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8살 연하의 아내 사야와 결혼한 배우 심형탁.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도라에몽에 이어 현재는 사야에게 애정을 쏟고 있다.
“도라에몽을 평생 좋아했더니 저에게 선물을 줬어요! 제 이름을 알리게 해줬고, 이슬이보다 더 예쁜 사야를 만나게 해줬죠!”
특히 그는 각종 예능에서 도라에몽을 비롯한 애니메이션과 피규어 등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줘 대중적 호감을 얻었다.
“드라마와 예능 둘 다 활동하고 싶어요. 배우는 멀티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사야는 운명적인 첫 만남이었다. ‘도라에몽이 준 선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야를 도라에몽 박물관에서 만났어요. 몇십만분의 1의 확률을 뚫고 만났다고 생각해요.”
사야를 만난 후 자신의 인생을 ‘제3의 인생’이라고 표현한 심형탁.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TO. 브라보 독자
“삶의 방향을 잘 잡아서 살아간다면, 중년의 시기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웃음이 새어나오는 ‘새 신랑’, 배우 심형탁(45). 그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긍정 에너지가 결혼 후 한층 강화됐다. 그런 심형탁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호의적이다. ‘순수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는 “저는 착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솔직한 사람 같다”면서 “내 감정에 솔직하고,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에 솔직할 뿐”이란다.
심형탁은 “좌우명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는 상대를 계속해서 좋아하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어른이 되면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숨기는 사람이 많은데, 심형탁은 달랐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도라에몽’ 덕후(마니아)라고 당당하게 공개했다. 현재는 아내 히라이 사야(이하 사야)에게 무한 애정을 쏟으며, “이렇게 예쁜 사람은 세상에 없다”면서 팔불출 같은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그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사랑꾼이 아닐까.
“‘덕후’ 문화는 굉장히 중요해요. 덕후가 세상을 움직이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도라에몽 캐릭터를 좋아했어요. 당시는 한국에 공식적으로 소개되기 전이라 ‘동짜몽’으로 불리던 해적판 만화만 있었습니다. 전 그걸 구해서 읽곤 했어요. 도라에몽은 미래에서 온 로봇으로 진구를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제가 도라에몽을 좋아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어요. 진구에게 저를 투영해서 도라에몽이 저를 도와줬으면 했던 거죠. 그런데 도라에몽이 진짜 저를 도와줬고, 그걸 넘어 선물을 줬어요. 대중적으로 제 이름 석 자를 알리게 해줬고, 이슬이(진구 여자친구)보다 더 예쁜 사야를 만날 수 있게 해줬죠. 도라에몽의 선물인 사야와 함께 잘 살아간다면 앞으로 더 좋은 일들이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능형 배우로 성공하기까지
건장한 체격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심형탁은 모델 출신이다. 1997년 ‘신원 SIEG 모델 콘테스트’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모델로 데뷔한 그는 직접 에이전시를 뛰어다녀 일자리를 얻어냈고, 업계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러면서 성격이 많이 변했다는 심형탁은 ‘학창 시절 왕따를 당했다’는 사실을 고백한 바 있다.
“제가 초등학생, 중학생 때는 키가 정말 작았어요. 지금도 기억하는 게 중학교 1학년 때 키가 150cm가 안 됐고, 1번이었어요. 그저 작다는 이유로 무시와 괴롭힘을 좀 많이 당했죠. 키가 확 큰 것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였어요. 그런데 덩치만 컸지 마음은 그대로니까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걸 극복한 건 일에 대한 의지 하나였습니다. 모델 활동을 하고 싶어서 운동을 했고, 그러면서 자신감이 붙고 성격도 많이 달라진 거죠.”
모델 활동을 하면서 연기에 관심이 생긴 심형탁은 수원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고, 배우 전문 기획사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하게 됐다. 2001년 SBS ‘남과 여-우리 다이어트할까요?’가 그의 데뷔작이다. 벌써 23년 차 배우가 된 심형탁은 “배우로 이루고 싶은 것이 아직 많아서 늘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출연작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으라고 하면, tvN ‘식샤를 합시다’가 아닐까 싶어요. 처음으로 미니시리즈 주연을 맡아본 작품입니다. 그 전까지는 사람들이 저를 일일드라마 배우라고 인식했는데, 그 드라마 이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분을 느꼈어요. 그래서 제 배우 인생에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KBS 2TV ‘브레인’의 완벽주의자 캐릭터, MBC ‘천 번의 입맞춤’에서 찌질한 남편 역할을 한 것도 좋았어요.”
심형탁은 예능 출연으로 더 유명해졌다. 2014년 KBS 2TV ‘안녕하세요’를 시작으로 MBC ‘무한도전’, ‘나 혼자 산다’에서 도라에몽을 비롯한 애니메이션과 피규어 등을 좋아하는 순수한 모습으로 대중적 호감을 얻었다. 그 스스로 “나의 배우 인생은 도라에몽 덕후를 밝히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하기도. 이러한 상황에서 ‘예능형 배우’로 통하는 것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요즘 배우들은 드라마나 예능 중 한 가지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두 가지 모두 가능한 ‘멀티 엔터테이너’(이하 멀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계속해서 멀티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물론 배우에게 예능 활동은 장·단점이 따를 수밖에 없죠. 연기하는 제 모습을 본 사람들이 ‘도라에몽이 보인다’고 하기도 하고, 주로 코믹한 역할을 제안하시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장점도 있습니다. OCN ‘타임즈’(2021년 방영)에서 악역을 연기했는데, ‘심형탁이 저런 연기도 가능해?’ 하면서 많이 놀라시더라고요. 예능에서 보이는 것과 정반대 모습이 통한 거죠. 결국 제가 연기를 잘해야 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고 느끼고,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도라에몽의 선물, 아내 사야
심형탁이 아내 사야에 대해서 ‘도라에몽이 준 선물’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두 사람의 운명적인 첫 만남과 관련이 깊다. 심형탁은 촬영차 일본의 도라에몽 박물관을 방문했는데, 유명 완구회사 직원인 사야는 그날 현장 총괄책임자를 맡았다. 첫눈에 사야에게 반한 그는 운명의 짝임을 직감했다.
“사야가 원래 그날 선배하고 같이 나왔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처음으로 혼자 일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만약 그날 선배가 나왔다면, 일본의 선후배 문화가 철저하기 때문에 저는 사야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을 거예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만약 제가 도라에몽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도라에몽 박물관을 가지 않았다면, 사야의 선배가 그날 나왔다면, 우리는 연결되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저와 사야는 정말 몇십만분의 1의 확률을 뚫고 만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심형탁은 무려 8개월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야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다. 포기를 모르는 그를 보고 사야의 닫혔던 마음도 열렸다. 열여덟 살 연하의 미모의 아내를 얻은 비결이다. 심형탁과 사야는 4년의 연애 기간을 거쳤고, 7월 8일 일본에서 웨딩마치를 울렸다. 한국에서는 8월 20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혼인신고는 진작에 마친 부부는 한국에서 함께 살고 있다. 심형탁은 잘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한국에 온 아내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낀다.
“어른들이 ‘결혼하고 느끼는 행복은 다르다’고 하잖아요. 그 말의 의미를 체감하면서, 사야와 함께 더할 나위 없는 행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도 사실 가끔씩 싸우기도 합니다. 그런데 화가 나다가도 아내의 얼굴을 보면 화가 싹 풀리더라고요. 하하. 그뿐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잘 풀려고 노력하죠. 저희 부부의 시급한 목표는 2세를 갖는 거예요. 아무래도 제가 나이가 많아서 마음이 좀 급합니다. 사야는 3명, 저는 2명의 아이를 갖고 싶어 해요. 그리고 사야가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해줄 생각입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재능이 있어서 그쪽으로 진출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결혼으로 여는 제3의 인생
심형탁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에 대한 생각이 크지 않았다. 그런 그가 40대 나이에, 그것도 일본인과 결혼할 줄 누가 알았을까. ‘결혼을 꼭 해야만 할까’라는 입장에서 ‘결혼전파자’가 됐다.
“제 나이대가 되면 결혼을 포기하시는 분도 많을 텐데, 그분들께 말하고 싶어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결혼 생각이 없었던 저도 사야를 보자마자 ‘저 사람하고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정한 사랑은 분명 어딘가에 있을 것입니다. 주변에 있을 수도 있고, 다른 나라에 있을 수도 있죠. 물론 자신의 의지에 따라 결혼을 안 할 수도 있지만, 할 의향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늘 청년 같은 모습이지만 스스로 ‘중년’이라고 말하는 심형탁. 특히 사야를 만난 후 자신의 인생을 ‘제3의 인생’이라고 표현했다. 제1의 인생은 배우가 되기 전까지, 제2의 인생은 사야를 만나기 전까지 배우로 활동한 시기라고 정의 내렸다. 새 신랑으로서, 가장으로서, 그리고 중년으로서 새롭게 펼쳐질 ‘제3의 인생’. 심형탁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꿈꾼다. 기분 좋은 부담감이 설렘으로 전해져온다.
“예전에는 중년이라는 말을 들으면 나이 든 느낌이었잖아요. 지금은 그렇지 않죠. 몇 살부터 몇 살까지가 중년인지도 정해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브래드 피트, 산드라 블록 등을 보면 중년인데도 멋진 삶을 살고 있잖아요. 삶의 방향을 잘 잡아서 살아나가면, 중년의 시기를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중년이 되어도 남들이 봤을 때 ‘저 사람처럼 힘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활기찬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무엇보다 좋은 가장이 되어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취미 앞에선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평등하다. 꺾이지 않는 마음만 있다면 즐길 자격은 충분하다. 다 큰 어른이 장난감이나 만화, 게임에 열광하는 게 정 눈치 보인다면, 손주 혹은 아들 손을 잡고 소개된 장소를 방문해봐도 좋겠다.
한우리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 근처에 있는 국제전자센터 9층은 키덜트의 성지다. 게임기, 피규어 등 다양한 상품을 구경할 수 있고 중고 거래도 가능하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심형탁, 지숙이 방문한 후로 더욱 주목받았다. 한우리는 게임기 위주 소매상이다. ‘호객 행위가 없고, 정품만 취급하며, 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고 소문이 나 인기가 높아졌다.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노원역 근처, 대구 반월당역 근처에 분점이 있으며, ‘겜우리’라는 온라인 상점도 영업 중이다.
건담베이스
일본 회사 ‘반다이 스피리츠’에서 운영하는 직영 모형점이다. 주력 상품은 건프라(건담 프라모델)이며, 프라모델 조립 관련 공구들도 판매하고 있다. 소매점이나 대형 할인점에 비해 많은 종류의 상품군과 물량을 갖추고 있다. 넓은 매장에 크고 작은 프라모델이 전시돼 있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각종 피규어나 식품 완구도 취급한다. 서울을 포함해 수원, 고양, 대구, 대전, 부산 등 전국 곳곳에 매장이 있다.
킨키로봇
베어브릭(곰 모양의 블록)을 중심으로 다양한 디자이너 토이와 피규어를 취급하는 브랜드다. 전 세계 예술가들이나 브랜드들의 협업 제품을 엄선해 수입한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과 용산구 한남동에 매장을 두고 있다. 깔끔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꾸민 매장 내부와 늘어서 있는 다양한 베어브릭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유명 미술관에 온 듯하다.
옥인오락실
옥인오락실은 서촌에서 가장 오래된 오락실인 ‘용오락실’(1988년부터 2011년 5월까지 운영)을 모티브로 그 자리에 2015년 문을 열었다. 10평 정도 좁은 공간엔 고전 게임 오락기 10여 대가 늘어서 있다. 보글보글, 테트리스, 스트리트파이터, 철권 1945, 스노 브라더스 등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추억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레트로 열풍 덕인지 서촌의 대표 데이트 코스로 자리 잡았으며, KBS ‘동백꽃 필 무렵’, tvN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비롯해 다양한 드라마, 영화, 광고 등이 촬영된 곳이다.
스누피가든
‘스누피’는 미국의 작가 찰스 슐츠가 1950년부터 신문·잡지에 50년간 연재했던 네 컷짜리 만화 ‘피너츠’(Peanuts)의 주인공이다. 스누피가든은 스누피를 비롯한 ‘피너츠’ 캐릭터들을 주제로 제주에 조성된 2만 5000평 규모의 테마 공원이다. 실내 전시 공간에는 ‘피너츠’를 탄생시킨 찰스 슐츠의 철학, 캐릭터들의 관계 등 다양한 이야기가 소개돼 있다. 야외 정원에는 제주 특유의 자연환경과 희귀식물, ‘피너츠’ 캐릭터들이 조화를 이루어 오랜 시간 거닐기 좋다. 스탬프 투어를 하며 가든을 둘러보면 재미가 배가된다. 스누피가든 지도에 정원 8곳의 도장을 찍는 것이다. 스탬프를 다 모으면 작은 기념품도 받을 수 있다. ‘피너츠’ 친구들의 밝고 솔직한 유머는 아이뿐 아니라 삶에 지친 어른들에게도 뜻밖의 위로가 된다. 스누피가든을 기획한 김우석 에스앤가든 대표는 “스누피가든은 아이, 엄마, 할머니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고 밝혔다.
1. 30~50대 중·장년층 아버지들이 자녀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드론(무인 항공기) 제품 코너에선 눈을 떼지 못하고 제품을 보며 좋아 어쩔 줄 몰라 한다. 사람보다 더 큰 피규어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촬영한다. 조립한 레고를 전시하느라 구슬땀을 흘린다. 드론을 좋아하고 피규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레고를 조립하는 사람은 어린 자녀가 아니라 바로 30~50대 중·장년들이다. 1월 7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6 키덜트&하비 엑스포’의 풍경이다.
2. 이마트는 지난해 6월 킨텍스 이마트타운에 피규어 전문관을 비롯해 드론과 각종 첨단 장난감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드론존, 스마트 토이존을 마련했다. 어린이 손님보다 20~50대 어른 손님이 압도적으로 많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9월 서울 구로점과 잠실점, 그리고 판교점 등 세 곳의 키덜트 전문점을 열었는데 각종 피규어 제품과 드론, 무선 조종 자동차를 구매하는 손님의 90퍼센트가 20대 이상 성인들이다.
3. 지난해 7월 종이접기 전문가 김영만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이후 서점가에는 때 아닌 종이접기 책 열풍이 불었다. 그 열풍을 일으킨 주역은 유치원생이나 초등생이 아닌 30~40대였다. 그뿐만 아니라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색칠놀이’컬러링북 신드롬이 일었다. 정교한 그림을 따라 원하는 색을 칠하는 컬러링북은 2015년 한 해 전년보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마다 2~4배 판매가 증가했다.
이 세 개의 풍경을 관통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키덜트 문화(Kidult Culture)다. 키덜트 문화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덩달아 키덜트 문화 상품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키덜트 시장은 2015년 현재 5000억~7000억원 규모로 매년 20퍼센트 이상 성장해 2~3년 내 1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한슬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의 설명은 키덜트 문화 열기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키덜트 문화란 무엇일까. 키덜트(Kidult)는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다. 키덜트는 성인처럼 꾸미는 10대, 혹은 어른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어린이의 감성을 추구하거나 어린 시절 누렸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 어른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서는 후자의 의미로 키덜트가 주로 사용된다.
키덜트 문화는 바로 성인들이 귀엽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고 아이처럼 유치한 것을 거부감 없이 즐기는 문화를 통칭한다. 한때 키덜트 문화는 철없고 독립성과 책임감이 결여된 정신적 퇴행을 하는 일부 어른들이 즐기는 미성숙한 문화라는 부정적인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비층이 급증하면서 긍정적이고 다양한 모습의 키덜트 문화가 등장하고 주류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키덜트 문화는 광범하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출판, 만화, 게임, 캐릭터 용품, 완구, 무선 조종 자동차와 드론 등 키덜트 문화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고 다양하다. 키덜트 문화의 막을 연 것은 1980~1990년대 미국 월트 디즈니를 비롯한 할리우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1990년대 어린이 관객만으로 수익을 맞출 수 없었던 월트 디즈니가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한편 등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나 판타지물을 제작함으로써 키덜트 문화의 촉발제 역할을 했다. 인기 만화나 애니메이션, 영화의 캐릭터물과 피규어가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들의 인기를 끌면서 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용품 수집 마니아인 탤런트 심형탁은 “집에 도라에몽 캐릭터 인형부터 침대, 베개까지 다 있다. 한 때는 도라에몽 피규어 등 관련 상품을 사는 데 1000만원이 든 적이 있다. 사람들은 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이해를 못한다. 그런데 나는 도라에몽 관련 물품을 구입하면 기분이 날아갈 듯 좋다. 도라에몽 상품은 나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준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캐릭터 산업백서’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키덜트 캐릭터 시장규모는 5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무선 조종 자동차와 드론 성인 동호회는 수천 개에 달하는 것에서 키덜트 문화의 위세를 확인할 수 있다. 무선 조종 자동차와 드론 동호회를 동시에 하는 조흥호씨(53)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무인 조종 자동차를 갖고 놀면 철이 없다고 비웃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사람이 크게 줄었다. 무인 조종 자동차나 드론 동호회는 한 달에 10여 개 넘게 생겨나고 있다. 무선 조종 자동차와 드론 대회가 속속 개최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지혜씨의 컬러링북 과 시리즈가 2015년 한 해 10만 부가 팔리는 등 출판에서도 키덜트 문화의 부상은 확연하다. 컬러링북을 비롯한 키덜트 문화와 관련된 만화, 종이접기 책, 캘리그래피북 등 키덜트 관련 도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송지혜 씨는 “제 컬러링북이 어린이들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어머니나 아버지들이 무척 좋아해서 깜짝 놀랐어요. 알고 보니 최근 일고 있는 컬러링북 신드롬은 20대 이상 성인들이 주도한 거였어요”라고 설명한다.
키덜트 문화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완구점 역시 요즘 손님의 20~30퍼센트는 성인들이라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이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완구점을 운영하는 강창호씨(40)는 “요즘에는 바비 인형이나 건담 시리즈 캐릭터를 구입하는 20~50대 성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키덜트 문화를 더욱 확산시키는 곳은 바로 백화점, 할인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계와 화장품 및 의류 업계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에 레플리카 등 키덜트 매장을 운영하고 롯데마트는 구로점을 비롯한 세 곳에 키덜트 전문관을 마련해 ‘어벤져스 마리아 힐 피규어 한정판’ 등 80여 종류의 키덜트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밖에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할인 매장과 서울 용산 아이파크백화점과 신세계 백화점 등 적지 않은 백화점들도 키덜트를 겨냥한 상품코너를 따로 마련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유니클로를 비롯한 의류업체와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업체들도 키덜트를 겨냥해 캐릭터 업체와 제휴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키덜트 문화가 이처럼 열기를 더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고 구조조정이 횡행하는 팍팍한 현실에서 유년 때 편하게 즐겼던 문화나 상품을 소비하면서 스트레스를 날리려는 성인들이 많아진 것을 키덜트 문화의 주원인으로 꼽는다. 오리콤 브랜드 전략연구소는 보고서 ‘키덜트 문화’를 통해 “성인들이 동심이 깃든 상품을 소비하면서 각박한 생활에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한편 정서를 안정시키고 재미와 유쾌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키덜트 문화가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영포티(Young Forty)’, ‘신중년(Young Old)’, ‘100세 시대’등의 용어에서 알 수 있듯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물리적 나이에 비해 정신적 성장이 느려진 것도 키덜트 문화의 부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물론 키덜트 문화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일부 전문가들은 키덜트 문화는 정신적 퇴행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문화이고 책임감 없는 철없는 어른들을 합리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런데도 이제 키덜트 문화는 성인들에게 다양한 감성과 경험을 제공하며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문화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또한, 키덜트 문화는 유통, 캐릭터산업, 의류, 화장품 등 산업 전반에 보다 많은 수요를 창출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