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세 김 씨는 기말고사 성적이 잘 나왔다는 손녀의 소식을 듣곤 기쁜 마음에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메모해둔 계좌 번호로 30만 원을 송금했다. 용돈을 보냈다며 손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스마트폰 조작이 서툰 탓에 다른 계좌번호로 돈을 보냈던 것이다.
김 씨처럼 손주 용돈, 대리비, 택배 반품비 등을 실수로 잘못 보내는 경우 ‘착오송금 반환지원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착오송금 반환지원 제도’는 송금인이 계좌번호 등을 실수로 잘못 입력해 송금한 돈을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찾아주는 제도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실제로 작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접수된 착오송금 반환지원 신청은 총 9836건이다.
돈을 잘못 이체해 돌려받고 싶다면, 먼저 예금보험공사가 아닌 해당 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 이후 송금 은행은 수취 은행에, 수취 은행은 수취인에게 연락해 반환을 요청한다. 연락받은 수취인의 동의를 구한 뒤 은행을 통해 돈이 송금인에게 반환되는 방식이다.
수취인에게 연락이 닿지 않거나 은행의 착오 송금 반환 요청에도 수취인이 해당 금액을 반환하지 않을 때 예금보험공사에 반환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은 예금보험공사 홈페이지를 이용하거나 서울시 중구의 예금보험공사 본사 1층 상담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다만 법 시행일 이후(2021년 7월 6일 이후) 5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로 발생한 건에 대해서만 반환 가능하다. 신청 건 가운데 수취인이 사망하거나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경우, 휴·폐업 중인 법인계좌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착오송금 반환은 예금보험공사가 착오송금인에게 반환 지원 신청을 받으면 관계 기관으로부터 수취인의 정보(주민등록번호, 연락처)를 확인한 후 자진 반환 및 지급 명령 절차를 진행하게 되므로, 신청 접수일로부터 약 2개월 내외에 반환된다.
잘못 보냈던 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금보험공사는 자진 반환 안내 또는 법원의 지급 명령을 통해 잘못 송금한 금전을 회수하는 경우, 3영업일 이내에 실제 회수된 금액에서 회수 관련 비용(우편 안내 비용, 지급명령 관련 인지대 송달료 등 비용)을 차감한 잔액을 송금인에게 돌려준다.
한편, 착오 송금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예금보험공사는 착오 송금을 예방할 수 있을 방법으로 △모바일뱅킹에서 ‘이체’를 누르기 전 예금주 이름을 반드시 확인할 것 △앱에 저장된 즐겨찾기 계좌나 최근 이체, 자동이체 내역을 주기적으로 정리할 것 △음주 후 송금에 특히 주의할 것 등을 강조했다.
50대 시니어 A씨는 대학생인 아들에게 은행 앱으로 생활비 100만 원을 부쳤다. 그런데 아들은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전화가 왔다. 확인해보니 과거 가족여행 때 숙박비를 보냈던 B씨 계좌로 잘못 송금했다. 은행에 신고했으나 B씨는 반환을 거부했다. A씨는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했고, 6개월이 지나서야 간신히 돈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소송비용만 60만 원 정도 지출해 돌려받은 돈은 40만 원 남짓이었다.
7월 6일부터는 A씨처럼 디지털 금융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들이 은행을 통해 돈을 잘못 보내더라도 예금보험공사(예보) 도움을 받아 쉽게 찾을 수 있다. 착오송금 후 1년 이내에 예보에 반환 신청하면 5만 원에서 1000만 원 사이의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5만 원 미만 금액은 회수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송금액보다 많을 수 있고, 1000만 원 초과 착오송금은 비용을 따져보면 송금인이 직접 소송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어 지원대상에서 제외했다.
은행 계좌로 송금했을 때 외에 토스·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같은 간편송금수단을 통해 송금했을 때도 신청할 수 있다. 착오송금이 발생하면 먼저 금융회사를 통해 자진반환을 요청하고, 미반환됐을 때 신청할 수 있다.
예금보험공사 웹사이트 또는 직접 방문해서 신청한다. 모바일로 신청할 수 있는 앱은 내년에 나올 예정이다.
반환신청인이 잘못 송금한 돈을 예보가 회수하면 실제 회수한 금액에서 우편 안내비용, 지급명령 관련 인지대·송달료 비용, 인건비 같은 비용을 차감하고 잔액을 반환한다. 강제집행 같은 회수절차가 필요한 건이 아니라면 신청접수일로부터 두 달 이내에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예보에 따르면 비대면 금융거래가 늘어나면서 착오송금 발생 건수가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 착오송금이 20만 건 발생했으나 절반 이상인 10만1000건이 미반환됐다.
지금까지는 착오송금이 발생하면 돈을 받은 사람에게 금융회사를 통해 돌려줄 것을 요청할 수 있었다. 수취인이 반환하지 않으면 송금인은 소송을 통해서만 착오로 보낸 돈을 회수할 수 있었다. A씨처럼 소송비용만 100만 원 기준 60만 원 이상 들어 부담이 컸다. 소송 기간도 6개월 이상 걸렸다. 이에 예보는 지난 9일 ‘착오송금 반환 지원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했다.
예보가 착오송금 반환을 지원하면 잘못 입금된 돈을 받은 사람의 연락처를 확보해서 자진반환 안내 또는 지급명령 절차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소송 없이 대부분 잘못 보낸 돈이 빠르게 회수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예보는 착오송금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제도는 사후적 보완 대책이고, 제도를 이용하면 비용이 발생한다. 또 토스 연락처로 송금하거나 카카오페이 회원간 송금했을 때처럼 수취인이 간편송금 계정을 이용했을 때라면 예보가 수취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같은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이럴 때는 회수가 어려우므로 착오송금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