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인생이 그렇듯이 사랑에도 정답이 없다. 인생이 각양각색이듯이 사랑도 천차만별이다. 인생이 어렵듯이 사랑도 참 어렵다. 그럼에도 달콤 쌉싸름한 그 유혹을 포기할 수 없으니….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헤어질 수 있다면 당신은 사랑에 준비된 사람이다. ‘브라보 마이 러브’는 미숙했던 지난날을 위로하고 남은 날의 성숙한 촉매제가 될 당신의 중년 사랑을 보듬는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환상이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환상, 사랑 자체에 대한 환상, 환상 없이는 애초 사랑이 설 자리가 없는 거지. 사랑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는 것도 바로 사랑이 갖는 그 환상성 때문 아닐까? 거기에 착각의 고명을 올리면 한 그릇 사랑으로 손색이 없겠지.”
“그럼 넌 사랑해봤니? 네 식으로 말하자면 환상해봤니? 어째 네 말이 체념적으로 들리네.”
“…….”
친구와의 대화가 여기서 중단됐다. 환상을 발설하는 순간 은빛 날개가 잿빛으로 추락할 수 있기 때문에. 남루하고 추레한 본색이 드러나면 내 삶의 발판도 흔들리니까. 그에 대한 나의 환상이 지워질세라 지금도 그의 실체에 조바심 나는 덧칠을 수시로 해댄다. 평범한 청동상에 찬란한 도금을 입히듯. 그의 실체라니?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는 내게 더없이 따뜻하고 섬세한 사람 아니었나. 단지 어느 날 그가 차갑게 돌아섰고, 그럼에도 그를 잊을 수 없는 나의 고통의 간격을 환상으로 메우고 있을 뿐….
그와 나는 공중파 라디오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자와 출연자로 만났다. 직업 특성상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 나를 만난다는 것이 그에게 약간의 설렘을 주지 않았을까. 물론 방송에 출연할 정도면 그 또한 알려진 사람이라고 해야 할 테지만. 그렇게 내가 다소 우위에서 우리의 만남이 시작되었지만 1년 후 나는 그에게 차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가 내 인생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그는 홀연히 떠났다. 이후 나는 7년째 ‘환상 중’이다.
내과의사인 그를 의학 정보 코너에 초대하고 일주일 후, 그는 방송 출연료로 내게 밥을 사고 싶다고 했다. 출연자들로부터 그런 식으로 식사 대접을 받는 건 종종 있는 일이라 새삼스러울 건 없었다. 일로든, 개인적 호감으로든 친분과 인연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자리였음에도 첫 만남부터 그와 나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이미 좋아진 관계에서 왜 우리가 서로 좋아하게 되었나를 분석할 필요는 없다.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찾는 거라면 몰라도. 어느새 그는 나에게 완벽한 남자, 나는 그에게 완벽한 여자가 되어 있었다. 적어도 우리 둘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어떤 젊은 여자가 신랑감을 부모에게 소개하는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란다. 키 크고 인물 좋고 직업 좋은데,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엉망인 치열, 왜 여태 교정하지 않았냐고 여자의 부모가 물었다. 당황한 쪽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고. 1년 넘게 교제하면서도 남자친구의 치열이 심하게 고르지 못하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상대의 약점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약점조차 장점으로 보이게 하는.
그처럼 내게 혹은 그에게 남이 보기엔 약점이 있었다 할지라도 우리 또한 의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관계를 타인에게 노출한 적이 없었으니. 우린 그냥 자석의 S극과 N극처럼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겼다. 그도 돌싱 나도 돌싱, 게다가 50대 중반. 세상에 대해 너그럽고 둥근 시선을 가질 만한 때라는 보편적 공감대도 견고했다.
“지금까지 어디 있었니? 어디 있다가 지금 나타난 거야.” 세 번째 잠자리에서 그는 이렇게 속삭였다. 섹스 뒤의 후희처럼 그의 언어는 나른하고 황홀했다. 내 환상의 그물코는 그렇게 꿰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는 수시로 꽃이나 향수, 책 등을 선물했고, 치료에 대한 답례로 환자에게 받은 자잘한 명품 소품들도 자신이 갖지 않고 내게 건넸다.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도 내가 사는 동네 편의점에서 라면이나 과자 따위를 손수 사들고 오기도 하고, 새벽에 불쑥 내 집 앞에 서 있기도 했다. 마치 밤새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처럼 지치고 간절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봐야 그날 병원 일을 안정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한마디로 그는 자상하면서도 멜랑콜리했다. 유약하고 섬세했다. 내 안의 보호본능을 불러일으켰다. 내 모든 것을 내어줄 태세로 나는 감동했다. 환상과 착각의 그물이 빠른 속도로 짜여져갔다.
“헤어진 아내는 남편하고 자식밖에 모르는 사람이었어. 착했지만 답답했지.”
돌이켜보면 눈치 챌 순간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스테이크의 마블링처럼 그의 맘짓, 말짓 사이사이에 그의 성격적 단면이 비쳤으니. 그게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 중년의 한국 남자가 그만한 일로 아내와 이혼을 한다? 남편과 자식밖에 모르는 그의 아내가 먼저 이혼을 요구했을 리는 없으니. 나도 이혼을 했지만 남편은 도박중독에 빠진 데다 재활 의지도 없었으니까. 적어도 그 정도 사유는 돼야 이혼까지 간다는 게 통념 아닌가.
머지않아 내게도 잔인한 순서가 닥쳤다.
“우리 이제 그만 끝내자. 언젠가는 이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어. 당신과 가까워질수록 그만 만나야 한다는 조급함이 맥박처럼 뛰었지.”
당신은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냐고 속삭일 때는 언제고, 처음부터 헤어질 궁리를 하고 있었다는 말은 또 뭔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내가 무슨 유부남의 내연녀도 아니고. 황당했다.
그렇게 나는 한 칼에 ‘정리’를 당했다. 나는 그에게 한갓 전리품에 불과했을까. 내가 뭘 잘못했냐고, 나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고치겠다며 붙잡고 매달릴 새도 없었다. 이후로 그는 전화와 문자, 이메일 등 일체의 연락 수단을 차단해버렸으니까. 계절이 변해 옷을 갈아입듯이 그의 변심과 이별 통보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불가항력적이었다.
우리 사이에는 조건의 장애도, 심리적 장애도 없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다. 어쩌면 그 무장애가 장애였을까. 싫증과 권태의 요소였을까. 그는 나와의 관계에서 짜릿함을 추구했던 걸까. 한 여자에게 정착하지 못하는 방랑벽이 있었던 걸까. 한마디로 바람둥이였을까. 그의 아내도 나처럼 일방적인 이별 통보의 뒤통수를 맞은 걸까. 생각의 꼬리를 물어봤자 놀이터에서 신명나게 놀던 두 아이 중 하나가 ‘난 그만 집에 갈래’ 하고 폴짝 뛰어갈 때처럼, 홀연히 떠난 아이가 그였고 망연히 남겨진 아이는 나였다.
간신히 마음을 수습하고 일상을 꾸리며 방황을 환상으로 박제해 가슴에 들어앉힌 것이 어언 7년째. 오늘도 나는 환상의 도금이 행여 벗겨질세라 나의 지난 사랑을 가슴팍에 보듬는다. 나의 사랑이 허상은 아니었다는 주문을 외우며. 나는 비로소 그를 완전히 소유하게 되었다. 그에 대한, 사랑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않는 한 나는 그를 완전히 소유할 수 있다. 오늘도 내 사랑의 제단에는 환상과 착각의 향이 피어오른다.
"귀하께서는 당행과 정부협약에 의한 긴급재난지원금 신청대상이지만 현재까지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지원기한은 7월20일(화) 16시까지이오니 아래 내용을 확인하신 후 신청접수 바랍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5일 재난지원금이나 소상공인 정책자금 등 정부의 자금 지원을 빙자한 대출사기 문자 발송이 늘어났다며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접수된 일평균 대출 사기 문자 신고건수는 지난해 9월 272건에서 지난달(1~9일 기준) 2372건으로 8.7배 가량 증가했다.
이달부터 국민 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 희망 회복자금이 지급될 예정이어서 이를 빙자한 대출사기 문자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문자나 사기에 취약한 시니어들의 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허위 대출상품의 승인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문자를 발송하는 수법을 소개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예를 들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대상이니 신청해 달라’, ‘특별신용보증 심사 결과 승인 대상자이니 접수해 달라’는 식이다. 시중은행과 같은 제도권 금융회사를 사칭해 정부 정책자금 지원을 빙자하는 방법이 상당수다. 상담안내 번호, 무료 수신거부 번호로 전화를 유도해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사례도 있었다.
재난지원금 사기 문자에는 URL 주소가 포함된다. 출처가 불분명한 URL 주소를 클릭하는 것은 금물이다. 사기범이 보낸 출처가 의심스러운 URL 주소를 클릭하면 원격조종 악성 앱 설치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URL을 클릭해 악성앱이 설치됐다면 모바일 백신 앱으로 검사 후 삭제하거나 데이터를 백업 후 휴대폰을 초기화한다. 스스로 대처가 어렵다면 휴대전화 서비스 센터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제도권 금융회사 중 전화나 문자로 대출을 안내하거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 금감원은 본인이 신청하지 않은 대출의 승인 대상자로 선정됐다거나 전화를 유도해 이름이나 연락처, 주민번호, 소득, 대출 현황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피해금액을 송금한 경우 금융회사 콜센터나 경찰청, 금감원에 즉시 전화해 계좌 지급정지를 신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계좌 지급정지를 신청한 경우, 경찰서에서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받고 해당 금융회사 영업점에 제출해 피해금 환급을 신청할 수 있다.
아울러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우 금감원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에 개인정보 노출 사실을 등록하라고 권했다. 금융결제원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에서 명의 도용된 계좌 개설 여부를 조회할 수 있고,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명의도용방지서비스에서는 본인 명의로 개설된 휴대전화 개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백신 예방접종을 받는 시니어들은 백신보험에 가입할 때 더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에 ‘백신보험’으로 판매되는 상품들이 실제로 백신 부작용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지 않아서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지난 3일 이른바 ‘백신보험’으로 보험사가 시판 중인 상품들에 대한 소비자 유의사항을 발표했다. 백신보험으로 알려진 상품들은 대부분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보험’이며, 백신 접종에 따른 모든 부작용을 보장하는 게 아닌 만큼 가입에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약제, 음식물, 곤충, 꽃가루 같은 외부 자극으로 인해 가려움증, 두드러기, 부종, 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타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백신 접종의 부작용 중 하나지만 백신 접종이 쇼크의 직접 원인으로 인정되는 확률은 0.0006%다. 이는 100만 명 중 6명꼴이다.
올해 상반기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지난 3월 25일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이 처음 출시됐다. 지난달 16일 기준 생명보험사 6곳, 손해보험사 7곳에서 해당 상품을 판매 중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진단 시 최초 1회 또는 연 1회 100만~20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보험료는 연간 2000원 미만 수준이다. 현재까지 체결된 계약은 20만 건 정도다.
문제는 일부 업체가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에 ‘백신 보험’이라는 명칭을 붙였다는 점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은 근육통, 두통, 혈전같이 흔한 백신 부작용을 보장하지 않는다. 0.0006% 확률로 발생하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만 보장하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 심리를 이용해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광고에 유의해야 한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시니어들의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이용해 보험회사 제휴업체들이 무료로 이 보험에 가입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무료보험 가입 대신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금감원은 보험사마다 상품구조, 보장요건, 보장금액이 다르므로 가입할 때 상품 주요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또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곳은 보험회사이므로 제휴업체가 아닌 보험회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금감원은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을 팔 때 ‘코로나 백신 보험’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광고 심의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 제휴업체를 통해 상품에 가입하는 소비자에게도 상품의 주요 내용을 안내하도록 유도한다.
20일 오후 8시부터 시작된 50~52세 중장년층 백신 접종 예약에서도 오류가 이어졌다. 당국에서 접속 폭증으로 인한 지연 현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했지만 접속 지연과 오류는 여전했다.
20일 오후 8시부터 예약자가 몰리며 접속대기자가 순식간에 수천명에서 수만명으로 바뀌었다. 8시에 빠르게 접속했다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글을 올린 한 이용자는 대기자가 1만1097명이었다. 해당 게시글에는 다른 50~52세 중장년 예약자들이 자신은 5800명, 2만7000명, 6만2768명이 접속대기자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런데 문제는 접속대기가 아니었다. 접속 대기가 끝나갈 즈음에 다시 초기화되면서 처음부터 다시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53~54세 예약처럼 사이트 자체를 접속할 수 없는 먹통 현상은 발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몇 시간 동안 백신 예약을 하지 못하는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기자는 8시 40분 쯤에 태블릿PC를 이용해 접속을 시도했는데 접속대기자가 20만 명이 넘게 나왔다. 느긋하게 기다려보기로 하고 틈틈히 태블릿을 확인했다. 10만 명 단위로 내려가고, 마침내 수만 명 단위까지 내려왔다. 그런데 총 1시간 정도가 지난 시점에 화면을 봤을 때 접속대기 화면은 사라지고, 자동으로 넘어간다는 예약 페이지로도 바뀌지 않았다. 처음 사이트에 접속한 모습이 나왔다.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생각이 들며 황당했다.
하지만 백신 예약을 위해 다시 시도했다. 9시 53분에 접속대기자는 32만3789명이었다. 아주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수만 명 대로 줄었다가 화면을 확인했을 때 초기화됐다.
태블릿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번에는 스마트폰으로 함께 시도했다. 그러나 둘다 오류가 발생하는 건 같았다. 태블릿으로 한 세 번째 시도에서 11시 48분쯤에 2만 명대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몇 분 뒤 확인했을 때 다시 초기화면이 나타났다. 12시에 새로 접속하니 대기자는 15만7909명으로 나왔다.
스마트폰으로 두 번째 접속했을 때 11시 22분쯤 18만 명에서 28분 16만 명으로 줄었다. 그런데 11시 45분쯤 예약 대기 화면이 어느새 초기화면으로 바뀌었다. 다시 오류가 발생한 것. 결국 스마트폰으로도 세 번째 대기 상태에 돌입했다. 스마트폰에서도 태블릿처럼 접속대기자가 줄어들다가 초기화되는 증상이 이어졌다.
스마트폰으로 다섯 번째 시도로 밤 12시가 넘어 새벽 1시가 가까워지자 스마트폰 화면이 예약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화면으로 바뀌었다. ‘예방접종 예약하기’와 ‘본인 예약’을 선택한 다음, 개인 정보를 입력하고 본인인증을 진행했다. 그리고 백신 접종을 희망하는 날짜와 예방접종 의료기관을 선택했다. 그런데 희망하는 날짜에 희망 접종기관에 예약할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
8월 16일에서 20일 사이에 접종을 하고자 거주지에서 1km 내에 있는 5개 의료기관 중 3곳을 선선택했지만 예약 가능한 시간이 나오지 않았다. 시간과 의료기관 변경으로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급한 마음에 우선 3km 내에 있는 의료기관 중 하나를 선택해 18일 14시로 백신 접종을 예약했다.
1km 내 다른 의료기관 중에도 가능한 시간이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아쉬웠다. 새벽 2시 즈음에 백신 예약 사이트에 다시 접속하니 접속대기자가 만 명 단위에서 천 명 단위로 크게 줄었다. 예약하기 쉽다는 생각에 기존 예약을 취소하고 1km 내 다른 의료기관 예약을 시도했다.
하지만 날짜를 2~3개 바꿔봐도 예약가능한 시간은 나오지 않았다. 일찍 백신을 예약한 50~54세 이용자들이 모두 예약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예약한 시간도 다른 이용자가 예약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처음 예약한 의료기관과 시간으로 다시 예약했다.
의료기관별로 예약 가능한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이 있었다면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시스템은 하나씩 선택하며 시도해야만 알 수 있는 상황이다.
가까운 의료기관과 희망 날짜에 백신을 맞기가 쉽지 않다는 경험을 하니, 왜 수많은 이용자들이 예약 가능한 시간이 되자 몰려들었는지 이해가 됐다.
50대 중장년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새벽까지 백신 예약에 대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기자처럼 몇 번 초기화되는 황당함을 겪다가 밤 12시가 넘어서 예약했다는 글이 많았다.
이날 백신 예약을 시도한 많은 50~52세 중장년들은 “백신 예약 시스템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날 접속 오류가 잦자 기자도 인터넷에 공유된 비공식적인 방법을 시도해봤다. 그런데 해당 방법으로는 예약이 진행되지 않았다. 방역 당국이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
숨을 쉬고 싶어 시작한 달리기였다. 울트라 트레일러너 심재덕(52)은 칠전팔기의 도전으로 미국, 일본 등 산악마라톤 강국의 ‘강호’들을 찾아가 한판 승부를 겨루는 과정에서 꿀 같은 우승도 여러 번 맛봤다. 최근 인생의 숙원이었던 또 다른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 중인 그를 만났다.
코로나19가 바꾼 일상의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를 꼽는다면 사람들의 야외 활동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 아닐까. 그중에서도 ‘등산’과 ‘러닝’이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대중적 인기를 얻는 이유는 큰 제약 없이 언제든지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 활동이기 때문일 것이다. 말마따나 옷과 신발만 있고 체력과 마음만 있다면 누구든지 산을 오르고, 또 어디든지 달릴 수 있다.
‘트레일러닝’(Trail Running)은 등산과 러닝을 합한 산악 종목의 아웃도어 스포츠다. 전 세계적으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스포츠는 국가와 지역에 따라 마운틴러닝(Mountain Running), 펠러닝(Fell Running), 알파인러닝(Alpine Running), 스카이러닝(Sky Running) 등으로 불리며,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기간 산악마라톤(Climbathon)으로 소개됐다. 1990년대 초반 북한산과 설악산 일대에서 산악구보 형태로 열린 대회를 효시로 볼 수 있다.
그 시작점에 울트라 트레일러너 ‘심재덕’이 있다. 트레일러너이기 전에 마라토너이기도 한 그는 오늘까지 30년 가까이 달려오면서 총 315회가량 풀 코스 마라톤 서브3(42.195km를 3시간 이내에 달리는 것)를 달성했고, 그중 100여 회 우승한 바 있는 ‘철의 사나이’다. 그를 일컬어 ‘철의 사나이’라고 부르는 건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실제로 그는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34년 동안 근무하며 조선업에 종사 중인 ‘철의 노동자’다.
철의 노동자는 어쩌다 달리게 됐을까?
모든 러너에게는 ‘러너가 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심재덕은 왜 달리게 됐을까? “1992년 말, 그러니까 제 나이 스물다섯 살에 기관지 확장증 판정을 받았습니다. 폐 속 기관지가 손상을 입어 점차 후각을 잃게 됐고, 비염과 축농증으로 끊임없는 잔병치레를 해야 했습니다. 입을 거의 벌린 채로 살았어요.” 일종의 직업병이었을까. 잠수함을 만드는 과정에서 과도한 화공약품에 노출되어 호흡기에 문제가 생긴 것이 이상할 리 없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게 됐을 때, 역설적으로 그는 ‘숨을 쉬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전 달리고, 출근 후 점심시간을 쪼개 30분 동안 달리고, 퇴근 후 또 달렸다. 야간근무를 하면 달빛 아래 달렸다. 달리면 숨이 가빴지만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렇게 회사 근로자의날 기념 4km 마라톤에 출전해 우승했고, 이를 계기로 거리를 늘려 5km, 10km 마라톤 대회에도 출전했다. 나가는 족족 우승했다.
우승이라니! 어릴 때 괴산 분지골에서 학교 다닐 때도 공부로 상 한 번 받아본 적 없었던지라 갑작스럽게 발견한 재능 앞에서 얼떨떨해도 기분은 좋았다. 내가 이걸 잘하는구나, 열심히 하니까 이렇게 잘하게 되는구나, 더 잘하고 싶다! 그 후로 거리를 늘려 훈련해 하프 코스 마라톤에 출전했고, 달린 지 2년 만인 1995년 가을, 생애 첫 풀 코스 마라톤 대회인 춘천마라톤에서 2시간 39분 39초를 기록했다.
회사에 잘 뛰는 사람이 있다고 소문이 나니 사내를 비롯해 학교, 공공기관, 단체 등에서 마라톤 강연 의뢰가 빗발치듯 이어졌다. 특히 산업재해가 많은 조선업 종사자들에게 최고의 화두는 언제나 ‘건강’이었다. 6개월 동안 매주 월요일마다 수백 명의 사람들 앞에서 마라톤 강연을 했다. 덕분에 근골격 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고, 사내에 달리기 붐이 일어 무려 20개 정도의 마라톤 동호회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변화에는 IMF의 영향도 있었다.
그의 마라톤 서브3의 신화는 계속됐다. 1990년대 중반, 당시만 해도 마라톤 대회가 지금처럼 성황리에 열리지 않았다. 많아야 1년에 2~3회 정도. 지병이 있어서 뛰는 데 불편함이 컸지만 참고 잘 뛰었다. 뛰는 게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기관지 확장증 환자가 달린 지 2년 만에 서브3라니. 어쩌면 ‘타고난 재주’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성취에 대해 극구 ‘99%의 노력’이라고 말한다.
“타고났다니요. 저는 절대 아니라고 자신합니다. 학창 시절에 100m 달리기를 하면 15초 안에 들어온 적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 스피드로 그렇게까지 달릴 수 있었던 건 순전히 99%의 노력이었죠. 그만큼 열심히 달렸습니다.” 달리는 중에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장점을 발견했다. 바로 끈기, 인내, 즉 ‘지구력’이 좋다는 점이었다. 그는 자신이 오래, 멀리, 긴 거리를 달릴수록 도리어 힘이 나는 체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산길’을 달릴 때 더욱 힘이 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마라톤에 이어 산악마라톤에 발을 딛게 된 이유는 앞서 말했듯 그 시기에 마라톤 대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99%의 노력으로 기량은 한껏 올라와 있는데 솜씨를 발휘할 무대가 없는 상황. 있는 대회 없는 대회 전부 찾아다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간헐적으로 열리던 산악마라톤 대회에까지 출전하게 됐다. 1997년 제천 금수산 마라톤 대회였다.
산악마라톤의 황제가 되다
숨을 쉬고 싶어 시작한 달리기였다. 그리고 산을 달리는 동안에는 정말이지 이제야 자신의 호흡을 찾은 것 같다는 고조된 감정이 들었다. 산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내달리는 것이 평지를 달리는 마라톤보다 몇 배로 힘은 들었지만 그만큼 살아 있다는 기분 또한 강하게 들었다. 어릴 때 산과 들에서 뛰어놀며 터득한 감각이 산을 달리면서 터져 나왔다. 달리면 달릴수록 힘들었지만 돌아서면 즐거웠다. 행복했다. 계속 산을 달리고 싶었다.
30대 중반, 그는 삶의 순리처럼 산악마라톤에 빠져들었다. 지루하고 단조로운 마라톤과 달리 풍경과 지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산악마라톤에서 그는 인간 본연의 호연지기를 찾았다. 달릴 때, 특히 산을 달릴 때, 그는 자신의 몸과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감 없이 무기력하게 살아온 그간의 세월을 180도 뒤집는 강렬한 경험이었다.
더 크고 높은 산을 달리고 싶다는 열망이 국경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즈음 달리기 실력도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산악마라톤 대회가 많이 열리고 있었어요. 바야흐로 저의 산악마라톤 ‘원정’ 시대가 시작됐죠!(웃음)” 자영업자도 아닌 월급쟁이가, 그것도 거주지가 서울도 아닌 한반도 끝자락인 거제에서 해외의 산을 달리려 분투했으니 얼마나 많은 수고로움이 따랐을까.
해외여행이 활발했던 시기도 아니었고 마라톤이 지금처럼 인기를 끌던 시기도 아니라서 해외 마라톤, 특히 해외의 산악마라톤 대회 정보를 찾는 일이 쉬울 리 없었다. 울트라 마라톤을 다룬 책이라면 어떻게든 구해 읽었고, 해외 마라톤에 관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감사한 마음으로 호의를 받았다. 특히 영어라는 난관 앞에서 어려움이 컸지만 그때마다 신의 이끄심을 느꼈다.
그런 칠전팔기의 도전으로 미국, 일본 등 산악마라톤 강국의 ‘강호’들을 찾아가 한판 승부를 겨루는 과정에서 꿀 같은 우승도 여러 번 맛봤다. 특히 2006년 미국에서 열린 MMT(Massanutten Mountain Trail) 100mile 레이스에서는 세계적인 선수 칼 멜처를 제치고 17시간 40분 45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같은 해 일본의 대표적인 산악마라톤 대회 하세츠네컵에서는 71.5km 산길을 최초로 8시간 이내 기록으로 우승해 유명세를 떨쳤다. 이듬해 출전한 미국의 유서 깊은 트레일러닝 대회 웨스턴 스테이츠 100mile에서도 전체 순위 10위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
산악마라톤이 무엇인지, 칼 멜처가 누구인지,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고 박수 쳐주는 관중도 없는데, 그렇게 갈급해 해외의 산을 찾아다닌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우승하려고요. 세계 최고의 울트라 러너가 되고 싶었으니까요. 세계의 센 놈들(?)과 대결해 이기는 기쁨을 맛봤으니까요.” 그렇게 산악마라톤 해외 원정에 쏟아부은 비용만 연간 1000만 원 정도. 10년이 넘었으니 합하면 1억이 훌쩍 넘는다. 그 돈 아꼈으면 지금쯤 아파트 한 채는 샀을 거라고. 하지만 후회는 없다.
영원한 현역을 꿈꾸며
그는 지금도 여전히 달리고 있다. 보통 등산객들이 2박 3일에 걸쳐 완주하는 지리산 화대종주(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의 지리산 주능선) 47km도 무려 7시간 42분 만에 내달린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20~40대 후배 러너들과 같은 대회를 달려도 거뜬히 우승할 정도로 울트라 마라토너로서, 트레일러너로서 그는 건재하다. 또 달리기를 시작한 이래 유지하고 있는 ‘턱걸이 60개 철칙’(턱걸이를 60개 하지 않으면 밥상 앞에서 숟가락을 들지 않는다) 또한 변함없이 실천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인생의 숙원이었던 또 다른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 중이다. 바로 그의 달리기 인생을 담은 단행본 작업이다. “요즘은 퇴근하면 집에 가서 컴퓨터 켜고 매일 원고를 쓰고 있어요. 보통 새벽 1시까지 쓰고, 일찍 잔 날은 새벽 5시에 일어나 마저 원고를 씁니다. 24년 가까이 훈련일지를 써온 것이 도움이 됐어요. 책을 쓴다는 게 쉽지 않았는데 역시 노력하니 끝이 조금씩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출간 예정입니다.”
그렇게 뛰었는데 ‘무릎’ 아프지 않냐고 물었다. 어떻게 달려야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달릴 수 있냐고. “달리기를 시작하시는 분은 처음부터 뛰지 마세요. 걸으세요. 걷다가 뛸 수 있는 체력이 되면 그때부터 조금씩 뛰면서 그 거리를 늘려보세요. 그리고 기본은 언제나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입니다. 이런 기초가 잘 닦이면 부상 없이 오래, 멀리, 즐겁게 달리실 수 있을 겁니다.”
세월이 흐르고 지금보다 더 나이 들면 그의 몸도 노화가 올 것이고 지금과 같은 기량도 언젠가는 과거의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날에 대한 아쉬움이나 조바심은 없다고 말한다. 그 또한 삶의 순리대로 가는 것 아니겠냐며. 다만 그날까지 한 점의 후회도 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자신의 한계를 보고 싶다고. 남다른 달리기 열정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여러 모로 자극과 귀감이 되고 있는 심재덕은 ‘영원한 현역’으로 남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달리고 있다.
입문자들에게 안내하는
트레일러닝 필수 아이템 11
1 기능성 상의와 방풍 재킷 면 소재 의류는 땀이 잘 마르지 않아 체온을 떨어뜨리므로 쿨맥스 소재의 기능성 상의를 착장한다. 변화무쌍한 기온에 대비해 방풍 재킷도 준비한다. 비 소식이 있다면 방수 소재 재킷을 챙긴다.
2 기능성 하의 면이나 청 소재 바지는 하체의 활동성을 떨어뜨리며 신체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최근 기능성 하의는 바지 내부에 속옷이 달려 제작된다.
3 모자 계절과 날씨 등 상황에 따라 선캡, 비니, 바이저 등의 모자를 착용한다.
4 GPS 시계 개인의 활동 거리, 시간, 고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GPS 시계를 활용하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다. 고가이므로 입문 단계에서는 휴대폰 앱을 활용해도 무방하다.
5 서바이벌 블랑켓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로 인한 저체온증 사고에 대비해 배낭 안쪽에 항상 챙겨둔다.
6 헤드램프 길을 잃어 하산 시간을 놓치는 사태에 대비해 항상 준비한다.
7 과일 개인의 기호에 따라 수분과 당을 동시에 보충할 수 있는 과일을 준비한다.
8 트레일러닝 배낭 산에서 빠르게 물과 간식 등을 보급할 수 있도록 평소 트레일러닝 배낭을 등에 멘 채 달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착용했을 때 몸에 이물감이 없으면서 활동 거리에 적합한 용량의 트레일러닝 배낭을 준비한다. 보통 4~12리터를 착용한다.
9 에너지젤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간편하고 빠르게 섭취할 수 있도록 젤 형태로 만든 혼합음료다. 1시간에 30~60g 정도 섭취하길 권한다.
10 물 사용하기 편한 형태의 수통 안에 1리터 이상의 물을 준비해 수시로 급수한다. 트레일러닝 배낭 내부에 하이드레이션 시스템의 물팩을 넣어 호스를 이용해 마실 수 있고, 트레일러닝 배낭 어깨 밴드 부분의 주머니에 수통을 장착해 마실 수 있다.
11 트레일러닝화 발의 볼과 아치 등 족형에 맞는 트레일러닝화를 준비한다. 활동 중 발이 부을 것을 대비해 일상화보다 한 치수 큰 사이즈의 신발을 권한다. 자신의 족형에 맞는 트레일러닝화를 추천받고 싶다면 신촌 ‘러너스클럽’을 방문해보자.
저금리, 대출 규제, 고강도의 중과세와 함께 집값 상승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아파트보다 빌딩을 선호하는 추세다. 아파트 팔고 빌딩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 빌딩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꼬마빌딩에 대해 알아보자.
최근 자산가의 투자 순위에서 아파트는 밀려나고, 꼬마빌딩이 떠오르고 있다. 꼬마빌딩으로 투자가 몰리는 이유는 주택 시장의 규제로 인한 결과다. 고가 주택 및 다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대출, 세금 등 각종 규제가 쏟아지고 있다. 반면 꼬마빌딩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어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부상 중이다. 특히 은퇴 후 안정적 임대소득을 올리는 방편으로 꼬마빌딩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유망 상권의 꼬마빌딩은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일반적으로 연면적 3000㎡ 이하, 5층 전후 규모로 50억 원 이내 가격대를 형성하여 개인 투자가 가능한 빌딩을 꼬마빌딩으로 본다. 리얼티코리아 관계자는 “주택 규제가 심해지자 지난해 3분기부터 꼬마빌딩 거래가 활발해졌다. 현재 강남의 경우는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 정보 플랫폼 ‘부동산플래닛’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기준 상업·업무용 빌딩의 매매량은 945건이며, 거래액은 약 7조 원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매량은 35.2% 증가한 수치이며, 거래액은 46.7% 늘었다. 금액별로는 10억~50억 구간이 47.6%로 가장 많았고, 면적별로는 100㎡ 초과 3000㎡ 이하가 77%를 차지했다.
느슨한 대출 규제와 증여
은퇴를 앞둔 김꼬마 씨는 노후 자금을 준비 중이다. 다주택자인 그는 아파트를 팔고 새로운 투자 수단을 찾고 있는데, 꼬마빌딩에 관심이 생겼다. 살펴보니 대출 부담도 적고 노후에 안정적인 임대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자녀에게 물려줄 재산으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정말로 그럴까?
꼬마빌딩의 장점은 세 가지다. 아파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가 심하지 않다. 주택 시장에서 서울 등 투기지역, 투기과열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엄격한 편이다. 해당 지역에 있는 9억 원 이하의 주택은 LTV를 40%로 적용하지만, 15억 원 초과 주택은 아예 대출이 불가능하다. 부동산 관계자는 “꼬마빌딩은 70~80%까지 대출할 수 있다. 7월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LTV가 40%로 적용된다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논현동·역삼동·신사동 같은 곳으로 수요가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꼬마빌딩은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이 적다. 세금폭탄이라 불리는 종합부동산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꼬마빌딩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세법상 비(非)주택으로 분류한다. 현행법상 건물이 아니라 토지분의 종부세가 부과되는데, 80억 원이 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대부분의 꼬마빌딩은 50억 원 미만이므로 종부세를 낼 필요가 없다. 주택처럼 많이 보유해도 중과세가 없다.
자녀 증여용으로도 괜찮다. 안정적인 임대소득이 보장되는 동시에, 훗날 가치 상승을 고려한다면 자녀에게 증여하는 재산으로 안성맞춤이다. 꼬마빌딩은 건물마다 개별적 특성이 강하고 거래가 빈번하지 않아 매매 사례가액을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상속이나 증여세 부과 시 아파트처럼 시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시가격이나 국세청 기준시가 등과 같은 보충적 방법을 이용한다. 이러한 방법은 시세의 60~70%를 반영하기 때문에 증여 시 세금 부담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지난해 1월부터 국세청은 시세와 가격 차이가 크거나 고가인 경우 감정평가를 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꼬마빌딩은 장점이 충분히 있지만, 투자할 때 신중할 필요는 있다. 안정적인 임대소득만 생각하다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대소득은 공실률과 밀접한데, 현재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기준 서울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6.5%인데, 홍대, 이태원, 명동 등 도심 주요 상권의 공실률은 20~30%에 달했다. 부동산 관계자는 “꼬마빌딩 투자 시 환금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임대소득도 좋지만 시세차익을 염두에 두고 지가가 높으며 매매가 원활한 지역을 찾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하루 평균 34건. 치매로 실종된 부모를 찾아달라며 경찰에 접수되는 실종 신고 건수다.
경찰청에 따르면 치매 노인 실종 신고가 지난해 1만2272건 접수됐다. 하루에 34명꼴이다. 2015년 9046건, 2016년 9869건, 2017년 1만308건, 2018년 1만2131건, 2019년 1만2479건처럼 해마다 그 수가 늘다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폭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들이 흔히 보이는 증상 중 하나로 '배회'를 꼽는다. 목적을 갖고 나갔다가 인지 기능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외출 목적과 집으로 가는 길을 잊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런 배회 증상은 경증 치매 노인들 사이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실종된 노인 중 일부는 경증이라 가족들이 치매 상태인지도 몰랐던 경우도 있다. 또 치매 노인이 성인이다 보니 길 잃은 어린이처럼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걸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그만큼 치매 환자는 실종을 예방하고 실종됐을 때는 빠르게 대처해야 위험에 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IT 기술이 실종된 노인을 찾는데 도움을 주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전봇대나 지하철역 근처에 ‘사람을 찾습니다’ 전단을 부착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와대 국민청원, 애플리케이션, 문자, 드론 같은 IT기술을 이용해 빠르게 실종 소식을 알리고, 실종자 찾기에 나서고 있다.
실종된 치매 엄마, 당근마켓 덕에 집으로
지난 6월 22일 직거래 중고 마켓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에 치매 어머니를 찾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서울 강북구 번동에서 아버지 손을 잡고 노인 복지 시설로 가던 어머니 A(66) 씨가 실종되자 딸 B(40) 씨가 올린 글이다. 어머니 사진과 이름·연락처, 치매 상태 등과 함께 B씨가 직접 만든 ‘사람을 찾습니다’란 포스터를 담았다.
실종 포스터가 앱에 등록되자 해당 내용은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다른 이용자들이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로 글을 퍼다 날라서다. 결국 실종 3일째인 6월 24일 번동에서 30㎞쯤 떨어진 경기도 부천시 한 길거리에서 A 씨가 발견됐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에서 본 A 씨 얼굴을 기억한 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이처럼 온라인은 파급력이 크고, 한 번 여론이 쏠리면 경찰도 부담을 느껴 많은 인력을 투입하다 보니 온라인이 ‘실종 신고 창구’ 역할을 한 셈이다.
갈대밭 살펴 쓰러진 실종 노인 찾은 드론
사람이 지나가려면 손을 힘껏 휘저어야 할 정도로 우거진 서울 동작대교 남단 갈대밭. 보통이라면 둘러보기도 힘든 이곳에서 지난 21일 의식을 잃어 쓰러진 노인을 발견했다. 발견한 것은 사람이 아닌 드론. 서울 방배경찰서에 지병을 앓고 있던 80대 노인 C 씨가 외출한 뒤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곧바로 실종 수사에 돌입했으나 거주지인 동작구의 모든 구역을 샅샅이 뒤지기엔 인력이 부족했다.
이에 방배경찰서는 서울경찰청에 드론수색팀 파견을 요청했다. 서울경찰청 장비계 소속 드론 전담 조종요원 2명은 C 씨가 마지막으로 향했던 장소로 추정되는 동작대교 인근 지역으로 출동했다. 그리고 수색 이튿날, 갈대밭 사이를 날던 드론이 촬영한 화상카메라 영상 속에서 사람의 형상이 포착됐다.
현장에 있던 경찰은 곧바로 드론 지점으로 이동했고, 실종됐던 C 씨가 누워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의식이 없었지만 희미하게 호흡을 하고 있었다. 경찰은 C 씨에게 심폐소생술을 한 뒤 구급차를 이용해 병원으로 호송했다.
‘실종경보 문자 제도’로 15분 만에 실종자 발견
일분일초가 생명과 직결되는 실종자 수사에서 ‘실종경보 문자 제도’가 시행 한 달 만에 ‘골든타임’을 확보하며 국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실종경보 문자 제도는 실종된 치매 노인을 문자 메시지로 빠르게 찾는 제도다. 국민재난안전포털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6월 9일부터 7월 8일까지 59건에 달하는 실종경보·해제 문자를 발송했다. 이 가운데 실종경보 문자는 33건(31명) 보냈으며, 해당 문자를 본 시민들의 제보 덕분에 실종자 12명을 찾았다.
실종경보 문자 제도는 18세 미만의 아동이나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 치매 환자가 실종됐을 때 실종자 정보를 주민들에게 문자로 발송하는 서비스다. 재난 문자처럼 이동통신사 무선기지국을 토대로 해당 지역 내 주민에게만 실종자의 기본 정보를 알린다. 문자에 포함된 링크를 누르면 실종자 사진과 상세한 인상착의를 확인할 수 있다.
전남 여수에서는 실종경보 문자 제도로 실종된 치매 환자를 문자 발송 15분 만에 찾았다. 지난 6월 24일 여수경찰서는 "치매 걸린 아버지가 나간 뒤 들어오지 않는다"는 실종 신고를 받았다. 그리고 오후 2시 16분에 실종된 치매 환자 D(75) 씨의 인적사항을 담은 경보 문자를 발송했다. 그리고 발송 15분 만에 한 주민이 "치매 어르신에게 12시께 담배를 판 사실이 있다"는 제보를 보내왔다. 경찰은 제보를 토대로 실종자를 추적해 D 씨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AI CCTV로 노인 실종자 찾기 더 쉬워질까?
경기도 부천시는 ‘안면 인식’이 가능한 인공지능(AI) CCTV 시스템을 구축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공 분야 지능 정보화 사업의 일환으로, 본래 코로나19 확진자 얼굴을 인식해 자동 추적을 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AI 기반 CCTV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확진자 정보를 AI에 학습 시켜, 방대한 CCTV 영상 속에서 동선을 추적한다. 이뿐 아니라 연령·성별·체형·옷차림, 마스크 착용 여부 같은 정보도 자동 수집하고, 개인 신원과 얼굴을 특정해 지속적으로 인물을 추적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을 실종자 수색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염병 역학조사를 위한 안면 인식 정보 수집 기술이 더 나아가 초동 수사가 중요한 실종자 추적에서도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안면 인식이 가능한 이 AI CCTV는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시민이 언제, 어느 곳을 방문했으며, 누구와 만났는지 낱낱이 파악할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실종자를 추적하기에 적합한 기술이라는 의견이다.
중국에서는 지난 2018년 장시성에서 열린 홍콩 스타 장쉐유의 콘서트장 출입구에 설치된 안면 인식 카메라가 관중 5만 명 가운데 경제 범죄로 수배 중이던 한 남성을 정확하게 집어내, 공안이 체포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비판도 잇따른다. 중국은 이미 국가 전역에 설치한 4억 대 이상의 감시카메라와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 ‘세계 최대 규모의 감시 사회’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에서도 현재 사람의 얼굴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민감 정보'로 분류돼 있다. 따라서 당사자 동의가 있어야만 수집할 수 있다. 사생활 침해라는 선을 넘지 않으면서 안전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관련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
갱년기는 흔히 여성 문제로 치부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중년 남성 사이에서 우울증이 급증하며,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갱년기는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며, 중년 남성의 경우 우울증을 방치하다가 병을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어 더욱 유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자살예방에 대한 통합적 정보를 제공하는 ‘2021 자살예방백서’를 5일 발간했다. 이 백서는 2019년 자살현황 및 우리나라 자해·자살 시도 현황과 OECD 회원국 자살 통계를 담았다.
2019년 우리나라 자살률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증가해 80세 이상(67.4명)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자살사망자 수는 50대가 2837명으로 가장 많았다. 성별로는 남자가 70.5%로 여자 29.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2017년 기준 10만 명 당 23.0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고, OECD 평균인 11.2명보다 2.1배 높았다.
남자들의 자살률이 여자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50대 중년 남성의 우울증을 꼽는다. 중년 남성 우울증은 2008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발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50대 남성 우울증 환자는 2008년 이후 2016년까지 꾸준히 증가했고, 연간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남성 환자 중 50~60대 환자가 전체에서 34%를 차지했다.
중년 남성 우울증, 원인은?
남성 갱년기는 40대 이후부터 서서히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떨어지면서 주로 50~65세쯤 여러 징후를 보이며 나타난다. 이때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가 함께 감소하면서 우울증이 유발된다.
이러한 신체적 요인과 더불어 환경 요인도 중년 남성의 우울감을 심화시킨다. 중년 남성은 은퇴를 전후로, 노후 대책 우려와 가족 부양 부담이 겹치는 등 경제적인 문제로 인한 심리적 압박을 크게 느낀다. 이것이 우울증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50대 남성은 걱정거리를 묻는 질문에 노후생활과 자녀교육, 일자리 등을 많이 꼽았다. 자신의 일자리 유지와 노후생활을 장담하지 못하는 가운데 높은 주거비, 자녀교육과 부모부양 등을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들이 취업난으로 갈수록 독립이 늦어지는 20대와 30대를 부양하는 부모 세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방과 치료 방안은?
1. 직업을 가져라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의 연구에 따르면 직업이 있는 50세 이상 중·장년층은 주부 또는 실직자보다 우울할 확률이 48%~6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절한 직업 활동 같은 ‘활동적인 노화(active ageing)’ 과정을 거치면 우울증으로 인한 질병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2. 사람들과 교류하라
전문가들은 직업이 없더라도 개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얼마든지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정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혼자 있는 것은 우울증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사람들과 교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하고 정기적인 활동이 없을 경우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우울증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억지로라도 친목활동, 가족모임 등을 자주 가지면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3. 신체를 움직이는 취미활동을 하라
어떤 종류건 본인이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찾아야 한다. 특히 신체를 움직이는 활동을 동반한 취미를 가질 경우, 떨어지는 체력도 향상시키고 기분 전환도 꾀할 수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동호회를 만들어 취미활동을 하면 더 좋다. 그동안 똑같이 유지하고 반복하던 일상과 생활습관에 변화를 줘, 건강한 생활리듬을 되찾을 수 있다.
이러한 개인의 노력 뿐 아니라 중년의 우울증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인 제도도 필요하다. 50세 이상 시니어들이 기존의 직업 활동을 지속하거나 새로운 사회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허휴정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남성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에 자신과 주변 사람들도 모르는 사이에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며 “혼자 견디려고 하기보다 가능하다면 가까운 사람과 솔직하게 나누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딸이 휴대폰을 잃어버려 새 기기를 구입하려고 대리점에 방문했습니다. 저도 할부 기간이 끝나 휴대폰을 바꾸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를 받았지만 특별히 불편한 점이 없어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직원이 실적 등의 문제로 힘들다며 감정에 호소했고, 6개월간 6만5000원짜리 요금을 사용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높은 요금이 부담스럽다면 자기가 매달 6만 원을 주겠다고 사정하기에 기기를 변경했는데, 변경 후 6만 원 입금도 해 주지 않았고 문자나 통화도 받질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60대 시니어의 글이다. 최근 이처럼 시니어를 대상으로 불완전판매를 진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외에도 80세 노인에게 공짜기기라 속여 휴대전화를 개통하거나, 상품권으로 유혹해 인터넷 가입을 유도하는 등 무수한 사례가 존재한다. 불완전판매는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상품에 대한 설명을 누락하거나, 상품에 가입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성실하게 설명하지 않은 채 판매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노인 뒤통수 치는 불완전판매, 왜 성행하나?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휴대전화 무인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을 활성화하고 있다. 하지만 중·장년이나 노년층은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적 압박을 받는 직영 대리점 직원들이나 점주들이 노년층을 상대로 불완전판매를 시도하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2019년 12월 이동전화서비스 관련 상담 건수는 1739건을 차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1913건에 달했고 12월에도 1825건을 기록했다. 또 이동통신 3사 관련 민원 중 소비자들이 가장 많은 불만을 제기한 문제도 불완전판매(25.5%)였다. 이 중 요금제 관련 민원만 500건을 상회했다.
요금제 관련 피해 대부분은 대리점과 계약에서 발생했다. 통신사가 대리점의 판매 대수에 따라 추가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그레이드(Grade) 정책과 가입자 요율을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 등이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긴 약정 기간과 고가 요금제를 더 많이 유치할수록 받아 가는 금액이 늘어나므로 무리한 판매가 속출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에는 KT가 그레이드 정책과 함께 고액의 불법 보조금을 추가로 살포한 것으로 알려져 단말기 유통 시장에 혼란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편에서는 판매점의 실적 달성을 독려하려면 결국 불법 보조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불완전판매 단속·관리 부족에 사각지대 생겨
통신사 측은 전국의 직영점과 대리점을 관리하다 보니, 본사에서는 불완전판매에 대한 모든 민원을 처리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신고가 들어와도 고객과 직원 사이의 입장 차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검토한 후 매장 재량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직영점은 몰라도 대리점은 운영지침에 관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대리점이 고객 명의를 도용해 휴대전화를 개통해 통신사와 계약을 위반했을 경우 통신사 차원에서 대리점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리점은 한 법인이기 때문에 사원 개인의 일탈을 이통사가 관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전기통신사업자가 이동통신 서비스 판매 시 이용자에게 중요사항을 고지하도록 하고, 거짓으로 설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와 관련이 있는 대리점과 판매점 등에는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이렇기 때문에 일부 판매점과 대리점에서 전문 용어를 어려워하고, 많은 계약 조항을 잘 살펴보지 않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불완전판매를 일삼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악성 판매자에게 당해 전에 사용하던 휴대폰 할부금이나 인터넷 해지 위약금이 한번에 청구되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많은 노인들은 변제 능력이 없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다.
불완전판매, 막을 수 있을까?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했다. 대리점 판매점의 설명 의무를 강화해 휴대폰 서비스 관련 분쟁을 줄인다는 취지다. 단통법 개정안에 따르면 이동통신사업자와 대리점, 판매점 등은 이용요금과 약정조건, 위약금 등 중요 사항을 설명하거나 고지해야 한다.
또 휴대폰 구매과 이용계약에 관한 광고를 하는 경우에는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비용과 내용을 명확하고 공정하게 전달해야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아울러 이번 단통법 통과 이후에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실효성을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용요금·위약금·약정조건 등 고지 사항 구체화, 광고에 들어갈 중요사항 확정, 설명에 관한 별도 확인 절차 마련 등을 준비할 예정이다.
전 의원은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 시 주요 사항에 관해 설명을 듣지 못하고 판매자들이 추천하는 대로 상품을 구입하고 있다”며 “이동통신 서비스에 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이를 구매할 수 있어 공정한 거래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취약계층인 노인 맞춤 방안 마련돼야
이처럼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안이 발의됐으나 불완전판매의 주요 대상이 되는 노인에게 맞춰진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보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노인은 정보통신에 서툰 경우가 많아 다른 세대보다 약정과 보조금 등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며 “노인 눈높이에 맞추지 않고 대리점에서 정해진 매뉴얼대로만 설명하면 노인들은 계속 알아듣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성행하는 불완전판매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인들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 나서서 노인 눈높이에 맞춘 권역별 오프라인 상담센터를 만드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며 “노인들은 상담센터가 개설된다면 휴대전화 개통에 어려움을 겪거나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일부러라도 찾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리점이 판매 과정 중 누락한 설명이나 부당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는지 등을 평가하고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창업은 이상에서 시작하지만 항상 다양한 현실이라는 장벽을 만나며 이상이 깨지기 시작한다. 시니어 창업도 예외가 아니며, 세금도 장벽 중 하나다. 창업한 시니어는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둘 다 내야 한다.
정부에서 중소기업 창업자에게 여러 가지 세금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주로 청년 창업자에게 집중돼 있다. 만 15~34세까지 수도권 과밀 억제권역에서 중소기업을 창업하면 5년간 소득세나 법인세를 감면해 주고, 다른 지역에서는 100% 감면해 준다. 반면 시니어에게는 특별한 세제 혜택이 없다. 중장년을 위한 창업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세제 관련 혜택은 빠져 있다.
시니어 창업은 젊을 때와 달리 실패하면 시간과 경제적인 두 가지 면에서 손실이 커 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시니어 창업자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세금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특별한 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현재와 같이 힘든 난관을 직접 헤쳐 나가야 한다. 즉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시니어라면 세금에 대해 잘 알고 준비해야 한다.
창업한 시니어가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비용처리다. 특히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가 은퇴하고 창업한 시니어라면 비용처리와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헷갈리기 쉽다. 직장 근로자는 월급을 받고 사적으로 사용한 지출에서 소득공제를 받는다.
그런데 개인사업자는 사업을 하면서 매출이 나오는데, 매출을 만들기 위해 쓰는 비용을 경비로 인정해 주는데 이걸 잘 모르고 놓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직장인처럼 사적인 지출을 소득공제해 주지는 않는다. 현명하게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절세의 기본은 비용처리를 잘하는 데서 시작한다. 소규모 사업자일수록 비용으로 처리해 절세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개인사업자는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에서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각각 비용처리 방법이 다르니 정확하게 구분해서 처리해야 한다.
부가가치세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모두 일반사업자일 때 공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업자 A가 사무실에 들어갈 컴퓨터와 책상, 의자를 330만 원에 샀을 때 여기에서 30만 원은 부가가치세다. 이때 발급받은 신용카드 영수증이나 세금계산서를 근거로 증빙하면 30만 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부가가치세 30만 원을 돌려받은 사업자 A가 쓴 비용은 300만 원이 된다. 개인사업자와 자영업자는 매년 5월 전년도 소득에 대해 종합소득세를 신고한다. 이때 A가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300만 원이 사업 운영에 필요한 경비로 인정받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사업소득액도 계산해야 한다. 사업소득액은 매출액에서 경비를 빼고 계산할 수 있다. 부가세는 영수증으로 증빙하면 되지만 종합소득세는 신고 시 장부를 써서 제출해야 한다.
개인사업자는 업무용으로 쓰는 본인 명의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홈택스에 등록해야 사업용 카드로 인정받을 수 있다. 카드를 잃어버렸거나 재발급받으면 정보를 다시 입력해야 한다. 카드를 홈택스에 등록하면 증빙 관리가 편리해지니 세금 신고 기간 전에 미리 챙겨두는 것이 좋다.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항목은 급여와 퇴직금이다. 급여에는 상여금과 수당도 포함된다. 다만 개인사업자라면 대표 본인의 급여는 경비로 인정되지 않는다.
사업장에서 쓰는 전기와 가스, 수도, 통신 요금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전기와 가스는 한국전력과 가스회사에 사업자등록번호가 기재된 영수증을 발급받고, 수도요금은 따로 계산서를 신청해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일반 개인사업자가 차량을 구매할 때는 연간 1000만 원 정도 선에서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차량이 이보다 더 비싸면 나머지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하기 어려우므로, 비용 처리 관점에서만 보면 할부 구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9인승 이상 차량이나 경차, 화물차를 구매하면 부가가치세까지 공제받을 수 있어 세금을 더 많이 아낄 수 있다. 9인승 이상 차량일 때 기름값과 수리비 같은 관련 비용도 부가세와 소득세를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창업할 때 대출 없이 사업장을 운영하는 시니어는 드물다. 대출금에 비례해 발생하는 이자비용도 소득세를 신고할 때 경비로 인정받는다. 다만 비용 성격을 고려해 자산을 초과하는 대출금액은 경비로 인정받지 못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또 돈을 빌려준 이가 원하지 않으면 이자금액을 증빙할 수 없어 경비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
일반과세자라면 사업을 새로 시작할 때 세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 더 있다. 사업 준비를 위해 각종 비품을 구매하거나 비용을 치를 때는 사업자등록번호를 받기 전일 때다. 이때 주민등록번호를 대신 적어 세금계산서를 받는 것이 좋다. 1월부터 6월까지 사업자등록 전에 발생한 부가가치세는 7월 20일까지 사업자등록을 하면 환급받을 수 있고, 7월에서 12월까지 사업자등록 전 부가세는 다음 해 1월 20일까지 사업자등록을 하면 공제받을 수 있다.
사업자등록 전이라도 지출한 부가가치세 등 관련 지출을 꼼꼼하게 챙겨야 조금이라도 세금을 아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