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hibition
◇라이프 사진전 : 더 라스트 프린트
일정 5월 11일~8월 21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0세기 포토저널리즘의 상징인 ‘라이프’ 사진전이 4년 만에 돌아온다. 1936년 창간된 ‘라이프’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세계 곳곳에 뛰어들었고, 찰나의 순간을 역사로 만들어내며 세상을 ‘읽는 시대’에서 ‘보는 시대’로 바꾼 전설적인 사진 잡지다. 전성기 시절 총 1350만 부가량 발행하고 정기 구독자 수가 800만 명에 이르렀을 정도로, 텔레비전이 대중화되기 전 사람들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이들의 피, 땀, 눈물을 담은 이번 전시는 2013년 ‘하나의 역사, 70억의 기억’과 2017년 ‘인생을 보고, 세상을 보기 위하여’에 이은 마지막 시리즈로 3부작의 서사를 마침내 완성한다. 지난 두 번의 전시가 격동의 시대와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면, 이번 전시는 우리 삶에 보다 가까운 일상을 포착한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를 선동하거나 미래를 자극하기보다, 혼란한 현재와 불안한 미래에 맞설 여유와 원동력을 선사한다. 1000만 장의 방대한 사진 자료 가운데 엄선한 100장의 작품과 더불어 ‘라이프’와 함께한 사진가 8명을 조명해, 프레임 저 너머 그들이 추구한 가치를 이야기한다.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일정 5월 1일~8월 29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탄생 14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파리국립피카소미술관의 소장품 110여 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70년에 걸친 피카소의 예술 인생을 살펴보고, 그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다. 미술사에 혁명을 일으킨 입체주의 작품부터 신고전주의 화풍의 회화, 조각, 도자기 등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작품까지 그의 천재적인 재능을 광범위하게 조명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전쟁의 참상을 소재로 한 ‘한국에서의 학살’을 국내 최초로 감상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전쟁의 잔혹성을 예술로써 고발한 이 작품은 ‘게르니카’, ‘시체구덩이’와 함께 피카소의 반전 예술 3대 걸작이라 불린다. 입체주의 시대를 함께한 페르낭드 올리비에, 피카소가 가장 사랑한 여인 마리 테레즈, 생의 마지막을 함께한 자클린 로크 등 그의 뮤즈를 그린 그림도 전시의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다. 총 7섹션으로 나눈 연대기적 구성을 통해 피카소의 전 생애를 탐험하는 듯한 신비롭고 생생한 시간을 선사한다.
● Book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김두엽 저·북로그컴퍼니)
미국에 ‘모지스 할머니’, 영국에 ‘로즈 와일리’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 할머니가 있다. 83세에 그림 그리기를 시작해 어느덧 12년 차 화가로 활동 중인 94세 김두엽 할머니다. 그녀의 소소하고 따뜻한 인생 이야기가 최근 110여 점의 작품과 함께 한 권의 그림 에세이로 탄생했다. 늦깎이 화가를 결심한 사연부터 아들, 며느리, 강아지와 함께하는 일상, 그리고 지난 90년 인생에 대한 반추가 알차게 담겨 있다.
김두엽 할머니의 인생은 그야말로 굴곡진 언덕길 같다. 일제강점기였던 192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해방 다음 해인 1946년에 가족과 귀국하고, 우리말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해 혹독한 시집살이를 한다.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으며, 80세가 넘도록 나물 장사, 세탁소 운영 등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하며 고된 나날을 보냈다.
힘들었던 삶이 원망스러울 법도 하건만, 할머니가 그린 그림은 지난한 인생과 달리 화사하고 포근하다. 로즈 와일리의 화풍처럼 때로는 유쾌하고 발랄하면서도, 모지스 할머니처럼 일상 속 순간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 그림을 보고 있자면, 아픈 날마저 고운 색으로 추억하고 아름다운 것만 눈에 담고자 했던 그녀만의 강인한 의지와 삶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책은 83세에 꿈을 향해 한 발짝 내디딘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18세 일본에서 만난 첫사랑과 눈물겨운 시집살이, 택배 일 나간 아들을 기다리며 그림을 그리는 오늘날의 일상까지 그녀의 삶 면면을 모두 담아낸다. 그 한 편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훑고 나면, 영화 같은 삶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힘들어도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할머니의 염원이 아주 오래, 가능하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게 된다.
◇고독사를 피하는 법 (리처드 로퍼 저·민음사)
장례업에 종사하는 앤드루가 자신에게도 닥칠지 모를 고독사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가 특유의 유쾌한 문체로 ‘관계 맺음’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살집팔집 (고종완 저·다산북스)
시니어가 만나고 싶은 인물 1위에 오른 저자가 아파트 매매의 ‘A to Z’를 말한다. 핵심 이론부터 전국 아파트 단지의 가치 분석, 슈퍼 아파트 목록까지, 뜨는 부동산 이슈를 총망라한다.
◇사라진 서울을 걷다 (함성호 저·페이퍼로드)
건축 평론가이자 시인인 저자의 서울 예찬기. 문학과 시, 역사 속에 그려진 서울로 그때 그 시절을 반추하는가 하면, 저자만의 시선으로 동네 곳곳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한다.
● Stage
◇레드북
일정 6월 4일~8월 22일 장소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박소영 출연 차지연, 아이비, 김세정, 송원근, 서경수, 김인성 등
슬플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하는 독특한 여인이 있다. 상상은 자유라지만, 문제는 이 여인이 신사의 나라 영국, 가장 보수적인 시기 빅토리아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도 개의치 않고 뛰어난 상상력과 글재주로 외설적인 이야기가 가득 담긴 ‘레드북’을 출간한 그녀는 당대 영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신성 모독죄로 법정에 서게 된다. 뮤지컬 ‘레드북’의 내용이다. ‘레드북’은 미래를 꿈꾸는 여성 안나와 고지식한 변호사 브라운이 잡지 ‘레드북’ 출간 후 벌어지는 사회적 파장과 그로 인한 편견에 맞서나가는 이야기다. 자신의 신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지되었던 시대, 갖은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마음껏 욕망하고 표현하는 안나의 진취적인 모습이 시대를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주인공 안나 역으로 차지연, 아이비, 뉴 페이스 김세정까지 합류해 3인 3색의 매력으로 무대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완벽한 타인
일정 5월 18일~8월 1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대극장
연출 민준호 출연 유연, 양경원, 유지연, 김재범, 박소진, 이시언 등
2018년 국내 개봉한 영화 ‘완벽한 타인’이 연극으로 재탄생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7명의 주인공이 저녁 식사 도중 서로의 휴대전화 알림을 모두 공개하는 게임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의 치밀한 심리전과 게임을 통해 하나씩 드러나는 비밀,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무대 위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로 극대화되며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1976 할란카운티
일정 5월 28일~7월 4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유병은 출연 오종혁, 이홍기, 산들, 김륜호, 안세하 등
1976년 미국 켄터키주 광산회사의 횡포에 맞선 노동자들의 함성과 투쟁을 그린다. 흑인 라일리의 자유를 위해 함께 뉴욕으로 떠나는 다니엘의 여정과, 새로운 세상을 향한 광부들의 희망의 노래가 감동을 전한다. 배우와 무술감독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유병은 연출가와 젊은 창작진의 열정적인 협업으로 창작 뮤지컬로서는 이례적인 스케일을 선보인다.
※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매주 월요일, 60~80년대 추억의 올드팝을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 열린다. 바로 삼익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올디스 콘서트’.
이 콘서트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음악 감상 공연으로, 종로2가 ‘문화공간 온’에서 리퀘스트 생방송 프로그램 ‘3시의 다이얼’을 진행하고 있는 대한민국 1호 DJ 최동욱이 진행을 맡고 있다. 그가 보유한 수많은 팝 음악 중 관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명곡은 물론, 관객들의 신청곡도 즉석에서 해설과 함께 들려준다. 또한 관객들이 함께 노래 부르며 즐기는 ‘싱어롱’ 시간도 준비되어 DJ와 관객이 소통하며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간다.
'올디스 콘서트'가 열리는 삼익악기빌딩 엠팟홀은 음악전문 공연장의 장점을 살려 200인치 대형 스크린으로 뮤직비디오도 함께 상영하고 있으며, 라이브 콘서트도 선보이고 있다.
한편 삼익문화재단은 ‘명가의 초대’라는 공연도 시즌제로 개최한다. ‘명가의 초대’는 7080 추억의 가수들이 매주 금요일 릴레이 단독 공연을 펼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2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 열리는 시즌2에선 김동환, 신성철, 장은아, 유시형, 유영민, 이정선, 이두헌, 임지훈 등이 무대에 올랐다. 내일(4월 5일) 열리는 시즌2 마지막 공연은 어쿠스틱 기타리스트 유지연이 피날레를 장식할 예정이다. 공연은 4월 5일 저녁 8시, 서울 강남 학동역 삼익악기 엠팟홀에서 열린다.
삼익문화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시니어를 위한 문화공연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올드팝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올디스 콘서트'에 많은 중장년 관객들이 찾아와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 ‘이번 공연을 계기로 시니어 공연문화의 다양화가 절실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향후 시니어를 위해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디스 콘서트’는 매주 월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엠팟홀(학동역 6번 출구 삼익악기빌딩 3층)에서 진행되며. '명가의 초대' 시즌3은 7, 8월에 열릴 예정이다.
색다른 분위기를 자랑하는 상점이 많기로 유명한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평일 점심시간이었지만 가로수길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듣던 대로 각양각색의 개성들이 넘치는 상점들이 즐비했다. 그중 ‘한복 팝니다’라는 네온사인이 기자 눈에 들어왔다. 유리창 너머로 갓을 쓰고 곰방대를 문 흑인 모델 사진이 보였다. 외국인과 곰방대 그리고 한복과의 조화라니. 이곳의 이름은 ‘ㄹ(리을)’, 전통 한복이 아닌 ‘네오(NEO, 새롭다는 뜻) 한복’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21세기 한복을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
“저희는 대학교 선후배도,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도 아니에요. 예전에 다른 사업으로 팀이 꾸려졌는데 그때 알게 된 분이 유지연씨예요. 아쉽게도 그 사업이 흐지부지되면서 팀은 해체됐지만, 이후 ‘ㄹ’을 기획하게 되면서 다시 연락하게 됐어요.”
‘ㄹ’은 김종원(25)·유지연(27) 대표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세 때부터 사업을 시작한 5년 차 CEO, 패션을 전공한 유 대표는 ‘ㄹ’을 위해 다니던 교복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다. 다른 누구와 함께 뜻을 맞추고 공동으로 작업한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유 대표와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사업가 중에선 혼자 일하는 걸 편해하는 사람이 많아요. 저도 그렇고요. 하지만 유 대표랑 일하면서 느낀 건 ‘정말 잘 맞는다’는 거예요. 말하지 않아도 잘 통하는 그런?(웃음)”
두 대표가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는 ‘ㄹ’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한글과 한복을 세계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매장을 열기까지 순탄치 않은 일들이 많았다.
“처음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사업하지 말고 공무원 준비를 하라면서요.”
어느 날 갑자기 자식이 잘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대부분 김 대표의 부모 같은 마음일 것이다.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께 걱정은 끼쳐드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한 능력껏 준비했죠. 저희 브랜드 취지에 공감해주신 분들이 투자를 해주시는 덕분에 자본금 0원으로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들의 독특한 아이디어에 매료된 것일까. 매장을 연 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스타일리스트 사이에서는 소문이 자자하다. 그 명성에 힙입어 벌써 10곳 넘게 협찬 의뢰가 들어왔고, 얼마 전에는 가수 솔비의 뮤직비디오 촬영 의상을 협찬하는 등 꽃길을 걷고 있다.
문득 왜 브랜드 이름을 ‘ㄹ(리을)’로 정했는지 궁금해졌다. 만약 자음을 고집했다면 ‘ㄹ’이 아닌 다른 글자를 선택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기억해!’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ㄱ(기역)’을 쓸 수도 있고 사람 인(人)을 닮은 ‘ㅅ(시옷)’을 고민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브랜드 이름으로 외국인에게 한글을 알리는 동시에 ‘ㄹ’이라는 브랜드는 한복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알리고 싶었어요. 해외에 나가서 외국인과 대화하다 보면 훈민정음의 우수성을 아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하지만 아직 외국인한테 ‘ㄹ’을 보여주면 숫자 ‘2’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외국인이 저희 매장을 들르거나 브랜드가 유명해진다면 다음부터는 2가 아닌 한글 ‘ㄹ(리을)’로 봐주시겠죠.”
한복의 변신은 무죄
이제 한복은 한국인도 잘 입지 않는, 실용적이지 못한, 옛날 옷이 되었다. 최근 서울시에서 ‘일상 속에서 한복 입기’ 장려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경복궁이나 인사동 주변으로 대여를 해주는 매장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을 뿐이다. 참 씁쓸한 풍경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외국인 친구가 한복을 대여해 입어보더니 ‘예쁜데 실생활에서 입기엔 불편해. 너희도 불편해서 안 입는 거 아니야?’라고 물어보더라고요. 현대인들에게 19세기 옷을 겨우 알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저 체험에 불과한 일이 되어버린 거죠. ‘우리나라 사람들도 불편해서 안 입는데 과연 외국인이 한복이 예쁘다고 살까? 그리고 입고 다니기는 할까?’ 이런 질문을 해보고 트렌드에 맞춘 한복이 필요하다는 답을 찾았죠. 최종적으로 저희가 선택한 건 한복의 원단을 선택해 옷을 만들자는 거였어요.”
실제로 매장 안에서 본 그들의 옷은 놀랍게도 모두 한복 원단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심지어 청재킷인 줄 알고 만져봤던 옷 또한 말이다.
“만져보시면 아시겠지만, 한복 원단이에요. 자수도 직접 디자인하고 있고요!”
자신 있게 말하는 유 대표의 목소리에서 ‘ㄹ’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저희가 디자인한 정장의 경우 두루마기처럼 겉옷을 만들 때 사용하는 양단을 사용했고, 미니스커트는 옛날 속치마나 치마 안감으로 사용한 깨끼원단으로 제작했어요. 이렇게 서양 옷 패턴에 한복 원단을 사용함으로써 동양과 서양 문화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동시에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네오 한복’이 탄생되는 거죠.”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이냐고 물어봤을 때 돌아온 답변은 다소 의외였다. 왜냐하면, 그들이 만드는 한복은 한복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의식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디자인에 있어서 신경 쓰는 부분은 없어요. 저희는 옷의 패턴에 그냥 한복 원단을 사용할 뿐이거든요. 원단을 보다가 ‘아, 이 색의 원단으로는 반바지를 만들면 예쁘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반바지를 만드는 식으로요. 물론 처음 딱 보면 한복으로서는 약간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죠. 근데 그거 아세요? 김치도 처음엔 백김치였는데 고춧가루가 들어오면서 지금 우리가 먹는 빨간 김치가 됐죠. 한복의 이미지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을 알리는 국가대표 ‘ㄹ’이 되고 싶다
수입이 생기면 돈에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ㄹ’의 대표는 달랐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웃음). 저희는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 한국을 알리는 브랜드가 되자고 했거든요. 사실 지금 인기를 끌면서 수입이 생기다 보니 어떤 디자인으로 똑같이 대량생산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우리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맞춤제작 옷을 많이 만들기로 다짐했어요. 돈 때문에 브랜드의 목적을 잃고 싶지는 않아요.”
이들의 초심을 최근에 다시 한 번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ㄹ’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한 혼혈인 학생이 감사 인사 메시지를 보내왔다는 것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이 학생은 혼혈인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한 친구가 ‘ㄹ’의 옷을 보더니 “너희 나라 옷이냐?”고 물어보면서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줬다는 내용이었다.
“뿌듯했죠. 우리가 만든 브랜드로 인해 관심을 받고 또 한복을 알린 거니까요.”
김 대표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한다.
“저는 원래 검도를 했었는데 국가대표가 되지는 못했어요.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축구나 농구 같은 스포츠 종목에 출전하는 것도 국가대표이지만 제가 생각하는 국가대표의 의미는 조금 더 넓어요.”
김 대표는 20대 초반에 국가에서 지원금을 받아 해외에 많이 다녀왔다고 한다. 이런 활동도 국가대표라고 생각하는 그는 사회 공헌 프로젝트 국가대표로서 해외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ㄹ’ 브랜드의 한복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해외에서 유명인사나 높은 분들을 만나면 ‘내가 국가대표로 이 자리에 왔는데 한국을 알리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며 고민한 적이 엄청 많아요. 그래서 한국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 사연을 받아 ‘ㄹ’의 옷을 선물하고 싶어요. 그분들 한 분 한 분이 특별한 국가대표가 되길 희망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