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시니어 부부는 고민이 깊다. 은퇴 이후 시간은 많아졌지만, 지갑 사정은 빠듯하다. 자녀가 분가하고 남겨진 부부에게는 노후를 위한 자산 계획이 필요하다. 실제로 부부가 함께 하면 수익과 세제 혜택이 늘어나고, 안정적인 재무 설계가 가능하다. 부부가 함께 하는 노후 준비 플랜으로 ‘연금’과 ‘ISA’에 대해 살펴본다.
100세 시대의 은퇴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은퇴 이후 경제적 뒷받침이 없으면 생활이 힘들다. 보험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은퇴 시점까지 모은 재산은 최저 생계비로 쓰지 않는 한 70대 초중반이면 고갈된다.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2020 KIDI 은퇴 리포트’에 따르면 은퇴 전 가구 평균 소득은 6255만 원에 달했지만, 은퇴 후엔 58% 감소한 2708만 원이었다.
실제로 은퇴자 3명 중 2명은 노후 자금이 부족하다. KB경영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노후 생활에 필요한 자금은 월평균 226만 원이지만, 은퇴자들이 현재 보유 중인 준비자금은 월평균 110만 원에 불과했다. 실제로 은퇴 후 부부 중 1명 이상이 경제활동을 하는 가구는 84.8%에 달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노후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다. 여유로운 노후를 위해서 다양한 노후 소득원천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약 8%에 불과하지만, 노후 자산이 충분한 금퇴족도 있다. 이러한 금퇴족의 특징 중 하나는 일찍부터 연금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100년 행복연구센터 설문에 따르면 금퇴족의 46.3%는 40대부터 연금을 활용했다고 답했다. 그들 중 62.7%는 앞으로 국민연금 수령액을 고려해서 자산관리를 계획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100년 행복연구센터 관계자는 “금퇴족은 일반적인 은퇴자에 비해 노후 자산을 미리 준비해 부담이 덜하지만, 투자 수단이 많은 만큼 지속적인 자산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으로 맞벌이
은퇴를 앞둔 시니어 부부는 노후 준비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 젊은 시절 부모님이 물려줄 재산을 믿고 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일을 하고 있어서 괜찮지만, 은퇴 이후엔 막막하다. 출가한 자녀들의 용돈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돈 걱정 없는 안정된 노후를 맞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금퇴족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안정적인 은퇴 설계의 기본은 바로 ‘연금’이다. 연금은 크게 공적 연금과 사적 연금으로 나뉜다. 공적 연금의 대표적인 예는 국민연금이며, 공무원연금과 같은 직역연금도 여기에 포함된다. 퇴직연금과 더불어 개인연금인 연금저축은 사적 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소득이 있을 때 일정액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노령·장애·사망 등과 같은 일정한 사유로 인해 소득이 줄었거나 없을 때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기 때문에 물가가 오르면 수령액도 오른다. 지난 10년 동안 18% 이상 금액이 늘어났다. 또한 사망 전까지 수령할 수 있고, 사망하면 가족에게 이전된다.
국민연금은 500만 시대를 열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는 559만 명이며, 2019년 대비 42만5000명이 증가한 숫자다. 이 중 부부 모두 노령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42만7467쌍으로 2019년과 비교해 20.3% 증가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연금 맞벌이도 증가하고 있으며, 외벌이 가구도 임의가입을 통해서 연금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업주부도 임의가입을 하면 맞벌이 부부의 70~75%에 달하는 연금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임의가입’은 18세 이상 60세 이전의 의무가입 대상자가 아닌 자가 본인의 선택에 따라 가입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월마다 9만 원을 10년 동안 납부하면 약 18만 원을 노령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이외에 추후 납부를 통해서 과거에 납부하지 않은 기간의 연금을 납부하고 가입 기간을 늘리는 방법도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동일한 납입 금액으로 연금수령액을 늘리려면 납입 금액보다 가입 기간을 늘려야 한다. 추후 납부 등을 통해 납입 기간의 공백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IRP와 연금저축
국가가 보장하는 제도가 국민연금이라면 퇴직연금은 회사가 보장하는 연금제도다. 회사 퇴직급여 재원을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해두고 가입자가 퇴직할 때 일시금 또는 연금으로 지급한다. 퇴직연금제도는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 개인형(IRP)으로 분류된다. DB형과 DC형은 회사에서 가입하고, IRP는 개인이 가입한다. 다만 DB형은 기업에서 자금을 운용하고, DC형은 개인이 운용한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총적립금은 2019년보다 15.5% 증가한 255조5000억 원이며, 이는 5년 전과 비교해 2.5배 늘어난 수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업의 퇴직연금 신규 도입과 경과 연수에 따른 부담금 납입이 늘어났고, 세제 혜택으로 인해 퇴직연금 시장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연금저축과 IRP를 활용하면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연말정산 때문에 붓는 상품으로 알려진 연금저축은 최대 400만 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며, IRP는 700만 원까지 가능하다. 두 상품을 합산하면 최대 700만 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한시적으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50대 이상 연금계좌 가입자의 세액공제 대상 금액이 200만 원 정도 늘어난다. 따라서 최대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다만 총급여가 1억2000만 원(종합소득 1억 원)보다 많은 고소득자에게는 이런 혜택이 없다.
특히 은퇴를 앞둔 노부부라면 저축 여력과 세액공제 한도를 비교해야 한다. 둘 다 세액공제율은 같다. 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급여액이 5500만 원 미만이면 16.5%를 세금으로 환급받고, 그 이상이면 13.2%를 환급받는다.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 연금계좌에 한해 저축할 수 있는 돈은 최대 1800만 원이다. 만약 부부의 저축 여력이 세액공제 한도에 못 미친다면 세액공제율이 높은 사람의 공제 한도부터 채워야 한다.
예를 들어 배우자의 소득은 1억 원이고 본인의 소득은 4000만 원이라 가정했을 때, 1000만 원 정도를 연금계좌에 저축해보자. 이때 본인이 700만 원을 저축하고, 배우자가 300만 원을 저축하면 세액공제 효과가 크다. 세액공제율에 따라 본인은 16.5%를 공제받고, 배우자는 13.2%를 공제받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세액공제란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는 것이기 때문에 납부한 세금이 적다면 돌려받을 세금도 적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세제 혜택은 ISA
올해 투자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ISA’다. ISA는 만능통장이라 불리며 예금, 펀드, ETF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모아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과거엔 단점이 많아서 주목받지 못했다. 올해 2월부터 주식 투자까지 가능한 중개형이 등장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중개형 ISA의 경우 2월 기준 62억 원이던 납입금이 5월엔 9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지진선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개형은 직접 투자가 가능해서 투자를 통해 자산을 축적하려는 분들에게 인기가 많은 상품이다”라고 말했다.
ISA의 가장 큰 장점은 세제 혜택이다. ISA는 순이익 200만 원까지는 비과세며, 가입 유형에 따라서도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가입 유형별로 최대 400만 원까지 비과세다. 초과하는 소득은 9.9%의 저율로 분리과세한다. 특히 저율 분리과세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인 사람에게 상당히 좋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세제 혜택이 큰 만큼 노후 자산 준비를 위한 재테크로 ISA를 고려하는 것도 좋다”라고 말했다.
조건이 완화되고 가입 대상의 범위가 대폭 넓어졌다. 완화된 조건에 따르면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어서 소득이 없는 시니어 부부도 투자할 수 있다. 의무납입 기간이 3년으로 줄어들어 가입 부담이 줄었고, 전년도 남겨둔 미납분에 대한 이월 납입도 가능해졌다.
한편 ISA 만기 자금을 연금계좌로 전환하면 노후 준비금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연금 전환금의 10%(최대 300만 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ISA 해지 시점까지 세금 납부를 연기하는 과세이연이 가능하다. 지 연구원은 “연금계좌의 최대 한도는 1800만 원밖에 안 되지만, ISA는 별개의 상품이라 한도에 상관없이 추가로 연금계좌의 금액을 늘리고자 하는 분들에게 좋다”라고 말했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함께 100세 시대 노후안전장치 중 하나다. 퇴직연금 유형 중 확정급여형(DB)는 퇴직급여를 미리 정하고 회사에서 이를 지급하기 때문에 가입자 개인은 특별히 할 일이 없다. 하지만 확정기여형(DC)은 가입자가 직접 적립금을 운용해 투자하기 때문에 관리와 책임이 가입자에게 있다.
최근 DC형 가입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9년 퇴직연금통계 결과’에 따르면 2019년 퇴직연금 가입자 중 DC형 가입자 비율은 48.9%로 절반에 가까웠다. DB형 가입자는 2018년 50%에서 1.7%포인트 감소해 48.3%였고, DC형 가입자는 47%에서 2.0%포인트 늘었다. 2019년을 기점으로 DC형 가입자가 DB형 가입자 수를 추월했다. 2019년 기준 퇴직연금 가입자 수는 약 637만 명이고, 이 중 DC형 가입자가 311만 명 정도를 차지한다.
이처럼 퇴직연금 가입자와 적립금이 늘고 있다. 하지만 가입자들의 DC형 퇴직연금에 대한 이해와 운용지식이 현저하게 떨어져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많은 DC형 가입자들이 적립금을 수익률이 낮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광 통계’에 따르면 DC형 가입자는 적립금의 83.3%를 원리금보장형상품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공단이 지난해 5월 말 기준으로 적립금의 51%를 위험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는 ‘2021 대한민국 직장인 연금이해력 측정과 분석’에서 직장인들의 연금이해력을 측정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설문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DC형 가입자들은 퇴직연금 운용 규정에 대한 지식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DC형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투자한도, 투자가능 상품 관련 문항 정답률이 각각 17.3%, 28.1%로 매우 저조했다.
DC형 가입자들이 퇴직연금으로 투자할 때 일부 상품을 제외하면 적립금의 70%를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예금 위주로 자산을 운용하는 시니어들이라면 퇴직연금으로 투자에 나서기가 어렵고 두려울 수 있다. 투자를 해보려고 해도 지식이 적은 상태에서 투자를 잘못해 노후자금을 탕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투자 자체를 꺼리게 된다. 별도로 투자만 할 수 있는 여유자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별도로 투자 연습을 하기 어려운 시니어에게 유용한 도구가 있다. 바로 투자 시뮬레이션이다. 재무설계 관련 학회인 한국FP학회에서 최근 논문을 통해 ‘투자 시뮬레이션이 DC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퇴직연금 관리 역량을 길러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2006년부터 2019년까지의 국내외 주식·채권 시장의 주요 지표를 활용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투자 시뮬레이션을 경험한 응답자 중 자체 질문지를 통해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대로 이해한 231명과 투자 시뮬레이션을 경험하지 않은 응답자 237명을 포함해 468명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투자 시뮬레이션을 경험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더 잘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가입자 본인이 가장 쉽게 투자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는 방법은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모의투자 프로그램 이용이다. 모의투자는 거의 모든 증권사가 제공하고 있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증권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모의투자를 신청하고 아이디를 만들면 모의투자가 가능해진다. 공인인증서 없이 신청할 수 있어 실제 증권계좌를 만드는 것보다 간단하다.
모의투자에서 적용되는 수수료와 제세금은 보통 실제 투자보다 높게 적용한다. 그러다보니 종목 선택부터 매수·매도까지 꼼꼼하게 관찰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 다만 모의투자와 실제투자 사이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알고 있어야 한다. 100만 원을 실제로 투자하면 해당 금액에 거래에 반영되지만 모의투자에서는 거래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노후가 빈곤해질 수도 있고 풍요로워질 수도 있다. 퇴직연금을 잘 운용하기 위해선 퇴직연금과 금융자산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투자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니어들이 퇴직연금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이 들어 방향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인생이란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 방향을 바꾸면서 점프슛을 터뜨리듯 그렇게 쓱싹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살아온 관성과 습성을 쉽게 버릴 수 있던가.
이 길이 내 길이거니 믿고서 지나온 날들에 대한 애착은 또 어떻고? 더구나 노년에 이르러선 방향 전환이 더 어렵다. 그런데 반백 년을 패션 디자이너로 살아온 최복호(73)는 항로 변경에 성공했다. 화가로 변신했으니까.
최복호는 알아주는 이도, 알아보는 이도 많은 패션 디자이너였다. 대구를 본거지로 왕성한 활약을 했으며, 해외에서 거둔 성과도 많았다. 단청이나 탱화 같은 전통 문양에 모던한 미감을 결합한 패션 디자인으로 서양인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해외 여러 나라에 수십 개의 매장을 두었고.
이랬던 그가 패션과 결별했다. 정확하게는 은퇴다. 아들에게 사업체를 물려주고 뒤로 나앉은 것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거치는 여정이다. 사업이 아무리 아깝더라도 죽을 때까지 붙잡고 살 수는 없으니 늘그막에 결국은 퇴장한다. 문제는 은퇴 이후다. 손에서 일을 놓자마자 예상보다 가혹한 권태가 따개비처럼 들러붙기 십상이다. 어쩌나?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궁리를 해봐도 별 답이 없다. 은퇴와 함께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살 생각을 하지만 실상은 딴판이다. 고매한 법정스님처럼 무소유를 숭상하는 노후 생활로 마음의 자유를 누리고 싶지만 언감생심이다. 격투기 링 같은 속세에 가담해 악착스레 살아오는 와중에 덕지덕지 붙은 욕망이라는 놈에겐 은퇴가 없다. 이렇게 되면 괴리에 괴로워진다. 허무감이 밀려든다. 영탄할 수밖에 없다. 아아, 마른 멸치 대가리처럼 따분한 노년이여!
최복호는 따분한 인생의 하오를 경험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머리는 기민하게 돌아가고, 오만 가지 인생의 맛을 섭렵한 내공의 보유자이기도 한 그는 은퇴 전에 충분히 숙고해 현실성 있는 대안을 발굴했다. 그게 그림이다.
“나이 들어서는 한결 확실한 타임 스케줄을 가지고 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재미있는 일을 찾아 계획적으로 진척시키는 게 지혜롭지 않겠는가. 난 오래전부터 품었던 화가의 꿈을 실현하는 일에 인생 2막을 사용하기로 했다. 사실 그림은 내게 친근한 장르다. 패션 역시 크게 보면 미술의 한 분야니까. 옷을 디자인하고 그림을 그려 천에 프린트하는 일을 평생 해왔으니까. 옷에다 그렸던 그림을 이제 캔버스로 옮긴 셈이다.”
과거와 다른 삶 속으로
패션 디자인의 요체는 선, 형태, 색채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데 있다. 디자이너로 산 세월의 길이만큼 최복호가 축적한 예술적 경험의 질량은 풍성하다. 패션계 입문 초기부터 그는 패션을 미술의 한 장르로 보고 패션쇼에 행위예술을 접목했다. 1973년에 펼친 첫 패션쇼 ‘의처증 환자의 작품 D’만 하더라도 대단히 도발적인 퍼포먼스였다. 19세기 유럽의 정조대를 소재로 차용한 이 쇼를 통해 그는 현대의 뒤틀린 성 모럴을 야유했다. 환경 문제를 다룬 ‘고발 의상’과 ‘공해 오염 분해기’ 역시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였다. 최복호의 성향과 미술적 재능을 짐작할 만하다. 그러고 보면 화가로의 변신은 자연스러운 이행이다. 비즈니스이자 종합예술에 가까운 패션 디자인의 복합 성분 중에서 미술만을 떼어 몰입하고 있다는 점에선 드디어 정곡을 파기 시작했다고 봐도 되겠다.
최복호는 지난 3월, 대구 대백플라자갤러리에서 ‘패션, 회화, 그리고 사유의 확장’이라는 타이틀로 첫 개인전을 펼쳤다. 회화와 그래픽 디자인 등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 이 전시회는 성황을 이루었다. 1000여 명의 관객이 몰려왔고, 평도 좋았다. 이것으로 화가 동네에 거주할 수 있는 시민권을 발부받은 셈인데, 인생의 황혼에 활짝 열린 새벽에 그는 억누를 수 없는 희열을 맛보았을지도 모른다.
“패션도 미술도 내게는 ‘색(色)으로 꾸는 꿈’의 세계다. 색이란 무엇인가? 그건 암호요, 유혹이요, 영혼이라고 나는 정의한다. 인생의 핵심이 색의 꿈에 다 들어 있다는 얘기다. 미술의 길로 접어들어 기쁘다.”
해야 할 일 없는 노후도 즐거울 수 있다. 일이 주는 억압에서 해방되니까. 무위도식이 아닌 무위자연 같은 걸 추구할 수도 있고.
“나이 들면 귀도 잘 안 들리고, 이도 흔들린다. 이렇게 되면 일상이 구차해지기 쉽다. 즐길 수 있는 일이 없으면 더욱 난처해진다. 잡념에서 벗어나 그림을 그리다 보니 정신세계가 맑아지더라.”
그림 작업이 힘들진 않나? 방울방울 피를 뿜듯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는 게 미술인데.
“개인전에 필요한 작품 준비를 위해 작업실에 파묻혀 살며 화가들의 심적 고통을 실감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잘 그려지지 않을 때도 많았다. 그러나 여유로운 마음으로 그린다. 그림에 큰 욕심을 부릴 이유가 있겠나? 남들이야 어떻게 보든 우선은 내가 나를 만족시킬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렸다.”
심심파적으로, 취미로 대충 그렸다는 얘기로 들리지만 이게 겸사(謙辭)다. 그림을 보면 그가 꽤나 빠른 공을 던진 신참 투수임을 알 수 있다. 물건이 나타났다! 뭐 이런 건 아니지만 웬만한 그림쟁이는 저리 가라다. 거침없이 갈긴 붓질의 능란함, 강렬하고 화려한 채색의 조화로운 구사, 화면에 난무하는 리듬감, 상상력을 증대시키는 추상적 형상의 오묘함 등 들여다볼 게 많은 작품들을 생산했다. 작심하고 틀어박혀 몰두한 결과물인 걸 알 만하다. 어설픈 그림놀음으로는 남들의 눈총만 받기 십상이다. 망신살이 뻗칠 수도 있다. 이걸 모를 리 없어 올인했나 보다.
“딴엔 절박한 심정으로 그렸다. 근래 두어 해 동안 시련이 많았거든.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사업상의 침체로 괴로웠던 거다. 이성적으로 극복해야 했다. 그림은 그 방편이었지. 그리면서 인생을 돌아봤고, 그리면서 반성도 많이 했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삶으로 나를 데려가야 할 필연을 느꼈다.”
코로나19로 모두 위기를 경험하고 있지만 인생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언젠가 말 한 마리가 연구소 마당으로 걸어 들어왔더라. 이상하고 당혹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뭐라 설명하긴 어려우나, 나의 자아를 돌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방문한 놈일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코로나19 역시 내게 마찬가지 의미를 전하는 전령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라 독촉하는 거라고 보는 것이지. 이런 정황과 생각을 그림으로 그려 전시회에 걸었는데, 말과 내가 등장하는 이 작품에 대해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좋다, 당신의 대표작으로 손색없다! 그런 얘기도 들었고.”
전에 선생은 자연주의자의 오케스트라 정신을 얘기했었다. 물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 어우러진 자연의 하모니를 삶에 끌어들여 남들과 소통하는 삶이 최고라고. 그래서인가 그림에도 자연이 자주 등장하네?
“모든 예술의 원천적 영감은 자연에서 얻는 게 아닐까? 다행히도 나는 늘 자연 풍경을 바라보며 산다. 자연 속에 사는 것들을 소재로 삼은 그림을 즐겨 그렸다. 자연을 화폭에 끌어들여 내면의 투박하고 질박한 본질을 표출하고 싶어서였지. 차기 전시회에서는 전혀 다른 소재와 작풍(作風)을 보여주고 싶다. 동어반복은 창의적이지 않으니까.”
“인생은 어차피 허무한 거잖아?”
최복호는 대구에 산다. 그러나 잠자는 시간 외의 대부분은 청도로 달려와 작업실에 눌러앉는다. 청도의 외진 산골에 있는 ‘최복호 패션문화연구소 펀앤락’(Fun & 樂)으로 출근한다. 그렇게 살아온 게 13년째. 이 연구소는 그의 아지트이자 다중에게 개방된 복합문화공간이다. 갖가지 소공연과 전시회를 숱하게 펼쳤다. 소주 서너 병쯤은 가볍게 쓰러뜨리는 애주가인 그의 사교장이기도 하다. 개그맨 전유성이 청도에 머물던 때엔 죽이 맞아 대작이 잦았다. 술 취해 이리 비틀 저리 휘청하는 꼴을 눈 뜨고 못 봐주는 성격이지만 무리 지어 노니는 걸 풍류 삼아 즐겼다. 그러나 요즘은 변했단다. 주로 혼자 논다. 벼랑을 움켜쥐고 홀로 선 소나무처럼 뭔가 뿌리부터 단단해진 모양이다.
“그림과 논다. 이건 혼자서도 가능하다. 그림이 아니더라도 노인은 혼자서도 잘 놀 줄 알아야 한다. 혼자일 때 창조적인 생활의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패거리 지어 산에 다니고, 골프 치고, 술 마시고, 이건 시간을 ‘때우는’ 것에 불과한 게 아닐까?”
타성에서 벗어나자는 뜻?
“우리 나이쯤 되면 어둠 뒤에 오는 빛 같은 거, 공평한 신에 관한 외경 같은 거, 이런 걸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야 긍정심이 커진다. 인생은 어차피 허무한 거잖아? 고통을 피할 길이 없다고. 하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경우엔 허무도 고통도 두려움 없이 받아넘길 수 있다. 자제력과 인내심도 긍정 마인드에서 강화될 테고.”
이미 100세 시대가 도래했지만 생명과학은 120세까지도 살게 해주겠다고 선전한다. 오래 사는 게 기분 나쁠 건 없지만 나이 들수록 긍정심보다 이기심이 커지기도 해 문제다. 더 진부해지고 더 까다로워지는 ‘꼰대’도 많다.
“내 경우엔 분노의 감정을 조절하기가 참 어려웠다. 바닥엔 항상 분노가 깔려 있었거든. 그래서 페이스북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고 내가 나를 보기 위한 글이었다. 글이라는 거울에 나를 비춰본 것이지. 그 효과는 컸다. 분노 조절이 가능해졌으니까. 글쓰기는 실로 자기발견을 할 수 있는 유력한 방편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 팔로어가 5000여 명이라지? 사이버 공간에서 좋은 글쓰기가 가능하던가? 글은 자기발견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위장의 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지 않나?
“폐단이 없지 않지만 이성적으로 접근하면 무리가 없다. 원초적인 감정 배설을 피해나가면 된다. 그러는 사이 감정이 순화되는 거고. 내 경우엔 그랬다.”
어찌된 일인지 세상이 재미없는 쪽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살면 살수록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느는 건 고통뿐이니 환장할 일이라고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왜 혼자 놀며 그림을 그리겠나? 좀 재미있게 살고 싶어서다. 일단은 내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는 거다. 이제 우린 딴짓을 좀 하며 제2의 인생을 사는 게 좋겠다. 창의적으로. 고통?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라는 게 있던가? 신은 그런 것은 주지 않더라. 암이라든가, 죽음이라든가, 그런 건 운명으로 받으면 되는 거고. 난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그가 점심을 차려낸다. 연구소 텃밭에서 기른 채소 일색의 찬에 식욕이 들끓는다. 정갈한 식물 밥상이 숫제 그림이다.
중장년 남성 소수의 고민으로 여겨지던 탈모가 최근에는 남녀노소 불문 현대인의 걱정으로 자리 잡았다. 대한탈모치료학회에 따르면 국내 탈모 인구가 1000만 명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20% 정도가 탈모를 겪는 셈이다.
흔히 가을을 ‘탈모의 계절’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실제 두피가 가장 고통받는 계절은 한여름이다. 강한 자외선과 고온다습한 날씨에 두피와 모발이 혹사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강한 자외선은 두피에 염증을 일으키고 모낭을 손상시켜 탈모를 일으킨다. 또 무더운 날씨에 늘어난 땀과 피지가 대기 중 노폐물과 엉겨 두피에 쌓이면서 모낭을 막아 모발의 건강상태를 악화시킨다. 게다가 장마철의 습한 날씨는 각종 세균의 활발한 증식을 일으켜 두피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여름에 두피 건강관리에 힘써야 가을에 자주 발생하는 탈모를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남성 시니어에게는 여름철이 더욱 유의해야 하는 시기다. 남성은 호르몬 영향으로 피지 분비율이 여성보다 2배 더 높아 여름에 두피 관리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여름철 탈모 관리법은?
① 자외선 차단하기
자외선이 강한 날 오랜 시간 햇볕을 쬐고 있으면 두피가 손상될 뿐 아니라 모발이 약해지고 탄력을 잃는다. 수분을 잃어 건조해지기도 한다. 따라서 햇볕이 강한 날에는 모자를 쓰거나 양산을 이용해 자외선을 차단해야 한다. 다만 통풍이 되지 않는 딱 붙는 모자는 두피 염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모자를 쓰더라도 느슨하게 착용하거나 양산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② 저녁에 머리 감기
머리는 아침보다 저녁에 감는 것이 좋다. 낮 동안 두피와 머리카락에 쌓인 유해물을 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를 감을 때는 물의 온도를 너무 뜨겁지 않게 해야 한다. 뜨거운 물은 두피와 모발을 건조하게 만들어서다. 거품을 낼 때는 두피에 바로 올려 비비지 말고 손에서 충분히 거품을 낸 후 비비는 게 좋다.
③ 장마철 비 맞지 않기
두피와 모발에는 종일 생성된 피지와 각질, 땀, 그리고 헤어스타일링 제품과 같은 잔여물이 가득하다. 여기에 비를 맞으면 대기 중의 각종 오염물질이 모낭 입구를 막아 잔여물 배출을 어렵게 한다. 또 비를 맞아 두피가 습해지면 오염물질과 함께 각종 세균이 번식하기 쉽다. 우산을 챙기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비에 젖었을 때는 곧바로 샴푸로 씻어낸다.
④ 수영 뒤에 바로 머리 감기
수영장에서 수영을 마친 뒤에는 바로 머리를 감는다. 수영장 물에는 소독을 위해 ‘클로로린’이라는 화학성분이 포함돼 있다. 클로로린은 모발의 천연성분을 빼앗아가므로 수영 뒤에는 최대한 빨리 샴푸로 헹궈내야 한다. 화학성분으로 인한 모발 손상을 막고 싶다면 수영장 물에 들어가기 전 미리 샤워실에서 모발을 적시는 것도 방법이다.
⑤ 무더운 날에는 통 가발 사용하지 않기
탈모 부위를 가리기 위해 가발을 쓰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무더위로 땀과 피지가 다량 분비되는 여름에 두피 전체를 둘러싸는 통 가발은 두피 통풍을 저해한다. 두피에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두피의 각질과 피지, 땀 등이 가발 안에 고여 두피 내 습도가 상승한다. 습도 상승은 모낭충과 비듬균 같은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므로 두피염을 유발해 모낭이 손상될 수 있다.
여름에는 되도록 가발을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도 가발을 써야할 때는 주기적으로 가발을 벗어 두피의 습도가 올라가지 않도록 두피를 건조시키는 활동이 필요하다. 또 꽉 조이는 통가발은 두피 혈액순환까지 막으므로 전문가와 상담해 여유 있는 크기의 가발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100세 시대, 시니어도 탈모 관리에 힘써야
탈모를 어쩔 수 없는 노화 현상이라고 여기고 그대로 방치하는 시니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모발은 단순 미용을 넘어 개인의 인상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개인의 자신감과도 연결돼 심리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친다.
평균 기대수명이 늘면서 시니어는 앞으로도 활발한 사회활동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단정하고 호감 가는 인상은 시니어에게도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다. 모발이 인상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인 만큼, 자신감과 대외 이미지를 위해 탈모에 대해 관심 갖고 관리하고 치료하는 게 필요하다.
탈모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탈모는 남성형 탈모(안드로겐성 탈모)다. 남성형 탈모는 이 증상이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는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해 탈모 삼푸나 영양제와 같은 비의학적인 방법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비의학적인 방법은 탈모 진행을 늦추는데 보조적인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탈모를 막거나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근본적인 치료법이 될 수 없다.
탈모는 초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꾸준히 치료하면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진행성 질환인 만큼 증상이 심화될수록 관리도 어려워진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체크리스트에 있는 증상이 확인되면 가능한 빠르게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① 두피 앞부분과 정수리 부분 모발이 가늘고 짧아진다.
② 모발이 가늘고 부드러워지는 반면 가슴 털과 수염이 굵어진다.
③ 하루에 빠지는 모발 개수가 100개 이상이다.
④ 머리 밑이 가렵고 비듬이 생기는 증상이 지속된다.
⑤ 친가나 외가에 탈모 증상을 가진 가족이 있다.
⑥ 이마선이 뒤로 밀리고 정수리 부위 두피가 들여다보인다.
심한 탈모에는 ‘모발이식’이 좋은 대안
이미 탈모가 많이 진행된 시니어라면 모발이식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 모발이식은 탈모 문제를 가장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다.
중년층은 젊은 층에 비해 두피나 모발이 약해진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후두부에서 모발을 채취하는 모발이식 시 두피와 모발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한 맞춤형 모발이식으로, 한 모낭이라도 손실 없이 이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도하게 많은 모발을 이식하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으니, 전체적인 얼굴형과 탈모 진행 상황, 모발 굵기 등을 고려해 최적의 디자인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여름에 모발이식을 하면 회복하는 과정에서 절개 부위가 땀으로 인해 염증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계절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를 놓치기보다는 자신의 상태에 맞는 모발이식 디자인과 수술법을 통해 맞춤형 모발이식을 서둘러 진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모발이식 시 절개나 부작용, 회복기간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 비절개 모발이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비절개 모발이식은 후두부에서 필요한 모낭만을 채취해 빠르게 이식하는 분할기법이다. 채취 부위가 눈에 띄지 않을 뿐 아니라 절개 과정이 없어 흉터나 통증이 거의 없이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이규호모아름의원 이규호 대표원장은 “탈모는 계속해서 진행되는 것이므로 악화될 수 있어 계절에 관계없이 빠르게 검사를 받고 치료해야 한다”며 “이미 중증도 이상이라면 모발이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모는 더 이상 중장년층 남성의 전유물이 아닌 성인 남녀의 대표적인 고민이다. 따라서 탈모를 부끄럽게 여겨 방치하지 말고, 증상이 나타났을 때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건강하게 사회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시니어에게도 ‘삶의 질’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며 남성 갱년기 치료와 함께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로 남성의 고환에서 생산되는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신체 건강, 정신 상태 등을 조절하고 성생활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나이가 들면 성생활이 줄어들 것이란 편견과 달리 우리나라 60세 이상 성인들은 활발하게 성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임상노인의학회 춘계학술대회 발표에 따르면 60~64세는 84.6%, 65~69세는 69.4%가 성생활을 하고 있다. 75~79세 58.4%, 80~84세 36.8%도 성생활을 하고 있었다. 60대는 절반 이상, 80대 노인도 20~30%는 성생활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성생활에 주요 역할을 하는 테스토스테론은 30대 전후부터 해마다 약 1%씩 감소해, 50~70대 남성의 약 30~50%는 정상치를 밑돌고 있다. 테스토스테론이 정상치 밑으로 떨어지면 남성 갱년기의 원인이 된다. 또 성욕 감퇴와 발기력 저하, 복부 비만, 근육량과 근력 감소, 사정량 감소, 성관계 지속기간 감소 등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다면 줄어드는 테스토스테론을 관리하고 즐거운 성생활에 도움을 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약물 복용보다 특정 음식을 섭취해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식어버린 부부관계를 다시 뜨겁게 만들어 줄 ‘성호르몬에 좋은 음식’을 알아봤다.
◆마늘
마늘에는 ‘알리신’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다. 이 알리신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남성 호르몬과 다른 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성 기능을 향상시킨다. 또 혈관 내 노폐물 제거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정력을 강화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며 피로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굴
굴은 남성의 정력에 좋은 대표적인 식품이다. 굴에는 칼슘과 철분, 아연 같이 몸에 좋은 영양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이 중 아연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연이 많이 든 음식에는 게와 새우 같은 해산물과 콩, 호박씨가 있다.
◆아스파라거스
아스파라거스에는 엽산과 포타슘, 비타민 E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특히 비타민 E는 테스토스테론을 비롯한 성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킨다. 올리브 오일과 아스파라거스를 함께 구워 먹으면 지방과 함께 섭취돼 몸에 비타민 E를 더 잘 흡수시킬 수 있다. 아스파라거스는 모양이 남성 성기와 닮아 외국에서는 정력제로 꽤 유명하다.
◆양파
미국 정신과 전문의 마 나이두 박사의 저서 ‘미라클 브레인 푸드’에 따르면 양파는 고환 세포의 산화질소 생성을 증가시켜 혈관을 확장하고 발기부전을 개선한다. 혈당도 낮춰 테스토스테론 생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아보카도
아보카도는 성호르몬 생성에 꼭 필요한 물질인 ‘붕소’가 가장 풍부한 식자재 중 하나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붕소를 3mg만 섭취해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향상된다고 한다. 이는 대략 아보카도 두 컵 정도 분량이다.
◆복분자
복분자는 ‘복분자를 먹으면 소변 줄기가 세져 요강이 엎어진다’는 말이 있을 만큼 정력에 좋은 음식으로 꼽힌다. 전북대 수의과대학 연구팀이 진행한 동물실험에 따르면 실험 쥐에 복분자를 투여한 결과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대조군 대비 16.1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음식 외에도 호르몬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려면 바른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근력 운동을 하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지고, 여성호르몬이 생성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식습관 교정도 필수다. 패스트푸드와 버터 등에 들어 있는 포화지방산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또 술과 담배, 스트레스는 호르몬 분비를 방해하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충분한 수면을 통해 호르몬 균형을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호르몬 관리는 인생 후반기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호르몬을 잘 관리하면 건강은 물론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
퇴직을 앞둔 57대 A씨는 인생2막을 준비하기 위해 고민이 많다. 이제 막 취업해 직장 생활을 시작한 자녀들은 아직 안정적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그런데 벌써 ‘정년퇴직’이 다가오고 있어 알 수 없는 걱정과 압박감에 어깨가 무겁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막상 은퇴 뒤 집에 가만히 있으면 몸이 근질거리고 마음도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A씨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은퇴 뒤에도 일을 하고 싶은 시니어에게 자격증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정년이나 노인이라는 나이 문제를 넘어서며 일할 수 있는 좋은 비법이다. 자격증 취득이 재취업과 노후대비, 자기계발에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다. 또 자신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관련 자격증을 따면 탄탄한 미래를 준비하는 데도 도움된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변화를 통해 완전한 변신을 꾀하는 것도 좋을 수 있다.
인생 100세 시대를 고려하면 앞으로 40년 넘게 더 살아야 한다. 오래 이어질 인생2막을 다채롭게 꾸려가고 싶은 시니어들을 위해 알짜배기 자격증 4개를 소개한다.
①자녀를 키워봤다면 누구나!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는 출산한 산모와 신생아 가정을 직접 방문해 이들의 건강을 살피고 산후 관리를 돕는다. 출산 전후 산모의 안정과 빠른 회복을 위해 산모에게 유방 마사지, 복부 마사지, 찜질, 산후 체조, 건강식을 제공한다. 또 목욕과 배꼽 소독, 청결, 아기 마사지 같이 신생아 위생과 건강관리를 돕는다. 이 밖에 큰 아이가 있으면 등하교 관리와 식사, 장보기, 빨래, 청소 같은 가사도 전담한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가 되려면 보건복지부나 시·군·구청 홈페이지에서 정부가 지정한 교육기관을 먼저 확인한다. 그리고 지역 내 여성인력개발센터, 돌봄사회서비스센터 같은 해당 교육기관에서 이론 24시간과 실습 36시간 교육을 받는 2주 과정을 밟아야 한다.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간호사 같은 자격증을 소지해 경력을 인정받으면 이론 12시간과 실습 28시간으로 교육 기간이 1주 과정으로 줄어든다.
다만 지방자치단체나 교육기관에 따라 시험을 치르는 곳이 있으니 시험 유무도 확인해야 한다. 수강료는 신규 과정 20만 원, 경력자 과정 15만 원이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교육비 50%를 감면받는다. 수료 뒤 바우처 제공 기관에 취업해 400시간 이상 근무한 재직자는 수강료 50%를 환급받는다.
교육 수료 뒤 군청과 구청 같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바우처 제공 기관에서 ‘바우처 산모관리사’로 취업할 수 있다. 근무는 주 5일, 하루 8시간이 기본으로 단축형(1주), 표준형(2주), 연장형(4주)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보수는 단축형 33만3750원, 표준형 66만7500원, 연장형 133만5000원이다.
근무할 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산후조리를 했던 방식이나 자녀 양육 방식을 고집하면 안 된다. 복장 제한도 있다. 면 소재 옷만 입어야 하고 액세서리는 금물이다. 향수도 피해야 한다.
취업한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라도 교육 수료 뒤 1년이 지나면 반드시 연 8시간 이상 보수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은 직무와 서비스, 직업 비전, 현장 갈등과 문제 해결, 스트레스 관리 같은 직무와 직접 연관 있는 내용이다. 또 산모로부터 불만을 2번 이상 접수받은 건강관리사는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②공동주택 지킴이 주택관리사
주택관리사는 공인중개사 못지않게 조명되며 정년이 없어 은퇴 뒤 노후대비로 인기 높은 자격증 시험 중 하나다. 주로 아파트와 공공시설, 상가 같은 대규모 공동 주택의 각종 시설과 환경을 유지 관리한다. 또 공동시설 유지와 보수, 관련된 각종 회계 업무인 공과금 납부 대행, 관리비 징수 같은 업무를 담당한다.
주택관리사(보) 시험은 1년에 1회, 1차와 2차로 나뉘어 진행된다. 구체적인 일정은 한국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에서 일정과 시험과목을 미리 확인하고 준비하면 된다. 서울시평생학습터, 아산시평생학습관, 천안시평생학습센터, 인천시민교육센터, 경기도평생학습관처럼 전국 지자체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시험에 합격해 자격증을 취득한 다음 3~5년 이상 근무 경력을 쌓으면 주택관리사로 활동할 수 있다. 주택관리사로 되려면 500세대 미만의 공동주택 관리소장으로 근무 경력이 3년 이상 또는 공동주택관리기구 직원(경비원, 청소원, 소독원은 제외함) 또는 주택관리업자 직원으로 주택관리업무 종사 경력 5년 이상과 같은 경력을 충족해야 한다.
③ 식물과 함께하는 삶, 조경기능사
조경기능사는 식물이나 토목, 물, 조형물 등을 통해 생활공간을 꾸미고 자연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에 대해 현장을 조사해 조경에 대한 기본 구상과 계획을 세우고, 부분적으로 실시 설계를 이해하고 있는지, 현장 여건을 고려한 시공으로 조경 결과물을 도출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가 주요 평가 지표다.
시험은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본다. 조경 기초 설계부터 정원 설계, 잔디 식재 공사, 실내 조경 공사 같이 포괄적인 내용을 알아야 한다.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이다. 실기 시험은 3시간 30분 안에 주어진 조경 작업(도면작업·수목감별·조경실무작업)을 완료해야 한다. 도면 작업은 평면도와 단면도를 모두 완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완성하지 못하면 실격이다. 수목감별 평가 방법은 주어진 수목 사진을 보고 수목명을 맞혀야 한다. 조경 실무 작업은 주로 조경수목 식재, 포장(벽돌쌓기), 잔디 파종 같은 수행 능력을 평가한다.
조경기능사는 법적 우대사항보다 민간에서 활용도가 높은 자격증이다. 주로 건설회사 조경부서와 조경엔지니어링회사, 조경컨설팅회사, 조경설계용역업체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도 조경 식자재전문공사업체와 조경관리업체, 조경시설물 설치전문공사업체, 학교·아파트 단지 관리부서, 정원수·온실 재배업체로 진출할 수 있다.
실제 조경시공업계에 따르면 50~60대 중장년층에서 조경기능사 취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경시공업계 관계자는 “조경기능공이 예전엔 몸을 많이 쓰는 직업이란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장비가 발달해서 덜 힘들다”며 “오히려 식물과 함께하면서 은퇴 뒤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일로 바뀌어 가는 중이라 60대 중반까지도 현장에서 조경기능인으로 활약하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④웰빙시대, 우리 먹거리 안전하게! 농산물품질관리사
농산물품질관리사는 산지 생산자조직에 소속돼 농산물 품질 관리, 상품과 브랜드 개발, 물류 효율화, 판촉과 바이어 관리 같이 농산물품질을 종합적으로 조정하고 관리하는 전문가다. 주로 농산물 등급을 판정하고 농산물 출하 시기를 조절하며, 품질관리기술에 대해 자문한다. 또 농산물 품질 향상과 유통 효율화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한다.
자격증 응시에 경력이나 학력, 성별 제한이 없다. 평소 농업에 관심이 있거나 귀농을 생각해볼 법한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자격증이다.
농산물품질관리사 시험은 1차 시험과 2차 시험이 있다. 1차 시험은 객관식으로, 100점 만점에 모든 과목 40점 이상, 전체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한다. 실기시험은 단답형과 서술형으로 시행되며,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이면 합격한다. 자세한 시험 과목과 일정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농산물을 취급하는 대형 유통업체, 공공기관, 지역농협,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다. 덧붙여 농산물을 취급하는 공공기관과 농협에 취업하면 인사 고과와 수당, 승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농산물품질관리사는 농업직 9급 국가공무원 채용에서 3% 가산점을 받는다.
100세 시대다. 대한민국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퇴직 후 인생2막의 설계가 화두로 떠오른지 오래다. 이에 50세 이상 시니어부터 40대 프리시니어까지 모두가 인생2막을 위한 준비에 분주하다. 노후를 대비하고 사회 참여를 지속하려면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더 ‘열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0년 한국고용정보원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5~69세 중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다는 사람이 전체의 72.5%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향후 평균 71세까지 계속 일자리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희망 임금으로 월 150~200만 원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시니어들의 재취업 욕구는 단순히 생계 수단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은퇴 후 겪게 되는 자존감 하락, 공허함 등을 해소하기 위함도 있다. 이에 시니어들은 요즘 젊은 취준생만큼 취업·이직·창업을 목표로 국가기술자격 취득에 힘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간한 ‘2021년 국가기술자격 통계 연보’에 따르면, 50세 이상 국가기술자격 취득자는 2016년 5만243명에서 2020년 9만3488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취득자 비중도 2016년 전체에서 7.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13.1%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바야흐로 '시니어 자격증 시대'다.
시니어들이 가장 많이 취득한 자격증 탑4
시니어들은 면허 발급이 가능하고 취업에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자격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증 열풍 속, 시니어들이 가장 많이 취득한 자격증은 무엇일까? 남성은 지게차운전기능사·굴삭기운전기능사, 여성은 한식조리기능사·건축도장기능사였다.
이 자격증들이 인기를 얻는 가장 큰 이유는 취득 후 바로 취업에 활용할 수 있어서다. 응시 자격에 제한이 없고, 진입 장벽이 낮아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점도 시니어들의 눈길을 끈 것으로 분석된다. 취업 지원 사이트의 구인 공고에서도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을 우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격증을 요구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상대적으로 제시하는 임금도 높다. 자격증이 개인의 전문성을 판단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자격증을 따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이에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국가기술자격증 중 시니어들이 가장 많이 취득하고, 관심을 두고 있는 지게차운전기능사, 굴삭기운전기능사, 한식조리기능사, 건축도장기능사 4개 자격증을 상세하게 분석해 소개한다.
① 지게차운전기능사
창고형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가거나, 공사 현장을 지나칠 때 ‘삐삐’ 소리를 내며 큰 짐을 나르는 차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게차운전기능사는 그 기계 차량을 운전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자격증이다. 지게차는 건설과 유통구조 대형화·기계화에 따라 각종 건설 공사, 항만 또는 생산 작업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지게차운전기능사는 공장과 물류 창고, 건설 현장 등에서 화물 자재를 운반하고, 올리고 내리는 지게차 운전과 작업 능력을 필요로 한다. 실제로 이를 취득할 경우 각종 건설업체, 건설기계 대여업체, 토목공사업체, 건설기계 제조업체, 금속제품 제조업체, 항만하역업체, 운송과 창고업체, 건설기계 대여업체, 시·도 건설사업소 등으로 진출할 수 있다. 응시 연령과 자격에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시니어들에게 인기 있는 자격증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 취득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2만9740명에서 2016년 3만3128명, 2017년 3만3339명, 2018년 3만1758명, 2019년 5만1156명이 자격을 취득할 정도다. 응시목적(2019년 기준)을 보면 ‘취업·창업·이직’이 45%로 가장 많았고, ‘업무능력·자기계발’이 42%로 뒤를 이었다.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구분된다. 필기는 지게차 주행, 화물적재, 운반, 하역, 안전관리 분야의 60문항이 객관식으로 출제되며,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이다. 일반적인 자동차 운전면허시험보다는 어렵기 때문에 아무런 준비 없이 응시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공부하면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실기는 4분간 지게차 운전 작업과 도로 주행으로 평가한다. 역시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이다. 단 필기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합격자 발표일로부터 2년간 필기시험이 면제된다.
합격률은 2018년 필기 54.4% 실기 48.3%, 2019년 필기 55.4% 실기 48.5%, 2020년 필기 68% 실기 50.3%다.
② 굴삭기운전기능사
굴삭기(포크레인)는 땅을 파거나 깎을 때 사용하는 건설 기계다. 주로 도로, 주택, 농지 정리, 준설 등 각종 건설 공사나 광산 작업에 쓰인다. 건설 기계 중 가장 많이 활용되며, 응시자 연령대는 40대가 22.5%, 50대가 20.5%로 시니어에게 인기가 많다.
굴삭기운전기능사는 건설 토목 공사 현장에서 장비를 조종해 터파기·깎기·상차·쌓기·메우기 같은 작업을 수행한다. 굴삭기 일상 점검, 예방 정비 업무도 포함이다.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나뉜다. 필기는 건설기계기관, 전기 및 작업 장치, 유압 일반, 건설기계관리법규 및 도로통합방법, 안전관리 분야의 60문항이 객관식으로 출제된다. 실기는 작업형으로 굴삭기 운전 작업, 도로 주행을 통해 평가한다. 필기와 실기 모두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 받으면 합격이다.
굴삭기를 소유하면 대여 업체 창업도 가능하고, 직접 일을 대행할 수 있다. 현장에선 이를 ‘지입’이라 부른다. 해당 업체와 계약을 맺고 본인 소유의 굴삭기를 이용해 일하는 셈이다. 주로 건설업체, 건설기계 대여업체 등으로 진출하며, 광산과 항만, 시·도 건설 사업소 등으로도 취업할 수 있다.
특히 굴삭운전기능사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에게는 우대사항이 있다. 6급 이하 및 기술직 공무원 채용 시험 시 공업 직렬의 운전 직렬에서 3%의 가산점(공무원임용시행령 31조)이 부여되고, 공공기관 및 일반기업 채용 시 보수, 승진, 전보, 신분보장 등에 있어 우대(국가공무원법 36조)를 받을 수 있다.
산업인력공단은 앞으로 10년 간 건설기계운전원 취업자 수가 현 상태를 유지(-1% 초과 또는 +1%미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③ 한식조리기능사
한식조리기능사는 한식 메뉴 계획에 따라 식재료를 선정하고, 맛과 영양을 고려해 안전하게 위생적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조리 능력 외에도 조리 시설과 기구의 위생관리, 재료 구매, 영양학, 관련 법규 등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필기는 한식 재료관리, 음식 조리 및 위생관리 분야에서 객관식 4지 택일형으로 60문항이 출제된다. 이론과 기출문제 위주로 꾸준한 반복 학습이 중요하며, 시간이 부족하다면 이론 내용은 문제 풀이를 먼저 하면서 유형을 익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제 은행식이기 때문에 난도가 높지 않아 문제집 한 권으로 독학할 수 있다. 기초 조리 용어를 숙지해두면 실기 준비 때 조금 수월해질 수 있다.
실기는 오이 5cm 간격 썰기, 돌려 깎기, 골패썰기 등 감독관들이 지시하는 대로 조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꽤 까다로운 편이다. 재수와 삼수가 기본이라고 할 정도다. 31가지 중 두 가지 메뉴가 무작위로 출제되는데, 이를 45~70분 이내에 만들어 제출하면 된다. 현장에서 채점 기준에 따라 합격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맛과 외관, 조리 과정, 위생 상태 등 메뉴의 기본 지침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또 백색 위생복, 앞치마, 위생모자 또는 머릿수건, 개별 조리기구 등 시험 준비물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필기와 실기 모두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며,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여러 우대사항이 있다. 우선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에 한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리사 면허를 발급해 준다. 현재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학교와 병원 등의 집단 급식소(50명 이상)에서는 조리사 자격 소지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므로,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유리할 수 있다. 6급 이하 공무원 시험에서도 가점을 받는다.
향후 식품접객업과 집단 급식소 등에서 조리사로 근무하거나 운영할 수 있다. 업체 간, 지역 간 이동이 많은 편이고 고용과 임금에서 안정적이지는 못한 편이다. 하지만 정부가 매년 조사하는 국가기술 자격통계 연보에서 50대와 60대 여성 자격증 취득 순위에서 거의 1등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④ 건축도장기능사
건축도장기능사는 페인트공 또는 도장공을 말한다. 건축물 내·외부 표면에 페인트와 라커 같은 도료를 칠하거나 발라서 건물과 기타 구조물을 보호 또는 장식하는 일을 한다. 건설업은 국가기술자격을 요구하는 구인 건수 비중이 많은 업종인데, 특히 건축도장기능사는 상대적으로 성별이나 연령의 진입장벽이 낮다.
건축도장기능사 시험은 실기로만 진행한다. 실기시험은 도면(가로 60cm*세로 90cm)에 맞는 구조물에 지급되는 재료를 가지고 주어진 과제대로 페인트를 칠해 완성품을 만들면 된다. 시험 과제는 총 5가지이며 큐넷 자료실에 공개돼 있다. 단 실제 출제되는 시험 문제는 공개한 문제에서 일부 변형될 수 있다.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1년에 네 차례 실시하는 실기 시험은 6시간 동안 진행되다 보니 집중력이 상당히 요구된다. 유성페인트를 칠해야 하는데 수성페인트를 칠하는 등 사소한 실수가 합격에서 성패를 좌우한다. 3가지 이상의 재료를 섞어서 색을 내야 하는 조색 과정, 4가지 유형(시험 당일 감독관이 지정해주는 도면)으로 돼 있는 도형 부분은 시험 전에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것이 좋다.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도장공으로 취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낡은 건물의 신축과 리모델링으로 수요가 꾸준하다. 인테리어업체로 취업할 경우 초봉은 월 230만 원 정도다. 그러나 작업 특성에 따라 고용 형태는 일용직이 많다. 전문 건설업체나 하도급자의 의뢰에 따라 일을 한다. 건설 현장에서 일할 때 도장공 일당은 보통 15만∼25만 원 수준이다. 3~5년간 경력을 쌓으면 숙련공이 될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숙련자가 없어 임금이 계속 오르고 있다.
또 현장 관리인으로 취업할 수도 있다. 2018년 건축법 개정에 따라 건설업자에게 도급하지 않고 시공하는 모든 건축공사는 건설기술자 1명을 현장 관리인으로 지정해야 한다. 또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을 취득하고 건설업 종사경력 918일 이상이면 건설경력기술자 등급(초급 이상)을 받고 해당 기술자 수첩을 발급받을 수 있다. 규모가 30억 원에 달하는 공사 현장에는 초급 이상의 기술자등급 소유자가 현장 대리인(현장소장)으로 배치돼 현장을 관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외에도 도장공사업이나 페인트 상회 또는 실내건축공사업 면허를 내고 건설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노후 준비를 위해 자격증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 되고 있다. 다만 자격증을 따는 것과 구인 공고를 통해 취업까지 성공하는 것은 별개다.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각 자격증의 시험정보, 우대현황, 일자리 정보 등 자세한 사항은 한국산업인력공단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해당 자격증을 검색하면 한국산업인력공단 사이트로 연결된다.
부모님의 병간호를 오랫동안 하면서 은퇴 후 의료비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은 임 씨 부부는 여러 상황을 고려한 보험 상품들에 가입했다.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갱신 폭이 커서 보험료 부담을 걱정하던 임 씨 부부는 오는 7월부터 새로운 실손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된다는 말을 듣고 실손의료보험의 활용법에 대한 상담을 요청해왔다.
실손의료보험의 가입 시기부터 확인하자
지금까지 출시된 실손의료보험은 제도의 개정 시기에 따라 크게 3세대로 나눈다. 2021년 7월 21일에 출시 예정인 실손의료보험은 4세대에 해당한다. 1세대 실손의료보험은 2009년 9월까지 판매한 실손의료보험을 말한다. 1999년부터 판매된 실손의료보험의 본격적 판매는 2003년 손해보험사에서 시작되었다. 당시의 손해보험사 실손의료보험은 가입자가 부담한 입원의료비를 100% 보장한다. 2008년부터 생명보험사도 실손의료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1세대 실손의료보험은 회사마다 보장 내역이 상이하고 보장 만기도 달랐다. 보험사들은 저마다 자사 상품의 장점을 강조하며 판매에 열을 올렸고, 실손의료보험의 혜택을 실감한 금융 소비자들의 관심도 증대했다. 이에 실손의료보험제도의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은 실손의료보험 표준화 정책을 발표했다. 각 보험사는 2009년 10월부터 통일된 실손의료보험 약관을 적용하면서 2세대 실손의료보험을 출시했다. 2세대 실손의료보험은 보험료 갱신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변경하고 입원의료비에 자기부담금을 10%로 설정했다. 2013년에는 보험료의 갱신 주기를 3년에서 1년으로 바꾸고, 보장 기간을 100세로 하며, ‘재가입 주기’를 15년으로 한 새로운 표준화 실손의료보험이 나왔다. 재가입 주기가 15년이란 의미는 보험 가입 후 15년이 지나면 당시의 의료 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실손의료보험으로 자동 전환된다는 말이다. 가입 후 15년간은 현재의 상품 혜택을 보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참고로 2021년 7월부터 판매되는 4세대 실손의료보험의 재가입 주기는 5년이다. 그만큼 실손의료보험의 상품 변경 주기가 짧아진다는 의미다. 신(新)실손의료보험 혹은 ‘착한 실손’이라고 불리는 3세대 실손의료보험 시대는 2017년 4월 새로운 표준약관 적용을 통해 시작되었다. 3세대 실손의료보험은 가입 후 2년 동안 보험금 청구 이력이 없으면 보험료의 10%를 할인해주고, 보험금 지급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3개의 담보(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영상진단(MRI, MRA), 주사료)를 특약으로 분리해 특약 선택 여부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할 수 있다. 가입 시기에 따른 실손의료보험의 주요 특징 변화를 요약하면 위의 표와 같다.
4세대 실손의료보험의 특징
실손의료보험제도 변천의 주요 원인은 지급보험금의 지속적 상승에 따른 위험손해율의 증가와 이에 따른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증가다. 우리나라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수는 2019년 말 기준으로 약 3800만 명이다. 금융위원회 자료(2020. 12. 10)에 따르면 전체 가입자의 3.4%가 전체 지급보험금의 56.8%를 수령했으며, 65.7%의 가입자는 보험금을 지급받은 적이 없다. 지급보험금의 연 평균 상승률은 무려 17.7%다. 이런 추세면 1인당 실손의료보험료의 부담이 더욱 가중됨은 물론 실손의료보험제도의 지속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금융당국은 보험료 상승의 주요 원인인 비급여(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급여)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하고,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실손의료보험제도를 개정하기로 했다. 새롭게 도입되는 4세대 실손의료보험과 기존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위험손해율이란 납입한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이해하면 된다. 1세대 실손의료보험의 2019년 위험손해율이 144%라는 것은 1세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전체가 납입한 보험료보다 지급된 보험금이 1.44배 많다는 것이다. 각 세대별 실손의료보험의 위험손해율은 해당 세대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보험료에 반영된다. 만약 기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중 건강한 사람들이 보험료 증가가 부담되어 3세대 혹은 4세대 실손의료보험으로 전환한다면 기존 실손의료보험의 위험손해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4세대 실손의료보험은 위험손해율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비급여 의료 이용량과 연계한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한다. 보험료의 할인·할증은 5단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신상품 출시 후 3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4세대 실손의료보험은 적정한 의료 서비스 제공 및 이용을 위해 자기부담금 수준을 급여 20%, 비급여 30%로 인상하고 통원 공제금도 종전에 비해 높였다.
실손의료보험 전환은 7월 이전에 결정해야
임 씨 부부는 2007년에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다. 당시에는 실손의료보험을 단독가입(실손의료보험 단독가입은 2013년부터 가능)할 수 없어서 상해 및 질병 관련 특약을 부가하여 가입했고, 적립금도 별도로 설정했다. 지금 부부가 납입하는 실손의료보험료는 각각 10만 원이 넘는다. 현재의 보험료가 부담스럽다면 임 씨 부부는 실손의료보험을 전환할 수 있다. 다만 현재 판매되고 있는 신(新)실손(착한 실손)으로만 전환 가능하다. 오는 7월 새로운 4세대 실손의료보험이 출시되면 기존의 3세대 실손의료보험은 신규 가입이나 전환이 중지된다. 따라서 임 씨 부부처럼 2017년 4월 이전에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가입자(1세대와 2세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보험료 부담 등의 이유로 실손의료보험을 전환하려면, 3세대 실손의료보험과 4세대 실손의료보험을 비교한 후 새로운 실손의료보험 출시 전인 2021년 7월 이전에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실손의료보험의 전환은 현재 실손의료보험을 가입 중인 회사를 통해 할 수 있다. 회사별로 가입 가능 연령이 상이하므로 전환 조건과 가능 여부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실손의료보험 전환을 고려할 때는 보험료 부담뿐만 아니라 본인의 건강 상태와 의료 이용 성향도 고려해야 한다. 실손의료보험의 변천사를 보면 보험료 인상 폭을 줄이는 대신 보장 혜택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해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4세대 실손의료보험은 비급여 의료 이용량에 따른 보험료 차등제를 적용하고 있음에 유의하여, 본인의 건강관리 정도와 비급여 이용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전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재가입 주기도 전환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 향후 실손의료보험의 보장 범위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면 재가입 주기가 없거나 재가입 주기가 긴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현재 보험료가 부담스럽지 않고 향후 의료비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 기존 실손의료보험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노후에 수입과 지출의 차액이 매달 5만 엔(약 50만 원)만 나도 65세부터 100세까지 30년 동안 2천만 엔(약 2억 원)이 부족할 수 있다.” (일본 금융청 금융심의회)
2019년 6월 일본 금융청이 발표한 보고서가 일본의 시니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돈이 없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 할 수 없고, 치료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의료기술 발달로 ‘100세 시대’를 누리게 된 시니어들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이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제 장수가 행복한 노후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받은 월평균 노령연금은 53만6000원에 불과했다. 은퇴 후 별다른 소득이 없는 시니어는 매달 받는 국민연금으로는 일상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노화로 인해 만성질환을 평균 1.9개나 앓고 있는 시니어는 매달 적지 않은 치료비를 감당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달 발표한 ‘2019년 건강보험 주요통계’에서 65세 이상 노인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40만9536원이다. 월평균 노령연금에서 진료비를 제하면 남은 금액은 12만6464원. 아무리 소비가 적은 시니어라고 해도 12만 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한 달 생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한계는 '2020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일하는 노인 10명 중 7명이 '생계비 마련을 위해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은퇴 후에도 아파트 경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어르신 사례를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 고령 질병이자 치료비 부담이 무거운 암을 앓은 시니어들은 더욱 심각하다. 2018년 기준으로 항암 치료를 받거나 완치 판정을 받은 ‘암유병자’는 201만 명에 달할 정도로 그 수가 많다. 의료기술 발달로 암 완치 판정을 받는 환자도 늘었다. 지난해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2014~2018년) 국내 암환자의 일반인 대비 5년 뒤 생존 비율은 70.3%에 달한다.
그러나 암 생존율이 증가함과 동시에 치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치료기간이 길어지면서 시니어가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 총액이 늘어나는 탓이다. 한화생명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암질환 전체의 평균 치료비는 2877만 원이다. 가장 치료비가 많이 드는 간암은 환자 한 사람당 치료비가 6623만 원이나 필요하다. 은퇴 후 소득이 없는 시니어에게는 특히 치명적이다.
2019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기대수명은 83.3세에 달한다. 59세에 은퇴한 시니어가 평균적으로 24년이 넘는 시기를 적자로 인생을 살며 마감하는 셈이다. 은퇴한 시니어의 노후를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100세를 상수(上壽)라 부른다. 하늘이 내려준 나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100세는 하늘이 내려준 선물인지도 모른다. 백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건강과 장수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는 가운데, 송촌(松村) 김형석(102) 교수의 주치의이자 한의사인 박진호(54) 남산당한의원 원장과 김형석 교수를 만나 행복한 장수 비결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송촌의 삶을 가까이에서 접했던 박진호 원장은 그의 삶을 바탕으로 행복한 장수의 비결을 담은 책 ‘김형석 교수의 백세 건강’을 최근에 출간했다. 이 책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4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하는데, 그는 어떤 동기로 이 책을 집필한 것일까?
“건강 비법을 알려주는 책은 시중에 많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나올 것입니다. 다만 제시한 방법이 맞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대부분 ‘내 생각에는 이렇게 해야 건강하다’는 것이죠. 저는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싶었고, 마침 교수님의 주치의로서 살펴본 삶을 바탕으로 건강과 장수에 관한 얘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말하자면 주치의로서 의무라고 할까요? 원래는 교수님께 논문으로 보여드렸는데 더 많은 이들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권하셔서 이번에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한의사로서 다룰 수 있는 다양한 주제 중 건강과 장수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교에서 ‘건강식품학’ 강의를 맡으면서 올바른 건강에 관해 관심을 가졌습니다. 예를 들어 흔히 한약을 보약이라고 생각하지만, 한약도 일종의 약입니다. 약효가 있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될 수도 있죠. 이처럼 한의사로서 학생들에게 건강에 관한 올바른 접근과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 싶었던 마음이 시간이 지나 이렇게 결실을 본 것 같습니다.”
더불어 사는 행복
진료실에서 숱한 환자를 만나면서 장수하는 분들을 유심히 살펴봤을 것 같은데, 한의사로서 바라본 장수하는 분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일까? 그는 “나이는 마음의 상태다”라고 답하며 이렇게 말했다.
“진료를 하면 60세의 노인도 보지만, 80세의 청년도 만납니다. 몸은 나이를 먹어 늙더라도 우리의 마음은 청년일 수 있습니다. ‘연로한 견공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익힌다면 늙지 않을 수도 있죠.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건강해서 행복한가, 행복해서 건강한가?’ 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늘 함께하는 것이죠.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는 것이라 다른 이와 나눌수록 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송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건강과 나이에 대해 특별하게 신경 쓰지 않았다. 김형석 교수는 “그저 마주한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갈 뿐”이라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보통 건강과 장수에 관심이 많아서 내게 비결을 물어본다. 하지만 특별한 비결은 없다. 허약한 체질이라 어릴 때부터 매우 아팠다. 그래서 건강을 위해 노력은 했지만, 건강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지는 않았다. 살면서 나이를 의식할수록 더 늙는 것 같아 굳이 나이에 연연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긴 코스를 뛰는 마라토너는 뛰면서 분과 초를 계산하지 않는다. 한 걸음 한 걸음 뛸 뿐이다. 나 역시도 살아가는 동안 모든 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즐겁게 살았다.”
실제로 김형석 교수는 남들에게 베푸는 행복을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줄수록 더 커지는 사랑처럼 나누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롯이 나를 위해서만 살면 욕심만 생긴다. 욕심은 가지기 위한 마음인데, 결국엔 잃는 것이 더 많더라. 대신 더불어 살려고 할 때 지혜가 생기고,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남들에게 베풀려고 할 때 더 큰 행복이 생기더라. 남에게 주는 행복의 가치, 그것은 말로 설명하기 참 어렵다. 다만 그것을 실천해본 사람은 그 가치를 알게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는 행복
더불어 사는 행복, 그것이 김형석 교수의 장수 비결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이렇게 행복한 장수를 꿈꾸는 시니어가 갖추어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박진호 원장은 꽃에 비유했다.
“젊은 시절엔 앞만 보고 목표를 향해서 뛰었다면 이제는 한 걸음 쉬면서 여유를 찾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주위의 시선에 휘둘려 살았던 이전의 삶을 내려놓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화창한 봄날에 핀 꽃을 생각해보세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핀 꽃도 충분히 아름답지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참사랑을 실천하려고 했던 송촌 선생님처럼 말이죠. 꽃은 피우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도 똑같습니다. 자신의 소중함을 느낄 때 ‘행복’이란 꽃을 활짝 피울 수 있습니다. 그런 삶에 자연스레 장수가 따라오지 않을까요?”
김형석 교수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단단한 사유와 더불어 풀어내는 이야기마다 늘 소박한 유머를 곁들이고, 인자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평온한 마음과 긍정적인 사고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런 태도가 행복한 장수 비결인지도 모른다. 주치의이자 인생의 제자로서 그의 사유와 철학을 세심하게 연구하며 기록하고 있는 박진호 원장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도 박진호 원장은 김형석 교수의 삶을 바탕으로 건강과 장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는 다음 책 출간을 위해 한의원을 운영하는 충남 예산에서 토요일마다 서울로 올라와 송촌을 만나고 있었다. 피곤할 법도 한데, 매주 송촌과 만나는 시간이 더할 나위 없이 귀하고 재밌는 순간이라 피곤함을 느낄 새가 없다고 한다. 그만큼 이 일을 즐기고 있었다. 사시사철 푸른 주목을 빗대 ‘生千年 死千年’이라 부른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도 천년을 산다는 말이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자신만의 기개를 늘 유지한다는 뜻이다. 두 분이 품은 긍정의 힘으로 빚어지는 결과물이 주목처럼 오랫동안 남아서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를 응원하며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