸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생활 습관 개선, 적절한 치료 병행, 합병증 위험인자 관리가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가 중요하다
“술 마시면 안 되나요? 군것질도 안 되고요? 찌개는요? 과일은요? 탄수화물도 안 된다고요? 그럼, 뭘 먹어야 하죠?” 생활 습관 개선이 필수라고 하니,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 이런 질문이 쏟아진다. 평소 운동을 많이 하는데도 당뇨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무엇을 더 해야 할지 고민이고, 운동과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라면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이다. 생활 습관을 바꾸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거나 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먹고 해야 하느냐다.
당뇨병 환자의 식사요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 세 번 규칙적으로 적정량을 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아침을 거르면 안 된다. 또한 단백질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것이 좋은데, 혈당을 낮추기 위해서는 섬유소와 단백질을 먼저 먹고 탄수화물과 지방 순서로 먹으면 좋다.
고구마·떡 같은 탄수화물 식품은 간식이 아니라 식사 대용으로 먹고, 라면은 생면이나 건면으로 수프를 반만 넣어서 먹으면 괜찮다. 과일 역시 무엇을 먹을까보다 하루 1~2회 총 200g 정도 섭취하는 게 좋다. 과일 음료나 이온 음료 등은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을 권한다.
아마 많은 이들이 가장 궁금한 부분이 술일 것이다. 당뇨병 환자라면 일주일에 한 번 1~2잔 정도가 적당하다지만, 양이나 횟수를 조절하기 어렵다면 금주를 추천한다. 특히 술과 함께 먹는 안주는 섭취 열량을 높이기 때문에 혈당 조절에 좋지 않다. 그렇다고 안주 없이 술만 마시면 저혈당증 위험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무엇이든 관건은 ‘너무 과하게’ 먹지 않는 것이라 하겠다.
운동 역시 ‘꾸준히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운동은 혈당 조절뿐 아니라 혈압, 콜레스테롤을 관리하고 비만을 개선해 당뇨병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하루 30분, 최소 이틀에 한 번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월·화·수 운동하고 나머지 요일을 쉬는 것보다 월·수·금 운동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만일 30분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면 10분씩 나누어 해도 된다. 약간 숨이 차거나 속옷이 조금 젖을 정도의 강도로 해야 도움이 된다.
다만 저혈당증이 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새벽 공복 운동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다. 운동 시작 전 혈당을 확인해 90mg/dL보다 낮다면 탄수화물을 먹고 운동하기를 권하며, 고혈당이라면 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공복혈당은 괜찮은데 식후혈당이 많이 올라간다면 식후에 운동하는 것이 좋겠다. 식사 1~3시간 후에 운동하고, 운동 전 인슐린이나 약제 용량은 줄이는 것이 좋다.
◇살 빠지는 약?
최근 다이어트로 혈당 관리가 주목받은 것처럼, 살 빠지는 약으로 당뇨 치료제가 화제가 됐다. 미국에서 위고비, 오젬픽 등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비만 치료제가 인기를 끌면서 품절 사태를 겪었다. 위고비와 오젬픽은 2형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나 비만 치료제로 사용된 약이다. 실제로 당뇨 치료제로 쓰이는 약물 중 일부는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SGLT2 억제제는 당분을 소변으로 배출시키는데, 하루 약 200~300kcal의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한다.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삭센다는 췌장의 베타 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낮춘다. 위장의 연동 운동을 저하시켜 소화 흡수 속도를 늦추며 식욕을 억제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당뇨병 완치를 목표로 줄기세포 기반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줄기세포로 손상된 췌장 베타 세포를 재생하거나 새로운 베타 세포를 만들어 인슐린 분비를 회복시키는 것인데, 인슐린을 생성하지 못하는 1형 당뇨병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줄기세포 치료제가 상용화된다면 당뇨병 완치도 요원한 일은 아니겠지만, 아직은 머나먼 일이다. 또 약물치료로 혈당 조절 및 체중 감소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 당뇨병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약물 및 인슐린 주사 치료, 생활 습관 개선을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답”이라고.
도움말 박세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홍보위원회 간사), 김두만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한국당뇨협회 부회장)
참고 도서 ‘당뇨병의 정석’(대한당뇨병학회 지음)
황사가 유달리 심해 연분홍 벚꽃이 뿌옇게 흩날리는 봄날, 도쿄에서 특급열차를 타고 세 시간을 달려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메이지단치(福島県いわき市 明治寸地)를 찾아갔다. 치매 환자들이 일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다. 조용한 주택가에 단독주택을 개조해 앙증맞게 자리 잡은 카페였다.
인지증(認知症, 치매)은 일본에서도 ‘2025년 문제’라고 불릴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과제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치매 환자 수는 2012년 기준 426만 명에서 2025년에는 약 750만 명에 도달, 65세 이상 인구 5명 중 1명이 해당될 것으로 예상된다. 후생노동성은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 가능한 한 살고 있던 익숙한 지역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각종 시책을 발표하고 있다.
소중한 기억을 조금씩 잃어가고, 단순 계산을 할 수 없게 되고, 일상을 보낼 수 없게 된다. 망상을 하거나 배회하거나 폭언을 반복하는 등 인격조차 바뀌어버린다. 이윽고 가족의 얼굴도 잊어버리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며, 의식이 몽롱한 채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다. 이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치매에 대한 이미지로,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가능하면 평생 치매와 무관하게 인생이 끝날 때까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며 당당한 삶을 보내고 싶은 건 인류 공통의 소원일 것이다.
그런 치매 환자들이 일하는 카페 후쿠로우(福老) 입구에는 가슴 뭉클한 글귀가 적혀 있다.
여기에서 일하는 직원은 주간보호센터에 다니는 노령자(치매 환자)입니다. 처음 만나는 손님에게 “당신, 만난 적이 있어요!”라고 한다든가 같은 내용으로 질문을 되풀이하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지만 따뜻하게 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식사하기 위해 들르는 풍경이 노령자에게는 ‘보람’이자 ‘기쁨’입니다.
치매 환자가 일하는 카페, 후쿠로우
카페에 도착하자 앞치마를 두른 카페 대표 하세가와 마사에(長谷川正江, 57) 씨가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아이 셋을 둔 하세가와 씨는 31세부터 방문요양보호사로 일하다가 11년 전부터 BLG이와키(いわき)라는 데이서비스(우리나라 주간보호센터에 해당)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에는 현재 15명의 멤버가 있다고 한다. 데이서비스를 운영하던 하세가와 씨가 치매 환자들이 일할 수 있는 카페를 창업하기로 결심한 건 3년 전이다.
“계기가 된 건 친정아버지예요. 정년퇴직하고 나서 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며 요양원에서 운전을 하셨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건강하셨죠. 그런데 갑자기 요양원이 문을 닫는 바람에 실직하셨는데, 일이 없어지니까 치매에 걸리셨어요. 그때는 사회적으로도 이 병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기 때문에, 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어요. 아이 셋을 키우느라 바쁘기도 했고요. 배회를 거듭하시던 아버지는 결국 돌아가셨고, ‘뭔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었을 텐데’라는 고민과 후회가 많았어요.”
많은 고령자들이 정년 후 본인의 역할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받고, 살아가는 보람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 인지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제가 데이서비스를 만들긴 했지만, 이곳에서는 환자들이 가만히 앉아 있고 직원들이 모든 수발을 들어주기 때문에 환자 본인은 점점 하고 싶은 일도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치매 환자들에게 마지막까지 역할을 부여해 증세를 완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하세가와 씨는 2층짜리 단독주택을 빌려 후쿠로우 카페를 열게 됐다.
다카하시 부부와 M 씨
“남편 미야히코 씨를 집에서 부인 히사코 씨가 혼자 돌보다가 힘에 부치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거의 없었던 남편의 치매 증세가 점점 심해졌다고 해요. 그런데 우리 카페에서 부부가 함께 일하면서 표정이 많이 밝아졌어요. 특히 미야히코 씨는 앞치마를 입으면 과거 회사원이었던 때가 떠오르는지 긴장감을 가지더라고요.” 다카하시 부부를 보며 하세가와 씨가 말했다.
후쿠로우를 방문한 날 다카하시 미야히코(高橋宮彦, 85) 씨는 새로 작성한 메뉴판에 오자가 없는지 열심히 확인하고 있었다. 개호도 3등급(보행기나 휠체어를 이용하며, 식사나 양치질 등 일상생활에서 전반적인 개호를 필요로 함)이지만, 과거 회사에서 오래 영업을 한 덕분인지 아직까지 교정을 잘 볼 수 있다고 한다.
부인인 다카하시 히사코(高橋久子, 83) 씨는 주방에서 젊은 직원들과 닭튀김을 만들고 있었다. 부인은 치매 전조 단계인 ‘경도인지장애’가 있다. 함께 일하는 젊은 직원은 히사코 씨가 한 가지 일을 끝내면 다음 동작을 일러준다고 한다. 경도인지장애는 한 가지 행동을 하면 다음 동작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데, 직원들이 미리 반복해 알려주면 자연스럽게 다음 행동으로 이어진다. 부인에게 다가가 힘들지 않은지 묻자 “괜찮아요, 재미있어요. 허리가 굽어서 오래 서서 일하면 조금 아파요”라며 소녀 같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부부는 고독했던 일상을 벗어나 젊은 직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넘어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카페에서 일하며 가장 획기적인 변화를 보인 사람은 M 씨(67)다. 동그란 플라스틱 통에 젓가락으로 반찬을 담는 데 집중하느라 손에서 눈길을 떼지 않으면서도, 젊은 시절 어떤 일을 했는지 묻자 “목재소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어요”라며 또박또박 답했다.
M 씨는 정년인 65세쯤 치매가 찾아왔고, 이후 혼자 살며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가까운 곳에 사는 동생이 스스로 식사를 해결하지 못하는 형을 위해 매일 편의점에서 주먹밥이나 도시락을 사서 배달해주고 있다. 어느 날 도시락을 사온 동생에게 M 씨가 부엌칼을 들이밀며 “왜 매일 찾아와? 이놈, 내 재산을 탐내는 거지?”라며 화를 내 무척 놀란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랬던 M 씨가 후쿠로우 카페에서 일하면서 많이 온순해졌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들렀는데, 카페가 마음에 들었는지 지금은 일주일에 네 번이나 나와 일한다.
최고의 보상은 마음 회복
후쿠로우 카페는 하세가와 씨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카페에는 주문표가 준비되어 있다. 손님이 주문 내용을 직접 작성하면 치매 환자가 받아 직원에게 넘겨주는 방식이다. 또한 손님이 너무 많이 오는 날은 ‘매진’ 간판을 내걸고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는다.
카페를 방문한 날 후쿠로우의 방식으로 커피와 한국식 김밥을 주문했다. 히사코 씨가 예쁜 잔에 담은 커피와 김밥을 정성스럽게 내어줬다. 후쿠로우 카페의 도시락은 보기에도 예쁘고 맛도 좋다. 무엇보다 정성이 가득 들어간 게 느껴진다. 카페를 이용한 젊은 사람들이 SNS에 리뷰를 올리면서 멀리 있는 다른 현에서까지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치매 환자가 손님을 맞이하며 90도로 인사하고, 손님이 탄 차가 사라질 때까지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하세가와 씨도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카페 경영은 적자다. 하루에 팔리는 도시락은 많으면 50개, 적으면 5개 정도다. 하루 매출은 2만~3만 엔 정도지만 이마저도 들쭉날쭉 일정하지 않다. 하세가와 씨가 운영하는 데이서비스에서 나오는 약간의 이익으로 카페의 적자를 메우며 겨우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하세가와 씨는 너무 매출이 많으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손님이 많아 지나치게 바쁘면 치매 환자도 직원도 지치기 때문이다.
하세가와 씨가 신경 쓰는 또 한 가지 부분은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과 치매 환자의 영양 있는 식사다. 혼자 사는 고령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영양 밸런스를 맞춘 건강한 밥상일 것이다.
“저희는 오전에 일하고 오후 1시부터 한 시간 동안 점심을 먹어요. 남은 재료로 만들어 먹는데, 너무 맛있어서 직원이나 치매 환자들이 ‘점심 먹고 싶어 출근한다’고 농담할 정도예요. 특히 M 씨는 스스로 식사를 챙길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곳에 오시면 영양 보충을 충분히 하도록 당부드리고 있어요.”
후쿠로우 카페에서 일하는 치매 환자들은 먹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이들의 하루 보수는 400엔(약 4000원). 일주일 동안 모은 보수로 주중에 맛있는 점심을 사먹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오전 근무가 끝나면 오후에는 카페를 닫고 하세가와 씨와 직원들은 치매 환자들과 외출한다. 당일 가고 싶은 곳을 물어보기도 하고, 가까운 바다를 구경하거나 공원에 가거나 함께 쇼핑하며 시간을 보낸다.
후쿠로우 카페에서 행복하게 일하는 다카하시 부부와 M 씨를 보며 정년을 맞이하기 전에 한 일이 무엇이든 치매에 걸리면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은 누구나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내가 치매에 걸렸을 때 나라는 존재를 받아들여주고 일이나 역할을 주는 곳이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치매의 속도가 느리게 간다면, 늙어도 쓸쓸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봄날이었다.
요양서비스 스타트업 케어링이 8개 투자사로부터 4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케어링의 누적 투자금은 750억 원으로, 국내 요양서비스 스타트업 중 최대 규모 누적액이다.
이번 시리즈B 투자는 SV인베스트먼트가 리드한 가운데 한국산업은행, IMM인베스트먼트, 유진자산운용이 신규로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인 LB인베스트먼트, 현대투자파트너스, 퀀텀벤처스코리아, 아크임팩트자산운용도 후속 투자에 나섰다.
케어링은 이번 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통합재가 인프라 구축에 집중할 방침이다. 통합재가서비스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제공하는 주·야간 보호, 방문 요양, 목욕, 간호, 단기 보호 등을 수급자가 살던 곳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2024년 1월 기준 케어링 소속 요양보호사는 4만2000명, 서비스 이용자는 누적 약 1만2000명을 기록,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케어링이 운영하고 있는 직영점은 총 34개로 서울 및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경남, 대구, 광주 지역에 방문요양⋅주간보호 센터 각각 14개, 요양보호사 교육원 4개, 복지용구센터 2개 등이 있다. 이를 향후 100개 이상으로 늘려 요양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지난달에는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출시, 커머스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더불어 노인주거와 너싱홈을 결합한 전거(轉居) 기반의 1000세대 이상 대규모 시니어하우징 구축을 본격화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SV인베스트먼트 정주완 이사, 이성민 팀장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시장 규모는 13조 원대로, 5년 뒤 20조가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케어링은 디지털 기반의 운영 최적화, 차별화된 서비스를 바탕으로 성장성이 높은 시장에서 압도적인 1등 기업이 됐으며, 이번 투자를 통해 전국에 탄탄한 요양 인프라를 구축해 초격차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케어링 김태성 대표는 “전국에 요양 인프라를 구축해 어르신들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시장을 혁신 해 나갈 것”이라며 “요양서비스 운영 노하우와 다년간 쌓아온 시니어케어 경험을 바탕으로 이동, 식사, 의료, 거주, 커머스를 아우르는 토털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도, 거스를 수도 없다. 노화도 그럴까. 때마침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를 집필한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물었다. 결과는 놀랍다. 그들은 10년 이상, 심지어는 20년 넘는 시간 동안 노화시계를 늦출 수 있다고 했다. 노화의 개인차가 점차 커져갈 현대사회, 전문가들이 전하는 감속 노화 방법을 알고 나면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다.
노화는 갑자기 찾아와 놀라게 하는 불청객처럼 여겨지곤 했다. 예전 같지 않은 체력,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기억력, 어느새 생긴 주름만큼 잃어버린 탄력… 모든 것을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였다. 누구나 나이에 따라 신체 능력이 점진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노화 연구 전문가들은 물리적인 시간 외 다른 영향이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도 ‘슬로 에이징’이 가능하다고 외친다. 설문에 응한 의료진 모두 느리게 나이 들 수 있다고 답했다. 그중 40%는 현대 의학을 통해 노화를 거스르는 ‘리버스 에이징’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노화시계를 10년 이상 늦출 수 있다는 답변은 80%에 달했다. 20년 이상 지연시킬 수 있다는 의견은 그 가운데 절반을 차지했다. 우리 몸이 어떻게 늙어가는지 내다보고 대비하면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의견이 가히 압도적이었다.
STEP 1 노화 이해하기
노화란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체 구조와 기능이 점진적으로 퇴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변화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을 인지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에서 박성욱 아산의료원 의료원장은 “늙어가는 것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시각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원경 서울아산병원 치과임상과장·임플란트센터장 역시 “노화에 따른 증상을 이해하고 수긍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주요 진료과를 통해 노화 증상을 들었다. 이는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이다.
▶ 호흡기내과 나이 들며 세포가 노화되면 회복 능력이 떨어진다. 현대인, 특히 도시 거주자는 미세먼지와 각종 오염물질로 인해 폐 손상이 되고, 반복적으로 섬유화 및 염증이 진행된다. 이로 인해 호흡곤란이 생긴다. 폐암이나 간질성 폐 질환 등으로 진행될 수 있다.
▶ 소화기내과 음식물이 식도에 걸려 더디게 내려가거나 내려가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연하곤란이라고 한다. 고령에서 잘 나타나며, 이때 쓰라리거나 뻐근한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나이 들수록 역류성 식도염도 잘 발생한다.
▶ 이비인후과 고음역의 청력이 서서히 저하되는 노화성 난청이 생긴다. 먼 곳에 앉아 있는 사람 말을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없게 된다. 또한 근골격계 약화와 더불어 양쪽 귀의 전정기관이 담당하는 균형감각이 점차 떨어지기 때문에 스포츠를 즐기기 힘들어진다.
▶ 안과 노안 증상은 대개 40대 중반부터 발생한다. 이때 흔히 느끼는 증상은 책이나 신문을 볼 때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다. 책을 보더라도 눈과 책의 거리가 점차 멀어진다. 또한 근거리 작업 때 눈이 쉽게 피곤해지며, 심지어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 치과 치아 뿌리 주변 충치 발생 등 구강 건조로 인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연하장애(삼킴장애)로 사레에 잘 걸리기도 한다. 음식물을 씹을 때 뺨이나 입술을 자주 깨물게 되며, 상처가 잘 생긴다. 칫솔질할 때 잇몸이 아플 수 있다.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잘 끼기도 한다.
▶ 산부인과 폐경 초기 증상은 홍조, 열감, 땀이다. 많게는 폐경 여성의 약 80%가 경험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중기 증상으로 질 건조와 잦은 질염이 있다. 만성이 되면 골다공증이나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STEP 2 가속 노화 피하기
현대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기대수명은 크게 늘어났다. 설문에 응한 의료진 다섯 명 중 네 명이 ‘100세 이상’에 표를 던졌다. 단, 늙어가는 속도는 개인차가 크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신기술이나 특효약이 아니다.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종양내과 교수는 “노화를 예방하는 마법 탄환 같은 약물은 없다”고 단언한다. “많은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수준의 건강관리를 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속 노화의 주범으로는 과식, 흡연, 나쁜 생활 습관이 주로 꼽힌다. 강신숙 서울아산병원 영양팀 임상영양사는 “신체 활동량 감소와 그에 따른 체중 증가”를 가속 노화 요인으로 들며 “신체 활동 감소는 근육량을 감소시키고 체지방을 축적해 고혈당과 만성 염증을 유발한다”고 꼬집었다. 흡연 역시 여러 진료과에서 지적했다. 호흡기내과, 소화기내과뿐만 아니다. 김원경 서울아산병원 치과임상과장·임플란트센터장까지 비위생적인 구강 관리와 더불어 흡연을 가속 노화 원인으로 꼽았다.
STEP 3 감속 노화 가까이하기
천천히 나이 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매일 먹는 밥, 즐기는 기호식품, 듣는 음악의 볼륨 등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보이지 않지만 그 차이가 훗날 분명 나타난다고 말한다.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의 대표 저자인 안중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 그리고 주기적인 몸 상태 체크로 노화를 미리 예방하고 치료한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과 처음에는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나이 들수록 점점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진료과를 통해 일상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감속 노화 방법을 들었다.
▶ 호흡기내과 대기오염이 심한 날을 피해 빨리 걷기나 등산 등 땀이 날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걸어 다니는 것이 좋다.
▶ 소화기내과 소식하면 좋다. 소식이 노화 진행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보고가 최근 미국 연구에서 나왔다. 식사 시 칼로리를 제한하면 다양한 대사·면역반응을 일으켜 수명을 늘린다. 본인에게 적절한 식사량을 찾고, 먹으면 불편한 음식을 조절해 먹는 것이 좋다.
▶ 이비인후과 불필요한 큰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불필요한 큰 소음이란 헤어드라이어 정도 되는 소리를 매일 3~4시간 이상 듣는 경우를 의미한다. 소음 크기가 이보다 커지면 난청에 걸리는 시간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어지럼증 없는 삶을 위해서는 하체 근력, 특히 뼈 건강이 중요하다.
▶ 안과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 시간이 늘면 노안 증상을 더 어린 나이에 심하게 겪는다. 노안이 오면 당황하지 말고 안과 전문의에게 눈 상태를 정확하게 검사받은 뒤 비수술적 또는 수술적 치료법 중 선택해서 치료받아야 한다.
▶ 치과 올바른 구강 위생 관리와 칫솔질을 해야 한다. 치실, 치간칫솔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치과 검진과 스케일링도 필요하다. 초기 치과 치료도 중요하다. 아플 때 치과에 가면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서 치료 예후가 좋지 않다.
▶ 산부인과 나쁜 생활 습관 교정, 운동, 스트레스 줄이기는 모두에게 적용된다. 여성의 경우 갱년기 증상이 있을 때 적극적인 의사 상담과 호르몬 치료를 추천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 노화가 딱 그렇다. 최창민 교수의 당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노화나 질병의 선을 넘어버려 돌이킬 수 없게 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들(가나다 순) 강신숙 서울아산병원 영양팀 임상영양사, 김원경 서울아산병원 치과임상과장·임플란트센터장, 안중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채희동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종양내과 교수
취재협조 서울아산병원
참고도서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안중호 외 16인·클라우드나인)
민족 대명절 추석이 지났다. 이번 추석은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적게는 6일, 길게는 12일까지 연휴를 보냈다. 이에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거나 여유롭게 고향을 방문하는 이들이 많았던 반면, 고물가 기조와 교통난 등을 고려해 집에서 휴식을 취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긴 연휴 동안 집에서 쉰다는 것은 가사노동을 주로 전담하는 시니어 여성들의 입장에서 할 일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차례상 준비뿐만 아니라 가족의 삼시세끼를 차리고 집 안 정리정돈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연휴에 어깨를 평소보다 많이 사용해 통증이 느껴진다면 자신의 어깨 건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깨는 우리 몸의 관절 중 유일하게 360도 회전이 가능한 만큼 그 구조가 복잡하고 불안정하므로 사용량이 많아질 경우 근골격계 질환으로 이어지기 쉽다.
대표적인 어깨 질환으로는 ‘어깨충돌증후군’이 꼽힌다. 어깨충돌증후군은 어깨 관절을 지붕처럼 덮고 있는 견봉뼈와 팔 위쪽 뼈인 상완골 사이가 좁아져 관절을 움직일 때마다 마찰이 발생해 염증과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가벼운 통증과 뻐근함 정도에 그치지만, 이후 점점 통증이 심해져 팔을 들어 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운동 범위가 제한된다. 어깨를 특정 각도로 움직일 때 ‘툭’ 하며 소리가 나기도 한다.
신체 노화가 가속화되는 40~50대 시니어 여성을 중심으로 질환이 다발한다는 점도 어깨충돌증후군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40~50대 여성 어깨충돌증후군 환자 수는 12만 3522명으로 전체 여성 환자(24만 7016명)의 절반이 넘는 51.1%에 달했다.
이러한 어깨충돌증후군을 방치하면 어깨 힘줄이 찢어지는 ‘회전근개파열’이나 어깨 힘줄 조직에 석회가 침착되는 ‘석회화건염’ 등 추가적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유착성관절낭염’(오십견)까지 발전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추석 이후 어깨 통증이 나타났다면 어깨충돌증후군을 의심해 조속히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추나요법과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 한방 통합 치료를 통해 어깨충돌증후군을 치료한다. 먼저 추나요법으로 제자리를 벗어난 어깨 관절 주변 조직들의 위치를 바로잡고 특정 근육과 힘줄에 걸리는 부담을 줄인다. 이후 약침 치료로 염증을 해소해 통증을 줄이고 침 치료를 병행함으로써 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완화한다.
극심한 어깨 통증과 가동 제한이 동반되는 경우 응급 침술인 동작침법(MSAT)이 가장 효과적이다. 동작침법이란 환자의 주요 혈자리에 침을 놓은 상태에서 한의사의 지도 아래 능동·수동적으로 어깨를 움직여 치료하는 방법으로, 빠른 통증 경감과 어깨 가동 범위 회복에 효과적이다. 더불어 환자의 증상에 맞는 한약을 처방해 손상된 근육 및 인대 조직을 회복시키고 재발을 방지한다.
특히 어깨충돌증후군을 비롯한 어깨 질환에 대한 동작침법의 치료 유효성은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게재한 SCI(E)급 국제학술지 ‘탐구’(EXPLORE)에서 객관적인 연구 결과로 입증된 바 있다. 연구팀은 어깨 통증 환자 80명을 40명씩 동작침법군과 대조군으로 나누고 한방 통합 치료를 진행한 결과, 동작침법과 한방 통합 치료를 병행할 경우 한방 통합 치료를 단독으로 진행했을 때보다 어깨의 가동 범위와 통증 및 장애 개선 속도가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어깨충돌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깨 사용량을 줄여 어깨 관절에 휴식 시간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온수 샤워나 따뜻한 수건으로 찜질하는 것도 긴장된 어깨 근육을 풀어주고 관절의 가동 범위를 넓혀주는 데 효과적이다.
견고한 기계도 자주 쓰면 고장이 나기 마련이다. 이는 우리 몸의 관절 건강에도 적용된다. 추석 연휴 중 가사노동량이 늘어 몸에 부담으로 쌓였다면 어깨 관절 건강도 악화될 위험이 크다. 어깨 부상은 식사를 하거나 씻을 때, 옷을 갈아입을 때 등 일상생활 전반에 불편을 준다. 따라서 조기에 병원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도록 하자.
많은 사람이 직장 위치, 자녀의 교육 등을 고려해 거주 지역을 결정한다. 그러나 은퇴하거나 자녀가 독립하면 거주 환경을 재정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로망만을 좇아 섣불리 판단하면 낯선 동네와 이웃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신 원래 살던 집을 가꿔 활용도를 높여보는 건 어떨까? 내 취향과 기준에 꼭 맞는, 실속 있는 개조로 개성 있는 삶을 누려보자.
40·50세대에게 ‘은퇴 후 어디서 살 계획입니까?’라고 물으면 종종 ‘공기 좋은 지역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싶다’거나, ‘실버타운에 들어갈 생각이다’, ‘따뜻한 나라로 이민 가서 푹 쉬고 싶다’ 등의 대답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자연에서 온전한 쉼을 누리고자 전원주택을 지었다가 근처에 병원이 없어 고생하거나, 실버타운을 알아봤지만 보증금이 너무 비싸 포기한 사람들도 있다. 익숙한 지역 풍경과 커뮤니티를 뒤로한 채 ‘한적하고 공기가 좋지만 편의시설은 적절히 갖춰진, 너무 낯설지 않고 적당히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을 찾기란 꽤 까다롭다. 그렇다면 노후에 살 집을 어떻게 구해야 할까? 이사나 시설 입주 대신 고려해볼 방법은 주택 개조와 인테리어다. 집을 나의 신체적·정신적·심리적 상태에 맞게 고치는 것이다.
내 집에서 나이 들기
무엇보다도 변화하는 신체적 상태를 고려해 집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AIP)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AIP는 가진 여건이 변하더라도 살던 집, 연결돼 있던 지역 공동체에서 생활하며 나이 드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가급적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의 시설로 옮기지 않고, 스스로 돌보며 독립적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0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3.8%가 건강이 유지된다면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했다. 그중 56.5%는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거주지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밝혔다. 내 집만을 계속 주장하는 것이 꼭 옳은 방법은 아니겠지만, 개조 계획을 잘 세운다면 안전하게 오랫동안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속해 있던 지역사회 속에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정서적 안정을 느끼는 것은 덤이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민들이 오랫동안 자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일본 정부는 ‘최후까지 내 집에서 산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고령자 주택 리모델링 지원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한다. 문턱을 없애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나 미끄럼 방지 공사, 미닫이문 설치는 기본이다. 지자체가 20만 엔(약 200만 원)까지 보조해준다. 영국의 주택 리모델링 서비스 ‘루비 슬리퍼 솔루션스’(Ruby Slipper Solutions)는 단순 시설 개조뿐 아니라 시공 완료 후 활용 상태를 점검해 보완해준다. 전문 요양보호사 치료 서비스도 원한다면 연계해준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국민을 아우르는 주택 개조 서비스가 마련돼있지 않다. 관련 인테리어 시장 또한 발달돼 있지 않다. 하지만 노화 혹은 인지장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순발력이 떨어져 안전사고의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나는 아직 건강한데, 집을 벌써 고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힘으로 살아가기 힘든 시점이 오기 때문에 예방이 필요하다. 작은 요소부터 손본다면 장애 유무나 연령에 관계없이 삶의 질이 높아진다. 건강한 신체를 가진 40대일지라도 문턱을 없애면 걸려 넘어지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화장실에 손잡이를 설치하면 아이의 생활을 도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개조가 고령자뿐 아니라 그 외의 가족에게도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집을 정비할 마음을 먹었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버리기, 정리 정돈과 같은 ‘밑작업’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바닥이나 책상, 의자에 마구 놓아둔 물건은 나를 해치는 흉기가 될 수 있어서다. 일본 부동산·주택 플랫폼 SUUMO에 따르면, 물건이 많을수록 생활이 더 윤택해진다는 환상은 버리는 게 좋다. 언젠가 사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쌓아두기보다 오히려 비웠을 때 물건을 잃을까 두려운 마음이 없어져 해방감을 얻게 된다.
추억이 쌓인 물건들을 영 버리기 힘들 땐 ‘15분에 27개 버리기’를 제안한다. 타이머를 15분으로 맞춰두고 쓰레기봉투를 든 채 집 안을 돌아다니며 제한 시간 동안 27개의 물건을 버리는 방식이다. 시간과 개수는 마음대로 바꿔도 좋다. 다만 천천히 보거나 오래 고민하지 않고, 물건을 매만지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렇게 ‘8할의 물건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 집중적으로 비우는 훈련을 반복하면 된다. 흩어진 물건을 잘 정리하고 수납하면 집안일의 효율을 높이고 안전한 이동 동선을 만들 수 있다. 시간은 1회 15분, 하루 5~8회 정도. 옷장, 거실 서랍과 같이 정리할 장소는 하루에 한 군데를 정해 실시한다. 단번에 하려고 하면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
정리 정돈을 끝마쳤다면 인테리어를 바꿀 차례다.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인테리어의 모든 과정을 종합 업체에 맡기는 ‘턴키 공사’, 집주인이 직접 자재를 구매하고 시공 전문가를 선택하는 ‘직영 공사’, 직접 시공하는 ‘셀프 공사’로 나뉜다. 개인의 성향과 예상 비용에 따라 방식을 결정하면 된다. 인테리어에 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면 업체에 위임하는 방식이 더 나을 수 있다. 다만 믿을 만한 곳인지 꼼꼼히 살펴보고 계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인테리어 공사 범위와 목적, 원하는 결과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더불어 스마트홈 기술을 적용하면 생활이 안전하고 편리해진다. 자녀의 독립, 사별, 이혼 등으로 혼자 거주한다면 위험에 노출됐을 때 도움을 줄 사람이 없다. 각종 전자제품을 리모컨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고, 집 안 곳곳에 비상호출기를 설치하면 좋다. 자동문이나 센서등은 개인의 반응 시간에 맞게 작동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생활 가전 제품이나 출입문 근처에 움직임 감지 센서를 설치해 두면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들에게 활동 내용이나 위급 상황을 알릴 수 있다.
노후를 윤택하게 해줄 주거 디자인 6가지
신체의 노화가 원인일 수도 있지만, 가족 구성원이 떠나거나 은퇴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있을 테다. 다양한 생활 방식을 종합해 50대 이후 세대가 참고할 만한 인테리어를 소개한다. 인테리어 상담 전 해당 내용을 참고해 업체와 소통해보자.
1 활기찬 느낌의 밝은색을 사용하자
젊은 시절과 달리 언제나 활동적일 수 없고 시력도 점점 저하된다. 명도가 높은 색을 사용해 시야를 환하게 만들면 주변의 미세한 물건을 발견하기 쉽고, 태양광이 실내로 가득 들어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기분도 전환할 수 있다. 다만 새하얀 벽은 긴장감을 주기 때문에 노란빛이나 붉은빛을 띠는 흰색을 선택하자. 처마나 벽에 명도 높은 옅은 분홍을 사용해도 좋다.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부드러운 색을 띠기 때문에 실내에 있는 사람의 안색도 완화된다.
2 촉감이 좋은 따뜻한 소재를 선택하자
석고나 나무 등의 자연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석고는 조습과 항균 효과, 휘발성 유기 화학물의 흡착과 분해 기능이 있다. 더불어 신발을 신거나 걸을 때 주위에 있는 사물에 손을 얹을 일이 많기 때문에 피부에 닿는 가구나 벽지 소재는 차가운 메탈보다 부드러운 나무가 적합하다. 대신 부상을 입지 않게 뾰족하게 튀어나오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3 안전 대책도 디자인의 일부다
현관이나 복도, 화장실에 난간을 설치하거나, 앞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두는 편이 좋다. 턱과 계단은 되도록 없애고 경사로로 바꾼다. 또한 기초 보수공사나 벽지를 교체할 시기가 됐을 때 난간의 아래와 위에 다른 색 벽지를 붙여보기를 추천한다. 명확하게 난간과 경사로, 방향을 인지할 수 있어 안전하고 인간친화적인 인테리어가 될 것이다.
4 가구의 디테일에도 신경 쓰자
젊은 시절과는 다른 가구 선택 기준이 필요하다. 손잡이는 끌어당기거나 잡을 때 손에 쉽게 들어오는 크기여야 한다. 무게감 있는 의자는 앉을 때마다 끌어내기 힘들고 부담된다. 회전의자 등 앉기 쉽고, 팔걸이가 소매에 걸리지 않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서랍에는 부드럽게 열리고 갑자기 닫히지 않게 조정하는 소프트 클로저를 붙여 약간의 힘만으로도 작동할 수 있게 하자.
5 ‘눈부심’을 피하자
식탁이나 책상 위처럼 직접 빛이 필요한 장소를 제외하고는 간접 조명을 기본으로 한다. 가장 피해야 하는 건 눈부심이다. 저녁 식사부터 취침까지 하루 일과에서 본인이 조금씩 조도를 낮출 수 있도록 해두는 게 좋다.
6 중요한 것은 ‘그 사람’다운 집이다
평생 살 집은 무엇보다 본인에게 맞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의 취향과 필요가 분명하다면 꼼꼼히 계획해 즐거운 공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도예를 좋아한다면 거실의 넓이를 줄이고 작업장을 만든다든가, 음악 감상을 위해 거실을 오디오룸으로 바꾼다든가 말이다. 그동안 바빠서 할 수 없었던 일에 집중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니, 마음에 드는 것들에 둘러싸여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보자. 계획 단계에서 다시 한번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를 추천한다.
참고 주거 관련 플랫폼 ‘houzz’(하우즈)
인도 콜카타(Kolkata)의 로열 캘커타 골프클럽(Royal Calcutta Golf Club)을 소개한다. 로열 캘커타 골프클럽은 영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클럽이다.
1829년에 세워진 로열 캘커타 골프클럽은 누구나 평생 한 번쯤 라운드해봐야 할 아시아 골프장의 성지다. 현 위치에서 코스에 대한 작업이 1908년에 시작되었고, 1912년에 18홀이 완성되었다. 로열 캘커타 골프클럽은 1914년에 420명, 1931년에 1770명, 오늘날 3500명의 회원이 있다.
코스의 첫 번째 특징은 그린 주변에 의도적인 마운드와 함께 벙커가 많고, 벙커 턱이 1m가 훌쩍 넘는 경우도 자주 보인다는 것이다. 그린 주변에는 여지없이 깊은 벙커들이 있다.
둘째는 전략적으로 위치한 물탱크(물호수)와 자연적인 워터 해저드다. 7번 홀과 12번 홀이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셋째는 전장이 매우 길고(7237야드, 레귤러 티 6803야드), 파4 홀이 많으며 길어 도전적이라는 점이다. 어프로치 샷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파3 2개 홀, 파4 14개 홀, 파5 2개 홀로 구성되어 있다.
골프장은 그린과 페어웨이 모두 버뮤다를 식재했으며, 최고의 관리 상태를 보여주었다. 그린 스피드는 8.5피트로 인근의 톨리건지 골프장보다는 조금 느린 느낌이었다.
남성 캐디와의 호흡 이색적
로열 캘커타 골프장은 원래 A 코스와 B 코스가 있었다가 1970년대에 A 코스 자리에 캘커타 TV 방송국이 들어섰으며, 현재는 B 코스 18홀만 남아 있다. 회원 수는 3500명에 달하며, 회원 멤버십은 100만 달러다. 그래도 회원권을 추가로 판매하지 않으며, 현재 회원이 회원권을 반납하거나 세상을 떠나는 경우에 순서대로 구입할 수 있다. 회원권은 개인이 판매할 수 없으며, 불필요할 경우 골프장에 반납하면 시세의 25%를 정산해준다고 한다.
평일에는 이용객이 150~200명 정도이며 주말에는 300명 정도로 늘어난다. 대부분 인도인이고, 일본인도 적지 않으며 한국인이나 중국인은 거의 없다고 한다. 필자가 라운드한 2018년 3월 29일은 오전 26℃, 오후 35℃로 조금 높은 온도였지만 건조한 날씨로 더운 느낌을 많이 받지는 않았다.
인도는 여자 캐디를 쓸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되었다. 그날의 캐디는 30년 경력의 47세 남성으로 모자를 쓰지 않았다. 라운드 중에도 모자를 쓴 캐디는 한 명도 보지 못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조금 격식을 차린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다. 라운드를 마친 후 필자는 인도식으로 Veg Fried Rice(80루피), Chilly Chicken(200루피), Watermelon Mojito(180루피)를 주문하니 세금을 보태 1만 원 정도 되었다.
190년 전통의 자부심 가득
직접 만나 인터뷰한 골프장 GM 역시 골프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세계 최고의 190년 역사와 그것을 지키고 이어가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골프장 라운드는 아침 5시부터 가능하며 저녁 6시면 어두워진다. 특히 이곳에는 200마리 정도의 자칼(톨리건지 골프장은 400마리)이 산다고 한다. 사람을 해치지는 않지만 어둑해지는 해를 배경으로 유유히 즐기고 있는 자칼이 마냥 평온해 보이지는 않았다.
골프장 주위는 비교적 허름한 전통적인 인도 분위기의 주택가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2번 홀 뒤로 새로운 아파트들이 보였다. 앞으로 인도의 개발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면 다음에 다시 방문할 때는 골프장 주위로 화려하고 높은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쉽고도 소중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골프장을 나섰다.
#1 얼마 전 중학교 동창 모임 때 일입니다. 한 친구가 “설 연휴 동안 알츠하이머 관련 영화 5편이나 봤다”며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친구는 “장인의 ‘결정’을 요즘에서야 이해하게 됐어. 나도 같은 상황이 오면 그런 결정을 할 생각이야”라고 말했습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습니다. 친구의 장인은 치매에 걸리자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분입니다. 친구는 “가족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을 견딜 수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친구는 아내와 두 자녀를 둔 좋은 남편, 아빠입니다. 그는 “내가 혹시 어떻게 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등에 대해 아내와 아이들에게 이야기해뒀어”라고도 했습니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의 나이는 이제 이순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해라.” “120세 시대야, 이제 절반 살았어.” 나무람과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가슴은 먹먹했습니다. 지난 3년여 사이 세상을 떠난 장인·장모에 대한 기억 때문입니다.
#2 장모가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7년 전쯤입니다. 의심(누가 무언가를 훔쳐갔다는)에서 시작해 횡설수설, 길을 잃는 일이 잦았습니다. 치매는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됐습니다. 그런 장모를 오롯이 돌본 사람은 장인입니다. 아내와 처제가 열심히 간병했지만, 장모 곁을 한결같이 지킨 사람은 장인입니다. 그런 장인이 3년여 전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1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2년여 뒤 장모도 장인의 뒤를 따라가셨습니다.
생전의 장인이 “나, 자네와 함께 살 수 없겠나?” 하고 물으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어머니는 누가 돌보게요”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때 장인의 실망한 얼굴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치매는 앓는 당사자의 고통이 크지만, 보살피는 가족의 고통 또한 작지 않습니다. 장인이 겪은 어려움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장인이 내민 ‘손’을 제가 뿌리친 것입니다. 장인의 죽음에 저의 책임이 없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3 알츠하이머는 소리 없이(혹은 ‘귀’를 막아서) 찾아옵니다. 65세 이상 인구만 보면, 10명 중 1명에게요. 기억력, 대화·계산 능력, 얼굴 인식 등의 인지 기능이 일반적인 수준을 벗어나는 전조증상(경도인지장애)이 있는데, 그런 증상이 발현되더라도 “나이 들면 다 그래”, “말이 헛나왔네” 등 이유로 대부분 무시해버린다고 합니다. 대한치매학회가 지난해 성인 남녀 100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절반 이상이 경도인지장애가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진단을 위한 검사 필요성에 10명 중 1명만 공감했습니다.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 고통을 주는 무서운 질병이지만 질병 인식 수준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전 세계 5000만 명 이상(2050년이 되면 그 수는 1억 6000만 명으로 늘어난다고 합니다)이 앓고 있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인구가 수억 명에 달하는데도 말입니다.
#4 알츠하이머는 쉽게 무시해서는 안 되는 질병입니다. 누구나 걸릴 수 있고, 치료도 어렵습니다. 알츠하이머 병명이 확인된 1906년 이래 지금까지 치매 관련 연구논문은 수만 편 발표됐지만 개발된 치료제는 몇 안 되고, 그중 어느 것도 완벽하지 않다고 합니다. 다행스런 것은 최근 디지털 치료기기의 발전 속도가 빠르고,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30여 년간 알츠하이머를 연구한 美 UCLA대학의 데일 브레드슨 박사는 저서 ‘알츠하이머의 종말’에서 이 질환의 원인을 염증, 뇌 영양 부족, 독성물질 노출 등으로 규정하고, 이를 제거하는 약물치료와 함께 식생활 습관 등을 개선하면 병을 완화하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알츠하이머 증상이 의심된다면 바로 진단받아야 합니다. 그에 따른 예방적 조치, 치료도 최대한 빨리 시작해야 합니다. 불완전한 뇌의 상태를 바로잡을 의학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지속적인 뇌 운동과 함께 식단(염증과 독소를 몰아내고, 뇌에 필요한 영양분 공급)과 생활습관(12시간 이상 공복, 저녁식사 3시간 후 잠자리에 들고 8시간 이상 취침, 하루 1시간 이상 운동 등)을 개선해야 합니다. 가족의 관심과 도움도 필요합니다.
#5 요즘 TV를 보다가 배우, 개그맨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일이 잦습니다. 직장 후배나 친구의 이름을 기억에서 끄집어내는 일이 힘겨울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늙어서 그래”라고 한마디 던집니다. 아마 요즘 아내가 가장 많이 언급하는 말일 것입니다. “치매는 아닐 거야”라고 애써 자신을 위로하지만, 걱정이 작지 않습니다.
얼마 전 TV에서 알츠하이머 영화 ‘카시오페아’를 방영했습니다. 영화에서 젊은 치매 환자로 열연한 서현진 씨가 잠깐 기억이 돌아왔을 때 극중 아버지 안성기 씨에게 한 말이 잊히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알츠하이머에 걸리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서로 살면서 안 힘들게 하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