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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동의 비명을 듣다… “조선인 증언 기록 부족, 공백 채우고파”
- 1923년 9월, 일본 관동 지역에 진도 7.9급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혼란 틈에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킨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 등의 낭설이 조직적으로 퍼졌고, 각지에 결성된 자경단과 경찰관에 의해 조선인과 조선인으로 의심받던 중국인, 일본인이 학살당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학살 사건의 진상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으며, 희생자들의 사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적다. 황모과 작가는 불문에 흐려진 이야기들을 직접 모아 장편소설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로 되살려냈다. 스러져간 많은 생명이 제 목소리를 되찾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는 2019년 ‘모멘트 아케이드’라는 작품으로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을 받은 황모과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2023년 시간 이동 기술을 이용하는 국제기구 ‘인터내셔널 싱크로놀로지’가 조선인 유족회 대리인 한국 청년 민호와 일본인 유족회 대리인 일본 청년 다카야를 1923년 관동대지진 시기로 보내면서부터 시작된다. 정반대의 정치적 입장을 가진 조직에서 인원을 선발해 왜곡된 자료 수집을 방지하고, 역사적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함이다. 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민호는 죄 없는 사람들의 죽음을 어떻게든 막아보고자 과거의 상황에 개입하고, 번번이 죽음을 맞이한다. 반면 다카야는 ‘관동대지진 이후 조선인 학살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창립된 재단에서 장학금을 지원받고 있다. 학살 피해와 관련한 조선인 유족회 측 증언이 오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현장 조사에 참여한 그는 오로지 방관자의 자세로 일관한다. 둘은 민호가 죽음을 반복할 때마다 처음 시점으로 돌아가 함께 이 여정을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다카야의 마음에 변화가 생긴다. “관동 지역은 극악의 상태였어요. 일본 언론이 보도하는 학살 희생자는 6661명이지만, 행방불명자와 미기록자도 많기 때문에 정확히 몇 명인지 알 수 없어요. 지진 당일인 9월 1일의 증언을 찾아보면, 유언비어가 퍼지기 전부터 조선인을 지목한 집단학살이 곳곳에서 일어났다는 걸 발견할 수 있어요. 조선인은 예비 범죄자이고 불량배라고, 언제든 폭동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재난까지 닥치니, 자연스레 비극을 탓하고 원망할 누군가가 필요했던 걸지도 몰라요. 당시 정황을 납득하려 애쓰니 현재와 겹치는 장면도 있더라고요.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불신과 혐오가 자리 잡고 있으니까요. 이런 문제들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다 같이 멍든 채로 살아갈 수도 있어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건 중 하나입니다.” 말 없는 자들과의 동행 황 작가는 20대 후반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일본에서 지냈다. 통제만 거추장스럽게 따라붙는 타국에서 외국인으로 살며 지역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자발적·비자발적 고립 생활 뒤에 늦었지만 이 사회에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 살아야겠다고, 어디든 가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첫걸음을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도식’으로 내디뎠다. 일본에서 유가족 및 시민사회 활동가 10여 명을 인터뷰했고, 과거 학살 현장 및 추모비 등을 취재했다. 답사에 참여했던 곳 중에는 그가 살던 지역과 아주 가까운 장소도 있었다. “우연히 야기가야 마리 씨를 만나 관동대학살을 제대로 마주하게 됐어요. 알고 보니 그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 목격한 치바현 조선인 학살 현장을 증언한 분이었죠. 9년 정도 현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어요. 마리 씨는 이 일을 기억하고 추념하는 일에 헌신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줬고, 제가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의 안내자였습니다. 추도식에 참여했을 때 재일 조선인 정종석 씨도 만났는데, 한국 정부나 한국인에 대한 서운함을 표현하셨어요. 관동대학살을 일본 사회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학살 당시 할아버지를 숨겨준 일본인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죠. 이후 감사비가 있는 호센지 절을 방문했는데, 학살자의 후대가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 역할을 한 건 아닐지 의문이 들기도 했어요.” 이주 노동자로서의 확신 추도회와 위령제를 찾아다니고, 일본어로 된 증언을 샅샅이 읽었지만 조선인의 목소리는 없었다. ‘아이고, 어머니, 아버지, 아파’ 등등 단편적인 단어나 감탄사가 가타카나로 표기됐을 뿐이다. 기록이 없다고 죽어간 사람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증거가 지워진 사실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소설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더불어 학살자와 후대, 일본인 희생자들이 상흔을 넘어설 기회가 될 것이라고도 여겼다. “‘나는 아예 모르는 일이다’라며 뻔뻔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있긴 해요. 하지만 자기 선조가 학살에 가담했던 일을 알고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도 있죠. 조선인을 학살한 사람 중에 징역을 살고 나온 사례가 하나도 없어요. 일본인을 죽인 경우에는 처벌받았지만요. 침묵 속에 파묻히면서 그들이 제대로 참회할 기회를 빼앗은 겁니다. 벌을 받았다면 후손들의 마음마저 망가질 일은 없었을지도 몰라요. 과거를 하나씩 바로잡는 작업을 소설 형식으로 시도하고 있음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작품도, 작가도 여전히 부족함이 많지만, 당시의 진실을 찾아보려는 누군가와 현장을 잇는 일에 작은 다리가 되었으면 해요. 18년간 일본에 거주해온 이유가 늘 의문이었는데, 이제야 앞으로 살아야 할 이유까지 보이는 듯합니다.”
- 2023-10-1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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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년 글쓰기 도전, 플랫폼 통해 작가 데뷔에서 수익까지
- 평생직장의 시대는 지났다. 은퇴 후에도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이 많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글쓰기로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사람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천 리 길처럼 느껴지고, 단숨에 시작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너무 늦은 건 아닐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걱정하는 독자들을 위해 글로 제2의 인생을 내디딜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흔히 글을 쓰며 활동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등단’을 떠올린다. 등단을 하려면 각 신문사에서 매년 개최하는 신춘문예나 문예지, 각종 문학단체와 기관의 문학상 수상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 일종의 ‘작가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등단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어딘가에 소속되거나,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플랫폼으로 시작해볼까? 최근에는 등단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글을 연재할 경로가 있다. ‘네이버 블로그’는 심사나 절차 없이, 간단한 기록부터 창작물까지 다양한 장르의 글을 게재할 수 있다.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한 사람이라면 매일 다양한 주제로 질문하는 ‘블로그씨’ 서비스도 고려해볼 법하다. 온라인 신문 ‘오마이뉴스’는 회원가입을 하고 글을 작성해 등록하면 해당 카테고리 편집 담당자가 기사로 채택하는 방식을 갖추고 있다. 채택되면 잉걸·버금·으뜸·오름으로 뉴스의 등급이 매겨지는데 해당 등급에 따라 고료를 받는다. 콘텐츠 출판 플랫폼 ‘브런치스토리’는 사전 심사를 거쳐야만 작가로서 글을 공개할 수 있다. 브런치스토리는 매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여는데, 당선되면 쓴 글들을 엮어 책으로 만들 수 있다. 수상작과는 별개로 출간 계약이 이뤄지기도 한다. ‘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등 베스트셀러 작가를 배출했다. 창작물에 대한 욕구가 있다면 ‘네이버 시리즈’나 ‘브릿G’ 등을 이용해보면 어떨까. ‘네이버 시리즈’는 웹소설·웹툰·출판만화·전자책 등을 서비스하는 플랫폼으로, 챌린지리그와 베스트리그를 거쳐 내부 심사를 통과해 작가로 선정되면 연재 작품에 따라 고료를 받는다.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는 국내 장르문학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SF어워드 대상을 받은 심너울,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한 천선란,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이희영 작가 등이 ‘브릿G’에서 활동하며 주목받았다. 플랫폼이 너무 많아 헷갈린다면 에세이, 소설, 시 등 글의 목적과 의미를 고민해보고 각자의 색에 맞는 곳을 골라보자. 쌓일수록 힘이 되는 글쓰기 ‘브런치스토리’, ‘오마이뉴스’.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연재하고 있는 신재호 작가(필명 실배)는 5년 차 ‘글쟁이’다. 저서로는 ‘로또에 당첨되어도 회사는 잘 다닐 거지?’, ‘아빠의 가족 독서모임 만드는 법’ 등이 있다. 그도 처음에는 회사 보고서 외에 뭔가 써본 적이 없었다. 우연히 글쓰기 수업을 알게 됐고, 알 수 없는 해방감이 찾아왔다. 글을 쓰면서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던 갱년기와 번아웃 증후군을 벗어났다. 아빠, 남편, 직장인으로서 헛헛하고 버거웠던 마음을 담았다. 과거의 일, 그로 인해 싹튼 감정을 들여다보니 상황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됐단다. 그는 주로 출근 지하철 안에서, 혹은 주말에 집에서 글을 쓴다.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모이니 출간 제의가 들어왔다. 기존의 글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대 보완하고, 묻어두었던 경험을 다시 활용했다. 출간 후에는 관련 강연 요청도 받았다. 써둔 글이 다양한 형태로 무한 확장될 수 있고, 이제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에 힘을 얻었다. 더 좋은 글을 쓰고픈 마음이 들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자신도 잘 살아야겠다 다짐했다. 신 작가는 언젠가 글을 만나게 될 누군가에게 ‘일단 쓰라’고 조언한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혹은 거창한 문장을 쓰겠다는 중압감을 버리고 말이다. 특별한 글쓰기 기술이 없어도, 소소한 일상을 솔직하게 풀어내면 읽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할 수 있다. 직장과 가정에 대한 걱정으로 여유가 있을까 싶겠지만, 틈틈이 글을 쓰며 잠시나마 본인만의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
- 2023-10-1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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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레베카’ 10주년… 무더운 8월의 문화소식
- ●Exhibition ◇구미호 혹은 우리를 호리는 것들 이야기 일정 10월 12일까지 장소 스페이스K 서울 SF 영화를 보는 기분도 들고, KBS 드라마 ‘전설의 고향’이 떠오르기도 한다. 한국계 캐나다인 작가 제이디 차(Zadie Xa)의 국내 첫 개인전 ‘구미호 혹은 우리를 호리는 것들 이야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어린 시절 한국인 어머니가 들려준 전래동화를 통해 한국의 샤머니즘에 흥미를 느꼈고, 마고할미나 바리공주 등 설화 속 인물, 구미호 같은 요괴 캐릭터를 작품의 주요 모티브로 활용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세계가 담긴 작품 33점을 만날 수 있다.제이디 차의 작품에는 여성, 그중에서도 할머니가 자주 등장한다. 뭇 남성을 홀리는 존재로 통하는 구미호마저 할머니다. 작가에게 할머니는 지혜와 통찰을 겸비한 존재다. 더불어 마고할미는 우주 만물을 창조한 신이고, 삼신할매는 인간의 탄생에 관여하는 신이다. 다양한 반인반수 캐릭터도 작품 속에 많이 나온다. 인간과 여우, 까마귀, 갈매기 등 동물의 모습이 교차된다. 이는 서로 다른 종에 대한 존중과 연대의 의미를 강조한다. ◇헤더윅 스튜디오 : 감성을 빚다 일정 9월 6일까지 장소 문화역서울284 ‘영국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고 불리는 토머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은 세기의 디자이너이자 건축가다. 감성 디자인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의 모습을 제안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헤더윅 스튜디오의 대표적인 디자인 작품 30점을 만날 수 있다. 그를 대표하는 프로젝트인 중국 상하이엑스포의 ‘UK 파빌리온’, 뉴욕의 ‘리틀 아일랜드’, 영국 런던 ‘2층 버스’와 서울 한강 노들섬 재개발 프로젝트 ‘사운드스케이프’ 등이 모형으로 전시돼 있다. 또한 드로잉과 스케치 노트부터 실제 제작된 3D 프린트와 시제품들이 함께한다. 더욱이 이번 전시는 한영수교 140주년 기념 전시로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Stage ◇레베카 일정 8월 19일~11월 19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로버트 요한슨 출연 류정한, 민영기, 에녹, 테이, 신영숙, 옥주현, 리사, 장은아, 김보경, 이지혜, 이지수, 웬디 등 뮤지컬 ‘레베카’가 10주년 공연을 한다. 대프니 듀 모리에 소설과 앨프레드 히치콕 영화를 토대로 한 작품으로, 맨덜리 저택에 얽힌 비밀을 그린다. 한국에서는 2013년 초연을 올렸고, 2019년 여섯 번째 시즌까지 누적 관람객 95만명을 기록한 메가 스테디셀러다. 10주년 공연답게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초연 이후 전 시즌에 출연한 댄버스 부인 역의 신영숙은 이번에도 함께하며 명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레베카’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인물 옥주현 또한 댄버스 부인 역을 연기한다. 레드벨벳 웬디는 나(I) 캐릭터를 연기하며 뮤지컬에 첫 도전한다. ◇프리다 일정 8월 1일~10월 15일 장소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 연출 추정화 출연 김소향, 알리, 김히어라, 전수미, 리사, 스테파니, 임정희 등 서양화가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생애를 액자 형식으로 풀어낸 쇼 뮤지컬 ‘프리다’는 지난해 초연 당시 ‘한국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극은 프리다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 ‘더 라스트 나이트 쇼’에 출연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담았다. 삶을 짓누르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환희로 가득한 인생을 살았던 프리다의 이야기는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초연에서 ‘프리다 그 자체’라는 극찬을 받은 김소향과 함께 가수 알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통해 인기를 끈 김히어라가 프리다 역할을 맡는다. ◇곤 투모로우 일정 8월 10일 ~ 10월 22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연출 이수인 출연 강필석, 최재웅, 고훈정, 조형균, 김재범, 신성민, 백형훈, 윤소호 등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갑신정변이라는 근대 개혁운동을 일으켰으나 3일 만에 실패하고 일본으로 피신한 김옥균의 암살 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작품이다. 갑신정변부터 한일합병까지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순간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는 관객에게 가슴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다. 1년 반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는 가운데 ‘김옥균’, ‘한정훈’, ‘고종’ 등 주요 인물들과 조연 역할에 초・재연을 함께했던 출연진들과 새로운 얼굴들이 합류하면서 더욱 뜨거워진 무대를 예고하고 있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3-08-0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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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강수연·시인 김지하 별세… 잇따라 떨어진 문화계 큰 별
- 영화배우 강수연과 시인 김지하가 세상을 떠났다. 잇단 문화계의 비보에 대중은 큰 슬픔에 빠졌다. 강수연은 지난 7일 향년 55세로 별세했다. 지난 5일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지만, 끝내 의식을 찾지 못했다. 강수연의 영결식은 오는 11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다. 영화진흥위원회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현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이 장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임권택·배창호·임상수·정지영 감독, 안성기·김지미·박정자·손숙·박중훈 배우 등이 장례위원회 고문을 맡았다. 4세 때 아역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강수연은 영화 ‘고래 사냥 2’(1985),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1987) 등에 출연하며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1987년에는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월드스타 타이틀을 최초로 거머쥐었다. 삭발을 하며 연기혼을 보여준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로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도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상했다. 1990년대에는 영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89), ‘경마장 가는 길’(1991), ‘그대 안의 블루’(1992),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등 숱한 화제작을 내놓았다. 대종상영화제, 백상예술대상, 청룡영화상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2001년에는 SBS 드라마 ‘여인천하’의 주인공 정난정 역할로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이 작품은 최고 시청률 35.4%를 기록하며 공전의 인기를 누렸고, 그해 강수연은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고인은 ‘써클’(2003), ‘한반도’(2006), ‘주리’(2013) 등 영화에 간간이 출연했지만 2010년대 이후로는 작품 활동이 거의 없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SF 영화 ‘정이’(가제)에 주연으로 캐스팅돼 단편 ‘주리’(2013) 이후 9년 만에 스크린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정이’는 고인의 유작이 되고 말았다.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등의 작품을 남긴 김지하 시인은 지난 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1세. 토지문화재단에 따르면 시인은 최근 1년여 동안 투병생활을 한 끝에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타계했다. 빈소는 연세대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장남 김원보 씨(작가)와 차남 세희 씨(토지문화재단 이사장 겸 토지문학관 관장)가 있다. 1941년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다. 1969년 시 ‘황톳길’로 등단한 후 유신 독재에 저항하는 민족문학 진영의 대표 문인으로 꼽혔다. 이후 1974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뒤 1980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1973년 소설가 박경리의 딸 김영주와 결혼했으며, 1975년 아시아·아프리카작가회의 로터스상과 1981년 국제시인회 위대한 시인상과 브루노 크라이스키상을 받았다.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2년에는 ‘타는 목마름으로’ 시집을 발표하며 저항시인으로 이름을 떨쳤다. 이외에도 고인의 대표 저서로 ‘생명’, ‘애린’, ‘황토’, ‘대설(大設)’ 등이 있다. 2018년 시집 ‘흰 그늘’ 산문집 ‘우주생명학’을 마지막으로 절필을 선언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은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우리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고 시인을 추모했다.
- 2022-05-0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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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년에게 추천, 성탄절 어울리는 넷플릭스 크리스마스 영화
- 곳곳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놓이고 캐롤 음악이 들려오더니 결국 성탄절이 돌아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떠들썩한 크리스마스를 만끽하기는 어려워졌지만, 집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가족들과 보내는 오붓한 성탄절도 충분히 따뜻하고 즐겁다. 이번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집콕’ 크리스마스를 풍성하게 채워줄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 2003) 크리스마스에 로맨스를 빼기는 아쉽다. 매해 크리스마스부터 연말연시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는 정통 크리스마스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통한다. 2003년 처음으로 개봉한 후 2013년과 2015년, 2017년, 2019년, 2020년에 이어 올해도 12월 23일에 재개봉했다. ‘러브 액츄얼리’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랑이야기를 다룬다. 부부간의 사랑부터 남매간의 사랑, 영국수상과 직원의 사랑, 소설가와 가정부의 사랑, 피가 섞이지 않은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 등 저마다의 사랑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따뜻하게 그려낸다. 휴 그랜트, 리암 니슨, 콜린 퍼스, 키이라 나이틀리 등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들이 전하는 여덟 커플의 사랑이야기는 다양한 사연을 담은 만큼 모든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로 꼽힌다. 영화에 삽입된 OST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Christmas is all around’를 시작으로 비틀스의 ‘All you need is love’, 노라 존스의 ‘Turn me on’,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에 이르기까지 음악과 사랑 이야기가 어우러진다. 8월의 크리스마스 (Christmas In August, 1998) 1998년 개봉한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는 한국 멜로영화 중 손꼽히는 걸작이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겨울에 죽음을 앞두고 있는 주인공 ‘정원’은 변두리 사진관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다. 시한부 인생을 받아들이고 가족, 친구들과 담담한 이별을 준비하던 여름의 어느 날, 주차단속요원 ‘다림’을 만나게 되고, 잔잔했던 그의 일상에 햇살처럼 불쑥 찾아온 그녀는 정원의 마지막 여름을 함께한다. 뜨거운 태양의 한여름에서부터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을 지나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시한부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를 담담하고 잔잔하게 그려낸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영화를 제작한 허진호 감독이 가수 김광석의 활짝 웃고 있는 영정사진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허 감독은 “생활에서 나오는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일상생활을 더 빛나게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밝혔다. 영화가 그려내는 90년대의 아담하고 소박한 아날로그적인 배경은 중장년층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빽 투 더 퓨쳐 (Back To The Future, 1985) 크리스마스에 로맨스 영화가 지겹다면, SF 장르의 ‘빽 투 더 퓨쳐’를 추천한다. 시간여행과 그에 따른 타임 패러독스를 다룬 이 영화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다. 1985년부터 1990년에 걸쳐 총 3편의 시리즈로 제작됐는데, 개봉 당시 전 세계 무려 9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흥행작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별 볼 일 없는 가족사를 가진 소년이 기상천외한 시간 여행을 하면서 개인의 역사를 바꾸고 뒤틀린 미래를 바로잡으려는 모험극으로, ‘시간 여행’이라는 모든 세대가 흥미로워 할 주제 안에 역사, 연애, 가족 등의 요소를 유려한 상상력으로 버무렸다. 중장년층에게는 지금은 없어진 유년의 놀이동산에 지금의 자녀와 노니는 기분을 선사한다. 당시 상상하던 미래의 패션과 지금의 패션을 비교해보는 것도 이 영화의 묘미다.
- 2021-12-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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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나를 발견하게 하는 추천 도서들
- 단편소설 ‘어떤 갠 날’로 등단한 후 집필 활동과 더불어 수십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겨온 부희령 작가. 나를 발견하게 하는 추천 도서들 - by 부희령 ◇ 페테르부르크의 대가 (존 쿳시 저) 도스토옙스키가 소설 ‘악령’을 집필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뤘다. 작가에게 창작이란 배반이고, 영감이란 악마의 선물과 같다고 비유하며 선과 악, 진실과 거짓, 쾌락과 고통을 넘나드는 작가의 근원적 욕구에 대해 말한다. ◇ 주기율표(프리모 레비 저) 주기율표상의 원소 하나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상되는 이야기들을 원소 이름을 딴 21개의 장으로 나눠 설명했다. 유년 시절의 추억과 역사적, 윤리적 성찰을 관통하는 주제와 저자의 꿈 또는 환상의 허구 세계까지 아우른다. ◇ 빼앗긴 자들 (어슐러 르 귄 저) SF 작가 어슐러 르 귄의 장편소설로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이다. 쌍둥이 행성인 우라스와 아나레스의 상반된 모습을 통해 사회를 지배하는 제도의 모순, 남녀차별과 종교, 과학의 문제 등을 투영한다. ◇ 붓다 브레인 (릭 핸슨, 리처드 멘디우스 저) 마음 훈련을 통한 뇌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이 일상에서 느끼는 연민, 공감 등의 감정이 실제 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과학적인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했다. 나아가 명상수련을 통해 지혜롭게 사는 방법도 제시한다.
- 2019-12-2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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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벤져스 엔드 게임’ 희한한 만화 세상
- 일전에 지인으로부터 영화관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감상권을 선물 받았다. 주변에 있는 메가박스를 모두 검색했건만 어쩐 일인지 오로지 ‘어벤져스 엔드 게임’밖에 볼 수 없었다. 어쨌든 그래서 젊은 관객들 틈에 끼어 장장 세 시간을 앉아 영화를 봤다. 영화는 멜로, 스펙터클, SF 등이 뒤범벅된 성대한 잔칫상이었다. 할리우드의 기술력을 총동원한 CG(컴퓨터 그래픽스)가 화려하게 뒤섞여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세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등장인물이 수도 없이 많고, 스토리도 다양한 인물에 맞춰 짧게 스케치하듯 지나가 잠깐 졸았다간 맥락을 놓치기 십상이었다. 나중에야 내가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영화는 소설로 말하면 20권 짜리 대하소설인데 우리가 본 것은 총 등장인물별 스토리를 요약 정리한 마지막 권이었던 것이다. 앞의 영화들을 보지 않았으니 지금 눈앞의 장면들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해는 될지 몰라도 감성으로 느껴지는 온전한 즐거움은 누릴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영화가 아니라 영화 설명서를 강매당한 셈이었다.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마블이라는 만화의 세계가 얼마나 방대하고 그 속의 세계관이 어떻게 젊은이들을 지배하고 있는지 하는 것들이다. 아날로그 세대인 우리 나이 층에는 영화에 등장하는 상상 속의 괴물 형상이 낯설고 우주 전쟁 시퀀스 등이 애들 장난 같은데 젊은 관객들에게 몰입의 대상이 되는 현상이 흥미로웠다. 이런 것을 세대 차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만화와 사이버에 익숙하지 못한 나에게는 그야말로 희한한 만화 같은 이야기에 불과했다. 영화는 수많은 히어로들이 절대 악이며 절대 힘을 지닌 타노스가 지구 생명체의 반을 절멸한 전 편 ‘인피니티 워’의 뒤를 이어 이들을 되살릴 마법의 구슬(인피니티 스톤)을 찾기 위해 사투하는 모험이 주를 이룬다. 아울러 타노스와의 마지막 전쟁을 앞두고 등장인물 간의 자기희생과 팀플레이, 가족에 대한 사랑 등 감동적인 요소가 사이 사이 배치되는 영화적 문법을 따른다. 흥미로운 것은 절대 악의 존재인 타노스가 생명체의 절반을 사멸시킨 것은 나름대로 지구를 살리기 위한 환경적 목적에서 행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영화는 아무리 목적이 숭고해도 과정이 부도덕하면 결국 악이 된다는 도덕관을 담고 있는 셈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 대한 은유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 2019-05-2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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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한뇌, 섹시한뇌-PART2] 뇌 사용량이 높다고 천재가 될까?
- 뇌 사용량이 많으면 천재가 된다는 말이 사실일까? 결론부터 내리자면 인간은 뇌 전 영역을 골고루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사용량과 천재의 상관관계는 없다는 것이 21세기 학계의 정설이다. 그렇다면 천재라 불리는 이들은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글 박근빈 기자 ray@etoday.co.kr 참고 뇌과학여행자(김종성 저), 공부의 기쁨이란 무엇인가(김병환 저), 천재들의 뇌(로베르 클라르크 저) 우리는 지금까지 이렇게 생각해왔다. 아인슈타인쯤 되는 사람이 뇌의 10% 정도를 사용했고, 보통 사람은 10% 미만의 뇌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천재는 뇌를 쓰는 영역이 뭔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을 해왔다. 이것은 속설에 불과하다고 한다.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는 “뇌를 구성하는 신경 세포는 늘 작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나 그렇다고 쉬고 있는 것도 아니다.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일정 부위가 특별히 활성화되는데 그 신경 세포의 비율이 5% 정도다. 다음 순간에는 다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다른 부위가 활성화되며 이는 순간마다 바뀌므로 뇌는 전체적으로 늘 움직인다”고 주장한다. 유튜브에 에이셉사이언스(ASAPScience)를 연재 중인 미첼 모피트(Mitchell Moffit) 역시 “대부분의 영화와 SF소설은 인간이 뇌 기능의 단 10% 정도만 사용한다고 우리를 믿게 만들죠. 완전히 거짓입니다”라고 말한다. 이렇듯 뇌 10% 사용설은 근거가 부족했던 과거의 이야기 정도로만 파악하면 될 듯싶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뇌를 잘 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다시 아인슈타인으로 돌아가 보자. 어린 시절 아인슈타인은 발육이 더디고 말도 늦었다. 그의 부모는 지진아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아인슈타인증후군’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지능이 일찍 발달한 아이들의 말하는 능력이 늦게 발달하는 것. 아인슈타인의 뇌를 연구한 신경과학자들은 그가 말하는 것이 늦었던 것은 뇌의 비정상적인 발달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해부 결과 밝혀냈다. 분석적 사고 기능이 집중된 아인슈타인의 뇌 부위가 정상적인 영역을 크게 벗어나 있었는데, 이 같은 침범을 받은 영역 가운데 하나가 일반적으로 언어기능을 통제하는 부위였다. 하지만 주목할 부분은 아인슈타인의 뇌 속에서 평범한 사람의 머리 안에는 없는 특별한 조직이 발견되지 않았을 뿐더러 천재나 보통 사람 모두 문제를 해결할 때 동일한 과정을 밟는다는 것이다. 결핍과 질환으로 파생된 천재들 탁월한 창작활동 덕택에 후세에도 여전히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들에게는 유독 정신 질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일련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천재와 정신병 환자의 뇌는 비슷하다고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천재는 수많은 정보를 자유롭게 엮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지만, 정신병 환자는 그 정보를 소화하지 못하고 혼돈 속에 산다는 점이다. 서울아산병원 김종성 교수와 함께 알아보는 결핍과 질환으로 탄생된 천재의 이야기. 글쓰기에 미친 측두엽 간질환자 ‘셰익스피어, 도스토예프스키’ 도스토예프스키와 셰익스피어는 글쓰기에 집착하는 형태를 보이는 측두엽 간질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작품을 통해 본인의 간질과 비슷한 증상을 써내려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백치’, ‘악령’ 속에서 간질을 앓고 있는 인물을 묘사했고, 셰익스피어는 ‘오셀로’, ‘맥베드’ 등의 작품 속에서 간질을 표현하고 있다. 측두엽 간질을 앓는 사람들은 몇 가지 성격적인 특징이 있다. 도덕적이거나, 종교적인 관심이 높고 사람들과 끈끈한 관계를 갖지만 간혹 안절부절못하거나 공격적으로 변하며, 지나치게 글을 많이 쓴다는 것이다. 이렇게 글을 많이 쓰는 현상을 ‘하이퍼그라피아’라고 하는데 측두엽 간질환자가 왜 글쓰기에 집착하는지는 명확한 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기억력이 저하돼 이를 보충하기 위해 쓰는 것이라고 본다. 전두엽이 덜 떨어진 낙제생 ‘피카소’ 피카소는 아주 어릴 적부터 타고난 그림의 천재였다. 말도 배우기 전에 먼저 그림을 그렸다. 이미 숙달된 어른 솜씨로 말이다. 그가 맨 처음 한 말은 ‘피’였는데 연필을 뜻하는 ‘라피즈(lapiz)’를 그렇게 발음한 것이다. 그런데 피카소는 미술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과목이 낙제 수준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은 하나도 없다”고 자랑스레 말하고 다닌 그는 미술이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공부를 지지리도 못했던 학생으로 기록된다. 왜 그랬을까? 전두엽의 기능이 다소 떨어져 공부는 못했지만, 오히려 후두엽의 시각중추가 발달돼 탁월한 작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피카소는 사실화로부터 추상화로 그림을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는 시각 중추는 물론 뇌의 광범위한 영역을 사용해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 것이라고 한다. 열등감과 청력손실 그러나 들끓는 열정 ‘베토벤’ 베토벤의 청력손실 문제도 의학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다. 두개골의 두께가 평균 0.5인치로 기록됐다는 부검 소견에 따라 파젯병의 가능성, 대뇌매독 등의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도 결핵과 장티푸스, 피부병, 간경화, 위장병 등 수많은 질환을 가지고 살았다고 알려져 있다. 또 베토벤은 가난했다. 게다가 외모조차 별로였다. 심한 곱슬머리에 얼굴은 천연두를 앓아 곰보였다. 당시 음악가들은 귀족들의 경제적 후원으로 살아가야 했기에 그들의 취향을 포기한 채 궁정음악을 작곡해야만 했다. 그의 들끓는 열정은 자신의 개인적인 목소리를 내기를 원했다. 베토벤은 수많은 병과 열등감을 토대로 천재 음악가로 성장하게 됐다. 후천적 천재, 노력의 산물을 쏟아낸다 프랑스 과학저술가 로베르 클라르크(Robert Clarke)의 ‘천재들의 뇌’에 따르면 차이코프스키는 25세에 첫 작품을 내놨고, 고흐는 27세에 처음 그림을 배웠다. 고갱은 39세에 화가로 입문했으며, 프로이트는 40세가 돼서야 심리학을 접했다. 평균수명을 기준으로 그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이들은 굉장히 늦은 나이에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말년에 본인의 대표작을 완성한 인물들도 주목해볼만하다. 하이든은 66세에 ‘천지창조’를 작곡했고, 소포클레스는 75세에 ‘오이디푸스 왕’을 집필했다. 괴테는 81세에 ‘파우스트’를 탈고했으며, 앵그르는 82세가 돼서야 ‘터키탕’을 그렸다. 미국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Anders Ericksen)이 펴낸 ‘케임브리지 편람’을 보면,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천재가 만들어지는 비법은 ‘70%의 땀과 29%의 좋은 환경과 가르침, 그리고 나머지 1%는 영감’이라고 말한다. 과학이나 예술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인물들의 지능지수는 보통 사람보다 약간 높은 115~130 정도라고 한다. 이는 전체 인구의 약 14%에 해당하지만 실제 천재들은 이 수치에 비해 훨씬 적다. 대략 열 명중에 한두 명은 지능지수로 봤을 때 천재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췄지만 실상은 못 미친다는 것이다. 천재들의 특성은 지능지수와 무관하게 누구나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결론이다. 천재는 반드시 남보다 뛰어난 머리를 갖고 태어나야 하는 게 아니라 노력에 의해 얼마든지 될 수 있는 것이다. 노력하지 않는 천재는 없다. 이 말에 의문이 생긴다면 마지막으로 음악신동으로 불리는 모차르트를 생각해보자. 모차르트가 과연 태어날 때부터 영재였을까?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일반 사람들보다 지독히 매달렸던 노력파였다. 35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600여 편이라는 걸작을 썼다. 천재라서 단숨에 성공적으로 작곡을 했을 거라는 소문과는 달리 그 역시 초작에는 고친 흔적이 많이 있다. 수많은 연습과 노력의 시간을 쏟아 부어 천재로 재탄생한 인물이었던 것. “일은 나의 주된 즐거움이다”라는 그의 고백에는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2015-04-0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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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랭킹 엔터테인먼트] 영화 ‘변호인’ 파죽지세…주간 박스오피스 1위
- 영화는 1981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를 맡은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이 1위로 파죽지세다. 공유의 실감나는 액션 영화 ‘용의자’가 2위, SF 소설을 각색한 영화 ‘엔더스 게임’이 3위에 올랐다. TV는 KBS 2TV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이 시청률 38.5%(닐슨 코리아 제공, 이하 동일)로 굳건히 왕좌를 지켰다. 허영달(강예빈)은 왕돈(최대철)네 집으로 들어가 시집살이를 하게 되고, 오순정(김희정)은 고민중(조성하)의 이혼 사실을 알게 됐다. ‘2013 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품에 안은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 IN 미크로네시아’는 15.6%로 8위를 차지했다. 음악은 아이유의 신곡 ‘금요일에 만나요’가 1위를 수성했다. 이수가 속해 있는 엠씨더맥스의 ‘그대가 분다’가 진입 첫 주 2위, 린이 부른 ‘마이 데스티니’가 3위로, 연인이 나란히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 2014-01-10 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