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인생의 어느 한 시절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새뮤얼 울먼) 나이로 따지는 청춘은 한시적이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청춘은 영원할 수 있다. 소나무처럼 언제나 푸르름을 간직한 중장년의 인생 3막을 돕는 사회적 기업 ‘에버영코리아’가 탄생한 지 어언 10년. 그 사이 60대를 맞았지만, 여전히 푸릇한 10대의 마음으로 기업을 이끌고 있는 정은성 대표를 만났다.
2013년 송파 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한 ‘송파 인터넷 콘텐츠 사업단’이 토대가 된 에버영코리아. 당시 고령화 현상을 주시해온 정은성 대표는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인식되던 노년층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발견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늘어나는 고령인구를 더 생산적이면서도 가치 있는 존재로 이끌어내겠다는 포부로 에버영코리아를 설립한 것. 특히 기존 노인층 대상의 공공 일자리에서 벗어나 IT를 주요 업무로 내세우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10년 전만 해도 노인들이 IT 업무를 한다는 건 획기적이었어요. 주된 업무는 ‘네이버 지도’ 거리뷰(촬영한 거리의 실제 모습을 360도 회전하는 사진으로 보여주는 서비스)에 나오는 인물이나 자동차 번호판 등을 블러링(개인정보 등을 가리기 위해 사진을 흐릿하게 보정하는 작업)하는 거였죠. 기술적으로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당시 시니어 직원 30명 중 스마트폰 보유자가 딱 한 분이었거든요. 그만큼 당사자에게나, 사회적으로나 생소한 일이었죠. 그러나 저는 확신이 있었고 자신이 있었어요. 다행히 예상대로 사업이 순조롭게 잘 진행됐고, 저희를 롤모델로 한 다양한 단체와 사회적 기업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긍심을 느껴요.”
AI 시대, 평생 현역으로 생존하기
시니어만 고용해서 일이 되겠느냐, 얼마나 가겠느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10년 차 기업에 접어든 걸 보면 기우였을 테다. 그만큼 기업의 10년은 여러 가지를 증명해내는 의미 있는 숫자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하는 정 대표다.
“10년 업력을 사람 나이에 비유하면 30~40대 정도로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아직도 10대 같다는 마음이 들어요. 사춘기처럼 아직 불안한 부분도 있고, 때론 무모하기도 하고 그래요. 또 변화 속도가 빠른 IT 분야를 하다 보니 안정됐다가도 또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를 겪곤 하죠. 최근에는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많은 직업군이 위기를 맞았잖아요. 저희도 기존에 하던 블러링 작업을 AI가 대체하면서 관련 업무가 꽤 줄었습니다.”
정 대표는 ‘무모함’이라 표현했지만, 그 말에는 10년 전 에버영코리아를 선보였을 때와 같은 열정과 의욕이 내포된 듯했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진행하던 사업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지만, 역으로 그는 다시 성장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현재 신사업들은 대체로 AI 기술을 기반으로 준비 중입니다. 어쩌면 시니어들이 AI와 관련된 일을 선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나간다면 오히려 청년층보다 경쟁력과 잠재력이 크다고 보는 거죠. 이런 시도를 하는 기업이 거의 없을 텐데, 저희에겐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가 있으니 그만큼 성공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해요.”
에버영코리아의 모토 중 하나는 ‘배우는 것을 그만두면 노인이 되고, 계속 배우면 젊다’는 공자의 말씀이다. 그는 시니어 직원들이 변화에 적응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길 바란다. 기본적으로 신기술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매주 관련 정보들을 모은 웹진 형태의 ‘비타민E’도 공유한다. 이렇게 익힌 기술과 내용을 점검하는 차원의 시험도 수시로 치르며 정성평가에 반영한다. 회사의 방침에 불만을 표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그는 현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영역이라 강조한다.
“각자 일도 바쁘고 자주 내용을 전달하다 보니 버거울 수 있겠죠. 한편으론 부담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런 시도를 하기도 해요. AI 같은 기술은 이제 좋든 싫든 가져가야 하는 큰 흐름이니까요. 에버영코리아 직원들은 오래 일하기를 희망하세요. 실제로 초창기 직원의 52%가 아직도 계시니까요. 그런데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함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귀찮고 힘들겠지만 이 정도 부담이라도 있어야 트렌드를 읽고 익히려 노력하시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쓰는 방법이에요. 물론 스스로 변화하려는 분도 많아요. 결국 그런 태도가 뭔가를 바꿀 수 있고, 평생 현역으로 생존하는 길이라고 봐요.”
짐이 되면 노인, 힘이 되면 신중년
정 대표는 10년간 에버영코리아를 이끌며 ‘평생 현역으로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물론 함께하는 직원들 또한 같은 목표와 꿈을 갖길 바란다.
“나이가 들수록 두 가지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외로움은 커지고 자존감은 낮아진다는 건데요. 이걸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게 바로 ‘일자리’라고 생각해요. 저희 직원들에게 ‘일하면서 뭐가 좋은가’ 여쭤봤는데, 한 분이 ‘가족이 생긴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 옆에서 ‘가족보다 낫지!’라고 하시더군요.(웃음) 또 어떤 여직원분은 월급을 모아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너무나 뿌듯하셨대요. 그동안은 남편이 벌어온 돈으로만 생활했는데, 처음 자신이 번 돈으로 무언가를 해봤다는 거죠. 한편으론 늙으면 배우자보다 자식에게 기대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런 점에서 경제적으로 자립했다는 자부심도 크게 느끼시더라고요. 노후에 일자리는 단순히 돈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셈이죠. 그런 내면적인 자원이 채워지니까요.”
그는 직원들에게 CEO 칼럼을 통해 ‘짐이 되면 노인, 힘이 되면 신중년’이라는 메시지를 공유한 적이 있다. 사가(社歌)에 ‘몸은 시니어 마음은 청춘’이라는 가사가 있을 만큼 평소 마음의 힘을 믿으며, 누구나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독려하는 정 대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때때로 체력이 마음처럼 따라오지 않기도 한다. 때문에 내면의 건강뿐만 아니라 외적인 건강도 뒷받침돼야 평생 현역, 자립하는 노년을 살 수 있다. 그는 작은 습관들을 통해 직원들의 건강도 살피고 있다.
“매년 직원들에게 수첩을 만들어주는데요. 앞부분에는 분기별 컨디션을 진단하는 ‘백세건강체크’와 하루하루 건강한 습관을 들일 수 있는 ‘몸 마음 관리표’가 있어요. 여기에는 식습관, 운동 습관, 마음 습관 3가지 항목이 있는데, 이걸 매일 기록해보는 거죠. 단순히 O, X 정도로 체크만 하면 돼요. 강압적인 건 아니지만, 해마다 관리를 잘하신 직원들에겐 포상도 하고 있습니다. 나이 들수록 근력이 참 중요한데, 운동을 하려면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잖아요. 막상 계획했다가 잘 지키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 일상에서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이면 좋아요. 아무리 소소한 거라도 그걸 해냈을 때 성취감도 따라오고요.”
정 대표가 말하는 소소한 습관은 가령 이런 것들이다. 근력 유지를 위해 면도하는 동안 무릎 살짝 굽히기, 15분 거리의 식당에서 점심 먹기(오고 가며 30분은 걸을 수 있다고), 출근해 회사 문을 열며 마음속으로 1초간 ‘행복’이라 외치기. 어렵고 힘든 일은 못 하는 이유를 찾기 일쑤지만, 이러한 작은 습관은 핑곗거리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지키기도 수월하단다.
“저는 17년 전부터 이런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어요. 몸 건강, 마음 건강을 위해서인데, 이는 곧 평생 현역이 되기 위함이죠. 그런데 막상 오랜 세월 중장년과 일을 하다 보니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건강하니까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하니까 건강해진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보면 결국 노후는 일자리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닫습니다.”
가장 좋은 기업을 위한 최선의 방법
정 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중장년 직원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특징은 에버영코리아만의 복지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여타 회사라면 ‘자녀 출산 축하금’이 책정되지만, 이곳에서는 ‘손주 출산 축하금’이 나온다. 부모가 아닌 ‘본인 환갑, 고희 축하금’이 있고, ‘형제상(喪) 조의금’이 있다. 황혼육아의 짐을 지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 육아휴직은 없지만, 해외여행을 충분히 즐기고 올 수 있도록 장기휴가는 제공한다. 정년은 따로 없지만, 직원들에게 동기부여와 목표의식을 주기 위해 형식적으로나마 ‘100세 정년’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저곳에 입사해볼까’라고 관심을 보이는 중장년도 있을 터. 그러나 일반적인 중장년 채용과 비교해 에버영코리아의 입사 과정은 꽤 까다로운 편이다. 이 역시 정 대표만의 뜻이 담겨 있었다.
“보통 경력이 많은 중장년을 채용할 때는 서류를 점검하는 차원의 가벼운 면접을 보곤 하죠. 저희 채용 프로세스는 서류, 필기, 실기, 면접으로 크게 4단계를 거쳐야 해요. 뭘 이렇게까지 하느냐고도 하는데, 어려운 과정을 통해 입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시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또 가급적 서류 과정에서 많은 인원을 통과시키려 해요. 전에 면접장에서 한 분이 9년째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데 면접은 처음 왔다며, 되든 안 되든 스스로 가능성을 발견해서 뿌듯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차원에서 최대한 기회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물론 IT 업무를 해야 하기에 디지털 문해력이나 실무 능력은 필수다. 그가 재차 강조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려는 노력’ 또한 중요시하는 인재상이란다. 아울러 사회와 환경을 위한 마음과 실천력까지 겸비했다면 플러스알파(+α)가 될 수 있다. 이는 회사의 비전과도 일맥한 부분이다.
“제가 내세운 비전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회적 기업’입니다. 기업에게 ‘가장 좋다’는 건 최대(Biggest), 최고(Greatest) 같은 걸 생각하기 쉽지만, 저는 베스트(Best)를 생각했어요. 이건 영어에서 굿(Good)의 최상급 표현인데요. 여기엔 ‘착하다’는 뜻이 포함되죠. 그러니까 ‘가장 선한 기업’을 꿈꾸는 거예요. 사회적 기업도 기업이기 때문에 살아남으려면 돈을 벌어야 해요. 그래야 사업이 유지되니까요.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오래 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선한 기업은 결국 그 돈을 벌어서 어디에 쓸 것이냐, 즉 누가 혜택을 볼 것이냐를 따지는 거죠. 우리 직원들은 함께 탄소중립 생활을 실천하고 그 뜻에 동참하고 있어요. 그런 선한 직원들이 평생 현역으로서 사회에 기여하도록 돕는 일, 그게 제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최선(最善)이라고 생각합니다.”
‘N잡러’의 시대다. 100세 시대에 은퇴 이후 인생 2막을 열어야 하는 중장년에게 2개 이상의 직업을 가지는 건 어쩌면 숙명과도 같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시대가 일상으로 들어오면서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중장년 인플루언서도 등장했다. 하지만 많은 중장년에게 어떤 SNS 채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숙제 같은 일이다.
책 ‘오십에 시작하는 블로그’ 저자 도은채는 그런 중장년에게 “오십은 블로그를 시작할 나이”라고 말한다. 그는 블로그가 중년에게 최적인 SNS 채널이라고 강조한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발전도 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것.
물론 도 작가도 56세에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도중에 블로그 운영을 멈추기도 하는 등 순탄한 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블로그를 통해 얻은 수입으로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 월 30만 원으로 시작한 블로그 수익은 이제 월 300만 원에 달한다.
도은채 작가는 더 많은 중장년이 블로그를 시작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블로그로 시작하는 꿈 실현 연구소’를 운영하며 중장년 맞춤 블로그 강의를 하고 있다. 더 많은 중장년과 블로그 운영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싶어 ‘오십에 시작하는 블로그’ 책도 출간했다. SNS 채널을 운영하고 싶지만 막상 용기를 내기 어려운 중장년에게 도 작가의 경험을 전하고 싶어 서면 인터뷰를 통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어질 도 작가와의 Q&A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위한 한 발을 내딛는 중장년이 더 많아지기를 응원한다.
Q 많은 중장년이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합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한 마음일 텐데요. 작가님께서는 어떤 시도 끝에 블로그를 운영하시게 되었나요?
A 50세가 되면서 돈과 건강 둘 다 잃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부업이 아닌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51세에 가족상담학과에 편입했고, 졸업과 동시에 사회복지사자격을 취득했습니다. 고용센터에 다니며 직업상담사 자격증도 땄고요. 이후 이곳저곳에 취업 문을 두드렸지만, 53세라는 나이, 더구나 경력이 없이는 취업이 되지 않았습니다. 교육센터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했지만 생활비를 더 벌어야 했기에 퇴근 후 방문 과외를 했습니다. 밤에는 대리운전 콜센터 상담원이라는 다소 생소한 일도 해봤고요. 어르신들 치매에 좋은 인지프로그램 강사 양성과정을 진행하는 일도 해보았지만,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일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았죠. 공장에서 밤새워 일하는 야간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식당 주방에서 야간 일을 하기도 했지만, 무엇 하나 노후를 맡길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3년간 쓰리잡을 했는데, 이 환경에서 정말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자존감을 잃지 않고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일, 내가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기가 힘든 시기를 거쳤습니다. 그러다 블로그를 만나게 된 거죠.
Q 책에서 ‘블로그에 일상을 적는 것만으로도 살아갈 날에 대한 계획과 목표를 세울 수 있다’ 말하셨습니다. 그 길을 먼저 시도해본 작가님 역시 블로그에 처음으로 글을 쓰던 때의 막막함이 있었을 것입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행위가 어떻게 다음 목표들로 이어지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나와 대화를 하는 일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일상을 적어가지만, 차츰 머릿속에 있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블로그에 쏟아놓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나와 대화를 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지요. 실타래처럼 나의 과거가 줄줄이 딸려 나오기도 하고, 잊고 있었던 지난날들이 문득 생각나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인생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고, 내 미래에 대한 생각도 함께하게 됩니다.
블로그는 수많은 이웃들의 삶을 포스트를 통해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 세상에는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런 이웃들의 글을 읽으면서 정보를 얻게 되고, 노후를 위해 좀 더 발전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답니다. 자연스럽게 목표가 생기고, 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계획도 세우게 됩니다. 블로그를 시작해 이렇게 변해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물든다’고들 하잖아요. 50, 60이 되어도 성장을 향해 가는 길로 그렇게 물드는 것 같아요.
물론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 체험단에 참가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분들도 있고, 그저 기록을 위해 글만 쓰는 분들도 있습니다. 각자의 관심사가 다르니까요. 체험단으로 활동하며 공짜(?) 여행을 다니는 등 재미나고 활기차게 지내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는 수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블로그를 시작했고, 체험단 활동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성격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상황과 성격에 따라 다른 각자의 목표로 이어진다고 할까요.(웃음)
Q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하는 방법 중 하나로 ‘100일 포스팅하기’를 추천해주셨는데요. 가장 어려운 점이 주제 찾기일 것 같습니다. 작가님만의 주제를 찾는 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주제 찾기’는 블로그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고민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이야기 할 내용도 많고 방법론도 다양합니다만, 한 가지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좋은 건 맞습니다. 내가 배운 것, 경험한 것,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등을 정리해보세요. 그것을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일이나 불편함을 겪는 일과 연결해보면 주제를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나’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 중요한데요. 자신에 대한 글을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주제를 정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블로그 글쓰기를 이어가기 어려우므로, 시작할 때는 일상에서의 내 생각을 편하게 쓰는 것을 권합니다. 블로그 환경에 익숙해질 시간도 필요하니까요. 이렇게 나 자신과 일상에 대해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서 주제를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내 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주제를 발견하기도 하고요. 지금 당장 주제를 꼭 찾아야 한다고 조급해하기보다, 시선을 자신에게 두되 더 넓게 보시라 말하고 싶어요.
Q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100일 포스팅하기’를 마음먹고 시작했는데,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질 때는 어떤 마음으로 극복하면 좋을까요?
A ‘100일 포스팅하기’를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목적이 분명하거나 간절하다면 힘든 고비가 와도 스스로 극복해 낼 것입니다. 또 자신과 단단히 약속하고 시작한 사람은 나와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생각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않게 됩니다. 자신에게 실망하고 불신하게 될 것을 두려워하죠. 저의 경우는 동기가 강했기 때문에 힘들어도 포기할 수 없었고 무조건 해내야 했습니다. 만약 그런데도 슬럼프가 온다면 내가 왜 ‘100일 포스팅하기’를 시작했는지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세요.
남들이 하니까, 블로그 하면 좋다니까,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면, 힘든 고비를 넘기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럴 때는 나의 노후를 한 번 생각해보세요. 분명 작은 변화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블로그를 선택했을 거니까요. 내 삶의 변화를 위해 오늘 이 글쓰기 하나를 해낼 수 없다면 5년 뒤, 10년 뒤에도 지금과 똑같은 모습의 나를 만나게 될 거예요.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60세에도 지금 나와 같은 모습이라면, 그때 만족할지를요. 만족한다면 정말 행복한 삶이지요. 만약 아니라면, 이미 답은 알고 계시죠? 변화해야 한다는 걸요.
Q 굳은 의지를 가지고 블로그를 시작하더라도 각자가 마주하는 어떤 상황으로 인해 멈추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작가님 역시 5개월 동안 블로그를 하다가 잠시 쉬게 되었다는 경험을 공유해주셨는데요. 이 시기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A 저도 복합적인 개인 문제로 블로그를 쉬게 되었는데요.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지만, 건강 문제가 더 컸고, 경제적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이든 블로그를 잠시 쉬었다고 해서 다시 시작하는데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먼지 쌓인 집(운영했던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다시 시작할 엄두가 안 났어요. 블로그가 낯설고 아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죠. 무슨 글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다시 마음 붙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럴 때 중요한 건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와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블로그를 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는 것이지요.
‘100일 포스팅하기’를 하는 것처럼 일단 일주일만 매일 글을 써보세요. 기존에 있던 블로그 이웃들이 남아있지 않을 테니, 새로 이웃도 사귀고 댓글도 부지런히 달면서 시간과 정성을 들여 보세요. 진정성 있는 글을 쓰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예전처럼 블로그에 온기가 돕니다.
Q 블로그에서 이웃도 사귀고 댓글도 다는 과정들은 모두 소통하는 일인데요. 아무래도 온라인 소통이 영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딱 두 가지만 지켰으면 하는 내용이 있다면요?
A 시작이 낯설어서 그렇지 온라인 소통은 중장년이 더 잘합니다. 친근한 느낌을 주고, 공감 능력도 뛰어납니다. 물론 성격에 따라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지 못하는 분들은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어렵지 않습니다. 온라인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를 지켜보세요. 첫째, 내가 먼저 다가가기, 둘째, 상대방을 진심으로 응원하기.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진심 된 이웃을 많이 만날 수 있고, 재미있게 소통하면서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책에는 작가님의 경험 공유도 해주셨지만, 블로그를 시작하는 방법도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책을 보고 차근차근히 해나가는 분들이 있을 텐데요. 그런데도 어느 부분에서는 막히기도 하고, 책을 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하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블로그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잘 모르는 것들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요? 작가님의 꿀팁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A 강의를 통해 만난 분들이 어려워하고 궁금해하던 것들을 짚어보며 최대한 쉽고 꼼꼼하게 책을 쓰긴 했습니다만, 이 한 권으로 블로그를 100%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원하는 부분을 쉽게 찾아보고 따라 할 수 있는 건 장점이지만, 질문을 할 수 없으니까요.
책이 아니라면 유튜브 영상이나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블로그 운영을 배워볼 수 있는데요.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런 방법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절한 설명이 많지만, 막상 내가 막히는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거든요. 옆 사람에게 물어보고 들으면 바로 알 수 있는 간단한 것들도, 온라인이나 책으로는 알아내느라 시간이 꽤 걸립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블로그 운영에 관한 책을 쓴 저자의 블로그를 찾아가 댓글로 질문하거나, 이메일로 어려운 부분에 대한 상담이나 도움을 청하는 것입니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라면 직접 강의를 듣거나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배우기를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소통을 통해 궁금한 것을 해소하고, 예외 상황이 생길 때 빠르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훨씬 폭넓게 블로그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으며, 블로그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책과 강의를 병행하면 가장 빠르게 블로그를 잘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강의 듣기를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우선 혼자 블로그를 개설해 이것저것 해보고, 책에 나오는 설명을 따라가는데 잘 안 되는 부분은 무엇인지, 책에는 설명이 없는데 내가 궁금한 것은 무엇인지를 먼저 알고 강의 듣기를 권합니다.
중년의 디지털 수업은, 혼자 헤맨 만큼 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끙끙대며 헤맨 시간을 아까워하지 마세요.
Q 마지막으로,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는 저희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50 중반에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블로그는 단지 시작일 뿐이다’, ‘블로그를 하면 기회가 온다’는 말을 듣고 저 역시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생각이었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 말을 믿었고 목표를 정한 후에는 한 번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원하는 대로 강사와 작가의 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블로그는 기회가 많은 세상입니다. 세상은 내가 믿는 대로 살게 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해가고 있습니다. 왜 모르고 살았을까 후회도 할 정도로요. “된다고 생각하면 어떤 일이라도 가능하다!”는 말이 책에나 나올법한 말 같지만, 지난 3년간 블로그를 하며 얻은 저의 경험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50대이든 60대이든 인생 2막을 준비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내 경험을 새로운 것과 연결하는 일에 도전해 보세요. 반드시 기회가 옵니다.
*저자 소개
중년 블로거 전문 강사. ‘중년 왕초보 블로그 특강’, ‘브랜딩을 위한 키워드 특강’, ‘블로그 댓글의 비밀 특강’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년 왕초보를 위한 나눔강의’도 진행한다. 현재 16기까지 진행된 글쓰기 프로젝트 ‘50대! 블로그에 미쳐라’는 블로거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블로그로 시작하는 꿈 실현 연구소’ 대표로 1인 기업을 운영하면서, 마음과 물질이 풍요로운 인생 2막을 중년들과 함께 준비해 나가고 있다.
정부가 하반기 정년연장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강남대학교 미래복지융복합연구소의 2023 웰테크 산학협력포럼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고덕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세대공감과 과장은 “다양한 행정적 개선사항을 담은 고령자 정책을 하반기 발표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히고, “여기에는 정년과 연금제도 개선, 요양 서비스, 일자리 등 여러 분야의 개선안들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고 과장은 정년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임금 체계 등 제반 사항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년연장과 연금제도가 개선이 함께 이뤄진 해외 사례는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연금개혁과 함께 정년 연장도 추진해 2025년에는 65세까지 고용이 의무화되도록 했다. 연금을 처음 지급받는 시기 역시 정년 연장에 맞춰 2025년부터 65세부터로 하되 선택에 따라 70세나 75세로 늦출 수 있도록 했다.
강남대학교의 이번 행사는 ‘100세 시대 치매예방을 위한 웰테크 기반 사회서비스 생태계 구축 방안’을 주제로 중앙사회서비스원과 한국에자이의 주관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조상미 중앙사회서비스원 원장은 기조강연을 통해 “수요자 맞춤형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도화를 목표로 한 혁신전략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하고 SK텔레콤의 AI기술을 도입한 행복커넥트를 예로 들면서, “이 과정에서 사회서비스 대상자를 확대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등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박영란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치매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부담이 늘고, 사회문제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요자 중심의 치매예방 생태계가 조성되어, 통합적이고 지속가능한 고품질의 서비스 전달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를 공동 주관한 한국에자이의 고홍병 대표는 “환자와 가족의 목소리를 듣고, 기여하는 것이 에자이의 기업이념”이라고 소개하고, “그 과정에서 치매 예방에 대한 소비자의 절실한 요구를 받아, 사회적 기여를 위해 별도 부서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김수완 강남대학교 미래복지융복합연구소 소장은 “이번 행사는 산학협력에 필요한 주체가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고령사회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이야기 했다.
100세 시대, 치매 예방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얻고자 강남대학교 미래복지융복합연구소는 오는 27일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100세 시대 치매 예방을 위한 Wel-Tech 기반 사회서비스 생태계 구축 방안’을 주제로 ‘2023년도 WT 산학협력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WT 산학협력포럼은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70주년을 맞이해 미래복지융복합연구소가 사회서비스 혁신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는 중앙사회서비스원과 치매 예방 산업 생태계 구축을 선도하는 ㈜한국에자이와 공동주관으로 진행한다. 본 행사는 (사)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사)글로벌중소기업지원협회, 실버산업전문가포럼, Wel-Tech Institute 및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ISG) 한국지부가 본 후원한다.
이번 포럼은 강남대 미래복지융복합연구소 김수완 교수(소장)의 개회사로 시작되며 윤신일 강남대학교 총장의 환영사, 조상미 중앙사회서비스원 원장, 이수연 서울시 복지정책실 복지기획관, 고홍병 ㈜한국에자이 대표이사, 이상용 실버산업전문가포럼 회장의 축하로 이어진다.
윤신일 총장은 환영사를 통해서 “강남대학교는 올해 개교 77주년을 맞이했으며, 사회복지학부는 설립 7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해입니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교육을 최초로 시작한 강남대학교는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이하여 복지와 기술을 접목한 Wel-Tech 융합 교육의 시초가 되었고, 이제 곧 다가올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100세 시대 치매 예방을 위한 디지털 복지 기술과 사회서비스 생태계 구축 방안을 논의하는 이번 산학협력포럼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행사입니다”라고 전했다.
본 포럼에서는 조상미 중앙사회서비스원 원장이 기조강연을 통해 ‘100세 시대 사회서비스 혁신 생태계 구축 방향’을 제시한다. 조상미 원장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대한민국은 ‘100세 시대 일자리·건강·돌봄 체계 강화’ 및 ‘사회서비스 혁신을 통한 복지・돌봄 서비스 고도화’가 매우 시급한 과제이며 치매 예방을 위한 혁신서비스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수요자 중심 치매 예방 생태계 구축 방안’을 주제로 치매 환자와 가족 당사자 입장에서의 생태계 구축 방안을 제시한다. 노영희 강남대 미래복지융복합연구소 교수는 ‘Wel-Tech 리빙랩 기반 산관학연 협력 프로세스’를 통해 ‘사회서비스적’ 및 ‘산업적 관점’에서의 생태계 접점에 있는 이해 관계자들과의 지속 가능한 편익 교환 방안을 발제한다. 산업계에서는 ㈜한국에자이의 헬스케어 에코시스템 디자인 부서를 관장하는 김은호 이사가 한국에자이의 사례를 중심으로 ‘치매 예방 에코시스템’을, ㈜이모코그는 디지털헬스케어를 통한 환자주도형 치매 예방 사회 서비스에 관한 발표를 한다.
2023 WT 산학협력포럼은 생태계 전반에서 활동하는 대표 전문가들과 위 발제에 대한 토론회(좌장 김수완 소장)를 위해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김신겸 총무이사인 순천향대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서종녀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 고덕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과장, 김현미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센터장, 조준배 강남구사회복지기관협의회 강남종합사회복지관 관장, 김정훈 세븐포인트 본부장, 그리고 이준호 이투데이피엔씨 브라보마이라이프 편집장이 참석한다.
강남대 미래복지융복합연구소는 6년째 산관학연 협력사업으로 학생 참여의 WT 리빙랩을 운영하면서, 사회서비스 및 산업적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들과 직접 대면하며 더 나은 협력 방안을 모색해왔다.
전체 인구 중 가장 많은 비중(32%)을 차지하는 4050세대. 여전히 건강하고 활동적이며 젊은 층과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언제, 어디에 지갑을 열까? 최초로 100세 시대를 맞는 이들이 스스로 전망하는 노후는 어떤 모습일까?
수명 120세 시대, 나의 심정은?(복수응답) 57.4% 걱정된다
나의 노후 전망 점수는? 57점
반면 스스로 평가내린 노후의 모습은 영 어둡기만 하다. 120세 시대에 대해 걱정되고, 겁이 나고, 우울하다는 감정을 드러냈다. 길어진 노후가 공포로 다가오는 듯한 모습이다.
“최근 경제 침체로 구조조정 등이 시행되면서 원치 않게 생업에서 물러난 사례가 많죠. 노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데에는 노후 빈곤 문제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김동철 심리학 박사
노후자산 얼마나 마련했나?
부부 기준 은퇴 후 30년간 필요한 노후자산은 7억 800만 원.* 실제로 원하는 노후자산 수준도 이와 비슷했으나(7억 원 내외 34.6%), 준비되지 않은 노후가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노후에 대한 여러 지표들이 부정적이지만, 그런 만큼 후기청년이라는 용어가 주는 긍정적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겠습니다. 청년의 입장에서 중년, 노년을 단계적으로 설계하고, 푸릇하고 활기찬 이미지를 고취함으로써 세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테니까요.”
- 김동철 심리학 박사
후기청년기에 들어선 40·50세대의 가장 큰 고민은 일자리다. 120세까지 산다는데, 남은 시간을 어떻게 꾸려가야 하나 막막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또래의 명예퇴직 소식이 들려오고, 50세가 되기 전 은퇴를 해야 할지 모르는 불안감도 있는데, 연금 수령 시기를 더 늦춘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후기청년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김병숙(75) 한국직업상담협회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저는 150세까지 살 테지만, 기자님은 170세까지 살 거예요. 지금부터 10년에 한 번씩 직업을 8번 바꿔도 5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남은 50년은 뭐 할 거예요?”
순간 멍해졌다. 100세 시대, 아니 120세 시대라고 하지만 내가 그때까지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사실 ‘설마 그때까지 살겠나?’ 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런 기자를 보며 “설마가 현실이 되는데, 다들 내 이야기가 아닌 줄 안다”는 김병숙 이사장의 이야기를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후기청년기를 보내는 40·50세대의 이야기를 하러 왔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
150세 시대 준비하려면
김병숙 이사장은 40여 년간 직업에 관한 연구를 해왔고, 경기대학교에 직업학과를 설치해 교수로 활동했다. 직업상담사 자격제도를 도입하고 한국직업상담협회를 설립했다. 책을 25권 집필했으며, 은퇴 후에는 4050을 위한 전직 지원 등 직업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0년 전, 65세의 나이로 교수직을 은퇴하면서 김병숙 이사장은 150세 인생 계획을 선언했다. 75세까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정시 근로를 하고, 95세까지는 시간제로 일하고, 100세까지는 봉사활동을 하고, 150세까지는 화가로 살겠노라고. 그리고 3년 뒤 계획을 바꾸었다. 95세까지 정시 근로를 하겠다고. 김 이사장은 2012년 ‘은퇴 후 8만 시간’이라는 책을 쓸 때부터 150세까지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우리가 이미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2015~2019년 우리나라 최빈사망연령(한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이 실제로 사망하는 빈도가 가장 높은 연령)은 남성이 85.6년, 여성이 90년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기대수명은 평균 83.6세지만, 사고 등으로 조기 사망하지 않는다면 평균 85세 이상 산다는 말이다.
“90세 가까이 살다 간다면 지금 40·50세대는 앞으로 최소 40~50년을 더 살아야 합니다. 50년 뒤면 2073년이죠? 그런데 미래학자들은 20세기에 이미 ‘2050년이면 인간 수명은 150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30년이 지나면 2050년이네요.”
150세 시대를 산다고 생각하면 이제는 60세, 80세, 100세를 각각 20세, 40세, 60세로 봐야 한단다. 40·50세대라면 한창 청년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생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버는 프라임 시기에 일을 그만두는 평균 나이가 47세입니다. 2~3년 내에 43세까지 낮아질 거예요. 최근 은행권에서 명예퇴직한 사람 중에는 20대도 있었다고 하죠? 그런데 주된 일자리 은퇴 연령이 40대고, 노동시장에 굿바이를 외치는 시점은 73세입니다. 연금을 65세부터 받는다고 하면 47~65세까지 18년을 더 일해야 합니다. 이때 노동시장에 나가서 경제생활을 하려면 경쟁력이 필요해요. 그래서 150세 계획을 세우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예요.”
‘나’를 잃어버린 낀 세대
2023년 현재 40·50세대를 사는 이들은 X세대다.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풍요를 동시에 누린 첫 번째 세대’라거나 ‘도무지 알 수 없는 세대이자 신(新)인류’라고 불리곤 했다. 이전 세대보다 개인의 취향에 관심 있는 이들이 많은 세대로 평가받지만, ‘낀 세대’인 이들은 정작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 안에서 40·50세대는 ‘낀 세대’죠. 최고의 생산량을 내는 시기에 회사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을 맞이해요. 윗세대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회사에서 일했지만, 그들처럼 회사에 오래 남을 수 없습니다. 아랫세대인 MZ세대는 어때요? 30대는 주어진 시간에만 충실히 일하고 20대는 월급만큼만 일합니다. 그 사이에서 인적 관리를 해야 하는 40·50세대는 위아래로 치여 참 어려워요.”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지만, 사회와 조직의 문화는 그렇지 않았다. 자녀를 돌보거나 부모님을 부양해야 하는 데다 자신의 노후까지 준비해야 하는 가장 힘든 시기에 직장에도 적응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사라지고 없다.
“보통 60세까지는 사회, 가족을 위해 살다가 은퇴를 앞두고 혹은 은퇴하고 나를 위한 삶을 찾죠. 회사에서 나가라고 해서 나와 보니 퇴직금은 3년이면 사라져요. 앞으로 50년은 더 일해야겠는데, 직업 세계가 옛날처럼 단순하지 않으니 얼마나 기가 막혀요? 그런데 별안간 ‘너 뭐 좋아해? 좋아하는 거 해’ 하니까 방향을 잃어버리는 거예요.”
어느 세대든 나이를 먹으며 40대, 50대를 산다. 후기청년기는 누구나 거치는 시기다. X세대라고 불린 지금의 40·50세대는 120세 시대를 맞아 후기청년기를 보내는 첫 세대가 됐다. 김 이사장은 조직에 젖어들다 보면 누구든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직업을 8번 바꾸며 살 것을 생각한다면, 과감하게 기존의 조직을 벗어나는 것도 좋다는 조언이다.
“누구든 후기청년기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배움을 멈추지 않아야 해요. 어느 날 삼성전자 수석이라는 분이 찾아왔어요. 회사에서 그동안 인공지능(AI)을 공부하라고 했는데 하기 싫어서 안 했대요. 이제 모든 곳에 AI가 쓰이기 시작했잖아요. 그러니 회사에서 쫓겨나게 생겼다는 거예요. 변화의 맨 앞에 서 있는 삼성전자 직원도 그럴진대, 우리는 어떻겠어요? 퓨처 타임 퍼스펙티브(Future Time Perspective). 미래 시간 전망을 길게 하세요. 미래 시간을 길게 보는 사람일수록 긍정적인 사람이 됩니다.”
스스로 구해야 하는 시기
우리나라에는 7번의 진로 분기점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고등학교에서 대학에 갈 때, 대학 졸업 후 취업할 때 등이다. 김병숙 이사장은 이 진로 분기점에 도달해서야 자신이 누구인지 들여다본다며 안타까워했다. 직장 3년 차에 이직하고 싶어질 때에야 닥쳐서 생각한다는 것. 40대 후반에는 또 한 번 분기점이 온다. 이때 어떻게든 버텨서 50대 초반에 회사를 나오면, 오히려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다. 40대 후반에 승부를 봐야 한다.
“분기점에 섰을 때 고민하면 늦어요. 프라임 시기 이후에는 돈을 적게 벌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 내가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급여 하락세가 달라질 거예요. 10년을 분기점으로 두고 3년은 새로운 역량을 키워내는 공부를 하고, 5년은 키운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을 해보는 식으로 다리를 놔야 합니다.”
그런데 국가에서는 청년 지원 정책이나 노인 일자리 지원 정책 등 여러 정책을 쏟아놓지만, 정작 중장년을 위한 정책은 많지 않다. 50세에 은퇴하고 재취업을 하려고 해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은퇴 후 퇴직금으로 창업하는 건 내 돈으로 내 직업을 사는 셈이다. 바야흐로 스스로 구해야 하는 시기다. 김병숙 이사장은 고령화 시대에는 기업들도 점차 50대 이상의 인력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고 하죠. 인력이 없다는 뜻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이 든 사람을 써야 할 시기가 올 겁니다. 대신 나도 그만큼 실력이 있어야 해요. 요즘은 융합 시대입니다. 세 가지 영역을 알고 통합할 줄 알아야 해요. 배움을 축적하면 나의 자본이 되는데요. 40·50세대에는 여가가 중요한 자본이 됩니다.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등산이라고들 많이 말하는데, 그냥 산에 올라 정상에서 ‘야호’ 외치고 내려오는 여가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등산하면서 보는 주변 식물에 관심을 두다가 내가 직접 키운 차나무로 차를 내려주는 찻집을 구상한다든가 하는 식의 연결이 필요합니다.”
후기청년기는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시기다. 김 이사장은 이때 집에서 편하게 쉬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40·50세대의 재취업은 80% 이상이 지인 추천으로 이뤄진다. 매일 출근하듯이 차려입고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나야 한다. ‘내가 이러이러한 기술이 있어서 이러이러한 일을 하고 싶은데, 관련 일자리 정보를 알게 되면 나에게 말해달라’며 나를 홍보하라는 팁이다. 더해서 건강을 챙기는 건 필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 타령을 너무 많이 해요. ‘이 나이에’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부디 호기심을 잃지 마세요. 인생 40년 살아보고 직장 20년 다녀보면 다 경험해봤다고 생각해 모두 안다고 여깁니다. 그러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게 어려워요. 경험을 바탕으로 가족, 건강, 재무, 여가, 사회망, 인간관계에 관해 150세 시대를 계획해보세요. 나이는 먹는 것이 아니라 진화하는 것입니다.”
‘시니어의 집은 곧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다큐멘터리 영상이 있다. 바로 2022년 시작된 일본의 ‘어른의 생활 기분’ 캠페인이다.
캠페인을 시행하는 곳은 사단법인 ‘케어링 디자인’(Caring Design)이다. 디자인, 건축, 의료, 간호, 복지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50+세대를 대상으로 한 주거나 의료, 돌봄이 이뤄지는 공간을 편안하게 만들고자 활동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소고‧세이부 백화점에서 ‘라이프 디자인 살롱’이라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시니어 맞춤 주거 리모델링 사업 및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백화점에서 수천 건의 시니어 주거 관련 컨설팅을 진행한 케어링 디자인은 2020년 온라인 세미나 ‘100년 인생 생활의 디자인’을 열었다. 일본 유명 건축가인 아베 쓰토무(阿部勤)가 ‘중심이 있는 집’을 소개하는 영상이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재됐다.
그라데이션으로 다양성 주는 노후의 집
노후 인테리어와 관련해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그의 설명 중 ‘집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분하기’, ‘부엌 집기들이 전부 보이도록 수납공간을 설계하기’이다. 그의 집은 이름처럼 내부에 중심이 되는 방이 있고, 벽 너머에는 3면에 창문이 있어 외부처럼 느껴지는 공간, 정원으로 구성돼있다. 그는 중심에서 바깥으로 넓어지는, ‘그라데이션’을 만들어 때와 기분에 따라 공간을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한다. 계단에는 모아둔 서적을 보관하고, 복도를 취미용 화실로 활용하는 식이다.
부엌 설계는 독신 남성이 나이가 들어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료 손질과 세척, 조리와 식사까지, 순서를 고려해 불필요한 동선을 없앴다. 또한 중심이 있는 집 부엌의 모든 집기는 전부 외부에 드러나 있는데, 이 역시 노화로 인한 특성을 고려한 부분이다. 노화로 인해 건망증이 생기면 눈에 보이지 않는 집기는 사용하지 않게 되므로 집기들이 전부 보이게끔 부엌의 수납공간을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직접 지은 집에서 50년간 살고 있는 건축가가 ‘100세 시대에 집이 갖춰야 할 디자인’에 대해 소개하는 이 영상은 2023년 4월 기준 누적 조회수 28만 회를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영상이 2022년의 ‘어른의 생활 기분’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모태가 됐다.
집은 곧 인생의 표현 방식
어른의 생활 기분 다큐멘터리는 미래 시니어 주거의 본보기가 될, 50대 이상의 ‘멋진 어른’들의 생활을 소개한다. 이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집을 꾸미고, 생활환경을 구현한다. 노후에는 살기 편하고 안전한 거주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뒤집고, 삶의 색깔을 구현하는 장으로 활용하는 것.
다큐멘터리는 현재 총 3편이 공개된 상태다. 1910년대에 지어진 건축물을 현대적인 디자인의 민박집으로 개조하고 찾아오는 세계인들과 꾸준히 교류하고자 하는 여성, 집 근처에 오두막과 허브 정원을 조성한 여성과 자연 속에 컨테이너 하우스를 짓고 자택 겸 작업실로 활용하는 작가 부부의 삶과 삶이 묻어나는 집을 조명한다.
3편의 영상은 모두 평생 숙성시켜온 삶의 방식을 완성하는 곳이 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해당 캠페인을 소개한 책 ‘뉴그레이’에서는 ‘시니어의 거주지가 단지 안전한 상자가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을 표현하는 미디어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평했다. 케어링 디자인 편집부는 향후에도 취재를 이어나가 100세 시대를 맞이할 현대의 어른을 위한 롤모델들을 계속해서 다큐멘터리로 소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어로 제작돼 완벽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노후의 집을 자아실현을 위한 공간으로 바꿔나가고 싶다면 이웃 나라의 50+세대들이 벌이고 있는 실험적인 시도들을 눈여겨 봄 직하다. 유튜브 자막 생성 기능을 활용하면 한국어 자막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수치나 담론에 경험담이 붙으면 생생한 맥락이 생긴다. 그래서 맥락을 만들어줄 두 명의 ‘찐’ 후기청년을 초대해 대화를 나눴다. 후기청년이라는 공통분모 덕분인지 나이와 성별, 가구 형태가 전부 달랐음에도 대화가 수월하게 이어졌다.
대담 참여자 소개
유지은(45) 경북대 수의학과 4학년. 15년의 브랜드 컨설팅 경력을 뒤로하고 마흔에 새 공부를 시작해, 97학번에서 18학번이 되어 Z세대와 공부 중. 마케터로서 시니어의 욕망을 분석한 책 ‘뉴그레이’를 공동 집필했다. 미혼이다.
조성일(53)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건강한 조직 문화를 조성하려면 각기 다른 세대의 구성원 사이 관계에 집중해야 한다고 믿는다. 연구 보고서 ‘낀 세대(X세대)의 자존감을 높이자’ 등을 집필했다. 결혼해 자녀가 있다.
진행자 신중년, 액티브 시니어, 낀 세대 등 새로운 중년을 하나의 용어로 아우르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사자로서 각 용어들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조성일(이하 조) 중장년이 제일 적절한 것 같습니다. 세대 갈등을 말할 때 종종 언급되는 낀 세대의 경우 인류 최초의 세대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내가 낀 세대’라고 주장했을 확률이 높아서, 딱 우리 세대를 정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유지은(이하 유) 제게 낀 세대라는 용어는 이중적이에요. 위로는 베이비부머, 아래로는 Z세대 사이에 낀 우리의 애환을 달래주는 의미가 담겨 있죠. 하지만 한편으론 ‘우리 세대는 다른 세대에 빗대야만 정의하고 설명할 수 있는 세대인가’ 생각하게 해요. 실버 세대나 액티브 시니어, 중장년에는 의도치 않게 노인이나 노화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아 있어서인지 조금 기피하게 되고요.
진행자 그렇다면 후기청년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유 제일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아직 청년이라고 불릴 수 있다니 감사한데요.
조 동감입니다. 다만 청년이란 단어가 젊은 남성만을 의미할 때도 있기 때문에 조금 조심스럽네요.
진행자 아,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에요.
조 성별을 구분하는 용어가 계속 쓰이면 ‘차별이나 소외감을 조장할 수도 있다’는 문제 제기가 가능하니까요. 어렵지만 언론이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죠.
진행자 그렇네요. 세대 구분이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시나요?
유 네. 구체적으로는 청년기가 길어져야 한다고 봐요. 저만 해도 옷 입는 스타일,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방식이 97학번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기대수명이 길어지니 전반적으로 돈을 벌지 않고 공부하는 시기가 더 길어지고, 가정을 꾸리는 시기도 늦어졌죠. ‘청년’과 같은 건강 상태를 누리는 시기 역시 길어졌고요.
조 저도 청년기가 길어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세대’라는 단어는 어린아이가 성장해 부모 일을 계승할 때까지의 기간을 의미하죠. 이전에는 20대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이제 30대나 40대가 돼야 결혼하는 경우가 흔하잖아요.
유 그러네요.
조 오히려 세대가 짧아질 수도 있겠죠. 세대는 나이로만 나눌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니까요. IMF나 기술의 발전처럼 대대적인 사건이나 하나의 흐름을 같이 겪은 사람들은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진행자 그런 의미에서 대학생 때 IMF를 겪었던 두 분은 같은 세대로 묶는 게 자연스럽겠네요.
유 그렇죠.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IMF가 터졌는데, 저와 동기들만 해도 캠퍼스 생활에 대한 로망이 컸어요. 그런데 바로 한 살 밑의 후배들부터는 경제위기 속에서 대학을 입학해서인지 1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를 하더라고요. 공통 경험에 따라 세대를 구분하는 것도 좋은 방식인 것 같습니다.
진행자 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를 바라보는 요즘, 적정 정년 연령은 몇 세라고 생각하세요?
유 조 70세요.
조 일본에서는 이미 70세가 됐고, 미국이나 서유럽 등은 정년이 없어요. 원하면 죽을 때까지 일할 수 있는 전문직처럼요. 노동시장이 유연하기 때문인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죠. 그러니 생계를 걱정하는 근로자들이 정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하는 거고요.
진행자 두 분은 몇 세까지 일하고 싶으세요?
유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한 나이 상관없이 계속하고 싶어요.
조 전 60세나 65세? 사실 65세도 넘기고 싶지 않아요. 남이 주는 월급 받으며 해야 하는 일이라면요.
유 남이 시키는 일을 하는 월급쟁이 말고 개인사업자, 프리랜서로 내가 한 만큼 돈을 버는 일을 한다면 일단 마음가짐부터 다르겠죠. 저는 15년 정도 브랜드 컨설팅 일을 하다가 마흔에 회사를 그만뒀는데, 일은 재밌지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저는 누군가를 돕는 데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인데 그런 의미를 찾지 못한 거죠. 그러다 우연히 수의사라는 새로운 진로를 찾았고, 동물을 돕고 사람도 도울 수 있는 점이 좋아서 기꺼이 도전하게 됐어요. 수의사 일은 평생 하지 않을까요?
조 저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는 만큼 돈을 버는 형태의 일에는 기한을 두지 않으려고요. 올해로 정년까지 7년 남았기 때문에 요즘은 회사를 나가면 뭘 하며 살지 고민하고 있어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보다 연구 경력을 살려 책을 내고 강연하는 프리랜서로서의 삶이 좋지 않을까 싶네요.
진행자 하고 싶은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위한 재투자가 필수겠어요.
유 그렇죠. 직장 그만두고 대학 다니면서 시간을 쓰고 학비를 내는 것도 재투자의 한 방식이고요.
조 저는 최근에 30만 원짜리 만년필을 셀프로 선물했습니다. 수고한 내게 보상을 주고 싶을 때 좋아하는 만년필이나 펜 같은 문구류를 사거든요. 또 앞으로 책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초고 작업을 끝내면 5년 쓴 휴대폰을 신형으로 바꿀 생각이에요. 동기부여를 위한 일종의 당근이죠.(웃음)
유 저도 비슷한 의미로 마음대로 커스텀이 가능한 아동용 청진기를 10만 원에 샀어요. 제가 존경하는 수의사가 사용하는 것을 보고 따라 산 건데, 그분의 마음가짐을 본받고 공부도 실습도 열심히 해보자는 다짐의 일환이랄까요.(웃음)
진행자 두 분은 바쁘게 사느라 나이 드는 걸 느낄 새도 없겠어요.
유 그럴 리가요. 이제는 공부하려고 오래 앉아 있으면 몸이 너무 힘들고, 아침에는 분명 잘 보였는데 밤이 되면 눈이 침침하고 글자가 잘 안 보이더라고요. 처음에는 우울해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영양제 한 통 더 사는 걸로 넘기고 있어요. 달리 어떻게 하겠어요.(웃음)
조 맞아요. 그래서 최대한 걸으려고 해요. 걸으니까 기분이 환기되고 아이디어도 잘 떠올라서 좋더라고요.
유 저는 운동 좀 해보려고 20대인 학교 친구들과 함께 ‘방송댄스 프로그램’ 한 달치를 끊은 적도 있어요. 그런데 제 몸이 너무 맘대로 안 따라주더라고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에 우울해하다가 결국 남은 강습권을 날렸죠. 하지만 이건 나이 때문이 아니잖아요. 세상에 춤 잘 추는 나이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아요. 그냥 개인의 능력치나 성향이 달라서인데, 나이 탓하는 게 제일 쉬우니까 나도 모르게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나이 핑계를 대면서 안주하려 하더라고요. 이제는 의식적으로 안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나이가 들어도 ‘성장한다’는 감각을 유지하는 게 더욱 중요하니까요.
진행자 조 연구원님도 같은 생각이신가요?
조 전적으로 동의해요. 제 인생의 목표도 ‘성장’이에요. 성장에 끝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유 시간은 동일하게 흐르는데, 왜 젊은 사람은 ‘성장’하고 나이 든 사람은 ‘늙는다’고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10년 전보다 지금이 제 인생의 한창때 같아요.
진행자 왜요?
유 그때는 회사에 소속돼 있었으니 안정적이긴 해도 성장한다고 느끼진 못했거든요. 예전에는 수동적으로 일했지만 지금은 안 그래요. 하나를 배워도 나중에 개인 병원을 차리면 어떻게 써먹을지 고민하고 계획을 짜게 되더라고요. 지금의 경험이 나의 미래를 완성해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경험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져서 더욱 집중할 수 있고요.
조 매일 두 시간씩 바이올린을 연습하는 90세의 바이올리니스트에게 누군가 왜 매일 연습을 하냐고 물었더니 ‘지금도 연습하면 내가 조금 더 나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라고 답했대요. 저는 이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이 바이올리니스트처럼 같은 일을 계속하고, 꾸준히 고민하고 노력하는 삶을 살려고 해요. 나 역시 조금씩, 더디더라도 성장할 테니까요. 매일을 충실히 사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저출산·고령화가 급격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만 65세 이상인 노인 연령 기준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100세 시대에 노인의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국민연금 재정 고갈 등의 문제가 불거져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이후 40여 년 만에 노인 연령 기준이 바뀌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 노인 연령 기준·정년 재검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고령위’)는 지난 3월 28일 회의를 갖고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는 7년 만에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다.
정부는 “고령화 심화를 고려하지 않고 인구 팽창기에 도입된 제도를 지속 운영해 재정건전성·지속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며 “노인의 사회 참여 욕구, 건강·소득 수준 변화 등을 고려해 사회보장제도 전반의 연령 기준을 재점검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노인 연령 기준이 만 65세가 된 지도 40년이 넘었다.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에서 경로 우대 기준이 65세 이상으로 정해지면서다. 그러나 그간 의학 기술의 발달 등으로 노인의 건강 상태가 좋아졌고 노인의 기대수명이 늘어나 노인 연령 기준 상향 목소리가 높다. 노인법지법 제정 당시에는 기대수명이 66.7세였다. 2020년의 기대 수명은 83.5세까지 늘어났고, 2070년에는 기대수명이 91세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의 노인 스스로도 자신을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서울시가 발표한 '2022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노인이 생각하는 노인 연령 기준은 평균 72.6세로 나타났다. 법적 기준인 만 65세보다 7.6세나 많다. 조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1957년 이전 출생자 3010명을 대상으로 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빠른 고령화와 반대로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올해 950만 명에서 2030년 1306만 명, 2040년엔 1725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올해 3637만 명에서 2030년 3381만 명, 2040년 2852만 명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할 고령인구를 의미하는 ‘노년부양비’는 올해 26.1에서 2030년 38.6으로 높아진다. 2040년에는 현재의 두 배가 넘는 60.5를 기록할 전망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2070년에는 노년부양비가 100.6까지 치솟을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보고 있다. 생산연령인구 1명이 고령인구 1명을 부양하게 되는 것으로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처럼 젊은 세대의 부양 부담을 줄이고, 100세 시대인 만큼 일에 대한 욕구가 강한 고령층이 많은 까닭에 정부는 정년 연장도 논의한다. 현재 법적 정년은 만 60세다. 정부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한 재고용·정년 연장 등 ‘계속고용제도’를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사회 공헌의 욕구가 크고 직무 전문성을 갖춘 베이비붐 세대의 수요까지 고려해 사회서비스형·민간형 일자리 비중도 확대할 예정이다.
노인 연령, 70대까지 오를까?
노인 연령 기준이 중요한 이유는 주요 노인 복지 제도가 만 65세 이상을 기준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49개 주요 복지 제도 중 49%인 24개 사업이 65세 이상의 연령을 기준으로 했다. 대표적인 노인 복지 제도는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중교통 무임승차 등 경로우대제, 공공형 노인 일자리, 독감·폐렴구균 무료 예방접종, 이동통신비 감면, 행복주택 공급 등이다.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노인 복지 제도는 지하철 무임승차다. 사회가 고령화 되면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노인이 많아짐에 따라 지하철 무임승차 인원이 증가해 지자체는 적자난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21년 적자 9644억 원에서 무임수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9%인 2784억 원에 이른다. 이에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는 노인 연령 상향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대구시에서는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이 수면 위로 올라왔는데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국민 연금 수급 시기이다. 정년이 연장되고 노인 연령 기준이 상향되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늦어진다. 국민연금은 제5차 재정 추계 시산 결과 2055년 기금이 고갈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국민연급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면 연금 확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만 59세까지 의무 가입해 만 63세에 수급받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령화에 맞춰 수급 개시 연령은 오는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5년마다 1세씩 늦춰지도록 사회적 합의를 봤다. 그러나 이마저도 부족하다며 지난 1월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에서는 수급 개시 연령을 67세까지로 더 늦추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70세까지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김원식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난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의 상향과 노인 노동 시장의 활성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김 교수는 2025년부터 1년씩 연금 수급 연령을 70세로 상향하면, 5년 후인 2030년에는 연간 4분의 1 이상의 급여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불어 김원식 교수는 수급 연령 상향과 함께 현재의 정년 기준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건강수명이 70세 이상으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경제활동을 통한 경제적 독립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60세로 돼있는 법정 정년은 상향보다는 폐지가 필요하다고 봤다. 정년이 상향되면 강성 노조의 근로자들에게만 혜택이 주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지난해 9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노인 연령 기준을 2025년부터 10년 단위로 1세씩 올리는 단계적 방식을 제안했다. 이를 도입할 경우 2100년에는 노인 연령 기준이 73세가 되고, 노인부양률은 60%가 된다. 이는 65세 기준 노인부양률보다 36% 포인트 낮은 수치다. 다만 이태석 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은 “노동 시장과 교육 시장 등 전반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하면 이렇다.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은 단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정년 연장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양질의 노인 일자리 확보 없이 노인 기준 연령을 늦추면 노인 빈곤율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통해 답을 찾을 수도 있다. 일본은 국민연금·후생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이며, 정년은 기업이 정년 폐지, 정년 연장(65세까지), 계속고용제도(65세까지 계약직으로 재고용)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노령·유족·장애인연금(OASDI)의 수급 개시 연령을 66세 이상으로 규정했으며, 정년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앴다. 독일은 법정연금보험 등의 공적연금(GRV)의 수급 개시 연령을 2029년까지 65세에서 67세로 상향하고 정년 역시 2029년까지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할 방침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1년 ‘노인 연령 기준의 현황과 쟁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은 단지 복지 재정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한 노인들의 행복한 삶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 세대가 참여해 합의를 도출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100호 기념] 젊어진 중년들, 후기청년을 말하다 '4059 라이프스타일 및 나이 관련 인식 조사'
수명 120세 시대가 예측되는 가운데 60세는 중년과 마찬가지다. 그런 흐름으로 본다면 4050세대는 청년에 가까운 나이다. 중년도 청년도 아닌 그 사이 어디쯤 존재하는 세대를 말할 맞춤한 표현과 분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지령 100호를 맞아 이들 세대를 '후기청년'으로 정의하고 '4059 라이프스타일 및 나이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후기청년이란 시기상으로는 청년기의 후반을 뜻하는 동시에 '완성되고', '완숙한'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한 본 조사는 2023년 3월 3일부터 6일까지 전국 40~5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해당 결과를 통해 후기청년 세대의 삶과 인식을 재조명해본다.
정년 전까지 필요 노후 자산의 상당 부분을 마련해둬야 안정적인 노후가 보장된다 할 수 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 따르면 부부 기준 은퇴 후 30년간 필요한 노후 자산 약 7억 800만 원이다. 응답자들이 원하는 노후 자산 수준도 유사한 편(7억 내외 34.6%). 설문조사에 참여한 4050세대에게 노후 자산 준비 정도를 묻자 30% 이하라는 응답이 과반수(63.2%)이며, 4명 중 1명은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자산 준비 방법으로는 저축(44%)을 가장 선호했다.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15.2%), 주식(10.4%) 등 적극적인 투자를 펼치는 경우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철 심리학 박사는 “경제적 여유는 삶의 질을 좌우한다. 자산 마련이 덜 됐거나, 추후에도 확보가 어렵다면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다. 노후 빈곤 문제도 이에 상당부분 기인했다고 본다. 최근 경제 침체로 구조조정 등이 시행되며 생업에서 물러난 중장년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라면 길어진 노후가 공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