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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체로 개성 발산”… ‘폰트자키’의 시대 꿈꾸는 최치영 대표
- 1990년대 뮤직비디오가 등장하면서 ‘비디오자키’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겼다. 2020년대, 이번에는 ‘폰트자키’를 탄생시키려는 사람이 있다. 서체(폰트)를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가지고 노는 새로운 대중문화를 이끌 사람, 엉뚱상상 스튜디오의 최치영 대표 이야기다. “제 DNA에는 ‘변화’가 깊이 새겨진 것 같아요.”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돌연 윤디자인에 합류한 이유를 묻자 최치영 대표가 답했다. 이미 궤도에 올라온 것을 유지하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만드는, 이전에 안 해본 일을 하고 싶었던 그다. 윤디자인은 시중 은행을 비롯해 알 만한 기업들의 서체를 만들었으며, ‘윤고딕’이라는 정체성이 확고한 회사다. “사람들은 파스타는 파스타 가게에서, 김밥은 김밥 가게에서 먹으려고 해요. 윤디자인에 서체 디자인을 원하는 이유죠. 어떤 회사든 20년이 넘어가면 다음을 준비해야 하거든요. 막상 변화가 필요하다지만 의지를 갖고 실행하는 회사는 많지 않아요. 저는 역사가 있는 회사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2017년 윤디자인에 합류하게 된 계기입니다.” 일상을 디자인하다 2007년 윤디자인은 ‘서울서체’를 만들었다. 서울남산체와 서울한강체인데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 및 산하기관, 서울시 교육청, 서울교통공사, 서울시 메트로 9호선을 비롯해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시민들까지, 많은 사람이 이 서체를 사용하고 있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우리는 ‘서울서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당시 서울시 기획 의도 자체가 ‘도시를 어떻게 브랜딩할 수 있을까’였다고 해요. 서체는 결과물일 뿐이었고, 도시가 스스로를 브랜딩하는 계기가 되었죠. 폰트라는 건 공기 같은 존재예요. 이제는 공간의 사이니지(상업 공간에 설치되는 디스플레이) 역할까지 하게 됐죠.” 윤디자인의 이런 정체성은 이후 엉뚱상상으로 이어진다. 30주년을 맞아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었던 편석훈 윤디자인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 윤디자인은 2019년 ‘서체로 세상을 다르게 보고 즐기게 하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윤디자인 30주년 기념 ‘꼴깝쇼’를 열었다. 글꼴을 다르게 보여주는 실험적인 프로젝트로 ‘서체는 가독성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관념을 깨고 그래픽 요소를 넣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같은 해 설립된 윤디자인 자회사 엉뚱상상 스튜디오(이하 엉뚱상상) 수장이 된 최지영 대표는 ‘서체는 디자인의 도구’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 ‘타이포 브랜딩’ 개념을 제시했다. 서체의 기능은 ‘소통’ “대부분은 서체의 기능적인 부분에 집중해요. 웹사이트, 폰트 디자인, 영상 등 어떤 매체를 만들 수 있냐고 묻죠. 하지만 저는 우리의 모든 시작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핵심이 있다고 보고, 이를 보여주기 위해 서체를 활용한다고 말합니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이야기를 붙이고, 가장 소통이 잘 될 수 있는 매체로 보여주는 거죠.” 그가 추구하는 타이포 브랜딩이 잘 녹아든 예시가 있다. 곰표다. 밀가루를 만드는 회사였던 곰표는 2020년 수제 맥주를 출시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리브랜딩에 성공했다. 70년 역사를 가진 곰표가 엉뚱상상을 찾았을 때 최 대표는 다른 관점을 제안했다. ‘칠순 곰표, 늦은 나이에 입을 떼고 곰표체로 고객과 대화를 시작하다’라는 슬로건이었다. “단순히 새로운 폰트를 만드는 게 아니라, 대표 캐릭터인 표곰이가 칠순을 맞아 고객과 어떤 대화를 할 건지부터 시작하는 거죠. 고속도로를 달리는 대한제분 트럭에 ‘안전운전 캠페인’을 싣기도 했고, 70주년 칠순 잔치도 열었죠. 도구는 서체지만, 브랜드가 수다쟁이가 된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소통의 도구로 서체를 활용하고 브랜드 이야기를 보여준 사례는 또 있다. 노브랜드다. 노브랜드 역시 새로운 변화를 고민하던 참이었다. 최 대표는 소비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부터 마트 인테리어까지 전 과정을 기획했다. 이때 만든 슬로건은 ‘쓸데없는 소비는 없다, 새로운 작품이 가득한 뉴지엄’이다. 마트를 박물관에 비유해 제품은 곧 작품이고 가격이 붙어 있는 도록이라고 상상했다. 폰트를 비롯해 문구, 영상, 전단지, 영수증까지 ‘새로운 박물관’(new+seum)이라는 콘셉트를 적용해 리브랜딩했다. 합리적인 소비를 강조했던 노브랜드이기에, 최근 가치 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에게 ‘멋있게 소비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마트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사례다. “대부분 사진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가장 쉬운 언어는 텍스트예요. 프로젝트를 맡으면 기획부터 메시지와 결과물 제작까지 하는데요. 100여 개의 아이디어를 모아 ‘슬로건’을 먼저 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다양하게 표현하죠. 마치 브랜드 퍼포먼스 에이전시처럼 일하고 있는데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건 어떻게 보면 콘텐츠를 만드는 거예요.” 서체, 읽지 말고 놀자 최치영 대표가 추구하는 건 ‘폰트의 대중문화’다.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조합하며 가지고 놀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로서 서체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라 말한다. ‘누구나 폰트를 만들 수 있고, 폰트는 도구가 아닌 문화로 발전한다’는 슬로건을 걸고 진행한 프로젝트로 ‘티키타카체’가 탄생했다. 2021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청년 장애예술가들과 글자에 관한 생각을 주고받으며 만들었다. 이 서체로 티셔츠, 모자, 가방, 신발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2023년에는 고양어린이박물관과 ‘와글와글 서체’를 만들었다. 고양시 어린이와 가족들이 모여 아이들이 직접 디자인해 그린 글자를 활용했다. 토끼, 무당벌레, 수박 등 아이들의 개성이 담긴 ‘지구상에서 가장 시끌벅적한 폰트, 와글와글체’는 컬러와 질감을 살린 서체가 됐다. 글자로 노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최 대표의 가치관은 과거 ‘비디오자키’의 탄생을 모티브로 한다. “뮤직비디오를 탄생시킨 MTV 채널이 1980년대에 ‘음악을 완전히 다르게 즐기게 해주겠다’며 새로운 시도를 했어요. 당시에 음악은 귀로 듣는 것이었죠. 뮤직비디오를 통해 음악을 눈으로 즐긴다는 개념이 생겼고, 비디오자키 같은 새로운 직업이 탄생했죠. 현재의 음악 소비문화를 만든 시초라고 볼 수 있어요. 저는 엉뚱상상을 통해 ‘폰트자키’를 만들고 싶어요.” 그가 ‘폰트를 브랜딩한다’는 개념을 제안했을 때 많은 사람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 대표는 ‘기묘한 창조자’로서 폰트를 브랜딩하고 ‘콘트’라는 상품을 만들었다. 만들면 무료로 배포하기에 급급했던 서체에 이야기를 붙이는 과정이었다. 이미 만들어진 이미지로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는 게 이모티콘이라면, 콘트는 문자를 중심으로 사용자가 직접 입력하고 수정할 수 있다. 흰 종이에 적힌 검은 선으로 글자를 보는 게 아니라 위트 있는 그림이자 움직이는 영상으로 리브랜딩했다. ‘콘투나잇’을 슬로건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소통하는 파티와 축제를 연상하며 만들었다. 이모티콘이 아니라 ‘글자티콘’인 셈이다. 콘트는 윤디자인에서 운영하는 폰트 온라인 스토어 폰코(FONCO)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폰트자키’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음악 산업을 보면 레이블이라는 회사에 아티스트가 소속된 것처럼, 우리는 엉뚱상상이라는 회사에 레터빌런이라는 서체 디자이너들이 있죠. 음악 회사에서 MP3라는 디지털 파일을 만드는 것처럼, 우리는 폰트라는 OTF 확장자를 만드는 거예요. 음악 파일을 가지고 앨범도 만들고, 안무와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공연·티켓·굿즈를 디자인해 하나의 문화를 만드는 것처럼 우리도 폰트를 중심으로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거죠.” 최 대표는 서체를 활용해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도 했다. 2023년 일렉트로닉 뮤지션 키라라의 ‘숫자’라는 곡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2023년 꼴값쇼에서 특별 공연도 열었다. ‘뮤직&폰트 비디오’라 규정하고 ‘MTV에 대한 오마주’였다 표현한다. 이 곡은 2024년 대중음악상 최우수 일렉트로닉 부문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최 대표는 “글자의 역할은 읽히는 것을 넘어야 한다”고 말한다.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엉뚱상상을 시작으로 윤디자인의 다음 세대를 준비해온 지 6년째다. 도전 DNA가 깊이 박힌 그이기에 슬슬 다른 일을 하고 싶지 않을까 싶어 물었다. 역시나 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온다. “디자인 크리에이터 육성 엔터테인먼트를 고민하고 있어요. 서울대학교 등 여러 학교와 제휴를 맺어 학생 멘토링을 하고 있는데요. 그저 아마추어로 그치는 게 아니라 예비 크리에이터로서 제작물을 만들고, 저희는 그들의 상상력이 현실이 되도록 이끌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TS파트너즈’ 활동인데요. 이제는 멘토링을 넘어서 크리에이티브 학교를 목표로 새로운 활동을 해보려고 합니다.” 정체성이 확고한 회사에서 익숙한 일을 해오던 직원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이전에 없던 ‘서체 브랜딩’이라는 개념을 실체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최 대표는 “많이 해보고 그중 하나가 얻어걸리면 됩니다!”라고 표현했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일단 실행해봐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그의 말처럼 ‘얻어걸리려면’ 그만큼 많은 양의 작업물을 내놔야 한다. 그가 음악가라면 다작을 하는 셈이다. 지난 6년간 해온 그의 작업은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일단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자’는 그의 말은 얼핏 순리를 거스르는 말 같지만, 관념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방식을 적용하려는 최 대표의 철학에는 꼭 맞는 과정이다. “서체를 가지고 노는 행위가 누군가의 소꿉놀이로 끝나지 않고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울림을 주는 문화가 되길 바랍니다.”
- 2024-07-1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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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 침범한 AI 시대... 삶의 이유 질문하는 소설가 된 변호사
- 인공지능(AI)이 음악도 만들고, 그림도 그린다. 인간 고유의 재능으로 여겨졌던 ‘창작’이라는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AI가 더욱 고도화될 거라는 건 정해진 미래다. 사람들이 ‘어떻게 AI를 활용할 것인가’ 고민할 때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변호사가 있다. 아니, 그는 소설가다. 장편소설 ‘밤의, 소설가’는 “AI와 공동 집필에 몰두했던 소설가의 미스터리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한 작가는 이 책을 읽고 ‘저자의 상징적 죽음’이라는 평을 내놨다. AI의 발달로 인간 고유의 영역을 빼앗기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위태로운 저자의 지위’와 ‘왜 창작하는가’ 같은 뿌리에 가까운 질문이 담겨 있다. 저자 조광희 변호사는 왜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됐을까? 영화에서 소설까지 ‘올라운더’ 법무법인 원에서 근무하는 조광희 변호사는 ‘올라운더’라 불린다. 올라운더는 스포츠 등에서 모든 역할을 골고루 하는 선수를 가리키는 말로 다재다능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의 이력을 보면 이 별명이 이해가 된다.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후 영화사 봄의 대표이사를 지내며 ‘밤과 낮’, ‘해변의 여인’, ‘멋진 하루’ 등을 제작했다. 그리고 선거캠프에서 세 차례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씨네21’, ‘한겨레’, ‘경향신문’의 칼럼니스트로 글을 썼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2003년에는 영화인들의 필독서로 유명한 ‘영화인들을 위한 법률가이드’를 펴냈다. 이후 ‘그래봐야 인생, 그래도 인생’ 산문집 한 권과 ‘리셋’, ‘인간의 법정’, ‘밤의, 소설가’까지 세 권의 소설을 냈다. 이뿐인가. 소설 ‘인간의 법정’은 뮤지컬로도 제작됐는데, 조 변호사는 이 뮤지컬의 각본까지 맡아 각본가로도 데뷔했다. “변호사 일은 30년째 하고 있어요. 문화예술,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무를 주로 합니다. ‘평판 관리’라고 하는 대중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분야도 담당하고요.” 이 정도 이력이면 작가로 전업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조 변호사는 변호사로 오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전업 작가로 생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이유죠.(웃음) 두 번째로 변호사는 마음만 먹으면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 일이 결국 소설의 토양이 됩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간접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거든요.” 버스에서 설계하는 소설 조광희 변호사는 뮤지컬 각본 작업도 소설 집필도 변호사 일을 하며 병행했다. 무척 바쁜 일상이었을 텐데 어떻게 일의 균형을 잡았을까? 작품들이 그의 일상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것은 소설을 쓰는 그의 방식과도 관련 있었다. 조 변호사는 ‘필 꽂히는’ 대로 써 내려가면서 수정을 거듭하기보다, 처음부터 구조를 짜임새 있게 구성한 뒤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 소설을 설계하는 셈이다. “처음에는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 아이디어와 콘셉트 차원에서 생각합니다. ‘밤의, 소설가’는 ‘10여 년 전 알았던 여성이 소설가가 돼 법률사무소에 나타나 일을 맡긴다’는 내용으로 시작했어요. 아이디어는 버스 타고 출퇴근할 때, 산책할 때,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실 때 등 일상에서 떠올리는 편입니다.” 다음으로 시놉시스를 쓰고 트리트먼트를 만든다.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조 변호사는 영화에서 쓰는 개념을 가져와 설명했다.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 역시 산책하다가 휴대폰에 메모하거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작성하는 방식으로 채워나간다. “시놉시스는 한 페이지 정도의 줄거리를 쓰는 일이에요. 인물과 사건을 그럴듯한 구조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한 페이지지만 의외로 쉽지 않습니다. 시놉시스가 완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20~30장짜리 트리트먼트를 씁니다. 좀 더 자세한 줄거리죠. 인물이나 사건 설명이 더 상세하게 나와야 합니다. 저는 트리트먼트 작업을 할 때 챕터를 나누어서 써요. 트리트먼트가 일종의 설계도 역할을 하는 셈이에요. 여기까지 완성되면 이제 조금은 기계적인 작업이 됩니다. 살을 붙이는 과정이죠. 이때는 책상에 딱 붙어 앉아 쓰는데요. 주로 집에서 하지만 자주 가는 카페도 있고, 어떤 때는 2~3일 정도 여행을 떠나 작업하기도 합니다.” 소설을 처음부터 설계한다는 건 꽤나 논리적인 작업이다. 변호사라는 그의 직업적 특성이 소설 쓰기에도 반영된 듯한 방식이다. 하지만 ‘밤의, 소설가’는 기존과는 좀 다르게 완성됐다. 처음에는 한 문예지에서 작품 요청을 받아 쓰게 됐는데, AI는 비서 역할로만 등장시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작품을 완성한 후 문우들과 대화하다가 생각이 확장됐다. “발상의 전환이 되면서 ‘소설 쓰기에 관한 소설’이라는 주제까지 다루게 됐어요. 소설 속에 소설 집필 과정 자체를 노출시키는 일종의 메타 소설이 된 셈인데요. AI에게 창작의 영토를 빼앗기는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지, 소설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러면 소설이라는 장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생각이 꼬리를 물더라고요.” ‘왜 사는가’에 대한 고찰 AI ‘레비’와 함께 소설을 써 내려가던 소설가 건우의 고민을 따라가다 보면 조광희 변호사가 작품을 통해 던지고 싶었던 질문을 만나게 된다. ‘저자의 위태로움’이다.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지만, 동시에 ‘대중과 시장이 요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 “요즘 사람들은 고전문학을 잘 안 읽잖아요. 그렇다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만 쓰면 달콤한 글만 쓰게 되죠. 저자라는 지위 자체가 위태롭다고 보는 지점이에요. 그걸 AI가 가속화하는 거죠. 심지어 AI와 소설 쓰기를 경쟁합니다. 나보다 더 글을 잘 쓰는 AI라니, 그렇다면 저자로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고민에 빠지게 되겠죠. 차라리 AI에 기대는 노예가 될까 고민도 하게 되고요.” 벌써 AI는 단순노동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 변호사 업무에도 쓰이니 말이다. 조광희 변호사가 처음 변호사가 됐을 때만 해도 판례가 전산화되지 않아 법원도서관에서 종이 파일을 뒤져야 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모든 판례를 검색할 수 있고 AI에게 말하면 대신 검색해줄 수 있는 지경에 가까워지고 있다. 실제로 AI가 영문 계약서를 번역해주는 일은 제법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소설 속 소설가는 AI와 소설 쓰기에 관해 경쟁하지만 현실에서는 변호사가 AI와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소송 기록을 주면 논점이 뭔지 분석해내는 것까지 AI가 해낼 거예요. 그렇다면 변호사의 주요 업무는 재판에서 어떻게 전략적인 접근을 할 것인가, 법정에서 증인의 말을 신뢰할 것인가 아닌가 등의 인간적이고 섬세한 일에 집중하는 형태로 바뀔 거라 봅니다. ‘일’이라는 영역에 AI가 계속 침식해 들어오니까요. 결국 인간은 어떤 일을 도대체 ‘왜’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연결됩니다.” 예술, 문학, 바둑, 체스 등 많은 분야에서 AI는 인간의 창조성과 지적 능력을 대체하고 있다. 조광희 변호사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어떤 일을 할 때 ‘무엇을 이루고 싶다’는 목표에 도달하리라는 희망을 AI라는 존재가 단 몇 초 만에 허물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 활동을 왜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고민에 빠지게 돼요. 그걸 고민하다 보면 ‘산다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까지 이어지겠죠. 글쓰기도 그렇습니다. 소설을 쓴다는 행위가 단순히 책을 팔고자 하는 일은 아닙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설로 토로해내는 일종의 쾌감과도 연관된 일이거든요. 자신의 미학적인 정열 때문에 글을 쓰는 건데, AI가 소설을 더 잘 써내는 시대가 온다면 미학적인 쾌감을 빼앗기는 거죠.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 위협받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작품으로 녹아드는 삶 조광희 변호사의 이런 고찰과 경험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첫 소설 ‘리셋’은 주인공인 변호사 강동호가 현직 서울시장의 의뢰를 받아 미스터리한 정치적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다. 돈과 권력, 그것을 쫓는 정치 세력 간의 블랙 커넥션을 파헤치는 내용인데, 아무래도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을 테다. 두 번째 소설 ‘인간의 법정’은 주인을 살해한 AI ‘아오’가 재판을 받는 이야기다. AI와 인간의 관계, 생명과 소수자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제시한다. 이 책이 뮤지컬로 탄생한 것은 뮤지컬 ‘그날들’을 작업했던 장소영 음악감독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무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영화 각본처럼 썼고, 장 감독의 도움으로 극에 맞춰 수정을 거듭해 완성할 수 있었다. 젊은 시절 시를 습작했던 경험이 아리아 가사를 쓰는 데 도움이 됐고, 영화사 대표로 일하며 수많은 영화 시나리오를 본 것이 체득되어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도 반영됐다. 세 번째 소설 ‘밤의, 소설가’는 두 번째 소설을 쓰면서 AI에 대해 많은 자료를 찾아봤던 것이 도움이 됐다. 어느 정도 AI에 대해 학습되어 있었기에 이야기를 확대해갈 수 있었다. 차기작으로 준비 중인 소설 ‘도시의 은자’는 대중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이야기다.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자신은 정작 숨어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계획이다. 소설뿐 아니라 드라마도 준비하고 있다. 영화감독인 동료 변호사와 함께 드라마 기획을 완성하고 대본을 쓰고 있다. ‘올라운더’의 면모가 돋보이는 행보다. 분야가 무엇이든 그가 만드는 작품에는 그의 삶이 녹아 있다. 아니, 작품으로 녹아드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차기작들에도 역시 변호사가 나올 것 같다. 그는 “꼭 변호사를 등장시켜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지만, 경험과 인생관을 녹인 캐릭터를 고민한다면 “변호사가 자주 등장할 가능성이 높겠다”며 웃었다. 어쩌면 ‘변호사’라는 등장인물이 그의 상징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도 들었다. 소설 쓰는 변호사 조광희가 있고, 그 소설 속에서 변호사이면서 뮤지컬을 만드는 인물이 있고, 소설 속에서 만들어지는 뮤지컬에서 변호사를 연기하는 배우가 있을 것만 같다. 마치 ‘밤의, 소설가’ 작가의 말에 그가 남긴 말처럼. 여기 ‘밤의, 소설가’를 쓰는 조광희가 있다. 소설 ‘밤의, 소설가’에도 소설을 쓰고 있는 남자가 있다. 그 남자가 쓰는 소설 속에서 ‘먼저 상상하고 나중에 움직이다’라는 소설을 쓰고 있는 여자도 있다. 소설 ‘먼저 상상하고 나중에 움직이다’에서도 주인공인 여자가 소설을 쓰고 있을 것이다. -‘밤의, 소설가’ 中
- 2024-06-17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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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박성진, 엘리트모델에이전시 품으로
- 배우 박성진이 시니어 모델 육성으로 잘 알려진 엘리트모델에이전시(이하 EMA)와 소속계약을 체결했다. 소속사 EMA 측은 20일 공식입장을 통해 박성진과의 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박성진은 뛰어난 캐릭터 해석을 통한 탄탄한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다. ‘꼰대인턴’과 ‘법쩐’에서 눈에 띄는 연기로 주목받은 박성진은 최근 영화 ‘아네모네’에서 주인공인 백수 남편 ‘성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쳐 호평을 받았다. EMA는 “EMA만의 매니지먼트를 통해 박성진 배우가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광고 등 여려 분야에서 폭넓은 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지지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렉스 강 EMA 대표는 “이번 계약은 시니어 모델에이전시로 시작한 EMA가 본격적인 엔터테인먼트사로 발전해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2024-05-2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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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전’ 33년 만에 폐관, 떠나는 ‘큰 산’ 김민기
- 1991년 3월 15일 그리고 2024년 3월 15일. 정확히 33년의 서사를 쓴 대학로 소극장 ‘학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아침이슬’, ‘상록수’ 등을 부른 가수 김민기가 설립한 곳이다. ‘배울 학(學) 밭 전(田)’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문화예술계 인재들의 못자리가 되어줬다. 한국 대중문화의 산실이었으며 역사적인 공간이었기에 학전의 폐관은 유독 안타깝다. 3월 15일 폐관 당일. 문을 닫은 학전 앞마당에는 쓸쓸함만이 감돌았다. 2주간 이어진 ‘학전, 어게인 콘서트’도 전날 종료된 상황으로, 장비와 물품 등은 어딘가로 바삐 옮겨지고 있었다. 아직 여운이 남아 있는데 이렇게 바로 정리되다니, 너무나도 야속한 속도였다.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에 학전을 찾아오는 시민들도 종종 있었다. 학전 앞을 천천히 둘러보며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 사이로 눈에 띄는 이가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연출가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교수인 김재엽이었다. 야외수업의 일환으로 학생들을 데리고 학전에 온 터였다. 1990년대에 대학교를 다닌 김재엽 연출가는 학전에 자주 놀러왔고, 문화예술인의 꿈을 키웠다고 밝혔다. 학전과의 특별한 인연도 있었다. 그의 아내는 학전의 대표 아동극 ‘고추장 떡볶이’에 출연한 배우 이소영으로, 2월 24일 마지막 공연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김 연출가는 “학전의 영향을 받지 않은 연극인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대학로가 점점 상업화되어가는 와중에도 학전은 순수 창작 공연을 지향했다. 사람을 키워내는 예술 공간으로서 의미가 있고,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는 창이었다”고 말하며, 학전의 정신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기획한 가수 박학기는 본지에 “학전은 제게 역사적·사회적 의미를 떠나 음악의 고향 같은 곳이었다. 평소에는 형님이라고 부르는 김민기 대표님을 뵈러 가끔 방문하면 큰 나무 그늘 아래 있는 것처럼 편안했고, 시골집에 온 기분이 들었다”며 아쉬움 가득한 소감을 전했다. 수많은 스타 배출한 학전 “모두 다 그저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지난 2월, ‘학전 블루 소극장이 2024년 3월 15일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밝히며 김민기 대표가 전한 인사다. 돈은 안 되지만 의미 있는 아동극 등의 공연을 이어가며 만성적인 재정난을 겪었던 학전. 여기에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고, 위암 진단을 받은 김민기 대표가 투병하면서 결국 폐관을 택했다. 지난 33년간 학전에서 기획·제작된 작품은 총 359개다. 학전을 대표하는 작품은 단연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다. 학전은 180석 규모밖에 되지 않는데, 이 작품은 1994년 초연한 이래 4257회 공연, 누적 관객 73만 명을 돌파했다. ‘지하철 1호선’에 출연한 배우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는 ‘학전 독수리 오형제’로 불렸다. 특히 학전에서 포스터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설경구는 이 작품에 캐스팅되면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고 하니, 그에게 매우 의미 있는 공간이 아닐 수 없다. 또 학전은 라이브 콘서트의 기틀을 마련한 곳이다. 가수 고(故) 김광석은 이곳에서만 1000회 공연을 채웠다. 그래서 학전 앞에는 김광석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노영심, 안치환, 동물원 등도 많은 공연을 펼쳤다. 주요 멤버였던 박학기는 “그때의 저는 나름 전성기였다. 학전 개관 멤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공연을 많이 하면서 김민기 대표님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 또한 대단한 영광이었다”고 회고했다. 학전 하면 아동극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독일 그립스 극단의 원작을 김민기 대표가 번안, 연출한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등이 대표적이며, 순수 창작물도 많이 공연됐다. 김 대표는 돈을 더 벌 수도 있었으나 2008년 ‘지하철 1호선’ 공연을 돌연 중단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자신이 원했던 아동극 작업에 더욱 몰두했다. TV와 미디어 외에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적·문화적 토대를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졌던 터라 재정난을 겪으면서도 공연을 이어갔다. 김민기라는 존재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폐관 전날인 14일, 학전 소극장에는 김민기의 ‘아침이슬’이 울려 퍼졌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 이는 배우 황정민, 가수 박학기, 권진원, 노래를찾는사람들, 알리, 정동하. 그들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학전, 어게인 콘서트’의 마지막이자 학전의 33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학전, 어게인 콘서트’는 학전 폐관 소식을 들은 후배들이 자발적으로 뭉쳐서 연 공연이다. 가장 학전다운 방식으로 아름다운 이별을 하기 위해서다. 2월 28일부터 3월 14일까지 20회의 릴레이 공연을 펼쳤고, 3000명이 넘는 관객이 다녀갔다. 티켓은 단숨에 매진됐으며, 수익금은 모두 학전에 기부됐다. 윤도현을 시작으로 김현철, 윤종신, 유리상자 등 가수와 황정민, 설경구, 장현성, 이정은 등 배우들이 함께했다. 그렇다면 학전은 이제 어떻게 될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공연장으로 학전 공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내가 없으면 학전은 없다’는 김민기 대표의 뜻을 존중해 ‘학전’ 명칭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어린이극 등 학전의 기존 사업은 유지한다. 공연장 내부 시설 개보수 등을 거쳐 7월 재개관할 예정이다. 33년의 추억을 남긴 학전은 영영 사라진 셈이다. 그러나 학전을 일군 김민기 대표는 우리 곁에 있다. 과거 대한민국이 힘든 시기에 노래로 빛이 되어준 그. 이제는 후배들의 응원을 받아 다시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학전의 마무리에 쓰라며 1억 원 이상 기부한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김 대표에 대해 “조용하며 나서지 않고, 나서야 할 때는 묵묵히 책임만 감수하는 순수하고 맑은 시인”이라고 표현하며 존경심을 표한 바 있다. 조승우는 “선생님이 꼭 쾌차하셔서 같이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 말이 깊은 울림을 전한다. 박학기 역시 메시지를 남겼다. “김민기 대표님은 그저 큰 산이고, 바다 같은 분이셨습니다. 더 이상의 수식어도 필요 없죠. 뻔히 손실 볼 것을 알면서도 꾸준히 어린이 연극과 뮤지컬을 해오면서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 분입니다. 우리 문화예술인 모두 대표님께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대표님의 편안한 노후를 보장해드려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하시기만을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 2024-04-0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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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 원, 엔터테인먼트 분야 우수 로펌 수상
- 법무법인 원이 아시아 지역 법률전문지 ‘아시아 비즈니스 법률 저널’이 주최한 ‘2023 한국 로펌 어워드(Korea Law Firm Awards 2023)’에서 엔터테인먼트 분야 우수 로펌으로 선정됐다. 아시아 비즈니스 법률 저널(Asia Business Law Journal·ABLJ)은 아시아 지역 법률 전문 미디어로 매년 국내외 기업, 아시아 지역 로펌 등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하여 우수 로펌을 선정하고 시상하고 있다. ABLJ는 법무법인 원이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선도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특히 영화, 방송 산업에서 기획개발, 시나리오, 투자, 촬영, 배급 등 영화 제작 전 과정에서 활발한 법률 자문 및 소송 업무를 진행해왔다고 소개했다. 강윤희 법무법인 원 엔터테인먼트팀 변호사는 “웹툰, 영화, 드라마 같은 K콘텐츠는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동시다발적으로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나는 만큼 한국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며 “앞으로 법무법인 원 엔터테인먼트팀은 축적해온 경험을 토대로 좀 더 면밀한 법률 자문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무법인 원 엔터테인먼트팀은 영화와 드라마 등 국내외 영상산업 분야의 제작, 투자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야를 핵심 업무 분야로 자문 및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 팀장 조광희 변호사는 현재 국내 영화 산업에서 사용하는 표준 계약서 대부분을 작성한 바 있다.
- 2024-03-0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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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시니어를 위한 엔터주 투자 전략
- 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방법이 있다. 바로 투자다. ’성덕 애널리스트’라 불리는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리서치 센터 선임연구원은 말한다. “투자를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좋아하는 분야부터 시작하세요.” 단순한 덕질 대상으로 여겨지던 엔터테인먼트는 K-콘텐츠의 약진과 함께 유망한 성장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투자자들은 콘텐츠를 즐기는 동시에 주가 차트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이현지 선임연구원는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엔터주를 지금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가 엔터주를 좋게 보는 이유는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에요. 시장이 성장 초입 단계라 먹거리도 많죠. 불황이 무색할 정도로 경기를 타지 않는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어요.” 스트리밍부터 굿즈 구매, 콘서트 예매까지. 덕질에 일가견 있는 이라면 이미 엔터주 투자 자격은 충분하다.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며 파고드는 덕질의 기본은 관계성 파악인데 투자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좋아하고 즐기는 것에 대한 애정과 관심. 이제 여기에 하나만 더 갖추면 된다. 이현지 선임연구원은 시니어에게 ‘이것’을 놓치지 말라고 강조한다. 바로 숫자다. “숫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좋아하면 객관성을 잃기 쉽거든요. 매출, 영업 이익 등 재무 상황을 살펴보길 권합니다. 그저 ‘좋다’는 이유로 뛰어드는 건 지양해야 하지만 투자는 쉽게 접근하는 게 좋아요. 주변에 있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 보세요.”
- 2023-11-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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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골프 스타 마카오서 한 자리에
- 전 세계 골프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샌즈 골프데이’ 행사가 오는 23일 라스베이거스 샌즈사의 주최로 마카오에서 진행된다. 이 행사에는 호주교포 스타 골프 남매로 잘 알려진 이민지, 이민우가 참석하며, 세계 랭킹 1위 골퍼 리디아 고와 세계 랭킹 2위 골퍼 콜린 모리카와도 함께 할 계획이다. 롭 골드스타인 라스베이거스 샌즈 회장은 “콜린 모리카와와 리디아 고, 이민지, 이민우가 마카오를 방문하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히고, “이들은 마카오 주니어 골프 협회 소속 선수들과의 경기를 통해 어린 유망주들을 응원하고, 마카오 지역 사회와의 교류를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 샌즈의 최초 브랜드 여성 홍보대사인 이민지는 “이번 행사에 합류해 영광으로 생각하며, 더 많은 여성이 골프를 시작하는 데 영감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근 마카오오픈에서 기록적인 우승을 차지한 이민우도 “누나와 함께 마카오로 돌아오게 되어 기쁘며, 마카오오픈에서의 엄청난 성원을 기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PGA투어 통산 19승을 기록 중인 리디아 고는 “마카오는 지리적으로 한국과도 가깝지만 이번이 첫 방문”이라며 “현지 팬들과 인연을 맺고 골프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첫 방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행사 관계자는 “라스베이거스 샌즈의 마카오 지역 사회 지원 노력의 일환으로, 지역 젊은이들에게 스포츠 기회를 제공하고 다양한 문화 경험을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소개하고, “라스베이거스 샌즈의 글로벌 대사들과의 파트너십이 이번 행사를 통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 샌즈의 자회사인 샌즈 차이나는 마카오에서 대형 복합 리조트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코타이 스트립에 위치한 여러 호텔과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운영하며 홍콩과 마카오를 연결하는 고속 페리도 운행 중이다.
- 2023-10-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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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시대’ 효과 대박 팬더스트리란?
-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 현상을 ‘팬덤’이라고 한다. ‘팬덤’은 문화적으로도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도 큰 힘을 발휘한다. ‘팬덤’의 영향으로 산업이 만들어졌는데, 그것을 ‘팬더스트리’라고 부른다. 요즘 ‘팬더스트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K-팝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팬덤 분야의 산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K-팝 아이돌의 해외 콘서트 투어나 관련 상품 매출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팬더스트리의 예시로 들 수 있다. 팬더스트리에는 팬이 좋아할 만한 상품, 팬덤 플랫폼, 공연이 주로 활성화 되어있다. 가수의 팬더스트리 상품으로는 응원봉, 앨범, 인형 등이 있고, 팬덤 플랫폼에서는 스타에 관해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마련한다. 즉 팬더스트리는 팬과 스타를 이어주는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회사 ‘라인프렌즈’와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직접 만든 캐릭터 ‘BT21’은 팬더스트리의 성공적인 사례다. BT21의 여덟 개 캐릭터는 인형, 문구, 의류 등의 상품에 그려져서 판매된다. 또 단편 애니메이션 연재, 브랜드 컬래버레이션, 모바일 게임 등에도 활용된다. BT21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대기업은 전망이 기대되는 아티스트와 협업하기를 원한다. 팬더스트리가 단순히 팬을 위한 서비스 같아 보여도, 글로벌 판매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적인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중년층 팬덤 플랫폼 2019년부터 방영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등의 열풍으로 중년 팬덤 문화도 두터워졌다. 팬덤 플랫폼 ‘FFAN’ 같은 사이트나 ‘트롯픽’ 같은 애플리케이션(앱)은 중년 팬덤을 고려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중년층 이용자의 영향력이 중요하다. 오공훈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덤 플랫폼이 발전함에 따라 중년층도 적극적으로 팬더스트리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중년층이 스마트폰에 익숙해지면서 관련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아티스트의 소식이나 이벤트 등을 알 수 있는 ‘FFAN’의 경우, 팬의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매출이 발생하는 온라인 실시간 팬미팅 및 티켓•상품 판매 등을 곳곳에 넣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트롯픽’은 투표수 1위 가수에게 서포트 기사 발행과 가수의 영상을 대형 옥외광고 전광판에 송출해준다. 앱에 매일 출석할수록 투표 포인트를 얻을 수 있어서 팬은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중년층 소비에 따른 팬더스트리 요즘에는 중년층 팬덤의 지갑을 열 만한 산업이 확장되고 있다. 경제력이 있는 중년층의 소비 패턴을 파악한 기업들은 주로 고가의 상품을 내놓는다. 쌍용자동차는 ‘임영웅 효과’로 G4 렉스턴 매출이 53% 증가하며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놀랍게도 임영웅은 이후에 고가의 상품 광고를 찍지 않겠다고 밝혔다. 팬은 스타를 보고 따라 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팬들의 경제적 부담을 우려한 것이다. 스타가 고가 상품 광고를 거절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특이 케이스다. 실제로 자동차 광고 이후에는 음식과 헬스·뷰티 제품 등의 모델을 주로 맡았다. 가수 김호중의 6박 7일 크루즈 여행 티켓도 완판된 적이 있는데, 중년층 팬더스트리 시장에서는 고가의 상품과 아티스트의 협업 사례가 점점 이어지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오공훈 문화평론가는 “중년층 팬덤 산업이 커지는 추세에 따라 중년층의 팬더스트리가 K-팝 팬더스트리와 쌍벽을 이룰 것”이라고 예상했다.
- 2023-07-2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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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격 있는 명사 되는 법… 김정섭 교수 신간 ‘셀럽시대’
- 오늘날 범위와 쓰임새가 확산되고 있는 존재, ‘셀러브리티’는 과연 누구인가? 그들은 어떻게 해서 태어나고 그 위치에 오를 수 있었는가? 위상을 계속 유지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러한 고민에 응답하는 책이 나왔다. 김정섭 성신여자대학교 문화산업예술대학원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의 신간 ‘셀럽시대’이다. ‘셀럽시대’는 문화예술과 스포츠 영역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 심지어 정치 영역에까지 ‘셀럽’의 존재감과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셀러브리티와 명성 연구의 이정표가 될 방대한 종합 학술서이다. 바야흐로 누구나 ‘명사’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마이스페이스, 인스타그램, 틱톡, 릴스와 같은 개인화된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성 언론, 홍보 대행사, 홍보 담당자를 거치지 않고도 직접 자신을 소구하거나 홍보해 유명해질 수 있는 편리한 시대가 도래했다. 이런 변화로 인해 명사와 명성에 관한 연구는 사회, 심리, 문화, 정치, 경제를 아우르는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구축될 필요가 있다. ‘셀럽시대’는 이러한 필요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며, 미디어와 SNS의 범람 속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현대인을 위한 ‘명사학’ 및 ‘명성학’을 집대성하고 있다. 김정섭 교수는 책의 집필을 위해 3년간에 걸쳐 명성론과 명사론의 학습과 관리 전략 마련에 필수적인 다양한 이론과 연구 결과물을 분석했다. 특히 이 책은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동서양 명사들의 명성 관련 자기 성찰과 발언들을 풍부하게 수록하고 있으며, 다양한 셀럽과 전문가들을 심층 조사·분석하고, 필요한 경우 그들 중 가치와 위상 면에서 두각을 나타낸 일부를 직접 인터뷰하여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려 했다. 심층 분석(‘인터뷰’와 ‘포커스’ 코너)의 ‘포커스’ 대상에는 방탄소년단, 이성민 배우, 김연아 전 선수, 인터뷰 대상에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김세연 전 의원, 철학자 강신주, 시인 나태주, 차석용 LG생활건강 전 부회장, 배우 양미경, 가수 고(故) 구하라, 최나연 프로 등 각 분야의 명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명사들의 언명(言明)에는 각자 인생의 금자탑을 쌓는 과정에서 겪은 인생의 영욕과 부침, 그리고 숨겨진 달콤쌉쌀한 사연과 깨달음이 오롯이 배어 있다. 또한 책에는 국내에서 엔터테인먼트가 학문의 영역에서 미처 논의되지 못하던 시절 케이컬처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학문화에 시동을 걸어 선구적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하는 김정섭 교수의 평소 고민이 집약되어 있다. 김 교수가 오랜 세월 엔터테인먼트 영역의 하위 범주로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스타 연구의 확장판이자 종착지라는 의미를 갖는 이 책은 셀럽을 비롯한 다양한 위치에 있는 독자들이 더 깊고 더 실천적인 성찰과 수양을 하기 위해 매일 들여다볼 만한 ‘거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제1부 이론과 데이터 통찰’과 ‘제2부 수양과 실천 컨설팅’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제1부는 학술적 통찰에 초점을 두고 명사와 명성에 대한 동서양 학자들의 다양한 이론과 데이터, 각종 연구 결과물의 세계를 깊이 분석하고 탐구해 제시했다. 제2부에서는 명사라면 어떻게 전략을 수립해 수양하고 실천할 것인지 그 기법과 전략적 지혜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뒀다. 김정섭 교수는 K-컬처, 아티스트, 스타 연구에 집중해 왔다. 아울러 ‘경향신문’ 기자, 성신여자대학교 방송영상저널리즘스쿨 원장, 문화부·인사혁신처·환경부·고용노동부 정책 자문·평가위원, 대통령 연설 자문위원, 한국거래소 상장심사위원, ‘2022 한국케이블TV방송대상’ 심사위원장, KTV 방송자문위원,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이사 등을 지냈다.
- 2023-06-0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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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세 시대, 소비력 크고 활동적인 새로운 중년 ‘후기청년’ 등장
- 영포티, 신중년, 낀 세대, 꽃중년, 디지로그 등으로 불리는 40·50세대는 곧 액티브 시니어, 뉴 그레이 대열에 들어간다. ‘시니어’라 불리길 거부하는 세대이자 새로운 50·60세대를 만들어갈 이들을 ‘후기청년’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 알아봤다. 120세 시대,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청년기와 중장년기가 길어지고 있다. 인구 분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40·50세대는 청년보다 성숙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면서 중장년이라기에는 청년처럼 젊게 산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나이가 생애주기를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며, 과거의 중장년과 지금의 중장년은 다른 격동기를 보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장년 꼬리표 떼는 ‘후기청년’ 2022년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연령대별로는 30대 이하 인구가 줄어드는 반면 40대 이상 인구는 늘어나고 있다. 허리를 담당하는 40대는 807만 명, 50대는 861만 명으로 가장 많은 인구수인 약 32%를 차지한다. 이 중에서도 일명 X세대라 불리던 1970년대생(만 44∼53세)이 중심에 있다. ‘4050 후기청년’을 쓴 정책학자 송은주 박사는 전 세계의 X세대가 중장년으로 편입되면서 ‘세대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에 ‘위기’라는 말로 수식되던 중년의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후기청년’으로 새로운 생애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 베이비붐 세대가 버티는 것을 답으로 여겼다면, 지금의 40·50세대인 X세대는 버티는 것으로 미래를 그릴 수 없다는 걸 안다. X세대는 처음으로 숫자를 벗어나 가치관으로 정의된 세대다. ‘기존의 관습이나 질서를 거부하는 세대’이자 신(新)인류이며 낀 세대라고 불렸다. 경제적 풍요 속에 성장해 ‘나’라는 개성을 표현하기 시작한 세대이기도 하다. 사춘기 시절 워크맨으로 음악을 즐긴 첫 세대이자 삐삐부터 스마트폰까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세대다. 그런가 하면 MZ세대의 문화를 이끄는 트렌드 리더 역할도 한다. 1990년대 흘러넘치던 문화를 향유했던 이들이 지금은 문화 생산자 역할을 한다. 보이그룹 BTS를 프로듀싱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 JYP 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프로듀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 ‘더글로리’ 김은숙 작가, ‘킹덤’ 김은희 작가, 나영석·김태호 PD,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신원호 감독 등 MZ세대가 열광하는 콘텐츠의 중심에는 X세대가 있다. 송은주 박사는 “(지금의 40·50세대는)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첫 주자이면서 역사상 가장 많은 교육을 받은 세대로서 많은 경험과 변화를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세대다. 평균수명이 60대이던 시절에 나온 ‘중년의 위기’라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성장’이라는 청년의 특성과 ‘성숙’이라는 중년의 특성을 조화롭게 버무린다. 그저 길어진 인생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확장된 청년기를 잘 후숙된 과일처럼 영양가 있게 보낸다”면서 이들을 중년이 아니라 ‘후기청년’이라는 새로운 범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념 파괴하는 X세대 이렇게 40·50세대가 중장년의 꼬리표를 떼는 동안, 120세 시대에 맞게 생애주기도 다시 설계되고 있다. 나이를 기준으로 보자면 120세 시대는 60세, 100세 시대는 50세가 중년일 것이다. 그렇다면 40대, 더 나아가 50대까지도 청년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고 60∼70대는 중장년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세계 국가들은 노인의 법적 나이를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 청년기본법에서는 19세 이상 34세 이하를 청년이라 규정하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자체 법령을 마련해 40대까지도 청년이라 정의하고 있다. 기대수명에 맞춰 청년기, 중장년기, 노년기가 재편되고 있다는 뜻이다. 행정적·법적으로는 숫자를 기준으로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더 이상 나이로 생애주기를 나눌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은주 박사는 “관련 정책을 연구하며 ‘4050 후기청년’ 책을 쓰던 2017년에 이미 세계에서는 ‘연령 파괴 시대’라는 개념이 나오고 있었다. 기존의 통념과 다르게 40대에 결혼하고, 50대에 대학을 다니고, 60대에 배낭여행을 가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결혼 적령기, 출산 적령기, 퇴직 적령기와 같은 인생의 통과의례가 특정 나이에 적용되지 않고 다양해지고 있으며, ‘어떤 나이에 무엇을 해야 한다’는 관념이 파괴되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을 얼마나 젊게 느끼는지를 결정하던 중요한 요인으로 더 이상 나이가 고려되지 않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의 관습을 거부하던 X세대의 특성과도 맞물린다. 캐나다 앨버타대학교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행복도는 20대 초반부터 서서히 올라가 중년기에 만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도는 결혼할 때와 건강해졌을 때 높아졌고, 직장을 잃었을 때 낮아졌다. 삶의 행복도를 결정하는 요인이 나이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개인별로 노화의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송 박사는 “과거에는 유전자가 노화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많은 연구들이 라이프스타일과 환경이 노화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생각도 노화에 영향을 준다. ‘나는 나이 들었어’, ‘나이 먹는 게 죄야’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수명에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나이는 심리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비슷한 연령대에 비슷한 이벤트를 겪었기 때문에 청년기, 중장년기, 노년기라는 생애주기를 나눌 때 나이를 기준으로 삼았지만,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사람마다 이벤트를 겪는 시기가 달라졌다. 이의훈 카이스트 경영대학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40∼50대는 은퇴, 이혼, 사별, 자녀의 독립 등으로 인생에 이벤트가 많은 시기”라면서 “사람마다 에이징(나이 듦)이 개입되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신체적·심리적·사회적 에이징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이 시기에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면서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균형을 잡고자 하는 시도를 시작하게 된다. 이때 변화의 핵심은 ‘삶의 주도권이 나에게 온다는 것’이다. 40·50세대는 ‘남들이 볼 때 내가 누구여야 하는가’라는 사회적 메시지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볼 때 나는 누구인가’를 재정의하고 있다. 마치 사춘기 시절 ‘X세대’라고 불리길 거부했던 것처럼 말이다. IMF 함께 겪은 다양한 삶 후기청년의 시작을 알리는 4050세대는 IMF,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라는 공통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X세대라는 특징을 보이지만, 동시에 개인별로 삶의 양상은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의훈 교수는 “코호트(집단)는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 각 집단의 현재는 과거의 경험이 반영된 결과다. 인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프리미엄 소비를 하는 40·50세대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시니어가 되는 것이다. 10년 뒤 고령화 시대의 소비는 결국 이 집단의 성향을 따라간다. 지금 MZ세대가 시간이 흐르면 다음 후기청년 세대로 편입되는 것과 같다. 차세대 후기청년에 대해 이해하고 싶다면 지금의 MZ세대를 연구해야 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살아온 경험, 사회·경제적 위치, 신체 건강 정도, 자녀와의 관계, 학력, 배우자 여부 등 상황이 다양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성이 풍부해진다”며 “후기청년은 단순히 청년의 연장이라기보다 많은 면에서 청년보다 성숙한(Mature)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송은주 박사도 지금의 40·50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풍성하고 규정되지 않은 다양한 행태를 보인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았다. 그는 “지금의 40·50세대에게는 메소력(MESO Force)이라는 특별한 에너지가 있다. 후기청년의 삶은 의미 있고(Meaningful), 흥미진진하며(Exciting), 특별한(Special), 기회(Opportunity)로 만들어갈 시기다. 40∼50대는 뭘 좀 아는 나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지만 그에 맞추며 유연하게 살아갈 경험과 통찰이 있다”고 분석했다. 생의 이벤트가 많아 변화를 겪어내는 시기에 문화를 향유할 줄 알고 나 자신을 들여다볼 줄 안다는 X세대로서의 특징은 각자의 후기청년기를 만들어가기에 좋은 소스가 된다는 의미다. 이의훈 교수도 “40∼60세 집단은 나이가 들어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활동적이고 건강하며 젊은 층과 큰 차이점이 없는 소비 행동을 보인다. 사회적으로 볼 때 소득이나 지위가 최고의 위치로 안정되어 있고, 고급·고가 제품의 대표적 소비자들이며, 레저·여행 등의 웰빙 소비를 지향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도 핵심 소비자인 40·50세대의 이런 성향을 반영해 12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후기청년의 등장을 알아챈 듯, 유통업계는 연일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40·50세대를 조명하고 있다. 그동안 청년·노년층에 비해 부족했던 중장년 지원 정책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전환기 중장년 집중지원 프로젝트 ‘다시 뛰는 중장년 서울런 40·50’ 일자리 정책을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2023년을 ‘40·50 중장년 책의 해’로 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송 박사는 “100세 시대는 인생 피벗(Pivot, 농구 경기에서 쓰이는 용어로, 상황에 맞춰 방향을 바꿔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을 비유하는 말)의 시대다. 30대가 오히려 40대가 되는 것을 겁내는데, 40대에는 40대의 찬란한 인생이 있다. 40·50세대를 위한 정책이 있고 피벗을 뒷받침해줄 수 있다면 메소력을 더욱 발휘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들을 위한 정책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2023-04-03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