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았다. 이처럼 춥고 궂은 날씨가 늘게 되면 그만큼 야외활동과 운동량이 줄고 관절이 경직된다. 낙상에 의한 골절 위험이 더 올라가는 셈이다.
이때 노년층이나 골다공증 환자가 주의해야 할 척추질환이 있다.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이다. 최두용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골다공증이 있는 60~70대 이상 노년층의 경우 눈길에 살짝 허리를 삐끗하거나 재채기 등의 사소한 외력에도 척추뼈가 주저앉아 압박골절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했다.
척추는 위로는 머리를 받히고 아래로는 골반과 고관절을 통해 하체로 연결돼 몸의 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또 신경 다발이 지나가는 중요한 구조물로 이러한 기능을 위해 척추체, 추간판, 후궁, 후관절이라는 구조물로 이뤄져 있다.
척추는 원통 모양으로 골절이 발생하면 높이의 감소나 변형 등을 보이는 압박골절의 형태로 나타난다. 골다공증성 압박골절이 흔히 발생하는 위치는 체중을 많이 지탱하는 흉추·요추부(등허리)다. 허리가 무너지는 듯한 심한 통증이 발생해 거의 움직일 수 없고 통증이 가슴이나 배로 뻗쳐 내려가는 양상을 보인다. 등이나 허리에 통증이 없어도 발생할 수 있고, 평소 척추관협착증이나 디스크 등으로 만성적인 통증이 있는 60대 이상의 고령, 특히 여성에서 큰 외상없이 살짝 엉덩방아를 찧거나 허리를 돌리던 중 또는 재채기 도중에도 발생할 수 있다. 정자세로 누울 때 통증은 다소 줄지만 다시 일어서려고 하면 등이나 허리에 무너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몸이 점점 앞으로 굽는 척추후만증이나 옆으로 굽는 척추측만증과 같은 변형이 올 수 있다.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최두용 교수는 “골다공증에 의한 척추압박골절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러 개의 척추뼈에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특징이 있는데 척추체 앞쪽 높이가 계속 감소해 등과 허리가 심하게 구부러지는 척주후만증을 일으키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이런 경우 등과 허리가 점점 더 굽어지고 만성적인 통증으로 악화한다. 또 보행도 힘들어지고 전반적인 몸의 기능이 떨어져 폐렴이나 호흡곤란 등 전신적인 합병증을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골다공증 진단 후 꾸준한 관리로 골절 대비해야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척추 엑스레이검사를 시행한다. 다만 엑스레이검사는 척추체 높이가 가라앉은 것은 확인할 수 있지만 이 검사만으로는 급성 골절인지 오래된 골절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따라서 가장 확실한 진단 검사로 척추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를 시행해 골절의 범위와 발생 시점을 파악한다. 골절이 생기면 골절편(부러진 뼈의 날카로운 조각)이 생기게 되는데, 뼛조각에 의한 신경 압박 여부와 정도 등을 정확하게 알 수 있어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골밀도 검사나 골대사와 관련한 혈액검사 등을 통해 골다공증 유무와 정도 등을 확인하고, 모든 검사 결과와 환자 상태를 파악한 후 치료방침을 결정한다.
급성 골절로 진단된 경우에는 먼저 침상 안정, 진통제 등의 보존적 치료를 2~3주 정도 시행한다. 이어 골다공증과 관련한 다양한 골다공증약과 칼슘, 비타민 D 등의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이러한 보존적 치료로 현저히 통증이 감소하면 허리 보조기를 착용한 채 보행을 시작하고 약물치료를 이어나가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에도 심한 통증이 지속하거나 척추체 높이의 감소가 진행되면 대부분 환자가 고령인 점을 고려해 국소(부분)마취 상태에서 주사를 통해 의료용 골 시멘트를 주입해 치료하는 척추체 성형술을 시행한다. 이 경우 심한 통증을 단시간에 호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드물지만 초기 골절의 정도가 심하거나 뼛조각이 신경을 압박하는 경우 전신마취를 통해 신경을 풀어주고, 골절된 척추뼈와 주변의 신경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한 나사못 고정술 같은 수술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환자들은 대부분 고령, 당뇨병 또는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수술에 앞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최두용 교수는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정과 사회에 의료·경제적 부담과 정신·신체적 피로를 높이는 질환이다.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후에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다른 내과적 질환처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척추, 고관절, 손목 등 다양한 부위에 골절이 발생해 수술을 해야 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여러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단기간 치료에 그치지 말고, 평생 관리하고 치료하는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ip. 뼈 건강을 지키는 생활 수칙]
①칼슘 흡수율을 높여주는 식품인 표고버섯, 말린 자두, 연어, 고등어, 미역을 골고루 섭취한다.
②술과 커피(카페인) 등은 적게 마시고 반드시 금연한다.
③과도한 육류 섭취를 삼가고, 음식은 싱겁게 먹는다.
④규칙적인 운동과 야외활동을 하며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쬔다.
⑤무리한 다이어트는 피하고 근육을 강화해 뼈를 보호한다.
마당에 널어둔 육쪽마늘 씨알이 참 굵다. 주말 내내 마늘을 캤으니 온몸은 쑤시고, 흘린 땀으로 눈은 따가워도 수확의 기쁨이 모든 것을 이겨낸다. 이틀간 내 손같이 쓰던 ‘마늘 창’을 놓으니 가뿐하면서도 무언가 허전하다. ‘마늘 창’이란 모종삽보다 조금 큰 손잡이에 쇠스랑보다는 작은 창살이 두 개 혹은 세 개 달린 농기구다. 꼭 50년 전 이즈음, 마흔이 되기 전의 젊은 부모님과 마늘이며 감자를 캘 때에는 없던 녀석이다. 하얗고 통통한 마늘에 앳된 소년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시골 소년답지 않게 뽀얀 피부의 소년이 삽과 호미로 열심히 마늘을 캐고 있었다. 수업료와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서 조례시간에 담임에게 호명이 되었다. 급우들 형편이야 다들 비슷한 처지였건만, 이번 분기에는 어찌 다들 납부하고 몇 명만 미납이었다. 마늘을 캐서 팔아야 수업료를 낼 수 있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소년은 기말고사를 앞둔 시점에도 마늘 캐기에 열심이었다.
상고에 진학해서 농협 직원이 되어 가계에 보탬이 되라는 것이 아버지의 뜻이었다. 맏이는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것은 어머니의 주장이었다. 평소 남편 의견에 무조건 순종하던 어머니는 맏이의 대학 진학과 관련해서는 요지부동이었다. 어머니가 자기주장을 그토록 강하게 하신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마지막이자 두 번째는 여동생을 대학에 보낼 때였다. 인근 조선소에서 깡깡이(녹슨 배에 페인트칠을 하기 전에 망치로 녹을 떼어내는 작업)를 하고, 쉬는 날에는 농사를 지으며 손톱이 빠지도록 일한 어머니의 교육열은 아버지도 말릴 수 없었다. 하루 종일 망치로 녹을 떼어내는 일을 하고 돌아온 어머니의 덜덜 떨리는 손을 보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한 뒤에는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해야 했다. 학비와 생활비를 위해 과외 교사와 학원 강사를 병행해야 했다. 시골에서 올라온 가난한 유학생의 처지는 다 비슷했으리라. 대학생활 내내 과외와 학원 강사를, 그리고 운 좋게도 졸업 전에 취업해서 월급을 받았지만 늘 지난한 삶이었다. 농사로는 가족 건사가 힘들어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일하시던 아버지는 사고로 몸져누웠고, 어머니는 아버지 병간호와 7남매를 혼자서 건사할 수 없었다. 첫 월급은 23만 원, 생활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아버지 병원비와 동생들 학비를 위해 집으로 송금했다.
36개월 군대를 마치고, 복학해서 재학 중 취업하고 1년간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한 뒤에 졸업장을 딸 수 있었다. 입학식에는 와보지 못했던 가족들이 졸업식에는 모두 상경해 함께했다. 거리 사진사에게 2000원인가 2500원인가를 주고 찍었던 가족사진은 아직도 우리 집 거실에 걸려 있다. 사진 속에서 어머니는 참 환하게 웃으며 학사모를 쓰셨다. 어머니에겐 그게 고된 삶의 보상이었으리라.
뒤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사는 게 삶의 우선순위였다. 사업에 실패하고 술독에 빠져 살다가 겨우 정신 차리고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사고를 당했던 아버지처럼 되기는 싫었다. 손으로 밤낮없이 바닷물에 녹슨 페인트 덩어리들을 쳐대는 노동으로 남자보다 거친 손을 한 어머니. 어머니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막냇동생이 대학에 입학하던 1986년, 동생 등록금을 납부해주면서 항상 어깨를 짓누르던 장남의 책임에서 조금 가벼워졌다. 동생들도 졸업하고 취업해서 자리를 잡고 있었고, 아버지는 농사를 지을 수 있을 만큼 회복되었고 어머니도 드디어 깡깡이를 그만둘 수 있었다.
장남 대신, 이제는 한 여자의 남편,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라는 책임이 더 깊어졌다. 부서 경리로 일하던 아내와 사내 커플로 만나서 결혼했다. 회사 비품 하나도 살뜰히 아끼고, 부서 살림을 맵짜게 운영하던 모습에 반했다. 연애는 짧았어도 이 여자가 내 일생의 반려자다 싶었다. 연년생 두 아이를 키우면서 결혼 후에도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억척스레 일했다. 아내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다.
1986년부터 1988년은 내 인생의 첫 번째 전성기였다. 아시안게임부터 올림픽까지 내가 일하던 회사에서 참여했고, 참여 팀의 주요 팀원 중 하나였다. 건국 이래, 아니 단군 이래 가장 큰 행사가 내 손을 거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영광인가. 밤낮없이 일했고, 주말도 잊은 채 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미련한 일이었다. 또한 아내에게 너무나 미안한 일이었다. 두 아이의 육아를 아내에게 맡긴 채 회사 일에만 몰두했으니, 그래서 지금은 항상 아내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회사 일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아내의 희생 덕분이긴 했지만, 두 아이가 잘 자라고 있었고, 생애 처음으로 ‘내 집’, 아니 ‘우리 집’이 생겼다. 서울 외곽의 작은 주택이었지만 사글세도 전세도 아닌 ‘우리 집’이었다. 아이들이 벽에 낙서를 해도, 대문을 꽝 닫아도, 마당에 오줌을 싸도 한소리 듣지 않았다. 우리 집에서는 라면만 먹어도 배부를 것 같다며 아내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아침엔 영어학원, 저녁엔 중국어학원에 등록했다.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나이라도 시대의 흐름에 뒤처질 수는 없었다. 특히 외국과 일하는 것이 많은 업무 특성상 영어는 기본이고, 점점 발전하고 있는 중국을 무시할 수 없었다. 아직은 미수교국이지만 조만간 중국과 국교가 수립될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1992년 중국과 국교가 수립되자마자 회사에서는 중국 지사 설립과 중국 공장 설립을 위해서 미리 준비하고 있던 팀을 중국에 파견했다. 팀장이 되어서 중국에 첫발을 내딛었다. 장기출장 가방을 싸주며 근심이 가득하던 아내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공산국가, 적대국의 이미지가 강했던 중국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리라. 지사가 설립되고 3년 뒤에 중국에 온 아내는 생각과 달리 많이 발전된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1997년까지 중국에서 발판을 다지고 어느 정도 성과를 올렸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성과에 맞는 승진 자리를 얻으리라 믿었다. 그리고 모든 기대를 베어버리는 IMF 구제금융 시대가 닥쳤다. 자고 일어나면 부도 소식이 들렸다. 재무 쪽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1달러라도 더 모으기 위해서 다들 혈안이었다. 달러 부족으로 흑자도산하는 기업들도 부지기수였다. 회사에서의 하루하루가 칼날 위를 걷는 듯했다. 가만히 있어도 불편하고, 무슨 일을 하려 해도 불편한 시기. 자칫 썰려나지 않기 위해 모두가 작두 위에서 위태롭던 시간이었다.
혹독한 시간, 책상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자리는 지키지 못했다. 핵심 인력이라 생각했던 내가 자르다 남은 인력이 되어버렸다. IMF의 파고는 조금 작아졌지만 개인들에게는 정말로 하루 앞을 알 수 없는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 살얼음을 걷는 하루하루, 눈을 감으면 아내가, 눈을 뜨면 아이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톡 하고 건드리기만 해도 끊어질 것 같은 지푸라기를 잡고 있는 이유였다. 그리고 어머니, 7남매의 무탈만을 위해 살아온 어머니의 이마에 주름 하나를 더 늘릴 수는 없었다.
엄혹한 시절이 지나고 조금씩 훈풍이 불었다. 훈풍을 따라 IT벤처 열풍이 불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부터 인터넷 기업, 닷컴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겼고 이내 한국에도 수많은 IT 기업들이 강남 테헤란로를 점령했다. 회사에서도 젊은 직원들을 모아 새롭게 도전해볼 적임자를 찾고 있었다. 20~30대 젊은 직원들이, 그것도 IT 관련이나 기술 관련 전공자들이 젊은 혈기로 뛰어드는 사업이라는 이미지를 ‘벤처’ 기업은 갖고 있었다. 이미 십수 년간 조직에 몸담아 회사원으로 살아왔던 구태가 몸에 밴 사람들이 섣불리 도전하기 쉬운 게 아니었다. 회사의 입장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렵게 IMF를 넘기고 새롭게 투자하는 사업인데 아직 혈기왕성한 젊음만 믿고 도전하는 직원들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었다. 회사라는 조직을 운영하고 관리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어차피 남는 인력이었고, 그대로 버티고 있는다고 다시 원하던 자리가 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꼰대’ 소리 듣는 나이가 되어가는데 더 늦기 전에 도전을 해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잘린다고 어디 가서 밥이야 굶겠는가. 아직 초등학생, 중학생인 아이들이 걸렸지만 마지막 도전이다 생각했다. 살아오면서 가장 큰 결심이었다.
사내 벤처팀의 사업계획서를 보았지만 처음엔 내용을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십수 년간 해온 일과는 전혀 접점이 없던 사업 계획이었고, IT 분야는 전혀 알지 못했다. 주판을 쓰고 수기로 장부와 기획안을 쓰던 시기에 입사해서 경리가 타자를 쳐주던 시기를 지나왔다. 독수리 타법은 벗어났고 워드프로세서 정도는 다룰 수 있었다. 영어와 중국어를 배웠듯이 이제는 젊은 직원들에게 단어 하나하나, IT 관련 사업 하나하나를 배워가야 할 때였다.
많게는 스무 살, 적게는 띠동갑 정도 되는 직원들은 세대 차이를 넘어서 나에겐 아득한 존재들이었다. 오렌지족, X세대 등으로 불리던 그들은 나와는 다른 나라에서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들 같았다. 여동생이 대학에 갈 때, 시대가 바뀌어서 이제는 여자도 배워야 한다며 눈물을 흘리던 우리 어머니가 느끼던 그 감정 같은 것이었을까? 어쩌면 그 감정보다 더 멀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은 ‘꼰대짓’을 하는 것만큼이나 보기 흉하다.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 20대 때, 30대 때 열심히 일했던 나처럼, 벤처팀들도 자기 선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을 지켜봐주는 것이 중요했다. 대신 적절한 예산과 범위 내에서 그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되는 것이다. 닷컴 버블과 시작된 사내 벤처는 의외로 성공을 거두었고 젊은 청년들이 성공담에 한 줄을 보탤 수 있었다. 지금은 인터넷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었지만 함께했던 청년들은 지금 여러 곳에서 맹활약 중이다. 가끔씩 들려오는 그들의 소식을 들을 때면 분당에서, 강남에서 밤을 새던 때가 떠올라 미소 짓게 된다.
사업 론칭이 성공하고 나서 다시 본사로 돌아왔고 중국 지사에 다시 갔다. 3년 후에 본사로 돌아오니 지천명을 넘긴 나이가 되어 있었다. 회사에서는 부속품처럼 25년 가까이 일하고 배터리처럼 방전되었다. 정년을 5년 남짓 남긴 그때, 회사 내 권력에서 밀려나 있어서 임원이나 사장단에 도전하기에는 힘들었다. 무엇보다 더 이상 도전할 여력이 내게는 남아 있지 않았다.
바쁘게 살아온 시간에 어느새 훌쩍 커버린 두 아이는 스무 살을 넘어 성인이 되었으니 제 앞가림을 할 터였다. 늦은 나이에 방통대에 입학한 아내는 그동안 하고 싶어 했던 상담 관련 공부를 시작했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이제는 진짜로 잉여가 되는 것은 아닌가, 출근길도 퇴근길도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건강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술과 폭식으로 인한 고혈압에 고지혈증, 당뇨까지. 쉰을 넘긴 몸은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IMF 시절 이후 다시 백척간두에 선 느낌이었다. 시간은 갈수록 빠르게 지나가고 머지않아 환갑을 넘길 텐데 난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마음이 조급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부모님 세대의 쉰과 우리 세대의 쉰은 다르다. 또 우리 뒷세대, 그리고 지금 20대가 쉰이 되었을 때의 그 ‘쉰’이 주는 느낌은 전혀 다를 것이다. 나이와 직급에 얽매여 권위를 찾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 벤처 일을 할 때 깨달았다.
이 나이쯤엔 이 정도 재산이나 이 정도 사회적 직위를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도 사회적 관습에 의한 고정관념이었다. 20대에 대학을 가고, 30대에 결혼을 하고, 40대에 내 집을 갖고… 이렇게 컨베이어벨트처럼 이루어진 한국인들의 삶을 한 장면으로 나타내며 비판하는 카툰을 본 적이 있다. 그렇게 정해진 대로만 산다면 60대에는 손주들을 돌보는 삶을 살아야 하리라.
참으로 평범하게 모나지 않게 살아온 50년이었다면 이제 남은 생은 그 컨베이어벨트에서 이탈해서 다른 곳에는 뭐가 있는지 살펴보며 살아도 좋지 않을까? 은퇴에 대해 처음으로 아내와 이야기했을 때 아내는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당신처럼 꽉 막힌 일벌레가 이런 생각도 하다니 대견하다면서.
정년은 금방이었다. 30년 넘게 일했으니 미련이 없을 만도 한데 사원증을 반납하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이들과 술을 마시면서 처음으로 취한 날이기도 했다. 시원함 반, 아쉬움 반, 거기에 임원에 대한 미련 한 꼬집. 눈물이 핑 돌던 밤이었다.
퇴직 후에 딱 1년만 쉬자고 했지만 달리던 자전거는 그리 오래 멈춰서 쉴 수 없었다.
딱 가족이 먹을 것만 소일거리로 농사지으며 1년을 보내던 중 답답해 견딜 수가 없었다. 고상하고 우아한 취미생활은 거리가 멀었다. 몸을 쓰고 현장에서 뛰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맥도날드 시니어 알바도 해보고, 편의점 알바도 해봤다. POS를 익히는 것이 제일 어려웠지만 그래도 한때 IT 벤처에서 일했던 가닥에 그 뒤로도 꾸준히 컴퓨터를 다루다 보니 온갖 할인이나 쿠폰을 다루는 데도 익숙했다. ‘아직은 청춘!’ 이런 마인드가 아니었다.
40년 전, 내가 스무 살 때는 없었던 일들을 해보며 우리 아이들과 주변의 청년들이 어떻게 사는지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패스트푸드점 복장과 편의점 조끼를 입은 나를 보며 아내와 아들들은 누구보다 좋아했다. 가족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가족과 다시 하나가 되는 느낌, 참 오랜만에 받는 느낌이었고 이때부터 다시 나의 제2의 황금기가 시작되었다.
같은 시기에 퇴사한 동기와 무역업을 시작한 것은 한참 뒤였다. 다 잊어버린 중국어를 떠듬거리며 중국전자제품을 수입했다. 거창한 사업도 아니고 동기와 나 두 사람 소소한 용돈벌이로 시작했다. 그래도 저가 저품질 제품을 다량으로 떼다가 파는 일은 하지 않는다. 적정 가격의 적정한 품질의 제품을 파는 게 목적이었다. 사업을 키울 생각은 없었지만 몇 년 새 규모가 커져갔다. 욕심을 부리지 말자,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하자. 시작할 때의 다짐은 잊지 않고 지켜가고 있다. 주말 농장과 아내, 손주들과 함께할 시간은 빼두고 일하는 것이 가장 먼저이기도 하다.
할아버지다운 할아버지가 지금 내 삶의 목표 중 하나다. 할아버지가 아닌 ‘노땅’이나 ‘꼰대’가 되는 것이 문제 아닐까? 푸근하게 가족과 이웃을 품어줄 수 있는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다운 할아버지가 되기 위해서 오늘 하루도 웃으며 시작한다.
이제 마늘을 엮어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걸어둘 때가 되었다. 장마철을 무사히 보낸 마늘은 농막 처마 밑에서 더욱 단단하게 맵고 달달하고 향긋한 마늘로 익어갈 것이다. 그처럼 내 안의 할아버지가 더 할아버지다워졌으면 좋겠다.
최근 코로나19와 미세먼지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역력 증진에는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잘 챙겨 먹는 것이 좋다! 여러 음식 중에서도 면역력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음식 10가지를 소개한다.
고등어
푸른 생선 고등어는 단백질과 필수 지방산인 오메가 3가 아주 풍부하다. DHA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으며 동맥순환을 향상시켜 노화를 늦추고, 면역력을 향상시켜준다.
사과
사과에 풍부한 유기산은 피로를 풀어주는 동시에 면역력을 증강시켜준다. 그뿐만 아니라 사과에 포함된 칼륨은 소금 성분인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하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에게도 좋다.
버섯
비만과 변비를 막아주며 암을 예방하는 웰빙· 장수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같은 효능의 중심엔 베타글루칸이 있는데 이 성분은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항암 효과에 탁월하다.
단호박
단호박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유해 산소를 없애는 항산화성분으로 노화를 억제하고 성인병을 예방해준다. 또한 체내 신경조직을 강화해주어 스트레스와 불면증을 해소에 효과적이다.
감
포도당과 과당이 많아 먹으면 금세 힘이 나고 피로가 풀리는 과일이다. 피부 미용과 감기 예방에 좋고 고혈압, 심장병, 동맥경화증을 예방할 수 있다.
당근
당근에 포함된 베타카로틴은 몸 안에 들어가 비타민 A로 바뀌는데 비타민 C· E와 함께 3대 항산화 비타민으로 손꼽힌다. 이것은 체내 유해산소를 없애주고, 노화 억제와 면역력 증강, 암 예방에 효과적이다.
무
무는 음식의 소화를 돕는 다양한 소화효소가 들어있어 위 통증과 위궤양을 예방 · 개선하는 효과가 있으며 풍부하다. 뿐만 아니라 항암성분도 함유되어있어 우리 몸의 면역력을 길러준다.
마늘
면역력을 강화하는 대표 식품이다. 매운맛을 내는 ‘알리신’ 성분은 면역체계를 강화시켜 바이러스 등의 감염을 막아준다. 또한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낮추고 뇌졸중 위험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아몬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E를 꾸준히 섭취할 시 B형 간염과 파상풍에 대한 항체 반응이 향상된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아몬드는 산화 스트레스 및 염증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비타민 E가 매우 풍부하다.
아보카도
‘숲 속의 버터’라고 불리며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은 건강 과일이다. 타임지가 선정한 10대 슈퍼푸드로 선정됐을 정도로 효능이 탁월하며, 당뇨예방과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준다.
50이 넘으면 두통은 흔한 질환이다.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1년에 한 번쯤은 경험한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두통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은 드물다. TV 등에서 펜O, 판OO, 게OO, 타OOO 등 친근한(?) 두통약 광고를 하루에도 몇 번이나 확인할 정도다 보니 가까운 약국을 찾아 그때그때 통증을 가라앉히는 게 전부다.
그러나 참기 힘들 만큼 두통이 심하거나 잦은 두통은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오는 1월 23일은 두통의 날이다. 대한두통학회가 두통도 질병이라는 인식을 제고하고 두통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제정했다.
원인 없는 ‘일차성 두통’, 두통약으로 수년간 방치
두통을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두통은 기본적으로 특정 원인 없이 증상에 기초해 진단하는 ‘일차성 두통’과 특정 원인 질환에서 기인한 ‘이차성 두통’으로 구분한다.
일차성 두통은 정밀검사로도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다. 긴장형두통, 편두통, 군발두통 등이 포함된다.
긴장형두통은 가장 흔한 두통이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스트레스, 과로, 피로, 심리적 문제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 있거나 서 있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정성우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편두통은 보통 머리에서 맥박이 뛰는 것처럼 쿵쿵 울리듯 아프고 속이 메스꺼운 위장증상을 동반하며 반복되는 두통이다” 라며 “발병기전은 중추신경계의 기능 이상으로 삼차신경, 뇌 주변 혈관, 신경펩티드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한 통증 신호가 뇌에서 두통으로 인식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발작성으로 재발하고 발작 사이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 자주 재발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면 지속적인 예방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
군발두통은 매우 심한 편측 두통이 동측 안면의 자율신경계 증상과 함께 1∼2시간 지속되며 수주 이상 나타나는 두통을 말한다. 편두통보다는 드물고 삼차신경, 주변 혈관과 자율신경의 반사적 활성화에 의해 발생한다. 급성발작은 뇌의 시상하부의 활성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성우 신경과 교수는 “일차성 두통은 대부분 만성적 두통으로 발전하는데 상당수 환자가 이에 해당한다”며 “이 환자들은 병에 대한 경각심 없이 병원 진료를 등한시하거나 약을 통한 일시적 해결로 수년 이상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뇌졸중 등 원인 ‘두통’, 발생 즉시 병원 찾아야
반대로 이차성 두통은 원인을 찾을 수 있는 두통을 말한다. 뇌혈관질환뿐 아니라 감염성 질환이나 약물, 알코올 등 특정 물질에 의한 경우를 포함한다. 이때는 두통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증상이 상당히 호전된다.
만성피로는 두통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스트레스가 과다하게 누적됐거나 잠이 부족하면 누구나 피로함을 느낀다. 이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면 결국 만성화돼 잠을 자도 피로가 해소되지 않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 결과 심한 두통을 비롯해 신체 전반적으로 다양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목 디스크 역시 두통의 원인일 수 있다. 옳지 못한 자세를 많이 취하는 직장인, 학생 등은 목이 제 위치를 벗어나 변형되기 쉽다. 이렇게 되면 경추의 수핵이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는 목 디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목 디스크가 발생하면 두통은 물론 어깨 통증과 손, 팔이 쉽게 저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뇌졸중은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등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발병 즉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두통과 함께 언어장애, 감각이상, 편측마비 등이 동반된다. 갑작스럽게 머리를 무언가로 얻어맞은 것처럼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손상돼 발생하는 뇌졸중(뇌경색, 뇌출혈)의 증상일 수 있다.
정성우 교수는 “일반적으로 가벼운 두통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호전된다. 하지만 심한 두통은 그렇지 않다”며 “긴장이 심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누구나 두통을 겪을 수 있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두통이 지속된다면 몸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두통이 뇌출혈, 뇌종양 등 뇌 질환에 의해 발병한 것이라면 그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두통을 느낄 때는 커피, 홍차, 콜라 등 카페인이 많은 음식은 피한다. 글루탄산염(MSG)이 다량 첨가된 인스턴트식품이나 육가공품도 피해야 한다. 치즈, 초콜릿, 양파, 적포도주, 호두, 바나나, 콩, 파인애플 등에 함유된 아민성분도 두통 환자에게는 피해야 하는 음식이다. 다만 이들 식품이 모든 두통 환자에게 일관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두통 유발요인이 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전보다 수명은 늘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아픈 곳이 많다. 몸이 예전 같지 않고, 잔병치레도 잦고, 금방 낫던 상처가 더디게 아문다. 은퇴를 생각하면 막막하다. 자식들 뒷바라지에 전념하느라 노후를 위한 대비는 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이런 분들을 위해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길라잡이를 소개한다.
도움말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정나라 선임연구원
초(超)수명시대가 도래했다. 기대수명이 대폭 늘었다. 기대수명은 특정 연도에 특정 연령의 사람이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다. 2020년 12월에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70년에는 62.3세였지만, 2019년에는 83.3세다. 근 50년 만에 21년이 증가한 것이다. 예전에는 환갑을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 잔치를 크게 열었지만, 최근에는 넘어가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의미가 퇴색됐다. 그만큼 수명이 늘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늘어난 기대수명이 마냥 좋기만 한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2020년 12월 통계청은 ‘2017년 국민이전계정’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생애주기적자는 2016년과 비교했을 때 7.1% 증가한 118조2000억 원이었다. 참고로 생애주기적자란 시기를 유년, 장년, 노년으로 구분해 시기별 소비와 노동소득을 토대로 적자를 파악한 지표다.
연령계층별로 살펴보면 유년층(0~14세)과 노년층(65세 이상)은 각각 135조7000억 원과 94조6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와 달리 노동연령층(15~64세)은 112조1000억 원 정도의 흑자가 발생했다. 1인당 생애주기적자를 살펴보면 27세까지는 적자이지만, 28세부터 58세까지는 흑자다. 이후 59세부터 다시 적자가 발생하며, 연령이 올라갈수록 적자폭도 커진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령층에서 적자가 증가하는 것은 59세 이상 연령대에서 노동소득보다 보건이나 의료와 같은 공공소비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노년층은 노동소득이 노동연령층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적은데, 수시로 병원에 갈 일이 많아서 소비가 늘어난 것이다. 소득은 적고 소비는 많아서 적자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PISA로 평생소득 마련하기
노후자금은 도대체 얼마나 필요할까?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자료에 따르면, 부부의 노후기간을 10년으로 가정했을 때 노후자금으로 대략 2억7918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대략 60세에 은퇴해 70세에 사망하는 경우다. 은퇴 후의 생활을 20년으로 가정했을 때 필요한 금액은 5억3242만 원이다. 10년 증가했을 때보다 2배 정도가 더 필요한 것이다. 물론 물가상승률과 운용수익률을 고려한 수치이지만, 실제론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특히 코로나19가 닥친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더 많은 노후자금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위의 설계 금액이 노후 대비를 위한 일종의 가늠자는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노후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면 좋을까? 공격적인 투자도 좋지만 일단 인생의 마지막까지 안정적으로 자산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젊을 때와 달리 육체적 제약이 있고, 근로 여건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인 소득이 있어야 한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노후 소득을 얻는 방법으로 PISA를 제시했다. PISA는 연금(Pension), 보험(Insurance), 안전자산(Safe Asset), 투자자산(Active Asset)을 의미한다.
첫 번째로 연금은 안정적이다. 국민연금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최저생활비와 필요생활비는 필수적인 비용으로 사망 전까지 필요하다. 물가가 상승하면 그만큼 지출이 커진다. 이런 비용은 연금을 통해 대비하는 것이 수월하다. 길고 불확실해진 수명에 대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두 번째는 보험이다. 의료비는 예측할 수가 없다. 중증도에 따라 달라지고, 발병 시기도 예측할 수 없다. 암과 같은 큰 병에 걸리면 많은 지출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따라서 이런 비용은 스스로 준비하기보다는 보험으로 대비하는 것이 낫다.
세 번째는 안전자산이다. 예비자금이나 여유생활비는 정기적인 지출이 아니다. 특정 시점에 필요한 비용들이다. 따라서 위험 부담이 큰 상품보다는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한 것이 낫다. 위험 수준이 아주 낮거나, 중간 정도의 위험이 있는 상품을 준비하면 좋다.
마지막으로 투자자산이다. 잉여자금은 자산 증식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면 된다. 말 그대로 남는 돈이라서 손해를 봐도 생활에 위협적인 요소는 아니므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장기로 운용할수록 손실 확률이 낮아져,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다음의 사례를 통해서 더 자세히 살펴보자.
Pension, 연금
은퇴자 박(61) 씨는 5년 전 직장에서 퇴직했다. 중소기업에서 임원 자리에까지 올랐고 서울에서 괜찮은 동네의 아파트에서 자가로 거주하고 있다. 걱정이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박 씨의 속사정은 다르다. 겉보기와 달리 가진 건 집 한 채뿐이다. 은퇴하면서 받은 퇴직금과 모아두었던 예금은 자식들 결혼시키면서 다 써버렸고, 집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다. 10여 년 전 집을 사면서 보험과 개인연금도 다 깨버린 탓에 받을 수 있는 연금은 국민연금밖에 없다. 당장 필요한 생활비와 관리비, 건강보험료까지 대출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생활수준을 유지하면서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방법이 필요하다.
Tip 현재 다른 자산이 없는 상황이라면 ‘주택 다운사이징’을 권하고 싶다. 거주하는 주택을 처분해 더 작은 집 또는 외곽 지역에 있는 집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거주 주택의 가격상승을 기대하고 있다면 전·월세를 주는 것도 임시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사를 하고 남은 자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고 국민연금이 나올 때까지 생활비를 확보하는 방법이다. 주택연금 가입도 고려해볼 만하다.
Insurance, 보험
은퇴자 이(65) 씨는 10년 전 뇌졸중으로 퇴근길에 갑자기 쓰러졌다. 집안 내력인 고혈압으로 큰형, 작은형, 본인까지 3명이나 비슷한 나이에 같은 경험을 했다. 젊을 때 보험을 준비해둔 큰형과 작은형은 진단비를 두둑이 받았지만, 이 씨는 준비해둔 보험이 없었다. 자신의 건강을 너무 과신했던 탓이다. 병원비 마련도 힘들었다. 결국 이 씨는 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은퇴를 해야 했다. 아내와 딸도 이 씨 병간호에 매달리느라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회복기간을 거쳐 건강이 나아진 지금도, 이 씨는 가끔 “미리 보험을 들어뒀더라면 노후가 조금 달라졌을 텐데…” 하는 후회를 하곤 한다.
Tip 이 씨가 한 가장 큰 실수는 뇌졸중이라는 가족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다.이 씨의 나이가 60대라 해도, 20~30년간의 삶이 여전히 남아 있다. 다른 질병에 또 걸리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후회만 하고 있지 말고 지금이라도 노후를 위해 보험자산을 준비해야 한다. 이미 질병을 앓았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씨 같은 경우를 위해 ‘유병자보험’이라는 상품이 나와 있다. 당뇨나 고혈압, 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특화된 보험상품이다. 해당 질병을 제외한 다른 위험에 대해 일반인과 똑같은 보험 혜택이 적용되지만, 보장 범위가 좁고 보험료가 일반 보험보다 비싼 편이다.
Safe Asset, 안전자산
정(60) 씨는 작지만 알찬 식당을 꾸려가고 있는 자영업자다. 그동안 모은 자산도 제법 되고, 내년에는 가게를 정리할 예정이라 노후에 쓸 자금은 어느 정도 마련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을 꼬박꼬박 부은 덕분에 몇 년 후면 한 달에 150만 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정 씨의 가장 큰 고민은 가게를 정리한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주식이나 펀드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경우 소중한 노후자금을 잃을까봐 두렵다. 예금으로 묻어두자니 금리가 너무 낮다. 그동안 휴일도 없이 일해서 번 돈인 만큼, 이 자금으로 노후에는 여행도 다니고 여유를 즐기고 싶다. 안정적으로 자금을 지키면서 적당한 수익률을 거둘 수는 없을까?
Tip 정 씨는 노후 대비를 위한 자금을 잘 준비해온 편이다. 연금을 통해 기본적인 생활비가 확보된 만큼, 가게를 정리한 목돈을 잘 운용하면 노후 자산을 불릴 수 있다. 다만 정 씨가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지만,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면 배당주나 리츠 같은 ‘중위험·중수익’ 자산을 추천한다. 일반 주식투자만큼 변동성이 크지 않으면서도 예금보다는 수익이 높은 자산이다. 배당주는 매매차익보다는 배당수익을 추구하는 주식을 말하며, 리츠(REITs)는 상가나 오피스 빌딩 등에 투자해 임대료 수익과 지가상승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Active Asset, 투자자산
오(63) 씨는 자수성가한 사업가다. 갑작스런 아버지 회사의 부도로 인해 어릴 때 가난에 시달렸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든 항상 여유자금을 준비하는 편이다. 몇 년 전 사업을 정리하면서 노후자금은 든든하게 마련해두었다.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준비해둔 연금, 물려받은 땅도 있어 생활 걱정은 없다. 지금 오 씨는 여윳돈을 장기로 투자할 만한 대상을 찾고 있다. 자산을 불려 노후도 여유롭게 보내고, 자녀와 손주에게 상속도 하고 싶다. 이 자금을 가장 현명하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
Tip 오 씨의 경우 노후생활자금 마련보다는 보유한 자산을 잘 불리는 것이 핵심 재무 목표다. 본인이 여유롭게 생활하는 것뿐 아니라 자녀와 손주에게 일정 부분 상속도 하길 바라는 만큼, 자산의 운용기간을 30~40년 이상 장기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 자산을 넣어두고 수익이 나면 인출하고, 수익이 나지 않으면 운용을 지속하는 방식이다.
영하 10℃를 오르내리는 한파가 이어질 때 가장 걱정은 고혈압 환자다. 실내외 온도 차를 줄이고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우리 몸의 중요한 장기인 심장, 뇌, 신장, 눈을 손상시킨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뇌혈관질환(특히 뇌출혈)이다. 전체 뇌혈관질환의 50%가 고혈압으로 발생한다.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 심장병의 30~35%, 신부전의 10~15%는 고혈압 때문에 생긴다.
고혈압은 동맥을 천천히 딱딱하게 만든다. 동맥이 딱딱해지는 병은 ‘동맥경화증’이다.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은 서로 영향을 미치고 악순환을 반복해 혈관 상태를 점점 악화시킨다. 어느 혈관에 문제가 발생하느냐에 따라 뇌혈관질환, 만성 신부전, 대동맥질환, 안저출혈(망막의 혈관이 터져 생기는 출혈)이 발생하고, 혈압이 높아지면 심장에 부담을 줘 심부전과 같은 심장병이 발생한다.
전두수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수돗물을 높은 곳으로 보내려면 수압을 올리는 모터가 필요하다. 사람도 심장이라는 모터를 이용해 혈압을 올려 몸 구석구석에 피를 공급한다”며 “이때 필요 이상으로 수압을 올리면 모터의 수명이 짧아지거나 수도관이 터지듯, 혈압도 지나치게 높아지면 심장과 혈관이 손상되면서 여러 가지 합병증을 일으킨다”고 했다.
뇌혈관질환의 절반은 고혈압이 원인
동맥경화증은 우리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3대 질환 중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 발생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전두수 교수는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고혈압을 치료하면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일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체 마비, 치매, 심부전에 의한 호흡곤란 등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혈압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흡연, 불안, 근심, 노여움, 운동, 자세, 식사, 계절, 온도 등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혈압을 측정할 때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3분 이상 안정을 취한 뒤 측정하고 최소 30분 전에는 흡연, 커피, 식사, 운동을 금한다. 반드시 바른 자세로 의자에 앉은 뒤 팔을 책상 위에 놓고 심장 높이에서 측정한다. 몸과 마음이 가장 편한 상태에서 2분 간격으로 2번 이상을 재고, 진찰할 때도 2~3회 측정해 그 평균치를 얻고 날짜를 바꿔 몇 번 더 측정한 후에 진단한다.
또 아침과 저녁에 한 번 이상 같은 시간에 측정하는 것이 좋고, 혈압이 잘 조절될 때는 일주일에 3일 정도, 약을 바꾸는 시기라면 적어도 5일 동안 재야한다. 아침 기상 뒤 1시간 이내, 소변을 본 뒤, 고혈압약을 먹기 전, 아침식사 전이 좋다. 혈압을 잰 뒤에는 잰 시각과 심장이 1분 동안 뛴 횟수인 심박수도 함께 기록한다.
뇌졸중과 심장질환에 따른 사망률은 겨울에 증가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열 손실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추위에 따른 혈압 상승은 활동량이 적은 밤보다 많이 움직이는 낮에 많다. 특히 노인과 마른 체형에서 자주 관찰된다.
고혈압 환자가 실내외 온도 차에 의한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체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외출할 때는 따뜻한 외투는 물론 모자·장갑·목도리를 챙겨야 한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날에는 실외운동은 삼가고 실내운동으로 대신한다. 실외운동을 꼭 해야 한다면 이른 아침보다는 기온이 상승한 낮에 하는 게 혈압 상승을 피하는 방법이다.
“금주하면 심혈관질환·뇌졸중 위험 낮춰요”
고혈압 환자에게 이보다 많은 양의 술은 ‘독주’가 될 수 있다. 하루 3잔 이상을 습관적으로 마시면 혈압이 상승하고, 심근경색증·뇌졸중·심부전·부정맥 등을 부추겨 결국 사망률이 증가한다. 고혈압 환자라면 심혈관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소량의 알코올을 마시는 것보다는 금주를 하는 게 상책이다.
술을 마시던 사람이 금주를 하면 수축기 혈압은 3~4㎜Hg, 확장기 혈압은 2㎜Hg 정도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심혈관질환의 발생은 6%, 뇌졸중 발생은 15% 각각 줄어든다.
수면무호흡증 있다면 고혈압 조절 어려워
코골이는 비만하거나 목이 굵고 짧은 체형에서 많이 나타난다. 여성은 중년까지 남성보다 코고는 빈도가 낮지만 폐경기 이후에는 비슷해진다. 고혈압 환자가 코를 곤다면 단순히 소음을 일으키는 수면 습관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코골이 중 30%는 10초 이상 숨이 멎는 수면무호흡증을 일으켜 피로·두통·집중력 저하로 이어진다. 게다가 만성적인 산소 부족으로 심장과 폐에 부담을 줘 고혈압·부정맥 등 심혈관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고혈압 환자는 혈압약의 치료 효과가 적거나 없다는 보고도 있다. 실제 혈압 조절이 잘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 중 남자 96%, 여자 65%가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50세 이하 고혈압 환자 중 약물치료 효과가 작다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하고 개선해야 한다.
코골이는 체중 감량에 따른 기도 확보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고, 금주·금연·수면 자세 개선(엎드리거나 옆으로) 등도 코골이를 줄인다.
전두수 교수는 “금연, 금주, 체중 조절, 적절한 식사요법(과식과 짠 음식 피하기), 스트레스 관리, 규칙적인 운동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은 고혈압의 근본적인 치료이면서 당뇨병, 고지질혈증과 같은 성인병도 함께 치료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법이다”라며 “모든 고혈압 환자는 ‘약물치료 전에’ 혹은 ‘약물치료와 같이’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약물 투여량을 최소로 한 상태에서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평소 별다른 증상이나 기저질환이 없던 A(41·여) 씨는 어느 날 자고 일어난 후 발음이 어눌해진 것을 느꼈다. 급하게 응급실을 찾은 A 씨.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지주막하 출혈이라는 진단을 받고 응급으로 개두술 혈종제거술과 뇌동맥류 결찰술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 후 별다른 신경학적 후유증 없이 퇴원했지만, 반대편 우측에 시신경 주위 비파열성 뇌동맥류가 동반되어 있어 5개월 뒤 시력 손상 없이 뇌동맥류 결찰술을 받고 완치됐다.
뇌혈관은 심장에서 대동맥을 거쳐 맨 먼저 혈류가 도달하는 기관으로 매순간 혈압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뇌세포는 일정한 혈류량 유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혈압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과정에서 혈역학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고, 나이가 들거나 동맥경화와 같은 뇌혈관의 염증성 변화로 인해 뇌혈관에 병리학적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뇌에 혈액을 운반하는 뇌동맥의 특정 부위가 작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뇌동맥류 환자, 절반 이상은 여성
뇌동맥류란 이렇게 뇌동맥이 병적으로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몸속 다른 동맥과 달리 혈관 주위 조직이 없고, 뇌척수액이나 매우 부드러운 뇌조직에 싸여 있어, 뇌동맥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다가 터지면 뇌지주막하 출혈을 일으킨다.
뇌동맥류가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혈관 벽을 약하게 만드는 요인은 있다. 바로 흡연이나 고혈압, 과음 등이다. 또 뇌동맥류 환자 중 절반은 중년 여성인데, 혈관 보호 역할을 하는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 분비가 폐경기 이후 감소하면서 뇌동맥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에선 머리 부상이나 심내막염 등 혈액 내 감염 후 뇌동맥류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가족력이 있다면 미리 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는 혈관이 갑자기 수축했다가 팽창하기 때문에 혈압이 급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뇌혈관이 혈압을 이기지 못해 뇌동맥류가 터질 위험이 증가하는 만큼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전조 증상 없고, 터지면 극심한 두통
뇌동맥류가 파열된 경우엔 뒷목이 뻣뻣하거나 갑작스러운 의식 저하,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극심한 두통을 갑작스럽게 느끼게 된다. 이는 뇌지주막하 공간으로 혈액이 한꺼번에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파열 당시 두통을 느낄 정도라면 즉시 응급실로 오게 되는데 그나마 이 경우는 불행 중 다행이다. 파열 시 뇌혈관이 받는 압력의 크기에 따라 출혈량이 결정되고 출혈량이 너무 많으면 응급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비파열성 뇌동맥류 환자도 간혹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아무런 증상도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주로 건강검진 등을 통해 우연히 발견한다.
뇌동맥류는 크기가 커질수록 파열 위험성이 현저히 증가하는 건 맞지만 크기가 작아도 파열될 수 있다. 크기 외에도 위치와 모양이 파열과 관련한 중요한 인자들인데, 뇌동맥류가 대뇌 쪽의 전방순환계보다 소뇌 쪽의 후방순환계에 위치한 경우 더 잘 터진다. 또 뇌동맥의 가지가 나뭇가지처럼 갈라지는[분지(分枝)] 부위에 위치한 경우, 모양이 일정하게 둥근 것보다 불규칙적으로 울퉁불퉁한 경우 더 잘 파열된다고 알려져 있다. 사례의 환자처럼 파열된 뇌동맥류와 동시에 발견된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일반적인 비파열성 뇌동맥류 환자보다 파열 가능성이 높아 조기에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 찾아야
뇌동맥류가 파열된 경우에는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지만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나이, 건강 상태, 동맥류 파열 위험성이나 위치, 모양, 개수, 크기 등 전체적인 뇌동맥류의 특징을 고려해 치료법을 정한다. 혹여 당장 치료해야 할 정도가 아니더라도 뇌동맥류의 모양이나 크기가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뇌혈관 영상 검사를 통해 변화를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
파열된 뇌동맥류를 치료하는 목표는 재출혈을 막는 것이다. 치료법은 일반적 수술인 클립결찰술과 시술인 코일색전술로 나뉜다. 클립결찰술은 두피 절개 후 두개골을 열고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 입구를 클립으로 묶어 혈류가 뇌동맥류 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수술이다. 그러나 뇌를 직접 접촉해야 하고 상처를 남겨 환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를 보완한 것이 ‘눈썹절개수술’이다. 눈썹 부위를 3~4㎝ 정도 절개한 후 두개골을 작게 열고 뇌동맥류 결찰술을 시행한다. 상처 범위가 작아 환자들이 수술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
코일색전술은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사타구니의 대퇴동맥을 통해 뇌동맥에 접근한 후 뇌동맥류 내부를 백금 등으로 만들어진 특수 코일로 채워 넣어 혈류의 유입을 차단하는 시술이다. 뇌동맥류 모양에 따라 그물망을 씌워 혈류를 변환하거나 코일이 흘러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앞서 기술한 치료법 중 어떤 게 우수한지는 큰 의미가 없다. 환자의 뇌동맥류 모양과 위치 등에 따라 치료법의 선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뇌동맥류 파열 시 환자의 절반 정도가 병원 도착 여부와 상관없이 사망에 이르거나 심각한 후유 장애를 남길 만큼, 발병만으로도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질환이다. 하지만 파열되기 전에 치료하면 약 90% 이상 정상생활이 가능하고 완치도 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채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콩고기와 같은 대체육 식품도 잘 팔린다. 코로나19가 바꾼 변화 중 하나다. 이러한 시대에 과연 채식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30여 년간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고, 현재는 현미 식물식을 대중에게 알리고 있는 황성수 박사를 만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채식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채식에 관심을 둔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의사로서 의학적 치료의 한계를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고혈압·당뇨병 환자는 10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흔하지만, 치료가 어려워요. 원인을 알고 싶었어요. 아예 치료가 안 되는 병인지, 아니면 치료는 가능하지만 우리가 몰라서 그런 것인지 궁금했어요. 책도 찾아보고 나름대로 공부를 하면서 결론을 내렸는데, 바로 식습관 개선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동물성 식품은 일절 섭취를 안 했습니다. 지금까지 식물성 식품만 먹고 있습니다.
현재 운영하는 힐링스쿨은 어떤 곳인가요?
힐링스쿨은 고혈압, 당뇨, 비만, 고지혈증 등과 같은 질환을 갖고 있는 분을 대상으로 식습관 개선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현미 식물식을 통해 식습관을 바꾸고, 더 나아가 교육을 통해 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어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2주 만에 자신이 먹던 모든 약을 끊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 비율이 73% 정도이며, 부분적으로 약을 끊는 분의 비율은 21%입니다. 이런 분들은 대개 약이 필요 없을 만큼 혈당과 혈압 수치가 많이 떨어져 집으로 돌아가요.
현미 식물식과 채식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채식은 협소한 의미의 개념입니다. 채식이란 말은 채소만 먹는 식단으로 오해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식물식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해요. 식물식은 곡식, 채소, 과일로 구성합니다. 채소나 과일은 다양하게 먹을 수 있지만 곡식에는 현미만 포함됩니다.
현미 식물식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주로 쌀을 소비하는 나라여서, 흰쌀밥을 먹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현미보다 백미에 더 익숙합니다. 하지만 영양학적으로는 현미가 백미보다 낫습니다. 불포화지방산이나 식이섬유, 철 성분이 백미보다 많아요. 현미는 군살을 빼거나 혈당을 낮추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좋은 식물(채소와 과일)을 고르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우열을 가릴 수 없습니다. 본인의 기호에 따른 제철 채소나 과일이 제일 좋습니다. 직접 키운 농산물을 먹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그래서 농산물을 살 때 유기농 유무를 꼼꼼히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간혹 채소나 과일이 맛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싱싱하고 좋은 농산물을 먹으면 맛있습니다. 이들 농산물을 마늘, 생강, 양파, 고추 같은 향이 강한 양념 채소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금상첨화입니다.
식물성 식품 섭취로 인한 영양 불균형 문제는 어떻게 보시나요?
영양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사실상 큰 문제는 없습니다. 오히려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몸에 더 해로워요. 동물성 식품에 포함된 콜레스테롤은 몸에 이롭지 않아요. 식물에 포함된 섬유질이나 항산화성분, 비타민 등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것들도 없거나 부족합니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에는 고혈압, 당뇨 같은 질환이 요즘보다 적었어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채식 문화의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인가요?
자연 상태의 식물은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거칠어서 인기가 없어요. 식물식을 하는 분 중에 식물을 가공해서 먹는 분들이 있습니다. 짜고 맵게 드시는 분들도 있고요. 식물식을 지향하는 방향성은 좋지만, 몸에 더 좋은 식물을 섭취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물론 강요할 수는 없어요. 자신의 선택에 달린 문제예요. 80점을 목표로 할 것인지, 100점을 목표로 할 것인지는 개인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겠죠?
공공 급식의 채식 선택권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학교나 교도소 등에서 제공하는 공공 급식을 할 때도 채식 선택권이 있어야 합니다. 채식 선택권은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채식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에게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자는 것이에요. 다수가 먹는 음식이 싫은데 소수라는 이유로 억지로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이런 권리 보장이 사회에 큰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므로 하루빨리 개선되면 좋겠습니다. 행복추구권이 보장된 나라에서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 중 하나입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채식의 의미가 있다면요?
현시대에는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람은 먹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먹는 것이 곧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거리 두기를 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걸려도 금방 낫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면역력을 높이는 현미 식물식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현미 식물식을 해왔는데 감기에 거의 걸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코로나19와 감기의 치명도는 다르지만,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것입니다. 경제 활동을 하되 마스크를 잘 끼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면서 현미 식물식을 지향하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에 대응할 방안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요?
황성수
1951년생. 신경외과전문의. 대구의료원 제1신경외과 과장, 황성수클리닉 원장 역임. 황성수힐링스쿨 교장으로 재직 중. 저서로 ‘현미밥채식’, ‘빼지 말고 빠지게 하라’, ‘당뇨병이 낫는다’, ‘고혈압, 약을 버리고 밥을 바꿔라’ 등이 있다.
치매를 앓는 환자의 보호자가 겪는 고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신체와 정신적 건강이 무너지기도 하고 심지어 환자를 돌보느라 사회와 단절되기도 한다. 보호자가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해결책들을 찾아봤다.
# 16년째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윤지수(48세·가명) 씨의 일상은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니다. 하루 종일 계속되는 간병이 삶의 전부가 돼버린 지 오래다. 치매 초기에는 직장도 다니고 친구들도 만났지만, 어머니를 돌보면서 경력도 단절되고 외출도 쉽지 않은 처지가 됐다. 결혼 적령기도 놓쳤다. 결혼 생각은 원래 없었다지만 진심인지는 알 수 없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그 대상이 치매환자라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고통이 따른다. 일반 고령자를 돌볼 때보다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족 중 한 사람이 치매 진단을 받으면 나머지 가족은 ‘보호자 병’을 앓게 된다.
◇보호시설 이용은 딴 세상 얘기
치매환자 수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2년 치매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국내 치매환자 수는 2012년 54만755명에서 2017년 72만5000명으로 34%나 늘었다. 나아가 2024년에는 100만 명, 2041년에는 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치매환자의 70%가 가족의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오랜 간병생활로 고통받는 이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요양보호시설을 이용하면 해결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치매환자는 특성상 치료기간이 길고 24시간 간병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울 때 요양보호시설을 찾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생활보호대상자를 위한 시설은 있는데 일반 서민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한정적이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서울시 노인요양시설은 208개로, 총정원은 1만2671명이다. 이 중 서울형 인증 노인요양시설은 모두 52개로, 정원이 4545명에 불과하다. 공립 노인요양시설도 34개(정원 2877명)에 그친다. 매년 증가하는 치매환자를 수용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경제적인 부담도 적지 않다. 정부 보조가 없는 시설의 경우 서민들에게는 이용료가 큰 부담이 된다. 심지어 일부 전문요양시설 중 1억 원에 가까운 보증금과 월 200만~300만 원의 이용료를 받는 곳도 있다. 물론 정부 시책에 따라 무료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있지만,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경우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생활비 부담 줄여주는 보험상품
그렇다면, 치매환자 보호자가 겪는 경제적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실제로 치매환자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치매환자 가족은 연간 2000만 원 정도를 쓰고 있는데, 치매 정도가 심해질수록 비용은 더 증가한다.
물론 보험상품으로 어느 정도 치료비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 정부는 치매환자 증가로 인한 의료비 부담 경감을 위해 노인장기요양보험을 개선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비용 부담에서 온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치매 등 노인성 질병을 보장하는 치매간병보험은 환자의 치료비와 간병비 등 금전적인 문제와 정신적 고통을 덜어준다.
과거에 출시된 상품은 중증 치매만을 보장했지만, 최근에는 경증 치매 진단까지 보장하는 상품이 출시돼 보장 범위가 확대됐다. 다만 이런 보험상품은 치매 진단을 받기 전에 미리 가입해야 보장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젊은이들도 관련 상품에 가입하는 등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추세다.
◇사회적 단절 해소 돕는 지자체
또 다른 문제는 치매환자가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적어도 한 사람이 늘 옆에서 돌봐줘야 한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호자는 친구, 이웃 등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고, 사회적 활동도 어려워진다. 보호자의 건강도 문제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치매환자 보호자의 66%가 요통, 심장질환, 고혈압, 관절염, 소화기질환 등의 신체적 질환을 한 가지 이상 앓고 있다.
하지만 간병인을 고용하기에는 비용이 부담스럽다. 업체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반 간병비는 월 280만 원 정도다. 하지만 이 역시 보험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연령과 병력 여부에 따라 다르긴 해도, 월 1만~3만 원 수준의 보험료로 간병비 지원을 받을 수 있어 경제적 문제는 물론 사회적 단절 문제까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이외에 지역별로 지자체가 운영하는 치매안심센터를 통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각 지자체들은 치매환자 보호자를 대상으로 돌봄교육을 진행하고 삶의 질, 사회적 교류 증진에 도움을 준다. 또한 치매환자 돌봄 지원공간인 가족카페도 상시 운영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도움은 경증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중증 치매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는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증 치매환자의 부양가족도 보호 대상이라는 인식과 함께 도움받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뇨는 흔한 성인 질환으로 2030년경에는 세계적으로 5억5000만 명의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초고령화가 가속화되면 당뇨 유병률도 더욱 증가할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인 당뇨병성 말초신경병도 함께 가파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 따라 다양한 유병률을 보이지만 최근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다기관 연구에서 33.5%의 유병률을 보고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 위험인자로는 연령, 당뇨병 유병기간, 혈당, 고혈압, 흡연, 이상지질혈증, 비만, 인슐린 분비기능 저하, 심혈관계 질환 등이 알려져 있다. 대체로 점진적인 진행 양상을 보여 임상에서 간과하기 쉬우나 증상 악화로 인해 환자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은 족부 궤양과 절단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까지 초래할 수 있어 정확히 진단하고 초기부터 적절히 치료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에 대한 관심이 심혈관 질환, 신장병, 망막병 등과 같은 다른 당뇨병성 합병증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 진단은 병력 청취, 임상적 양상, 신경학적 검사를 통한 신경계 결손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당뇨병성 신경병 환자의 30~40%는 신경병 증상을 호소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가장 흔한 증상은 사지 통증이며 밤에 악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그중 통증성 말초신경병은 국내 연구에 의하면 전체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의 43.1%에서 보고되었다. 전체적으로는 제1형 당뇨병 환자보다 제2형 당뇨병에서 유병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5.8%vs.17.9%). 전형적인 감각 이상은 사지 말단부로 갈수록 심해지는데, 상지보다 하지 말단부 침범이 더 흔하며 운동신경보다는 감각신경 이상을 주로 호소한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은 이상감각, 이질통, 통각과민, 저린감, 통증과 같은 양성 증상과 통각감퇴, 온도, 진동, 압력에 대한 감각저하, 반사저하, 무감각 같은 음성 증상으로 나눌 수 있다. 따라서 환자가 전형적인 증상을 호소하면 임상 증상만으로도 진단을 할 수 있으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환자마다 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신경병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전체 신경병 환자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므로 임상 증상에만 의존하면 진단을 놓칠 수 있다.
전문의와의 상담 꼭 필요
객관적인 검사는 모노필라멘트검사다. 발에 10g 정도의 압력을 줘 신경감각이 정상인지 알아볼 수 있다. 정량적 감각신경 검사법은 온도, 진동, 전기적 자극 등의 강도를 점차 올려가면서 환자가 어느 시점부터 감지하는지를 확인해 이상 여부를 진단하는 검사다. 신경전도검사는 진단에 가장 유용한 검사법으로, 말초신경에 전기적 자극을 가하여 발생한 복합전위를 통해 신경기능의 이상 여부를 판단한다. 유발전위 검사는 팔이나 다리의 말초신경에 반복적으로 약한 전기 자극을 주면서 대뇌에 나타나는 미세한 전기적 파를 컴퓨터로 분석한다. 중요한 점은 증상이 없어도 말초신경 손상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제1형 당뇨병 환자는 진단 후 5년부터,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진단과 동시에 말초신경병 선별검사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비슷한 증상을 유발하는 다른 질환도 많으므로 감별진단을 위해 전문의와의 상담과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 치료의 주요 목적은 통증 및 증상을 완화해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신경 퇴축을 막아 재생을 돕고, 사지 손상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막는 것이다.
치료는 크게 신경병 원인에 대한 병인론적 치료와 환자의 통증을 치료하는 대증치료로 나뉜다. 병인론적 치료에는 혈당 조절 및 위험 요소를 관리하는 치료와 신경병의 발병 및 병리기전에 대한 치료가 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을 치료할 때는 근본 원인인 혈당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미 여러 연구들에서 고혈당과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의 중증도는 밀접한 관계가 있어 적극적인 혈당 조절이 치료에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혈당 조절 외에도 흡연, 심혈관 질환의 과거력,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과 같은 심혈관 위험인자도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에 중요하게 관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 이와 같은 위험 요소의 관리도 중요하다.
대사증후군, 당뇨 전 단계 및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생활습관 개선은 당뇨병성 신경병 발생을 예방한다. 약물 치료제인 알파리포산은 산화스트레스에 의한 신경내막 혈관 손상을 저하시키는 약제다. 여러 임상 연구에서 매일 600mg의 알파리포산을 3주간 정맥 투여했을 때 특별한 부작용 없이 위약군에 비해 신경병의 주요 증상들을 호전시켰다.
마지막으로, 신경병 통증 치료에 임상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건 대증치료다. 신경병 통증은 수면장애, 우울증, 불안 등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하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공통적으로 1차 치료제로 제시하는 약제는 듀록세틴과 프레가발린이다. 이외 삼환계 항우울제, 항경련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등의 경구약제가 사용될 수 있다. 초기 용량에서 서서히 늘려가며 증상 호전이 없으면 기전이 서로 다른 약물로 변경, 병합요법 또는 아편유사제를 추가할 수 있다. 조기에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합병증을 예방하는 길이다. 또 증상 개선을 통해 삶의 질도 개선할 수 있다.