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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4·3 아픔 담은 미스터리 단편소설 ‘해녀의 아들’ 황금펜상 수상
-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2023년 제39회 한국추리문학상 시상식에서 박소해 작가의 ‘해녀의 아들’이 제17회 황금펜상을 수상했다. 한국추리문학상은 최우수 미스터리 장편에 수여하는 대상, 등단 5년 미만의 신인에게 수여하는 신예상, 2007년 제정된 단편 대상의 황금펜상으로 이뤄져 있다. 대상은 수상작이 없으며, 신예상은 한새마 작가의 ‘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 홍선주 작가의 ‘심심포차 심심 사건’이 받았다. 황금펜상으로는 박소해 작가의 ‘해녀의 아들’이 선정됐다. ‘해녀의 아들’은 제주 4·3사건의 아픔을 응시한 단편 미스터리 소설이다. 노쇠한 해녀의 죽음을 통해 4·3사건이 여전히 제주 사람들에게 깊은 상흔을 남기고 있음을 사회파 미스터리 시각으로 보여줬다. 박소해 작가는 외지인으로서 이 소설을 쓴 이유에 대해 “시간이 없다. 더 미루면 생존자와 유족분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만다. 목격자들이, 증언자들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 추리 소설가로서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억울한 원혼들이 어떻게 허망하게 죽어갔는지 죽음의 비밀을 밝히는 미스터리를 쓰고 싶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황금펜상 선정 이유에 대해 “역사에서 잊혀가는 희생자들의 이름과 존재를 복원하려는 과정 자체가 사회적 장르로서 미스터리의 기능과 존재 의미에 값한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면서 “소재나 배경에 휩쓸리지 않고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의미를 확장하는 소설적 형상화를 통해 다른 후보작들과 선명한 차별성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박소해 작가는 2021년 ‘계간미스터리’ 가을호에 ‘꽃산담’으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겨울이 없는 나라’, ‘네메시스’, ‘만월’ 등을 발표했으며, 시각화에 강한 이야기꾼이라는 평을 받는다. 한국의 셜리 잭슨을 꿈꾸며,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번 황금펜상 후보작과 수상작은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 작품집 2023’으로 출간되며, 주요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 2023-12-2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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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게 책 읽는다 것
- 거실 구석에서 뭔가 발견했다. 꼬물꼬물 움직이는 게 개미군단이다. 필자는 조금 안심한다. 집안 어딘가에서 바퀴벌레를 보았을 때 소름 끼치는 느낌은 아니다. 한편 집안에 두 개체가 공존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어 마음이 놓인다. 개미가 보이니 아마도 우리 집엔 바퀴벌레는 발을 들이지 못할 것이라는 묘한 안도감이 생기면서 바퀴벌레만 아니라면 개미 정도는 같이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개미도 싫다면서 약을 뿌리거나 소독을 철저히 하는 집도 있지만 언젠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읽은 후부터 필자는 개미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무슨 추리소설처럼 이해하기가 어려워 머리를 써야 했는데 읽을수록 그 신비하고 박식한 내용과 인간과 개미가 의사소통이 되고 교류를 한다는 내용에 큰 매력으로 깊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 책을 읽은 후부터 집안에 개미가 기어 나와도 죽이지 않았고 밖에서도 발에 밟히지 않게 하려고 신경 썼다. ‘베르나르‘의 책을 읽고 개미 역시 인간처럼 규칙을 지키고 생각을 하며 자기의 종족보존을 위해 열심히 사는 개체라고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이지만 개미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와 행동이 너무나 구체적이어서 흥미진진했다. 나는 책 읽기를 좋아했었다. 좋아했었다고 과거형으로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요즘은 책을 잘 안 읽기 때문이다. 읽고 싶은 책도 많이 있고 책을 좋아는 하지만 눈이 워낙 근시인 데다 노안까지 왔는지 책 페이지가 어른거려서 도대체 책을 잘 읽을 수가 없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컴퓨터로 검색을 하고 만다. 책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나 조정래 선생님의 ‘태백산맥’ 같은 책을 읽을 때 한 페이지 한 페이지씩 지나면서 끝장이 가까워져 오면 책이 끝나는 것이 아쉬워서 읽는 것을 아끼게 될 정도였으며 그만 이야기가 끝나버릴까 안타까워서 마지막 장 읽는 것을 늦춘 적도 많았었다. 그랬는데 많이 갖고 있던 책들도 어디로 갔는지 이곳저곳에 흩어져있어 어쩌다 한구석 뒤졌을 때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 튀어나오면 참으로 반갑다. 한국 단편집도 정말 재미있게 읽어서 근대문학이라면 거의 다 읽었다고 자부하기도 하지만 내용이 머리에서 뱅뱅 돌고 작가나 책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을 땐 정말 속상하고 눈물까지 난다. 어렸을 때는 별로 재미없고 무겁지만, 꼭 읽어야 한다고 해서 러시아 소설도 많이 읽었다. 한두 페이지 읽고 나면 잘 이해가 안 되어서 다시 앞장으로 돌아가 읽어야 할 정도로 어려웠는데 그래도 어쨌든 많이 읽었고 후에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일본 작가의 소설도 좋아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설국‘은 몽환적이고 깨끗한 감상을 느끼게 해 주었지만 같은 작가가 쓴 이상한 소설도 기억난다. ’잠자는 미녀‘ 라는 제목의 이 소설은 일본의 풍습이었는지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아르바이트로 수면제를 먹고 잠들면 그 자는 모습을 남자들이 옆에서 감상한다는데 그 아가씨는 거리에서 그 남자들을 봐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이상한 내용의 소설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으니 썼을 것이란 생각에 좀 섬뜩하기까지 했었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미우라 아야코 여사의 ‘빙점’은 지금도 그 책이 어디 있을 텐데 하면서 찾는 중이다. 당시에 ‘빙점’을 원작으로 우리나라에서 영화도 만들어지는 등 큰 인기를 끌었던 소설이고 아마 지금 읽어도 세련되고 멋진 작품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몹시 얽히고설킨 줄거리로 인간의 원죄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으며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재미있게 그려졌다. 아름답지만 이기적인 엄마 나쓰에와 입양되어서 예쁘게 자라다가 어떤 오해 때문에 양어머니에게 몹시 시련을 겪는 요오꼬의 삶이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심리묘사가 뛰어난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빙점’으로 여러 편의 영화가 만들어졌지만 아름답고 차가운 엄마 역으로 김지미 씨, 예쁘고 씩씩하게 크는 입양 된 딸 역으로 남정임이 열연했던 작품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여러 장르의 책 중에서 오늘 거실의 개미를 보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떠올린 일이 재미있어 웃음이 난다.
- 2017-03-03 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