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1년 진료비 통계지표에 따르면, 위장 질환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480만 명을 넘어선다. 한국인 10명 중 1명은 위장병에 걸렸다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위장 점막이 염증으로 파인 상태를 말하는 위궤양은 40대 이후 중장년층에게 많이 발병하고 있다. 위궤양에 대한 궁금증을 강석형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위벽은 5개 층으로 이뤄져 있다. 첫 번째 점막층은 위산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부분이 손상돼 생긴 염증을 위염이라고 한다. 위궤양은 두 번째 층인 점막하층까지 손상이 진행돼 파인 듯한 형태의 상처가 생긴 상태를 말한다. 심할 경우 세 번째 층인 근육층까지 노출된다. 즉 위염이 심해지면 위궤양이 될 수 있다.
위궤양의 원인으로는 진통제 복용, 스트레스, 흡연 등이 꼽히는데, 주요 원인은 헬리코박터균(위 점막을 공격하는 세균) 감염이다. 특히 중장년층은 헬리코박터균 감염자가 많아 위궤양 발생 위험도 높다. 서울대학교 의대는 중년층의 70%, 노년층의 90% 이상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다고 밝힌 바 있으며, 2018년 위궤양으로 진료받은 환자(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가운데 50대가 22만 5345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 60대 19만 8730명, 40대 16만 7948명 순으로 나타났다.
위궤양의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뼈 아래쪽의 타는 듯한 통증이다. 식욕 부진, 구토, 체중 감소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위염과 증상이 상당히 흡사해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질환의 구분이 가능하다. 위궤양 진단 방법으로는 위장조영술과 위내시경 검사가 있다. 그중 헬리코박터균 조직 검사가 가능한 위내시경 검사를 추천한다.
Q.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십이지장궤양은 젊은 층에서, 위궤양은 중장년층에서 발병률이 높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은 소화성 궤양으로 점막 손상을 유발하는 공격인자(위산 및 펩신)와 보호하는 방어인자(점액 및 중탄산염 분비, 점막 내 혈류, 점막세포의 재생 능력)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합니다. 십이지장궤양은 공격인자가, 위궤양은 방어인자가 주요하게 작용합니다. 젊은 층은 스트레스로 인한 위산 분비 등 공격인자 활성도가 높으며, 고령층은 노화나 약물 등으로 방어인자 능력이 감퇴되어, 연령에 따른 궤양의 호발 부위가 다른 것으로 추측됩니다. 또한 위궤양은 주로 식후 통증이 나타나며, 십이지장궤양은 공복 시 통증이 주 증상으로 식후에 호전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Q. 노년층이 되면 약물 복용률이 높아지는데, 위궤양 발병에 미치는 영향이 궁금합니다.
A. 약물, 특히 진통소염제와 아스피린은 위궤양의 발병 원인 중 하나입니다. 노년층은 심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아스피린,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한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젊은 층에 비해 약물에 의해 유발된 위궤양 발병 빈도가 높습니다. 참고로 약물 유발 위궤양은 통증이 거의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위장관 출혈이 발생했을 때 내원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위험이 따릅니다.
Q. 위궤양에 걸리면 위암에 걸릴 확률 또한 높아지나요?
A. 위궤양과 위암은 전혀 다른 병이지만, 유발인자가 겹칩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및 잘못된 식습관은 위궤양뿐 아니라 위암도 유발합니다. 위궤양 환자에게서 위암 발병률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입니다. 참고로 위궤양과 위암은 육안적인 소견으로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꼭 조직검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위궤양은 재발 위험이 높아 2개월간 약물 치료를 받은 뒤 반드시 추적 위내시경 검사를 해야 합니다.
Q. 헬리코박터균을 무조건 치료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A. 헬리코박터균은 소화성 궤양뿐 아니라 위암의 주된 유발 요인이므로 특정 금기 사항이 없다면 제균 치료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 MALT 림프종,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이 있는 경우에도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치료 약제의 부작용 위험이 높아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결정해야 합니다. 이미 위축성 위염이 진행된 고령자는 제균 치료를 하더라도 위암 발생률을 낮추지 못한다는 보고가 있어 신중해야 합니다.
Q. 위궤양 치료는 약물 복용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데, 수술적 치료는 어떠한 경우에 진행하나요?
A. 위궤양은 위산 분비 억제제로 대부분 호전되는데, 주로 양성자펌프억제제를 사용합니다. 약제의 발달로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궤양 출혈이 내시경이나 혈관조영술로 지혈되지 않거나 깊은 궤양으로 인해 천공이 발생했을 때는 수술적 치료를 진행합니다. 또한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재발 방지입니다. 위궤양의 원인을 파악해 교정해야 하는데, 만약 흡연이 원인이라면 금연을 해야 합니다.
Q. 위궤양 예방에 도움 되는 음식과 생활 습관에는 무엇이 있나요?
A. 위궤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음식은 많지만, 대부분 그 효과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우유는 위산을 중화해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으나, 우유에 포함된 단백질과 칼슘이 위산 분비를 촉진해 오히려 궤양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특정 음식을 챙겨 먹기보다는 규칙적인 식습관을 통해 고르게 영양 섭취를 하고, 금연과 적절한 운동으로 전신 상태를 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도움말 강석형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15년 가까이 사회복지사로 일해온 윤소진(62) 씨. 은퇴 후 이웃돌봄지원단 활동으로 이웃의 삶의 질과 인권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꾸준히 힘쓰다 보면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가 찾아올 거라 기대하면서.
퇴직할 무렵 윤소진 씨에게 고민이 생겼다. 사회복지사로서 다른 사람을 위해 힘써왔지만 정작 자신의 여생을 어떻게, 무엇을 하며 보낼지 깊이 생각해본 적 없었던 것이다. 막막한 마음을 안고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를 방문한 어느 날, 보람일자리 이웃돌봄지원단 공고를 발견하고 ‘이거다!’ 싶었다. 평소 돌봄 서비스에 관심이 있어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던 터였다. ‘나를 위해 다시 일해보자’고 결심했다.
경험에 기반한 열정
윤소진 씨는 이웃돌봄지원단으로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정다운우리의원 재택의료센터에서 활동한다. 이웃돌봄지원단은 돌봄 관련 사회 경험과 역량을 가진 중장년층을 위한 사회공헌 일자리다. 주거, 교육·문화, 사회적 안전망 강화 등 손길이 필요한 지역사회 이웃의 돌봄을 보조하는 활동을 한다. 주로 해당 활동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 참여하기 때문에 업무 활동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다운우리의원 재택의료센터는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찾아와 진료받기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가 방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윤 씨는 주로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전화 상담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일정을 조율하며, 회의 자료를 정리한다. 재택 치료를 위한 준비물을 챙기고, 종종 의사나 간호사와 함께 나서기도 한다. 정다운우리의원은 관악정다운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에서 개설한 센터라 사례 관리, 복지 체계 안내 등 폭넓은 사회적 서비스 지원 관련 업무도 수행한다.
“현역 시절 상담 및 행정 관련 부서에 있었어요. 이웃돌봄지원단에서도 장점을 발휘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지역사회 복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활동한 경험이 실제로 도움이 됐어요. 환자들 가정에 직접 찾아가 보면 진료 외에 해야 할 일이 적지 않아요. 생활에 필요한 물품이라든지 불편한 요소들이 꽤 있거든요. 최대한 자세히 살펴보고, 지역 센터와 연계해주기도 해요. 곰팡이 핀 벽지나 헐거워진 문고리 교체 등을 요청하죠. 특별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굉장히 보람 있어요. 제가 만난 재택의료 신청자들은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씀하십니다.”
한번은 어느 노부부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남편은 다리가 불편해 누워 있었고, 아내는 인지 장애가 있는 듯했다. 이들을 제대로 보살펴줄 보호자가 없어 어렵게 생활하는 걸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다른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우연히 담당 요양보호사를 통해 손주가 있다는 걸 들었어요. 그분께 상황을 말씀드리고 앞으로 치료를 어떤 방향으로 하면 좋을지 의논하도록 했죠. 이외에도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무척 많더라고요. 센터에서는 매주 사례 관리 진단을 하는데, 각기 다른 상황이라 어려움에 처한 환자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치료할지 함께 고민해요.”
대상과 시스템의 확대를 꿈꾸며
윤 씨는 이웃돌봄지원단으로 활동하면서 환자뿐 아니라 그 가족도 돌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환자를 돌보면서 취미나 일상을 소화하지 못해 스트레스가 쌓이고, 우울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들과 남편을 동시에 보살펴야 할 상황에 놓였다거나, 보호자 생활을 오래 한 경우 등이다. 동네 사랑방처럼 같은 처지인 사람들끼리 모여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담 없이 서로 대화하고 공감하며 환기할 시간을 갖는 셈이다.
“물론 나라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지원 정책을 통해 더 나은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앞으로 노후 생활에 걱정이 없는 통합 시스템이 생겼으면 해요. 환자뿐 아니라 그 가족, 넓게는 지역사회가 모두 돌봄의 범위 안에 있도록요. 나이가 들어가니 저보다 더 나이 많은 어르신들께 자연스레 관심이 가요. 그들의 모습이 제 미래를 보는 것 같거든요. 앞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더 많이 해볼 생각이에요. 더불어 이웃돌봄지원단과 같은 다양한 지원 사업이 더 잘 되어 자리를 잡았으면 합니다. 더 나은 사회가 되면, 저도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겠죠!”
팔순 노인이 스스로를 ‘이팔청춘’이라 말한다. 그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여기서의 나이는 행정적 나이도, 생물학적 나이도 아닌 ‘마음의 나이’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팔청춘 노인의 노후 또한 마음처럼 꽃다우리라 짐작해볼 수 있다. 현실에서 늙지 않는 삶은 모순이다. 그러나 마음이 늙지 않는 삶은 가능한 일이다. 젊음을 유지하며 사는 법, 마음의 나이로 살면 그만이다.
나이보다 젊고 건강하게 살기 위한 ‘웰에이징’(Well-aging)과 ‘안티에이징’(Anti-aging) 관련 정보는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대체로 보면 일상에서의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 등을 조언한다. 이러한 방법이 옳고 중요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어떤 생각과 마음을 품고 살아갈 것인지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안티에이징 전문가 벨른트 클라이네궁크 박사(독일 항노화의학협회 회장)는 저서 ‘행복한 노인은 늙지 않는다’를 통해 “영양 섭취와 운동은 변함없이 안티에이징에 중요한 주제다. 그러나 활력 넘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노화에 기여하는 건 바로 우리의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주관적 나이 따라 삶의 양식 달라진다
같은 맥락으로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 학과장)은 ‘마음 나이’에 대해 언급했다. 나이는 크게 ‘주민등록상(객관적) 연령’과 ‘주관적 연령’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여기서 ‘마음 나이’는 후자에 속한다. 주관적 나이는 심리적 나이 또는 정서적 나이와도 같다. 현장에서 수많은 중장년을 상담하고 교육해온 이 센터장은 “마음의 나이를 물었을 때 중장년은 대체로 실제 나이에서 20세 정도 더 젊게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들의 행동 패턴이나 소비 방식 등을 보면 마음 나이에 기준이 있다. 스스로 느끼는 심리적 나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자신을 규정하고 삶을 일궈가는 것이다. 여러 연구에서 실제 나이보다 마음 나이를 더 젊게 사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사회 활동 및 관계성, 일하는 빈도 및 수입 등에서도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즉 마음의 나이를 더 젊게 여기는 것이 삶에도 더 유익하다고 볼 수 있다. 고무적인 것은 실제 나이는 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지만, 마음의 나이는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불행한 노후? 노년기 행복은 상승세
주관적 나이를 젊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긍정적 사고가 바탕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를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나이 듦’에 대한 선입견이다. ‘노화’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장면은 무엇인가? 주름진 얼굴, 굽은 허리, 홀로 있는 노인 등 쇠약하고 무기력한 다소 부정적인 모습을 그린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묘사는 언론 및 미디어를 통해서도 노화에 대한 상징적 의미로 줄곧 쓰인다. 그러면서 우리에겐 노화가 두렵거나 회피하고 싶은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국회미래연구원 ‘한국인의 행복조사’(2021) 보고서에 따르면, 그간 선행된 서구 선진국 연구들에서 연령대별로 느끼는 주관적 행복감은 중년에 감소했다가 노년기에 증가하는 U자형을 띠는 경향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나 자녀 양육 및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시기인 40대 전후에는 행복감이 최저에 이르지만, 이를 지나면 60대를 변곡점으로 행복 그래프는 상승세를 보인다. 주목할 점은 80대 이후에는 그래프에 굴곡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가령 80대가 넘으면 유익한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을 지녔더라도 건강상의 문제들이 나타나곤 한다. 이러한 문제는 당사자 또한 익히 예상한 터라 일상의 만족감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간의 인생 경험을 통해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의 만족과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삶의 지혜를 터득한 시기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호선 센터장은 “노화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 가령 노인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든지, 노인은 사회적 활동이나 성(性)생활을 할 수 없다든지 등이다. 대체로 이러한 편견은 20세기 소위 ‘뒷방 늙은이’ 시절에 만들어진 부정적인 노인상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현재의 베이비붐 세대, 액티브 시니어들은 스스로 이전 세대 노인과는 다른 정체성을 부여하며 제2의 르네상스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기, 배움의 사치를 한껏 누릴 때
노화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 중 하나는 ‘나이가 들수록 뇌가 퇴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오해다. 이는 40년이라는 장기간 6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연구진의 ‘시애틀 종단연구’ 결과로도 설명 가능하다. 해당 연구에서는 대상자들의 어휘, 계산, 귀납적 추리 능력 등을 조사했는데, 인생에서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지능이 가장 높은 시기는 바로 중장년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50대 후반 정도에 종합 지능이 가장 높았고, 여성은 60대 중반 이후에도 꾸준히 지능이 높아진다는 내용도 있다.
이와 유사한 연구로 데이비드 베인브리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젊은 층과 비교해 중년 집단의 지능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를 이렇게 정리했다. “우리는 중년에야 비로소 신을 닮은 지혜와 이성과 기억력을 갖는다.” 앞서 언급한 벨른트 클라이네궁크 박사 또한 저서에서 “뇌의 기능 중 몇몇은 노화되지 않고 나이 들어서도 계속 발달한다. 특히 선견지명과 통찰력은 노년에 점점 강화된다”며 “인간은 평생 배우는 존재로서 성격 또한 평생 발달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흔히 배움에도 때가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중장년기’가 바로 그 시기일 수 있다. 이호선 센터장은 “중년 이후의 공부는 이전보다 훨씬 몰입도가 높고 성취도도 크게 나타난다. 나이가 들면 일상에 여유가 생기게 마련인데, 그 덕분에 할 수 있는 가장 신나는 사치가 바로 ‘학습’이다. 요즘은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중장년을 위한 학습 공간과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다. 이러한 사치를 충분히 누리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일상이 축제, 잔치가 시작됐다
노후에 늘어난 여유 시간을 학습으로 채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상실감에 빠지는 이도 있다. 이 센터장은 중년 이전을 서양화, 중년 이후를 동양화에 비유하며 이 또한 나이 듦이 주는 이점이라 설명했다. 이를테면 새로운 경험을 계속 채워나가는 젊은 시절은 색채가 풍부한 서양화에 가깝지만, 나이가 들수록 군더더기를 비우고 여백의 미가 강조되는 동양화로 화풍이 옮겨간다는 것이다. 즉 노년기의 긴 여유도 생각하기에 따라 누군가에겐 공허함으로, 또 누군가에겐 아름다움의 크기로 여겨질 수 있다. 이렇듯 일상의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즐기려는 태도는 나이 들수록 삶을 더 유익하게 만든다.
이 센터장은 “매일의 일상은 신이 준 선물이자 축제와 마찬가지다. 오늘, 바로 이 시간을 지금 만끽하지 않으면, 내일은 더 늙어 있을 것”이라며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잘 헤아려보고, 이를 기쁘게 여기며, 주변과 나눌 수 있다면 ‘웰에이징’이 아닐까. 특히 노년기엔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나눌 것인가 고민해보길 바란다. 나눔은 사회공헌이나 봉사일 수도 있고, 가르침일 수도 있지만, 때론 누군가와 건강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나눔을 실현하는 것이라 하겠다. 최영미 시인은 ‘서른, 잔치는 끝났다’ 했다. 이에 반해 중년은 잔치가 시작됐다고 말하고 싶다. 변화를 꿈꾸고 실행하면서 나이 듦이 주는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 학과장)
최근 우리 사회에 고립이 문제가 되면서 다양한 기술이 해결 방안으로 쓰이고 있다. 그중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화형 스피커나 로봇 등이 등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어떤 기술이 중년의 고립에 도움을 주는지 알아본다.
1 메타버스로 마음 챙기기(뉴클)
뉴클은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를 도입해 학습 센터나 심리 치료 공간을 만들었다. 주요 사업 중 하나인 ‘마음 스페이스’는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전문 상담사와 개인 혹은 그룹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대면으로 상담하기 부담스럽다면 가상 공간에서 더욱 편리하게 상담받을 수 있다. 뉴클은 올해 한 기업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케어 마음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마음 챙김에 힘썼다. ‘마음 스페이스’의 심리상담은 음악, 미술, 색채, 독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진다. 상담뿐만 아니라 명상 공간, 사계절이 보이는 길 등을 만들어 마음을 치유하고 내면의 평화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설했다.
2 부착하여 안전 확보(디엔엑스)
디엔엑스는 데이터 기반 AI 서비스와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을 갖췄다. 어르신의 건강한 생활 습관에 도움을 주고 위급 상황 시 대처할 방안으로 ‘터치태그·터치워치’, ‘AI 순이’를 만들었다. 어르신이 무의식적으로 자주 잡게 되는 사물에 ‘터치태그’를 부착해 사용량을 수집하고 ‘터치워치’로 걸음 속도와 폭을 측정한다. 각 기기들은 모두 ‘터치케어’ 앱과 연동되며, 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순이’가 건강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시간 앱 모니터링을 통해 보호자는 어르신의 행동반경을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는 상황인식 기반에 따라 먼저 말을 걸어주는 ‘AI순이’와 소통하며 우울감을 줄이고 위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3 인공지능 말동무(미스터마인드)
미스터마인드는 인공지능 돌봄로봇인 ‘초롱이’로 어르신과의 대화를 분석해 개인에게 맞는 콘텐츠와 필요한 기능을 제공한다. 어르신의 치매, 고독사, 우울증 등을 예방하기 위해 여러 지자체에서는 미스터마인드의 돌봄로봇을 입양했다. ‘초롱이’는 대화할 기회가 비교적 적은 어르신들에게 일상적인 대화를 건네며 감정을 교류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한다.
4 전력량으로 위험 감지(에이나인)
지역별 소외된 1인 가구를 관리하는 공공복지 서비스가 있다. 서비스는 에어나인이 개발한 돌봄플러그를 통해 이뤄진다. 1인 가구의 전력량과 조도 변화를 24시간 관리하여 고립 위험을 막는다. 지역별로 담당자를 세분화해서 1명의 담당 관리사가 평균 4~6명을 관리하는 체계가 구축된다. 대상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일반군, 위험군, 고위험군으로 설정할 수 있다. 일정 시간 동안 전력 사용에 변화가 없으면 위기 알람이 전송되고, 방문 관리사가 대상자에게 전화하거나 집을 방문한다. 위험 상황에는 119를 연계해준다.
5 든든한 인공지능 돌봄(SKT)
SK텔레콤은 행복커넥트와 손잡고 ‘행복커뮤니티 AI돌봄’을 공동 추진했다. AI돌봄 서비스를 제공하여 취약계층의 삶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인공지능 스피커로 건강을 증진하고 움직임을 감지하는 IoT센서, 심리상담 및 부정 발화어를 분석하는 ICT케어센터를 통해 안전을 강화한다. 어르신의 일상에 활력을 넣어줄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긴급 SOS 서비스로 안전도 책임진다.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에게 ‘살려줘’라고 말하면 119 호출을 할 수 있고, 각종 알림과 치매 예방, 감성 대화 등을 제공받는다.
6 똑똑한 생활 돌봄이(로보케어)
로보케어는 로봇으로 두뇌 향상 콘텐츠를 제공하고 어르신의 신체와 정서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보미2’는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분석하여 감정 케어를 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심장건강도 등을 측정해 생체 정보도 제공한다. 사용자는 움직임을 인식하는 게임도 즐길 수 있다. 또 버튼이나 음성인식을 활용해 응급 상황에 대응하는 시스템도 탑재했다.
고령사회, 시니어 유망 직업 중 하나로 요양보호사가 주목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요양보호사 실태조사(서남권 서울특별시 노동자 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재가요양보호사의 98.7%가 비정규직이며, 51.6%는 업무 외 일로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었다. 문제는 불리한 계약조건이나 열악한 처우에도 대응하지 못한 채 ‘개인적으로 참고 넘기는’(65.9%) 경우가 과반수라는 점이다.
그밖에도 ‘내가 받은 월급이 최저 임금보다 높을지’, ‘갑작스럽게 계약 해지 통보를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수급자의 사망 등으로 서비스가 중단되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등 궁금증을 해소할 창구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이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된 중장년들의 안정적인 노동여건 조성을 위해 ‘시니어 노동 법률 상담 서비스’를 마련했다.
지난 10월 11일에는 요양보호사 집단상담이 열렸다. 이날은 김영환 공인노무사(신한노무법인)의 강의와 더불어 참여자들의 질의응답이 자유롭게 오가는 자리로 꾸려졌다. 요양보호사라는 공통분모로 모인 이들은 근로계약서, 퇴직금 산정 방법, 괴롭힘 대처 방법, 노동권리 침해 구제방법 등 노동법과 관련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동시에 서로의 애로사항을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참여자 김모 씨(62세)는 “오늘 알게 된 내용을 토대로 근로계약서를 다시 잘 살펴봐야겠다. 시급이나 연차수당 등을 산정하는 내용도 유익했다. 일을 하면서도 노동법은 잘 몰랐고, 어렵게 다가왔는데, 질의 응답하는 식으로 하니 이해도 쉽고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의를 진행한 김영환 노무사는 “같은 직업군 종사자가 이렇게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경험을 공유할 기회가 흔하지 않다. 이런 자리를 통해 업계 시니어 종사자들이 당연히 누릴 수 있었던 권리를 알아가고, 누구에게 물어보지 못했던 궁금증을 해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센터는 도심권 서울특별시 노동자 종합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해당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이날 진행된 요양보호사 외에도 중장년 취업자가 많으면서 근로환경 개선이 요구되는 경비노동자, 청소원 등 3개 직종에 대한 노동법 관련 전문 상담을 받아볼 수 있다. 크게 상담과 교육을 아우르는 ‘집단상담’과 맞춤형 일대일 ‘개별상담’으로 나뉘며,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만 50세 이상 서울시민이라면 무료로 참여 가능하다.
시니어 노동상담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김슬기 팀장은 “아직까지는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특히 경비노동자, 요양보호사, 청소원 등 다수 취업 직종의 경우 취업 후 사후관리를 해보면 어려움을 많이 호소하신다. 개별적인 상담과 더불어 문제 예방 차원에서의 교육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어르신들이 노동법을 이해하기 쉽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단계부터 신경을 썼다. 도심권 서울특별시 노동자 종합지원센터와의 협력으로 전문성도 더할 수 있었다"며 "그동안 취업을 위한 활동을 주로 지원해왔는데, 취업 후 활동에 대한 지원도 해나가려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상담 프로그램의 경우 만족도가 꽤 높은 편이다. 이와 더불어 카드뉴스 등 관련 콘텐츠 제작 등에도 더욱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11월 8일과 9일에는 청소원 종사자들을 위한 집단상담과 개별상담이 이뤄질 예정이다. 10월 13일부터 11월 6일까지 전화(센터)로 신청 가능하며, 자세한 사항은 센터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참조하면 된다.
심근경색증이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이 막혀 심장 근육에 충분한 혈액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괴사하는 질환을 말한다. 국내 사망 원인 1위 질환은 암이지만, 돌연사 1위 질환은 바로 심근경색증이다. 암과는 달리 분초를 다투는 응급 질환이기 때문이다. 심근경색증에 대한 궁금증을 전기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심근경색증은 급성(Acute)과 진구성(오래된, Old)으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심근경색증은 급성 심근경색증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심근경색증은 갑자기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로 위험도가 높다.
심근경색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 통증’이다. 환자들은 ‘가슴을 쥐어짜는 것 같다’, ‘심장을 바늘로 찌르는 것 같다’ 등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다. 이러한 고통이 30분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환자의 30%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한다. 병원에 도착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도 병원 내 사망률이 5~10%에 이른다.
심근경색증 환자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7년 9만 9647명에서 2021년 12만 6342명으로 5년 새 26.78% 증가했다. 중장년층은 노화로 인해 혈관에 노폐물이 축적되어 심근경색증 발병 위험이 높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Q. 심장 질환인 심근경색증과 협심증이 함께 거론되는 경우가 많은데. 두 질환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협심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동맥경화로 인해 좁아져서 심장 근육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해 가슴 통증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심근경색증은 좁아진 관상동맥이 혈전에 의해 갑자기 막혀서 심장 근육으로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아 심장 근육이 손상되는 질환을 말합니다. 이 둘을 합쳐 관상동맥 질환이라고 부릅니다.
Q. 심근경색증 증상 중 하나로 소화불량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소화기 질환 소화불량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관상동맥 질환에 의한 통증으로 위, 담낭의 이상이나 역류성 식도염과 비슷한 증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위장관 질환에 의한 증상과 가장 큰 차이는 관상동맥 질환에 의한 증상은 운동할 때 특히 악화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관상동맥 질환에 의한 가슴 통증은 대개 2분에서 5분 사이로, 통증이 몇 초 내로 잠깐 느껴진다면 협심증 가능성이 크지는 않습니다. 단 신체 활동 시 2분에서 5분 사이로 흉통이 느껴지는 협심증 환자가 30분 이상 통증이 지속된다면, 이는 심근경색을 의심해볼 수 있는 상황이므로 즉시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Q. 심근경색증 증상이 공황장애 증상과도 매우 비슷하다고 하는데, 구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A. 공황장애뿐 아니라 관상동맥 질환과 혼동할 수 있는 질환은 많습니다. 위장관, 폐, 흉부 신경이나 골관절 이상,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 흉통을 일으킬 만한 원인은 복합적이고 다양합니다. 또한 공황장애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심장 질환이나 위장관 질환이 아닌 것을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따라서 자가 구분법보다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흉통이 발생하면 전문의와 상의를 권합니다.
Q. 심근경색증 치료법에는 무엇이 있나요? 현재 의료진은 어떤 치료법을 가장 추천하는 추세인지도 궁금합니다.
심근경색증은 인간이 느끼는 통증 중에 가장 심한 통증에 속합니다. 모르핀을 사용해도 통증 조절이 잘 되지 않습니다. 심근경색증은 이미 혈관 질환이 심한 상태로 약물 치료만 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습니다. 대부분 분초를 다투는 응급 상황이기 때문에 수술을 기다리기보다는 바로 중재 시술, 흔히 말하는 스텐트(금속 그물망) 삽입술을 하여 혈류를 회복해야 합니다. 과거에 중재 시술을 하기 전 연구 결과들을 보면 심근경색증 환자의 사망률이 60%가 넘었지만, 중재 시술이 도입된 후인 현재는 사망률이 10% 미만으로 줄었습니다. 심근경색증 시술은 생존율을 유의미하게 높이는 치료입니다. 의료진 입장에서 심근경색증 환자 치료는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심근경색증을 예방하기 좋은 음식과 생활 습관에는 무엇이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관상동맥 질환은 비만과 연관이 있습니다. 비만 환자는 동맥경화와 관련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고, 운동을 적게 할 확률도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심근경색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방, 나트륨, 당 섭취를 주의해야 하며, 견과류나 과일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육체적 활동이나 유산소 운동을 중등도 강도로 일주일 3일 이상,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해야 합니다. 과로와 스트레스도 피해야 하며, 금연도 중요합니다.
50대는 각종 삶의 위기를 마주하는 시기다. 그중에서도 남성 1인 가구는 자신의 고민을 나누지 않고 홀로 이 고독을 버티다가 사회로부터 단절된다. 고독사하는 중장년 남성이 가장 많은 이유는 뭘까.
보건복지부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수는 717만 명, 이 중 고독사 위험군은 152만 5000명이다. 1인 가구의 21.3%를 차지한다. 1인 가구 중 고독사 위험군으로 꼽힌 사람들의 연령대별 비중을 보자. 40대는 25.8%, 50대는 33.9%였다. 40~50대를 합하면 59.7%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60대(30.2%)까지 아울러 보면 89.9%로 약 90%에 이른다. 40~60대가 고독사 고위험군에 놓여 있다는 말이다.
중장년 남성이 위험하다
보건복지부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독사로 숨진 사람은 남성이 84.2%로 여성보다 5배 많았고, 이 중 50~60대인 중장년층이 58.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60대(29%)까지 고려한다면 87.6%에 이른다. 40~60대는 고독사 고위험군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가장 많이 고독사하는 나이대인 셈이다.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1인 가구 중장년층(40~60대)은 경제적인 문제(39.1%)를 가장 힘든 점으로 꼽았다. 복지부는 건강관리와 가사노동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이 실직·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하게 떨어져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황순찬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중장년 남성의 사회적 고립을 다방면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 교수는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 빈번하게 상호작용할 때 자아의 건강성이 유지되며, 고립되면 문제가 생긴다”면서 “(중장년) 남성의 경우 직장 생활을 그만두면서 사회적 관계가 사라지는데, 그렇게 사회와 단절되면서 고립되고 여러 문제가 파생되어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중장년 남성의 사회적 고립은 이들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황 교수는 “사회와 단절되었을 때 유일하게 곁에 남는 게 가족인데, 경제적 문제도 있다 보니 술로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고 가족과 갈등이 심해지면서 해체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혼자 지내게 되면서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어려워진다. 중장년 남성은 내가 갖추어져 있고 반듯하게 생활하고 있다면 누군가를 만날 수 있지만, 내세울 것 없고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는 만남을 회피한다. 대체로 자존심이 세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고 도움을 청해야 할 가장 절실한 시기가 가장 자존심이 높을 때이기도 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차단하게 된다는 특징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고립 심화하는 우울과 남성 갱년기
‘50대 남성’은 여러 가지 변화를 겪는다. 이혼, 실직, 퇴직, 부채, 가족과의 불화, 노화 체감, 노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감, 자녀의 독립, 노후에 대한 불안 등 삶의 각종 위기를 마주하는 시기다. 노화의 시작으로 건강도 나빠진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비만, 당뇨병, 고혈압 등 대부분의 만성질환 유병률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높다.
또 남성 호르몬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한다. 미국 워싱턴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남성 호르몬이 부족한 남성의 56%가 심각한 우울증이나 우울 증상을 겪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남성 호르몬이 줄어들면 남자도 갱년기를 겪는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서서히 낮아지면서 발생하는데, 스위스의 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갱년기 증상이 심할수록 우울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40대 남성의 27.4%, 50대의 31.2%가 남성 갱년기에 해당한다.
남성 갱년기의 대표적인 증상은 성욕 저하, 성기능 감퇴로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체지방 증가, 탈모, 피로감, 무기력함, 수면장애, 감정기복 심화, 두통, 두근거림, 답답함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된다. 하지만 중장년 남성은 이런 감정을 표현할 곳이 없어 과하게 술을 마시거나 흡연을 하는 등 안 좋은 습관을 키우게 된다.
남성 갱년기는 스스로 알아채기도 쉽지 않다. 여성은 폐경을 겪으며 비슷한 시기에 나타나는 반면, 남성은 개인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노화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만성질환의 증상 중 하나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또 알게 되더라도 자신이 갱년기를 겪고 있다는 상황을 잘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제때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남성 갱년기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인식도 부족하다.
최근 만성피로와 무기력함, 우울한 기분이 든다면 다음의 자가진단표를 체크해보고, 갱년기가 의심되면 가까운 비뇨기과나 건강클리닉을 찾아 혈액 검사를 통해 남성 호르몬 수치 등을 확인해보자. 갱년기 진단이 내려지면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남성 호르몬 보충 치료를 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갱년기 진단을 받거나 갱년기가 의심된다면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단백질 섭취, 적절한 성생활 등의 생활 습관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생활의 관리를 통해 남성 호르몬 수준을 유지하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며, 과도한 흡연과 음주는 금물이다.
중장년 고독사 막아라
정부는 2027년까지 고독사를 20% 줄이기 위해 고독사 예방 대책들을 내놓았다. 이 중에서 가장 위험군으로 꼽히는 중장년의 경제적 문제와 사회적 관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기적인 보건소 방문 건강관리, 생활 지원 서비스를 신설할 계획이다. 또 조기 퇴직한 중장년 위험군에는 재취업과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고독사 대책은 우리나라에서 이번에 처음 마련되는 것이기에 앞으로 조금씩 관련 정책을 다듬어갈 필요가 있다. 중장년 남성의 경우 사회와 단절되기 쉬운 환경에 놓인 데다, 스스로 사회로부터 멀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황순찬 교수는 “공공의료 지원, 밑반찬 서비스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이 있었지만, 중장년 남성은 이런 지원을 불편해한다. ‘내가 이런 처지에까지 이르게 됐구나’라고 생각해 오히려 우울감이 증가하는 모습도 보인다. 실제로 서울시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의료비 지원 정책을 펼쳤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당신들은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다’, ‘당신들에게는 이런 것이 필요하니 참여하시오’와 같은 메시지로는 그들을 움직일 수 없다. 오히려 사회와 더 단절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 남성의 특성을 고려해 더 세심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
그럼에도 ‘사회적 고립 및 고독사 예방을 위한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 “사회적 연결을 복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기억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중장년 남성의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연결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지원 외에도 안부를 확인하거나, 이들이 사회와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기회와 공간 등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고독사를 최초로 발견하는 사람이 가족뿐 아니라 주변 이웃들도 꽤 있었던 것을 참고해, 각종 지역 네트워크와 다양한 주체를 엮어두어야 한다고 봤다.
황 교수도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자연스럽게 이어줘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문제를 상담하는 형태를 취하기보다 ‘자원봉사’, ‘일자리 찾기’ 등 어떤 매개를 통해 문제 해결을 확장해나가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일을 매개로 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그는 “일자리가 없으면 설 자리가 없고, 설 자리가 없으면 살 자리가 없고, 살 자리가 없으면 삶의 끝자리에 놓이게 된다. 일자리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건강 문제가 있다면 건강에 관한 지원을 하면서 일자리를 찾아가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다. 또 전적인 재취업보다 하루 한 시간 혹은 두 시간씩 주기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우선 사회로 나오도록 하는 두 가지 형태의 재취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실제로 이 과정이 사회적 관계를 다시 형성하는 데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면서 사회와의 관계 유지를 위한 장치들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중장년 남성을 상담으로 이끌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도되고 있다. 황 교수가 설명한 것처럼 ‘상담’을 목적으로 모이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예를 들면 커피 미팅, 런치 미팅, 스포츠 미팅, 반려견 미팅, 작업장 미팅 등이다. 커피를 마시거나, 밥을 먹거나, 스포츠를 즐기거나, 반려견과 모이거나, 목공 등의 작업을 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상담으로 연계되기도 한다. 많은 연구에서 중장년 남성의 경우 1:1 상담보다 또래 무리와의 집단 면담이 더 효과적이며, 전문의보다는 멘토와 이야기 나누는 것이 더 좋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중장년 남성의 또 하나 특징은 혼자 생활하면 식사 관리가 안 된다는 점이다. 지자체에서 중장년 남성을 위한 요리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시민단체에서 공동 부엌 등을 운영하는 이유다. 하지만 황 교수는 혼자 사는 중장년 남성의 경우 집에서 요리를 하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거 문제를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여기서도 사회와 연결고리를 만들어두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이다. 이를테면 셰어하우스 등의 형태로 공유 주방을 사용하거나, 생활체육을 즐기면서 주변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방법이 있다.
중장년 본인도 사회와 벽을 쌓기보다 조금이라도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황순찬 교수는 “직장을 그만두었더라도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갈 곳을 만들어두는 게 중요하다.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상호작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사회성만은 단절되거나 끊어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자원봉사를 해보는 것도 좋다. 자원봉사를 통한 야유회나 여행 프로그램에 참가해 다른 삶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고 당부했다.
“노인들이 달라지고 있어요. 과거의 인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김현미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센터장은 노인의 정신 건강과 복지 문제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과거의 노년 세대를 지금은 액티브 시니어라고 지칭하듯, 우리 사회에서 노인은 생애주기 확대와 함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는 말 그대로 전국의 독거노인 현황을 조사하고 생활관리사를 파견해 생활을 돕는 기관이다. 2011년 처음 기관이 설립되었을 때는 독거노인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2020년부터는 노인 부부 세대까지 아우르는 중앙노인돌봄지원기관으로 발전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기관의 역할이 재평가되는 계기였죠. 전염병 공포에 밖으로 나오지 못하던 어르신들이 저희 생활지도사들만은 환영했으니까요. 단지 마스크나 생필품을 전달해서가 아니라, 바깥세상과 단절된 상태에서 저희가 유일한 사회와의 소통 창구였죠.”
마음의 병, 우울증이 대표적
특히 노인 세대의 정신 건강 관리에 한몫했다. 독거노인들은 여러 가지 마음의 병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고 김 센터장은 지적한다.
“우울증이 가장 흔하죠. 아무래도 노년 세대의 상당수는 독거노인이고, 홀로 지내다 보니 우울증에 시달리기 마련이에요. 특히 코로나는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어요. 사회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은둔형 질환자도 많아요. 이 밖에도 최근에는 감정기복이 심한 조현병이나 저장강박증이 문제가 되고 있어요.”
센터가 참여하고 있는 노인 맞춤돌봄 서비스는 일반적인 직접 서비스 외에 우울형과 은둔형 노인을 대상으로 한 특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기관에서도 이들을 가볍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우울감을 가진 분들은 일단 우울감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죠. 자존감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본인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요. 그래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립력이 생기니까요.”
이를 위해 센터에서는 매일 안부를 확인하며 우울감을 줄이고, 집단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관계 형성을 유도한다.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게 하고, 식사를 함께 만드는 등의 방식이다. 우울감이 심하면 의료기관과 연계해 진단과 처방이 이뤄지도록 한다. 우울감 해소를 위해 기업들과 협력해 첨단기기를 보급한 것도 센터의 성과다. 센터는 SKT와 업무협약을 맺고 인공지능 기반인 NUGU 비즈콜을 보급해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의 안부를 확인했다.
우울증은 이제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 인식도 과거에 비해 나아져, 노인이 자신의 병을 인정하거나 치료에 협조적인 편이라고 김 센터장은 설명한다. 문제는 은둔형 어르신이다.
찾기도, 대하기도 어려운 은둔형
“은둔형 어르신은 남성이 많아요. 황혼 이혼을 했거나 비혼인 상태에서 퇴직 후 사회와 단절된 경우죠. 사회와의 소통을 거부하기 때문에 존재 자체를 파악하기도 어려워요. 전입 절차를 밟지 않은 무연고인 경우엔 더더욱 그렇죠. 쪽방이나 여인숙에서 장기 투숙하거나 고시촌 같은 곳에 머물러 외부와의 접점을 찾기도 힘들고요. 문제는 이런 분들이 식사 같은 기본적인 생활도 어려워하고, 위생이나 건강에 문제가 있으며 자살률도 높다는 점이에요.”
이런 은둔형 노인들은 생활보호사들도 대하기 어려워한다고 설명한다. 라포(신뢰관계)가 형성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문전박대는 기본이고 협박이나 욕설은 예사이기 때문이다. 또 돌봄 인력은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에 성범죄 대상이 될 수 있어, 2인 1조로 움직여야 하는 수고까지 발생한다.
최근에는 저장강박증과 관련한 문제도 자주 발생한다. 말 그대로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물건의 가치판단이나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많은 물건을 집 안에 쌓아두는 증상이다.
“원주에서 저장강박 어르신을 직접 뵌 적이 있어요. 인지장애까지 앓고 계셨죠. 물이 끊겨 위생도 엉망이었는데, 고장 난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하고 계셨어요. 벌레 꼬인 고기를 봤을 땐 경악할 수밖에 없었죠. 저장강박증은 위생적으로 문제를 야기해 본인뿐 아니라 이웃에게도 문제가 돼요. 그분의 경우엔 지자체와 함께 수도 공사도 다시 하고, 냉장고도 고치고, 물건도 치워드렸어요. 이런 저장강박증은 물리적으로 물건을 치운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정신과 치료도 병행해야 재발하지 않아요.”
조현병이나 치매도 노인의 ‘마음의 병’에 자주 등장하는 질환이다. 문제는 이런 병의 경우 본인이 병을 인정하지 않으려 해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반발이 엄청나게 심해요. 우울증은 순순히 인정하시는데, 치매나 조현병은 흥분하면서 화를 내고 대화를 단절해버려요. 심지어 이미 진단을 받았음에도 저희에게 숨기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생활지원사들이 의심스러운 소견을 발견하면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해 전문적인 진단과 검사를 받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심하면 노인 범죄로 발전
이러한 정신 건강 악화는 단순히 노인 자신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노인 범죄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경찰청이나 보험연구원 보고서를 살펴보면, 중장년층의 범죄는 계속 증가세에 있다. 50대는 강력범죄 증가가 눈에 띄고, 65세 이상의 경우 폭력과 절도가 다수를 차지한다. 이는 여성도 예외가 아니다. 증가율은 남성을 웃돌기도 한다.
“힘없고 노쇠한 노인만 생각하면 안 돼요. 이제 체력적으로 중년 못지않은 노인들도 많아요. 성욕이 유지되면서 성범죄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 범죄 이력이 있는 분들이 노년에 접어들면서 주변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하죠.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어요. 때문에 기관에서도 생활보호사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을 하고 있어요. 이런 문제들이 쌓이면 결국 돌봄 인력 부족과 직결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한 질환이 아니어도 생활보호사들을 곤란하게 하는 노인들이 있다. 공짜를 좋아하거나 생활보호사를 가정부 정도로 여기는 경우다.
“소통을 좋아하시는 분은 생활보호사와 금방 친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딸보다 더 가깝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적지 않으니까요. 문제는 정신적으로 가까워지면 물질적인 것을 요구하는 경우예요. 금전 거래는 절대 안 된다고 교육하지만, 소액의 무언가를 사다달라고 한다든가 소액을 요구하면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요. 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집안일을 시키기도 하죠.”
때문에 센터에서는 돌봄 인력의 이런 정신적 ‘소진’을 관리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한다. 관련 교육은 물론이고, 1일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해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다. 상담이 필요할 경우 일부 비용을 지원하기도 한다.
경제적 여유 있어도 고립 사례 발생
김 센터장은 노인 맞춤돌봄 서비스 대상자가 아니지만, 사회와 단절되고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노인들도 살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일종의 복지 사각지대죠. 자녀가 부동산을 부모 명의로 돌려놓고 생활비를 지원하지 않는 등 보이지 않는 재산이나 소득 때문에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예외 대상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쌀 등을 긴급 지원하기도 합니다. 이번 하반기에는 경제적 여력은 되지만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대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사회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범사업도 준비 중입니다.”
정부는 노인들의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2021년 고독사예방법을 시행하고, 지난 5월에는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돼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전체 사망자 100명당 1.06명꼴인 고독사 발생을 20% 줄여 2027년까지 0.85명 정도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물론 그 중심에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도 있다.
마지막으로 김 센터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 문제에 이웃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노인의 마음의 병은 다각도에서 지켜봐야 합니다. 이제 노인들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생활 형태까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요. 정부의 복지 체계가 꼼꼼해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이웃이 함께 돌봐주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퇴직 후 재취업 과정은 녹록지 않다. 경력이 무색할 만큼 퇴짜 맞은 이력서가 쌓여가고,
면접 기회는 좀처럼 잡기 힘들다. 그마저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 일쑤. 열심히 살아온 인생인데 뭐가 잘못된 걸까. 그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없다면,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단계다. 이에 재취업 상황별 전문 컨설턴트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장년 구직자의 행태를 짚어보고, 그 해결점을 모색해보려 한다. ‘시니어 잡:담회(Job:談會)’ 그 마지막 순서는 ‘취업 후기 편’이다.
Episode_1“합격 문자도 받았는데 갑자기 입사 취소라니요?”
간혹 기업 측에서 합격 통보 이후 입사를 취소하는 경우가 있다. 우선 조율 가능한 상황인지 살펴보고, 이후 구직 방향 설정을 위해 정확한 이유를 파악해둬야 한다.
진행자 채용 확정 후, 출근을 앞두고 회사에서 입사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나요?
백신혜 상상우리 수석컨설턴트(이하 신혜) 네, 계약서 작성만 남은 상황에서 갑자기 엎어진 구직자가 있었어요. 알고 보니 대표는 그분을 마음에 들어 했는데, 실무자인 팀장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고 꺼린다는 거였죠. 대표 입장에서는 기존 직원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을 텐데, 실무자가 거부감이 심하니 결국 취소 통보를 했더군요. 미안하다고 말씀하셨지만, 굉장히 황당하고 속상한 일이죠.
황성철 상상우리 수석컨설턴트(이하 성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처럼 채용 프로세스를 잘 따르는 곳에서는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죠. 소규모인 경우에는 이런저런 변수가 생기기도 해요. 가령 인턴십이나 정부 보조금을 받아 중장년을 채용하려 했는데, 지원을 못 받는 상황이 되면 합격자를 추렸어도 굳이 뽑지 않더라고요.
최성희 노사발전재단 서울중장년내일센터 소장(이하 성희) 빈번하지 않은 사례지만 이따금 벌어지는 일이긴 하죠. 이유를 보면 예측하지 못할 만큼 어이없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과정에서 상처를 받고 허탈해하는 건 결국 구직자거든요. 본인 탓이 아닌데 좌절을 느끼는 분들도 있어요.
황영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영희) 한번은 대표이사 면접 후 채용 연락이 늦어져서 확인해 보니 대표이사는 채용하고 싶은데 젊은 임원들이 반대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직무능력 및 향후 기여할 부분에 대해 설득할 수 있는 PT 면접의 기회를 요청했죠. 구직자의 직무능력, 구직태도, 열정 등에 감동받아 젊은 임원들도 흔쾌히 동의 하셔서 채용된 경우가 있었어요. 나와 꼭 맞는 기업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구직서류 외에 직무수행 계획 등을 발표하며 스스로 기회를 개척해 보는 건 어떨지 추천 드립니다.
진행자 반대로 구직자가 회사에 입사 취소 통보를 하는 경우는요?
성희 사실 기업보다는 구직자 쪽에서 입사를 취소하는 비율이 좀 더 많은 편이에요. 중장년은 사회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직 생활을 조금 해보면 기업 문화나 분위기가 금방 파악되거든요.
영희 입사하고 2주 만에 나온 고객이 있어요. 이분은 회사에서 기대하는 업무 능력과 본인이 보유한 업무 역량의 간극이 크다는 게 문제였어요. 또 중장년은 컴퓨터 활용에 미숙할 수 있잖아요. 이전 직장에서는 부하 직원들이 서류 작업을 했는데, 막상 직접 하려니 잘 안 되는 거예요. 그런 어려움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기도 해요.
성철 문서 작업 스킬은 면접에서 확인이 안 되니까요. 막상 뽑고 보면 기본적인 엑셀, 워드, 한글 같은 걸 활용하지 못하는 분이 적지 않아요. 어떤 분은 채용 과정에서 딸이 만들어준 서류로 통과했다가, 결국 실력이 들통나 퇴사하셨어요. 입사할 때 자신의 능력을 속여서 들어가면 절대 안 됩니다.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고 배워나가는 게 좋고, 그게 어렵다면 역량에 따라 눈높이를 낮추셔야죠.
성희 요즘은 문서 작업뿐 아니라 기업에서 사용하는 그룹웨어라든지 디지털 툴을 어려워하기도 해요. 팀원들이 알려줄 수 있는 상황인데, 도움받길 두려워하거나 자존심 상해하시더라고요. 그런 적응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나와버리는 분들도 있어요.
영희 첫 월급이 나온 후 사전에 공지된 처우나 급여 조건과 달라 실망하고 그만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료와의 갈등이 아닌, 회사 대표나 상사와 성향이 맞지 않아 퇴사를 결정하는 분도 계시고요.
신혜 맞아요. 독특한 사례가 있는데, 입사하려던 기업에 알고 보니 이전 직장 부하 직원이 임원으로 있었던 거예요. 사실 이런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죠. 자존심도 상하고요. 결국 스스로 포기하셨는데, 이런 경우는 입사 후에도 서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거예요.
Episode_2“성과 압박이 심해요.동료들과 어울리기도 어렵고.”
이전 경력이 훌륭한 구직자일수록 새로운 기업에서 기대하는 역할이 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중장년에게 크나큰 스트레스가 된다고. 젊은 직원과의 관계 형성도 고충으로 다가온다.
진행자 구직에 성공했다면 목표는 이룬 셈인데요. 그런데도 컨설턴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요?
성희 입사 후에도 이메일 등을 통해 상담을 해드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가령 영업 직군에 가신 분들의 경우 출근하고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성과 압박이 심하다고 하시더군요. 어차피 성과가 안 나면 퇴직을 권고할 텐데, 그러느니 내 발로 나가는 게 낫지 않냐고 토로하시곤 해요. 일단은 성급히 판단하기보다는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조직에 적응하고 업무를 파악하는 시간을 보내길 권해드려요.
성철 특히 대기업 출신 중장년이 중소기업에 가면 그런 압박이 더 심하더라고요. 가령 ‘대기업에서 오셨으니까 빠른 시일 내에 성과 달성이 가능하겠죠?’ 그러고서는 얼마 뒤 ‘대기업 출신치고는 성과가 기대 이하네요’라는 식인 거예요. 사실 대기업의 후광과 인프라 없이 중소기업에서 성과를 내려면 개인 기량이 더 요구되거든요. 그런 부분을 많이 힘들어하세요.
영희 질환으로 인해 5년의 경력단절 후 영업지원 담당으로 재취업 한 여성분이 계셨어요. 함께 입사한 동료는 거래처 분들이 방문하면 자발적으로 손님 응대도 하고, 동료들 업무지원도 하는데 본인은 문서작성 등 지시한 업무만 하고 있었다고 해요. 영업지원 부서이니 동료나 거래처 내담자 대응 등에 민첩하고 유연한 대처가 요구 되는데 잘 인지하지 못해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었어요. 이런 경우 긴장되는 환경에 변화를 주는 것도 방법이어서 사진관 행정담당자로 전직하였는데 직무환경에 만족하고 잘 적응한 경우도 있었어요.
신혜 저 역시 취업 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 분들이 계신데요. 고민하시는 걸 보면 애초 채용 공고에 명시된 직무보다 더 다양한 역할을 요구하거나 업무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러면 직무에 대해 책정된 급여 조건이 맞지 않는 거죠. 그런 부분은 재협상을 요청하시라 권해드려요.
성희 큰 기업이라면 정해진 시스템 때문에 협상 폭이 좁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의사결정권자의 의지에 따라 조율될 여지가 많을 수 있거든요. 입사 후 생각과 다르게 흘러간다면 우선은 적응의 시간을 가지고 난 뒤에 점검해 보고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이때 무작정 무리한 요구를 하면 안 되고, 기업의 상황과 자원을 살펴보고 협상하는 요령이 필요해요.
진행자 업무적인 것 외에 어려워하는 부분은 뭐가 있을까요?
성철 급여나 처우는 이미 알고 들어온 부분이라 혼란이 덜한데, 팀원들과의 관계 형성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분이 많습니다. 예전에 한 스타트업의 전체 직원 60명 중에 혼자 중장년으로 입사한 분이 계셨어요. 다 20~30대였죠. 힘들어하셨는데 6개월을 버티시더라고요.
성희 성과를 내야 하거나 직무 적응을 하기 위해서는 동료들의 도움을 구해야 하는 일이 많을 텐데요. 이때 본인이 가진 노하우를 기존 동료들에게 전파함으로써 서로 도울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새로운 분이 입사하면 경계하는 시각도 있을 것이고, 초반에는 서로가 긴장하기 때문에 교류가 쉽지는 않을 거예요. 젊은 친구들이 많은 조직이라면 ‘내 편은 없구나’라는 생각에 외로워하는 중장년들도 계십니다. 그래도 입사 초기 관계 형성의 고비를 잘 넘기면 이후 조직 생활은 좀 더 원활해지는 것 같아요.
Episode_3“6개월 계약직인데 뭐 남는 게 있을까요?”
중장년 채용은 정규직보다는 기간제 계약직인 경우가 많다. 단기간이라 가볍게 여기기보다는 다음 구직 활동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끊임없이 경력 개발을 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행자 만약 계약직으로 입사했다면 언젠가는 또 구직 활동을 해야 하잖아요. 근무하면서 역량 개발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두면 좋을까요?
성희 3개월이든 1년이든 이 기업에서 뭘 배울 수 있고, 어떤 걸 얻어갈지 생각하면서 지내셨으면 해요. 평생직장을 원한다면 앞으로도 이직·전직은 계속되니까요. 일단은 기록을 많이 해두시면 좋아요. 업무 일지를 쓰듯 어떤 일을 했고 무얼 경험했는지 상세히 적어두는 거죠. 그런 것들이 나중에는 큰 자산이 되거든요. 이력서도 1년에 한 번은 재정비하시고, 한 달에 한 번씩 조금이라도 내용을 업데이트하시길 바랍니다.
영희 계약직의 경력도 경력관리가 필요합니다. 계약 기간 동안의 업무성과 및 실적을 잘하고 경력중심의 이력서를 미리 작성해 보는 것도 추천 드려요. 해당 분야의 자격증이 없다면 직업훈련이나 자격증 취득 준비를 하여 경력 개발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내에서 좋은 평판과 네트워크 관리는 새로운 기회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경력개발 및 관리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부터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성철 퇴직 후엔 대부분 ‘안정적이고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을 원하세요. 근데 사실 중장년에게 그런 직장은 거의 없거든요. 현실적으로 채용 시장을 바라보고 관심 기업을 정해 꾸준히 역량을 개발하시라 말씀드려요.
영희 한 직장을 오래 다니길 원하신다면, 현재 다니는 기업에서 역량 발휘를 잘해서 정규직 전환이나 계약 연장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때때로 그런 제안을 받는 분들도 있어요.
진행자 소위 ‘환승이직’이라고 하죠. 공백기 없이 곧바로 이직하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언제쯤 이직 시기를 엿봐야 하나요?
성희 중장년에게 환승이직은 쉽지 않아요. 실상 계약 기간을 다 채우고 나와도 1년 넘게 기다려야 원하는 채용 공고가 뜨기도 하니까요. 만약 관심 기업에서 사람을 뽑는다면 당연히 도전해야죠. 특히 재직 중 그런 기회가 생겨 고민이라면,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일 거예요.
성철 직장을 다니든 안 다니든 꾸준히 트렌드를 살피고 교육을 받으며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해요. 그래야 어렵게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잡을 수 있어요.
영희 저는 다니는 회사가 괜찮고 커리어 관리가 된다면 가급적 재직 상태를 유지하길 권해드려요. 계약직이 아닌데도 3개월, 6개월, 너무 단기로 직장을 옮겨 다니면 이력서상으로 볼 때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오해하기도 하니까요. 일단은 좋은 회사에 신중하게 입사하는 게 우선이고, 웬만큼 업무를 유지하면서 경력 개발을 하시면 좋아요.
진행자 이런 고민도 구직에 성공한 경우에나 가능하겠네요. 혹시 계속해서 입사에 실패하시는 분은 무엇이 문제일까요?
성철 만약 원하는 일자리에 계속 지원했는데 1년 이상 합격되지 않았다면, 구직 방법이 잘못된 거예요. 가령 직무와 무관하게 문어발식으로 이력서를 넣는 경우죠. 기존에 사양 산업 직군에 종사하셨던 분들이 이전 경력을 계속 고수하시는 것도 문제예요. 해당 직무는 계속 사라지니 취업문이 좁을 수밖에요. 또 원하는 직장의 우대 조건이 있음에도 역량 개발을 안 하고 포기한다면 결국 다른 지원자에게 밀리겠죠.
신혜 자신의 역량에 대해 나는 A기업도 맞고 B기업도 맞다고 여긴다면, 그건 스스로를 기성품화하는 거라고 봐요. 요즘은 기업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있어서 그에 걸맞은 조건으로 경력 관리나 역량 개발을 하셔야 채용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계속해서 구직에 실패하신다면 그런 부분을 놓친 건 아닌지 점검해보셨으면 해요.
영희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한 분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자기 직무 강점이나 주특기를 뚜렷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다른 이와의 비교보다 자신이 보유한 능력과 경력, 자원을 잘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강점 파악 없이 마구잡이로 이력서만 내면 계속 헛돌 수밖에 없어요. 자신을 객관화하기 어렵고 구직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컨설턴트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니, 꼭 도움을 청하셨으면 좋겠어요.
신혜 결국 재취업 과정에서 중요한 건 적응력과 유연성이라고 봐요. 자신감과 도전의식을 갖고 새롭게 펼쳐지는 환경에 유연하게 접근한다면, 훨씬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성희 자기 인식 과정도 필요할 것 같아요. 지금 내가 재취업에 도전 가능한 상황인지 먼저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거죠.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조급하게 시도하면 결과도 좋지 않거든요. 그리고 현재 취업 시장에서 무얼 원하는지도 잘 살펴보세요. 나만 준비됐다고 채용되는 건 아니잖아요. 계속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역량을 개발해나가시길 권해드립니다.
정신질환 초기에는 환자가 스스로 상태를 파악하고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가족·친구·지인 등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징후를 발견하고 치료를 독려할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이 잘못된 생각으로 치료를 말리거나, 민간요법을 통해 해결하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신질환을 겪는 당사자의 회복을 넘어, 가족 구성원이 서로 건강한 관계를 이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해우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정신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정신질환 당사자와 그 가족을 지원하고, 시민들이 정신 건강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도움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더불어 서울시 정신 건강 브랜드 ‘블루터치’를 통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에게 정신질환 당사자와 그 가족의 마음 건강을 위한 방법에 대해 물었다.
Q. 내가 주변인이라면, 정신질환 당사자에게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요?
A. 친구·가족·친척·지인 등 주변인을 통해 당사자의 사회 연결망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당사자의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는 게 핵심이거든요. 대화를 통해 고민을 나누고 일상을 교류하면서 마음을 돌보는 거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지지해줄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힘이 되기도 하고요. 다만 정신질환에 대한 개인적인 편견이나 인식을 당사자에게 전달하는 행동은 조심해야 합니다. 들어주는 행위 자체가 당사자에게는 가장 큰 도움이 될 수 있는데, 더 나아가 “그 증상은 네가 예민해서 그러는 거야”, “피곤해서 그럴 수도 있어” 등 비당사자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건 ‘건강한 주변인’의 역할이 아닙니다.
Q. 갑자기 가족 중 한 사람이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한다면요?
A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직장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거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등 정신 건강에 어려움이 있는 가족이 있다면 전문의의 진단을 받도록 도와야겠죠. 자녀나 부모님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 마음의 문제가 의심되지만, 막상 병원에 찾아가야겠다는 결심이 서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둑이 무너져서 강물이 넘치는 것을 정신증이라고 생각해볼게요. 넘칠까 말까 아슬아슬한 상태일 때 빨리 물길을 돌려 압력을 줄이고, 둑을 더 높이 쌓거나 지지대를 설치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어요.
Q. 만약 상담이나 치료를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우선 당사자가 치료를 거부하는 데에는 저마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자신이 정신질환자라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상태거나, 혹은 병원에 가지 않고 증상을 해결해보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치료받고 싶은데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일 수도 있겠죠. 혹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겁이 날 수도 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고 거기에 맞춰서 유도해야 합니다. 걱정하는 부분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거나, 비슷한 사례를 들어 설득하는 방법을 써보는 거죠. 차근차근 접근하면서 당사자에게 신뢰를 줘야 해요. “너는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고, 내가 이야기하는 게 맞아”라고 강요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순순히 인정하고 따르는 건 아니거든요. 치료를 위한 태도와 방법에서 갈등이 생기는 건 좋지 않습니다.
Q. 가족의 오해나 편견 탓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A. 지금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지만, 어르신들은 정신질환을 타인과 공유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익숙해서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 있습니다. 정신 건강이라는 주제를 편안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한 게 얼마 전이잖아요. 부모나 자녀에게 탕약을 먹이거나, 종교적 의식을 치르는 사례도 있어요. 결국 가족이 나의 인권을 무시한다고 여기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도 하고요. 그러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중증이나 만성질환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죠. 물론 당뇨나 치매, 암과 같은 신체 질환처럼 정신 건강과 관련한 문제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고, 정신적 증상은 가족의 문제가 아니에요. 하지만 증상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중요합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고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각 자치구의 정신건강복지센터 혹은 의료기관에 문의하거나, 그곳에서 제공하는 정신 건강 서비스를 이용할 것을 권합니다. 사실 전문가들이 당사자 가족의 적절한 대응과 태도에 대해 홍보하고 전달하는 게 맞죠.
Q. 실제로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A.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꾸준히 변화하고 있고요. TV를 봐도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ADHD가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방송인들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많은 사람이 여전히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을 이분화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신질환도 당뇨나 고혈압처럼 건강 문제 중 하나이고, 개인이 잘못해서 발병하는 것이 아닙니다.
Q.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 사회적으로 위축되거나 생활에 지장을 받는 사례도 종종 보이는데요.
A. 임상 현장이나 센터에서 상담할 때 주로 듣는 이야기인데요. 가족들은 보통 자녀 혹은 부모가 정신질환으로 치료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기 꺼려해요. ‘엄마가 어떻게 키웠길래 애가 그러냐’는 말을 들을까 무섭고, 내가 잘못해서 딸이 이렇게 됐다며 자책하기도 하고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가장 좋지만, 힘들더라도 가족이 갖고 있는 어려움을 주변에 나눴으면 합니다. 상실감이나 불안감, 우울감을 품고 지내기보다 가족지원활동가나 관련 기관에서 같은 고민을 하는 가족들과 공유하는 거죠. 더불어 보호자로서의 역할만큼이나 비당사자인 본인의 행복도 중요해요. 걱정되고 옆에 붙어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겠지만, 짧게라도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취미 생활을 한다거나 생각을 전환할 시간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Q.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초고령화 시대 진입을 앞둔 데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라,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는 점점 사라질 겁니다. 대신 친구나 지인, 정신 건강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종사자들이 당사자의 주변 사람이 되겠죠. 나라에서는 접근성이 좋은, 통합 지원책을 선보여야겠고요. 기업은 정신 건강에 어려움이 있는 당사자나 그 가족이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면 배려할 만한 사규를 정해도 괜찮겠습니다. 언론에서도 정신질환과 범죄의 인과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성급히 보도하거나, 정신질환에 대한 공포·불안·혐오와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하지 않아야 해요. 지역사회와 기업, 의료기관, 정부가 잘 연결돼 정신 건강에 대한 기반이 마련되고 사회적 분위기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당사자와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
◎당사자 가족지원가 양성 교육
당사자 가족지원가는 정신질환을 가진 당사자를 둔 가족이 다른 가족을 지지하고 심리적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한다. 정신 건강 증진 및 관련 시설을 이용하는 당사자의 가족 중 서류 심사와 면접을 통해 10명을 선발하고, 가족지원가로 양성한다. 교육 내용은 가족 활동의 이해, 정신질환과 가족의 상황, 가족 상담의 이해와 실제, 회복과 가족의 역할, 지역사회 활동 이해, 가족지원 활동기관 현장 방문, 가족지원 서비스 제공 과정 및 활동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 습득으로 이어진다. (23년 교육 진행 완료)
◎당사자 가족대표단(리더) 모임 및 역량 강화
가족은 당사자를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생계를 꾸리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당사자 가족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서적으로 환기할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격월 1회 가족대표 모임을 진행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보호자로서 힘든 역할과 고충을 서로 토로하고 위안받는 시간이다. 더불어 가족들이 희망하는 주제로 연 2회 교육을 실시해 역량 강화를 돕는다. 자세한 사항은 각 자치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문의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